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책

 
[내가 읽은 책]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내가 읽은 책]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우리 역사를 접해본 사람이라면 어린아이들도 들어보았을 이름, 그는 다산 정약용이다. 조선 후기 실학자로 '목민심서', '여유당전서' 등을 지은 인물이라는 것, 문장과 경학에 뛰어났고, 훌륭한 목민관이었고, 도르래를 이용한 거중기를 만들어 화성 건축에 처음으로 사용했다는 것을 우리는 충분히 많이 들어왔다. 그 외에도 천문지리와 교육과 농업과 자연 과학 등의 여러 분야에 박식하기 이를 데 없는 그는 역사 속의 위인일 뿐, 현재의 일상에서 그다지 호기심 당기는 인물은 아니다.그럼에도,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라는 책 제목은 이 거장에 대한 일말의 궁금증을 유도한다. 제목에 일견 애잔한 서정성이 엿보이는 것이다. '두 아들(학연, 학유)에게 보낸 편지, 두 아들에게 주는 가훈, 둘째 형님(정약전)께 보낸 편지, 다산의 제자들에게 당부하는 말'이라는 4부로 엮여진 이 책에서 다산은 자신이 알고 있거나 생각하는 모든 것을 얘기한다. 서정성과는 좀 거리가 있지만, 편지 형식은 다행히 독자에게도 친근감을 주므로 그 세세함에 귀 기울이지 않을 수 없다.그는 두 아들에게 어떤 책을 어떻게 만들 것이며, 독서는 어떤 것을 어떻게 하며, 시(詩)의 근본은 무엇이며, 일본과 중국의 학문 경향은 어떠하며, 선비의 마음씨와 사대부의 기상이 무엇인지 들려준다. 또한, 거짓말과 무리 짓기에 대한 경계, 친구 사귐과 벼슬살이와 임금 섬김의 태도, 뽕나무와 아욱의 효능, 옛 인물의 국량과 청렴에 대해 들려준다. 둘째 형님과는 중국 요순시대의 고적법이나 수학과 음악 등에 대해 토론하고 제자들에게는 각자에게 요긴한 조언을 내려준다.그의 수많은 고언은 더러 요즘 세태와 맞지 않는 부분도 있지만, 최근 만취나 SNS 활동에 따른 사회 문제와 관련하여 깊이 와닿는 대목이 있다. "참으로 술맛이란 입술을 적시는 데 있다. 소 물 마시듯 마시는 사람들은 입술이나 혀에는 적시지도 않고 곧장 목구멍에다 탁 털어넣는데 무슨 맛을 알겠느냐?"(94쪽)라며, 나라와 가정을 파탄시키는 흉패한 행동은 모두 술 때문이었기에 옛날에는 뿔이 달린 술잔을 만들어 조금씩 마시게 하였다는데, 절제하는 음주의 멋을 새겨볼 만하지 않은가.또한, 편지 쓸 때는 "이 편지가 사통오달한 번화가에 떨어졌을 때 나의 원수가 펴보더라도 내가 죄를 얻지 않을 것인가, 또 수백 년 동안 전해져서 안목 있는 많은 사람들의 눈에도 조롱받지 않을 편지인가를 생각해 본 뒤에 비로소 봉해야"(174쪽) 함을 명심토록 하였다. 매체가 급변한 오늘날에도 의미 있는 통찰이라 여겨진다. 이렇듯 비범한 아버지를 두지 못한 우리 모두는 두고두고 그의 편지 구절들을 읽으며 내 아버지의 말인 듯 고맙게 지혜를 구할 수도 있을 것이다.마음 둘 곳 없어 술이나 SNS 댓글에 매달린다는 이들에게 다산은 오직 독서만이 살 길이라 한다. "나는 천지간에 의지할 곳 없이 외롭게 서 있는지라 마음 붙여 살아갈 곳으로 글과 붓이 있을 뿐"(38쪽)이라며.김남이 학이사독서아카데미 회원

2020-11-13 14:30:00

[책] 민주화 이후 더욱 공고해진 기득권 구조

[책] 민주화 이후 더욱 공고해진 기득권 구조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 집 있는 자와 없는 자의 격차, 빈부 격차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격차에서 오는 소외와 차별, 냉소와 분노, 체념도 심각하다. 민주화 이후에도 우리 사회의 불평등과 격차는 줄어들기는커녕 점점 더 커졌다.'기회균등의 사다리'라 여겨졌던 교육마저 이제는 '신분세습의 도구'가 되었다. 그 중심에 있는 것으로 여겨지는 386세대는 왜 자신들이 부르짖던 민주주의와 대립되는 '세습'을 선택했을까? 그것을 단순히 운동권의 변질이나 중산층의 지위를 유지하려는 욕망만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이 책의 저자는 우리 사회가 기존의 기득권 구조가 낳은 격차의 문제를 전혀 해소하지 못하고 오히려 '신분피라미드'라는 괴물을 만들어냈다고 주장한다. 거기에 '능력주의'가 도사리고 있다. 능력주의는 오늘날 세상에서 가장 공정한 룰로 받아들여진다. 능력에 따라 달리 대우를 받는다는 것이 맞는 말 같다. 하지만 그 능력이 이미 결정된 것이거나 세습되는 것이라면 어떨까? 실상은 세습으로 획득된 신분이 능력으로 포장돼 우리 사회의 격차를 더욱 좁힐 수 없는 것으로 만들고 있다.저자는 우리 사회의 정치·경제·문화 영역은 물론 시민운동마저도 '능력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본다. 그리고 이것이 우리로 하여금 우리 앞에 공고히 서 있는 '신분피라미드'를 당연하게 받아들이게 하고 있음을, 또 여기에서 우리 사회의 많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음을 여러 자료를 토대로 이야기한다. '강원랜드 채용비리' 사건은 우리 사회에서 힘이 곧 능력임을 증명한 대표적 사례다. 이 사건의 전모와 판결 결과를 들여다보면, 평범한 시민들은 심한 무력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제아무리 노력해도 '신분'이 제공하는 '능력'을 넘어설 수 없다는 현실 장벽에 부딪히기 때문이다.얼마 전 의대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설립에 반대하며 파업과 국가고시 거부를 선언했던 전공의들은 자신들의 입장을 알리는 카드뉴스에서 '전교 1등' 운운했다가 전 국민의 반감을 샀다. 이들의 '능력주의'는 의사들만의 문제가 아니다.이렇게 가다가는 신분이 뒷받침된 '능력 있는 자'들과 그런 '능력이 없는 자'들의, 두 개의 나라로 완전히 쪼개질지 모른다. 이 책은 바로 이 나라의 이런 상황에 대한 직시이자 질문이다.법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하나의 나라를 전제한 법은 이렇게 분리된 상황에서 죄는 인정되나 유죄를 증명할 수는 없다는 식의 형식적 개입밖에 할 수 없다. 이렇게 분리된 두 나라를 다시 합치는 것이 정의이고, 공정함은 그 뒤에나 따질 수 있는 가치다.이 책은 한국 사회를 '신분피라미드사회'라 부르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이런 사회에서는 바닥으로 떨어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큰 만큼 신분에 대한 복종심도 크고, 격차가 커지는 만큼 신분에 대한 집착도 강해진다.저자는 "지금 필요한 것은 일시적 조치가 아니라 격차를 메우면서 신분피라미드를 바꾸는 것이다. 단순히 신분을 순환시키는 것이 아니라 '능력주의'로 포장된 신분피라미드 자체를 무너뜨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216쪽, 1만5천원.

