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대구수성 한국지역도서전 출판 대상에 ‘대전여지도·3’ 선정
'대전여지도·3'(이용원 지음·토마토 출판사 펴냄)이 한국지역출판연대와 대구 수성구가 공동 주최한 '2020 대구수성 한국지역도서전'에서 천인독자상 대상 도서로 선정됐다. 또 부산 산지니 출판사가 펴낸 '다시 시월 1979'와 광주 심미안이 발간한 '5·18 우리들의 이야기'가 공로상 도서로 선정됐다. 대상에는 상금 300만원, 공로상에는 각각 200만원의 상금이 지급된다.대상 도서로 선정된 '대전여지도 3'은 저자가 대전 유성구의 오래된 마을을 구석구석 찾아다니며, 예전에 있었으나 지금은 없어진 공간과 사람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이다. 개발과 변화, 시간의 경과로 지나온 길, 지나온 삶을 무(無)가 되기 십상이지만 이 책은 우리가 살아온 날들, 지나온 길을 무(無)로 만들지 않고, 생생한 기억으로 남기고 있다.'다시 시월 1979'는 부마민주항쟁의 새로운 증언과 의미를 담았고, '5·18 우리들의 이야기'는 1980년 5월 당시 고등학교 3학년이었던 광주서석고 동창생들이 엮은 책이다.천인독자상은 한국지역출판연대 주관으로 1천 명의 독자가 1만원씩을 모아 지역출판사가 펴낸 책 가운데 지역성과 기획의 우수성, 독창성 등을 주요 심사 기준으로 선정한다.조두진(소설가) 심사위원장은 "수상작 외에도 응모한 모든 출판사의 책이 지역성과 작품성, 독창성을 두루 갖춘 귀한 작품들이었다"며 "지역에 기반한 더 많이 책이 발간돼 지역문화와 역사는 물론 우리나라의 역사와 문화, 예술, 생활을 기록하고 널리 알려 나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2020-09-24 16:31:59
[책] 윤리와 이념 너머로 차별과 폭력, 솔직히 바라보기
기본적으로 우리는 차별을 나쁜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사회에 존재하는 차별은 사람들의 나쁜 심성이나 잘못된 사회구조 때문이라고 여긴다. 따라서 인권에 대한 의식이나 감수성 부족, 기득권층의 주도적 지배 등에 원인이 있으므로 사회가 진보적으로 바뀐다면 차별은 사라질 것이라 믿는다. 그러나 저자는 이런 식의 이해가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영역이 넓어지고 있다고 말한다. "지금 사회에서는 팩트들 자체가 폭력성을 띠며, 서로의 권리가 확장되면서 충돌하고 있다. 인권이나 평등 같은 기준으로는 해결난망한 '넓은 의미의 차별'이 늘고 있다"고.◆'넓은 의미의 차별'이란?저자에 따르면, 차별에는 '좁은 의미의 차별'과 '넓은 의미의 차별'이 있다. 전자는 우리에게 익숙한 성차별이나 동성애 차별 같은 것이다. 이것들은 차별금지법 같은 제도로 규제하고 개선해갈 수 있다. 문제는 후자다. 이는 사회에서 여러 이유로 '정당하다'고 인정되거나 묵인되거나 심지어 생산되는 차별이다. 예컨대, 회사가 되도록 우수한 인재를 뽑고 싶어하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그런 일들이 학력 및 능력에 따른 차별을 만들어낸다. 부모들이 되도록 자녀들에게 좋은 교육을 시키려 하는 것도 당연하지만, 그러면서 학력의 격차가 자연스럽게 발생하고 차별로 이어지게 된다. 집을 살 때 가능한 한 주변 환경이 좋고 미래에 가격이 상승하리라 여겨지는 곳의 주택을 사는 것도 누구나에게 권장되는 일이다. 그러나 그런 행위들이 합쳐져 부동산 가격의 격차가 생기고 차별적 갈등도 발생한다.이런 차별들은 권리를 정당하게 행사하는 가운데 발생해 인권에 기대는 식으로 비판하고 해결할 수 없다. 또 도덕적 원칙이나 이념으로도 해결될 수 없다.◆피해자 구제가 또 다른 피해자 만들어내는 모순이러한 차별을 없애는 일의 어려움은 '적극적 우대조치'의 한계에서도 드러난다. 기회의 차원에서 차별을 받는 소수집단에게 가산점을 주거나 또는 따로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 적극적 우대조치다. 이 조치는 차별을 시정하는 좋은 제도로 여겨진다. 그런데 소수에게 더 기회를 준다고 할 때 어떻게 그 소수에게 그 기회를 '공평하게' 배분하느냐는 문제가 존재한다. 예를 들어, 대도시의 학생들이 'SKY대학'에 진학하는 현실을 바꾸기 위해 농어촌을 대상으로 적극적 우대조치를 도입한다고 하자. 이 경우에도 성적을 기준으로 선발하게 될 것이다. 시험 성적에 의한 기존 제도의 폐해를 조정하기 위한 조치를 실행하려고 하는데, 다시 농어촌지역에서도 성적 우수 학생에게만 기회를 주는 셈이 된다. 여성이나 장애인이나 다른 소수집단이 대상인 경우도 마찬가지다. 저자는 "약자와 소수에게 기회를 부여하는 일이 다시 그 가운데에서 능력 있는 사람과 강자를 우대하는 일이 되는 것은 분명히 문제"라고 지적한다.◆사회의 폭력을 마주하는 어려운 길저자는 이 책에서 집요하게 차별의 문제를 좇는다. 혐오 표현, 팩트 폭력, 학력경쟁, 차별금지법, 공정성 논란, 급진 여성주의자에 의한 트랜스젠더 차별, 능력주의 평가 시스템 등의 문제를 철학적·사회학적으로 분석·성찰하며, 그 안에서 차별과 폭력의 문제가 얼마나 복잡하게 꼬여 있는지를 낱낱이 보여준다. 진보적 방향의 정책을 꾸준히 추구한다고 해서, 또 사람들이 정치적 올바름을 갖추고 '의식 있게' 행동한다고 해서 이런 문제들은 사라지지 않는다.그러나 저자는 성급한 대안 제시에는 선을 긋는다. 정상적이고 바람직한 사회 시스템도 차별과 폭력을 만들어낸다는 사실을 직시하는 것만도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섣부른 대안보다는 차별과 폭력의 다양한 양상을 마주하고 또 마주한다. 이런 현실 앞에서 어떤 실천 태도를 가져야 할지는 그 후의 과제이다.저자는 "다양한 형태의 위험하고 폭력적인 사실을 인식하는 일은, 그것이 무참하게 확대되는 광경을 그냥 맥없이 쳐다보는 일과는 다르다. 현재 사회에서 역사적 성과로 인권은 확대됐고, 안전도 점점 중요해졌다. 각자 자신의 행복을 추구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을 객체로 만들면서 또 주체로 만드는 많은 사실들이 알게 모르게 폭력성을 띤다. 사회 시스템들이 그 사실들을 생산한다. 이 사실을 견디거나 그것과 싸우는 일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선, 일단 그 존재를 인정하는 겸손이 필요하다"면서 "우리는 이제 겨우 자신이 폭력에 의해 대상화되면서 주체로서 구성된다는 폭력적인 사실을 직시하기 시작한다. 이제 이 사실 앞에서 우리의 실천하는 태도를 제대로 다듬고 키울 때"라고 강조한다. 400쪽, 2만원.
