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책

 
일러스트 전숙경(아트그룬)

[시니어문학상 논픽션 당선작 '열망']①

1. 어린 시절교실 복도에 무릎을 꿇고 앉아 두 손을 위로 번쩍 들고 있는 내 눈에서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급우들은 모두 중학교에 간다고 마음이 들떠 너도나도 얼굴을 마주보며 재잘거렸고 나와 가장 친한 성자도 웃음을 잃지 않았다. "너 또 월사금 못 냈어?" "그래서 벌서는 거야?" 내 곁을 스쳐 지나며 한마디씩 던지는 말들이 내 심장을 찔렀다. 돈이 없어 월사금을 못낸 건데 그게 무슨 죄가 된다고 벌을 서야하는가. 내 마음 안에서 알 수 없는 불만이 한없이 쏟아져 나왔다. 아직 어린 초등학교 6학년이었지만 묘한 자존심에 내 얼굴은 화끈거렸다. 하굣길에 나는 졸졸 흘러내리는 개울물에 연신 두 손을 적셔 눈물을 닦아냈다. 마음한구석이 아릿하고 아파왔다. 우리 집은 왜 가난할까. 뭣 땜에 돈이 없는 걸까. 아무리 생각을 거듭해 봐도 알 수 없는 노릇이다. 하긴 친구인 성자네도 잘 사는 건 아니다. 어느 때는 초근목피로 끼니를 때우는 때가 허다하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헌데도 성자 아버지 어머니는 죽을 힘을 다해 자식들을 공부시키려 노력하는 거 같다. "사람은 배워야해. 그렇지 않음 짐승과 다를 바 없지. 한 끼 굶어도 머릿속에 먹물을 넣어야지 어디 배만 부르면 되는감." 늘 성자아버지는 이렇듯 말하곤 했다. "암요. 배워야 사람노릇을 제대로 할 수 있는 법이지요. 성자 너도 아버지 말 1씀 명심하고 새겨듣도록 해. 배움이 적으면 나중에 똥지게 꾼한테 시집가게 될 테니 그리 알고." 성자어머니도 한몫 거들며 힘을 보탰다. 나는 아침 등굣길에 성자와 나란히 길을 걸으며 마음속으로 성자가 무척 부러울 뿐이었다. 사실 성자는 나보다 공부도 못하고 어리숙한 편이었다. 하지만 부모를 잘 만나 얼마 후면 중학교에 입학한다. 이 생각에 머물자 나는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길가의 돌멩이를 확 걷어찼다. 돌멩이는 저만큼 멀리 굴러갔지만 내 발가락은 몹시 아팠다. "나도 중학교 보내줘!" 집으로 들어서자 나는 대뜸 어머니 앞으로 달려가 목소리를 냈다. 어머니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나도 중학교에 가고 싶단 말이야!" 연이어지는 내 목소리에 어머니가 그때야 반응을 보였다. "이 가시나가 미쳤나? 지금 무슨 소릴 하는 겨? 먹고 살기도 바듯한데, 그딴 소리 하려거든 일이나 해!" 내 등짝을 탁 소리가 나도록 때리며 어머니는 두 눈을 부라렸다. "일만하면 장땡인감. 성자아버지는 사람은 모름지기 배워야 한다는데." "그럼 성자네로 가 살던지. 우린 가난해서 월사금 낼 돈 없으니까." 계속 두런거리는 내 등 뒤에서 어머니의 비웃음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책보자기를 마루에 휙 집어던지고 잽싸게 어머니의 눈앞을 벗어났다. 자칫 머뭇거렸단 또 어머니의 매서운 손길이 내 등을 때릴 게 빤하기 때문이었다. 뒤꼍에 앉아 하염없이 감나무를 바라보며 눈물지었다. 감은 아직도 열리지 않고 잎사귀만 새파랗게 매달려있었다. 나는 어느 순간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반드 2시 배울 것이다. 그래서 사람으로 살고 싶다. 나는 뒷마당에 쌓여있는 모래를 한줌 집어 닭들을 향해 홱 뿌렸다. 닭들은 허겁지겁 달려들어 연신 부리로 쪼아 먹는다. 먹을 것밖에 모르는 짐승들이다. 머릿속엔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고 오로지 뱃속만 채우는 실속 없는 짐승들, 마땅히 사람과는 구별됨이 옳지 않겠는가. 나는 조금 배고프고 헐벗더라도 머릿속을 채우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으리라, 굳은 결심이 내 가슴을 깊이 파고들었다. 들녘의 파릇한 풀밭에 앉아 영어 단어를 외우고 냇가에서 빨래를 하며 친구 성자가 알려준 한 글자 한 글자를 머릿속으로 더듬적거리며 읽어 내렸다. 성자는 나와 가장 가까운 친구로 우리 바로 옆집에 살았다. 성자네도 우리 집과 비슷한 처지로 겨우 생계를 유지하고 살았지만 아버지가 교육열이 남달랐던 탓에 늘 배움을 중요시하며 딸이지만 편견 없이 공부를 시켰다. 나는 성자가 너무도 부럽고 인간답게 사는 거 같아 가끔 비교해보며 눈물짓곤 했다. "넌 좋겠다. 중학교에 다닐 수 있어." "너도 배워. 내가 가르쳐 줄게." 이렇게 시작된 내 공부는 식을 줄 모르고 끊임없이 계속됐다. 밤마다 몰래 집을 빠져나가 성자네 집 호롱불아래서 나는 성자로부터 영어와 수학공식을 깨우치기에 이르렀다. 즐겁고 행복한 시간들이었다. 그때 내 선생님이었던 성자는 공부를 더 많이 하겠노라 도회지로 나갔고 결국 선생이 됐다는 후문을 들었다. 그러므로 역시 내 생각은 틀리지 않았다. 남녀불문하고 사람은 배워야한다는 거, 배우지 않고는 가난도 결코 벗어날 수 없고 어두운 길을 끝없이 헤매며 걸어야한다는 사실, 나는 일찍이 깨닫고 그 길을 선택했던 사람 중 한명이 됐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공부에 매달렸다. 어느 때는 학교 교실 유리창 밖에서 또 어느 날은 개울을 건너며 중얼거렸던 글자들을 나는 바닷가 모래사장에 손가락으로 때로는 나무막대기나 돌멩이로 쓰고 지우고 또 쓰기를 반복하곤 했다.

2019-01-14 13:33:24

계간 문장 신인상 시상식

계간 문장(대표 장호병)은 11일 팔레스호텔에서 문장 신인상 시상식을 열었다. 시 부문 김형신·김윤호·박희규, 수필 부문 류승화·김경언·이태희, 시조 부문 이재영 씨 등이 신인상을 수상하면서 등단했다.

2019-01-12 22:34:00

죽순문학회, 죽순 52호 출판 기념회

죽순문학회(회장 장호병)는 10일 대구문학관에서 죽순 52호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이날 최규목 이상화기념사업회 회장, 하청호 한국문인협회 부이사장, 박복조 대구펜 회장, 장사현 영남문학 대표 등 50여 명이 함께했다.

2019-01-11 13:20:30

어제보다 더 나답게 일하고 싶다/박앤디 지음/북클라우드 펴냄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사라진지는 오래됐다. 그만큼 과거보다 이직이 잦아졌고, 취업난을 뚫고 어렵게 입사한 새내기 직장인들이 회사에 다니면서 다시 취업을 준비하는 '취반생'(취업반수생), 자신에게 맞는 직장을 찾아 퇴사 후 취업준비생으로 돌아가는 '돌취생'이라는 단어도 등장했다. 실제로 지난해 한 취업포털이 직장인 44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년차 미만의 신입사원 10명 중 6명은 '다시 취업 준비 중'이라고 답했을 정도다.오늘도 출근하는 직장인들의 머릿 속에는 '이 일이 정말 나에게 맞는지', '이 일을 계속할 수 있을지', '앞으로 뭐해먹고 살아야할지'라는 고민이 떠오른다. '어제보다 더 나답게 일하고 싶다'는 이런 고민을 하는 직장인들을 위한 '커리어 처방'이다.이 책은 "좋아하는 일을 하라"고 무작정 외치지도, "회사생활 다 힘들다, 너만 그러니?"라고 냉정한 일침을 가하지도, "아프니깐 직장인이야"라고 어설픈 위로를 하지도 않는다. 하루 8시간을 직장에서 보내는 직장인을 위해 나답게 일하고 하루하도 더 원하는 삶을 살 수 있게 돕는다.◆회사쇼핑을 통한 '마이너스 이직'은 그만매주 일요일 '퇴사학교'에서 '강점기반 커리어설계' 워크숍을 진행하는 지은이 박앤디는 한사람 한사람의 고유한 가치를 발견해주는 성향 분석 전문가이자 미국 갤럽 인증 강점코치다. 그는 취업 준비를 하는 대학생부터 현직 직장인, 퇴임을 앞둔 기업 임원까지 수많은 사람들의 성향을 분석하고 그 성향을 강점으로 활용하는 법을 전파해왔다. 카카오, 현대카드, BMW, 웅진 등 국내외 기업에서도 강점 개발과 조직문화 컨설팅을 하고 있다.워크숍을 찾은 사람들은 그에게 "왜 일하는지 모르겠어요", "회사를 옮겨도 여전히 힘든 이유는 뭘까요?", "그만두고 싶은데 딱히 갈 곳도 없고, 어쩔 수 없이 다녀요"라며 답답하다는 듯 고민을 털어놓는다. 그럴때마다 지은이는 '다음엔 어디로 옮길까?'라는 생각으로 회사 쇼핑을 하기보다는, 나의 성향을 빠르게 파악해 나에게 맞는 방식으로 일하라고 조언한다. 회사에 맞춰 일하지 않고 나에게 맞춰 일할 때, 몰입은 저절로 되고 지긋지긋한 직장인 사춘기를 끝낼 수 있다는 것.지은이는 나의 성향에 맞지 않는 회사로 옮기는 것을 '마이너스 이직'이라 표현한다. 연봉을 깎거나 복지가 안 좋은 회사로 간다는 것이 아니라 내가 추구하는 가치관이나 방향과 맞지 않는 방식으로 억지로 일하는 것, 그것이 마이너스 이직이다.마이너스 이직은 진정 내가 가야 할 길과 더 멀어지거나 보류 상태에 빠지게 한다. 일관성 없이 잡다한 일만 하다가 퇴사 후에는 제대로 할 줄 아는 게 없는 사람이 되거나, 또는 의도하지 않은 분야에서 너무 오래 일하다 보니 싫어도 그 일을 계속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는 것이다.마이너스 이직의 또 다른 폐해는 자신에게 맞는 직무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지 않고, 상사나 회사가 자신과 안 맞는다는 이유로 어딘가에 있을 낙원을 찾아 '회사 쇼핑'에 나선다는 점이다. '어느 회사로 옮길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시작 단계에서부터 이미 실패한 이직이라 할 수 있다.◆9단계 커리어 수업을 통해 나의 커리어 설계 하기한 취업 포털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직장인의 평균 이직 준비 기간은 4.3개월에 불과하고, 이직자 중 60%가 이직을 후회한다고 답했다. 감정적인 결정과 준비 없는 이직은 후회를 불러오고 장기적으로는 커리어를 망칠 수 있다.마이너스가 아닌 플러스 이직을 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성향'을 발견하고 '나답게' 일해야한다고 지은이는 말한다. 사람들은 보통 일과 직장을 선택할 때 연봉과 복지, 출퇴근 거리는 고려하더라도 정작 자신의 성향과 회사 또는 일이 잘 맞는지는 제대로 고려하는 않는다. 하지만 성향을 무시한 채 커리어를 설계하면 외적 조건에 만족하더라도 몇개월 혹은 몇 년 뒤에 만족도가 쉽게 사라질 수밖에 없다.책에서는 '나의 성향'을 찾고 '일의 성향'과 '회사의 성향'까지 파악해, 나-일-회사의 적합성을 서서히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이 과정을 '9단계 커리어 수업'을 통한 직장인들의 실제 사례를 제시한다. 9단계 커리어 수업은 ▷내가 진짜 원하는게 무엇일까 ▷나는 매일 어떤 일을 하고 있나 ▷왜 이렇게 출근하기 싫을까 ▷그럼에도 회사를 떠나지 못하는 이유 ▷평범한 이력서에서 나의 잠재력 찾기 ▷내가 하는 일의 정체를 밝히기 ▷이 일이 정말 나와 맞는 걸까 ▷그 회사, 그 상사 나와 잘 맞을까 ▷평생 나를 이끌어 줄 커리어를 찾아서 등의 단계로 이루어져 있다.9단계 커리어 수업은 획일적인 커리어 컨설팅이 아닌 개개인에 맞춤한 설계법이다. 책 마지막에는 독자들이 직접 커리어를 설계할 수 있도록 '셀프체크 리스트'를 제공한다. 또 실무자 인터뷰, 커리어 스토리텔링 등 커리어 설계 이후 검증해볼 수 있는 방법들도 담았다.지은이는 '당장의 현실에 타협하는 것'과 '완벽하게 나에게 맞는 일을 바로 찾는 것'처럼 모 아니면 도의 극단적인 옵션만 놓고 결정하지 말 것을 조언한다. 그는 "최대한 현재 나에게 주어진 자원을 활용하여 점진적으로 적합성과 만족도를 높여나가는 방법이 옳다. 처음에는 일과 나와의 궁합이 30% 정도였다면, 다음 이직에서는 40%로, 그다음 직장에서는 50%로, 조금씩 높이며 이직하는 것이 더 현실적이다"라고 말한다.