2020-11-13 14:30:00

[책] "다시 일어서는 인간은 위대하다"…역사를 움직인 16인의 굴욕 연대기

[책] "다시 일어서는 인간은 위대하다"…역사를 움직인 16인의 굴욕 연대기

"다시 일어서는 인간은 위대하다."한때 태조왕건, 주몽, 대조영, 정도전, 허준, 대장금 등 위대한 역사의 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사극 드라마가 큰 인기를 끌었다. 이들의 공통점은 대업을 이루기까지 수많은 위기와 굴욕을 겪었고 이를 밑거름 삼아 큰 인물로 성장했다는 점이다.◆굴욕에 맞선 역사 속 16인역사에 이름난 이들의 삶의 궤적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굴욕과 극복의 연속이다. 가혹한 시대가 강요한 것이든, 태생적인 신분의 한계에 갇힌 것이든, 악당의 간악한 술수에 빠진 것이든 굴욕적인 일을 겪는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를 대하는 태도다. 어떤 이는 평생 굴욕에 발을 걸려 넘어진 채 일어서지 못하지만, 어떤 이는 굴욕의 순간을 디딤돌 삼아 도약한다.동양사학과를 전공한 인문학자 공원국, 콘텐츠 개발자 박찬철이 펴낸 신간 '굴욕을 대하는 태도: 역사를 움직인 16인의 굴욕 연대기'는 대조영부터 홍범도까지, 역사 속 16인의 삶 속에서 굴욕을 대하는 여덟 가지 태도를 발굴해 소개한다.책은 굴욕을 대하는 태도로 '과감함'(1장) '불굴'(2장) '긍정'(3장) '인내'(4장) '신뢰'(5장) '인정'(6장) '애민'(7장) '확신'(8장)을 제시해 이를 주제로 각 장을 구성했다. 각 장에서는 이러한 태도로 굴욕을 극복한 역사 속 인물 사례를 제시하고 있다. 특히 각 인물 사례가 시작되는 첫 페이지에 해당 인물에 대한 짧은 소개와 해당 인물을 상징하는 잠언을 실어 읽는 재미를 더했다.대조영, 홍범도, 정도전 등 우리에게 익히 잘 알려진 인물뿐만 아니라 잘 알려지지 않은 노인, 황종희 등의 인물도 등장하는데, 이는 책에 등장하는 인물을 시대적, 공간적으로 다양하게 구성한다는 목적으로 인물을 선정했기 때문이다.위기 없는 시대, 굴욕 없는 삶은 없다. 이 책은 굴욕이 삶을 찾아왔을 때 어떤 태도와 마음가짐으로 그 순간을 견디고, 또 헤쳐나갈지 역사 속 16인에게 묻는다. 그들은 큰 파도가 덮칠 때마다 마음 속 희망을 잃지 않고 더 나은 미래를 꿈꾸며 줄기차게 전진하라고 우리에게 답한다.◆위기와 굴욕, 어떤 태도로 대할 것인가굴욕을 대하는 첫 번째 태도는 바로 '과감함'이다. 발해와 서요를 건국한 대조영과 야율대석이 바로 그러했다. 그들은 당나라와 금나라의 공격에 나라를 잃었지만 새 나라를 세우기로 결심해 과감한 판단으로 굴욕을 뛰어넘었다.'불굴'의 의지도 뒷받침되어야 한다. 굴욕에 마음이 꺾이면 무기력해져 어떠한 판단도 내리지 못한다. 나라도, 부모도, 재산도 모두 잃은 순간 다시 붓을 들어 '명이대방록'을 쓴 황종희와 중년의 아편쟁이에서 혁명의 거두로 거듭난 주더는 굴욕 앞에 강한 의지를 불태운 인물이다.'긍정'적인 태도로 낙관하는 사람은 굴욕을 즐길 수 있다. 임진왜란 때 일본으로 잡혀갔다가 탈출, 명나라를 거쳐 고향으로 돌아온 노인과 일제강점기 무력투쟁에 앞장서 봉오동전투와 청산리전투를 승리로 이끈 홍범도가 대표적이다.수십 년을 기다린 끝에 주군을 도와 적국을 멸망시킨 춘추시대의 명재상 범려와 병자호란의 위급한 순간에 전체 상황을 면밀히 파악하고 강화를 주장한 최명길은 '인내'의 아이콘이다.진나라 문공과 후한 광무제는 굴욕을 겪으면서도 내 고통보다 모두의 대의를 먼저 생각했다. 또한 받은 은혜는 절대 잊지 않고 훗날 반드시 보상했다. 이로써 많은 사람의 '신뢰'를 얻어 뜻을 펼칠 수 있었다.'인정'을 좇고 '애민'의 정신을 강조한 이들은 모두 역사에 이름을 올렸다. 두보와 이달은 백성의 비루한 삶을 시로 아름답게 승화해, 평생 고통스럽기만 했던 자신들의 삶의 경지도 한층 높였다. 어떤 일에도 사람 목숨을 최우선으로 여긴 이장곤과 가족을 죽인 이들에게 복수하는 대신 참된 정치의 도를 깨우쳐주고자 한 이익도 마찬가지다.낮은 신분에서 출발해 조선의 초석을 다진 정도전과 글도 못 읽는 나무꾼이지만 선종의 기틀을 닦은 혜능은 스스로를 믿음으로써 역사를 바꿨다. '확신'을 갖고 굴욕을 기회로 삼아 나 자신을 격려하고 더 사랑하는 것, 그것이 굴욕을 대하는 태도의 핵심이다.저자들은 "영웅의 역사와 마찬가지로 각 개인의 인생 여정에도 성공과 실패, 좌절과 극복, 굴욕과 당당함이 교차한다"며 "누구에게나 굴욕없는 삶은 없다. 꿈과 욕망이 충돌하는 지점에서 어떻게 굴욕에 대처하는지를 살피는 것이 역사를 읽는 중요한 이유일 것"이라고 했다. 312쪽, 1만6천원.

2020-11-13 14:30:00

수만 년 동안 다퉈온 인간과 질병, “이젠 공생 아니면 공멸뿐이다”

수만 년 동안 다퉈온 인간과 질병, “이젠 공생 아니면 공멸뿐이다”

2020년의 화두는 단연 '코로나19'다. 나날이 늘어나는 확진자와 사망자로 온 세상이 패닉에 빠져 있다. 인류 역사를 뒤흔든 전염병의 대유행은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 아니다. 이 책은 인류의 문명사를 개관하며 홍역, 페스트, 천연두 등 온갖 감염병으로 고통 받던 인류가 어떻게 이를 극복했는지 들려준다. 그리고 이런 노력을 비웃듯 새롭게 등장한 감염병도 소개한다.◆감염병과 인간, 불편하지만 오래된 동행이 책은 19세기 외딴 섬에서 유행한 홍역 이야기로 시작한다. 홍역이 지속적으로 유행하려면 일정한 장소에 수십만 이상의 사람이 몰려 있어야 한다. 인류 최초의 문명이 감염병과 함께 시작된 건 그 때문이다. 이후 여러 질병이 인간 사회에 떠돌며 숱한 생명을 앗아갔고, 그때마다 역사의 흐름은 몇 번이나 굽이치며 전혀 생각지도 못한 곳에 이르렀다.이를 극복하기 위해 인류도 부단히 노력했다. 항생제와 백신을 개발하며 치명적인 질병을 역사의 뒤안길로 보냈다. 특히 20세기 냉전기에 동서 양 진영이 손을 맞잡고 이뤄낸 천연두 퇴치는 인류사에 길이 남을 쾌거였다. 마침내 감염병과의 전쟁에서 승기를 잡았다고 생각한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그 뒤로도 에볼라, 에이즈, 사스 등 새로운 병이 속속 등장했고, 현재는 '코로나19'가 발생해 인류를 시험대 위에 올려놓았다.◆인간과 바이러스, 왜 공존할 수밖에 없는가?성인 T세포 백혈병 바이러스는 평균 잠복 기간이 50~60년으로 감염자의 약 5%만이 발병한다. 사실상 무해하다고 할 수 있다. 물론 '그래도 완전히 없는 편이 낫지 않나?'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바이러스는 비슷한 지위를 가진 다른 종류의 바이러스와 경쟁한다. 다시 말해, 일단 체내로 들어온 무해한 바이러스는 몸 한구석에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다른 유해한 바이러스가 들어올 자리를 없애버린다는 뜻이다.만일 성인 T세포 백혈병 바이러스가 완전히 박멸된다면 어떻게 될까? 이 바이러스를 무력화하기 위해 우리 몸이 오랜 시간에 걸쳐 만든 면역체계는 무용지물이 될 것이고, 이 바이러스가 사라진 자리에 새로운 바이러스가 침투할 가능성도 있다. 그 바이러스는 어쩌면 점잖은 전임자와는 비교도 못할 만큼 치명적일 수도 있다.저자는 "질병은 박멸만이 답이 아니다"고 말한다. 일말의 위험도 감수하지 않으려는 마음이 더 큰 위기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따라서 "인간이 질병에 적응해 살아가듯 질병 역시 그 나름의 방식대로 인간에 적응하며, 그 과정에서 공존의 길이 발견될 수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결론적으로 "바로 이 길을 찾아내는 것이야말로 인류가 나아가야 할 길"이라고 강조한다.◆한국 독자들에게 보내는 특별한 편지저자는 한국어판 출간을 기념해 한국 독자들을 위한 서문에서 "이번 코로나 팬데믹이 세계화 시대 주요국가로 부상한 이후로 한국이 처음 경험하는 '감염병에 의한 생명의 위기'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으며, 종종 위기가 찾아오겠지만 결국에는 슬기롭게 극복해 나가리라 믿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코로나 팬데믹을 통해 문명과 감염병에 관해 궁극적인 의문을 품어보길 소망한다"고 했다.인류는 과학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백신과 치료제를 개발하고 환경을 지배하는 종으로 발돋움했다. 20세기부터 여러 전염병을 퇴치하고 팬데믹을 차단했다. 저자는 자신도 "지난 30년 동안 북미와 아프리카를 포함해 전 세계를 돌며 치명적인 전염병을 막기 위해 노력해왔다. 하지만 이번 코로나 팬데믹을 경험하며 인류와 감염병의 관계에 전부터 품어왔던 의문이 더욱더 깊어졌다"고 했다. 이런 의문을 품으면서도 자신 역시 "의료인으로서 눈앞에서 죽어가는 사람을 결코 외면할 수 없기 때문에,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변이하는 코로나 바이러스들과 오늘도 싸우고 있다"고 했다. 저자는 편지 말미에 이렇게 말했다. "인간이 자연의 일부인 이상, 전염병은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감염병과 어떻게 공생하고 어떻게 잘 어울리며 살아갈 것인가…그것을 다시 한번 고민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고 썼다.