2020-09-18 14:30:00
[책] 근대 일본 자본주의 형성의 프론티어로 활약한 기업가들의 경영이념
한국과 일본의 근대화 궤적은 크게 달랐다. 일본은 제국주의로 성장해 서구 열강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세계를 상대로 전쟁을 벌였다. 한국은 오랜 세월 정치적 자유와 경제적 주권을 빼앗겼다. 일본이 서양의 각종 자본주의 제도를 적극적으로 도입해 토착화를 모색하고 식산흥업정책을 통해 부국강병을 이룰 때, 대한제국도 자주적 근대화를 위해 필사적으로 몸부림쳤다.결과적으로 일본은 성공하고 대한제국은 실패했다. 결정적 차이점은 무엇일까? 일본의 근대 기업가들을 조명한 이 책이 물음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한다. 현대 일본경제를 이끌고 있는 기업들의 원형이 메이지기에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이 시기에 미쓰이, 미쓰비시, 스미토모 등 재벌이 등장했고, 오쿠라, 후지타, 후루카와 등 소위 정상(政商)들이 활약했다. 시부사와 에이이치는 일본 자본주의의 코디네이터를 자처했고, 한국의 근대화 과정에서도 수많은 비즈니스 찬스를 포착하고 흔적을 남겼다. 기술의 혼다, '경영의 신' 마쓰시타는 대중소비사회를 이끌었다. 이들은 격동의 시대에 불확실성을 사업으로 성공시킨, 시대를 앞서간 기업가들이다. 기업가로서 이들의 경영수완은 어떻게 형성되었을까? 당대인들은 보지 못하고 그들만이 볼 수 있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그리고 그들의 행동을 규율해 온 '기업가 정신'은 무엇일까? 에도기의 유력 대상가인 미쓰이, 스미토모, 고노이케의 사례를 들어 어떤 상가가 살아남아 근대 기업가와 재벌로 성장할 수 있었고, 반대로 어떤 상가가 막말·메이지기라는 격동기에 적응하지 못하고 몰락했는지를 보여주었다. 미쓰이가의 미노무라 리자에몽(三野村利左衛門)과 스미토모의 히로세 사이헤이(廣瀨宰平)는 전자의 사례였고, 고노이케의 사례는 후자에 속한다.대중들의 일상생활과 연관이 있는 기업가들이 관심을 끈다. 그 선구자에 해당하는 기업가가 고바야시 이치조(小林一三)이다. 그는 1907년 미노오아리마전기궤도를 설립하고 그 연선에 주택지를 개발하고 판매함으로써 도시화와 사철문화를 이끌었다. 주택지 개발과 함께 레저시설을 만들었고, 오늘날에도 유명한 다카라즈카가극단을 조직하여 대중문화를 선도했다. 고바야시는 또한 1929년에 이미 터미널 백화점의 원형인 한큐백화점을 설립하여 이후 출현하게 되는 도큐, 세이부, 도부 등에도 영향을 주었다. 이른바 사철 경영의 원형을 만든 것이다.혼다 소이치로(本田宗一郞)는 전후 영세기업으로 출발했으면서도 모터바이크, 소형 오토바이의 개발, 오토바이 세계시장에서의 브랜드 확립, 경자동차로의 진출, 미국 머스키법을 충족시킨 CVCC엔진의 개발, 젊은 취향의 승용차 시장의 개척 등 차례차례 혁신적인 기업자활동을 전개했다. 이를 통해 혼다는 공업대국 일본의 약진을 상징하는 기업으로 세계에 알려지게 되었다.마쓰시타 고노스케(松下幸之助)는 가전붐의 연출자이면서 독자적인 경영사상과 근로관으로 '경영의 신'으로 불렸고, 오늘날 가장 인기 있는 경영자이기도 하다. 향후 전기사업이 유망할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전기 관련 사업에 뛰어들어 개량 소켓, 어태치먼트 플러그, 자전거나 가정용 램프, 라디오, 텔레비전 등의 개발과 개량에 힘썼다. 네덜란드 필립스사와의 합자는 마쓰시타의 시장 점유율을 키울 수 있는 계기였다. 수돗물과 같이 저렴한 가격으로 무진장 제공해야 한다는 '수도철학'을 주장하면서도 적정이윤을 '사회로의 봉사에 대한 보수'라고 하여 정가판매론을 주장하며 품질 유지를 강조했다. 560쪽, 3만원.
