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책

 
[책 CHECK ] 마지막 산책

[책 CHECK ] 마지막 산책

이 책은 실제로 일본에서 일어난 '간병 살인'을 주제로 삼아 간병 가족의 현실을 조명하며 우리 각자가, 또 우리 사회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문학적으로 담아낸 작품이다. 2006년 50대 남성이 10년간 치매로 투병 중이던 80대 노모를 살해한 사건이 이 작품의 주요 모티브이다.간병 살인을 다루는 방식도 주목할 만한다. 그림에세이라는 틀을 빌려 담담한 묘사와 절제된 문장으로 자칫 자극적이거나 무겁게 느껴질 수 있는 문제에 독자의 마음을 부드럽게 사로잡는다. 각 분야 전문가들의 조언은 우리가 돌봄의 문제에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도 다각적으로 살피게 한다. 나아가 인간의 삶에 필수적인 '돌봄'이 어떻게 사회적으로 지속가능하고 필요한 사람 누구에게나 원활하게 제공될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던져준다. 84쪽, 1만5천원.

2021-03-11 11:41:05

'장두건미술상' 수상작가 공모

'장두건미술상' 수상작가 공모

포항시립미술관 장두건미술상운영위원회가 다음 달 2일까지 '제17회 장두건미술상' 수상작가를 공모한다.한국 근대미술을 대표하는 예술가로 지역 미술 발전에 이바지한 초헌 장두건 화백의 예술정신을 기리기 위해 2005년 제정된 장두건미술상은 역량 있는 지역 작가들을 배출해 지역화단에 생기를 불어넣어 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미술 부문 전 장르에 걸쳐 대구경북에서 활발한 창작활동을 하고 있는 작가 및 대구경북 출신 작가는 누구나 응모할 수 있다. 나이제한도 없다.응모지원서, 포트폴리오, 개인정보 활용 동의서를 방문접수 또는 등기우편으로 제출하면 된다. 지원 서류는 포항시립미술관 홈페이지에서 내려 받을 수 있다. 포트폴리오는 최근작 20점 이내, 약력, 작업노트 등으로 갈음하면 된다.최종 수상자는 800만원의 창작지원금을 받고, 2022년 포항시립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열 수 있다. 054)270-4636

2021-03-09 11:54:27

대구문학관, 상주작가가 운영하는 ‘문학의 항해자들’ 예고

대구문학관, 상주작가가 운영하는 ‘문학의 항해자들’ 예고

대구문학관이 상주작가 운영 프로그램 '문학의 항해자들'을 마련해 참여자를 모은다. '문학의 항해자들'은 한국문학관협회가 진행하는 '문학관 상주작가 지원사업' 중 하나다. 참여 신청은 4월부터 가능하다.대구문학관은 이와 관련해 최근 상주작가로 이선욱 시인을 선정했다. 이선욱 시인은 2009년 문학동네 시 부문 신인상으로 등단, 2015년 첫 시집 '탁, 탁, 탁'을 출간한 바 있다.'문학의 항해자들'은 '문학의 문을 열다', '문학을 만나다', '문학을 말하다' 등 세 가지 주제로 나뉘어 진행될 예정이다. 우선 상주작가가 추천하는 작품을 작가와 함께 읽고 작품의 주제, 내용 등에 대해 생각을 공유하는 낭독모임 및 평가회인 '문학의 문을 열다'는 다음 달부터 10월까지 총 6차례 열린다.초청작가와 함께 직접 낭독자로 참여하는 낭독콘서트, '문학을 만나다'는 5월부터 9월까지 총 4차례 계획돼 있다. 상주작가가 함께 하는 팟캐스트 방송, '문학을 말하다'는 4월부터 10월까지 총 5차례 진행될 예정이다. 문의 053)421-1231~2

2021-03-08 11:29:21

[문득 동네책방]  별난 공간 '별책다방'

[문득 동네책방] <10> 별난 공간 '별책다방'

랜드마크가 아닌데 "아~ 거기"라며 떠오르는 이미지 같은 게 동네마다 하나씩 있다. 마치 문패처럼 달려 터줏대감 역할을 맡는데 대구 남구 봉덕동에 붙은 이미지란 대개 '캠프OO'으로 줄줄이 연결되는, 미군의 이름이 붙은 부대 명칭이다.캠프조지와 캠프헨리 사이 재개발이 한창인 주택가에 동네책방이 번듯하게 자리잡은 건 의외였다. 어쩌다 어르신 몇몇이 동네 한 바퀴 산책에 나설 뿐인, 이곳을 아는 사람만 찾아오는 그런 동네책방이었던 탓이다.'별책다방'이라는 이름이다. 다방이라는 이름이 무색하지 않다. 음료 메뉴만 20개다. 동네책방치고 지나치게 많다. 책방지기 한진호(37) 씨는 "팔랑귀라 그렇다"며 웃었다. 그도 처음에는 5개 메뉴로 시작했지만 고객 요청과 추천이 늘자 지금에 이르렀다고 했다. 취재차 불쑥 찾아간 이날도 그는 커피 볶는 거 확인하랴, 음료 만들랴 여유가 없었다.눈대중으로 40평 안팎이라 짐작했다. 단독주택을 개조해 만든 책방이었다. 작은 마당과 서너 명이 앉으면 꽉 찰 것 같은 3칸 방, 마루, 그리고 어린아이들의 로망이자 아지트였을 조그마한 다락까지 고스란히 남아있다. 손님 입장에서는 거리두기를 안 할래야 안 할 수 없는 구조다. 북카페처럼 군데군데 책이 쌓여 있다. 손님들은 책에 둘러싸여 음료를 마셨고, 때론 널브러지다시피 편한 자세로 앉았다.책을 살 수 있는 곳이 구분돼 있다. 가게 내부가 보이는 통유리 구조다. 서가를 훑었다. 문학과지성사의 한국문학전집, 민음사와 문학동네의 세계문학전집이 주요 포스트에 자리잡고 문학, 철학, 교육 등 다양한 분야의 책들이 꽂혀있다.책방지기의 취향이 드러나기 마련인데 일관된 취향은 보이지 않는다. 자신을 드러내기 보다는 균형있는 안배에 무게를 뒀다는 답이 돌아온다. 특이하게 자신이 읽은 책 리스트를 계산대 뒤편에 붙여두고 있었다.한 씨는 "3년 동안 펍을 운영했던 경험이 있었다. 돈벌이도 괜찮았지만 책 읽기가 불가능했다"며 "맨정신으로 손님들과 대화하기 힘들었다. 이렇게 계속 살아갈 것인지 고민하다 택한 게 책방이었다"고 했다.술장사에는 장사가 없었다. 생활리듬은 깨졌고 에너비 소모가 컸다. 건강도 나빠졌다. 그렇게 고민하며 이른 결론이 '의미있게 살자'였다. 책을 읽으며 쉴 수 있는 공간, 그리고 거기서 샘솟을 선한 영향력을 기대하며 서점을 열었다. 2019년 7월이었다. 지난해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았지만 책방으로 전업했기에 그나마 다행이었다고 했다.한 씨는 "팔랑귀라고 농담삼아 말했는데 혼자서 결정하기보단 손님들의 추천을 귀담아 듣는다"고 했다. 집단지성의 힘을 믿는다는 것이었다. 그제야 매일신문을 비롯한 몇 가지 신문, 대구여성가족재단이 발간한 단행본이 책방 입구에 놓여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2021-03-08 11:22:05

[책] 2061년

[책] 2061년

2061년/ 이인화 지음/ 스토리프렌즈 펴냄 이도 문자를 쓰는 인공지능들이 인간을 지배하는 2061년. 이도 문자 데이터의 저작권자인 한국인들은 제거된다. 가족을 잃은 시간여행 탐사자 심재익은 최악의 팬데믹을 막고 역사를 되돌릴 수 있다는 말에 설득되어 1896년 조선으로 이동한다. 이도 우파, 이도 좌파, 반이도파의 탐사자들이 팬데믹 바이러스의 원형 균주와 훈민정음해례본을 차지하기 위해 1896년 제물포에서 격돌한다."꿈의 힘을 믿어야 합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진실이 아닐 수 있습니다. 우리가 온 마음으로 원하는 다른 세상이 있고 그 세상만이 진실일 겁니다."전염병 바이러스가 2013년 메르스, 2020년 코로나 19와 같은 추세로 진화한다. 인공지능이 2015년 알파고, 2020년 알파폴드 투, 지피티 쓰리와 같은 추세로 발전한다. 2061년 전염성과 치명성이 극대화된 바이러스 아바돈이 출현하고, 이에 대응하는 전 지구적 인공지능 방역 시스템 이도의 무지개가 가동된다. 이도의 무지개는 인간, 동물, 식물, 기계, 토양, 바다, 공기의 7개 영역에서 인간의 가청주파수 범위를 넘어서는 모든 소리를 감청한다. 그리고 이 천지자연의 소리를 '?' 'ㅡ' 'ㅣ'의 3 기본 모음으로 시작하여 398억개의 분절음을 만드는 자질문자, 이도 문자로 표기하여 바이러스 변화와 전파를 파악하고 차단하는 시스템이다.2061년은 세종 이도의 문자와 사상이 지배하는 이도리안 문명기. 세계의 모든 정치 세력이 이도 우파, 이도 좌파, 반이도파로 나뉘어 있다. 세 세력은 1896년 2월 11일의 제물포로 시간여행 탐사자들을 파견한다. 탐사자들은 제물포의 일본군, 미국 선교사, 여의사, 세계어 운동가, 철벅이, 유곽 창녀, 만인계 도박꾼, 하역 인부 사이에서 팬데믹 바이러스의 원형 균주와 훈민정음해례본을 차지하기 위해 각축한다. 야인 여진을 민족 내부로 수용하면서 한글이라는 문자가 창제되던 과거가 소환된다.기계 혼종인, 인체 임대인, 철벅이, 유곽 창녀, 만인계 노름꾼, 세계공동어 운동가, 아편쟁이, 부두 하역 인부 그리고 시간여행 탐사자들. 경이로운 인물들로 가득 찬 미스터리 스릴러. 2061년에서 1896년으로, 다시 신화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모험을 통해 인간이란 무엇이며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보여준다. 1896년 2월 11일 하루 동안 영원 같은 역사가 지나간다. 392쪽. 1만5천800원