2020-11-13 14:30:00

[반갑다 새책] 다산의 마지막 습관/ 조윤제 지음/ 청림출판 펴냄

[반갑다 새책] 다산의 마지막 습관/ 조윤제 지음/ 청림출판 펴냄

"점차 하던 일을 거둬들여 마음 다스림 공부에 힘을 쏟고자 합니다. 하물며 풍병은 뿌리가 이미 깊어 입가에 항상 침이 흐르고 왼쪽 다리는 늘 마비 증세를 느낍니다.(중략) 스스로 살날이 길지 않음을 알면서도 자꾸 바깥으로 마음을 내달리니, 이것은 주자가 만년에 뉘우치신 바입니다."다산이 둘째 형 정약전에게 보낸 편지의 내용이다. 같은 시기 흑산도에 유배된 형이 건강을 생각해 저술을 당분간 자제하라고 권하자 다산은 이렇게 답했다.돌이켜보면 살면서 제일 힘든 일 중 하나가 마음을 다스리는 '치심'(治心)이 아닌가 싶다.조선 최고의 천재 다산 정약용이 모든 것을 쏟아낸 60년 유학 공부의 끝에서 모든 걸 비우고 처음부터 다시 채우고자 읽은 책이 '소학'이다. '소학'은 유학 입문자들을 위한 교재로 조선 서당에서는 '동몽선습'과 '명심보감' 다음으로 가르쳤다. '소학'은 후반부인 외편으로 들어가면 '논어' '맹자' '회남자' '사기' '춘추좌전' 등을 인용해 난이도가 만만찮게 상승하기도 한다. 따라서 '소학'을 제대로 익히면 어지간한 명문은 섭렵했다고 여겼다. 어쩌면 '소학'은 유학 경전들 중 가장 쉽고 동시에 가장 어렵다고 할 수 있다.뛰어났던 조선의 인재 다산이 그 뜻을 제대로 펴지 못하고 오랜 세월 유배라는 역경을 견뎌내면서 인생 말년에 깨달은 화두는 바로 '기본으로 돌아간다는 것'이었으며 그 답은 바로 '소학'에 있었다.책은 구체적으로 '소학' 가운데서도 거듭 새겨 들을 명구 57가지를 뽑아 현대 감각에 맞도록 재해석하고 있다.삶은 익어갈수록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좀체 그 관성을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그럼에도 자신을 만들어나간 습관들을 모두 비우고 평생 지켜나갈 단 하나의 습관을 새로 들이는 것, 그것이 다산이 매일 새로워지며 성장해 나가기 위해 택한 방식이다. 다산의 위대한 인격이 여기에 있다. 340쪽, 1만6천원.

2020-11-13 14:30:00

교보문고 11월 둘째 주 베스트셀러 순위

◇ 교보문고 11월 둘째 주 베스트셀러 순위1. 트렌드 코리아 2021 (김난도·미래의창)2. 달러구트 꿈 백화점 (이미예·팩토리나인)3. 흔한남매. 6 (흔한남매·아이세움)4. 나의 하루는 4시 30분에 시작된다 (김유진·토네이도)5. 어떻게 말해줘야 할까 (오은영·김영사)6. 설민석의 한국사 대모험 15 (설민석·아이휴먼)7. 돈의 속성 (김승호·스노우폭스북스)8. 존리의 금융문맹 탈출 (존리·베가북스)9. 마음챙김의 시 (류시화·수오서재)10. 보건교사 안은영 특별판 (정세랑·민음사)

2020-11-13 14:25:37

고산도서관, 11월 명사 초청 강연 잇달아

고산도서관, 11월 명사 초청 강연 잇달아

(재)수성문화재단(이사장 김대권) 고산도서관(관장 서명혜)은 과학, 예술 분야의 명사를 초청하여 강연을 진행한다.정성화 경북대 화학과 교수를 20일 오후 7시 초청하여 '과학기술, 자연과 환경 그리고 인류의 위기'를 주제로 강연을 연다.정성화 교수는 서울대 화학교육학과를 졸업하고 한국과학기술원에서 석·박사를 하고 대기업 연구원을 거쳐 2007년부터 경북대 화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또한 교수는 글로벌 정보기업인 클래리베이트 애널리틱스에서 '2018, 2019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연구자'로 즉 논문의 피인용 횟수가 많은 연구자로 선정되었다.최은주 대구미술관장은 24일 오후 7시 '한국근현대미술, 어떻게 볼까?'를 주제로 강연을 가진다.최은주 대구미술관장은 국립현대미술관에서 25년간 학예실장, 보존관리실장, 덕수궁미술관장, 서울관운영부장 등의 굵직한 전시 기획과 미술관 운영 경험을 겸비했고 2015년부터 경기도미술관장으로 재직했다.자세한 내용은 고산도서관 홈페이지, 인스타그램, 페이스북에서 확인할 수 있다. 문의 053)668-1908.

2020-11-12 15:36:28

[책체크] 세 사람의 침대/ 이도원 등 지음 / 화니콤 펴냄

[책체크] 세 사람의 침대/ 이도원 등 지음 / 화니콤 펴냄

'제12회 현진건문학상 작품집'이다. 수상작품집에는 도서관에 근무하는 기러기아빠의 이야기를 그린 본상 수상작 이도원의 '세 사람의 침대'를 비롯해 수상 작가의 대표 자선작 '자개장롱이 있는 집', 본상 수상자의 창작 전후를 흥미롭게 관찰한 이화정 작가의 인터뷰 '나는 소설을 살고, 소설은 나를 쓰고'가 실려 있다.작품집에는 또 추천작으로 선정된 강물의 '그 여자', 노정완의 '등골 브레이커', 윤동수의 '밀랍인형', 이충호의 '그 어두운 밤의 우수', 이홍사의 '집에서 개를 없애는 몇 가지 방법', 임성용의 '지하생활자', 장마리의 '존은 제인을 만났지만'도 만날 수 있다.이 책 첫머리와 말미에는 현진건문학상 예심과 본심 심사위원의 평과 함께 문학상의 취지와 심사 경위가 실려 있다. 246쪽, 1만2천원.

2020-11-12 14:33:33

문화재청 국립가야문화재연구소 '가야 역사·문화 연구 총서Ⅰ' 발간

문화재청 국립가야문화재연구소 '가야 역사·문화 연구 총서Ⅰ' 발간

문화재청 국립가야문화재연구소(소장 김지연)는 가야의 역사와 문화 연구 성과를 담은 '가야 역사·문화 연구 총서Ⅰ'을 발간했다.'가야 역사·문화 연구 총서'는 연구사와 시대사, 분류사, 각국사 등 총 4편으로 구성됐으며, 이번에 발간된 책자는 가야 관련 연구사를 집대성해 종합·정리한 '연구사' 편이다.'연구사' 편에는 전근대부터 일제강점기, 광복후~1960년대, 1970년~80년대, 1990년대 이후의 최신 연구 등 가야 문헌사와 가야 고고학의 연구 성과를 시대순으로 정리했다. 책자는 국공립 도서관과 박물관과 연구기관 등에 배포되며, 국립가야문화재연구소 누리집(http://www.nrich.go.kr/gaya, 보고서 원문서비스)에도 공개된다.국립가야문화재연구소는 "이번 '연구사' 편을 시작으로 '시대사', '분류사', '각국사' 편 등을 연차적으로 발간할 계획"이라며 "연구서는 국민들에게 가야와 관련된 정보를 보다 쉽게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2020-11-11 15:58:58