2020-09-17 14:30:00
삼성전자 전 CEO가 말하는 참된 리더의 자격
"좋은 리더는 도전, 창조, 협력의 정신이 기업 문화에 녹아들도록 조직과 구성원들을 이끌면서 지속 가능한 혁신에 이르는 길을 끊임없이 생각하고 실천에 옮겨야 합니다.…관리자는 자기가 없으면 업무가 안 된다고 생각하는 우물 안 개구리라면, 진정한 경영자는 본인이 없더라도 업무가 돌아가도록 시스템을 구축하고 권한 위임을 과감하게 해야 합니다."지은이는 삼성전자 반도체 연구원으로 입사, 최고 경영자까지 오른 권오현 전 회장이다. 2018년 그의 33년 경영전략을 담은 '초격차'가 출간되자 국내와 해외 리더들은 비상한 관심을 보였다. 그는 올해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회장 임기를 마치고 후속편으로 신간 '초격차-리더의 질문'을 펴냈다.책의 전체적인 화두는 '위기 극복'으로 실제 경영현장에서 나온 32가지 고민과 질문을 '리더' '혁신' '문화' 3개 장으로 나눠 지은이가 직접 대답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혁신을 실패 없이 달성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란 질문에 대해서 그는 "목표를 정할 때는 양보다 질에 집중해야 하며 양적 목표는 시간과 돈이 해결할 수 있으나 질적 목표는 실력이 없으면 성취할 수 없다"면서 "우선순위는 혁신의 성과가 상대적으로 빨리 나타나는 순서로 정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우리 조직에 적합한 인재인지 어떻게 알아볼 수 있습니까?"란 질의에 대해서는 "부하 직원들과 간담회나 점심식사를 하며 그들의 의견을 청취하는 방법을 취한다"고 밝혔다. 기업의 리더들에게 직원들로부터 옥석을 가려내는 일은 조직문화의 소통과 성과에 중요한 기준이기 때문이다. 이어 그는 "대화를 통해 그 사람이 평소 자신의 업무에 어떤 고민과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는지, 어떤 성향을 가진 사람인지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예를 들어 팀장과 팀원을 함께 불렀을 때 팀원이 자신의 의견을 밝히려는 데 팀장이 "그게 아니잖아. 가만 있어봐"라고 한다면 그 팀장은 부하의 언로를 막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추측할 수 있다는 것이다.현명한 리더는 또한 질문도 리더답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올해 매출 목표가 얼마지?" "어제 몇 개나 생산해지?"라고 묻는다면 기억력 좋은 누군가는 대답하겠지만 다른 누군가는 대답하지 못할 수도 있고, 자연히 그는 창피를 당할 수도 있다. 이런 게 되풀이되면 다른 직원들은 다음부터 숫자 외우는데만 몰두하게 된다.반면 좋은 질문이란 대답하는 사람이 자신만의 논리를 갖고 있지 않으면 대답할 수 없는 것들이다. 가령 "앞으로 무엇을 개발해야 시장 점유율을 높일 수 있을까" "내년 시장 동향은 어떻게 변할까" 같은 것처럼 상대방의 생각을 끌어내는 질문이 무엇보다 중요하다.특히 "자연에서 '우연에 의한 변이'는 기업에서 '계획에 의한 혁신'이 되며 자연에서 '유전을 통한 번성'은 기업에서 '문화를 통한 성장이 된다"는 웅변은 책의 전체 내용을 관통하는 핵심 메시지이다. 이는 마치 적자생존의 원칙에 따라 우월한 유전자가 세대에서 세대로 이어져 번성한다는 진화론의 원리와 맞닿아 있다.책의 속살로 들어가면 1장 '리더-혁신과 문화의 선도자'에서는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리더는 생각하는 시간을 확보해서 "모든 판단 기준을 미래에 맞추어 있어야 한다"고 밝히면서 리더의 지식과 능력, 지혜와 그릇에 대한 지은이의 관점은 오늘날 리더가 추구해야 할 방향이 어디인지 정확하게 알려준다.2장 '혁신-성장과 생존의 조건"에서는 리더는 분명 혁신을 이끌어가는 장본인이지만 혼자서 모든 것을 수행할 수는 없으며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제도와 좋은 인재가 필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일례로 이병철, 이건희 회장의 통찰이 빛났던 삼성의 결정적 순간에 관한 에피소드는 혁신의 본질을 깊게 이해하도록 돕는다.3장 '문화-초격차 달성의 기반'에서는 초격차 조직을 이루는 3요소를 적시하고 있다. 첫째 도전하는 문화를 만들려면 구성원이 능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하고, 결과에 대한 정당한 평가가 뒤따라야 한다는 것과 둘째 창조하는 문화를 만들려면 호기심 있는 인재를 선발, 육성해야 하며 명령과 복종이라는 획일적 문화에서 벗어난 다양성을 추구해야 한다.셋째 협력하는 문화를 만들려면 피드백 루프가 잘 이루어지도록 소통 방식을 바꾸고 공통의 목표를 향한 구성원 간 신뢰가 필수적이라고 했다.불확실성의 시대에 위기와 기회는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 위기의 시대일수록 기회를 잡아내는 참된 리더의 출현이 절실하다. 296쪽, 1만8천원.
