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기의 필름통] 여름극장 한국영화 성적표

'나랏말싸미', '엑시트', '사자', '봉오동 전투'

올 여름 극장가 흥행전(戰)에 출전한 한국영화들이다. '엑시트'는 활짝 웃었고, '봉오동 전투'는 씁쓸한 웃음을, '사자'는 눈물을, 그리고 '나랏말싸미'는 피눈물을 흘렸다. 뚜껑을 열기 전 흥행을 점치는 것은 의미 없는 일. 웃었다 울고, 울다가 웃는 것이 흥행판의 생리다. 올 여름 극장가 한국영화의 흥행 성적표를 살펴보자.

영화 '나랏말싸미' 영화 '나랏말싸미'

 

◆피눈물은 나의 것 '나랏말싸미'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를 둘러싼 흥미로운 비사를 송강호와 박해일이 연기한다는 점에서 개봉 전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기생충'으로 다시 극장가를 주름잡고 있는 한국영화 흥행제조기 송강호. 그가 세종대왕 역을 맡았으니 흥행은 '떼어 놓은 당상'. 거기에 한국인이 자랑스러워하는 한글이 아닌가.

그러나 뚜껑을 열자 관심은 급 실망으로 돌아서고 말았다. 한글을 세종대왕이 친제한 것이 아니라, 이름 없는(?) 어느 스님(신미)이 만들었고, 세종은 들러리였다는 설정인 것이다. '가설을 극화했다'는 자막을 넣었지만, 역사극의 허용 범위를 넘어선 역사 왜곡이라며 관객이 외면했다. 영화적 재미를 위한 장치가 아니라 감독(조현철)이 확신하는 듯한 보도가 나오면서 관객의 분노가 더 커졌다. 보도에 따르면 감독은 "신미 스님의 한글창제를 확신할 수 있었다"고 했고, "다양한 훈민정음 창제설 중 하나일 뿐이라는 자막을 넣었지만 나로서는 넣고 싶지 않은 자막"이라고 말했다.

기대감이 높았던 만큼 실망도 더 컸다. 순제작비는 95억 원에 홍보를 포함하면 총 제작비가 130억 원에 달했다. 손익 분기점은 약 350만 명. 그러나 94만 명으로 마감하고 말았다.

 

영화 '엑시트' 영화 '엑시트'

◆어라! 재미있네 '엑시트'

한국 재난영화는 재미가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선이다. '7광구''타워'처럼 할리우드의 아류작을 넘어서지 못했기 때문. 규모와 형식 등이 모두 미국식. 그래서 '엑시트'(감독 이상근)도 그럴 것이란 것이 선입견이 압도적이었다. 주연도 아직 파괴력이 약한 조정석과 소녀시대의 윤아. 그리고 감독도 장편영화를 처음 찍은 데뷔작이었다. 그러나 뚜껑을 열자 한국식 설정과 재미가 가득한, 영리하면서도 잘 만든 영화라는 평이 압도적이었다. 감독은 재난영화면서 밝은 톤으로 유지하며 조연들(고두심 박인환 김지영)을 통해 재난을 한국형, 생활형 웃음으로 버무렸다.

개봉 14일 만에 관객 619만 명을 동원하며 올 여름 최고 흥행작으로 등극했다. 제작비는 130억 원으로 손익분기점은 350만 명. 개봉 1주일 만에 손익분기점을 넘겼다. 개봉 2주를 넘겼지만 뒤늦게 개봉한 '봉오동 전투'와 극소한 차이로 1,2위를 달리고 있다.

영화 '사자' 영화 '사자'

 

◆존재감 없는 '사자'

'사자'(감독 김주환)는 '엑시트'와 같이 7월 31일 개봉된 여름용 영화다. 어느 날 이유를 알 수 없는 상처가 생긴 격투기 챔피언 용후(박서준)가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구마사제 안 신부(안성기)를 만나 세상을 혼란에 빠뜨리는 강력한 악에 맞선다는 이야기다.

'사자'는 롯데엔터테인먼트가 147억 원을 투입한 작품이다. 개봉 전 예매율 1위를 기록하며 개봉 첫날 '엑시트' 보다 많은 스크린을 배정받았다. 롯데시네마는 '엑시트'보다 115개 많은 521개의 스크린을 '사자'에게 몰아줬다. 개봉 첫 날 38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 청신호를 기대했지만, '엑시트'에게 1위 자리를 물려주고 뒤로 나 앉았다. '사자'는 개봉 2주를 넘긴 14일 현재 156만 명의 관객을 모았고, 손익분기점을 넘기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영화 '봉오동 전투' 영화 '봉오동 전투'

 

◆물들어올 때 배 타자 '봉오동 전투'

'봉오동 전투'(감독 원신연)는 흥행판으로 보면 '천운'(?)을 탔다. 현재의 반일 감정을 전혀 예상치 못한 가운데 제작된 영화다. 기가 막힌 타이밍이다. 일각에서는 첨예한 한일 관계에 반일 감정도 최고조에 달해 천 만 관객을 넘길 것이라 예상까지 나왔다. 그러나 개봉하자 의외로 1주일 전 개봉한 '엑시트'에 밀리는 상황까지 연출되면서 주춤했다.

주제도 좋고, 배우들도 호연했지만 '엑시트'에 비해 완성도가 낮고, 스토리가 신선하지 못하다는 관객의 반응 때문이다. 그러나 항일영화로 일본군의 잔학성을 잘 보여준다는 점에서 꾸준히 관객의 발걸음을 잡고 있다.

총 제작비는 150억 원. 손익 분기점은 450만 명이다. 지난 14일 현재 관객은 245만 명. 손익 분기점을 넘길 것이라는 예상이 압도적이지만, 기가 막힌 타이밍이란 호조건을 감안하면 성에 차지 않은 성적일 것이다.

 

김중기 문화공간 필름통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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