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뒷담] 文 친서 '8천만 동포 생명과 안위' 강조했지만…

문재인-김정은 주고 받은 친서 "글자 그대로 이해하기 힘드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2018년 9월 18일 오전 평양 시내를 카퍼레이드 하며 평양 시민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2018년 9월 18일 오전 평양 시내를 카퍼레이드 하며 평양 시민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8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보냈다는 친서가 25일 오후 서훈 청와대 안보실장에 의해 공개됐다.

▶이 친서에서는 최근 우리나라도 겪은 코로나19와 집중호우, 태풍 등으로 북측이 입었을 피해를 언급하면서 "동포로서 마음으로 함께 응원하고 함께 이겨낼 것이다. 하루빨리 북녘 동포들의 모든 어려움이 극복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고 전하고 있다.

이에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12일 친서를 보내 "진심어린 위로에 깊은 동포애를 느꼈다"며 문재인 대통령과 '남녘동포'들을 언급했다. 이 친서도 이날 함께 공개됐다.

양 정상이 주고받은 친서의 배경은 앞서 언급한대로 코로나19, 집중호우, 태풍 등 질병과 재난에 따른 남북의 어려움이고 이를 서로 위로하는 게 주 내용이다.

그러나 2건의 친서가 공개된 게 공교롭게도 최근 우리 실종 공무원을 북측이 사살하기 전이 아닌 후라서, 더구나 정부의 미흡한 대처가 비판의 도마 위에 오른 시점이라서, 이 '시점' 때문에 국민들에겐 다르게 읽힌다는 얘기가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은 친서에서 "우리 8천만 동포의 생명과 안위를 지키는 것은 우리가 어떠한 도전과 난관 속에서도 반드시 지켜내야 할 가장 근본일 것"이라고 밝혔지만, 이는 '오판'으로 해석할 수 있는 것.

팩트는 이렇다. 8천만 동포 가운데 소중한 생명 1명이 최근 목숨을 잃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은 코로나19와 집중호우, 태풍 등으로 북에서도 인명 피해가 꽤 발생한 것 및 이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재난 현장을 찾은 것을 두고 "국무위원장님의 생명존중에 대한 강력한 의지에 경의를 표한다""사람의 목숨은 다시는 되돌릴 수 없으며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절대적 가치"라고 전했지만, 이 역시 우리 실종 공무원이 북측에 피격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메시지가 힘을 잃었다는 평가다. 이걸 지금 공개한들 무슨 의미가 있으며, 오히려 역효과가 나지 않겠느냐는 의견도 나온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서해 소연평도 해상에서 실종된 공무원이 북한에서 총격 살해된 사건과 관련해 우리 측에 공식 사과한 25일 인천시 옹진군 연평도에서 바라본 북한 개머리해안에 포문(붉은 원안)이 닫혀 있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서해 소연평도 해상에서 실종된 공무원이 북한에서 총격 살해된 사건과 관련해 우리 측에 공식 사과한 25일 인천시 옹진군 연평도에서 바라본 북한 개머리해안에 포문(붉은 원안)이 닫혀 있다. 연합뉴스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도 다르게 읽히기는 마찬가지다.

"나 역시 이 기회를 통해 대통령께와 남녘의 동포들에게 가식 없는 진심을 전해드린다"고 또 "어려움과 아픔을 겪고있는 남녘과 그것을 함께 나누고 언제나 함께 하고싶은 나의 진심을 전해드린다"고 밝혔지만 두 문장에서 모두 활용한 '진심'이라는 단어에 의구심이 향할 수밖에 없는 맥락이 만들어졌다.

이어 "다시한번 남녘동포들의 소중한 건강과 행복이 제발 지켜지기를 간절히 빌겠다"고 했지만 '제발''간절히' 등의 '지나친' 강조 표현에도 같은 의구심이 이어진다.

아울러 문재인 대통령이 먼저 쓴 데 이어 김정은 위원장 역시 쓴 동포(同胞)는 '같은 나라 또는 같은 민족의 사람을 다정하게 이르는 말'이다. 이번 사건으로 인해 다정하다는 저 뉘앙스를 단어에 담고 또 읽기가 좀 어려워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친서에 동포라는 단어를 3번이나 쓰면서 그 본래의 뜻을 알아주기를 바란듯 하지만, 결국 북측에 제대로 전달되지 못한 결과가, 현재의 남북관계도 보여준다는 평가다.