2020-09-11 14:30:00
[책CHECK] 먼 길을 돌아왔네/ 서숙희 지음 / 푸른사상 펴냄
경북 포항에서 활동하고 있는 서숙희 시인의 시조집이다. 그는 일상적 체험을 중심으로 한 사색의 깊이와 은유적 성취가 탁월하고, 감각적 언어로 진단해가는 자기모색이 남다르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그는 죽었다/무슨 징후나 예고도 없이/제 죽음을 제 몸에 선명히 기록해두고/정확히 세 시 삼십삼 분 이십이 초에 죽었다// 생각해보면 그의 죽음은 타살에 가깝다/오늘을 어제로만, 현재를 과거로만/미래를 만들 수 없는,/그 삶은 가혹했다// 날마다 같은 간격과 분량으로 살아온/심장이 없어 울 수도 없는 그의 이름은/벽시계,/뾰족한 바늘뿐인/금속성의 시시포스' -시조 '어떤 죽음'이처럼 이번 시조집에서 지향하는 주제의식은 '시시포스의 역설'이다. 시시포스가 자신의 운명을 부정하지 않고 바위를 굴려 올리는 형벌을 기꺼이 수행하며 신들에게 맞서듯이, 시인 또한 자신의 운명을 적극적으로 끌어안고 삶의 동반자로 삼고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맹문재 문학평론가는 "시인은 부조리한 상황에서 감당해야 하는 시간도, 아픔도, 슬픔도, 인연도 신에게 의탁하지 않고 자기애로 품는다. 그리하여 작품은 고뇌와 근심의 얼굴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지하의 세계에 갇혀 있다가 메마른 언덕을 넘어오는 봄과 같은 생기를 띠고 있다. 인간 소외가 지배하는 이 부조리의 세계에 굴복하지 않는 자기 실존의 세계를 이루고 있다"고 평했다.경북 포항 출신인 서 시인은 1992년 매일신문 신춘문예에 시조가 당선되고, 1996년 월간문학 신인상에 소설이 당선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조집으로 '아득한 중심', '손이 작은 그 여자', '그대 아니라도 꽃은 피어', 시조선집으로 '물의 이빨' 등이 있다. 백수문학상, 김상옥시조문학상, 이영도시조문학상, 한국시조작품상, 열린시학상, 경상북도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114쪽, 9천원.
2020-09-11 14:30:00
[책] 4차 산업혁명과 위드 코로나 시대의 교육, 새 시대의 교사론
코로나19로 달라진 시대에 적응하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 과거를 통해 미래를 예측하고, 예측한 미래를 기준 삼아 대비해야 한다. 교육은 이 같은 대비가 무엇보다 필요한 분야다. 새로운 시대에는 이전과 다른 유형의 인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넥스트 티처'는 코로나19라는 위기 앞에서 우리의 미래교육 전략을 제시한 책이다.◆포스트 코로나, 새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교육전략의 필요성저자는 "대한민국이 자원부국이 아니기 때문에 인재부국으로 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리고 이대로라면 우리나라 공교육의 미래는 암울하다고 단언한다. 세계의 교육 선진국들, 특히 독일을 참고해 더 이상 명문 대학과 입시 위주의 교육은 경쟁력이 없다고 선언하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교육전략을 짜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새로운 교육전략'의 근거를 제시하기 위해 교육은 물론 K-방역과 세계 정세까지 다양한 분야를 분석했다.저자는 알베르 카뮈의 소설 '페스트'를 통해 인류의 위기 앞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휴머니즘'임을 밝히고, 페스트의 유행 이후 변화한 유럽 사회의 모습을 통해 포스트 코로나 이후의 사회를 예견한다. 더불어 코로나19라는 세계적인 전염성 유행병 앞에서 지금 미국과 독일, 일본 같은 선진국들이 대대적으로 단행 중인 교육개혁과 우리나라 공교육의 현실을 비교한다. IT 강국이라는 명성에 걸맞지 않게 무선 인터넷조차 제대로 깔리지 않은 공교육 시설을 비판하고, 정부에 거기에 대한 대안을 촉구한다.◆블렌디드 학습이 가능한 시스템 마련"비대면 교육인 온라인 개학, 여건이 좋거나, 정책이 훌륭하거나, 인프라가 마련돼서가 아니라, 전국 교사들의 열정으로 가능했다."저자의 지인인 한 교사가 페이스북 피드에 올린 글이다. 하지만 교사들에게 열정으로 희생을 강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도 않을뿐더러 오래 갈 수도 없다. 더는 코로나19 이전의 상황으로 돌아갈 수 없는 것이 분명한 만큼, 온·오프라인 교육이 결합된 블렌디드(blended) 학습이 가능한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이 책은 지금껏 블렌디드 학습을 한 공교육 선생님에 더해 한국방송통신대나 사이버대 등의 사례를 다양하게 제시한다.◆선진 산업 국가에서 배우는 새 시대의 교육현재 독일과 미국에서는 각각 포스트 코로나에 더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발맞춰 '과학'을 강조하는 교육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또한 프랑스에서는 '에콜42'라는 IT전문교육기관을 통해 새 시대의 주역이 될 코딩전문가를 적극적으로 양성 중이다. 독일과 프랑스에서 이 같은 교육을 주도하는 곳은 대부분 기업 또는 기업가들인데, 독일에서는 오래전부터 아예 '아우스빌둥'(일-학습 병행 프로그램)이라는 제도를 법제화해 기업이 적극적으로 교육에 발 벗고 나서도록 만들었다.저자는 기업이 직접 인재 양성에 나서는 교육방식을 높이 평가하며 우리나라에서도 기업들이 독일처럼 인재 양성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며, 정부는 기업이 그럴 수 있도록 독려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런 분위기가 정착되면 우리나라도 현재의 독일처럼 대학 학벌 같은 것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244쪽, 1만5천원.▷저자 김택환은국가비전 전략가로 특강 강사 및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중앙일보 기자, 한국언론연구원 연구팀장, 광주 세계웹콘텐츠페스티벌 조직위원장을 거쳐 현재 경기대 특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 '넥스트 코리아', '넥스트 월드&코리아-세계 경제패권전쟁과 한반도의 미래' 등이 있다.