[유홍준의 시와 함께] 나비/ 윤일현(1956~ )作

[유홍준의 시와 함께] 나비/ 윤일현(1956~ )作

나비의 삶은 곡선이다장독대 옆에 앉아 있던 참새가길 건너 전깃줄까지직선으로 몇 번 왕복할 동안나비는 갈지자 날갯짓으로샐비어와 분꽃 사이를 맴돈다 아버지는 바람같이 대처를 돌아다녔고엄마는 뒷산 손바닥만 한 콩밭과앞들 한 마지기 논 사이를나비처럼 오가며 살았다 나비의 궤적을 곧게 펴새가 오간 길 위에 펼쳐본다놀라워라 그 여린 날개로새보다 먼 거리를 날았구나 엄마가 오갔던 그 길굴곡의 멀고 긴 아픔이었구나 차라리 부럽다. 바람같이 대처를 돌아다니고 나비처럼 콩밭과 논 사이를 오가던 삶은. 살림살이 고된 내 누이들은 참새의 직선도 나비의 곡선도 아닌 지그재그 갈팡질팡 대형마트 매장 진열대 사이를 오가며 하루 여덟 시간 삶의 발자국을 찍고 있다. 소음 속 기계 앞에 꼼짝도 않고 붙어 서서 내 형제들은 제품을 만들고 있다.이 지랄 맞은 자본주의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농경사회에선 그래도 논과 밭을 오가며 발자국을 찍었건만 지금은 대형 매장에서 싸늘한 시멘트 바닥에 하루 종일 비정규직의 발자국을 찍어야지만 살아갈 수 있다. 차라리 '굴곡의 멀고 긴 아픔'을 걸었던 어머니의 발자국이 행복했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직장과 집, 학교와 집, 이 다람쥐 쳇바퀴가 결국 현대인의 삶이라면 너무나 끔찍하다. 시인 유홍준: 1998년 『시와반시』로 등단. 시집 『喪家에 모인 구두들』 『나는, 웃는다』 『저녁의 슬하』 『북천-까마귀』 『너의 이름을 모른다는 건 축복』이 있다. 시작문학상 이형기문학상 소월시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2020-11-11 11:50:44

김선굉·김호진 시인 출판기념회

김선굉·김호진 시인 출판기념회

김선굉(앞줄 오른쪽) 시인의 시집 '술 한 잔에 시 한 수'·김호진(앞줄 가운데) 시인의 시집 '아흐레는 지나서 와야겠다' 출판기념회가 7일 오후 영화카페 '필름통'에서 열렸다.이날 행사에는 윤일현 대구시인협회장을 비롯해 강현국 시와반시 대표, 이하석, 장옥관, 이종문, 이정환, 박미영 등 지역 문인 50여 명이 함께했다. 출판기념회와 함께 '그리움과 자유로움의 시학'이란 주제로 패널토론도 가졌다.

2020-11-09 13:55:46

[임종대의 우리나라 고사성어] 아우율목(我又栗木)

[임종대의 우리나라 고사성어] 아우율목(我又栗木)

'아우(我又)'는 나도 이고 '율목(栗木)'은 밤나무다. 율곡 이이에 대한 이야기로 '국조인물고'에 전한다. 율곡의 아명은 현룡으로 출생하는 날 밤 신사임당이 흑룡의 꿈을 꿔 지었다. 현룡은 어렸을 적에 강릉 오죽헌에서 자랐는데, 서당에서 돌아오자 외할머니가 물었다. "현룡아, 저 나무의 열매가 무엇인지 아느냐?" "예, 석류입니다. 제가 석류에 대해서 시를 한 수 지어보겠습니다.""홍피낭리 쇄홍주(紅皮囊裏碎紅珠)" "무슨 뜻인지 설명해 보아라!" "붉은 주머니에 빨간 구슬이 한껏 담겨 있다는 뜻입니다." 외할머니는 현룡의 글 솜씨에 놀랐다. 어느 날 스님이 지나가다가 현룡이를 보고 귀인상에 호랑이에게 다칠 액(厄)이 보인다고 했다. 청천병력 같은 말을 듣고 외면하려다 그냥 지날 수가 없어, 짐짓 스님을 불러 물었다."그럼, 현룡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겠습니까?""밤나무 천 그루를 심으면 액운도 막고 훗날, 나라를 위해 큰일을 하게 될 것입니다."사위 이원수가 들어오자 이 말을 전했다. "여보게, 사위! 밤나무를 심는 일은 하늘이 내려준 천행이라 생각하네. 그리되면 집안 살림에도 유익하고 이웃에도 좋은 일이며, 게다가 현룡이를 위하는 일 아닌가!" 밤나무를 심기 위하여 온 고을 뒤져 500여 그루의 묘목을 구했다. 파주 미추산에 묘목을 심고, 나머지는 알밤으로 정성껏 심었다. 3년이 되자 밤나무를 헤아려 보았다. 그런데 이상했다. 분명 1천 그루 중 한 그루가 모자랐다. 산등성이를 오르내리며 두 번 세 번 헤아려 봤지만 999그루로 한 그루가 모자랐다.'왜 한 그루가 안 보일까?' 그 때였다."나도 밤나무요(我又栗木)." 소리가 나는 쪽으로 가보니 잎은 분명히 밤나무인데 잎 뒷면이 하얗게 보였다. 밤나무 잎과 근사한데 스스로 밤나무라고 하니 그 후부터는 이 나무를 '나도 밤나무'라고 불렀다. 이렇게 1천 그루의 밤나무를 심고 이웃과 나눔으로 액을 때웠다. 예부터 밤나무는 신목으로 조상에 대한 존경심을 나타내고, 왕의 목관으로 사용했다. 또 밤은 삼국지 '위서 동이전'에 배(梨)만하다고 했다. '수서(隋書)'와 '북서(北書)'에 백제에서는 큰 밤이 난다고 기록했다. '삼국유사 원효불기'에는 일꾼에게 한 끼 몫으로 밤 두 알을 주었는데, 관청에서는 한 알만 주라고 했다. '고려도경' 23권에는 복숭아만 하다고 했다. 그런데 현재는 커야 호두알만 하다. 씨에는 향기가 없어도 꽃에는 향기가 있고, 열매는 달고 맛있으며, 씨는 작아도 아름드리나무로 자랄 수 있다. 또 큰 나무에 몇 개의 열매가 열릴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그리고 씨에는 크기와 모양과 맛과 향기가 설계되어 있어 열매를 소중히 여긴다.율곡의 행적을 일러 구도장원공(九度壯元公)이라고도 하는데, 이는 아홉 차례나 장원 급제하여 붙여진 별칭이다. 지나가는 과객의 소리도 하늘이 내린 소리로 듣고 실천 했던 가풍과, 왜란을 대비해 십만양병설을 주창한 통찰력은 미래를 예측한 선견지명이었다. 율곡은 당시 퇴계 이황과 함께 쌍벽을 이루어 영남학파에 이어 기호학파의 태두가 되어 한 시대를 이끈 대학자였다.(사)효창원7위선열기념사업회 이사

2020-11-06 14:30:00

[내가 읽은 책] 리딩으로 리드하라

[내가 읽은 책] 리딩으로 리드하라

세상 사람들은 부자를 꿈꾼다. 어느 날부터 사람들은 덕담으로 "부자 되세요.", "대박 나세요."라고 말하기 시작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부자가 되는 것은 행복한 삶과 밀접한 연관이 있어 보인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부자가 되고 싶어 하지만 막상 부자가 되는 방법을 물으면 열심히 살다 보면 될 수도 있다는 흐릿한 대답을 한다. 진짜로 부자가 되고 싶은 것인지 의문이 든다. 자신이 원하는 것이 부자가 되는 거라면 부자가 될 수 있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찾아보아야 할 일이 아닌가. 이런 질문에 예상치 못한 이상한 답을 하는 사람이 있다. 바로 이지성 작가이다. 그의 대답을 듣기 위해서는 '리딩으로 리드하라'를 읽어 보아야 한다.'리딩으로 리드하라'는 왜 인문고전을 읽어야 부자가 될 수 있는지, 성공적이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지 차근차근하게 설명해 준다. 총 6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1장 인문고전 독서의 힘, 2장 리더의 교육, 팔로어의 교육, 3장 리딩으로 경쟁하고 승리하라, 4장 인생경영, 인문고전으로 승부하라, 5장 인문고전 세계를 여행하는 초보자를 위한 안내서, 6장 세상을 지배하는 0.1% 천재들의 인문고전 독서법으로 이루어져 있다. 부록으로는 부모와 아이를 위한 인문고전 독서교육 가이드 등 추천도서도 실려 있다.저자 이지성은 치열한 독서를 통해 베스트셀러 작가의 꿈을 이루었다. '만일 소크라테스와 점심을 먹을 수 있다면 우리 회사가 가진 모든 기술을 그와 바꾸겠다'고 말할 정도로 소크라테스광이었던 스티브 잡스도 인문고전 독서광이었다. 저자의 경험과 자료 수집을 통해 인문학과 인문고전 독서가 가진 숨겨진 비밀을 알기 쉽게 풀어놓았다.하지만 무조건 인문고전을 지식으로만 배우고 익히는 것을 경계한다. 저자는 "인문학의 기본 정신은 낮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을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 어떻게 행복하게 만들어줄 수 있을까를 생각하는 것"이라고 말한다.이 책에서 소개하는 여러 글 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말은 중국 송나라 사람 왕안석(王安石)이 지은 권학문(勸學文)에 나오는 이 글귀였다.貧者因書富 富者因書貴(빈자인서부 부자인서귀)가난한 사람은 책을 읽음으로써 부자가 되고 부자는 책을 읽음으로써 귀한 사람이 된다.필자도 이 책을 읽고 나서 인문고전 도서 100권 읽기를 버킷리스트에 추가했고 책을 구입하여 사무실 한쪽 벽을 채워두었다. 그리고 '리케이온' 인문고전 독서토론회에 참여하여 매달 한권씩 읽고 있다. 그리고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인문고전을 읽기 시작한 지 2년 만에 공동 저자로 책을 출간하는 꿈을 이루게 되었다.이 책을 덮고 나면 인문고전을 읽어야 하는 이유가 너무도 분명하게 이해된다. 책을 항상 곁에 두고 자투리 시간에 휴대폰을 들기보다 책을 들어보자. 사람이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가슴에 와닿는 순간이 온다. 수천년을 축적해 온 인간의 지혜에 귀 기울여 보자. 내가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는 길이 보일지도 모른다.가을이 짙어지고 있다. 놀러 다니기도 좋고 책 읽기도 좋은 날들이다. 놀러 갈 때 책을 한 권씩 들고 가면 어떨까 권해 본다.최성욱 학이사 아카데미 회원