2021-03-06 06:30:00

[책]天下趙州喫茶去紀行

[책]天下趙州喫茶去紀行

天下趙州喫茶去紀行(천하조주끽다거기행) 최석환 지음/차의세계 펴냄'중국차엽대사전'에 따르면 '다선일미'(茶禪一味)는 '불교용어로, 선미(禪味)와 다미(茶味)는 동일한 종류의 흥취임을 가리키며 본래 송대 원오극근이 선 수행을 하던 일본인 제자에게 써 준 네 글자로 이루어진 진결'이라고 정의돼 있다.'다선일미'는 승(僧)과 속(俗)을 초월한 추사 김정희와 초의선사의 사귐에서도 자주 등장하는 화제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다선일미'의 원류는 어디서 나왔을까? 9세기 당나라 승려였던 조주(趙州)선사의 화두 '끽다거'(喫茶去·차나 한 잔 마시게)에서 유래됐고, 이 '차나 한 잔 마시게'는 불가뿐 아니라 차인들에게도 오랫동안 회자되어 왔었다.책은 1999년부터 2020년까지 20여년에 걸쳐 조주선사의 자취를 좇아 동아시아 3국을 누비며 조주선사의 화두가 전승된 길을 담고 있다.불교에서 '단박에 깨침'을 일컫는 수단으로서 화두, 즉 공안(公案)은 약 1천700여개. 전광석화처럼 펼치는 일문일답의 순간 속에서 장차 잃어버릴 지도 모를 참마음을 일깨우는 공안 중 하나로 사용되는 '차나 한 잔 마시게'는 다선일미의 정수이자 다도정신의 원천으로 자리 잡았다. 본래 깨달음이란 생각과 분별을 허용하지 않고, 일체의 의혹과 근심을 씻어내며, 일체의 망상을 털어내어, 진솔하고 순박하게 참마음을 유지하는 오묘한 경지로 그곳에 이르는 길이 선(禪)이며 선의 방법적 가르침이 바로 공안이다.따라서 깨달은 시각에서 보는 사물과 깨닫지 못한 시각에서 보는 사물은 하늘과 땅의 차이로 깨치지 않으면 공안을 타파할 수 없다.특히 책은 그간의 기행을 통해 우리나라에 잘못 전승된 조주의 차사(茶史)를 새롭게 밝혀내기도 했는데 첫 번째 우리나라에서 '뜰 앞에 잣나무'로 알려진 공안이 중국에서는 '뜰 앞에 측백나무'로 통용되며, 두 번째 '끽다거'가 중국에서는 '흘다거'(吃茶去)로 알려져 있고, 세 번째 육조 혜능의 계보로 알려진 마조 도일선사를 달마-혜가-홍인-지선-무상-마조로 이어지고 있음을 새롭게 알게 됐다는 사실이다.'일곱 잔 마시면 지극히 그 맛을 사랑하고(七碗愛至味), 한 주전자를 마시면 참된 정취를 얻게 된다(一壺得眞趣). 부질없는 수백 수천 편 게송보다(空持千百偈), 한 잔 차 마시고 가는 편이 나으리(不如喫茶去)'확실히 진리는 문자보다는 행동하는 실천력에서 그 빛을 발하는 모양이다. 516쪽, 5만원

2021-03-06 06:30:00

[책CHECK]영문도 모르고 영어를 해?

[책CHECK]영문도 모르고 영어를 해?

'한국어에선 동, 서, 남, 북의 순으로 4방위를 말하는데, 영어에서는 왜 북(North), 남(South), 동(East), 서(West) 순일까'영어는 세계 공용어로 자리매김한 가장 강력한 소통 도구다. 영어학을 통해 영어가 가진 특성을 보다 체계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영어에서는 어떤 소리를 만들 수 있는지, 영어 단어나 문장들은 어떻게 형성돼 어떤 의미를 전달하는지 등을 공부함으로써 영어를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다.영어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선 오랜 시간 영어가 거쳐온 변화의 과정을 알고, 현재 세계 각지에서 사용되고 있는 영어의 다양한 형태를 이해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 책은 시간과 공간을 넘나드는 영어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 영어에 대한 폭넓은 시야를 가질 수 있게 해준다. 264쪽. 1만8천원

2021-03-06 06:30:00

[반갑다 새책] 꽃과 운명/ 차벽 글·사진/ 착한책 희고희고 펴냄

[반갑다 새책] 꽃과 운명/ 차벽 글·사진/ 착한책 희고희고 펴냄

개나리, 진달래, 산수유가 봄이 왔음을 알리기 위해 한껏 지력(地力)을 모아 꽃망울을 터뜨리기 위해 애를 쓰고 있던 이달 초 '봄의 화신'처럼 날아든 이 한 권의 책이 손에 잡혔다. 내용은 여말선초 목은 이색부터 조선말 문학가 홍명희에 이르기까지 '꽃을 사랑한 선비 100인, 꽃에게 운명을 묻다'이다.이제껏 꽃은 심미적인 감상의 대상인 줄만 알았다. 그런데 이들 100인의 선비들은 꽃을 '간화'(看花)가 아닌 '독화'(讀花)의 상대로 여겼다. 꽃에서 마음의 양식을 얻고 그 마음까지 뚫어 본 것이다. 꽃은 아름다운 망울을 피우기 위해서는 어떤 고난도 견뎌내야 한다. 이에 선비들은 그 점에 감동했고 그 지혜를 얻어냈으며 그 과정에서 삶의 깨달음을 견지할 수 있었다.김시습은 분재나 화분, 정원에 심은 매화를 사랑하는 것은 진정 매화를 사랑하는 게 아니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자연의 심술과 온갖 해충, 혹한을 이겨내고 받아들이며 피워낸 청초함과 향기가 매화 본연의 모습이며, 그것을 사랑한다고.'깨끗한 흥취는 오래가기 힘들어/잠시 뒤에 아 이미 글러버렸다/국화의 참모습을 그리고 싶어도/그림 잘 그리는 이도 지금은 드물다/도연명이 가버린 지 이미 오래이니/나는 장차 누구에게 돌아갈고'(이색의 '새벽에 국화를 대하다' 중에서)19세에 원나라에서 과거에 급제했고 귀국 후 벼슬살이와 유학보급에 앞장섰던 이색은 왕조 교체기 시대적 난맥상 속에서 이성계가 벼슬길에 나서길 종용했으나 이를 거절, 결국 69세에 죽임을 당했다. 뛰어난 인물이 시대를 잘 못 만나 그 뜻을 완성하지 못한 이색은 '일찍 핀 매화가 들국화처럼 간' 경우다. 이에 그는 매화와 국화를 통해 자신의 심정과 시대 흐름을 꽃에 빗대어 노래했다.서리가 올 때까지 피는 국화, 눈보라 속에서 망울을 터뜨리는 매화, 봄 동산을 붉게 물들이는 진달래 등은 옛 선비들이 삶을 돌아보고, 지조와 절개를 함께할 화우(花友)와 다름 아니었다.652쪽, 2만6천원

