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기의 필름통] '장사리 : 잊혀진 영웅들' 리뷰

영화 '장사리 : 잊혀진 영웅들' 영화 '장사리 : 잊혀진 영웅들'

무모한 전투였다.

군번도 없이 군복과 철모도 지급되지 않은 15살~18살의 학도병. 4~5일 총 쏘는 기초훈련만 받고, 3일간의 식량만 가지고, 군함이 아닌 민간 선박을 타고 상륙작전을 벌였다. 인천상륙작전을 교란시키기 위한 명분 치고는 참으로 허술하기 짝이 없는 작전이었다.

'장사리:잊혀진 영웅들'(감독 곽경택, 김태훈)은 그 작전에 투입된 학도병들의 고귀한 용기와 희생을 담은 전쟁영화다.

인천상륙작전 하루 전인 1950년 9월 14일. 민간 선박 문산호가 태풍 속을 뚫고 동해안으로 접근한다. 배 안에는 평균 나이 17세의 학도병 772명이 타고 있다. 대부분 대구 학생들이라 처음 타보는 배에 뱃멀미가 심하다.

영화 '장사리 : 잊혀진 영웅들' 영화 '장사리 : 잊혀진 영웅들'

이들의 임무는 장사리에 상륙해서 인천상륙작전을 교란하고, 적의 보급로를 차단하는 일. 그러나 적보다 그들을 먼저 맞은 것은 거센 풍랑의 태풍이었다. 악조건 속에서 학도병들은 이명준(김명민) 대위가 이끄는 유격대의 지휘로 성공적으로 상륙한다.

러닝타임 103분. 영화는 빠른 전개로 스피드 넘치게 그려낸다. 이들이 투입된 전투에 대한 설명과 열악한 학도병의 환경도 짧게 묘사하고, 학도병에게 포커스를 맞춰 지루하지 않게 끌어간다.

개봉 전 우려된 점은 소위 '국뽕'(애국심을 고취하기 위한 과장)이었다. 그동안 한국 전쟁영화가 늘 취해온 자세였다. 거기에 신파적인 상황까지 끌어내면 70년대 국책사업으로 만들어진 반공영화와 다를 바가 없는 것이다.

그러나 곽경택 감독은 이를 교묘하게 빗겨가면서 학도병들의 의로운 희생을 그려낸다. 학도병들의 다양한 사연들과 그들의 끈끈한 전우애도 과도하게 묘사하지는 않는다. 이북에서 피난 온 성필(최민호)이 식량을 구하러 나갔다가 인민군이 된 사촌 동생을 만나는 장면이 있지만, 이는 한국전쟁에서 허다한 일. 오히려 이 사건으로 인해 앙숙이었던 하륜(김성철)과 성필이 화해하는 계기가 된다.

또 학도병 중에 유일한 여학생인 종려(이호정)의 캐릭터도 억지스럽지 않았다. 이 캐릭터는 곽경택 감독이 탄생시켰다. 이북에 있던 이모부가 7대 독자라 누나가 대신 전쟁에 참여하겠다고 면사무소를 찾았다는 실화를 종려의 캐릭터에 녹여 넣은 것이다.

영화 '장사리 : 잊혀진 영웅들' 영화 '장사리 : 잊혀진 영웅들'

전투 장면은 실감 넘친다. 조선 인민군 제5사단의 2개 연대 규모의 부대가 T-34/85 전차 4대를 앞세우고 북상해서 학도병들과 치열한 전투가 벌어진다. 탱크의 발포와 박격포, 함포와 전투기의 폭탄 투하 등 폭발신이 실감난다. 특히 육탄전을 벌일 때 참호 사이를 지나며 찍은 장면이 처참한 당시 상황을 잘 보여주고 있다.

'장사리:잊혀진 영웅들'이 여느 한국전쟁 영화와 다른 점은 반공의 이데올로기에 집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신 전쟁의 비극이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된다는 반전 메시지는 뚜렷하게 드러낸다.

학도병에 포커스를 맞추다 보니 캐릭터들이 단순하고, 스토리가 풍성하지 못한 단점은 있다. 그리고 학도병을 제외한 나머지 인물들은 다소 상투성을 벗어나지 못한다.

미국 종군 여기자 매기(메간 폭스)는 학도병들의 활약을 알리고, 그들을 총알받이로 내 몬 미군과 국군에 대한 무책임함을 강조하는 역할이다. 매기는 당시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종군 여기자의 실재 인물에서 모티브를 따왔다. 그러나 장사리의 참상과는 너무 거리가 멀어 보인다. 또 이명준 대위 역할을 맡은 김명민도 판에 박은 캐릭터를 연기한다.

영화 '장사리 : 잊혀진 영웅들' 영화 '장사리 : 잊혀진 영웅들'

장사 상륙작전은 3일 예정으로 학도병을 투입했지만 전투는 8일간 이어진다. 문산호가 좌초되면서 구출할 함선을 구하는데 시간이 걸렸고, 함선을 호위할 전력도 없어 서둘러 철수하면서 학도병 40여명이 포로가 되기도 했다.

조국을 지키기 위해 의연히 일어난 어린 용기는 그동안 세상에 알려지지 못했다. 군번도 부여받지 못한 이들의 희생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이 작전은 기밀로 유지되다가 1990년대 들어 알려지기 시작했다.

'장사리:잊혀진 영웅들' 단순한 오락영화가 아닌 그 역사를 세상에 알렸다는 점만으로도 의미있는 영화라 하겠다. 103분. 12세 이상 관람가

김중기 문화공간 필름통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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