2020-11-06 14:30:00

[책CHECK] 문명고 역사지키기 77일 백서/ 홍택정 등 지음/ 글마당 펴냄

[책CHECK] 문명고 역사지키기 77일 백서/ 홍택정 등 지음/ 글마당 펴냄

2017년 2월 17일 문명고는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 지정을 신청하고 국정교과서 사용을 결정했다. 전국 유일의 국정 역사 교과서 채택에 대해 학생·교사·시민단체 등의 반대에 부딪혔다. 결국 법원에 의해 국정교과서 사용이 정지되고 같은 해 5월 12일 문재인 대통령이 국정교과서 폐기를 지시함에 따라, 끝내 사용하지 못하게 되었다.신간 '문명고 역사지키기 77일 백서'는 당시의 문명고 교육 현장을 한권의 백서로 정리한 책이다. 홍택정 문명중·고 이사장과 김태동 전 문명중·고 교장, 문명고 동문·학생 등이 집필진으로 참여했다. '문명고 역사지키기 투쟁일기' '올바른 역사 교육을 위한 제안' 등 총 4부로 구성돼있다.홍 이사장은 발간사에서 "문명고등학교가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 선정과 무산 과정에서 겪은 과정과 해당 연구학교 교장의 교과서 선택권조차 무시된 점을 낱낱이 기록하고자 한다. 그 과정이 바로 살아있는 역사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328쪽, 1만7천원.

2020-11-06 14:30:00

'매품팔이''보장사''거벽'…조선시대 기상천외 직업군

'매품팔이''보장사''거벽'…조선시대 기상천외 직업군

호랑이 잡는 '착호갑사', 매 대신 맞는 '매품팔이', 발로 뛰어 소식 전하는 '보장사', 분뇨처리업자 '예덕선생' 등 기상천외한 직업부터, 헤어 디자이너 '가체장', 과학 수사대 '오작인', 기둥서방 '조방꾼' 등 현존하는 직업까지…. 젊은 한국학 연구자 4명이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조선시대 백성의 67개 직업군을 파헤친 신간 '조선잡사'가 출간됐다.◆조선 사회상 반영하는 67개 직업이 책은 조선 여성들이 집안일만 했으리라는 선입견을 바로잡을 '일하는 여성들'로 시작해 '극한 직업', '예술의 세계', '기술자들', '불법과 합법 사이', '조선의 전문직', '사농공상'까지 총 7부로 구성됐다. 각 장의 내용이 연결돼있기 보다는 각 장마다 하나의 직업을 소개하고 있어 어떤 장을 택해 골라 읽어도 무방하다. 특히 '극한직업'(2부)이나 '불법과 합법 사이'(5부)에서는 조선시대 내밀한(?) 사회상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다.이 책은 조선 사람의 삶을 이해하는 데 요긴한 직업, 현대 독자에게 덜 알려진 직업, 하는 일이 흥미로운 직업 등 세가지 기준으로 소개할 직업을 골랐다. 농부, 의원, 의녀, 다모, 화원, 기녀 등 매스컴을 통해 다뤄져 모르는 사람이 없는 직업은 제외했다.직업의 탄생에는 그 직업이 필요하게 된 사회·문화적 배경이 반영되므로 사회상을 그대로 투영한다고 볼 수 있다. 조선시대 67가지의 직업은 시장, 뒷골목, 술집, 때로는 국경에서 바닷속까지 오가며 치열하게 먹고살았던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와 시대상을 펼쳐낸다.조선 시대 직업의 정확한 실상을 문헌 근거와 함께 들여다보며, 그러한 일들이 어떤 역사적 맥락에서 이루어졌는지도 찬찬히 살핀다. 함께 수록한 컬러 도판은 생생한 이해를 돕는다. 군더더기 없고 딱딱한 설명 투의 문체지만 각 장이 그리 길지 않아 수월하게 읽히는 점도 장점이다.사라져버린 직업도 있고, 비슷한 형태로 남아 있는 직업도 있지만, 변하지 않는 것은 먹고사는 일을 둘러싼 보람과 애환이다. 조선시대 보통 사람들의 밥벌이의 역사를 들여다보노라면 '어느 시대든 사람 사는 것은 다 똑같구나'하는 생각이 절로 들며 괜히 찡한 마음이 들게 된다.◆인간 메신저, 대리시험 전문가, 호랑이 잡는 군대과거의 국가고시였던 과거시험에도 부정행위가 성행했다. 과거시험장에 대놓고 책을 갖고 들어가거나 예상 답안지를 만드는 행위, 시험지 바꿔치기, 채점자 매수, 합격자 이름 바꿔치기 등 온갖 방법이 동원됐다. 그중 가장 악질은 대리시험 전문가인 '거벽'이었다. 유광억이란 이는 심지어 수수료의 많고 적음에 맞춰 답안지를 작성해주기도 했다.사극에서 중요한 소식을 전할 때 보통 말을 타고 달려가지만 실제 조선에서 말은 무척 비싸고 귀한 몸이었기에 몸값이 싼 사람이 두 발로 달려야 했다. 인간 메신저 '보장사'(報狀使)가 활약한 배경이다. 잘 달리는 노비를 거느린 양반은 정보력으로 권세를 떨쳤다면, 보장사 일을 하는 백성은 밤낮없이 권력자들의 소식을 전하느라 다리가 부르텄다.군대에 대신 가는 아르바이트도 있었다. 조선시대 양인 남성은 군역의 의무를 져야 했는데, 군포로 이를 대신할 수 있었다. 군포를 낼 여력도 없는 이는 품삯을 주고 '대립군'을 고용해 국방의 의무를 대신 지게 했다. 나라에서 직접 대립군을 고용하기도 했다. 그러나 부작용도 만만찮았다. 군졸들이 대립군을 사 임무를 맡기기도 했던 것이다.우리나라 직장인의 종착지가 치킨집으로 귀결되는 것처럼, 조선 시대 선비의 종착지는 짚신 삼기 아니면 돗자리 짜기였다. 밑천도 기술도 필요 없다. 조금만 익히면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래서 농사짓는 백성은 물론 사찰의 승려도 감옥의 죄수도 모두 돗자리를 짜서 생계에 보탰다.연고 없는 시신을 묻어주고 극락왕생을 빌어준 '매골승'은 어쩐지 독자를 숙연하게 한다. 특히 역병으로 죽은 시신은 병이 옮을까 가족들도 손대기를 두려워했지만, 매골승은 위험을 무릅쓰고 시신을 수습했다. 전쟁과 기근이 일어나면 매골승의 업무는 급증했다. 이밖에 냇가에서 사람을 업어다 건네준 월천꾼 등 조선의 '극한 직업'은 당시의 사회 경제적 상황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조선 사람의 삶이 궁금한 독자나 역사를 가르치는 교사가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 좋다. 저자들은 "직업의 탄생과 소멸, 변화를 살핌으로써 미래의 직업을 전망할 수 있다면 더욱 좋겠다"며 "어렵고 험난한 업을 이어가는 모든 직업인에게 위로와 격려를 전한다"고 했다. 348쪽, 1만8천원.

