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가정폭력에 시달리다 이혼 소송 중…납치·감금 기억에 집 밖으로 쓰레기 버리러도 못 나가

남편의 무자비한 폭행에 수년간 시달린 김지연(31·가명)씨는 극심한 불안을 호소하며 집 밖으로 좀 처럼 나가지 못하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남편의 무자비한 폭행에 수년간 시달린 김지연(31·가명)씨는 극심한 불안을 호소하며 집 밖으로 좀 처럼 나가지 못하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김지연(31·가명)씨는 수년간 남편에게 상습적인 납치·폭행을 당해온 후유증으로 신음하고 있었다. 현재는 이혼소송을 진행중이다.

그의 집 현관문 앞에는 택배박스와 쓰레기봉투가 쌓여 있다. 분리수거를 하러 나갔다가 남편에게 붙잡혀 수십 차례 폭행을 당한 이후로는 집 밖에 쓰레기를 버리러 나가는 것조차 공포가 됐다.

병원 방문, 싱리상담 등 어쩔수 없이 외출을 해야 하는 날이 있을 때면 며칠 전부터 '제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를 해야 할 정도다. 세 살배기 딸을 생각하면 당장이라도 세상 밖으로 나가야하지만 아직 그에겐 불안의 그림자가 너무 깊고 넓다.

◆ 만삭에도 무차별 폭행에 시달려 유산만 2번


김씨는 폭력을 일삼던 아버지를 피해 15세에 집을 나와 PC방, 영세공장, 식당 종업원 등 일용직을 전전했다. 늦게나마 대학교에 들어가려고 공부를 결심했을 2014년 무렵 남편을 만났다. 김씨는 그의 상냥하고 친절한 성격에 마음을 빼앗겼지만, 얼마 못 가 지옥같은 나날이 이어졌다.

남편은 '미안하다'고 뒤늦게 사과했지만 폭력은 더욱 심해졌다. 심지어 임신 중일 때도 폭행이 이어져 2번이나 유산을 하기도 했다. 수년간 이어진 폭행에 김씨는 치아조차 몇 개 남지 않았다. 그는 "남편은 교도소에서 배운 것이라면서 손가락과 손톱 사이에 볼펜을 집어넣거나 머리채를 잡고 질질 끌고 다니다가 발로 짓누르고 흉기를 들이대기 일쑤였다"며 "혼인신고를 하고 나서야 그가 악질 전과자라는 사실을 알았다"고 말했다.

그동안 7번이나 도망쳤지만 갈 곳이 변변찮고 돈이 없어 항상 다시 붙잡혀 오길 반복해야 했다. 가족에게 도움을 청할 수도 없었다. 건강했던 남동생이 요절한 뒤로 아버지는 '네가 동생을 제대로 돌보지 못한 탓'이라며 끊임없이 김씨를 욕했다. 김씨는 "가뜩이나 쓸모없는 자식인데 도움이 필요하단 이야기를 죽기보다 하기 싫었다"고 말했다.

◆ 딸 볼모로 각종 범죄도구로 이용당해

지속적인 폭력 속 어렵게 아이를 출산했지만 남편은 갓난아기인 딸도 학대하기 시작했다. 마음껏 불륜을 일삼으면서 심지어 딸을 볼모로 김씨를 성매매 등 각종 범죄행위에 이용하는 악질적인 범행을 일삼았다. 김씨에게 SNS를 통해 성 구매자를 구하고, 승합차를 운전해 성 판매자를 접선장소로 데려다 주는 일을 시킨 것이다.

남편은 가족 이야기만 나오면 극도로 움츠러드는 김씨의 심리를 교묘하게 이용했다. 김씨가 저항하면 '네가 성매매를 했다고 (거짓으로) 가족에게 말하겠다'고 그녀를 옥죄었다.

김씨는 "남편이 아이를 볼모로 잡고 있으면서 '차를 운전하지 않으면 죽여버리겠다'고 협박했다"며 "차라리 이대로 가다가 경찰에 적발되기를 기다렸다" 고 했다. 결국 성매매 알선은 꼬리가 잡혔지만 죄는 오히려 김씨가 뒤집어썼다. 법원에서 '자의로 한 것이 인정된다'며 김씨는 벌금과 보호관찰 2년을 선고 받아 기초수급금을 모아 벌금을 내야했다.

남편은 김씨를 납치·감금·폭행한 혐의(특수감금치상)로 징역 1년을 살았지만 출소 한 뒤 또 다시 그녀를 협박하고 있다. 당시 남편은 내연녀의 집으로 김씨를 납치해 가둬놓고 폭행하다 지인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긴급 체포됐다.

김씨는 "현재 집행유예 상태인 남편이 지금도 협박 전화를 걸어와 집 밖을 나갈수 없다"고 했다. 아예 찾을 수 없는 곳으로 이사하고 싶지만 생활고로 힘든 상황이다. 김씨는 "딸아이 키우려면 일도 해야 해 이젠 이 공포심에서 벗어나고 싶은데 그게 너무 힘들다"며 고개를 떨어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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