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사랑] 화상 입은 中 유학생 유정신 씨

원룸서 순식간에 화상, 코리안드림 무너질 판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일자리를 구하다 화상을 입은 중국인 유학생 유정신(가명) 씨.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일자리를 구하다 화상을 입은 중국인 유학생 유정신(가명) 씨.

"아내에게 맛있는 음식을 해주고 싶었는데…."

지난달 19일 유정신(가명'31'중국) 씨는 원룸 방바닥에 일회용 가스버너를 놓고 물을 끓였다. 오랜만에 한국을 찾은 아내에게 음식을 해주기 위해서였다. 솜씨를 보여주겠다며 아내에게 한껏 생색을 냈지만 실은 함께 식당에 갈 돈이 없었다.

유 씨는 16.5㎡ 크기의 작은 원룸 안에서 음식을 준비하며 분주하게 움직였다. 하지만 원룸은 두 사람이 오가기엔 너무 좁았다. 유 씨는 물기로 미끄러웠던 바닥에서 넘어졌고, 펄펄 끓는 물을 팔과 등에 뒤집어썼다. 양쪽 종아리에도 물이 튀어 심한 화상을 입었다.

극심한 고통으로 비명이 새나왔지만 병원에 갈 수가 없었다. 외국인인 유 씨는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어 진료비가 비싸기 때문이었다. 유 씨는 약국에서 간단한 약만 사서 바르고 하루를 버텼다. 다음 날 사고 소식을 들은 지인들이 유 씨를 찾았을 때 화상 상처는 이미 걷잡을 수 없이 악화돼 있었다. 지인들은 황급히 유 씨를 병원으로 옮겼지만 피부 이식 수술이 필요할 정도로 상처는 심각했다.

◆한국에서 대학원 나왔지만 취업은 요원

유 씨는 지난 2009년 대학교 3학년으로 한국의 한 대학에 편입했다. 유 씨는 한국에서 취업을 하기 위해 대학원까지 진학했다. 아르바이트로 학비를 벌어가며 대학원을 졸업하는 데까지 꼬박 6년이 걸렸다.

하지만 한국인에게도 어려운 취업이 유 씨에게 쉬울 리 없었다. 지난해 말부터 수개월간 기업들의 문을 두드렸지만 유 씨를 받아주는 회사는 없었다. 중국과 거래가 많은 조선업체에 통역 요원으로 구직했지만 업황이 어려워지면서 무산됐다. 생산공장에서는 전문직 비자(D-10)를 가진 유 씨를 채용하지 못했다. "아직도 직장을 구하는 중이에요. 2년 안에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면 중국으로 돌아가야 해요."

유 씨는 비자 때문에 아르바이트도 하지 못한다. 재학생일 때는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용돈 벌이가 가능했지만 지금은 주머니가 텅 비어 생계가 어려울 정도다. 20만원짜리 고시텔에 살던 유 씨는 지난 6월부터 계약 기간을 3개월 남기고 떠난 친구의 원룸에 공짜로 살고 있다. 그러나 방 안에 옷 몇 벌을 제외하고 유 씨의 짐은 하나도 없다. 유 씨는 폭염이 몰아쳤던 올여름을 선풍기 없이 지냈다. 숙식은 매달 20만원으로 해결했다.

◆홀어머니에게 사고 소식도 못 전해

유 씨는 고국에 홀로 남은 어머니에게 화상 사고 소식도 전하지 못했다. 3년 전 아버지가 갑작스럽게 돌아가시며 큰 충격을 받은 어머니에게 또 한 번 나쁜 소식을 전하고 싶지 않아서다. 아버지는 감기 기운에 병원을 찾았다가 주사를 맞고 쓰러졌다. 의료사고가 의심스러운 상황이었다.

아버지는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1주일 동안 병원비만 3천만원 가까이 들었지만 아버지는 결국 깨어나지 못했다. "소식을 듣고 서둘러 중국으로 돌아갔어요. 하지만 1주일 내내 아버지 얼굴을 보지 못했고, 돌아가시기 전에 딱 한 번 뵀어요. 이런 얘기는 하고 싶지 않았는데…."

아버지를 황망히 보낸 유 씨에게는 새 가족이 생겼다. 3년 전 중국에서 친구 소개로 만난 아내와 지난해 말 혼인신고를 한 것. 두 사람은 영상통화를 하며 사랑을 이어왔다. 아내를 만난 횟수를 손에 꼽을 정도지만 그리움과 애틋함만은 떨어져 있는 시간만큼 자랐다.

두 사람은 아직 결혼식을 올리지 못했다. 유 씨는 미안한 마음에 지난 7월 아내를 한국으로 초청해 어렵게 모은 100만원으로 웨딩촬영을 했다. 꿈처럼 행복한 시간도 잠시, 지금 유 씨는 끔찍한 화상의 고통과 싸우며 병원에서 버티고 있다.

유 씨는 "별로 큰 욕심이 없다"고 했다. 한국에서 취직해서 아내와 살 수 있다면 충분하다고도 했다. "아내가 오랜만에 한국에 왔는데 저 때문에 병원에만 갇혀 있네요. 어디에서든 같이 있을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말하는 아내에게 미안하고 감사할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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