2020-11-06 14:30:00

[책] 장호병 수필가, 6년만에 다섯번째 작품집 펴내

[책] 장호병 수필가, 6년만에 다섯번째 작품집 펴내

장호병 수필가(한국수필가협회 이사장)가 2014년 산문집 '너인 듯한 나' 이후 6년 만에 다섯 번째 작품집 '눈부처'를 펴냈다.'수필과지성' 창작아카데미 대표로 활동하면서 역량 있는 수필가를 발굴해 지도하고 있는 작가의 최근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이 책의 제목인 '눈부처'는 눈동자에 비쳐 나타난 사람의 형상이라는 의미다. 작가는 이번 작품집에서 제목 '눈부처'가 상징하는 '진정한 만남과 교감'이라는 덕목에 기반을 둔 특유의 부드러우면서도 날카로운 통찰이 돋보이는 수필작품으로 독자와 소통하고자 한다."누구를 만나든 '너'라는 거울 속에서 '나'를 만난다. 내가 정성을 들일 때 교감하는 너가 나에게 진아인 눈부처를 보여줄 것이다. 나 또한 너의 눈부처를 보여주려 눈과 귀를 활짝 연다. 내가 너에게, 너가 나에게 눈부처가 되는 그런 '만남은 맛남'으로 이어지리라."('만남은 맛남' 중에서)이 책은 1부 '코이와 창꼬치', 2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세계', 3부 '길은 끝나지 않는다', 4부 '시간을 가두다'로 구성됐다. 시의적절한 주제, 단정하고 묵직한 문장, 탄탄한 구성, 지성과 논리가 살아있는 깊이 있는 사유가 잘 어우러졌다는 평을 받는다."COVID-19! 코로나 입으로나 귀로나 상처에서 자유롭지 않은 이들이 사랑으로 넉넉해지기를 기대한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세계'는 해마다, 달마다, 날마다 펼쳐지고 있다.그럼에도 분명한 것은 우리가 평등과 공정, 정의가 실현되는 세상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그 가운데 우리가 있다. 대한민국 만세!"('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세계' 중에서)작가의 글 속에는 일상에서 포착한 글감에 대한 개인적이고 진솔한 감상과 누구나 공감할만한 따뜻한 주관이 있다. 또 사회 현상의 이면, 미래 세계의 전망 등에 대한 객관적인 설명이나 논리적인 주장, 새롭고 신선한 비전이 담겨 있다."스마트폰을 매개로 한 디지털 자료들은 전달과 배포의 완벽성에도 불구하고 기술변화에 따라 언젠가 사용이 불가능해지고, 예측불허의 재앙이 닥친다면 거의 복구가 불가능하다. 인류가 수많은 세월 동안 이어온 문명과 정보의 전달이 일시에 단절될 위기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종이책의 발행과 보존은 필수적이다. E-book, 그 파고를 지켜볼 뿐이다."('책, 무한변신 앞에서' 중에서)이 책은 다양한 각도의 사고와 열린 구성 방식으로 독자를 끌어들인다. 일반 독자는 물론 전문 수필가들, 수필가 지망생들에게 권할 만하다. 그림이 아름답고, 글씨 크기가 커서 읽기 편하다. 255쪽, 1만4천원.▷장호병은'시사랑'을 창립, 1997년 6월 제1회 낭송회를 개최한 이래 매월 시낭송회를 10여 년간 지속했다. 시사랑 운동은 전국적으로 불이 지펴져 곳곳에 시사랑 모임이 생겨났다. 대구시문화상(문학 부문), 대구예술공로상, 대구수필문학상, 대구문학상을 수상했으며, 대구문인협회장, 대구수필가협회장과 육군3사관학교 외래교수, 대구과학대 겸임교수를 역임했다.'웃는 연습', '하프 플라워', '실키의 어느 하루', '너인 듯한 나' 등의 수필집이 있으며, 영문 에세이집 'Half flower', 평론집 '로고스@카오스', 창작 이론서 '글, 맛있게 쓰기'가 있다.

2020-11-06 14:30:00

[책CHECK] 사랑한다는 말은 언제라도 늦지 않다/ 김재진 지음/ 김영사 펴냄

[책CHECK] 사랑한다는 말은 언제라도 늦지 않다/ 김재진 지음/ 김영사 펴냄

김재진 시인의 산문집이다. 작가는 이 책에서 사랑과 인생에 관한 44편의 이야기를 다정한 위로와 위안의 언어로 진솔하게 풀어놓는다. 어머니에게 끝내 하지 못했던 '사랑한다'는 말을 토해내며 시작하지만, 그 사랑은 다양한 모습으로 변주된다. 작은 생명과 사물에 대한 애정부터 존재 자체의 소중함, 부모와 자식·남녀 간의 사랑, 우연한 만남이 선물한 특별한 순간들과 범우주적 세상을 향한 따뜻한 시선까지 저자 특유의 섬세한 관찰력과 인생에 대한 깊은 성찰이 빚어낸 문장은 우리 마음에 잔잔한 울림을 선사한다.신문사 신춘문예에 당선돼 40년 넘게 글을 쓰온 김 작가는 첼로 소리에 끌려 첼리스트가 되겠다는 생각으로 음대에 입학하기도 했다.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산다고 애쓰는 사람에게' 등 시집과 장편소설 '하늘로 가는 강', 어른을 위한 동화 '잠깐의 생', '엄마 냄새', 산문집 '나의 치유는 너다' 등을 냈다. 288쪽, 1만4천800원.

2020-11-06 14:30:00

[책] 무한한 상상이 펼쳐지는 SF 작품 속 모습을 과학적으로 분석한 책

[책] 무한한 상상이 펼쳐지는 SF 작품 속 모습을 과학적으로 분석한 책

이 책은 우리가 일상에서 즐기는 SF 작품 속 상상을 과학적으로 분석한 책이다. '쥬라기 월드', '아이언맨', '공각기동대', '부산행' 등 우리에게 친숙한 작품 속 모습을 과학 이론으로 설명하고 실현 가능성까지 논한다. 하늘을 나는 슈퍼 히어로, 투명 인간, 공룡의 부활 등 그저 꿈 같은 이야기부터 얼어붙은 지구, 핵전쟁, 인공 지능의 반란 등 다소 무거우면서도 현실성 있는 주제까지, 소재별로 다섯 개 장으로 나누어 그것에 얽힌 과학 원리를 쉽고 재미있게 이해하도록 구성했다. 부록으로, 재미있게 본 '참고 작품 목록'을 통해 주제별로 눈에 띄는 또 다른 작품을 살펴볼 수 있다.◆양면성을 가진 과학 기술,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1장 '생명의 설계도, 유전자가 펼쳐내는 미래 세계'에서는 유전 공학이 불러올 새로운 세상의 모습을 그려본다. 멸종한 공룡의 부활(쥬라기 월드), 유전자로 계급이 나뉘는 사회(가타카), 거미 인간의 탄생(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 인류를 위협하는 진화한 유인원(혹성탈출), 복제 인간의 탄생(더 문), 수명을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는 사회(인 타임) 등 작품 속 설정의 바탕이 되는 유전자 기술과 실현 가능성을 분석한다. 말미에 수록한 칼럼에서는 유전 공학 기술의 변천사와 앞으로의 가능성을 살핀다.2장 '진화하는 인류, 우리 곁에 다가온 슈퍼 히어로'에서는 SF 세계에서 활약하는 슈퍼 히어로를 소개한다. 또한 우리를 그들처럼 만들어줄 의체(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 로봇 슈트(아이언맨), 구조 활동을 하는 로봇(레스톨 특수구조대), 비행 슈트(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 투명 인간(공각기동대), 생각만으로 물체를 움직이는 초능력(염력)과 같은 기술의 원리를 파악하고 현실에서 어떻게 활용될 수 있을지 예측한다. 칼럼에서는 슈퍼 히어로의 역사를 훑어본다.3장 '멸망하는 세계, 인류가 만든 재앙'에서는 소설, 영화 등에서 그려지는 다양한 인류 멸망의 모습을 다룬다. 모래로 뒤덮인 세상(인터스텔라), 좀비에게 점령된 도시(부산행), 얼어붙은 지구(투모로우), 핵무기가 떨어진 마을(그날 이후), 전염병으로 캡슐에 틀어박혀 누구와도 접촉하지 않는 삶(2032년)의 모습을 현실 상황과 비교함으로써 충분히 우리의 미래가 될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칼럼에서는 인류가 만든 재앙, 코로나19와 전염병의 역사를 알아본다◆발전하는 인공 지능과 네트워크, 앞으로의 가능성은?4장 '인간이 창조한 지능, AI'에서는 인간의 사고 능력을 구현한 프로그램인 인공 지능에 관해 이야기한다. 언제든 도움이 필요한 인간에게 달려가는 자율 주행차(전격 Z작전), 양자 컴퓨터의 위협(트랜센던스), 학습하는 인공 지능 로봇(월-E), 인류를 위협하는 인공 지능의 반란(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기계도 인간도 아닌 사이보그(AD 폴리스), 시스템이 인간의 모든 삶을 결정하는 사회(사이코패스)를 주제로 한 작품을 소개하고, 인공 지능이라는 도구를 어떻게 사용하면 좋을지 고찰한다. 칼럼에서는 인공 지능의 과거, 현재, 미래를 정리한다.5장 '인간을 연결하는 네트워크'에서는 네트워크가 만들어내는 미래의 가능성을 소개한다. 모든 일을 네트워크를 통해 할 수 있는 세상(공각기동대), 안경만 쓰면 바로 접속 가능한 증강 현실 세계(전뇌 코일), 전 세계인이 모이는 가상 현실 세계(레디 플레이어 원)를 들여다보고 네트워크가 사람과 사람을 어디까지 연결할 수 있는지에 대해 논한다. 또 누가 어디서 무얼 하는지 모든 것을 감시할 수 있는 네트워크 기술의 명과 암(이글 아이)을 살펴본다. 칼럼에서는 인간의 교류와 네트워크 역사를 되짚어본다.책 말미에는 '참고할 만한 작품 목록'을 수록했다. 각 주제와 관련해 본문에서 미처 자세히 다루지 못한 흥미로운 작품을 소개한다. 376쪽, 1만6천원.