2019-01-10 11:56:40

[반갑다 새책]한번만 잡아줘 그림공감에세이/전성찬 지음/부카 펴냄

이 책은 명화감상을 통해 마음을 치유한 지은이의 에세이를 읽고 독자가 스스로 에세이를 쓰게끔 편집돼 있다. 먼저 그림이 등장하고 이어 지은이의 그림에 대한 정보가 짧은 글로 소개된다. 이어 다음 페이지에 독자가 직접 해당 그림에 대한 감상을 쓸 수 있는 란을 비워두었다.대학시절 클래식 음악을 전공한 지은이는 대학원에서 예술경영을 전공하고 지역 문화재단에서 10년 근무 후 현재 광역시의회에서 문화관광체육 분야의 입법 정책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나는 그림 같은 삶을 살지 못했다고 생각했다. 그림 같은 삶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고 생각했다. 글을 쓰며 돌아본 나의 삶은 그림 같은 기적의 연속이었다." 지은의 이 말처럼 책은 한 번에 다 읽어도 공감되고 곁에 두고 한편씩 읽어도 감성적 포근함이 유지된다.이 책은 가히 명화가 주는 마음의 치유효과를 단순히 독서로 경험하는 게 아니라 독자가 직접 글을 써봄으로써 보다 실천적인 그림감상의 길로 안내하고 있다. 144쪽, 1만3천500원

2019-01-09 13:37:17

[반갑다 새책]히말라야 언저리를 맴돌다/이도국 지음/세종 펴냄

이 책은 인도 미얀마 태국 라오스 윈난 중원 티베트 실크로드에 이르기까지 모든 곳을 발로 밟아가며 여행을 이어간 지은이의 여행기이면서 각 지역마다 얽혀 있는 역사적 통찰력마저 돋보이는 역작이다.지은이는 삶과 죽음이 혼재한 갠지스강의 바라나시에서 시작해 인도의 종교와 복잡한 여러 왕조를 이야기하고 골든 트라이앵글에서는 지중해 연안이 원산지인 양귀비가 7세기에 중국에 전해진 이야기를 하며 근현대사를 넘나든다.타지마할을 묘사한 부분에서는 실제로 공중정원을 눈에 보는듯한 유쾌함도 느낀다. 뿐만 아니라 그 나라, 그 지역에 관계된 명시와 한시, 팝송, 영화대사 등을 인용해 문학적 재미도 첨가했다. 이 때문에 다만 낯선 곳을 찾고 풍광을 즐기는 여행이 아니라 역사, 문화사, 문학을 섞여 여행의 미학을 드러낸 책이다.경북 청도에서 태어난 지은이는 2012년 퇴직 후 배낭을 둘러메도 역사 여행을 다니고 있다.265쪽, 1만5천원

2019-01-09 13:36:24

일러스트 전숙경(아트그룬)

[2018년 제4회 시니어 문학상 논픽견부문 당선작](⑧·끝)노병의 증언/ 김길영

▶실종 40여 일우리 일행 일곱 명은 대구에 도착하여 8사단 보충대에 입소했다. 나와 고향 전우 박준영 외 5명은 횡성 전투에서 실종됐다가 40여 일 만에 8사단 16연대로 복귀한 것이다. 사단 보충대에서는 우리 일행을 데리고 빈 창고로 가서 분사기로 DDT를 뿌려댔다. 머리도 군인답게 잘라주었다. 그리고 온수목욕탕에서 때를 밀었다. 전쟁터 화약 냄새며, 중공군 노린내도 씻어 냈다. 새 군복으로 갈아입고 특별 신체검사를 받았다. 모두 건강에는 이상이 없었다. 40여 일 동안 짐승처럼 마른 풀을 씹어 먹고, 소나무 껍질을 벗겨 먹은 목숨들이었다. 꽁꽁 언 밥솥에 물을 붓고 끓여 허기를 채웠다. 어딘가 모자라거나 병이 생길만했다. 그런데 멀쩡한 군인으로 돌아온 것이다. 우리 부대는 2월 11일 강원도 횡성에서 전면 피습당한 후, 3월 3일 대구에서 재편성하고 강도 높은 훈련을 실시했다.▶ 부모님 면회훈련을 마친 2월 말, 우리 8사단은 11사단과 교대하여 지리산전투사령부를 설치하고 공비토벌작전을 펼치기 위해 열차편으로 이동하게 되었다. 경산역에서 잠시 정차하는 동안 역무원을 통하여 고향에 엽서 한 장을 띄우게 되었다. 내가 일선에 있을 때에는 매일 같이 군사우편을 이용하여 소식을 전해드렸으나 포로가 된 40여 일 동안 편지를 띄우지 못했다. 고향집에서는 오매불망 내 소식이 오기를 기다렸을 것이다. 내 편지가 끊기고 소식이 두절되었을 때 후방에서 들은 이야기들은 8사단이 전멸했다는 소문이 돌았다는 것이다. 불길한 소문이 후방에 퍼져가던 차에 내 엽서를 받아 본 우리 가족들은 부리나케 봇짐을 메고 우리 부대가 있는 진주까지 찾아 오셨다. 죽었다고 생각한 아들이 어머니 품에 안긴 것이다. 이때 고향 전우 박준영이도 함께 면회를 했다.▶연락병51년 3월 30일. 우리 8사단은 지리산공비토벌에 참가했다. 전주에 사단본부가 주둔하고 10연대는 지리산을 중심으로 서북지역, 21연대는 동부지역, 내가 속한 16연대는 동남부지역인 경남 진주농업시험장으로 가게 되었다. 전주 사단본부와 16연대가 있는 진주와의 거리가 너무 멀어서 전령이 당일 왕복하기가 힘들었다. 지금처럼 장거리 버스가 있는 것도 아니고 군용차량이 수시로 왕래하지도 않았다. 험한 재를 넘어야하는 경우가 많아서 연락업무가 불편했다. 그래서 막중한 연락업무를 당일 처리하지 못했다. 16연대는 전주와 진주 중간 지점인 전라북도 남원에 중간 연락소를 설치하고 전주 사단본부와 진주 16연대를 왕래하면서 연락업무를 수행하게 됐다.▶부대전방으로 이동하다51년 5월 19일. 8사단은 지리산토벌작전 중에 강원도 인제 기린면 현리 북방 주저항선으로 긴급히 이동했다. 5월 25일 용포리 일대의 전투에서 일진일퇴를 거듭하면서 북진했다. 연대 CP를 성화리로 이동하고 장기 주둔했다. 우리 연대는 서화면 노전편 전투에서 중공군과 인민군이 합세한 적군과 한 달여 동안 혈전을 벌였다. 유엔군의 전폭기와 동해 함포사격 지원을 받으며 맹공을 가했다. 중공군은 사상자가 많았다. 보급품 수송이 차단되고 전세가 불리해지자 소련이 유엔을 통하여 51년 7월 10일 휴전회담을 요청해오고 개성에서 회담을 개최한 바 있었다.51년 9월 22일. 16연대는 4개월간 혈투를 거듭하던 인제 작전을 다른 사단에게 인계하고 양구 고방산 전투에 투입되었다. 이곳에서는 중공군 패잔병과 인민군혼합부대와 약 2개월 간 공방전이 벌어졌는데, 결국 기세를 꺾어 놓는데 성공했다. 우리 부대는 2개월간 사수한 양구지역을 또 다른 사단에게 넘겨주고 우리 부대는 춘천으로 이동했다. 소양강변 백사장에 주둔하면서 부대 점검에 들어갔다.▶다시 지리산공비토벌작전51년 9월 26일. 우리 부대는 다시 지리산공비토벌작전명령을 받았다. 춘천에서 서울. 서대전. 전주를 거쳐 남원에 도착했다. 남원농림학교 후방에 CP를 두고 28일 임실군 갈평리를 통과해서 어느 냇가에 전방 CP를 설치하고 작전준비에 들어갔다. 16연대 작전지역은 임실. 순창. 담양. 장성 일대의 지역으로 작전범위가 매우 넓었다. 지리산 동남부를 총괄하는 범위였다. 밤이 되면 공비들이 부락으로 내려와 식량을 약탈하고 방화 후, 짐을 싣고 도망치면서 부녀자를 납치하는 만행도 저질렀다.51년 12월 1일을 기해 정부군 2개 사단과 전투경찰대를 총지휘하는 야전사령관에 백선엽 소장을 임명하고 지리산 공비소탕작전에 총력전이 시작되었다. 이 작전으로 공비사살 438명, 생포 528명의 전과를 올렸다. 이로써 4개 군 지역의 주민들에겐 평화를 되찾게 하였다.52년 2월 5일. 우리 16연대는 2차 지리산토벌작전을 마치고 다시 정읍을 출발하여 청량리에 도착 했다. 수송부대 차량으로 포천군 오점포에서 6주간 강도 높은 훈련을 받았다. 그리고 포천에서 인제군 서화면으로 부대 이동했다.52년 5월 30일. 당시 서화초등학교 운동장에 연대본부를 설치하고 대형 천막 10동을 세웠다. 그리고 16연대는 52년 8월부터 인제군 서화면 가전. 대왕산 전투에서 요충지 확보를 위해 격렬한 전투가 연일 이어졌다.▶수도고지52년 9월 23일. 16연대가 김화전선으로 이동했다. 우리가 맡고 있는 수도고지에서 중공군은 하루 6백여 발의 포사격을 퍼부으며 공격해 왔다. 고지를 빼앗기고 되찾기를 열네 번이나 거듭하다보니 산은 민둥민둥해졌다. 그만큼 쌍방 간 병력 손실이 컸음을 말해 주는 것이다. 아군은 휴전협정이 임박해지자 한 치의 땅이라도 빼앗기지 않으려고 결사적으로 방어를 했다.53년 7월 초순. 중공군과 인민군 합동 대공세에 밀려 수도고지를 포기하고 20킬로미터나 후퇴했다. 김화읍 금곡. 방통 북쪽으로 이동한 것이 지금의 휴전선으로 53년 7월 27일 판문점에서 휴전협정이 이루어졌다. 나는 휴전협정이 이뤄지기 약 4개월 전에 의병제대 했다. 이 땅에 다시는 전쟁이 발발해선 아니 될 일이다. 나와 같이 평생을 전쟁의 기억 속에 살고 있는 병사가 없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이규락1950년 8월 30일 입영 ~ 1953년 4월 1일 전역(의병제대)군번: 0141497병과: 100계급: 육군하사*1951년 2월 12일 횡성 전투에서 실종~1951년 3월 22일 귀대