2021-03-06 06:30:00

[책] “이런 괴랄한 눈 같으니…” - 스노볼 드라이브

[책] “이런 괴랄한 눈 같으니…” - 스노볼 드라이브

민음사가 이어가는 '오늘의 젊은 작가 시리즈' 바통을 받은 31번째 작가로 조예은 작가가 등판했다. 기발하면서 괴기스러운, 요즘 말로 '괴랄한' 장면 묘사에 탁월했던 그다. 이번 작품에서도 작가는 꼼꼼하게 장면을 찍어낸다. 읽어갈수록 스틸컷 잔상이 강하게 남는 영화 같은 소설이다.영화감독으로 치자면 조예은 작가는 재난영화 전문이다. 특히나 위기 상황에서 인간이 괴생물로 변해가는 과정에 공을 들이는 감독이다.작가는 저주 같은 자연재해를 맞는 인간이 집단 멘붕에 빠지는 단계들을 넉넉히 표현한다. 난데없는 기시감이 몰려온다. 젤리를 먹은 이들의 온몸이 녹아 흘러내려 놀이공원을 핑크빛 난장판으로 만들었던 그의 전작 '뉴서울파크 젤리장수 대학살'에서 예고된 작가의 능력이다. '스노볼 드라이브'는 그 덕분에 이미지 변환이 빠른 소설이다. 영화로 즉시 각색해도 흡족하리만치 친절한 묘사다.가상의 도시 백영시에 있는 백영중학교 동기 백모루와 이이월의 시선으로 소설은 진행된다. 이들은 중학교 졸업 이후 한동안 만나지 못한다. 모루, 이월 두 사람의 시선으로 각 장이 나뉘어 서술되는 게 애초부터 필수 장치였던 까닭이다.소설에서 사건의 본격적 전개는 이들의 중학교 졸업 이후, 그러니까 고교생이 된 뒤 일어난 자연재해부터다. 그러나 문제의 자연재해는 이들이 중2 때인 2017년 6월 12일에 앞서 있었다. 초여름임에도 하늘에서 하얀 게 내리니 눈일 거라 여겼다. 착각이었다. 과학자들이 분석해 보니 수분을 흡수하는 조리김에 하나씩 들어있는, '먹지 마시오'라는 강력한 경고문이 쓰였음에도 자주 봐서 친숙한 흡습제, '실리카겔' 같은 게 온통 쌓인 것이었다. 짐작했겠지만 이상 기후, 그리고 지구 종말이 키워드다.소설 전개상 위기는 필수다. 정체 모를 물질이 피부에 닿자 사람들은 가려워하며 고통스러워한다. 심지어 피부가 붉게 변하고 일부는 피를 토하기도 한다. 정체불명의 이 물질은 태우지 않으면 사라지지도 않았다. 흡습제가 몇날 며칠 내리 내리니 물이 말라갔다. 식수 부족 등 불편이 잇따랐다. 등교는 언감생심. 학교에 가고 싶다며 아이들이 아우성치던 지난해 우리의 모습과 겹친다.작가는 소설 제목에서 쓰인 스노볼을 독자에게 미끼와 복선으로 쓰며 밀당을 시도한다. 스노볼의 복선은 일찌감치 작동한다. 모루의 이모가 실종 직전 갖고 있던 스노볼, 이월의 새엄마가 취미로 모으던 스노볼이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온종일 눈이 내리는 갇힌 세계, 스노볼의 이미지를 문득 떠올린다면 소설 내용의 반쯤은 이해하고 읽는 셈이다.나머지 반은 모루의 이모, 유진이 쥐고 있다. 이 소설의 실질적 제목은 '이모를 찾아서'에 가깝다. 추리소설적인 요소까지 바라서는 곤란하지만, 아쉽게도 이모의 행방을 추측하는 과정은 적잖이 생략됐다. 혹시, 속편이 나오는 건가 싶은 추측도 무리는 아니다.한편 '스노볼 드라이브'에서 백영시는 원래 쓰레기 매립지가 있었다는 이유로 전국에 내린 눈을 모아 소각하는 특수 폐기물 매립지역이 된다. 소설 속 백영시민들도 전국의 모든 괴설(怪說과 怪雪)을 받아내야 했다. 방독면, 방호복을 갖추지 않고는 바깥으로 나갈 수조차 없었다. 마스크 착용이나 사회적 거리두기가 얼마나 손쉬운 방역법인지 상대적 편이성을 간접체험하는 대목이다.주인공들은 특수 폐기물 매립 센터에서 성인이 돼 재회하고, 모루의 이모 유진의 행방을 찾겠노라며 영화 '델마와 루이스' 같은 드라이브에 나선다. 열린 결말이라지만 해피엔딩에 가깝다. 236쪽. 1만3천원

2021-03-06 06:30:00

[책]세계를 흥 넘치게 하라

[책]세계를 흥 넘치게 하라

세계를 흥 넘치게 하라/ 최준식 지음/ 샘터 펴냄 한류가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세계인들의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 또한 늘고 있다. 한국 문화를 직접 경험하고 한국어를 공부하기 위해 수많은 외국인이 한국을 찾고 있다. 그런데 정작 우리는 한국 문화에 대해 잘 모르고 있으며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이 책은 한국과 한국인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오류를 바로잡고, 한국인이라면 꼭 알아야 할 한국 문화에 대해 설명하고, 나아가 한류의 성공 요인과 미래의 한류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는 저서이다.1장 '한국은 어떤 나라인가?', 2장 '한국인은 누구인가?'에서는 한국과 한국인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것을 바로잡는다.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강대국 사이에 끼여 있는 지정학적 위치로 인해 아직도 다수의 한국인이 한국을 동방에 위치한 힘없는 작은 나라로 생각하며 불필요한 열등감을 갖고 있는 그릇된 국가관 혹은 문화관을 바로잡기 위해 영토, 인구, 언어, 경제, 정치 등의 측면에서 현재 한국이 세계에서 차지하는 위치를 객관적 수치를 통해 확인한다. 또한 한국인의 겉모습과 내면세계를 살펴 한국인은 과연 어떤 사람인지 알아본다.3장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어떻게 이해하면 좋을까?'에서는 한국이 가지고 있는 문화적인 측면을 살펴본다. 먼저 한국 역사의 흐름에 따라 한국인이라면 꼭 알고 있어야 하는 한국 문화를 정리한다. 아슐리안형 돌도끼와 고인돌로 대표되는 선사시대부터 가장 과학적인 글자인 한글을 창제하고 '조선왕조실록', '승정원일기' 등 다수의 세계기록유산을 만들어낸 조선시대까지 한국의 문화유산을 살펴본다.4장 '현대 한국이 선도하는 세계의 대중문화', 5장 '한국 문화의 미래는?'에서는 현대 한국의 문화에 대해 한류를 중심으로 알아본다. 드라마 '대장금', 방탄소년단, 영화 '기생충' 등으로 세계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문화적 위상이 달라졌다. 이러한 한류 현상이 일어날 수 있었던 요인을 알아보고, 한식, 화장품, 성형 등 미래의 한류에 대해서도 생각해 본다.저자는 "한국인이 한국 문화를 제대로 알아야 하는 이유는 자신의 문화적 정체성을 정립하게 돼 우리가 현재 살아가고 있는 한국 사회를 폭넓게 이해할 수 있고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 수 있기 때문"이라며 "국제화 시대에 걸맞은 진정한 세계인이 되기 위해서는 먼저 자국의 문화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고 했다. 248쪽. 1만3천원

2021-03-06 06:30:00

[내가 읽은 책] 다름을 단절이 아닌 통로로

[내가 읽은 책] 다름을 단절이 아닌 통로로

우리는 코다입니다(이길보라·이현화·황지성 글/ 교양인 / 2019년)"응애응애"내 아이의 울음소리를 들을 수 없는 부모의 마음은 어떨까? "엄마, 엄마" 차마 부를 수 없는 아기의 눈에는 무엇이 담겨 있을까? 농인(청각장애인 중 수화언어를 제1 언어로 사용하는 사람)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청인을 코다(Children of Deaf Adults: CODA, 농부모의 자녀)라 부른다. 그들은 경계에 서 있는 존재다. 소리의 세계와 침묵의 세계 사이, 음성언어와 시각언어(수화언어) 사이, 청(聽)문화와 농(聾)문화 사이. 이 책은 소리를 듣고 침묵을 읽으며 사이를 살고 경계를 잇는 코다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다.'너의 이야기를 우리가 듣고 있다고'의 화자인 이현화는 수어통역사이자 언어학자다. 농부모를 통해 공기처럼 마셔온 수어로 국립국어원에서 한국수어사전을 편찬하고 있다. 음성언어만 통용되는 사회에서 그녀는 보호받는 보호자다. 육체노동이 유일한 밥벌이인 부모님의 주머니 사정을 일찌감치 알아차리고 가정사 구석구석은 그녀의 입과 귀를 통한다. "너는 두 살 때부터 밖에 누가 와 있는 걸 내게 알려줬어."(25쪽)세계의 각자 지붕 아래에서 홀로 견디던 같은 처지의 사람들이 모여 스스로를 CODA라 명명한 코다 인터내셔널이라는 조직에서 그녀는 코다 코리아다. 청인 사회를 만나는 순간 장애가 되는 농인과 장애와 비장애 세상을 매일 넘나드는 농부모의 자녀는 아직 그들만의 세상에 서 있다. "농인이 농인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데 사람들이 그다지 관심이 없는 거죠."(82쪽)'침묵의 세계를 읽어내는'의 화자 이길보라는 농인 부모에게서 태어난 것이 이야기꾼의 선천적인 자질이라고 믿으며 글을 쓰고 다큐멘터리 영화를 찍는다. 엄마에게서 수어를 배우고 세상으로부터 음성언어를 배운 그녀는 사회의 몫을 개인에게 돌리는 세상을 향해 소리친다. "나는 '통역사'로 태어난 것이 아니라 '나' 자신으로 태어난 것인데 어딜 가나 통역사가 되어야 했다."(143쪽)이름조차 생소한 소수자의 위치에서 그녀는 소수자의 이야기를 다양한 매체로 전한다. "우리는 코다야 우리가 자랑스러워/ 함께 모여 소리를 높이자/ 우리 부모님은 농인이고 우리는 그게 좋아/ 우리는 소통하려고 늘 수어를 해/ 청사회에서는 재잘거리는 소리를 들어/ 그런데 그게 뭐 어때?"(152쪽)'나는 지워진 이들의 유물이자 흔적입니다'에서 장애인 인권활동가이자 여성학자인 황지성은 페미니즘과 장애학을 연구하고 있다. 들을 수 없는 아버지의 언어와 걸을 수 없는 어머니의 걸음 사이에서 수치심과 열등감을 행복으로 빚어내기 위해 부단히 애쓴 그 역시 어쩌면 이방인이었는지도 모른다. "아버지 가족들은 장남이 유년기에 질병에 걸려 아무 대책 없이 장애인이 되어야만 했던 그 순간부터 모든 것을 체념했을지도 모른다."(266쪽)이길보라의 영화 반짝이는 박수 소리를 통해 코다라는 이름을 얻은 그는 우리가 돌아가야 할 집을 안다. "우리는 정상성 세계에서 오래전 탈락했지만 비정상인 서로를 그대로 인정하고 의존하고 돌보는 공동체로 이미 살아가게 될 것이다."(328쪽)우린 모두 각자 다른 방식의 몸으로 산다. 수많은 차이가 엮여 우리가 된다. 다름을 단절이 아닌 통로로 만들어가며 경계에 오롯이 마주 선 코다들의 삶을 응원한다. 그들의 이야기가 부서지지 않고 고유한 자산과 다문화적 정체성으로 온전히 받아들여질 수 있길 기도한다.자신의 다름이 버거운 이들, 타인의 다름이 불편한 이들이 보면 좋겠다. 역시 다른 우리도 읽으면 좋겠다.하승미 학이사독서아카데미 회원