2020-11-06 14:30:00

[반갑다 새책] 제우스는 세상을 바꿨다/ 최복현 지음/ 인문공간 펴냄

[반갑다 새책] 제우스는 세상을 바꿨다/ 최복현 지음/ 인문공간 펴냄

그리스 신화를 한 번이라도 읽어 본 사람이라면 제우스는 어떤 인물로 다가올까? 올림푸스 산 정상에서 신들의 왕인 그의 행적에 관해 기억의 잔상에 남아 있는 것이라곤 부인인 헤라의 눈을 피해 신이든 요정이든 인간이든 좀 예쁘다 싶으면 온갖 수단을 다 동원해 사랑을 나눈 바람둥이였다는 점이다.이런 제우스가 세상을 바꿨다니. 제목에 끌려 책장을 넘긴다. 지은이는 그리스 신화에 대한 풍부한 지식을 바탕으로 '위드 코로나'시대에 불안한 마음을 새로운 가치관으로 대체할 덕목을 제우스를 통해 제시하고 있다. 그것도 10개의 뉴노멀(새로운 기준)을 제시하면서까지.뒤흔들린 일상에서는 불안과 희망이 교차한다. 이런 시대적 상황에서 새로운 공동체를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어떤 것이 필요할까?타성에 젖은 생각의 저열함에서 벗어나 가치의 도약을 가능하게 하는 키워드는 ▷균형추 ▷약속 ▷정의 ▷품격 ▷생존 ▷화합 ▷소통 ▷중용 ▷권력 ▷유연성이다.'약속'편에서 제우스의 장녀 아테네를 내세워 최고신의 지위에 오른 제우스는 제1덕목으로 권력이나 부가 아닌 지혜를 선택했음을 보여주고, '품격'편에서는 어떤 만남과 헤어짐이건 제우스는 불협화음을 남기지 않고 한번 맺은 인연을 시종일관 좋은 관계를 유지했음을 지적한다. '생존'편에서는 누이인 대지의 여신 데메테르와 코레를 낳고 코레는 지상에서 두 계절을 머물다 가임기 처녀 페르세포네로 거듭나면서 농경의 시대에 생존이 이념보다 앞서는 까닭을 밝혀준다. '소통'편에서는 제우스의 유능한 비서 헤르메스를 통해 제우스의 불미스러운 사건을 특유의 재치와 약삭빠른 재주로 해결함으로써 소통은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에 머물지 않고 서로의 공감을 끌어내는 양방향 대화임을 깨닫게 만든다.책은 또한 각 시대별 신화 속 등장인물이나 사건을 묘사한 명화를 삽입해 읽는 이의 지루함도 달래준다. 296쪽, 1만7천원.▷바로잡습니다매일신문 10월 31일자 16면 '반갑다 새책'에서 '여행, 인문학에 담다'의 지은이와 출판사는 김영필과 울력이므로 바로잡습니다.

2020-11-06 14:30:00

구수산도서관‧새마을문고대구북구지부 업무협약 체결

구수산도서관‧새마을문고대구북구지부 업무협약 체결

행복북구문화재단(대표 이태현) 구수산도서관은 4일 새마을문고 대구북구지부(회장 이승로)와 북구 지역 주민들의 독서문화 생활 접근성 향상 및 독서 활동을 통한 문화 향유 기회를 증진하기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업무 협약식에는 구수산도서관 김영선 운영본부장과 이승로 새마을문고대구북구지부 회장을 비롯한 양 기관 관계자들이 참석하여 각 기관의 상호 교류 및 지역의 독서문화 확산을 위한 연계 방안 등을 논의하였다.특히, 이번 협약을 통해 독서문화 프로그램 운영을 위한 시설을 공유하고, 장비 사용 및 지식정보를 공유하여 더 많은 지역주민에게 다양한 독서문화 활동 및 체험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상호 협력할 예정이다.구수산도서관 관계자는 "새마을문고대구북구지부와의 업무협약을 통해 지역민의 독서문화 확산을 위해 노력할 것이며, 앞으로도 구수산도서관에서 진행되는 다양한 독서 진흥 프로그램에 지역주민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린다"라고 밝혔다.문의처는 구수산도서관(053-320-5196), 새마을문고대구북구지부(053-352-1622)이다.

2020-11-05 14:55:15

[유홍준의 시와 함께] 은행나무/ 정용주(1962~ )作

[유홍준의 시와 함께] 은행나무/ 정용주(1962~ )作

젖은 옷을 입은 자가 잠시 머물다 갔다나는 조금 무거워졌다 듣지 못한 말을 되새기며조금 더 생각하고 싶었지만 기침 같은 바람이 왔다새떼가 높이 날아 사라졌다어차피 혼자 키워왔던 날들의 말이었다 혓바늘처럼 아리고밥풀처럼 가득하였으나 당신 폐허의 정원을 한나절 환하게 수놓았으므로뒤섞인 기호들은하나의 문장으로 완성되었다 허공이 비었다아무것도 전하지 못했으나 모든 말을 했으므로나 또한 텅텅 비었다 -後略- [유홍준의 시와 함께] 은행나무/ 정용주(1962~ )作젖은 옷을 입은 자가 잠시 머물다 갔다나는 조금 무거워졌다듣지 못한 말을 되새기며조금 더 생각하고 싶었지만기침 같은 바람이 왔다새떼가 높이 날아 사라졌다어차피 혼자 키워왔던 날들의 말이었다혓바늘처럼 아리고밥풀처럼 가득하였으나당신 폐허의 정원을 한나절 환하게 수놓았으므로뒤섞인 기호들은하나의 문장으로 완성되었다허공이 비었다아무것도 전하지 못했으나 모든 말을 했으므로나 또한 텅텅 비었다-後略-십일월이다. 치악산 자락에 깃들어 살던 정용주 시인이 봉화 명호 땅으로 은둔의 거처를 옮겼단 얘기를 듣긴 들었었다. '밑동 잘려나간 배추밭 위로 비가 내린다/ 배춧잎들 어지럽게 널려 있다// 검은 비닐 뜯겨지고/ 허물어진 이랑// 버려진 배춧들/ 허리에 지푸라기 끈 묶고 기울어져 있다.' 깊은 산중에 혼자 사는 시인은 얼마나 쓸쓸하고 외로울까. '듣지 못한 말을 되새기며' 살아온 날들이 많았을 것이다. '어차피 혼자 키워왔던 날들의 말이' 많았을 것이다.이즈음 단연 눈에 띄는 건 은행나무 단풍이다. '하나의 문장으로 완성되'기까지 은행나무의 삶도 고되고 고단했을 터. 잎 다 져버린 은행나무 아래 홀로 서서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고 바라보는 것은 겨울이 오면 해야 할 시골살이의 몫이다. 실은 내 식으로 퇴고하면 빼버리고 싶은 이 시의 마지막 연은 이렇다. '이제 묵언의 책 한 그루/ 오래 서 있을 것이다'. 시인 유홍준:1998년 『시와반시』로 등단. 시집 『喪家에 모인 구두들』 『나는, 웃는다』 『저녁의 슬하』 『북천-까마귀』 『너의 이름을 모른다는 건 축복』이 있다. 시작문학상 이형기문학상 소월시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2020-11-04 10:33:31

제35회 이상화 시인상 시상식 31일 열려

제35회 이상화 시인상 시상식 31일 열려

'제35회 상화시인상' 시상식(2020 상화문학제)이 지난달 31일 오후 5시 한국의 집(대구시 중구)에서 열렸다. 이날 시상식에는 박언휘 이상화기념사업회 이사장과 박방희 대구문인협회장, 문인 등 50여 명이 참석했다.시상식은 올해 상화시인상 수상 시인에 대한 상패 및 부상 전달, 심사평, 수상 시인 시 낭송, 축하공연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박언휘 이상화기념사업회 이사장은 축하인사를 통해 "'비 온 뒤 땅이 굳어진다'는 말이 있듯 기념사업회가 혼란을 잘 정비해 시(詩)를 통해 아픈 사회를 힐링시킬 것"이라고 밝혔다.올해 상화시인상을 수상한 이태수 시인은 수상소감에서 "이상화기념사업회가 정상화되길 바란다"면서 "상화 시정신을 받들어 더욱 정진하겠다"고 말했다.