2019-01-07 19:30:00

내 치즈는 어디서 왔을까/스펜서 존슨 지음/인플루엔셜 펴냄

20년 전 등장한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는 짧은 이야기로 큰 공감을 얻었다. 부지런한 두 생쥐와 두 꼬마인간이 급격한 변화에 맞서 각자 어떻게 대처해갔는지를 담고 있는 이 책은 단순한 메시지였지만 많은 사람의 공감을 얻었다. 전 세계 2천800만부가 팔려나갔으며 여전히 스테디셀러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지은이 스펜서 존슨이 책이 나온 후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은 "고집스럽게 홀로 남은 '헴'은 어떻게 됐나요?"였다. 생쥐들과 친구 '허'가 새로운 치즈를 찾기 위해 떠났지만 헴은 홀로 남아 있었던 것. 그래서 지은이는 20년 만에 '내 치즈는 어디에서 왔을까'로 사람들의 질문에 답한다.◆스펜서 존슨이 남긴 마지막 '치즈 이야기'생쥐들과 허가 떠난 뒤 홀로 남은 헴에서 이 책은 시작한다. 안절부절 못하며 돌아오지 않는 친구들을 원망하던 헴은 마침내 자신도 더 많은 새 치즈를 찾아 나서기로 결심한다.책은 헴의 여정을 통해 '헴은 왜 새 치즈를 찾아 나선 것일까', '과연 치즈는 어디서 온 것일까', '어떻게 해야 미로를 벗어날 수 있을까', '우리가 믿고 있는 사실이 항상 옳은 걸까' 등의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나간다.전작에서는 '생존하기 위해서 과거는 잊고 새로운 치즈를 찾아 떠나야 한다는 것'이 책을 관통하는 메시지였다. 우리 삶은 계속 변화하고, 그렇기 때문에 변화를 받아들이고 신속히 대응해야한다는 것이다. 다만 헴은 그렇지 못했다. 어떤 사람은 혹은 어떤 때에는 허처럼 변화에 잘 적응해나가지만, 헴처럼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기도 한다.이번 책은 '눈에 보이는 현상'이 아니라 그 현상을 대하는 우리의 '사고의 전환'을 다룬 이야기다. 전작처럼 빠른 시간 내에 읽을 수 있는 짧고 단순한 이야기지만, 그 안에 담고 있는 메시지는 우리의 운명을 바꿀 만큼 심오하고 강력하다.이 책은 스펜서 존슨이 남긴 유작이기도 하다. 지은이는 이 책의 출간을 준비 중이던 2017년 7월 췌장암 합병증으로 세상을 떠났다.책을 추천한 김소영 아나운서는 "우리가 지금 미로 속을 맴돌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시간이다. 한계가 없는 미래를 꿈꾸며, 무엇이든 실행하고 경험하고 즐기고자 하는 이가 결국 미로의 출구를 찾아낼 수 있다"며 자신 역시 미로 밖 세상을 그려보려 한다고 말했다. 또 김지영 국립발레단 수석 무용수는 이전 책을 읽고는 네덜란드로 떠나는 도전을 감행했다면, 이번 책을 읽고는 생각의 방향을 바꿀 수 있었다며 "나는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다는 이야기에 계속 도전할 용기를 얻었다"고 말했다.◆새로운 신념으로 생각을 전환하라이번 작품에서는 다시 한번 '치즈 이야기'를 통해 '새로운 신념'에 대한 메시지를 전한다.홀로 남은 헴이 허가 돌아오지 않자 '허가 나를 피해 숨었다', '친구면서 어떻게 나를 배신하는가' 등의 생각으로 화를 내며 상황을 '불공평하다'고 까지 여긴다. 책은 이처럼 간혹 '착각하는 것'을 '사실'로 믿어버리는 모습을 통해 사실을 제대로 봐야 상황을 제대로 인식할 수 있다고 말한다. 허는 헴이 싫어서 떠난 것도, 친구관계를 저버린 것도 아니었다. 허가 떠난 이유는 그저 '치즈가 거기 없었기' 때문이었다.헴은 허가 돌아오지 않는 상황에 대해 질문을 바꿨다. 왜 자신은 치즈를 찾으러 가지 않았는지, 왜 친구와 함께 가지 않았는지. 감정 대신 사고의 전환을 통해 자신을 둘러싼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시작한 것이다. 더 많은 새 치즈를 찾아 미로로 떠난 헴은 허가 남긴 '과거의 신념은 우리를 새 치즈로 이끌지 않는다'라는 글귀를 보게 된다. 헴에게 허가 남긴 글귀는 생뚱맞아 보였지만 점차 깨닫게 된다. 자신이 '과거의 신념', 즉 '낡은 신념'이라는 감옥 안에 갇혀 있었음을. 헴은 변화와 생존을 위해서는 '새로운 신념'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새로운 신념을 획득하는 과정을 터득해간다. 그리고 마침내 헴은 전작에는 없었던 근원적인 질문을 던진다. '전에 그 치즈는 어디서 왔던 것인가'라는 질문을 통해 미로 '안'에서 치즈 찾기에 골몰하던 헴은 미로 '밖' 세상을 꿈꾸게 된다. 눈에 보이는 치즈만 찾던 헴이 눈에 보이지 않는 치즈가 있는 곳을 생각하고 상상할 수 있게 된 것이다. 148쪽, 1만3천800원.▷지은이 스펜서 존슨은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로 남부 캘리포니아 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한 뒤, 아일랜드 왕립외과대학에서 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하버드대학교 메디컬 스쿨과 미국 최고의 병원인 메이오클리닉에서 수련 과정을 마쳤으며, 하버드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에서 리더십 특별연구원을 역임했다. 하버드대학교 행정대학원에서 공공리더십센터 고문, 세계적인 컨설팅 기업인 스펜서 존슨 파트너스의 회장이었다. 세계적 밀리언셀러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 외에도 '1분 의사결정', '1분 자기혁명', '1분 경영' 등 1분 시리즈와 '선물', '선택' 등을 펴내기도 했다.

2019-01-03 10:15:16

[반갑다 새책]위단의 장자심득/위단 지음'이성희 옮김/시그마북스 펴냄

왜 지금 우리는 장자를 읽어야 하는가?현대를 살면서 우리에게 가장 곤혹스러운 일은 부지불식간에 변하는 외부 세계에 어떻게 적응하고 그러면서도 마음을 어떻게 변하지 않도록 지키느냐는 것이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평안하고 굳건하게 마음을 지킬 수 있을까? 아마도 장가가 이 물음에 답을 해줄 수 있을 것이다.장자의 글은 기세가 힘차고 웅장하며 생각에 제한이 없다. 그의 우화는 기발한 상상력 속에 심오함을 담고 있다. 그 무엇에도 얽매임이 없다. 돈과 관직 보기를 돌을 보듯 했으며 심지어 죽음에 대해서도 자신만의 독특한 견해를 나타내고 있다.얼핏 보면 모두 '허무맹랑한 말이요 황당하고 과장된 이야기 도를 넘어선 발언'으로 여기기 쉽다. 그러나 그 속에 커다란 지혜가 감추어져 있다. 그가 말하는 인생 최고의 경지는 천지 사이에서 한가로이 노니는 것이다.지은이는 "삶의 매분 매초 진정 즐거워하고 순응하며 생사가 엇갈리는 변화 속에서 내 인생에 아무런 후회가 없었다"라고 말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러다보면 길은 반드시 열린다. 이게 장자를 읽어야 하는 이유이다. 296쪽, 1만5천원

2019-01-02 17:57:01

[반갑다 새책]포항의 기인 권달삼 이야기/박창원 지음/포항문화원 펴냄

권달삼(1881~1952)은 생존 당시 포항지역에서 '산에는 산삼, 바다에는 해삼, 육지에는 달삼'이란 말이 돌 정도로 해학가로 명성이 높았던 기인이다. 그는 일제강점기와 해방공간, 6'25전쟁을 거치는 암울한 시기에 지역민들에게 신선한 웃음을 선사했고 사람들에게 낙천적 인생관을 불어넣어 주는 역할을 했다.이 책은 포항문화연구소 연구위원인 지은이가 20여 년 전 사람들 입으로 전해지던 이야기를 오랜 시간 발품을 팔아 수집하고 정리한 것으로 각박한 세상살이에서 봉이 김선달 빰치는 듯한 일화들이 신선하다.모두 4부로 구성된 내용 중 특히 2부에 소개된 권달삼의 일화 40편은 편마다 한편의 코미디 같은 이야기들로 해학과 기지, 풍자가 넘쳐나는 내용으로 가득 차 있다. 이어 3부는 권달삼 전설에 대한 연구 논문이며 4부는 1990년대 제보자들로부터 녹취한 자료 55편을 그대로 옮겨 쓴 것이다. 187쪽, 비매품. 054)242-4711

2019-01-02 17:56:47

선생님 저 우울증인가요?/지은이 오카다 다카시/북라이프 펴냄

우리에게 '우울증'은 일상에서나 뉴스에서나 자주 마주치는 말이 됐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우울증에 대한 편견은 상당하다. 우리나라 사람이 평생동안 우울증에 걸리게 되는 유병률은 5% 수준으로 프랑스(17%), 미국(15%) 등에 비해 낮은데, 이는 우울증이라도 병원에 가는 것을 꺼리기 때문이다.일본을 대표하는 정신과 의사 '오카다 다카시'의 '선생님 저 우울증 인가요?'는 현대인에게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는 우울증과 기분장애를 풍부한 데이터를 통해 다룬다. 또 실제 치료 사례를 통해 우울이나 기분의 문제로 고통받고 있는 이들에게 현실적인 해답을 제시한다. ◆조울증이었던 괴테, 우울증이었던 소노 아야코'파우스트',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등으로 문학사에 큰 족적을 남긴 괴테에게는 놀라운 비밀이 숨어 있었다. 바로 일정한 주기로 두 가지 모습이 번갈아 나타났다는 것. 기분이 좋을 때는 일을 내팽개치고 이탈리아로 여행을 떠나거나 여자아이에게 청혼하는 등 상식에서 벗어난 행동을 보였고, 기분이 저기압일 때는 자살 충동을 심하게 느끼고 집에 틀어박힌 채 지냈다. 이렇듯 반복되는 기분은 2년, 5년씩 번갈아 나타났는데 괴테가 18세였을 때를 기점으로 총 7번 되풀이돼 74세까지 이어졌다.베스트셀러 '약간의 거리를 둔다'를 쓴 소노 아야코 역시 기분의 족쇄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젊은 시절 작가로서 큰 성공을 거두며 생긴 불안감, '착한 딸'로 살아야 한다는 부담감, 육아와 집필로 인한 고립감 등이 그 원인이었다. 그녀는 여행을 통해 우울한 감정을 해소하고 활력을 되찾았다.괴테와 소노 아야코는 둘 다 기분장애를 앓았는데, 괴테는 조울증, 소노 아야코는 우울증이다. 기분장애라는 범주에 있지만 겉으로 보인 양상은 극명하게 달랐던 것이다.책은 기분장애라고 하면 흔히 우울증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여러갈래 나뉜다고 설명한다. 우울증만 해도 멜랑콜리형 우울증, 정신병적 우울증, 계절성 우울증으로 다양하게 나눠지며 조증과 우울증이 번갈아 나타나는 조울증, 즉 양극성 장애도 제1형 양극성 장애와 제2형 양극성 장애 등으로 세분화된다. 단순히 기분이 침울하다고 해서 우울증이라 단정할 수 없고, 우울증인 사람에게 '마음을 편히 가지라'거나 '스스로를 사랑하라'고 말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약물치료도 필요, 생활습관의 변화로 극복이 책은 우울증에 걸린 사람에게 '스스로를 사랑하라'는 말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기분장애, 몸과 마음에 나타나는 변화를 정확히 알아야 제대로 나을 수 있고, 우울증을 비롯한 기분장애에 대한 하나하나씩 자세히 설명해준다. 우울증과 기분장애의 사례, 기분장애의 역사, 우울증과 조증일 때 나타나는 증상과 유형‧원인, 기분장애가 발생하기 쉬운 사회적 배경, 기분장애의 다양한 유형을 특징에 맞게 세분화해 보여주고 그에 따라 필요한 약물치료와 상담치료 등도 증상별로 담아냈다.지은이는 우울증 치료의 기본을 약물치료로 제시하면서, 맹신과 부작용에 대한 위험성도 경고한다. 환자 중 3분의 2는 항우울제에 반응을 보여 8주 이내에 개선효과가 나타나지만 나머지는 그렇지 않고, 증상 중에서 일부 증상은 개선되지만 쉽게 낫지 않는 증상도 있으며, 항우울제가 오히려 자살위험을 높이는 우려까지 나온다는 것.또 현대인에게 우울증과 기분장애가 급증하는 원인 중 하나를 생활습관 변화로 진단한다. 수렵민·채집민의 식생활, 운동, 새로운 경험과 자극, 사람들과 관계맺어 고립피하기 등 우울증이나 기분장애에 잘 걸리지 않는 생활습관을 들일 것을 제안한다.이 책을 감수한 김병수 정신과의사는 "우울증을 위로의 말로 치유하겠다는 건, 폐렴 환자가 물수건을 올려놓고 완치되길 바라는 것과 같다. 만약 당신이 우울증 진단을 받았다면 위로의 책은 옆으로 제쳐두고 우선 이 책부터 읽어라. 단언컨대 이 책은 우울증에 관해 지금까지 나온 그 어떤 대중서적보다 낫다. 전문적인 내용인데도 읽기 쉽고, 정확성 또한 뛰어나다"고 추천사를 남겼다. 272쪽. 1만4천800원 ▷지은이 오카다 다카시는 일본을 대표하는 정신과 의사다. 도쿄대학교 철학과를 중퇴하고 다시 교토대학교 의학부에 입학해 정신의학을 공부했고, 동 대학원 고차뇌과학강좌 신경생물학교실과 뇌병태생리학강좌 정신의학교실에서 연구한 뒤 교토의료소년원 교토부립라쿠난병원에서 의사로 일했다. 현재 오카다 클리닉 원장이자 야마가타대학교 객원교수를 겸하고 있다.2013년 상처받고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한 '오카다 클리닉'을 개원하고 인격장애, 발달장애 등 현대인이 겪는 마음의 병을 치료하고 있다. 저서로는 '예민함 내려놓기', '나는 왜 혼자가 편할까?', '나는 왜 저 인간이 싫을까?' 등이 있다.