2021-03-06 06:30:00

[책CHECK] 두 번째 엔딩

[책CHECK] 두 번째 엔딩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품 등 독자의 사랑을 받은 청소년소설 8편이 뒷이야기 형태로 출간됐다. 영화나 드라마의 속편 혹은 외전으로 보면 얼추 맞다. 창비청소년문학 100권을 기념해 기획된 것으로 작가 8명이 앤솔로지 형태로 낸 '뒷이야기 소설집'이다.김려령의 '우아한 거짓말', 배미주의 '싱커', 이현의 '1945, 철원'과 '그 여름의 서울', 김중미의 '모두 깜언', 손원평의 '아몬드', 구병모의 '버드 스트라이크', 이희영의 '페인트', 백온유의 '유원'을 기본으로 한 뒷이야기들이 각각 다른 제목으로 실렸다.전작에서 주연이 아니었던 인물이 이야기를 풀어낸다. 주인공의 언니, 친구, 아버지를 비롯해 사건의 목격자, 그것도 아니면 새로운 주인공 등의 시선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320쪽. 1만3천원

2021-03-06 06:30:00

[책CHECK] 미국 건축 한눈에 알아보기

[책CHECK] 미국 건축 한눈에 알아보기

엄상권 원주한라대 건축학과 교수가 '미국 건축 한눈에 알아보기'라는 핸드북 형태, 77쪽 분량의 책을 냈다. 지은이 자신이 미국 여행 중 매우 간단하게 잘 정리된 한권의 책을 발견하고 도움 받은 데서 착안한 책이다.지은이는 "건축 전공 학생들이나 건축 관련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미국 여행을 할 때 손쉽게 건축물을 이해하고 그 스타일의 특성을 알 수 있게끔 도움을 주고 싶어 만들었다"고 했다.다양한 시대적 특징의 건축물을 양산한 미국 건축물들을 시대별로 볼 수 있게 구성했다. 식민지시대로부터 현재까지 미국 건축의 가장 일반적인 유형들을 소개한다.교양서적 교과서로 쓰일 수 있을 만큼 각 건축물의 스타일을 대표하는 창, 문, 현관, 지붕선 등을 알기 쉽게 그림으로 설명해 보기 편하게 했다. 77쪽. 9천원

2021-03-06 06:30:00

[책CHECK] 그 바닷속 고래상어는 어디로 갔을까

[책CHECK] 그 바닷속 고래상어는 어디로 갔을까

이 책은 수중 에세이시집이다. 저자가 지난 20여 년 간 몰디브, 갈라파고스, 팔라우, 제주 앞바다 등 국내외 잠수 지역을 찾아다니며 스킨스쿠버 활동을 하면서 만난 수중 세계의 비경과 생물의 생존 비밀을 에세이와 시로 재현해낸 것이다.저자는 바닷속에서 만난 고기를 가리켜 '사랑하는 아이', '내 친구'라고 표현한다. 특히 필리핀 팔라우에서 만난 고래상어에게 '정아'라는 애칭까지 붙여 준다.책에는 점박이메가오리, 모래뱀상어, 바다지렁이, 꽃갯지렁이, 씬뱅이, 대왕쥐가오리, 망치상어, 외비공상어 등 이름도 처음 들어보는 신기한 물고기들과 가리비, 해조류, 연산호, 왕돌초, 부채산호, 해파리 같은 바닷속 생태계가 유머러스한 묘사와 함께 생물학 사전 같은 정확한 생태 묘사로 소개되고 있다. 240쪽, 1만5천원

2021-03-06 06:30:00

[대학 도서관을 가다-경북대] ‘흠흠신서’

[대학 도서관을 가다-경북대] ‘흠흠신서’

"오직 하늘만이 사람을 내고 또 죽이니 인명은 하늘에 매여 있다. … 흠흠이란 무엇인가. 삼가고 또 삼가라는 것으로서 형을 다스리는 근본이다."이는 다산 정약용이 지은 흠흠신서의 서문이다. 10폭 병풍 크기에 담겨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실 벽면에 게시되어 있다. 2003년 9월, 당시 법사위 위원장이었던 김기춘의 제안으로 서예가 이홍철 씨가 쓴 것이다.처벌은 능사가 아니다. 공자도 법치보다 덕치를 강조하였다. 오늘날의 형법 교과서에서도 형사처벌은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최후의 보충수단'(ultima ratio)임을 강조한다. 이는 프랑스 혁명 후에 꽃을 피운 근대 이성법의 지혜이기도 하다. 조선에서도 형사처벌은 극히 자제되었다. 정조는 재위기간 중 1천112건을 심리하고, 2천574회를 판결하였는데, 그 중 사형선고는 36건(약 1.4%)에 불과했다.산업혁명 이후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형사처벌은 크게 강화되었다. 형사처벌이 사회 문제 해결의 '최고의 수단'(prima ratio)으로 여겨진 것이다. 몇 년 전 우리나라에서는 도량형의 혼선을 피하고자 평방미터(㎡)나 그람(g) 대신에 평(坪)이나 근(斤)이라는 단위를 사용하면 처벌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형사처벌이 마치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한 '유일한 수단'(sola ratio)인 것처럼 여겨졌다.최근에는 가중 처벌의 사례도 자주 목격된다. 1990년대 이후 성범죄에 대한 형사정책은 신상 공개를 거쳐 화학적 거세의 방향으로 강화되었다. 한 때는 민식이법이 논란이더니, 최근에는 중대재해처벌법이 국회를 통과하였다. 중대재해를 막지 못한 경영책임자를 1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하겠다는 것이다. 옥상옥의 논란이 없지 않지만 국회는 오늘도 거침이 없다.이러한 처벌문화의 확산 때문일까. 우리는 전직 대통령에게 33년의 징역형이 선고되어도 그냥 무덤덤하다. 흠흠신서의 서문을 국회 법사위 회의장에 게시하도록 한 김기춘 씨도 그 전직 대통령을 잘못 보좌했다는 등의 이유로 80세를 넘긴 노구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형사 절차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칸트의 동해보복(同害報復: 동일한 상해나 배상의 원칙), 다산의 적정한 처벌, 이것이 형사처벌의 기본이다. 인간을 다른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다루지 말라는 칸트의 요구처럼, 적어도 처벌이 허망한 목적을 쫓아 고무줄처럼 늘어나서는 안 된다. 정치적 표를 염두에 둔 처벌 수위도 이제 자제되어야 한다. 우리는 지금 자칫하면 교도소 담장 안으로 떨어지는 외줄타기를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최근에 경북대 도서관을 방문하였다가 매우 놀랐다. 독일 유학시절 보았던 괴팅겐 대학의 도서관보다 훨씬 좋은 시설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이다.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후 구입한 한국 자동차에서 독일차 이상의 매력을 느꼈던 바로 그 기분이었다. 거기서 다산의 '흠흠신서'를 읽고는 또 한 번 크게 놀랐다. 칸트와 다산이 아주 유사한 정의관을 갖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칸트의 근대이성법의 지혜를 되살리자고 외쳤는데, 앞으로 다산의 흠흠정신을 널리 알려야겠다. 과장된 형사처벌은 부메랑이 되어 되돌아 올 수 있다는 점도 알아야 한다.임상규 경북대 교수

