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기의 필름통] '인간성 회복' 주제 의식 속 좀비는 거들 뿐…영화 '반도'

영화 '반도' 스틸컷 영화 '반도' 스틸컷
영화 '반도' 스틸컷 영화 '반도' 스틸컷

한국형 좀비 영화 '반도'(감독 연상호)가 더 커진 스케일로 15일 관객을 만났다.

'부산행'이 기차 안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밀도 있는 공포감을 선사했다면, '반도'는 열린 공간에서 맞닥뜨린 좀비와의 대결을 액션과 가족애라는 두 무기로 강력한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반도'는 '부산행'의 4년 뒤, 돈을 찾기 위해 다시 폐허가 된 반도에 들어가 좀비와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다.

부산을 통해 가까스로 탈출해 홍콩에서 폐인처럼 살아가는 전직 군인 정석(강동원). 어느 날 거액의 달러가 들어 있는 트럭을 가져오면 250만달러를 주겠다는 제안을 받는다. 인천을 통해 반도에 들어온 그는 패잔병들이 된 631부대와 좀비의 습격을 받는다. 다행히 민정(이정현) 가족을 만나면서 위기를 모면하고, 다 함께 반도를 탈출할 기회를 찾는다.

'좀비'는 한국 영화에서 대재난 후 세상을 그린 첫 포스트 아포칼립스 영화다. 원인불명의 좀비 창궐로 대한민국은 초토화가 됐다. 다리는 무너지고, 건물은 부서지고, 도로에는 낡은 차들만이 즐비한 채 생명체는 보이지도 않는 곳이 됐다.

살아남은 몇몇만이 좀비를 피해 간신히 목숨만 연명해가는 땅. 그들마저 인간성이 파괴된 채 좀비와 다름없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조지 로메로 감독의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1968) 이후 모든 좀비 영화는 인간성 상실이 메인 주제였다. 좀비의 생태가 달라지고, 액션의 강도가 세어질 뿐 좀비는 결국 인간성 상실로 인해 탄생된 상징물이었다.

'반도'도 이 상징을 메인 설정으로 잡았다. 거기에 살아남은 631부대마저 인간성을 상실한, 좀비보다 더한 괴물로 묘사하고 있다. 그들은 살아남은 인간을 '들개'로 잡아들여 우리에 넣고 좀비와 '숨바꼭질'을 시키며 유희를 즐긴다.

영화 '반도' 스틸컷 영화 '반도' 스틸컷

'반도'의 좀비는 소리와 빛에 민감히 반응한다. 빛을 피하는 것이 아니라 빛을 찾아 몰려드는 특질을 보인다. 어두운 밤에만 움직이는 다른 영화의 좀비와는 다른 묘사다. 연상호 감독의 스토리텔러적인 면모가 보이는 설정이다.

좀비가 빛을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이후 절박한 위기 때마다 빛과 소리로 좀비의 흐름을 바꾸는 기지를 발휘한다. 화려한 불빛의 나이트클럽 광고 차량이나, 원격 조정 미니카 등을 이용하는 장면은 한 순간에 긴박감을 재치와 유머로 이완시킨다.

'반도'는 재난 액션영화에 가깝다. 좀비 자체가 재난이지만, 그 재난과 맞붙어 싸우는 것이 아니다. 재난에 살아남은 인간끼리 싸우는 액션영화에 좀비는 그저 거들 뿐이다. 좀비는 그 액션을 위한 재난에 불과한 것이다.

재난영화의 키워드는 결국 인간성의 회복과 희망이다. '부산행'이 딸을 위한 부성애의 사투였다면, '반도'는 딸들을 위한 모성애의 사투다. 연약한 주부였던 민정(이정현)은 강한 여전사로 살아남았다. 그녀의 간절한 도움 요청은 31번이나 묵살되고, 그녀는 살아남아 딸만은 살려야 한다는 모성의 화신이 된다.

초반 뉴스 장면으로 4년의 시간을 압축해 보여주는 것이나, 가족애와 희망으로 재난을 이겨내는 설정은 철저히 오락영화의 공식을 따른 것이다. 세계적 흥행을 위한 노림수다.

좀비와 인간을 우리에 넣어 내기를 거는 장면이나 631부대의 요새 묘사 등은 다소 기시감이 있다. 마치 게임 장면처럼 사실적이지 못한 속도와 거친 CG, 설명이 부족한 극의 성긴 부분이 눈에 거슬리기도 한다. 관객의 감동을 이끌어내기 위한 과도한 '감동코드'도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다.

그럼에도 '반도'의 액션은 호쾌하고, 박진감은 살아있다.

'반도'가 열린 도시를 무대로 하기 때문에 화려한 액션과 몸집이 커진 스케일은 피할 수 없는 일이다. 마지막 20분에 걸친 카 체이싱 장면은 쫄깃한 긴장감으로 관객을 몰입시킨다. 정석과 민정 일행을 추격하는 631부대의 차량 도심 질주는 멜 깁슨의 '매드 맥스' 시리즈를 연상시키며, 한국 영화에서 보기 힘든 압도적인 비주얼을 선사한다. 빛과 소리에 따라 몰려드는 좀비떼들은 마치 쓰나미처럼 카 체이싱을 강력하게 떠받는다.

몰입감과 시각적 즐거움을 위해 4DX나 ScreenX(일부 장면에서 좌우 스크린을 확대) 버전으로 감상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겠다. 연상호식(?) K좀비 영화가 기차를 넘어, 반도를 넘어, 세계를 무대로 펼쳐질 차기작이 기대된다. 116분. 15세 이상 관람가.

문화공간 필름통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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