2018-12-27 11:56:48

[반갑다 새책]도해 금강경/원역 구마라집/편저 시칭시/번역 김진무'류화송/불광출판사 펴냄

금강경을 둘러싼 기본적인 교법에서부터 말법시대의 개념과 같은 상식적인 지점 혹은 불교 또는 금강경의 전래, 걸식'의복의 개념과 같은 불교의 역사'문화에 대한 설명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시각으로 경전을 다룬 책이다.이 책에서 눈에 띄는 또 하나의 특징은 역대 금강경의 역본이 모두 실려 있다는 점이다. 더욱이 흔히 접할 수 없었던 '금강반야바라밀경미륵보살게송'과 '양조부대사송금강경'도 수록, 역대로 금강경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작용한 문헌도 우리말 번역을 만나 볼 수 있다.원역자 구마라집은 인도 구자국 출신으로 중국의 대표적 역경가이며 불교의 주요 경전 300권 이상을 번역해 중국불교의 초석을 놓아 대승불교철학의 진수를 이해하는 가교역할을 했다. 편저자 시칭시는 언론 관련 일을 해 왔으며 중국에서 불교 보급 도서를 여러 권 출간했다.536쪽, 2만8천원

2018-12-26 16:56:48

[반갑다 새책]걷고 웃고 읽으며 한 손으로 버티기/김원중 지음/몽트 펴냄

"나는 요즘 내가 은퇴 후 스스로 정해 둔 생활신조 세 가지를 성실히 수행하고 있다. 즉 "걸어라, 웃어라. 읽어라"이다"이 책은 전 포항공대 명예교수이며 시인이자 수필가인 지은이 김원중이 필생의 작품을 수필집으로 엮은 것으로 노교수가 80여년 인생에서 맺은 아름다운 인연을 회고하는 글이다. 무엇보다 지은이는 조건 없이 남을 돕기도 하고 도움을 받기도 했다. 도움은 노력해서 되는 일이 아닌 그냥, 돕고 싶은 마음이 일어나야 하는 것이다. 이 책을 읽다보면 그런 마음이 생기도록 하는 어떤 힘, 또는 더 큰 마음이 뒤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노년의 삶을 살고 있는 노교수가 우리에게 들려주는 삶의 지혜와 인연을 소중히 여기라는 잠언이 이 책에 담겨있다. 지은이는 어릴 때 소년 가장으로 중년에 뇌졸중으로 쓰러지고 넘어져서 다리가 부러지는 역경을 한결같이 걷고 웃고 읽으며 세상을 버텨왔다. 후유증으로 한 쪽 팔과 다리가 불편하지만 한 손으로 세상을 버티는 해학의 내용이 담긴 에세이다. 262쪽, 1만3천800원

2018-12-26 16:56:00

일러스트 전숙경(아트그룬)

[2018년 제4회 시니어 문학상 논픽션 부문 당선작]⑦노병의 증언/ 김길영

▶인민위원회에 인계되다우리는 위기에 직면했다. 긴장을 늦추지 않고 어떻게 하면 탈출할 것인지 궁리에 궁리를 더했다. 그곳에서 며칠을 지내던 어느 날, 군당위원회 직원이라는 자가 찾아와 쌀 두어 되를 주면서 밥을 해먹으라고 했다. 이것이 웬 떡이냐 하고 밥을 짓고 있었다. 다른 방공호에 있던 아주머니 한 분이 잰걸음으로 다가와 정보를 주었다. 그 아주머니 말에 의하면 춘천에서 1.4후퇴 때 피난 와서 더 가지 못하고 홍천에서 머물고 있는 아주머니였다. 정보 내용인즉, '오늘 저녁밥을 먹고 군당위원회 살림살이와 모든 서류를 우리들에게 짊어지게 해서 춘천까지 후퇴한다.'는 것이었다. 우리들이 짊어질 물건들을 살폈더니, 모두 서류뭉치들이었다. 점령지에서 인민행동강령과 토지개혁요령 등의 유인물이었다. 우리들은 깜짝 놀라 긴급회의를 했다. 도망치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어둠이 짙어질 무렵 밥을 짓는 척 하면서 서로 눈짓 손짓으로 신호를 주고받았다. 우리들은 2개조로 나뉘어 남쪽 들판을 향해 뛰기 시작했다. 초병들이 달아나는 우리를 향해 총격을 가했지만, 어둠이 짙어서 더 이상 추격당하지 않았다. 생사가 달린 문제였다. 약 2킬로미터를 죽기 살기로 뛰어 당도한 곳이 중공군 중대 병력이 주둔하고 있는 부대와 맞닥뜨렸다. 황급히 다리 밑으로 몸을 숨겼다. 꼼짝 못하고 저녁 내내 물구덩이에서 발발 떨었다. 다리 위로 우리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소리가 급해 보였다. 중공군이 이동 중이었다. 우리는 그들이 완전히 자취를 감출 때까지 숨어 있다가 다리 건너 홍천시내 남쪽 산 밑으로 숨었다. 그곳에는 드문드문 몇 채의 집이 있었고, 큰 길에서 멀리 떨어진 외딴 집을 택해 피신처로 삼았다. 보아하니, 9중대 CP로 활용했던 집이었다. 그 집은 우리가 1차 탈출 때 은신처로 삼았던 곳이기도 하다. 당분간 움직이지 않고 한 곳에 오래 잠복하는 길이 사는 길이라 생각했다. 기회가 올 때까지 이 집을 은신처로 결정했다.▶ 2차 탈출 성공운 좋게도 그 집에는 감자 구덩이도 있었고, 김치독도 묻혀있었다. 산골 살림치곤 괜찮은 살림 살이었다. 부엌 밥솥에는 밥이 꽁꽁 언 채로 있었다. 밥을 해놓고 미처 먹지 못하고 떠난 사람이 아군인지 적군인지 모른다. 밥솥에 물을 붓고 김치 독에서 김치를 꺼내왔다. 언 밥이 풀린 탓인지 전혀 배고픔을 달래주지 못했다. 그래도 마른 풀잎을 씹을 때보다, 소나무 껍질을 씹을 때보다도 먹을 만했다. 얼음덩이 밥 한 그릇일망정 진수성찬이 따로 없었다. 우리는 그 집에서 끝장을 보기로 했다. 죽든 살든 더 이상 이동하지 말고 그 집을 지키기로 했다. 옆방을 화장실로 사용하기로 하고 숨소리 죽여 가며 숨어 있었다. 비무장 상태인 우리들은 중공군이나 인민군을 만나도 싸울 용기가 나지 않았다. 아군을 만나면 다행이지만, 적군을 만나면 꼼짝 못하고 끌려갈 판이었다. 일단 하룻밤을 실컷 잤다. 몽롱한 머리가 맑아졌다. 북진하고 있을 때는 일주일 굶으면서 행군해도 배고픔을 몰랐다. 긴장이 풀린 탓도 있겠지만, 밥 몇 끼 굶었다고 맥이 풀려 버렸다. 우스꽝스럽게 변해버린 우리들은 사람의 탈을 썼을 뿐 짐승이나 별 차이가 없었다. 다행스럽게도 우리 일곱 명은 상처 하나 없이 목숨을 부지하고 있었다. 우리가 입었던 군복은 온데간데없이 인민군 복장도 아니고, 중공군 복장도 아닌 어중간한 복장을 하고 있었다. 1차 포로로 잡혀갔을 때 중공군 방한복을 걸친 후, 인민군에 인계되었을 때 또 몇 가지 피복을 얻어 입었다. 그래서 우리가 어느 군대라고 밝히지 않으면 소속을 분간할 수 없었다.이튿날, 낮에는 아군 비행기가 홍천시내 외곽을 폭격했다. 폭탄이 투하될 때마다 우리가 거처하고 있는 집 천정과 벽이 흔들리며 흙이 떨어졌다. 방문이 저절로 여닫히기를 반복했다. 우리들은 납작 엎드려 폭격이 끝나기를 기다렸다. 성난 폭격기가 화풀이 하듯 폭탄을 쏟아 붓더니 정찰기가 북쪽으로 날아가자 폭격기도 따라가면서 폭탄을 투하했다. 다음 날도 아군 비행기가 홍천시내를 정찰하고 있었다. 오후에는 홍천시내 남쪽에서 아군의 탱크가 들어와 몇 발의 사격을 퍼붓고는 물러났다. 최전선이 우리를 지나 북쪽으로 이동된 것 같았다. 그때서야 우리가 적군과 아군의 완충지대에 있다는 것을 감지했다. 저녁 무렵에는 언덕에 올라 정찰하는 여유도 생겼다. 홍천 서쪽으로 약 2킬로미터 지점 하천가에는 유엔군 트럭이 줄을 서 있었다. 우리들은 말없이 부둥켜안고 안도의 눈물이었다. ▶유엔군을 만나다51년 3월 22일. 11시 경, 유엔군 수색대가 30미터 앞에 보인 곳에서 백기를 들고 다가갔다. 우리 일행을 발견한 유엔군 병사들은 적으로 오인하고 총을 겨누어 금방 쏠 자세였다. 우리는 다시 손을 번쩍 쳐들고 항복 시늉을 한 다음 주저앉아 통곡을 했다. 포로로 잡혔다가 탈출해서 숨어 사는 며칠 동안 얼굴 한 번 씻지 못해 머리는 장발이 되었고 수염은 산적 같았다. 입고 있는 옷마저 각각 달라 몸에 걸치긴 했어도 옷이라 하기에는 무리였다. 그러니까 40여 일을 굶고 지쳐서 눈은 칠팔십 리 들어가 있어서 사람과 비슷한 사람들이었다. 포로로 시달린 40여 일, 총알이 빗발치고 파편들이 공중에서 날아 다녔는데도 상처 하나 없이 살아남은 전우들이었다. 그 기쁨을 어떻게 말로 설명할 수 있겠는가.미군 헌병대에서 강도 높은 심문과 심사를 받았다. 다시 우리는 헌병대에 인계되었다. 그리고 곧바로 원대복귀 명령을 받았다. 원주에서 기차 화물칸에 몸을 싣고 제천역에서 잠시 정차했다. 역무원들이 우릴 보고 '포로 많이 잡았다'고 지껄였다. 우리들은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떠들어대는 역무원의 멱살을 낚아채고 땅바닥에 패대기쳐버렸다. 우리가 왜 포로인가. 웃지 못 할 해프닝도 있었다.

2018-12-24 13:16:52

심미안수업은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어떻게 느낄 수 있는지를 알려준다. 미술관에서 만나는 작품에서도 아름다움을 찾아내는 방법을 제시한다. 매일신문 DB

심미안 수업/윤광준 지음/지와인 펴냄

1817년 프랑스 작가 스탕달은 피렌체 산타크로체성당에서 귀도 레니의 작품 베아트리체 초상화를 보던 중 갑자기 무릎에 힘이 풀리며 쓰러져 버렸다. 이후 예술품을 감상하며 흥분과 황홀감, 현기증, 마비증상 등을 느끼는 경우를 '스탕달 신드롬'이라 부르게 됐다. 미술관을 찾는 사람들에게 스탕달 신드롬은 부담으로 다가올지도 모른다. 눈 앞의 작품에 흥분과 황홀을 느끼기는 커녕 '이 그림이 뭘 그린거지', '이 작품이 좋은건가' 라는 생각만 떠오른다면 말이다. '심미안 수업'은 미술관에서 뭘 어떻게 즐겨야할지 모르는 사람, 클래식을 어떻게 들어야할지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아름다움'을 즐기는 방법에 대해 알려준다.책은 '우리는 무엇을 아름답다고 느끼는가'라는 주제에서 시작해 일상에 녹아 든 다양한 장르의 예술에 대한 이야기한다. 전시를 잘 즐기는 방법, 난해한 추상화와 동양화를 해석하는 법, 클래식의 세계에 입문하는 법, 건축물을 감상하는 법 등에 대해 친절한 예시와 곁들여 설명한다.​◆자연보다 인간의 흔적이 아름답다사람은 무엇을 보고 아름답다고 느낄까. 자연경관이 주는 아름다움은 누구나 동의한다.지은이는 아름다움에 대해 경이로움이 느껴지는 대자연도 물론이지만 '인간의 흔적'이 남은 것들을 마주했을 때 감동이 오래간다고 말한다. 낯선 골목에서 마주한 성당, 길에서 듣던 악사의 연주, 책에서만 보던 그림을 실제로 마주했던 미술관같은 것들이 불현듯 생각나고 또 다시 가고 싶다는 것.인간의 흔적을 남긴 예술을 '감상'하는 것은 단순히 본다는 것을 넘어서 자신이 적극적으로 개입되기 때문에 자연보다 기억이 더 강하게 남는다.책은 심미안(審美眼)을 '가치를 알아보는 능력'이라 표현한다. 지은이는 갑작스런 시력 장애로 사물이 뿌옇고 찌그러져 보이면서 오히려 이전과 다르게 세상을 보게 되면서 일종의 '마음의 눈'을 뜨게 됐고, 예술을 즐기게 됐다고 말한다. 그는 자신을 '딜레당트'(예술 애호가)로 표현하며 예술을 즐기는 일은 아름다움을 느끼는 감각을 찾아내야한다고 말한다."딜레탕트의 어원은 이탈리아어 딜레타레(dilettare)로 '기쁘게 하다'라는 뜻을 갖고 있다. 기쁨은 외부로부터 주어지는 게 아니라, 내가 스스로 찾는 일이다. 예술 애호가로 살면서 느낀 건, 아름다움을 느끼는 감각도 모두 의식적인 활동이라는 것이다. 내가 의미를 둔 것만이 나에게 그 미적인 감흥을 허용한다. 명화도 명곡도, 일상의 작은 연필 하나까지도 그렇다." ​◆혼자만의 시간이 있어야 음악이 아름답다아름다움에 대한 개론을 정리한 다음, 책은 구체적으로 미술과 음악, 건축, 사진, 디자인에서 아름다움을 경험하는 방법에 대해 말한다. 실제로 예술을 경험하며 겪었을 법한 고민이나 어려움을 해결하는 방안도 알려준다.추상화를 보며 한번쯤 떠올려봤을 '뭘 그렸지'라는 생각은 아름다움을 느끼기 적합하지 않다. 추상화는 무엇을 그렸는지 보다 '왜 그렸지'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고, 공감해야한다고 책은 조언한다."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추상화에서 형태를 찾아보려는 시도는 포기해야 한다. 작가에 의해 이미 해체된 형태가 보는 이의 눈에만 따로 조립될 일은 없기 때문이다. 추상은 출발 자체가 그릴 수 없는 것을 표현하는 것이기 때문에 어차피 상대의 이해를 구하지 않는다. 이를 아는 것은 중요하다. 입장을 바꿔 생각해보자. 추상화가 전달하려는 것은 공중에 수없이 떠다니는 숱한 주파수와 같은 것이다. 정확하게 잡아내지 않으면 소음에 불과하다. 그러나 작가의 주파수와 나의 주파수가 맞았을 때 느껴지는 쾌감은 대단하다. 내가 작가에게 '동조'하는 것이다."진정한 음악의 아름다움을 경험하기 위해서는 '혼자만의 시간'을 권한다."혼자만의 시간을 가져보지 못한 이들은 좋아하는 음악도 없다. 모두가 아는 곡을 자신도 좋아한다고 믿게 된다. 골방에 홀로 틀어박혀 다양한 음악을 들어보자.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훨씬 더 쉽게 알게 된다. 많은 이들이 의외로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몰라 허송세월하는 경우가 많다. 자신과 음이 진지하게 마주하는 경험을 한 이들은 자존감이 강해진다. 자신감이 생긴다. 그러고 나면 클래식 공연을 들을 때 언제 박수를 쳐야 하는지와 같은 종류의 지식은 알고 나면 아무것도 아니다."288쪽. 1만5천800원. ▷지은이 윤광준은 사진에서 미술, 음악, 건축, 디자인에 이르기까지 전방위로 활동하는 일명 '아트 워커'다.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사진학과를 졸업하고, 예술잡지 '마당'과 '객석'의 사진을 담당했다. 이후 웅진출판에서 초대형 프로젝트 '한국의 자연탐험'을 진행하며, 한국의 미를 기록하는 도큐먼트 사진의 시대를 여는 주요 사진가로 활동했다.오디오 평론가로도 유명하며, 10여 년 넘게 일상의 탁월한 사물들인 '생활명품'을 발굴하고 소개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국악에도 조예가 깊어 사야국악상 심사위원장을 맡고 있다. 최근에는 현대 디자인의 원류인 바우하우스 연구를 위해 독일 전역을 돌고 있다.현재 이함캠퍼스의 콘텐츠 에디터로 공간과 전시 디자인을 진행하고 있다. 다양한 저술과 강연 활동을 하고 있으며, 지은 책으로 '잘 찍은 사진 한 장', '윤광준의 생활명품' 등이 있다.