2021-03-05 20:28:42

[손경찬의 장터 풍경] 콩나물

[손경찬의 장터 풍경] <54>콩나물

시장에장보러 나온 주부들이물건을 산 뒤에집으로 돌아오는마지막 길에 들려또 하나 사는 데가 바로콩나물 가게이지. 고무 단지에서빼곡 머리를 내민 콩나물을한 줌 뽑아내 보이며"잘 키운 거"라장사 아줌마 말에손님이 맞장구치면서"더 달라"고 흥정을 하네.손경찬 (대구예술총연합회 정책기획단장)

2021-03-05 14:32:00

3월 첫째 주 베스트셀러 순위 (교보문고)

1. 나의 첫 투자 수업 1·2 (김정환·트러스트북스)2. 주린이가 가장 알고 싶은 최다질문 TOP 77 (염승환·메이트북스)3. 달러구트 꿈 백화점 (이미예·팩토리나인)4. 2030 축의 전환 (마우로 기옌·리더스북)5. 공정하다는 착각 (마이클 샌델·와이즈베리)6. 대한민국 부동산 미래지도 1·2 (김학렬·한빛비즈)7.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박완서·세계사)8. 아몬드 (손원평·창비)9. 파친코. 1 (이민진·문학사상)10. 흔한남매 불꽃 튀는 우리말. 1 (흔한남매·다산어린이)

2021-03-05 09:13:56

김제동 '질문이 답…' 책 들고 복귀…유재석·이효리 추천사

김제동 '질문이 답…' 책 들고 복귀…유재석·이효리 추천사

방송인 김제동이 신간 '질문이 답이 되는 순간'을 들고 돌아왔다. 2019년 고액 강연료 논란에 휘말린 후 공식 활동을 중단한 지 2년 만이다.출판사 나무의 마음은 2일부터 예약판매를 시작했다. 이 책은 김제동이 물리학자 김상욱 교수, 건축가 유현준 교수, 천문학자 심채경 박사, 경제전문가 이원재 대표, 뇌과학자 정재승 교수, 국립과천과학관 이정모 관장, 대중문화전문가 김창남 교수 등 각 분야 전문가 7인을 만나 코로나 이후 세상을 살아갈 우리에게 전하는 안부를 담았다.부동산 정책, 달 탐사, 기본소득, 인공지능, 기후위기, 인류의 미래, 대중문화 등 다양한 사회적 이슈들을 알아볼 수 있다.책 머리말을 통해 김제동은 "당장 답을 구할 수는 없더라도 이번 기회에 같이 확인해보면서 서로 위로하고, 격려도 하고. 그러면서 작은 약속과 길을 만들어내고 싶었다. 일곱 전문가와의 만남이 저에게는 그런 위안이자 격려였고,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전에는 몰랐던 새로운 시각으로 세상을 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소중한 기회잖나. 책을 읽는 시간이 여러분에게도 분명히 그럴 거라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또 "표현은 조금씩 다르지만 일곱 분 모두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구분과 경계가 아니라 관계임을 이야기했다. 그래서 '생각했던 것만큼 우리가 완전히 다른 존재는 아니구나', '모두 연관돼 있겠구나', 그런 생각이 들면서 동지애 같은 게 느껴졌던 것 같다."라고 했다.김제동의 절친으로 알려진 가수 이효리와 방송인 유재석이 추천사를 썼다.

2021-03-02 17:43:04

대구수필문예대학 수강생 모집

대구수필문예대학(학장 전상준)이 10일까지 2021년 상반기 수강생을 모집한다. 강좌는 오는 11일(목)부터 7월 22일까지 매주 목요일 오후 7시부터 2시간 동안 20주 과정으로 대구 달서구 두류동 성안오피스텔 16층 문예대학 강의실에서 진행된다.글쓰기 기초이론, 수필창작이론, 수필창작의 실제, 수필 비평과 자서전 쓰기까지 지도한다. 여세주 문학평론가와 조병렬, 김서정, 신형호, 전상준 수필가가 강사로 나선다.2003년 8월 개교해 34기째 강좌를 열고 있는 대구수필문예대학은 매일신문 신춘문예를 비롯해 부산일보 신춘문예, 신라문학대상 등 여러 수필 공모전에서 다수의 입상자와 역량 있는 수필가를 배출해 왔다. 수강료는 20만원이다. 문의=010-3507-1673

2021-03-02 14:24:03

[문득 동네책방]'녹색평론'이 있던 거기, 물레책방

[문득 동네책방]<9>'녹색평론'이 있던 거기, 물레책방

물레책방은 노포(老鋪)급 동네책방이다. 지난해가 개점 10년째였다. 2008년 서울로 간 '녹색평론' 사무실이 있던 건물 지하를 헌책방으로 연 게 2010년이다. 그러잖아도 책방 초입 붙박이장에 자리 잡은 다량의 '녹색평론'을 보면 '녹색평론'과 연관성을 유추하지 않을 수 없다.물레책방이라는 이름도 故 김종철 녹색평론 발행인의 저서 '간디의 물레'에서 따온 것이었다. 순환의 의미라고 했다. 팔린 책이 돌아오고 다시 나가니 사람 간의 교류이기도 하다고 했다. '녹색평론'이 유독 많았던 이유는 간단히 풀렸다.책방지기 장우석(46) 씨는 독립영화 감독이기도 하다. 물레가 필름통과 닮아 책방 이름으로 잘 어울린다고 했다. 장 씨는 "지난해 10주년을 맞았는데 코로나19의 타격이 있었다. 지금은 책방 내부를 다시 꾸미고 있는 중이다. 다소 어수선하지만 기본적인 골격은 남아있다"고 설명했다.책방지기의 취향이 드러나는 중앙 책장에는 2000년대 초반 사회과학 서적으로 유행했던 헌책들, 그가 읽은 것으로 추정되는 '노무현과 국민사기극(강준만 著)'이라든지 'R통신(손석춘 著)' 등이 꽂혀 있다. 신간도 눈길을 잡는데 특히 학이사, 달구북, 브로콜리숲, 담다 등 지역출판사가 발간한 책이 여러 권 보인다.물레책방은 인문학 강의장으로도 이름을 상당히 알렸다. 대구에서 활동하는 작가가 펴낸 출판물을 다루는 건 물론 영화 상영, 음악감상, 북콘서트, 공연, 인문학 강좌도 마련했다. 복합문화공간을 표방하니 2018년에는 한국관광공사가 추천하는 이달의 가볼 만한 곳으로 선정되기도 했다.이런저런 행사도 물레책방을 유명서점 반열에 올려놓은 밑거름이었지만 무엇보다 압권은 책의 양이었다. 1만 권이 넘는다. '책이 주인공인 책방'으로 만들겠다는 건 장 씨의 바람이기도 했다. 1990년대 학번인 장 씨의 기억 속 기저에는 헌책방이 있었다. 장 씨는 "지금은 대중교통전용지구인 대구역네거리에서 중앙네거리까지가 서점 거리였다. 대구시청 주변도 그랬다. 그런 곳들이 하나씩 사라졌다"고 했다.헌책방으로서, 책으로 승부한다는 입소문이 퍼져나가자 은퇴하는 대학교수들이 책을 기증하기 시작했다. 그들이 연구하며 파고들던 보물 같은 책들이 고물상에서는 그저 종이로만, kg당 얼마씩에 거래되는 대상으로 전락하는 현실이 노교수들의 자존심을 할퀸 탓도 컸다. 김윤상 경북대 행정학과 교수, 김영범 대구대 사회학과 교수의 책들이 헌책으로 입고됐다. 은퇴가 예고된 김태일 영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의 책들도 물레책방행이 예약돼 있다.오전 11시에 문을 열고 오후 7시에 닫는다. 간혹 책방지기가 자리를 비우는 경우가 있다. 전화를 하고 가면 헛걸음을 피할 수 있다. 문의 053)753-0423

2021-03-01 14:06:23

다락헌시인학교 수강생 모집

다락헌시인학교 수강생 모집

장하빈(사진) 시인이 팔공산 문학의 집 '다락헌'에서 다락헌시인학교 시창작 강좌를 연다. 3월 3일 개강해 12월 22일까지 매주 수요일(오후 2시~4시), 모두 40강으로 이어지는 강좌다. 수업은 현장강의 또는 통신강의로 진행된다. 애송시 100편 '어느 가슴엔들 시가 꽃피지 않으랴'를 강의 교재로 시창작 강의를 비롯해 창작시제를 제시한 시 쓰기 및 작품토론으로 이뤄진다.초대강연으로 '시인의 체험적 시쓰기'가 예정돼 있다. 초대시인은 류인서(4월 21일), 박지영(6월 23일), 정훈교(8월 25일), 박방희(10월 27일) 등 4명이다.'카르페 디엠(Carpe diem), 카르페 포엠(Carpe poem)'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2018년 개설된 다락헌시인학교는 경상일보 신춘문예(변영현)와 계간 '시산맥' 신인문학상(손준호) 등 등단자를 배출한 바 있다. 장 시인은 1997년 '시와 시학' 신인상으로 등단했다. 제2회 시와시학상 동인상과 제22회 대구시인협회상을 수상했다. 수강료=80만원. 문의=010-2522-7590