2020-09-11 14:30:00
[반갑다 새책]한류 미학1/최경원 지음/더블북 펴냄
손잡이 향로에서 말머리장식뿔잔, 무령왕릉금관, 가야의 갑옷과 백제 디자인 예술의 백미인 금동대향로까지 시대를 초월한 한류의 비밀코드인 '메이드 인 코리아'의 기원을 따라 선사시대부터 조선, 근현대에 이르는 역사적 유물의 디자인을 인문학적인 관점에서 조명하고 있다. 책은 시리즈 총 5권 중 1권 '선사시대부터 통일신라시대까지'편으로 우리 조상들의 문화적 축적이 얼마나 대단했는지를 이해할 수 있고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한 지혜를 얻을 수 있다.만듦새의 정교함을 보면 우리 문화는 소박하다. 하지만 통일신라와 고려의 유물들은 제작의 완성도가 동시대 일본이나 중국의 그것과 비교할 때 더 뛰어난 경우가 많다. 나아가 조선시대 문화도 당시 디자인이나 미술의 양식적 경향의 일관성을 놓고 보자면 일제 학자들의 조선 문화 낙후성 운운은 편견에 가깝다.책의 중요한 특징은 지은이가 10여 년 간 전국 박물관과 유적지를 발로 뛰어다니면서 작업한 수천 컷의 그림과 사진을 중심으로 유물을 설명해, 기존 문자 중심의 설명에 비해 훨씬 이해하기 쉽고 재미있게 받아들일 수 있다. 또 유물을 다양한 현대 디자인이나 현대 미술과 비교해 그 속에 들어 있는 가치들을 현대적인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구려 유물로 강서대묘의 백호, 청룡, 주작, 현무의 사신도는 캐릭터성과 양식적 일관성의 측면에서 볼 때 정말 탁월한 걸작이 아닐 수 없다.지은이는 역사적 기록은 왜곡이 있을 수 있지만 당대의 사회상과 생활, 문화가 고스란히 반영된 유물은 결코 거짓말을 할 수 없다고 말한다. 우리 유물이 지닌 당대의 실용성과 사회적 심미성, 유행, 보편적 조형성 등을 재해석하면서 발견되는 '현재성'은 이 시리즈의 가장 큰 수확인 셈이다. 436쪽, 2만5천원.
2020-09-11 14:30:00
[책] 김남조 시, 가톨릭과 무교의 관점에서 총체적으로 접근
이 책은 우리 문단의 원로 김남조 시인의 시 세계를 가톨리시즘과 샤머니즘적 관점에서 조명한 학술서이다. 저자는 사랑의 시, 기도시, 신앙시, 생명시, 구원의 시, 영가시 등으로 분류하고 있는 김남조 시를 가톨릭과 무교의 관점에서 총체적으로 접근해 일반인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썼다. 김남조의 시를 연구하게 된 이유와 그 과정에 대해 저자는 "처음에는 신앙시가 무엇인가라는 의문에서 시작했다. 그리고 김남조 시인이 보여준 사랑의 시편의 대상은 누구인가, 또 우리의 토속신앙이 김남조 시인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을까라는 의문들이 연구의 시작이었다"고 말했다.◆ 김남조 시, 그리스도교적 구원관 보여줘제1부 '김남조의 가톨릭 신앙시에 나타난 시 시계'에서는 김남조의 가톨릭 신앙시에 나타난 시 세계를 조명하고 있다. 이는 일반적으로 말하는 신앙시에 대한 이해가 필요했던 작가의 작은 의문에서 시작되었다. 시 작품 속에 절대자의 명칭이 들어 있지 않은데도 신앙시라고 하고, 들어 있어도 신앙시가 아니라고 하는 학계의 평가를 저자가 직접 확인하고 싶었던 것이다.일반적으로 김남조의 시를 사랑의 시로 규정하고 있는데, 그 대상이 누구인가에 대한 탐구 결과, 저자는 하느님, 예수 그리스도, 성령, 가톨릭의 성인 성녀들이 그 대상임을 밝히고 있다. 저자는 이 대상들에 대한 사랑은 숭고하고 형제적이고 아가페적이지만, 시적 표현에 있어서 에로스적 어휘를 쓰고 있을 뿐임을 밝히고 있다. 저자는 또 외연으로는 쉽고 편안한 느낌을 주는 김남조의 시이지만, 심층적으로는 심오하며 고난이나 역경에 처한 인간의 문제를 신의 섭리 안으로 데려가는 그리스도교적 구원관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한다.◆가톨리시즘·샤머니즘 두 사상 체계 조화로움 창조제2부 '김남조 시에 나타난 토속 신앙적 이미지'에서는 김남조 시의 토속 신앙적 관점에 대한 저자의 의문에서 시작된 결과물을 정리했다. 연구는 김남조 시인이 가톨릭 신앙인이지만 한국인의 심성에 자연스럽게 표출되고 있는 토속 신앙이 그의 시 작품 속에 어떻게 녹아 있는지 알고 싶은 저자의 학문적 호기심에서 시작되었다. 저자는 영혼의 문제, 고통의 문제, 사랑의 문제 등을 다루면서, 김남조 시에 나타난 영혼세계의 양상을 샤머니즘 영혼관에 근거하여 전이형, 의인화형, 영육분리형, 타계여행형, 영혼접촉형, 공동체형 등으로 고찰하고 있다.저자가 밝혀낸 김남조 시의 무속적 이미지는 벌거숭이, 굿, 주술, 토속적 기도, 무병, 한국인의 화병 이미지 등으로 분류하고 있다. 이 무속적 이미지는 가톨릭 신앙시에도 담겨 있는데, 그 이미지로 인해 김남조의 신앙시의 의미를 더욱 깊고 풍요하게 그려준다.저자는 김남조 시에 대한 연구 결과 가톨리시즘과 샤머니즘의 독특한 두 사상 체계 안에서 김남조의 시가 절묘한 조화로움을 창조하고 있음을 설파하고 있다. 그것은 사랑, 영혼, 고통, 신앙 무속 등 김남조 시인이 일생을 두고 천착한 모든 개념들이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신실한 가톨릭 신앙을 가진 김남조 시인의 샤머니즘 이미지, 에로스적 이미지가 들어 있는 작품 모두는 시의 개성 있는 표현적 방법이라고 결론짓는다. 230쪽, 2만원.◆저자 이순옥은서울에서 태어난 저자는 1996년 제7회 대구문학 신인상과 2011년 시문학 신인상을 통해 등단했으며, 주로 대구에서 활동하고 있다. 김남조 시를 연구해 석·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대구가톨릭문인회 회장을 역임했다. 시집 '오월의 기도', '사랑의 빛', '님과 함께 걷는 길', '밤에 쓴 편지' 등을 냈다.