2018-12-20 11:29:30

[반갑다 새책]아무도 내게 명령할 수 없다/양명수 지음/이화여자대학교출판문화원 펴냄

책의 부제가 '마르틴 루터의 정치사상과 근대'로 2017년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루터의 종교개혁 의미를 되짚어보며 그의 개혁 사상이 근대 사회 형성에 미친 영향을 분석한 연구서이다. 마르틴 루터는 중세에서 근대로 넘어가는 시점에 종교에서 시작된 변화로 서양의 인간관과 국가관에 큰 변화를 가져오게 되는 중심에 섰던 인물이다.루터는 교회와 목회자가 더 이상 진리의 독점자가 아니며 신도들은 교육의 대상이 아니라 진리 인식과 행위의 주체라고 여겼다. 이러한 그의 자유와 평등 추구가 종교적으로는 평신도의 시대를, 정치적으로는 보통사람들의 시대를 열었다.이 책을 7부로 나눠 자율적 개인의 등장, 국가와 개인의 관계에 초점을 맞춰 근대 민주주의 초기 역사의 바탕이 된 루터의 사상을 중점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또 루터의 신학은 칸트와 헤겔, 하이데거 같은 철학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으며 근대 사회와 정치사상에 끼친 영향이 무엇인지 고찰하고 있다. 480쪽, 2만8천원

2018-12-19 11:14:50

[반갑다 새책]유교문화의 미래 전망/이원락 지음/중문 펴냄

이 책은 지은이가 서양의 개인주의, 자유주의, 자본을 중심으로 하는 문화에서 벗어나 공동체 중심, 인륜중심, 상대의 처지를 먼저 고려하는 문화로 이루어진 유교적 세상에서 후손들이 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지었다. 책은 유교의 출현을 시작으로 유교와 환경, 삶과 유교, 노년에서 나의 생각들을 중심으로 엮어졌다.청송군에서 태어난 지은이는 유교적 인간관계의 소중함을 자신의 마음에 기둥으로 삼아왔으며 특히 환경문제에 많은 지면을 할애해 미래의 환경에 대해 경고하고 있다."과학이 발달을 도구삼아 지구를 마구 뚫고 물길을 막아버린다. 또 산업생산을 증가시키기 위해 공기를 더럽히고 많은 생물을 멸종시키고 있다. 수로를 인간 마음대로 바꾸어서 마침내 지구를 뜨겁게 하고 극심한 홍수와 갈수의 구역을 만들어버렸다. 살아있는 짐승을 가두어 키워서 그들만의 폭식을 준비하고 있다."여기서 지은이는 유교사상이 이러한 환경파괴를 지양하고 후손들이 뜻 있게 살 수 있는 인생의 원리를 줄 것을 확신한다고 밝히고 있다. 299쪽, 1만5천원

2018-12-19 11:13:50

경주문학상 수상자 권상진 시인(왼쪽), 정서윤 수필가(오른쪽). 경주문학상운영위원회 제공

경주문학상, 경주예술의전당 센텀뷔페서 시상식

제7회 경주문학상에 정서윤 수필가의 '어머니와 고구마', 권상진 시인의 '비스듬히'가 선정됐다.경주문학상운영위원회는 17일 경주예술의전당 센텀뷔페에서 전휘수 한국수력원자력 부사장과 배진석·박차양 도의원, 김상용 경주예총회장, 경주문인협회 회원 등 1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시상식을 가졌다.이번 시상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9월까지 국내 문예지 및 '경주문학'에 발표된 작품을 대상으로, 운문은 시와 시조, 동시 산문은 소설과 수필로 나눠 심사했다.산문부문 심사를 맡은 곽흥렬 수필가는 "'어머니와 고구마'는 감칠맛 나는 문장으로 서사를 이끌어 가면서 행간에 사유를 불어넣어 수필적인 미감을 잘 살렸다"고 심사평을 전했다.운문부문 심사를 맡은 정순영·허형만 시인은 "'비스듬히'가 갖는 의미를 삶에 적용시키는 상상력이 돋보이며, 깊은 사유, 따뜻한 시인의 심성이 잘 드러나 있다"고 했다.경주문학상은 한국수력원자력㈜이 후원하며, 상금은 각 400만원이다.

2018-12-17 16:08:08

일러스트 전숙경(아트그룬)

[2018년 제4회 시니어 문학상 논픽션부문 당선작]⑥노병의 증언/ 김길영

사람도 먹지 않고는 살 수 없는 불쌍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포로는 계급이 따로 없었으므로 누구의 명령에 따르지 않았다. 포로 몇 명은 불빛이 밖으로 새어나오지 않도록 모포로 가리고, 먹다만 식은 밥이며 김치를 넣고 끓여서 한 입씩 번갈아 허기를 면했다. 다른 포로들 중에는 불빛 간수를 잘 못하여 중공군 감시병으로부터 혼쭐나게 벌을 받았다. 그럴 때마다 "뺀찌 라일라! 뺀찌 라일라! 뺀찌 라일라! 화 부싱화"(확실한 중국말인지 모른다. 귀에 들린 대로 기억된 발음이다.) 즉 비행기가 날아온다. 불 피우지 말라고 야단치는 것 같았다. ▶탈출시도신포리를 거쳐 지촌마을에 도착하여 하루 낮을 보냈다. 이 지역 오른쪽은 화천으로 가는 길이고, 왼쪽은 김화로 가는 길목이다. 더 이상 북쪽으로 가게 되면, 전선을 뚫고 남쪽을 향하여 탈출할 기회가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몇몇 포로들이 굳은 결심을 했다. 끌려가 죽음을 당할 바에는 차라리 탈출을 시도해 보자고 했다. 고향 친구 김구환. 박준영. 곽원영. 이종환. 경기도 시흥이 고향이라는 전우 두 명, 그리고 나. 일곱 명이 탈출을 결행하기로 했다. 한 사람 한 사람 임무를 주어 감시병들의 동태를 살피기 시작했다. 보름달이 지고 며칠이 지났다. 구름이 잔뜩 끼어 어두웠고 금방 함박눈이라도 내릴 것 같았다. 중공군 감시병을 예의 주시하던 누군가가 차례차례 귀띔을 돌렸다. 중공군 감시병들이 잡담하며 한눈팔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하나 둘씩 수신호를 주고받으며 도로 지하 직경 1미터 되는 콘크리트 하수구 속으로 은신하는데 성공했다. 20 여분 지나 포로 대열이 모두 떠난 후, 옆 산자락으로 피신했다. 눈이 덮이고 잡목이 우거진 능선을 따라 엉금엉금 기어올랐다. 거기서부터 한 시간에 1킬로미터씩, 4시간 정도 걸어서 산마루를 넘을 무렵 날이 밝아오고 있었다. 우리 일행은 눈을 헤치고 가랑잎을 모아 그 속에 몸을 숨기고 하루 낮을 보냈다. 밤이 되어서야 달과 별을 보고 방향을 측정했다. 국군의 포성이 들리는 방향으로 남하를 시도 했다. 3일을 굶었다. 눈뭉치로 목을 축이며 춘천소양강변에 도착하자 탈출계획을 수정했다. 이 지역은 중공군이 주둔하는 곳이었다. 우리는 소양강을 건너기로 했다. 수심이 얕은 곳은 얼어 있었지만, 수심이 깊은 곳은 얼지 않아 물이 흘렀다. 우리는 두 조로 나누어 인민군 검문소 150미터 강 하류에서 도강渡江에 성공했다. 하체가 모두 젖어 몸이 꽁꽁 얼기 시작했다. 움직여야 산다는 각오로 걷고 또 뛰었다. 전에 우리가 9중대 CP로 사용하던 집을 향해 뛰었다. 그러나 그 집은 폭격을 맞아 집 한쪽 모퉁이가 부서져 있었고, 주인이 피난가면서 비장해둔 쌀과 감자 김치가 모두 털린 상태였다. 다행히 이곳저곳 뒤져 나온 약간의 곡식과 감자 몇 개도 찾았다. 불을 지펴 옷을 말리고 헌 소쿠리와 폭격에 부서진 문살에 불을 지폈다. 모처럼 뜨뜻한 밥에 된장국으로 식사 한기를 매웠다. 우리 일행 일곱 명은 탈출에 성공한 것이다.▶ 1차 탈출과 실패이틀간 9중대 CP로 사용했던 민가 마루 밑에서 이불솜을 깔고 쉴 수 있었다. 이불솜만으론 체온을 유지할 수 없어 서로 껴안았다. 그래도 밤은 깊고 추웠다. 전쟁터라는 것을 잠시 잊었다. 부모님과 아내의 얼굴이 아른거렸다. 내일 우리들에게 어떤 운명으로 다가올지는 상관이 없는듯했다. 사지死地를 간신히 벗어나 내일을 보장할 수 없는 목숨을 가지고 중국 고사도 떠올려 보았다. 정량의 옥퉁소 소리가 귓속에서 적막을 흔들며 앵앵거렸다. 세상에서 가장 처량한 존재는 포로다. 어서 이곳을 벗어나 아군의 진지로 돌아가야 한다. 우리들의 소망이 이뤄지기를 빌면서 졸음이 왔다.51년 3월 1일. 국군의 복장으론 신분 노출이 쉬었다. 인민군 방한복 비슷한 차림으로 변장했다. 해방 전사라는 신분으로 통일하기 위해 낡은 방한복으로 비무장을 하고보니 밤에는 중공군, 낮에는 인민군 복장과 비슷했다. 중공군은 보급품을 마차로 이동했다. 야간에는 보급품을 실은 마차 뒤에 따라갔다. 우리의 신분을 숨기는 데는 별 탈이 없었다. 주간에는 외진 곳에 있다가 야간에만 행동했다. 밤 9시경 중공군이 보급품을 싣고 홍천에서 삼마치고개를 넘으려는 뒤에 바싹 붙어 갔다. 고개 밑 분지에서 중공군 기마병 1개 중대가 주둔하고 있었다. 우리는 위협을 느끼고 불안했다. 그러나 보급품을 실은 마차는 고개 정상으로 올라가고 있었다. 우리도 따라 올라갔다. 횡성 방향 먼 산을 바라보았다. 최전방에서 신호탄이 올라가고 교전이 벌어지고 있었다. 마차는 고갯길을 내려가다 우측 길로 가고 있었지만 우리 일행은 그 마차를 계속 따라갈 수 없었다. 도로 양 수로에 긴급히 몸을 숨겼다. 중공군 주저항선을 돌파하다가 중공군 전초병에게 발각되어 실패로 끝났다. 포복자세로 기어가던 2인 1조가 붙잡히고 말았다. 우리들이 비무장인 것을 알고 그들은 조용해졌다. 아무 일 없는 것처럼 상황은 끝났다. 우리는 살아도 같이 살고, 죽어도 같이 죽자는 각오를 다진 전우들이었다. 들키지 않고 숨어 있던 다섯 명도 항복 시늉을 하며 그들에게 다가가 합류했다. 1차 탈은 그렇게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해방 전사길 동편 골짜기 외딴집에 중공군 중대병력이 임시 거처하고 있었다. 그곳에서 우리들을 심문했는데, 통역관이 없었다. 나는 한자로 "解放 戰士 歸鄕 中(해방 전사 귀향 중)"이라고 써서 보였다. 그들은 나의 묘책을 이해하지 못했다. 모택동부대가 장개석 부대와 싸울 때, 장개석 군대의 포로들을 교육시켜 귀향시켰다는 내용이다.포로로 끌려 다니는 일곱 명의 우리 일행은 1인분 식사를 나눠먹었다. 디딜방아로 쌀 한가마니를 도정해 주고 동쪽방향으로 행군했다. 그 길로 계속 가면 강릉으로 가는 길이었다. 야산 평평한 능선에 1개 부대가 있었다. 그곳에 주둔한 부대는 주변 일대를 총괄 지휘하는 본부 같았다. 중공군 고문단이었다. 우리 일행을 간략하게 심문하더니 식사를 하게하고는 다시 행군에 들어갔다. 나중에 알고 보니 홍천시내 북쪽 산 밑에 방공호에 홍천군당인민의원회가 자리 잡고 있었다. 우리들은 그 인민위원회에 인계되었는데 조그만 오두막집에 투숙시켜놓고 감시에 들어갔다.

