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기의 필름통] 어니스트 씨프

영화 '어니스트 씨프'의 한 장면 영화 '어니스트 씨프'의 한 장면

리암 니슨은 그 이름 자체로 하나의 캐릭터가 된 배우다. 거칠고 무지막지하다. 세련은커녕 촌스런 외모에 다정하지도 않아 아내를 비롯해 뭇여성들에게 배척만 당한다. 그러나 퉁명스런 외모 뒤에 벙어리 삼룡이 같은 우직함이 있어, 결국은 그 여성들을 다 돌아서게 한다.

그의 액션은 이처럼 정형화돼 있지만, 그럼에도 그의 이름으로 실패한 영화들은 거의 없다. 그만큼 인간적 액션 히어로가 관객의 공감을 얻고 있다는 이유다.

그의 이름으로 나온 따뜻한 신작 액션물이 '어니스트 씨프'(감독 마크 윌리엄스)다. 장르로 치면 액션 멜로 스릴러다. 이제 스릴은 손 씻고, 멜로를 취하려다 액션에 휘말리는 리암 니슨 다운 장르영화다.

해병대 출신 폭파전문가 톰(리암 니슨)은 은행털이가 취미인 사나이다. 7개 주 12개의 은행을 털어 900만 달러를 개인 창고에 보관하고 있다. 그의 범행은 돈이 목적이 아니다. 아버지를 죽음에 이르게 한 은행을 골탕 먹이기 위해 시작한 일이었다. 그래서 그는 '정직한 도둑', 어니스트 씨프(Honest Thief)다.

FBI가 8년 동안 추적했지만 그 어떤 단서도 찾지 못할 정도로 그의 도둑질은 완벽했다. 언론에서는 '신출귀몰'(In and Out) 은행털이범이라고 부른다.

영화 '어니스트 씨프'의 한 장면 영화 '어니스트 씨프'의 한 장면

그런 그가 사랑에 빠진다. 창고 직원 애니(케이트 월쉬)에게 이제 남은 인생을 바치기로 한다. 결혼해 함께 살 집도 보여주고 프러포즈에 성공한다. 착하게 살기로 결심한 톰은 FBI에 전화를 걸어 자수하고 훔친 돈을 모두 돌려주는 조건으로 협상을 벌인다.

그러나 일이 꼬이고 만다. 수백만 달러의 현금 박스를 본 FBI가 돈에 욕심이 난 것이다. 그 돈을 착복하고, 톰을 살해할 계획을 세운 것이다. 그 상대가 리암 니슨인데도 말이다.

'어니스트 씨프'는 감성까지 담은 리암 니슨표 액션영화다. 고지식하고, 융통성없는 그가 이제 한 여인에게 '귀의'하는 험난한 여정이 담긴 것이다. 그의 감정은 솔직하고, 정직하고, 착하다. 그래서 애니도 마음이 흔들리고, '이 남자는 내 남자다'라며 그를 돕는다.

착한 범죄자와 나쁜 경찰이 대결구도다. 나쁜 FBI는 살인도 마다않고, 톰은 물론 애니의 목숨까지 노린다. 톰은 이제 자신뿐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까지 지켜야 한다. 그러나 그의 목에 걸린 누명의 고리는 견고하다. 아무도 범죄자의 말을 믿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절박한 상황에서 그는 필사적으로 나쁜 경찰과 대결한다. 그는 폭파전문가이지 않는가.

'어니스트 씨프'의 액션은 '테이큰'처럼 크지 않다. 조직을 일망타진하며 벌이는 총격신이 아닌 단신의 몸으로 버텨내는 현실 액션이다. 그래서 통쾌한 액션을 기대한 관객들은 실망할 수 있지만, '어니스트 씨프'에서는 작지만 짜임새있는 액션과 스릴을 선보인다. 사건전개도 군더더기없이 빠르고 경쾌하다. FBI 내부에 그의 말을 믿는 단 한 사람의 착한 경찰을 박아 놓아 휴머니즘마저 자극한다.

영화 '어니스트 씨프'의 한 장면 영화 '어니스트 씨프'의 한 장면

감독 마크 윌리엄스는 오랫동안 제작과 기획을 맡아온 영화인이다. 넷플릭스 미국드라마 '오자크'의 크리에이터로 활약하기도 했다. '오자크'도 긴장감 넘치는 서스펜스와 스릴로 인기를 얻었다.

'어니스트 씨프'는 리암 니슨의 캐릭터에 절대적으로 의지한 안전한 연출 방향을 잡았다. 누명을 쓴 범죄자가 누명을 벗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스토리는 이미 통속성을 인정받은 설정이다. 거기에 주연배우가 가진 아우라마저 강렬하니 새로운 연출로 도박할 필요도 없는 것이다. 그래서 이 영화는 검증받은 안전한 플롯으로 무난하게 끝까지 이어간다. 킬링타임용 영화로서는 합격이라는 말이다.

리암 니슨(1952년생)은 우리 나이로 이미 70세다. 그런데도 이런 액션에 대단히 잘 어울리고, 또 잘 소화한다는 것이 놀랍다.

그는 2017년 "액션 영화는 끝"이라고 선언한 적이 있다. '테이큰'을 비롯해 액션 스릴러물에 출연하게 된 것은 "순전히 우연이었다"며 "이제 액션영화는 '그만 하라'고 관객들이 말할 날이 올 것"이라고 했다. '테이큰3'(2015)를 찍고도 비슷한 언급을 한 적이 있다.

그러나 그 이후에도 '커뮤터'(2018), '콜드 체이스'(2019)를 찍었고, '어니스트 씨프'(2020)까지 이어오고 있다. 193cm의 훤칠한 키에 이웃 아저씨같은 정감 넘치는 이미지를 제작자들이 놓아주지 못할 것이다.

관객 또한 그를 아직 놓지 못하고 있다. '어니스트 씨프'는 아직 건재한 그의 존재를 보여줘 다행스럽다는 느낌마저 든다. 99분. 15세 이상 관람가

김중기 문화공간 필름통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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