2020-09-04 14:30:00
[책] 행복과 성공을 부르는 감정 표현의 기술
오늘날 현대인의 정신 건강 상태는 심각한 수준이다. 갈수록 각박해지는 현실과 코로나 19 확산까지 겹쳐 지독한 우울과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불안 장애'나 '분노 조절 장애' 같은 단어가 일상적으로 쓰이며, 이와 관련된 범죄 뉴스가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 '공감 능력 부재'로 사회적 약자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등의 행위가 전 세계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 감정은 인간의 자연스러운 본성객관적 이성의 힘으로 주관적 감성을 억누르고 통제해야 한다는 믿음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감정은 인간의 자연스러운 본성이며 우리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이해하고 조절해야 하는 대상이다. 이런 관점을 토대로 20년 이상 감정과 감성 지능(Emotion Intelligence)을 연구해 온 예일대 감성 지능 센터장 마크 브래킷 교수는 "우리는 지금 거대한 위기에 맞닥뜨렸다. 그리고 그 가장 큰 희생자는 우리 아이들이 될지도 모른다"고 한다.저자는 이 책에서 어린 시절 지독한 괴롭힘과 성적 학대를 당한 경험을 담담하게 고백한다. 그의 '구세주' 마빈 삼촌이 "마크, 기분이 어때?"라는 질문을 던지지 않았다면,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 '공감'과 '경청'의 태도로 들어 주지 않았다면, 자신의 인생은 끔찍해졌을지도 모른다고 이야기한다. 누군가가 그의 솔직한 이야기에 진심으로 귀 기울여 주었기에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표현하고 다스릴 수 있게 되었으며 자기 자신이야말로 '감정 훈련'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 주는 살아 있는 증인이라고 말한다.저자는 지금까지 우리가 감정을 감추고 억누르는 것에만 급급했다며 성공하고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감정을 현명하게 활용해야 한다고 말한다.감정은 인간의 자연스러운 본성이며,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이해하고 조절해야 하는 대상이라는 것이다.또 두려움, 소외감, 분노 같은 부정적 감정을 느끼는 것은 잘못이 아니며 기쁨, 유쾌함, 활발함 같은 긍정적 감정으로만 일상이 가득 차야 한다는 생각이 오히려 착각이라고 주장한다.◆ 성공·행복 위해 감정 현명하게 활용해야저자는 감정을 잘 다스리고 감성지능을 높이는 방법에 관해 설명한다. 저자는 성공하고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감정을 현명하게 활용해야 한다면서 그 구체적인 방법으로 'RULER'을 제시한다.이는 우리가 느끼는 복잡하고 다양한 감정을 있는 그대로 인식(Recognizing)하고, 정확하게 이해(Understanding)하고, 구체적인 이름을 붙이고(Labeling), 정확하게 표현(Expressing)하고, 건전하고 건강한 방식으로 조절(Regulating) 할 수 있어야 서로 바람직한 방향으로 소통하는 관계와 사회를 만들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앞의 3단계, 즉 감정 인식하기, 감정 이해하기, 감정에 이름 붙이기는 감정을 인지하는 데 활용하는 '사고 기술'이다.이 기술을 좀 더 잘 배우고 쓰기 위한 보조 기구로 개발한 무드 미터(Mood Meter)는 활력의 높고 낮음을 한 축으로, 쾌적함의 높고 낮음을 다른 축으로 하여 인간이 경험하는 다채로운 감정을 도식화해 보여준다. 무드 미터는 책 속 삽지로 들어가 있다.그다음인 감정 표현하기와 감정 조절하기의 단계는 실생활에서 우리의 감정을 드러내고 다스리는 데 활용하는 '행동 기술'이다. 저자는 마음 챙김 호흡, 전망하기, 주의 돌리기, 인지 재구조화, 메타 모먼트(Meta-Moment) 등 구체적인 전략을 통해 끊임없이 연습하고 시도하라고 권한다.◆ 타인의 감정에 주목해야저자는 왜 가정과 학교에 감정 기술을 교육하고 훈련하는 과정을 강조할까? 어린이들이 성공을 향해 가는 교육 과정에 '감정을 받아들이고 현명하게 사용하는 능력'과 관련된 내용이 빠져 있기 때문이다. 만약 모든 아이가 감성 능력을 습득하며 성장한다면 그들은 자연스레 더 나은 어른이 될 것이고 스스로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건전한 세상을 만드는 데도 기여할 것이다.현재 미국과 전 세계에 걸쳐 2천여 곳의 학교가 RULER 기법을 도입해 스트레스와 번아웃의 감소, 학교 분위기 호전, 학업 성취도 향상 등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한다.오늘날 많은 직업이 고도의 의사소통 능력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감성 능력이 중요해지고 있다. 온라인으로 연결성이 강화되면서 각종 감정 노동과 완전히 새로운 종류의 고통에 시달리는 것이 현대인의 일상이기도 하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면 더욱더 자신과 타인의 감정에 주목해야 한다. 각자의 나약함을 인정하고 서로 감정을 더 많이 표현하는 것이 회사 분위기를 개선하고 최고의 인재를 끌어들이는 방법이다.이 책은 감정을 어떻게 대하고 다루어야 할지 알려준다. 수개월째 지속되는 코로나 19 확산으로 인한 우울과 고통, 각종 불안 장애와 분노 조절 장애 등 사회적 범죄, 가족간의 갈등 또는 직장 스트레스까지, 끊임없이 감정 문제를 겪고 있는 수많은 사람에게 현명하게 감정에 대처하는 길을 제시한다.감정 문제로 끊임없이 크고 작은 어려움을 겪는 수많은 사람들을 향해 저자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지혜롭고 현명하게 감정 문제에 대처하자고 이야기한다. 코로나 19로 한층 각박해진 현실과 관련해 저자는 "미친 듯이 말도 안 되는 상황이지만 이런 조건을 끌어안고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408쪽, 1만6천800원.