2021-02-28 14:44:11

[대학 도서관을 가다-경북대] ⑦대구 독립운동 연구의 등대

[대학 도서관을 가다-경북대] ⑦대구 독립운동 연구의 등대

나에게 대학도서관은 보배로운 곳이다. 2018년 우연히 대구의 독립운동사를 정리하는 책을 쓸 기회를 갖게 됐고, 이를 계기로 대학도서관과 뗄 수 없게 됐다. 독립운동사에는 문외한이지만 신문사 논설위원으로, 가끔 역사 글을 쓴 일만 믿고 겁 없이 책을 낸 덕분에 지금껏 관련 작업을 하는 만큼 옛 자료의 보고(寶庫)인 대학도서관은 고마운 존재일 수밖에 없다.사실 1986년 대학 졸업 뒤 다니던 직장을 접고 재취업을 위해 1987년 6월, 모교 부근 자취방에서 새벽별을 보며 도서관과 집을 오가며 보낸 1년 세월을 빼면 1988년 5월 재취업 이후 도서관과는 이별이었다. 졸업 20년만에 입학한 야간대학원 시절도 그랬다. 자칫 도서관과의 인연은 대학 4년과 재취업을 위한 임시 피난처 1년으로만 기억에 남을 뻔했다.하지만 독립운동 관련 작업 이후 최소한 나에게 대학도서관은 희귀 책과 뭇 자료가 넘치는 보물 창고 역할을 톡톡히 했다. 대출이 힘든 경우 복사를 애걸(?)하고, 곤란할 때는 아는 인연의 지인을 동원해 필요한 쪽을 살짝 사진 전송받아 출력, 마치 무슨 보석인양 정성껏 제본해 갖는 기쁨도 맛봤다. 그렇게 모은 자료가 이젠 몇 상자가 될 만큼이다.특히 지난해 경북대도서관 장서 목록에서 발견한 몇몇 자료는 대구의 독립운동(가) 연구에 또다른 길라잡이가 됐다. 특히 일제강점기 대구경북 경찰사 파악에 도움이 된 '한국경찰제도사-경찰교양총서'(1957년 국립경찰전문학교 편찬·발간)와 '한국경찰사Ⅰ'(1972년 내무부치안국 발행)이 그렇다. 현재 대구경북 경찰 자료에는 당시 자료가 지나칠 만큼 소략한 탓이다.밀정을 풀고 한국인을 괴롭힌 일경(日警)의 앞잡이로, 독립운동가를 고문하고 목숨을 앗은 고등경찰이 설친 기관이었고, 광복 이후 임시정부 경찰을 첫 출발로 삼는 오늘의 경찰로서는 그럴 만하다. 일제 경찰의 역사는 싹 지우고 싶겠지만 대구 독립운동 연구에는 없어서는 안 될 부분이다. 그럼에도 실제로 관련 자료는 거의 없다시피 하니 두 책의 희소성이 돋보인다.또 한 자료는 대구출신 독립운동 활동가 이두산(李斗山·1876~?)의 한국전쟁 때 일부 행적 파악 단서가 된 1990년 (사)한국안보교육협회 발간 '1950·9 서울시임시인민위원회 정당·사회단체등록철'이다. 펴낸 곳에도 없던 자료였다. 여기엔 1950년 7월 5일 등록 당시 이두산 대표의 조선대중당 등 183개 정당·단체 정보가 실려 있다. 이를 고리로 두 아들(정호·동호)과 독립운동을 한 그의 행방을 밝혀 큰 아들 부부(이정호·한태은)처럼 독립유공자 서훈의 날을 보고 싶다. 중국에서 헤어진 차남 이동호 행적도 밝힐 자료를 만나길 비는 마음이다.또 다른 자료는 이젠 사라진 대구감옥(형무소) 추적에 도움을 준, 70대 노(老) 독립운동가의 1919년 투옥 일기인 '국역 흑산일록-대구감옥 127일, 그 고난의 기록'(장석영 지음·정우락 옮김, 2019년)이다. 필자는 이를 갖고 대구독립운동 연구 후속 작업으로 2020년 펴낸 '묻힌 순국의 터, 대구형무소'에서 100년 전 감옥 모습 일부를 전하게 됐다.이런 대학도서관 인연을 생각할수록 늦었지만 그동안 필자의 독립운동 공부에 도움과 귀한 자료를 제공해주신 모든 분들께 지면으로나마 깊은 감사를 전하고 싶다. 앞으로도 대학도서관은 대구 독립운동 연구에 등대가 될 것이기에 자주 찾고자 한다.정인열 매일신문 논설위원 oxen@imaeil.com

2021-02-27 06:30:00

[내가 읽은 책] 산다는 건 배우는 일이다

[내가 읽은 책] 산다는 건 배우는 일이다

100 인생 그림책(하이케 팔러 글/ 발레리오 비달리 그림/ 김서정 옮김/ 사계절출판사/ 2019년)"이제는 세상에 무심해졌구나. 달 한번 제대로 올려다보질 않네."(56쪽)지금의 내 상황이다. 하늘을 올려다본 적이, 달빛을 고스란히 받아본 적이, 천천히 내 뒤를 돌아본 적이 언제였던가.산다는 건 그저 신나는 일만도, 그저 기운 빠지는 일만도 아니다. 또한 언제나 입 꼬리를 올리고 살 수만 있는 일도 아니다. 한 번쯤은 내가 살아온, 우리가 살아온 길을 더듬어 보게 하는 그림책이다.'100 인생 그림책'은 말 그대로 우리가 하나하나 배우며 살아가는 이야기다. 우리가 살아왔던 시간과 앞으로 살아가야 할 삶의 이야기를 보여준다.독일 시사 잡지 '차이트'의 편집자인 하이케 팔러는 갓 태어난 조카 파울라와 로타를 보면서 이 책의 아이디어를 떠올렸다고 한다. 앞으로 이 아이가 살아가야 할 인생에 대해서, 세상에 대해서 얘기하고 싶었기에.때론 힘들고, 때론 행복해하며 우리는 살아왔고, 살고 있다. 또 새로운 누군가가 태어나서 살아가야 하는 것이 인생이다. 나이에 따라 배우고 익히고 아파하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가 들어있다. 무심코 살아왔던 날들이 어쩌면 이 책을 읽음으로써 하루하루의 의미를 가지게 될 것이다.0세부터 100세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인생을 이탈리아 일러스트레이터 발레리오 비달리의 상황에 맞는 그림과 함께 펼쳐 보인다. 나이에 맞게 조금씩 성장해 가는 이들의 모습에서 나를 만나고, 우리의 아이들을 만나고, 많은 그들을 만난다. 이 책을 통해 많은 이들의 웃음과 아픔, 눈물과 성장을 함께할 수 있다."살면서 무엇을 배웠을까?"(99쪽)우리들의 인생이 서서히 저물어 갈 때쯤에 작가가 마지막 글귀로 남긴 말이다. 책에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우리에게 이 질문을 던진다. 곰곰이 생각해 본다. 나는 이만큼 살아오면서 무엇을 배웠는가? 거창한 성과와 화려한 업적을 바라지 않는다.지금 이 순간의 내 모습을 좋아하며, 작은 것에도 행복할 수 있다는 걸 배우기도 하고, 모든 일이 힘겨울 때가 있다는 걸 깨닫기도 한다. 그렇게 서서히 놓는 법도 배워가면서 인생을 살아간다.산다는 건 다 그런 거다.이 자리에서 나의 인생을 담담히 살필 수 있는 100 인생 그림책을 보고 있는 이 순간. 이게 살면서 내가 배웠던 건 아닐까. 우리가 누리고 있는 이 일상이야말로 진정 바라는 삶이 아닐까."빈 나무딸기 잼 병을 지하실로 가져다 놓으면서 너는 생각하지. 누가 알겠어, 이게 또 필요할지?"(94쪽)인생을 살아감에 늦은 때는 없는 것 같다. 늘 새로운 삶을 기다리며 만들어가는 이들의 여유로움이다."인생에는 두 가지 큰 힘이 있어. 누군가 너를 끌어주고 있니? 누군가 너를 밀어주고 있니?"(50쪽)어느새 우리들 곁을 떠날 준비를 하는 아이들에게 이제 삼분의 일쯤 산 인생을 돌아볼 기회. 그리고 앞으로 살아갈 남은 삼분의 이쯤 되는 인생을 미리 만나볼 기회. 이 책이 전하는 또 하나의 선물이다.권영희 학이사독서아카데미 회원

2021-02-27 06:30:00

[임종대의 우리나라 고사성어] 인구시비(人口是碑)

[임종대의 우리나라 고사성어] 인구시비(人口是碑)