2018-12-17 14:07:58

위장환경주의/지은이 카트린 하르트만/이미옥 옮김/에코리브르 펴냄

요즘 대형마트에는 '친환경', '그린, '유기농'임을 알리는 상품이 대세다. 카페에서는 일회용 종이컵 대신 텀블러를 사용하자는 캠페인을 하고, 비닐봉투 대신 에코백을 이용하자며 나눠주는 이벤트도 여기저기서 열린다. 이처럼 친환경을 외치는 목소리는 높아졌지만, 북극곰이 살 수 있는 얼음은 여전히 녹아 내리고 있다.우리가 친환경인냥하는 일명 '그린워싱'(Green Washing)에 속고 있기 때문이다. 에코백이 이름값을 하려면 131회이상 사용해야 1회용 비닐봉투보다 환경친화적이며, 텀블러의 경우 1천회 이상을 써야만한다.'위장환경주의-그린으로 포장한 기업의 실체'는 이같이 그린워싱으로 소비자를 속이고, 이를 통해 막대한 돈을 벌고 큰 이익을 챙기는 집단들이 있다는 사실을 소개한다.◆그린의 가면을 쓴 기업들이 책은 '그린'이 전 세계적인 과제이자 목표가 됐지만, 다각적인 노력에도 환경문제 해결에 번번이 실패하는 원인을 환경을 교묘하게 이용하는 다국적 기업과 일부 NGO들에게 있다고 본다. 지은이 '카트린 하르트만'은 이런 문제를 고발하는 내용의 '베르너 부테' 감독의 영화 '더 그린 라이' 제작에 참여하고 시나리오를 쓰며 이 책을 출간했다.시작은 세계적인 식품업체 네슬레의 캡슐커피에 대한 이야기다.네슬레는 2006년부터 현재까지 100억개에 달하는 네스프레소 커피 캡슐을 팔았다. 문제는 알리미늄 커피 캡슐. 네스프레소에서 나온 알루미늄 캡슐을 매년 최소 8천톤에 이르고, 1t의 알루미늄을 생산하려면 2인 가구가 5년이상 사용할 수 있는 전기를 써야하고, 이산화탄소 8t이 배출된다.하지만 네슬레는 네스프레소 홈페이지를 통해 '한잔의 커피는 긍정적 영향력을 담고 있다. 네스프레소 커피 한잔은 이를 항유하는 순간만 준비하는게 아니라, 환경과 공동체의 행복을 위해 좋은 일을 할 수 있다고 우리는 확신한다'고 주장한다. 네슬레는 커피 캡슐을 회수해 재활용하는 시스템을 운영한다는 사실로 이같이 환경과 공동체의 이름을 마케팅에 사용하고 있다. 다만 그들의 고객이 얼마나 캡슐을 돌려주고, 얼마나 재사용하는지는 아무도 모른다.네슬레처럼 기이한(?) 행동을 하는 기업은 상당히 많다고 책은 말한다. 석유생산 대기업 '셸'은 자신들을 풍력발전소로 광고하며, '코카콜라'는 가난한 나라에서 모든 샘물이 마를 때까지 퍼 쓰면서 자사를 비축된 세계 지하수를 보호하는 주인공이라 표현한다. '몬산토'는 유전자를 조작한 씨앗과 독성 살충제까지 판매하지만 기아와 싸우는데 기여한다고 여긴다.◆페루의 홍수에는 독일 기업의 책임도 있다지은이는 국가 또한 그린워싱에 가담하고 있다고 본다. 정부가 옷이나 생필품 등에 친환경인증을 남발되고 있는 상황을 지적한다. 인증을 남발하면 그만큼 기업들의 그린워싱의 위험은 높아질 수밖에 없는 것.지은이가 살고 있는 독일의 경우 환경 문제 해결을 위한 포럼을 개최하게 되면, 기업들이 이사진으로 참여해 실질적 문제 해결보다는 그들의 그린워싱을 위해 포럼이 이용되고 있는 상황이다.다국적기업과 국가가 함께 소비자들을 속이고 있지만, 최근 눈에 띄는 변화도 일어나고 있다고 소개한다. 바로 독일 최대 에너지 회사인 RWE와 페루 안데스 산맥의 도시 우아라스에 사는 사울 루시아노 이우야의 소송 이야기다.안데스 산맥에서 관광객들을 안내하는 이우야는 산에 오를 때마다 얼음이 녹아 새로 생긴 호수와 마주쳤고, 호수의 물이 빠르게 불어나고 있음을 느꼈다. 물이 계속 불어나면 이우야를 비롯한 5만명의 주민들이 사는 터전은 물에 잠길 위험에 처했고, 이우야는 고향을 보호하기 위해 RWE에게 책임을 묻기로 했다.페루와는 멀리 떨어진 독일에 있는 RWE는 30기의 화력발전소에서 2억5천만t의 이산화탄소를 내뿜는다. 이 회사의 갈탄 발전소에서 나오는 온실가스만으로도 전 세계 기후 변화의 0.5%에 대한 책임이 있을 정도다. 이 때문에 이우야는 RWE에 페루 주민이 홍수 방지를 위해 투자해야할 비용의 일부를 물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 재판에서 이우야 측 의견이 수용됐다. 지구를 오염시키는 한 기업을 상대로 지구 다른 편에서 일어나고 있는 기후 변화에 대한 책임을 물은 의미있는 판결인 셈이다.지은이는 기업은 그린워싱으로 자신들을 포장하지만 시민의 손으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며 우리가 할일에 대해 언급한다."대량 사육시설과 산업화한 농업에 반대하고, 물을 비롯한 공공자원의 사유화에 반대하는 시민행동에 참여할 수 있다. 우리의 음식을 독점적 손아귀에 넘겨주는 거물 기업의 합병을 막을 수 있다. 이런 모든 것이 사회의 권력 관계를 무너뜨리고 전 세계의 정의를 구축하고자 하는 우리의 목표에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가는데 도움을 준다" 260쪽. 1만7천원.▷지은이 카트린 하르트만(Kathrin Hartmann)은 독일 울름에서 태어나 일간신문 '프랑크푸르터 룬트샤우'의 뉴스 및 정치 담당 기자를 거쳐, 월간지 '네온'의 기자로 일했다. 2012년 새로운 빈곤에 관한 '우리는 유감스럽지만 바깥에 머물러야 한다'라는 저서로 명성을 얻었고, 2015년에는 '통제된 남벌'을 출간했다.

2018-12-13 11:35:28

김태형 기자 thkim21@msnet.co.kr

2019 매일 신춘문예, 7개 부문 4천 782편 접수

'2019 매일 신춘문예' 응모작 접수를 마감한 결과, 7개 부문에 4천 782편이 접수됐다.부문별로 단편소설 298편, 시 2천275편, 동시 945편, 동화 128편, 수필 644편, 시조 364편, 희곡·시나리오 128편이었다. 이는 지난해 4천545편에 비해 237편 늘어난 것이다. 특히 올해 신설한 희곡·시나리오 부문은 응모작 편수가 시행 첫 해임을 감안한 예상치를 훌쩍 뛰어넘는 것으로 시나리오와 희곡이 문학도들에게 인기 장르로 부상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올해도 전국 각지에서는 물론 해외에서도 응모가 이어졌다. 미국과 호주, 일본에서도 항공 우편으로 응모작이 날아들었고,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고 있는 군인들도 참여했다. 가장 어린 응모자는 16세였고, 80대 응모자들도 눈에 띄었다. 한 응모자가 시와 단편소설 분야에 동시 응모하거나 동화와 동시 등 2개 이상 분야에 응모한 경우도 많았다. 4개 분야에 응모한 사람도 있었다.매일신문은 12일 신춘문예 예심에 착수했다. 예심에서 심사위원들은 "응모작들이 대체로 예년작들과 비슷한 완성도와 신선도를 보이고 있으나 일부 작품은 상당한 내공을 느끼게 해 본심 심사에서 당선작 선정에 큰 어려움이 예상된다"는 반응을 보였다.동시 분야에 40, 50대 이상의 응모가 많은 것도 특징이었다. 이에 대해 심사위원들은 "어린 시절 동심을 회복하고 싶어하는 현대인의 심정이 반영된 것" 이라고 평가하며 "실제로 사회인 문예교실에서 동시를 배우는 40, 50대가 많이 늘어나고 있다"고 덧붙였다.한편 2019매일신춘문예 당선작은 2019년 1월 2일자 본지에 발표하며, 시상식은 1월 14일(월) 오후 3시 본사 8층 강당에서 열릴 예정이다.

2018-12-12 18:29:51

서영옥이 만난 작가 작품 읽어 주기/서영옥 지음/계명대학교 출판부 펴냄

아마추어가 익숙하지 않는 예술작품을 제대로 감상하기란 쉽지 않다. 모든 예술 작품은 열려 있고 작가에 의해 창조되고 해석자에 의해 재창조되기 때문이다.이 책은 미술학을 전공한 지은이가 2003년 대구미술비평연구회를 찾아 비평 활동에 동참하면서 얻은 결과물이 그 바탕이다. 이미 작가들의 도록과 미술지에 얹은 글을 묶었지만 지은이는 "작가들의 개성과 열정이 뜨거운 가슴으로 다가와 짧은 전시기간 동안 못내 아쉬웠던 점을 주목하기 위해 책으로 출간하게 됐다"고 밝히고 있다.또한 책은 모두 38명의 작가의 작품과 예술 세계를 소개하며 "우리는 작품에서 보고 싶은 것만 보거나 아는 만큼만 보려한다"면서 "작가와 작품에 대한 관심으로부터 전문지식 습득과 미술관으로 향하는 걸음은 중요하다. 작품을 읽거나 이해의 폭은 이 지점에 닿아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257쪽, 1만8천원

2018-12-12 18:13:41

맹자 흉내는 힘들어요/손인선 지음/ 김영대 그림/학이사 어린이 펴냄

고사와 한자성어를 바탕으로 한 기획 동시집이다. 한자보다 영어에 더 익숙한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쉽고 재미있게 서술돼 있다.고사(故事)는 옛날에 있었던 일을, 고사성어(故事成語)는 옛날에 있었던 일에서 생성된 글귀로 중국 고사에서 유래한 것이 많은데 '함흥차사'처럼 우리나라 옛일에서 생긴 성어도 있다. 특히 옛 사람들 사이에 있었던 사건에서 교훈을 얻어 한자로 표현한 고사성어는 인간의 보편적 삶 속에서 일어나는 심리상태를 잘 표현하고 있다.이 책에서는 이런 고사성어를 어린이들이 알기 쉽게 동시로 풀어 쓰고 끝에 고사성어의 원뜻을 별도로 적어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설상가상, 백해무익, 일석이조, 왈가왈부, 송구영신, 화중지병 등을 대화 속에 혹은 문장 속에 적절하게 섞어 사용하면 말의 품격이 달라진다.이 동시집은 올해 대구출판산업지원센터 지역우수콘텐츠 제작지원사업 선정작이다. 96쪽, 1만원.