2020-09-04 14:30:00
[책] "바보야 문제는 음식이야"…음식에 대한 모든 정보 제대로 알기
세계에서 잘살기로 손꼽히는 미국에 비만 인구가 상당히 많다는 사실은 비만이 부자병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준다. 그러나 정작 부유한 나라에서 비만에 고통받는 이들은 빈곤층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간과하고 만다.실은 비싼 신선식품에 대한 접근성이 낮은 빈곤층이 값싸고 칼로리가 높은 가공식품을 섭취하는 탓에 비만으로 발전하기 쉽다. 이처럼 비만은 영양실조와 같이 빈곤이 야기한 질병이라는 사실, 나아가 음식을 둘러싼 모든 숨겨진 진실을 우리는 제대로 알 필요가 있다.◆나에게 맞는 식습관 스스로 찾아가기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맛과 영양을 충족시키는 행위일 뿐만 아니라 건강, 환경, 경제, 과학, 역사, 다이어트 등 내 삶의 전반에 많은 영향을 끼치는 행위다. 이는 우리가 좋은 음식과 나쁜 음식을 제대로 구분하고 바람직한 식단과 식생활 습관을 갖기 위해 늘 관심을 갖고 노력하는 이유이기도 하다.신간 '음식에 대한 거의 모든 생각'은 음식의 역사, 경제, 정치, 윤리, 환경, 영양, 다이어트, 레시피 등 인간의 먹는 행위와 관련한 다양한 읽을거리를 총망라하고 있다. 각종 매체에 음식과 다이어트에 관한 무수한 정보들이 쏟아져나오는 현실 속에서 이 책이 지닌 차별점은 무엇일까?우리는 살면서 건강한 식생활에 대한 수많은 조언을 보고 듣지만 이 조언들이 상충하는 경우도 심심찮게 목격한다. 조언이 일치하더라도 그것이 모든 사람에게 효과적인 것은 아니다. 이 책의 목적은 우리가 각자 자신에게 맞는 식생활을 설계할 수 있도록 돕는 데에 있다.이를 위해 이 책은 음식과 관련하여 우리가 잘 모르고 지나치거나 오해하던 사실이나 식품 기업들이 의도적으로 숨기는 정보까지 파헤친다. 이밖에도 음식을 건강하게 먹는 법이나 슬로푸드 운동, 마음챙김 식습관 등 음식을 조금 진지하게 먹는 방법에 대해 소개한다. 다른 동물이 먹는 것을 참고하기도 하고, 살이 찌는 이유를 비롯한 다이어트에 관한 올바른 정보도 제공한다.건강한 식생활을 위해서는 이론적인 논쟁보다 실질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특정 전략만 강요해서도 안 되고, 모든 이에게 획일적인 해법을 제시해서도 안 된다. 각자가 스스로 무엇을 어떻게 먹어야 할지 고민하고 더 나은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음식을 둘러싼 여러가지 올바른 정보를 습득하고 나면 비로소 우리는 나에게 어떤 식습관이 필요한지, 어떤 식생활을 추구할 것인지 결정할 수 있을 것이다.◆식생활과 관련해 꼭 알아야 하는 사실음식에 대한 철학자들의 생각은 예리하고 때로는 놀라울 만큼 실용적이라 현대인이 본받을 지점이 많다. 플라톤은 지금으로부터 약 2천년 전 신선한 과일과 견과를 기본으로 하는 식단을 추천했다. 모든 사람들이 끼니마다 고기를 먹으려 한다면 세상에 음식이 남아나지 않을 것이고 자원을 얻기 위한 경쟁이 벌어져 결국 자연이 파괴되고 전쟁이 일어날 것이라는 그의 지적은 우리네 현실을 반성하게 만든다.고대부터 우리는 균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는 당연히 식생활에도 적용된다. 고대 중국의 신화에서 헌원씨의 신하 기백은 '요즘 사람들이 오래 살지 못하는 이유'로 술을 물처럼 마셔 대고, 생활과 음식을 조절하지 못하고 잠도 제대로 자지 않기 때문이라 했다. 그의 말처럼 건강한 식사를 위해서는 '무엇을 먹느냐'보다 '어떻게 먹느냐'가 더 중요하다.비만의 주범으로 꼽히는 지방 섭취는 나쁘기만 한 것이 아니다. 우리 몸은 날마다 일정량의 지방을 필요로 한다. 그래야 뇌와 신경계가 작동하고, 피부와 머리카락이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며, 음식을 섭취할 때 지용성 비타민이 잘 흡수된다. 적정 비율의 지방이 함유된 식사는 몸에 이롭지만 지나치면 해롭다. 일반적으로 영양학자들은 하루에 섭취하는 열량의 3분의 1 정도를 지방으로 섭취하기를 권장한다.원래 일본인들은 커피를 싫어했고, 인스턴트 커피 역시 즐겨 마시지 않았다. 네슬레는 라파이유 박사의 도움을 받아 일본인들의 취향을 바꿔 보려고 했고, 라파이유 박사는 아이들을 위한 커피향 디저트를 일본 시장에 내놓으라고 조언했다. 네슬레는 어린이를 대상으로 커피를 베이스로 한 달콤한 과자류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그들이 청소년이 되면서 일본에 거대한 커피 시장이 열렸다는 사실은 식품 기업이 식습관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음식과 식생활과 관련해 우리가 꼭 알아야 하는 사실들을 알게 될 것이다. 또한 음식을 먹기에 앞서 우리가 고려해야 할 것들은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해 보게 될 것이고, 궁극적으로 어떻게 하면 우리가 건강하고 행복한 식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지에 대한 현명한 대답을 스스로 찾게 될 것이다. 520쪽, 1만8천원.
