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사랑] 16년간 아들 보살피다 시한부 판정받은 이현철 씨 '안동의 가시고기 아빠'

이현철(49·가명) 씨가 둘째 아들 이상현(17·가명) 군의 손을 붙잡고 있다. 이군의 치료비를 마련하다가 췌장암 판정을 받은 이씨는 극심한 생활고 속에서 하루하루 고통속에서 지내고 있다. 이주형 기자 이현철(49·가명) 씨가 둘째 아들 이상현(17·가명) 군의 손을 붙잡고 있다. 이군의 치료비를 마련하다가 췌장암 판정을 받은 이씨는 극심한 생활고 속에서 하루하루 고통속에서 지내고 있다. 이주형 기자

입천장 없이 세상에 나온 둘째 아들을 품에 안은 날, 아버지는 목 놓아 우는 것도 잠시였다. 어떻게든 아이를 살리겠다고 두 주먹을 아스러지도록 쥐었다.

이현철(49·가명)씨는 구순구개열 환자인 아들의 치료비 마련을 위해 16년간 자신을 혹사하다, 2017년 췌장암 시한부 판정을 받았다. 둘째 아들의 간병에 엉망이 돼버린 가정 상황 속에서 가장인 이씨가 드러눕게 되자 생활고는 극에 달했다.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치료를 중단한 그는 현재 허리가 끊어지는 췌장암의 고통을 그냥 몸으로 버틸뿐이다. 그래도 두 아들의 아버지인 이씨는 삶에 대한 희망을 놓지 못한다.

그의 병실 한쪽에는 소설책 '가시고기'가 놓여 있었다. 가시고기는 수컷이 알과 새끼들을 보호하다 이들을 독립시킨 후 홀로 죽음을 맞는 부성애 강한 물고기로 알려졌다.

◆둘째 아들 악성구순구개열 치료에 안 해본 일 없어
유명 고교 축구부 출신인 이씨는 1997년 안동의 한 초등학교에서 첫 축구부 코치를 맡으면서 그해 결혼했다. 행복한 잠시, 2001년 둘째 이상현(17·가명) 군이 태어나면서 전쟁같은 시간이 이어졌다.

선천적 기형인 상현 군은 입술과 잇몸이 갈라진 구순구개열 환자다. 입천장이 없어 음식물이 들어가면 코나 귀로 흐르기 일쑤고, 고막이 없어 청각에도 문제가 있었다. 심장도 약해 호흡이 불안정했다.

첫 돌 무렵 시작된 인공 입천장 수술은 2014년까지 16번이나 이어졌지만 거부반응이 뒤따랐다. 고막 형성 수술도 중이염 등의 합병증으로 2살 때부터 11살 때까지 매년 2회씩 되풀이해야 했다. 그나마 2014년 마지막 수단으로 시도한 줄기세포 배양 치료가 큰 효과를 보이면서 이 씨와 상현군은 희망을 품었다.

아들의 병마와 싸우는 동안 가정은 파탄났다. 그는 전국 각지를 돌면서 대학강사, 방과 후 스포츠 교사, 축구 개인지도 교사로 일하고, 밤이면 편의점 아르바이트와 대리운전기사 등 투잡, 쓰리잡을 뛰면서 병원비 마련에만 전념했다.

그 사이 10년 이상 홀로 작은 아들의 병간호를 맡았던 아내는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우울증이 심했다. 결국 2014년 이혼서류에 도장을 찍고 그는 홀로 아들 둘을 돌봐왔다.

◆ 갑자기 찾아온 췌장암에 시한부 판정, 치료비 없어 막막

2017년 10월 이씨는 췌장암 2기 판정을 받았다. 아들의 줄기세포 수술을 2개월 앞둔 때였다. 이씨는 "종양 위치가 췌장의 머리부분인데 정맥과 동맥을 모두 접하고 있어 수술도 어려웠다"며" 9개월밖에 못 산다는 말을 들었을 때에는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아버렸다"고 했다.

4차에 걸친 독한 항암치료를 견디느라 이씨는 손톱과 발톱이 다 빠졌고, 잇몸 뼈가 녹아내려 어금니를 6개를 뽑아야 했다. 하지만 이것을 견디게 한 것은 두 아들이었다. 7차 항암치료가 끝날 무렵 이씨는 수술할 수 있을 정도로 상태가 호전됐다.

문제는 막대한 치료비. 1회 240만원에 달하는 항암비와 입원비 등 그의 치료비만 9천만 원에 육박해 이씨는 지난해 8월부터 항암치료를 중단한 상황이다. 120만 원에 달하는 약값도 낼 수 없어 그저 이를 악물고 고통을 버티고 있다. 한 달 35만 원인 월세는 어느새 13개월치가 밀렸다.

이런 상황 속, 대학 진학 대신 막노동으로 생활비를 보태온 첫째 아들마저 3월 초 군입대를 기다리고 있다. 이씨는 "그동안 너무 많은 사람들로부터 도움을 받아 이제는 손을 내밀 염치도 없다"며 하염없이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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