2018-12-12 18:12:28

일러스트 전숙경(아트그룬)

[2018년 제4회 시니어 문학상 논픽션부문 당선작]⑤노병의 증언/ 김길영

51년 2월 2일. 우리 16연대는 충북 월악산에서 다시 부대일제정비를 마치고 미 제2사단과 교대하기 위해 횡선전선으로 이동했다. 횡성 북방 20킬로미터 지점에 위치한 성지봉과 오음산 삼마치재를 주저항선으로 삼았다. 그곳에서 적과 며칠간 밀고 밀리는 공방전이 전개되었다. 치열한 공방전으로 쌍방 간 많은 병력 손실 입었다. ▶중대장 전사51년 2월 8일. 중대장 연락병 임무를 맡았던 고향 전우 박준영 군이 업무연락 차 8킬로미터 떨어진 후방 CP로 오는 도중에 중대장 강신재 대위와 부관, 통신병이 방카에 함께 있다가 적의 포격으로 모두 전사했다는 비보를 전해 왔다. 중대장 강신재 대위는 육사 8기생이다. 국가관이 투철한 모범 장교로 부대 내에서 회자되었다. 중대장 강신재 대위의 전사는 너무 안타깝고 슬픈 일이었다. 16연대 후방 CP는 횡성군 공근면 초월리 분지에 있었고, 9중대 CP는 민간인 임병천씨 집에 본부를 두었다. 나는 고향 전우 김구환과 함께 있었다.51년 2월 11일. 중대장 연락병인 박준영이 도착했다. 중대장의 사후처리와 중대 지원업무, 행정업무에 의견을 나누었다. 이날 밤, 박준영이 내의를 빨아서 방에 줄을 치고 널어놓았다. 상당한 시간이 지나도록 세탁물에서 물방울이 똑똑 떨어졌으나 아랑곳하지 않고 모두 곤한 잠에 취해버렸다. 문밖에는 3-40센티미터의 눈이 내리고 날씨는 영하 5도 이하로 내려갔다. 잠결에 이상한 소리가 나서 깨어보니 삽질하는 소리였다. 집 앞 3미터 거리에서 방공호를 파는 소리였다. 불도 켜지 못하고 모두 깨워서 대책을 의논했다. 이때 예광탄이 발사되고 곧 교전이 벌어졌다. 16연대 3대대 후방본부와 각 중대 행정반 그리고 각종 전쟁지원물품보급소에 100여명의 병력이 있었으나 손 한 번 쓰지 못하고 적에게 제압당하고 말았다. 이날 밤, 전후방을 포한한 8사단 지역인 횡성. 원주. 전역을 중공군에 포위당하여 꼼짝달싹 못했다. 그들의 인해전술에 갇혀버린 것이다. ▶포로가 되다다음 날부터 3일간 적의 대대적인 수색작전이 전개됐다. 야간에만 잡혀온 아군의 포로 수가 수백 명에 달했다. 주간에는 유엔군의 폭격으로 중공군의 활동이 뜸했다. 포로 신세가 된 우리들을 나무가 많은 숲속으로 숨게 했다. 적의 포로호송부대는 포로로 잡힌 아군병사들을 야음을 틈타 북으로 끌고 갔다. 우리는 모든 물품을 다 버리고 서류와 생필품 몇 가지만 배낭에 넣었다. 그리고 같은 방에 있던 우리 세 사람은 적의 포위망을 탈출하기 위해 초원리 뒷산 고지에 오르기 시작했다. 눈이 쌓여 하반신이 거의 묻히고, 한 발 내디디면 두 발 미끄러졌다. 예광탄이 발사되면 눈 위로 포복하면서 몇 시간 만에 겨우 고지에 올랐다. 낙엽을 모아 구덩이를 메우고 그 위에 눈으로 위장한 뒤에 세 사람이 숨어 있었다. 초원리 분지에는 16연대의 각 대대 후방CP와 미군 포병대가 밀집 주둔해 있었다. 대포, 자동차, 유류탱크, 각종 탄약, 보급품 등을 적군이 사용 못하도록 포병부대가 밤샘 포사격을 가했다. 초원리 분지가 불바다가 되었다. 정상에서 원주방향으로 가려했으나 달이 너무 밝아 실행에 옮길 수 없었다. 밤에 행동한다는 것은 너무나 위험천만한 일이었다. 때문에 다음 날 아침 동트는 대로 탈출하자는 의논일치를 봤다. 세 사람은 골짜기 오목하게 팬 곳에 낙엽을 채워서 서로를 부둥켜안고 날이 새기만 기다렸다.51년 2월 12일. 날이 밝자 산 정상에서 노원리 분지를 향해 내려다보았다. 중공군이 개미 떼처럼 무리지어 다가오가고 있었다. 비로소 완전 포위되었음을 직감했다. 탈출 목적지는 원주였다. 거리가 너무 멀어서 도보로는 불가능했다. 낮에는 적의 습격이 두려워 어둠을 틈타 행동하기로 의견을 모으고, 조금은 안전한 숲에서 숨어 있기로 했다. 오후 2시경 중공군이 우리가 숨어 있는 산골짜기를 토끼몰이 하듯 샅샅이 뒤지고 있었다. 발각된 우리는 두 손을 높이 들어 항복신호를 보냈다.▶ 포로, 북으로 이송중공군 뒤에 따르는 수십 명의 포로가 우리 부대원들이었다. 며칠 동안 함께 싸웠던 낯익은 얼굴도 보였다. 워낙 빠르게 인원이 보충되다보니 낯을 익힐 짬이 별로 없었다. 그 포로들 중에는 미군 병사도 몇 명 끼어 있었는데 저녁까지 붙잡혀 온 숫자가 수백 명에 달했다. 내 몸을 내 맘대로 할 수 없는 것이 포로 신세다. 그들의 신호에 따라 움직여야 한다. 어스름한 밤을 이용해 북으로 데리고 간다는 전갈이 왔다. 포로들을 소대단위로 편성하고 중간 중간에 중공군 감시병을 세워 개인행동이 어려웠다.51년 2월 13일. 우리 포로들은 북으로 가고 있었다. 낮에는 아군의 비행공습 때문에 행동반경이 좁아졌다. 낮에는 소나무가 우거진 숲속에서 취침을 시키고, 밤이 되어서야 국도를 따라 북상했다. 도로 양쪽에 늘어선 대열의 길이가 8킬로미터를 넘었다. 하룻밤 내내 걸어서 20킬로미터를 걸었다. 홍천을 지나고 춘천 소양강을 건너 북한강 상류로 진입할 무렵에는 아군의 포성도 점점 멀어져가고 있었다. 우리가 어디로 가는지 탐문해 보았다. 일부는 강원도 북부 평강 수용소에 수감하고, 일부는 비행장 건설현장에 보낸다는 것이었다. 성분이 좋은 사람은 재 교육시켜 인민군으로 편입시키고, 신체가 좋은 사람은 시베리아 벌목공으로 보낸다고도 했다. 이때부터 감시병이 배로 증가되어 감시가 한층 강화되었다. 포로 중에 감시병 눈을 피해 탈출하다가 총살당하는 경우도 여러 차례 목격되었다.▶소나무 껍질을 벗겨먹다7일 동안 아무것도 입에 넣지 못했다. 어느 산골마을을 지날 때, 들판에 쌓여 있는 콩 단을 털어서 날콩을 씹어 먹기도 하고, 먹을 만한 풀잎이며 소나무 껍질을 벗겨 먹기도 했다. 그런 것을 먹었는데도 아무도 탈이 나지 않았다. 짐승들이 겨울 산에서 먹이를 구해 먹는 것이나 별반 차이가 없었다. 산에 눈이 많아 피신할 수 없을 때는 민가로 내려와 빈집에서 휴식을 취하기도 했다. 빈집의 구석구석을 뒤져 먹을거리를 찾아보았으나 마땅한 먹거리가 없었다. 무나 감자 구덩이를 찾느라고 포로끼리 야단법석을 떨기도 하고, 뭐 먹을 만한 것이 생기면 독수리 먹이 채가듯 낚아가 버렸다. 부엌을 먼저 차지하려고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2018-12-10 12:05:32

이주향의 삼국유사, 이 땅의 기억/ 이주향 지음/ 살림 펴냄·

신화에 관심이 많은 철학자 이주향이 '그리스 신화, 내 마음의 12별'을 펴낸 지 2년만에 우리나라 신화의 효시격인 '삼국유사'에 대한 에세이를 출간했다.삼국유사 원전을 그대로 풀어내거나 요약한 책들은 많지만, 지은이는 독특한 시선으로 삼국유사를 풀어냈다. 지은이에게 비친 삼국유사는 이 땅의 기억이다. 신화에 인간의 원형이 숨어 있다며, 삼국유사를 소화하는 것이 이 땅을 이해하는 일이며, 곧 나를, 나아가 우리 자신을 이해하는 일이라 본다. 그는 에밀레종에는 고통을 대면할 줄 아는 어머니의 이야기를, 만파식적에는 살아있는 소리가 어디에서 나오는지 근원을 들려준다.사진은 정선자의 작품이다. 경주 감은사, 불국사, 남산, 황천, 황룡사 터, 흥륜사, 문무대왕릉, 군위 인각사, 양양 낙산사, 진천사, 합천 해인사, 익산 미륵사, 양산 통도사, 창원 백월산, 대구 파군재를 답사하면서 찍었다. 228쪽. 1만5천원

2018-12-06 11:43:46

원종건의 엄지장갑 이야기/원종건 지음/북레시피 펴냄

무지개는 몇가지 색으로 이뤄져있을까? 우리는 통상 7개 색으로 인식한다. 하지만 일부 문화권에서는 30가지 색깔로 무지개를 표현하고 이해한다. 이처럼 세상을 이해하는 방법과 행동이 평소 쓰는 언어의 문법 체계와 관련이 있다는 것이 바로 '사피어-워프 가설'이다.손가락 부위가 나뉘어져 있지 않은 장갑을 부르는 '벙어리 장갑'이라는 말에는 장애인 비하의 의미가 포함돼있다. 이런 단어가 장애인에 대한 잘못된 편견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생각에서 '엄지 장갑'으로 부르자는 움직임이 일어났고, 최근에는 고쳐 부르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원종건의 엄지장갑 이야기'는 지은이 원종건의 '엄지장갑 프로젝트'를 비롯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노력과 혹독한 어린시절을 보냈지만 긍정적 에너지를 가질 수 있었던 뒷 이야기를 전한다.◆현명한 어머니에게 물려받은 감사와 겸손지은이는 2005년 시각장애인 어머니와 단둘이 살며 어머니의 눈이 되주는 '효자 종건'이로 한 방송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사람들에게 알려졌다.그의 어린 시절은 가난과 아픔의 연속이었다. 엄마는 고등학생 때 청력을 잃었다. 아빠와 결혼할 때만 해도 눈은 이상이 없었다. 외환위기는 가족을 뿔뿔이 흩어놨다. 아빠는 술로 하루하루를 버티다 돌아가셨다. 두살 아래 여동생은 스웨덴으로 입양됐다. 단둘이 남은 모자는 노숙생활을 했고, 스트레스와 영양실조로 어머니는 시력마저 잃어버렸다.주위의 도움으로 공장에 취직해 모자는 미혼여성들이 모여 사는 기숙사에서 생활할 수 있었다. 어린 아들을 데리고 주변의 눈치를 보며 지내야 했지만, 어머니는 청소를 도맡아 하고 모두 잠든 사이에 아들을 씻기면서 한숨 한번 쉬지 않았다.지은이는 '엄마는 현명하다'는 글로 책의 첫장을 시작하며 어려운 환경에서도 '감사'와 '겸손'을 알려준 어머니를 존경하는 마음을 표현했다."엄마가 속옷공장 기숙사에서 눈치보며 새벽 2시에 나에게 비눗물을 묻혔을 때에도 감사는 존재했다. "우리가 목욕탕을 다 빌렸다, 그치?" 그랬던 것처럼."MBC '느낌표!' 프로그램의 도움으로 시력을 되찾은 어머니가 아들에게 뱉은 첫마디는 "우리도 더 좋은 일을 하는 사람이 되자"였다. 아들은 장기기증 서약으로 어머니의 가르침을 실천했고, 더 좋은 일을 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해왔다.◆엄지장갑 캠페인과 현재 진행 중인 더 좋은 일엄지장갑 프로젝트의 출발은 대학시절부터다. 헬렌 켈러 옆에서 48년간 눈과 귀가 되어준 설리번처럼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거리를 잇는 커뮤니케이터가 되자는 뜻에서 '설리번'이라는 팀을 만들고, 벙어리장갑을 엄지장갑으로 바꿔 부르자는 캠페인을 시작했다.엄지장갑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300만원 모금을 목표로 시작한 스토리 펀딩은 목표금액의 800%이상을 달생해 2천500만원이 넘게 모였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아서 몰랐던 장애인에 대한 무의식적 차별에 대한 반성이자, 조금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사람들의 뜻이었다.""손가락이 우리가 사는 사회라고 한번 생각해보자. 작고 뚱뚱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홀쭉이같이 마른 사람들도 있지. 똑같은 손가락이 없듯이 우리는 하나의 사회(손바닥)에 사는 개인(손가락)이라는 거야. 그런데 이 장갑을 봐. 엄지손가락만 따로 떨어져 있잖아. 나머지 손가락들은 모두 함께 있는데. 우리는 이런 사람들을 위해 고민하고 있는 거라고! 그래서 다수가 아닌 따로 떨어져 있는 소수, 그러니까 엄지를 위한 장갑을 만드는 거야. 그래서 이름은 '엄지장갑!' 어때?" 그렇게 엄지장갑 프로젝트는 시작되었다."지난해 사회 초년생이 된 지은이는 한 기업에서 사회공헌 업무를 맡고 있다. 소방공무원 지원 프로젝트를 통해 '더 좋은 일'을 하기 위해 일일이 현장을 찾아가고 소방관들이 필요로 하는 물품과 시스템을 발굴한다. 지역마다 소방관이 처한 환경이 다르기 때문이다.청각언어 장애인들에게 수화통역사를 모바일로 연결시켜주는 '이어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이어 프로젝트는 귀의 영어 발음인 '이어'(ear), 그리고 사람과 사람을 '이어'준다는 뜻을 동시에 담은 프로젝트명이다.서민석 이베이코리아 부사장은 "이 책에는 스무해 조금더 살아온 젊은이의 '세상을 위해 더 좋은 일을 하기 위한' 고민과 걱정 그리고 웃음이 있다. 그 젊은이 이름이 종건이다. 종건(鐘建)은 '세상의 시작을 알리느 큰 종을 세우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부디 이 책이 그 종소리의 시작이길 빈다"며 책을 추천했다. 244쪽. 1만5천원