한편, 우리 실종 공무원 사살과 관련해 오늘 친서 2건에 앞서 공개된 북측 통지문에도 김정은 위원장의 발언을 전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국무위원장 김정은 동지는 가뜩이나 악성 비루스(코로나19) 병마 위협으로 신고하고 있는 남녘 동포들에게 도움은커녕 우리 측 수역에서 뜻밖의 불미스런 일이 발생해 문재인 대통령과 남녘 동포들에게 커다란 실망감 더해준 것에 대해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한다는 뜻 전하라고 했습니다.'

아울러 같은날 국가정보원은 우리 실종 공무원 피살을 두고 "김정은 위원장의 지시가 아니라고 판단한다"며 "감청 등 특수정보 분석을 통해서도 김정은 위원장의 지시 정황은 없었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2018년 9월 20일 오전 백두산 정상인 장군봉에 올라 손을 맞잡고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2018년 9월 20일 오전 백두산 정상인 장군봉에 올라 손을 맞잡고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8일 김정은 위원장에게 보낸 친서 전문.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김정은 국무위원장 귀하

코로나 바이러스로 너무나도 길고 고통스러운 악전고투의 상황에서 집중호우, 그리고 수차례의 태풍에 이르기까지 우리 모두에게 큰 시련의 시기입니다.

나는 국무위원장께서 재난의 현장들을 직접 찾아 어려움에 처한 이들을 위로하고, 피해복구를 가장 앞에서 헤쳐 나가고자 하는 모습을 깊은 공감으로 대하고 있습니다.

특히, 국무위원장님의 생명존중에 대한 강력한 의지에 경의를 표합니다.

무너진 집은 새로 지으면 되고, 끊어진 다리는 다시 잇고, 쓰러진 벼는 일으켜 세우면 되지만, 사람의 목숨은 다시는 되돌릴 수 없으며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절대적 가치입니다.

우리 8천만 동포의 생명과 안위를 지키는 것은 우리가 어떠한 도전과 난관 속에서도 반드시 지켜내야 할 가장 근본일 것입니다.

매일이 위태로운 지금의 상황에서도 서로 돕지 못하고 있는 현실은 안타깝지만, 동포로서 마음으로 함께 응원하고 함께 이겨낼 것입니다.

부디 국무위원장께서 뜻하시는 대로 하루빨리 북녘 동포들의 모든 어려움이 극복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국무위원장님과 가족분들께서 항상 건강하시기를 바랍니다.

2020년 9월 8일

대한민국 대통령 문재인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 12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 전문.

대한민국 대통령 문재인 귀하

대통령께서 보내신 친서를 잘 받았습니다.

오랜만에 나에게 와닿은 대통령의 친서를 읽으며 글줄마다에 넘치는 진심어린 위로에 깊은 동포애를 느꼈습니다.

보내주신 따뜻한 마음 감사히 받겠습니다.

나 역시 이 기회를 통해 대통령께와 남녘의 동포들에게 가식 없는 진심을 전해드립니다.

최근에도 귀측지역에서 끊이지 않고 계속되는 악성비루스확산과 련이어 들이닥친 태풍피해 소식에 접하고 누구도 대신해 감당해줄수 없는 힘겨운 도전들을 이겨내며 막중한 부담을 홀로 이겨내실 대통령의 로고를 생각해보게 되였습니다.

대통령께서 얼마나 힘드실지, 어떤 중압을 받고 계실지, 얼마나 이 시련을 넘기 위해 무진 애를 쓰고계실지, 누구보다 잘 알 것만 같습니다.

하지만 나는 대통령께서 지니고 있는 국가와 자기 인민에 대한 남다른 정성과 강인한 의지와 능력이라면 반드시 이 위기를 이겨내실 것이라고 마음속으로 굳게 믿습니다.

어려움과 아픔을 겪고있는 남녘과 그것을 함께 나누고 언제나 함께 하고싶은 나의 진심을 전해드립니다.

끔찍한 올해의 이 시간들이 속히 흘러가고 좋은 일들이 차례로 기다릴 그런 날들이 하루빨리 다가오기를 손꼽아 기다리겠습니다.

대통령께서 무거운 책무에 쫓기어 혹여 귀체 건강 돌보심을 아예 잊으시지는 않을까 늘 그것이 걱정됩니다.

건강에 항상 특별한 주의를 돌리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다시한번 남녘동포들의 소중한 건강과 행복이 제발 지켜지기를 간절히 빌겠습니다.

진심을 다해 모든 이들의 안녕을 기원합니다.

문재인 대통령과 녀사님께서 항상 건강하시고 무탈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회 위원장

김정은

2020년 9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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