2020-09-04 14:30:00
[유홍준의 시와 함께] 상표, 상표
상표, 상표 엄재국(1960~ ) 검은 양말의 상표 같은 달이 뜬다루이뷔똥, 구찌, 입생, 프라다……진짜보다 가짜가 밝은세상에 붙이는 밤의 상표 오랜 세월 달빛으로 살았다어둠이 달을 상표 붙이지 않았다면나는 밤을 몰랐겠다아니밤을 알고도 어둠을 샀는지 모르겠다달빛이 던져주는 야릇한 어둠의 세상그 완제품의 밤 그동안 소비한 달빛이 참 많습니다벌레의 몸으로장수하늘소의 이름으로 살았던 밤이 깊고달빛의 양말을 신고 마을을 누볐습니다달이, 구멍난 양말의 발가락처럼 떠오릅니다 최근에 제가 사는 도시 외곽에 '세계 명품'을 파는 부스가 마련된다는 광고지가 막 나붙기 시작했습니다. '루이뷔똥. 구찌, 입생, 프라다……' 어렵지 않게 우리가 떠올릴 수 있는 상표들입니다. 가보나마나 그 '세계 명품들'은 진짜가 아니라 짜가. 도대체 가짜인 줄을 빤히 알면서도 그것을 구매하려는 욕구는 무엇일까요?이 시는, '진짜보다 가짜가 더 밝은/ 세상에 붙이는 밤의 상표'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검은 양말의 상표 같은 달'이라니, 허허 자본주의가 어느새 저 하늘까지 올라간 모양입니다. 내처 문명비판으로 달릴 줄 알았더니, 그러나 이 시는, 아닙니다, '달빛으로 살았'던 날들을 이야기하네요. '그동안 소비한 달빛이 참 많'았던 걸 이야기하고 있습니다.양말이 구멍나 발가락이 달처럼 떠오를 정도로 누비고 다녔다면 알 만합니다. 우리네 장삼이사들이 다 그러하지만 시인도 젊어서는 적잖이 '야릇한 어둠의 세상/ 그 완제품의 밤'들을 쫓아다녔던 모양입니다. 가짜 명품을 입고 가짜 명품을 신고……. 그래요. 젊어서는 누구나 다 그렇지요. 대책이 없고, 그냥 재밌고 달콤한 게 좋고 그렇지요. 그것이 젊음의 특징이지요. 후회보다는 문득 그 시절이 그리워지는 건 또 왜일까요? 시인 유홍준:1998년 『시와반시』로 등단. 시집 『喪家에 모인 구두들』 『나는, 웃는다』 『저녁의 슬하』 『북천-까마귀』 『너의 이름을 모른다는 건 축복』이 있다. 시작문학상 이형기문학상 소월시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2020-09-02 16:30:00
팔순에 네 번째 시집…도광의 시인 '무학산을 보며'
과작(寡作)으로 유명한 도광의 시인이 시집 '무학산을 보며'를 냈다. 1966년 시 '해변에의 향수'로 매일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된 후 '갑골길'(1982년), '그리운 남풍'(2003년), '하양의 강물'(2012년)에 이어 8년 만에 선보인 네 번째 작품집이다.소감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도 시인은 "최선을 다했다. 한 작품도 허투루 쓰지 않았다. 그러나 맘에 드는 작품은 없다"며 빙그레 웃었다.이번 시집에도 도 시인의 기억 저편에 저장돼 있는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추억을 소환한 작품이 많다. 그의 심상지는 여전히 경산시 와촌면 동강리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10행이 안 되는 시 한 편에 고향 산야에 피는 꽃과 지명, 친구, 혹은 소녀 등 유년기적 정서를 호출해낸다. 그리고 그 속에 화자를 끌어넣는다.오양호 문학평론가는 "도 시인은 시력이 55년(25세 등단)이나 되지만 시집은 4권밖에 안 된다. 첫 시집 '갑골길'에서 '무학산을 보며'까지 거리가 거의 40년"이라며 "도광의가 '시란 존재의 한순간을 잊혀지지 않는 그리움으로 나타낸다'고 할 때, 그 한순간이 '돈오'(頓悟)일 텐데 시집이 10년에 한 권인 것이 '점수'(漸修)가 너무 길다. 시를 함부로 쓸 수 없다는 도저한 인문주의 정신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도 시인의 시는 아직 젊다"고 평했다.도 시인은 팔순의 나이에도 어휘 하나, 시 한 구절을 쓰기 위해 고민하고 또 고민한다. "시를 쓸 땐 언어를 갈고 또 닦아 보석처럼 다듬어야 한다. 그러면 시가 달라진다. 자신도 모르고 독자도 모르는 아무도 공감하지 않는 시를 내놓는 이들이 많다"며 목소리를 높였다.그는 "시는 시다워야 한다"고 했다. "시는 없고, 언어의 특유한 옷차림만 현란하게 펄럭이고 있고, 순진한 아포리즘이 화장을 하고, 그럴듯한 시로 진열되고 있는 이 시대에 시다운 모습을 갖고 있는 시가 드물다"면서 "훌륭한 시는 참으로 아름답다. 슬프도록 불필요한 언어가 없다. 김소월, 서정주, 김춘수, 황동규의 시는 군더더기가 없다"고 했다.도 시인은 "나이가 들어 이제 시를 안 쓰려 한다"면서도 "시인은 시로써 말해야 한다. 시가 있음으로 시인의 삶은 불멸하며 영생한다고 믿는다"고 웃었다.
2020-09-01 14:06: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