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사랑] 마약성 진통제로 하루하루 버티는 오영주 씨

유방암 수술 후 온 몸 칼로 도려내는 듯한 통증

유방암 수술 후유증과 스트레스로 극심한 통증에 시달리고 있는 오영주 씨는 남편과 아들 걱정에 밤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msnet.co.kr 유방암 수술 후유증과 스트레스로 극심한 통증에 시달리고 있는 오영주 씨는 남편과 아들 걱정에 밤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msnet.co.kr

허리와 다리의 심한 통증으로 집안에서도 기어다녀야 하는 오영주(가명'43) 씨. 마약성 진통제를 맞지 않으면 단 하루도 버틸 수 없을 정도로 통증이 심하지만, 가족을 돌보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더 크다. 자신도 건강이 나쁘지만 생계를 위해 매일 고된 일을 하는 남편과 엄마 손길이 많이 필요한 초등학생 아들을 생각하면 더욱 슬퍼진다. "첫 번째 결혼의 실패와 재혼 후 받은 스트레스로 건강했던 몸이 다 망가진 것 같아요. 스스로 몸을 움직이기도 어렵게 됐지만 어린 아들과 힘들게 돈을 버는 남편을 생각해 더는 나쁜 생각은 하지 않을 거예요."

◆다사다난했던 결혼 생활

어린 시절부터 영주 씨의 꿈은 현모양처였다. 자녀를 잘 키우고 행복한 가정을 꾸리는 삶보다 더 행복한 일은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영주 씨의 삶은 자신의 옛날 꿈과는 완전히 반대로 흘러가고 있다.

첫 번째 결혼은 전 남편의 외도로 실패했고, 15년 전 직장에서 지금의 남편을 만났다. 영주 씨는 어렵게 꾸린 새 가정에 온 정성을 쏟았다. 실패로 끝난 첫 결혼의 아픈 기억과 전 남편에게 남겨두고 온 아이들에 대한 죄스러움을 잊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재혼 당시 남편이 데리고 온 중학생 딸은 그동안 엄마 없이 자란 설움을 모두 영주 씨에게 쏟아부었다. 친척 어른들과 학교 선생님께 '새어머니가 용돈을 안 준다' '밥을 챙겨주지 않는다'고 말하며 상처를 주곤 했다.

"낳아준 어머니의 빈자리를 없애주려고 제 나름대로는 친딸처럼 대해주며 온갖 노력을 했는데 진심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 같아요. 어른이 돼 시집을 간 딸은 아직도 저를 엄마로 생각지 않고 있어요."

둘째 아들을 임신했을 때도 딸의 구박은 계속됐다. 자신을 때린다는 거짓말 때문에 한동안 영주 씨와 남편과의 사이가 멀어지기도 했다. 가출도 밥 먹듯이 해 용돈을 보내달라고 속을 썩인 적도 많았다. 그러던 중 5년 전 영주 씨에게 유방암이 발병했다.

"결혼 후 늘 스트레스 속에 살아 몸에 암 덩어리가 생긴 것 같아요. 아들을 데리고 집을 나가고 싶은 적도 많았지만 또다시 가정을 깨는 건 죄를 짓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마음의 병까지 얻은 영주 씨

유방암 수술 후 영주 씨는 혼자서는 바깥에 나가지도, 끼니를 챙겨 먹지도 못할 정도로 쇠약해졌다. 거기에다 2년 전부터는 허리와 허벅지에 극심한 통증을 느끼기 시작했다. 병원에서는 스트레스와 유방암 수술 후유증으로 인한 '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이라고 했다. 몸에 바람만 스쳐도 통증이 심하고 아픈 부위에 무언가 닿기라도 하면 칼로 도려낼 듯이 아픔을 느끼는 희귀병이었다.

최근에는 영주 씨의 행동도 이상해지기 시작했다. 자다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 가스레인지 불을 켜기도 하고, 한밤중에 문을 열고 집 밖으로 나가버려 남편과 아들이 동네를 샅샅이 뒤지는 일도 매일같이 반복된다.

"병원에서는 과거 결혼 생활 스트레스로 생긴 몽유병이기 때문에 정신과 치료와 상담이 필요하다고 했지만, 받지 않겠다고 했어요. 없는 살림에 제 상담 치료비까지 지출하는 건 저희 가정에는 불가능한 일이에요."

남편과 영주 씨에게는 얼마 전 걱정거리가 하나 더 늘었다. 중학생 아들마저도 건강에 이상이 온 것이다. 장염 증세로 찾은 동네 병원에서 만성 장질환인 크론병이 의심돼 큰 병원에 가보는 것이 좋겠다는 진단을 받았다. 결혼 초 사업 실패 후 남편이 음식점 배달일로 한 달에 벌어들이는 돈은 100만원 남짓. 한 달에 200만원이 넘는 영주 씨의 진통제 비용과 그동안 영주 씨의 수술비, 치료비로 생긴 카드빚, 사채 등의 이자를 충당하기에는 버거운 살림이다.

"남편과 아들이랑 행복하게 살 날이 올까요, 건강을 회복하면 세상 누구보다 좋은 아내, 엄마가 되고 싶어요."

허현정 기자 hhj224@msnet.co.kr

※이웃사랑 계좌는 '069-05-024143-008(대구은행). 700039-02-532604(우체국) (주)매일신문사 입니다. 이웃사랑 기부금 영수증 관련 문의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대구지부(053-756-9799)에서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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