2018-12-06 11:43:27

다문화가족 생활수기 공모 수상자들이 내빈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msnet.co.kr

매일신문 주최 2018 전국다문화가족 생활수기 공모 시상식

매일신문이 주최하고 여성가족부, 대구시, 경상북도, 대성에너지가 후원한 '2018 전국다문화가족 생활수기 공모' 시상식이 5일 하영숙 대구시 여성가족정책관, 강석기 대성에너지 대표이사, 박명희 동화작가(심사위원), 권지영 대구 남구다문화가족지원센터장(심사위원), 이상택 매일신문 사장을 비롯해 수상자 및 수상자 가족 등이 참석한 가운데 매일신문 8층 회의실에서 열렸다.대상 수상자 정이영(강원도 삼척) 씨를 비롯한 우수상, 가작, 특선, 입선 등 총 47명의 수상 작품은 2019 다문화가족 생활체험수기 '무지개를 타고 온 사람'으로 발간될 예정이다.

2018-12-05 16:55:41

대구가톨릭문학 28집/대구가톨릭문인회 펴냄

가톨릭문학은 가톨릭 신앙인만이 쓸 수 있고 표현할 수 있는 특징이 있다. 사제와 가톨릭 신앙 문인들의 시와 수필을 모은 '대구가톨릭문학' 28집이 나왔다.이순옥 회장은 발간사에서 28집의 펴냄을 '불속에서 단련된 황금'에 비유했다. 회원들의 적극적인 기도와 협조로 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되었고 또한 올 여름 폭염 가운데서도 원고를 마감일까지 보내준 회원들의 노고에 깊은 감사를 표시했다.정태우 지도신부는 격려사에서 언제나 자기 보따리가 남의 것보다 무겁게 느껴지는 사제의 일상에서 가톨릭 문인회 형제자매를 생각할 때마다 푸념과 엄살보다는 자기반성의 계기가 됐다고 하고 있다.특히 이번 호에서는 22년 동안 대구가톨릭 문인회를 이끌어 주었던 이정우 신부의 갑작스런 선종을 애도하며 '이정우 신부 추모 특집편'을 실고 있다. 389쪽 1만2천원

2018-12-05 11:28:56

수업, 너 나하고 결혼해/김영호 지음/북랩 펴냄

후배 교사에게 선배 교사가 들려주는 4가지 행복 수업 이야기이다. 지은이는 30년 이상 교직생활을 했다. 셀 수 없이 수업을 했지만 지은이에게 수업은 여전히 어렵다. 그 가운데 그가 터득한 행복한 수업 비결이 역사용 역량, 수업철학 역량, 수업행복 역량 수업문 역량이다.그리고 4개의 역량은 결국 하나의 맥락으로 통한다고 지은이는 강조한다. 즉 수업에 대한 소신을 가지고 아이들을 사랑한다면 수업이 행복할 것이고 수업문은 저절로 열릴 것이며 열린 수업문은 우리 모두의 바람이자 소망인 행복문이다는 것이다. 가히 경험에서 얻을 수 있는 최상의 결론인 셈이다.지은이는 김천 시골마을에서 태어나 오랜 교직생활과 교육행정직을 거쳤다. 현재 대구남부교육지원청 초등교육지원과장으로 재직 중이며 학교의 모든 문제의 시작과 끝은 수업이라는 생각으로 수업과 관련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336쪽, 1만5천원

2018-12-05 11:27:45

일러스트 전숙경(아트그룬)

[2018년 제4회 시니어 문학상 논픽션 부문 당선작]④노병의 증언/ 김길영

50년 11월 22일. 우리 부대는 회천으로 전진하기 시작했다. 그때 부대의 목표는 중국과의 경계선인 초산까지 먼저 도착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회천에서 초산까지는 일주일 정도 걸린다고 했다. 그러나 회천까지 가는 도중에 중공군의 공격이 있었다. 후방 여러 산골짜기에서 나팔소리, 북소리가 어우러져 어두운 장막을 깼다. 요란한 소리를 잠재우며 따발총소리가 따따따따, 따따따따 가까이 들리기 시작했다. 우리부대는 진격하지 못하고 묘향산 남단으로 이동하여 중공군과 마주하게 되었다.▶ 소대장 전사소대장이 박격포를 지휘하다가 적의 총탄을 맞고 쓰러졌다. 소대장 대신 선임상사가 전투를 지휘했지만 밤새도록 불안한 총알이 빗발쳤다. 먼동이 트자 아군과 적군이 구별되었다. 밤새 몇 명의 전사자가 생겼는지 확인조차 할 수 없었다. 날이 밝아오자 작전명령이 또 날아들었다."총알이 있는 대로 집중 사격하고 후퇴하라"는 명령이었다. 명령에 따라 총알을 다 쏟아 부었다. 총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새벽하늘 한 귀퉁이가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다. 중공군이 발뒤꿈치까지 다가오면서 따발총을 연신쏘아 댔다. 부상자가 생겨도 돌볼 겨를 없이 쫓기는 신세가 되었다. 의기양양하게 전진하며 콧노래 부르던 때가 엊그젠데, 날개 꺾인 새들처럼 기세가 꺾여 목숨하나 챙기는 데도 힘이 들었다. 나와 동행하던 전우가 몇 명밖에 보이지 않았다. 전사한 전우들은 북한 땅 어느 곳인가 뼈를 묻고 영혼들은 지금도 그 하늘 어디에서 울고 있을 것이다. ▶중공군 참가중공군은 피리를 불며 좇아오고 발걸음은 천근만근처럼 무거웠다. 평소에 걷던 걸음보다 느리고 목이 말랐다. 부대는 오열을 갖추지 못한 채 통일성마저 잃어버려 오합지졸이었다. 어딘가 숨을 곳도 마땅치 않았다. 도망치듯 쫓기다 보니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었다. 나는 총을 메고 수류탄을 가슴에 달았지만 싸우는 병사이기를 포기한 듯했다. 전열을 재정비하고 질서를 찾을 때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후퇴를 거듭하면서도 인민군 패잔병과 십여 차례 교전했다. 적의 패잔병들은 아군의 퇴로에 매복했다가 기습공격을 가해왔다. 우리는 무방비 상태로 그들에게 당할 수밖에 없었다. 쫓고 쫓기면서 한 전투는 끝났다. 우리는 잔여 인원을 규합하여 부대를 재편성했다. 뒤에서는 중공군이 따라오고 인민군은 퇴로마다 매복하고 있었다. 그들의 작전에 완전히 포위된 것으로 판단되었다. 전상자를 교대로 업고 살얼음판 청천강을 건너 우리가 야영했던 구장球場까지 후퇴했다. 우리는 그곳에서 재정비하고 있을 때 초산전투에서 패배한 6사단 잔여 병들이 10여 명씩 무리지어 포위망을 뚫고 도착하고 있었다. ▶인해전술50년 11월말, 대공세작전이 시작되었다. 중공군은 인해전술을 폈다. 인해전술과 야간 기습 공격에 유엔군과 아군은 무방비 상태였다. 밤중에 중공군들이 불어대는 피리소리는 소름이 돋았다. 꼭 저승사자들이 문 밖에서 수군대는 소리 같았다. 총소리도 나지 않았고 대포소리도 없이 그냥 온몸이 굳어져 갔다. 눈만 끄먹거리던 전우들은 이젠 모두 끝났다고 생각했다. 서로 마주보며 한숨을 내뱉는데 땅이 꺼지는 것 같았다. 공격할 때는 졸음도 오지 않았고 배도 고프지 않았다. 그날따라 팔다리에 힘이 쭉 빠지고 졸리고 배가 고팠다. 그 음습한 밤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다음 날도 잠시 총성이 멎고 달이 밝았다. 초저녁에 잠잠 하던 전선 밤공기가 싸늘해지기 시작했다. 5리 길 되는 적진에서 나팔과 피리를 불고 북을 울리며 호루라기를 불어댔다. 내가 전투에 참가한 이래로 처음 느껴보는 음산함이었다. 이내 장막을 깨고 따발총 소리가 밤공기를 흔들어댔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공포분위기에 억압되었다. 그들이 가까이 다가올수록 귀청이 찢어질 듯이 따가웠다. ▶새로운 전쟁50년 12월 4일. 맥아더 사령관이 "새로운 전쟁이 시작 되었다."고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이 발표문에 따라 유엔군이 점령했던 평양에서 모두 철수하고 북진 중인 전군에 "12월 말까지 철수 하여 삼팔선에 재집결하라."는 작전 명령이 하달되었다.50년 12월 5일. 우리 8사단은 평북구장에서 춘천까지 장장 4백여 리를 철수했다. 철수 작전이 도보행군으로 남하기 시작한 것이다. 1개 중대 단위로 북한의 청년단원 2-30명이 동원되어 소 두세 마리에 보급품을 싣고 내려오는 행렬은 평안남도 회천을 거처 황해도 곡산. 강원도 이천. 철원. 갈말을 지났다. 도보로 22일 간이나 철수행군은 계속되었다.50년 12월 27일. 춘천이 가까운 삼팔선상에 도착했다. 하루 평균 30킬로미터를 도보로 행군했다. 철수 도중에 인민군 패잔병과 10여 차례 교전도 했다. 철수하는 부대 뒤에는 중공군이 따라오고 인민군 패잔병이 앞을 막았다.50년 12월 31일. 한국전선은 남북한이 다시 삼팔선상에서 대치했다. 이날 자정을 기해 1차적으로 중공군 11만 명, 인민군 6만 여명, 도합 17만 명의 병력으로 6.25 초기와 거의 같은 경로로 삼팔선 돌파작전을 개시해 왔다.51년 1월 4일. 서울을 다시 그들에게 내주고 말았다. 이른바 '1.4후퇴'라는 것이다. 승승장구하던 국군이 비참하게 서울을 내주는 치욕의 날이 되었다.▶1.4후퇴우리부대는 이 때 춘천 변두리에서 3일간 장비검열을 마쳤다. 손실된 병력도 충원되었다. 그리고 양구방면으로 약 20킬로미터 지점인 춘성군 북안면 오항리, 일대의 삼팔선에 도착했다. 사명산 주령인 부영산 일대에 배치되었다. 거기서 주저항선을 형성하고 적과의 접전을 기다렸다. 처음에는 북한 인민군이 나타나 교전이 소강상태였으나 51년 1월1일을 기해 중공군이 삼팔선을 공격해 옴으로써 3일간이나 일진일퇴를 거듭했다. 청천강까지 북진했던 전우들의 희생이 컸다. 이때 중대 서무를 보던 김현주 일등상사가 진급하여 중대 선임하사로 발령이 나고 내가 중대 CP로 내려와 OP와의 연락업무를 맡게 되었다. 8사단은 1.4후퇴명령으로 며칠간 강행군을 계속했다. 홍청. 횡성. 원주. 문막. 충주를 거쳐 1월 9일 제천 한강상류 북노리 월악산 부근에 집결했다. 지리산에서 소백산맥을 따라 북상하는 인민군과 빨치산의 이동경로를 차단할 목적으로 매복 수색작전에 돌입했다. 이곳에서 20일간 머무르면서 전력강화를 위한 훈련을 받고 장기교육을 받으면서 부대 재정비와 심신의 충전기회를 가졌다.

2018-12-03 12: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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