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사랑]자폐아 4명 포함 9남매 키우는 박해영 씨 가족  

엄마 혼자 7남매 양육 "자폐아동 인지능력 떨어져 잠시도 눈 못 떼"
식구 많아 식비, 연료비 부담 만만찮아… 기저귀 값도 매달 40만원

 

박해영(가명·43) 씨가 9남매 중 막내인 선혜(가명·6) 양을 돌보고 있다. 박 씨네 가정은 9남매를 키우느라 경제적 부담이 만만치 않은데 이 중 4명은 자폐증까지 앓고 있어 어려움이 크다. 김영진 기자 kyjmaeil@msnet.co.kr 박해영(가명·43) 씨가 9남매 중 막내인 선혜(가명·6) 양을 돌보고 있다. 박 씨네 가정은 9남매를 키우느라 경제적 부담이 만만치 않은데 이 중 4명은 자폐증까지 앓고 있어 어려움이 크다. 김영진 기자 kyjmaeil@msnet.co.kr

늦은 아침, 여섯살 난 막내 선혜(가명) 양이 아버지 박해영(가명·43) 씨의 품으로 파고들며 어리광을 부렸다. 용변을 가릴 시기가 지났지만 선혜는 여전히 기저귀를 찼고, 손에는 젖병을 들고 있었다. 아직 의사 표현도 서툴러 알아듣기 어려운 옹알이를 반복했다. 또래보다 발달이 더딘 건 선혜 양이 앓고 있는 자폐증 탓이다. 자폐증을 앓고 있는 건 선혜 양 뿐만이 아니다. 선혜 양과 함께 손위형제 3명도 자폐증을 앓고 있다.

◆ 9남매 다둥이 가족…자녀 중 4명이 자폐아

박 씨는 9남매를 두고 있는 다둥이 아빠다. 그러나 9남매 중 4명이 자폐증 증상을 보이고 있다. 셋째 지은(17) 양과 일곱째인 현제(12) 군은 자폐장애 1급이고, 여덟째 서준(9) 군과 막내 선혜(6) 양은 자폐장애 2급 진단을 받았다. 모두 기저귀를 차고 있을 정도로 신체 발달과 인지능력, 의사 소통 발달이 늦다. 지은양만 한 두 마디 말을 할 수 있을 뿐, 모두 의미가 통하지 않는 옹알이를 하는 정도여서 의사 소통이 어렵다.

성장발달이 늦은 아이들과 지내다보니 어머니 고은주(가명·42) 씨는 한시도 아이들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다. 고 씨는 "아이들이 고함을 지르거나 벽에 머리를 부딪히는 등 자해행동을 보일때도 있다. 셋 째 아이는 머리로 부엌 유리창을 깬 적도 있을 정도"라며 "자꾸 높은 곳에 올라가려고 시도하다가 떨어지거나 포만감을 느끼지 못하고 음식을 지나치게 많이 먹기도 한다"고 말했다.

고 씨는 밤에 잘 자지않는 아이들 탓에 오전 6시쯤에야 선잠이 들었다가 일어나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다시 눈붙이기를 거의 매일 반복한다. 2015년 자궁암 수술 이후 몸이 무겁게 느껴지는데다 사실상 홀로 자녀들을 키우다보니 심신이 늘 지쳐있다. 그나마 육아에 도움을 주던 첫째와 둘째가 최근 집을 떠나 거처를 옮기면서 육아 부담은 더욱 커졌다.

식사 시간은 전쟁터를 방불케한다. 포만감을 잘 느끼지 못하고 식사 속도가 빠른 자폐아동의 특성 탓에 다른 형제들도 덩달아 밥을 빨리 먹어야하기 때문이다. 박 씨는 "다른 형제들이 계속 밥을 먹고 있으면 밥을 더 달라고 보채고, 주지 않으면 울고불고 난리가 난다"고 한숨을 쉬었다.

◆ 찜질방에 머물며 배달일해도 생활비 감당 안돼

박 씨 가족을 더욱 힘겹게 하는 것은 경제적 어려움이다. 9남매를 부양하려면 돈 걱정을 피할 수 없지만 3년 전 아내 고 씨가 자궁암 치료를 받으면서 빈곤이 더욱 심해졌다. 다행히 종양을 초기에 발견해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지만 간병과 육아부담으로 박 씨가 일을 하지 못하면서 2천만원 가량 빚을 졌다. 현재 개인회생을 통해 매달 20만원씩 갚아 나가고 있지만 아직 3년 6개월을 더 갚아야 한다.

대구에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지난해부터 서울에서 중국음식점 배달일을 하는 박 씨는 찜질방에서 생활하며 한 달에 한번 정도 대구에 내려온다. 그렇게 번 월급에 기초생활수급비를 합치면 매달 300만원 정도 벌지만 워낙 생활비가 많이 들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다.

매달 기저귀값만 40만원이 들고, 월세 35만원을 내야 한다. 식구가 많아 조리와 온수 사용에만 도시가스비가 월 20만원이 나온다. 식탐이 있는 아이들 때문에 냉장고에 자물쇠를 걸어둘 정도로 식비부담도 만만치 않다. 박 씨는 "매달 기본적인 생활비도 감당이 되지 않는다. 자폐아들에게 필요한 언어 및 인지치료 등은 언감생심인 상황"이라고 했다.

어려운 상황속에서도 박 씨는 아이들을 보며 힘을 낸다. "장애아를 돌보는 게 많이 힘들지만 그래도 집에 와서 막둥이를 보면 없던 힘도 솟아납니다. 넉넉하진 못해도 건강하게 잘 자라줬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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