'인구(人口)'는 사람 입이고, '시비(是碑)'는 비석의 의미로 사람의 입이 비석이라는 뜻이다. 당호 진묵(震默1562~1633)스님은 김제 만경 불거촌(佛居村) 사람으로 7세에 아버지를 잃고 전주 봉서사(鳳棲寺)에서 중이 되었다. 이름은 일옥(一玉)으로 영특하여 가르침을 받지 않고 불경의 깊은 뜻을 깨달았다고 '진묵조사유적고'에 전한다. 일옥이 '주자강목' 한 질을 빌려 읽고는 길바닥에 버렸다. '왜 버렸느냐'고 묻자 '책속의 글을 줄줄 외면서 뜻만 취했으면 그만이지'라고 말했다.'인구시비'는 입으로 전하는 구전(口傳)이 곧 비석이라는 말이다. 이는 구비문학(口碑文學)·유동(流動)문학·표박(漂迫)문학·적층(積層)문학 외 설화·민요·무가판소리·속담·수수께끼 등도 이에 속한다. '문자를 세우지 말라'는 불입문자(不立文字)와 상통한다. 꽃은 빨갛고 잎은 푸르고 새소리 물소리는 낭랑한데, 그 의미를 담아 다 표현해 낼 수가 없다. 자연을 대하면 시와 노래가 나오고 아름다움은 한 폭의 그림인데, 계절이 바뀌면 스산한 감정이 형언할 수 없는 회상에 젖는다. 이런 감성을 한 편의 글로 새긴 것이 비문이다. 비에는 순수비(巡狩碑)·기적(紀積)비·신도(神道)비·능(陵)비·묘(墓)비·정려(旌閭)비·송덕(頌德)비 등이 있지만 만고에 남는 비석은 구전이다.사람은 말하고 보고 듣지만, 잘보고 잘 들어야 화(禍)를 면한다. 옛말에 '천 사람이 손가락질하고 욕하면, 욕이 못이 되고 칼이 되어 병이 없어도 죽는다'고 했다. 또 '입이 여럿이면 무쇠도 녹인다'는데 그 입을 모아 새롭게 빚으면 옛말도 바뀔 수 있다. 이 모든 작용은 마음속에서 일어난다. 그런데 마음은 체(體)가 없다. 그래서 시간과 공간에 구애받지 않으며, 늘지도 줄지도 않는다. 크기도 무한이고 아무리 퍼내도 줄지 않는다. 수시로 꺼내 쓸 수 있고, 무엇이든지 생각으로 짚어 낼 수 있는 위대한 보물창고다. 이런 마음을 일러 유즉시무(有卽是無)요, 무즉시유(無卽是有)로 있는 것 같지만 없고, 없는 것 같지만 있는 것이라 했다. 그래서 마음 작용은 하늘과 같아서 번개와 뇌성을 치면서 엄청난 비를 쏟아내 금방 큰 강을 이루지만, 개이면 감쪽같이 허공만 보인다. 사람은 몸과 마음 이중구조로, 유무형(有無型)을 합하고 있어 측량이 어렵다.진묵대사는 입이 비석이라는 대목에서 '옛 말에 이름이 높다고 그냥 돌에 새겨 남길 것이 아니라 오가는 사람의 입이 비석이다'(고적유언명고불용전완석, 로상행 인구시비·古赤有言名高不用鐫頑石, 路上行 人口是碑)'라고 했다.대사는 때론 곡차도 했는데 술을 동이 채 들이키고 취흥에 시를 읊었다.'하늘을 이불삼고 땅을 자리삼아 뒷산을 베개로 하고(天衾地席山爲枕)달을 촛불로 구름으로 병풍치고 바다를 술통 삼으니(月燭雲屛海作樽)문득 크게 취하여 홀연히 일어서 휘휘 춤을 추는데(大醉遽然仍起舞)도리어 긴 소매가 곤륜산에 걸릴까 걱정일세라(却嬚長袖掛昆崙)'이 시를 본 선비들은 깜짝 놀라 혀를 내두르며 '천하에 이보다 더 높은 시가 있느냐'며 천년을 공부하고 만년을 내다보는 도시(道詩)라며 흠모했다.진묵은 서산대사 청어휴정(靑虛休靜)의 법을 이어받고 많은 일화를 남긴 채 인조11년(1633년) 계유년에 입적하였다.(사)효창원7위선열기념사업회 이사

2021-02-27 06:30:00

[책]꿈꾸는 나라로

[책]꿈꾸는 나라로

꿈꾸는 나라로/ 이태수 지음/ 문학세계사 펴냄 이태수 시인의 열일곱 번째 시집이다. '나를 기다리며', '고요를 향하여', '한결같이', 코로나에게' 등 70여편이 실렸다. '실존, 현실, 초월(꿈)' 등 세 꼭짓점을 유기적으로 연결시키면서, 이 세 개의 축을 팽팽하게 밀거나 당기면서 그윽한 울림으로 서정의 세계를 펼쳐 낸다. 우울한 실존의 한계상황 속에서도 아프게 음각된 영혼의 상처를 외롭게 어루만지며, 시인은 꿈을 통한 초월 의지를 포기하지 않는다.때로는 상실감과 단절감으로, 때로는 삭막한 현실의 부조리에 그의 실존은 높낮은 파동으로 흔들리기도 하지만, 자연과 부단히 숨결을 나누면서 훼손된 자아의 동일성을 회복하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는다. 삭막한 현실을 벗어나 참된 자아를 되찾으려는 열망과 초월 의지에 불을 지펴 새롭게 투사하고 껴안는 꿈의 현상학을 빚어 보인다.코로나 펜데믹 시대의 현실을 통찰하면서 기쁨과 슬픔, 빛과 어둠, 로고스와 파토스가 교차하는 심층을 서정적 언어로 떠올리는 그의 시는 '나'라는 두 자아 사이에서 참된 자아를 찾아 나서는 도정을 다각적으로 그린다.꿈을 모티프로 하는 현실 초월 의지는 그의 시집에서 목도되는 시 세계의 중요한 축이다. '꿈꾸는 나라로'라는 시집 표제가 암시하듯이 초월 의지는 돌올한 빛깔로 여기저기서 나타난다. 그 초월은 어느 먼 별나라로의 일탈이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참된 자아를 되찾고 자기 동일성을 회복하려는 실존의 의지 활동이다.자연을 매개로 하는 현실 초극 의지는 '꿈'을 통한 존재 전환의 몸짓으로 이어진다. 욕망과 위선, 슬픔과 상처로 얼룩진 현실에서 벗어나 인간의 순수가 훼절되지 않은 꿈의 나라를 한결같이 꿈꾼다. 이 미지의 세계는 시인의 마음 깊이 내재된 고요하고 평화로운 영혼의 처소다. 초월의 꿈은 내면에 은폐된 순수한 자아를 회복하려는 강렬한 의지라 할 수 있다. 이진엽 시인은 해설에서 그의 시에 대해 "깊은 사유와 울림으로 충전된 삶의 철학을 명징하게 구현하고 있다"고 평했다. 156쪽. 1만원. 한편 이태수 시인은 대구문단에서 활동하는 시인들의 시를 집중 조명한 평론들을 담은 다섯 번째 시론집 '현실과 초월(그루 펴냄)'도 출간했다. '대구 현대시의 지형도', '여성시의 표정', '성찰과 동경', '응시와 관조'에 이어 펴낸 이 시론집에는 대구문단에서 활동했거나 활동하는 시인들의 시집과 시에 대한 평론 24편이 실려 있다. 424쪽. 2만원

2021-02-27 06:30:00

[책CHECK] 바다는 철문을 넘지 못한다

[책CHECK] 바다는 철문을 넘지 못한다

세상으로 나가는 길을 잃어버린 사람들에게 위로를 건네는 산문집이다. 작가는 창원의 '꿈꾸는 산호 작은도서관' 관장으로 있으며 도서관, 장애인 기관 등에서 문화 소외 계층을 대상으로 읽기와 쓰기를 가르치는 일을 한다. 그 과정에서 만난 사람들과 울고 웃으며 함께 글을 써내려간 기억을 진솔하게 담은 책이다.독서 수업을 하러 구치소로 들어가는 길, 지척에서 일렁이는 통영 바다가 철문에 가려 멀찍이 물러서는 모습을 보고 저자는 생각한다. 문 안의 사람들도 철문에 막혀 세상으로 나가는 길을 잃어버린 것 같다고.작가는 철문을 넘지 못하는 바다를 대신해 그들에게 파도를 가져다준다. 직접 만나보지 못한 사람, 직접 겪어보지 못한 경험을 알게 되면서 시야를 넓힌다. 넓어진 시야만큼 생각도 깊어지게 하는 책이다. 208쪽. 1만3천원

2021-02-27 06:30:00

[책] 잃어버린 아이를 되찾기까지… '구원의 날'

[책] 잃어버린 아이를 되찾기까지… '구원의 날'

