매일신문

[이웃사랑] 다운증후군 앓는 1살 대현이, 심장수술로 고비 넘겼지만 재활치료 막막

신용불량자 아버지, "늦게 이룬 가정인 만큼 꼭 지켜내고파"

서동진(48·가명)씨가 폐렴을 앓고 있는 서대현(1· 가명)군을 보살피고 있다. 서 씨는 다운증후군을 가지고 대현군이 잘 커나갈 수 있을지 하루하루 걱정에 잠 못 이루고 있다. 이주형 기자
서동진(48·가명)씨가 폐렴을 앓고 있는 서대현(1· 가명)군을 보살피고 있다. 서 씨는 다운증후군을 가지고 대현군이 잘 커나갈 수 있을지 하루하루 걱정에 잠 못 이루고 있다. 이주형 기자

경북 경산시에 사는 서동진(48·가명) 씨의 집은 여기저기 널어놓은 빨래 때문에 온 집안이 목욕탕에 온 것처럼 습기가 가득했다. 10평 남짓한 빌라에 여섯 식구가 사는 비좁은 공간이다보니 빨래 널 공간이 부족한 탓이다.

밑바닥 인생을 전전하던 서 씨는 5년 전 베트남 출신 아내를 만나 꿈도 못 꿨던 가정을 이뤘지만 둘째 서대현(1·가명)군이 다운증후군을 가지고 태어나면서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병원비는 겨우 해결했지만 앞으로 재활치료비 등 뒷감당이 막막하다.

◆ 친형 빚 갚아주느라 3년 동안 공장서 먹고 자면서 일해

서 씨는 고등학교 졸업 후 공장에서 지게차, 생산직, 화물차 운전 등을 하면서 10년 동안 닥치는 대로 돈을 벌었다. 그러나 번 돈은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것처럼 친형의 폭행 합의금과 빚을 메우는데 들어갔다.

친형이 서씨의 인감도장을 무단사용한 탓에 1억이 넘는 빚을 떠안기도 했다. 이 늪에서 헤어나기 위해 그는 3년 넘게 공장 기숙사에서 먹고 자면서 일을 하기도 했지만 결국 신용불량자가 됐다.

조폭이었던 형 탓에 서 씨와 그의 어머니는 평상을 가슴을 쓸어내리며 살았었다. 폭행을 당해 얼굴이 피곤죽이 된 사람들과 경찰들이 1990년대 초부터 끊임없이 집에 들이닥쳤다. 그 무렵 어머니는 공장에서 일하다 오른쪽 다리를 절단하는 사고를 당했다. 서 씨는 "사고만 치는 형의 뒷수습을 계속 도울 수 밖에 없었던 것은 어머니가 우는 모습을 보기 싫어서였다"고 했다.

결혼을 포기했던 그가 25살 아래의 베트남 아내를 만난 것도 어머니의 성화에 못 이겨서다. 그는 "결혼이 결정되고 나서 신부 나이를 알게 됐는데 너무 어려서 정말 당황했다"고 털어놨다.

◆둘째 다운증후군 재활치료, 양육에 막막해

다운증후군을 앓는 대현이는 출생 2개월 만에 대동맥판협착증 진단을 받을 만큼 선천적으로 심장이 약하다. 심장에서 동맥으로 피가 잘 흐르지 못해 태어난 뒤로 6개월 동안 줄곧 중환자실 신세를 졌다.

당시 폐와 신장 상태도 매우 안 좋아 포기를 앞두고 있을 무렵 기적처럼 증세가 호전돼 심장 수술이 가능해졌다. 심장을 열어야 하는 큰 수술이었지만 대현이는 잘 버텨줬다. 최근 폐렴증상이 심해졌지만 큰 고비를 넘겨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다.

5천만 원에 달하는 막대한 치료비는 병원과 지자체 긴급지원으로 겨우 해결했지만 앞으로가 문제다. 지속적으로 약값과 재활치료비가 들어가야 하지만 현재 서 씨네는 막노동과 기초생활수급금에 의지해 겨우 살아가고 있다.

요즘은 막노동 일자리도 찾기가 쉽지 않아 한 달에 겨우 닷새 정도 일을 하는 것이 고작이다. 대현이 간호를 돕기 위해 베트남에서 건너온 장인 장모도 농번기가 되면 경북 영양, 전남 해남까지 가서 농사일을 해 살림을 보태지만 역부족이다.

서 씨는 "대현이처럼 다운증후군을 앓는 아이는 8살이 되면 지능이 멈춰버린다더라. 앞으로 장애 치료와 재활 등에 들어갈 돈이 많은데 신용불량자 신세라 일자리 구하기도 쉽지 않다보니 어찌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고 했다.

당장 차가 없다보니 경산에서 대현이 정기치료를 받으러 가는 날이면 대중교통으로 왕복 5~6시간을 허비해야 한다. 현재 동진 씨가 기를 쓰고 택시기사 일자리를 구하려는 이유도 이동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대현이를 돌보면서 동시에 돈벌이를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라는 것.

서 씨는 "한 때 자살을 생각할 정도로 밑바닥 인생을 살았는데 지금의 아내와 아이들이 생기고 나서 삶이 바뀌었다"며 "이 악물고 열심히 살아 두 아이를 끝까지 잘 책임지겠다"며 대현이를 보듬어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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