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사랑] 몸 절반에 화상 입은 이재상 씨

끓는 기름 양다리로 쏟아져…다섯식구 미소 잃어

아들 생일상을 준비하다 온몸에 화상을 입은 이재상 할아버지는 불어나는 병원비에 걱정이 크다. 정운철 기자 woon@msnet.co.kr 아들 생일상을 준비하다 온몸에 화상을 입은 이재상 할아버지는 불어나는 병원비에 걱정이 크다. 정운철 기자 woon@msnet.co.kr

양팔과 양다리 전체에 붕대를 감고 병상에 누워 있는 이재상(가명'81) 할아버지. 하반신 전체와 양팔에 2, 3도 화상을 입은 할아버지는 지난 두 달간 병실 밖으로 한 발짝도 나가지 못했다. 할아버지는 아들의 생일을 맞아 요리하던 중 몸에 기름을 쏟아 큰 화상을 입었다. 어려운 형편에도 항상 활기가 넘쳤던 다섯 식구는 그때부터 웃음을 잃었다. "힘든 살림이지만 지금까지 가족 모두 아픈 곳 하나 없이 밝게 살아왔어요. 자녀도 다 자라 이제부터는 편하게 살 일만 남아있을 줄 알았는데'''. 치료비와 나머지 가족들을 생각하면 막막하기만 해요."

◆어려운 형편에도 단란했던 다섯 식구

팔십 년이 넘는 세월동안 할아버지는 평생을 씩씩함 하나로 살아왔다. 강원도 삼척이 고향인 할아버지는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생업에 뛰어들었다. 낮에는 남의 밭일을 거들거나 공장에 다녔고 저녁에는 집안일을 하며 어린 시절부터 생계에 보탬이 됐다.

성인이 돼서는 전국을 다니며 장사를 시작했다. 트럭에 주방용품, 욕실용품, 문구류 등을 가득 싣고 고속도로 휴게소와 관광지를 떠돌았다. 장사 수완도 좋아 중년이 돼서는 경북 영주에 작은 집을 장만할 정도로 밑천을 마련하기도 했다.

마흔이 넘었을 무렵 집안 어른들이 지금의 아내를 소개해줘 가정도 꾸렸다. 지적장애가 있는 아내는 밖에서 돈을 벌거나 사회생활을 할만한 상황은 아니었다. 그래도 할아버지는 내조를 잘하고 가정을 소중히 여기는 아내를 아끼고 예뻐했다.

할아버지의 인생에서 가장 큰 걱정거리는 지적장애가 있는 삼 남매였다. 2남 1녀인 세 남매 모두 태어날 때부터 지적장애가 있었다. 할아버지는 자녀들에게도 자신의 자신감과 열정을 물려주고 싶었다. 할아버지는 장사하는 트럭에 늘 삼 남매를 태우고 다녔다. 전국 방방곡곡을 돌며 견문을 넓혀줬고 새로운 사람들과도 자주 어울리도록 했다. 또 어려운 상황일수록 공부는 반드시 해야 한다고 생각해 세 자녀 모두 도시의 고등학교에서 공부를 시켰다.

"자녀를 대단한 직장에 다니는 사람으로 키우진 못했지만 착하고 반듯하게 자랐어요. 학교를 보낸 것 말고는 해준 게 없는데도 밝고 건강하게 잘 자라줘 아이들에게 고마워요."

◆아들 생일 준비 중 화상

올해 7월 초, 할아버지의 삶에서 가장 끔찍한 일이 일어났다. 할아버지는 둘째 아들의 생일을 맞아 가족 몰래 근사한 생일상을 준비했다. 시장에서 닭, 과자, 빵 등 아들이 좋아하는 것들로 장도 한가득 봐왔다.

할아버지는 집으로 돌아와 닭튀김을 해주려고 커다란 냄비에 기름을 한가득 끓였다. 사고는 눈 깜짝할 사이 벌어졌다. 튀김옷을 입힌 닭이 할아버지의 손에서 미끄러지면서 냄비 손잡이 쪽으로 떨어진 것이다. 동시에 기름이 가득 든 냄비도 주방 바닥으로 떨어졌다. 펄펄 끓는 기름은 할아버지의 팔과 다리에 그대로 쏟아졌다. 가족이 없는 사이 생긴 사고에 할아버지는 자리에 누워 소리만 지를 수밖에 없었다.

병원으로 옮겨진 할아버지는 그때의 사고로 전체 피부의 20% 이상에 2, 3도에 이르는 화상을 입었다. 할아버지는 그동안 세 차례 화상 수술을 받았다. 다행히 피부이식 수술은 잘됐지만 최근 할아버지는 병원비 걱정에 밤잠을 못 이루는 날이 많아졌다. 두 달 새 입원비와 치료비가 2천만 원을 훌쩍 넘었기 때문이다. 병원에서는 고령인 할아버지가 젊은 화상환자보다 회복속도가 느려 입원 시간도 더 필요하다고 했다.

화상 치료의 특성상 의료급여 혜택을 받을 수 없는 치료가 많은 것도 문제다. 한 통에 수십만원에 이르는 화상 연고, 보습제를 비롯해 화상전용붕대도 수시로 교체해줘야 하는데 이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할아버지가 평생 소작, 장사를 하면서 모은 돈은 이미 바닥난 지 오래다. 할아버지 가정의 다섯 식구 앞으로 나오는 장애수당, 기초연금은 100만원 남짓. 수천만원의 치료비를 충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지적장애가 있는 자녀가 복지관에서 장갑, 박스 등을 만들며 벌어오는 돈도 교통비, 용돈 수준에 불과하다.

항상 밝고 씩씩하던 할아버지는 최근 눈물이 많아졌다. 병원 생활이 길어지는 자신 때문에 아내와 자녀들에게 짐이 되는 것 같아서다.

"열심히 살아온 삶에 대한 보상이 이것인가 싶어 요즘 들어 나쁜 생각이 들 때도 있어요. 하지만 가족을 위해 남은 치료를 다 받고 건강한 몸으로 다시 행복했던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어요."

※이웃사랑 계좌는 '069-05-024143-008(대구은행). 700039-02-532604(우체국) (주)매일신문사 입니다. 이웃사랑 기부금 영수증 관련 문의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대구지부(053-756-9799)에서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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