정해연 작가는 아이들을 소재로 한 작품을 많이 썼다. 지난해 11월 황금가지에서 출간된 '패키지'도 아이가 볼모로 잡혔고, '유괴의 날'은 아예 제목에서부터 아이가 등장했다.이번 작품도 아이들이 하드캐리한다. 평범한 사건 전개는 작가의 체질에 안 맞다. 평화롭게 마무리되는가 싶으면 전환의 "그런데 말입니다"가 나온다. 주인공들이 놀라 내지르는 한 키 높은 새된 소리들이 여러 번 환청처럼 들린다.'구원의 날'의 진행은 스릴러물의 존재 이유인 반전과 대반전, 그리고 또 대반전이 베이스다. 3년 전 불꽃놀이 축제에서 아들 선우의 손을 놓친 엄마 예원은 죄책감을 견디지 못하고 충동조절장애를 앓게 된다. 정신요양원에 입원한 예원은 그곳에서, 선우만의 전유물로 알았던, 개사 동요를 부르는 로운을 발견한다."개울가에 올챙이 한 마리 꼬물꼬물 헤엄치다, 앞다리가 쑥, 뒷다리가 쑥, 똥통에 빠져버렸네."아이를 찾으려는 모정은 동요 한 소절에도 귀가 번쩍인다. 한 소절만 바뀐 동요 '올챙이와 개구리송'은 예원이 로운을 선우로 착각하는 근거가 된다. 예원은 경비가 느슨한 틈을 타 충동적으로 로운을 데리고 정신요양원에서 탈출한다. 예원과 로운은 평행이론처럼 상실의 상처를 안고 있다. 로운이 애타게 찾는 모성은 선우를 애타게 찾는 예원이 분출해낸다.독자가 기대한 스릴러물 특유의 '그런데 알고 보니 ~였다'는 '전환의 법칙'이 작동하기 시작하는 건 이때부터다. 로운이 선우와 다름을 이성적으로 인지하게 된 예원 앞에서 로운은 선우를 안다고 말한다. 로운이 정신요양원으로 돌려보내지기 직전이었다.이를 지켜보던 남편 선준도 동요한다. 입소문이 난 맛집 메뉴에 비유하자면, 담백한 맛 스릴러가 한 번의 반전으로 독자에게 서프라이즈를 훅 던지겠지만, 담백한 맛을 넘어선 정해연의 소설은 서프라이즈로 고조된 긴장감을 한 번 더 쥐고 틀어준다. 로운이 선우를 만난 곳은 사이비 종교의 기도원이었고, 그런데 말입니다, 기도원은 실체가 없었다. 소설을 읽는 내내 수차례 등장하는 국면인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유려한 비유와 무릎을 탁 치는 풍자나 해학이 빛나는 작품은 아니다. 아이를 잃은 부모의 심정을 또렷이 느끼게 해주는 표현들, 이를테면"1시간 30분을 운전해 달려왔기에 피곤하기도 했지만 커피를 달라는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언젠가부터 계속 이랬다. 커피를 마시거나, 밥을 먹거나, 잠을 자는 모든 일상적인 것들이 자신이 해서는 안 되는 일처럼 느껴졌다."라든지"불쌍, 이라는 단어가 선준의 귀를 긁었다. 예원은 계속해서 뭔가 소리를 치고 있었는데 이젠 귀에 잘 들어오지도 않았다. 날카로운 통증이 관자놀이를 두드렸다. 혈류 속에 통증이 도사리고 있다가 공급되는 듯 일정한 속도로 선준을 괴롭혔다." 같은 문장에서는 작가의 공감 능력을 칭찬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정해연 작가의 특장점은 뭐니 뭐니 해도 간결한 문장이다. 정체될 틈이 없다. 8부작 미니시리즈를 52부작으로 늘려 잡는 행태를 혐오하듯, 막힌 혈 뚫듯 빠르게 이야기를 흘려 나간다.작가는 가족이라서 할 수 있는 용서와 가족이기 때문에 더 잔인하게 다가오는 상황을 상상했다고 한다. 그는 '작가의 말'에서 "이것은 결국 손의 이야기, 용서의 이야기"라고 했다. 살면서 많은 손을 잡고, 놓고, 놓치는데 놓친 손은 다시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작품 말미에서도 선우와 아빠 선준은 이렇게 묻고 답한다. 제목이 '구원의 날'인 까닭을 짐작할 수 있는 부자간의 대화다."지난번에 의사 선생님이, 이제는 일상으로 돌아가라고 했는데…… 일상이 뭐야?""행복해지는 거."287쪽. 1만3천800원

2021-02-27 06:30:00

[책]지금, 도시가 침몰하고 있다

[책]지금, 도시가 침몰하고 있다

극단의 도시들/ 애슐리 도슨 지음/박삼주 옮김/한울아카데미 펴냄 2015년 세계 195개 국은 파리기후변화협정을 통해 2100년까지 지구의 평균기온 상승을 산업화 이전 수준 대비 2°C 이하로 유지하며 궁극적으로는 1.5°C 이하로 제한하기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 그런데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기후변화는 거짓말이며 중국이 날조한 것"이라며 파리기후변화협정에서 탈퇴했다. 기후변화 부인론자들은 기후변화는 없다고 말하다가 부인할 수 없는 증거들이 나오자 기후변화는 태양이나 화산활동 같은 자연적 현상의 결과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기후변화는 바로 지금 일어나고 있으며, 무엇보다 다수 인류가 거주하는 장소인 '도시'에서 일어나고 있다.이 책은 세계 주요 대도시의 불균등한 발전과 재난의 조건을 탐구하면서, 오늘날 극단의 도시에 닥친 위험을 경고한다. 저자는 대다수 인류를 수용하고 온실가스를 대기에 가장 많이 배출하면서 해수면 상승과 강력한 폭풍에 노출되어 있는 '도시'야말로 기후변화의 최전선에 놓여 있으며, 그러한 도시의 자연적 취약성은 사회적 불의에 의해 고조된다고 말한다. 해안에 위치한 뉴욕, 로스앤젤레스, 워싱턴, 마이애미 등 미국의 대도시 대부분과 뭄바이, 광저우, 상하이, 호치민, 콜카타, 오사카, 알렉산드리아 등 해안 거대도시가 위험하다는 것. 저자는 "이러한 '극단의 도시'는 현대 도시의 규정적인 특성이며 냉혹한 경제적 불평등의 공간이다. 인류가 앞으로 닥칠 폭풍을 어떻게 잘 견딜 것인지는 전적으로 도시가 인종, 계급, 젠더의 격차에 어떻게 대응하는지에 달려 있다"며 "극단의 도시야말로 인류의 생존을 위한 가장 중요한 투쟁이 일어나는 곳"이라고 역설한다."해안의 범람은 이미 미국과 세계 전역의 공동체를 황폐화시키고 있다. 특정한 해안구역(심지어 도시 전체)에서 거주가 불가능해지고, 갑작스러운 퇴출보다도 재난에 앞서 사람들을 이주시키는 계획이 점차 올바른 대안으로 간주될 것이다. 덧붙이자면 일부 도시는 그러한 이주비용 및 세수의 손실을 두려워해서 공동체 철수에 재정을 투입한다는 생각을 기피하겠지만, 한 번에 사람들을 철수시키는 데 비용을 들이는 것이 홍수가 심해지고 해수면이 상승하면 쓸모없게 될 제방, 방조제, 기타 고형 방어벽을 건설하고 유지하는 것보다 실제로 훨씬 더 홍수방어 비용을 아끼는 수단이다. 공동체가 주도하는 공정한 철수가 최선의 희망이다."(365~366쪽). 400쪽, 4만6천원.

2021-02-27 06:30:00

[책CHECK] 떠나지 못하는 여자

[책CHECK] 떠나지 못하는 여자

알바니아 출신으로 프랑스에서 활동 중인 이스마일 카다레가 쓴 소설이다. '린다B를 위한 진혼곡'이라는 부제가 붙었다. 프랑스어 판의 원제 'L'Entravée: Requiem pour Linda B'를 직역한 것이다.'유배상태로 태어나서 자라고 성년에 이른 알바니아 여인들에게'가 책 서문 헌사다. 카다레는 1990년 프랑스로 망명하기 이전부터 조국 알바니아의 사회주의 독재를 우화적으로 고발하는 소설을 써 이름을 알린 바 있다. 2009년 알바니아에서 먼저 출간되고 2010년 프랑스어로 출간된 이 책도 같은 궤도에 있다.프랑스 최고 훈장인 레종 도뇌르(꼬망 되르) 수훈, 2019년 박경리 문학상 수상 등으로 익히 이름을 알렸다. 올해도 노벨문학상 후보로도 이름이 오르내린다. 252쪽. 1만3천800원

2021-02-27 06:30:00

[책CHECK] 당신이 시작하면 세상도 시작합니다

[책CHECK] 당신이 시작하면 세상도 시작합니다

이 책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평화에 대한 어록으로 설교에서부터 SNS 발언, 국가 지도자들과의 담화, 사람들과 만나며 가졌던 대화에서 발췌한 말을 담았다.교황은 우리에게 묻는다 "오늘 당신의 마음은 평화로운가요?" 만약 평화롭지 않다면 평화를 말하기 전에 먼저 우리의 마음을 정리해 평화롭게 만들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당신은 화려한 말로 평화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고 성공적으로 강연할 수도 있지만 당신 주위에, 당신 마음에 평화가 없다면 가정과 당신 구역에 평화가 없을 것이고 당신 직장에 평화가 없을 것이고 세상 어디에도 평화가 없을 것입니다."(112쪽)교황은 평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전쟁을 치르는 것보다 더 큰 용기가 필요하기에 우리는 더 가까워져야 하며 한마음 한목소리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128쪽. 1만3천원

2021-02-27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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