2020-11-01 15:10:26

10월 다섯 째 주 베스트셀러

◇ 교보문고 10월 다섯 째 주 베스트셀러1. 트렌드 코리아 2021 (김난도·미래의창)2. 설민석의 한국사 대모험 15 (설민석·아이휴먼)3. 달러구트 꿈 백화점 (이미예·팩토리나인)4. 흔한남매 6 (흔한남매 원작·아이세움)5. 보건교사 안은영(특별판) (정세랑·민음사)6. 나의 하루는 4시 30분에 시작된다 (김유진·토네이도)7. 어떻게 말해줘야 할까 (오은영·김영사)8. 폴리매스 (와카스 아메드·안드로메디안)9. 돈의 속성(100쇄 기념 에디션)(김승호·스노우폭스북스)10. 아몬드(양장본) (손원평·창비)□

2020-10-30 15:05:56

[손경찬의 장터 풍경] 기다림

[손경찬의 장터 풍경] <39>기다림

근래에 근력이 없어한 달이 넘어서야 장에 나와이것저것 몇 가지 사고서여러 번 쉬면서 다다른 정류소,바닥에 종이를 펴고서들썩 주저앉아차오기를 기다리는 백발 할머니. 어쩌다 저만치에서버스가 다가올 때에는눈을 찌푸려가며차 색깔이 같은지 확인하면서집 부근으로 가는 버스가하마나 올까하마나 올까 기다리는 백발 할머니. 손경찬 대구예술총연합회 정책기획단장

2020-10-30 14:30:00

[책] 무역으로 읽는 세계 경제

[책] 무역으로 읽는 세계 경제

겨울에도 포도를 먹을 수 있고, 누구나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고, 저녁이면 '왕좌의 게임'을 정주행하는 세계….모두 무역이 있기에 가능한 세계다. 동시에 우리는 미중 무역 분쟁을 시작으로 점점 더 불확실해지는 세계무역 환경 속에서 살아간다. 협력하는 경제가 가져오는 이점을 누리면서도 보호무역주의로 역행하는 상황은 왜 발생할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막무가내 관세 폭탄의 도화선은 무엇인가.전 미국 수출입은행장 프레드 P. 혹버그는 무역에 대한 무관심과 오해에 그 원인이 있다고 말한다. 이 책에서 저자는 무역이 우리의 일상 그 자체라는 것을 환기한다.◆ 이제껏 보지 못했던 무역 재발견책은 오늘날 보호무역주의가 다시 확산되는 원인을 되짚는 것으로 시작한다. 저자는 노예제 존폐를 둘러싼 충돌로만 여겨온 남북 전쟁 이면의 뿌리 깊은 무역 내전에 초점을 맞춘다. 국가 형성 시기부터 수입 규제로 이득을 본 북부 산업도시와 피해를 입은 남부 농업 지역 간의 반목은 오늘날까지 무대만 바뀌었을 뿐 그대로 재현되고 있다는 것이다. 자유무역으로 인해 외국의 값싼 인력에 일자리를 빼앗긴 중서부 도시의 선거인단 비중을 고려했을 때,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는 것이다.저자는 무역이 우리의 일상에 얼마나 깊게 작용하고 있는지를 보여주기 위해 지극히 일상적인 여섯 가지 품목을 선택했다. 샐러드, 자동차, 바나나, 아이폰, 교육, '왕좌의 게임'이 그것이다. 미국산 로메인 상추 식중독 사태 당시 미국은 어떻게 샐러드를 계속 먹을 수 있었을까. 무역 덕분이다. 바나나의 가격은 왜 오르지 않는 것일까. 이 역시 무역 덕분이다. 이들 품목의 여정을 좇으며 이제껏 보지 못했던 무역을 재발견하게 된다.저자는 국제 공급 사슬 또는 가치 사슬을 강조한다. 아이폰 제작에 몇 개국이 참여하는지, 미중 무역전쟁으로 왜 아이폰이 타격을 받게 되는지, 누구나 미국 차로 여기는 쉐보레에 미국 부품은 얼마나 들어가는지 등의 예를 들어 설명한다.이는 서비스무역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직접적 수익은 물론 국가 이미지 제고라는 환산할 수 없는 가치를 가진 교육과 관광 등에서 저자는 이미 세계 경제는 무역장벽이 기능할 수 없는 시스템이라고 역설한다. 이러한 시스템 속에서 무역 규제로 치닫는 보호무역주의는 불가능한 시나리오라는 것이다.◆ '무역으로 인한 패자'인 일자리 문제이 책은 무역의 순기능과 자유무역에 대한 적극적 옹호에 그치지 않는다. 저자는 무역에 관한 오해와 편견을 없애고, 그 득과 실에 솔직해져야 보호무역주의 역행을 다시 거슬러 모두가 공존하는 세계 경제로 나아갈 수 있다고 주장한다.저자는 '무역으로 인한 패자'인 일자리 문제에 관심을 기울인다. 저자는 무역조정지원조치(TAA, 무역으로 인해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와 기반이 약해진 기업과 농민에게 일정 기간 금전적·교육적으로 지원하는 제도) 이후 한 발짝도 더 나아가지 못한 현실을 비판한다.이는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인한 농업의 피해에 소극적인 조치를 해오며 '무역이득공유제'(수혜를 받는 기업의 이익 일부를 환수, 농어업 등 피해산업을 지원하자는 제도) 논의는 답보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현실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더욱이 '노동 없는 미래'가 예견되는 시점에서 일부 지역과 특정 직업군에 국한되었던 피해가 앞으로는 더 광범위하게 적용될 수 있다는 경고로도 읽힌다. 360쪽, 1만6천800원.

2020-10-30 14:30:00

[내가 읽은 책] 아기 새를 품었으니(김현숙/ 국민서관/ 2020)

[내가 읽은 책] 아기 새를 품었으니(김현숙/ 국민서관/ 2020)

행복은 뭘까? 행복의 실체가 있다면 어떤 모양을 하고 있을까? 형태는 알 수 없지만 행복은 우리들 삶 속에 늘 어딘가에 '끼어'있다고 생각한다. 내 마음과 또 다른 내 마음 사이, 너와 나 사이, 어제와 오늘 사이, 오늘과 내일 사이에 끼어있다. 끼어있으므로 찾아내기가 쉽지 않지만 갈망하며 가까이 가고 싶고, 갖고 싶은 것이 행복이다. 어쩌면 우리 삶은 '행복'을 찾아 떠나는 여정의 연속이 아닐까?김현숙 시인의 동시집 '아기 새를 품었으니'를 펼쳐 든 순간 모리스 마테를링크의 '파랑새'에 나오는 틸틸과 미틸이 된 기분이었다. 행복의 파랑새를 찾아 갖은 모험을 하지만 행복은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고 가까이에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처럼.김현숙 시인은 푸른 문학상, 눈높이아동문학상을 받았고 첫 번째 동시집 '특별한 숙제' 이후 6년 만에 두 번째 동시집 '아기 새를 품었으니'로 독자들 곁으로 돌아왔다. 시인은 "시를 읽고서 우리 주변 어디에나 있는 작은 존재들의 소중함을 생각해 준다면 좋겠다"고 서문에 밝히고 있다. 작가의 바람은 성공한 것 같다. 왜냐하면 시인은 스스로 생각하는 '행복'을 한 편의 아름다운 노래처럼 곳곳에 배치하여 행복을 품게 했기 때문이다. 시어들은 오래도록 곱씹어도 변하지 않는 행복이었다.'버려진/ 고무신에/ 팬지꽃 피었다// 신발 신은 팬지꽃/ 행복하겠다// 걷고 싶겠다' (팬지꽃 신발)우리는 일상에 쫓기어 소소한 행복들을 모르고 지나가기도 하고, 일상을 헤매다 놓쳐 버리기도 한다. 하지만 시인은 현재 내가 찬란하지 않아도, 빛이 나지 않아도 '버려진 고무신'과 '팬지꽃'을 통해 행복과 희망을 노래하고 있다. 우리에게 행복을 멀리서 찾지 말고 삶 곁에서 행복을 키워 나가라고 말한다.'잎 한 장 없이/ 줄기만/ 쭉/ 쭉/ 뻗어 내린다/ 땅에/ 닿아서야/ 비로서/ 핀다// 톡'(비꽃)'이름'은 특정한 고유한 이미지라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비'는 긍정적 이미지도 있지만 부정적인 이미지가 더 많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시인은 '비'를 아름다움의 상징인 '꽃'으로 승화시켰다. 비가 내리면 궁상맞게 바라보던 나에서, 앞으로는 '비꽃이 내린다'고 읊조릴 것 같다. 그리고 그 비꽃을 바라보며 행복해할 것 같다.'민들레 씨앗처럼/ 바람에게 힘을 빌리지 않을 거야(중략)멀리 가지는 못하더라도/ 내 힘으로 갈 거야// 톡 톡 톡// 내 길을 갈 거야'(봉숭아 씨앗)우리는 삶이 힘들어지면 회피하고 싶어한다. 그리고 다른 사람을 통해서 행복을 찾으려고 한다. 다른 사람은 나와 행복을 나누는 사이라는 것을 간과한 채 말이다. '봉숭아 씨앗'은 힘들지만 그 삶을 마주하고 행복을 위한 여행을 결심한다. 시인은 우리에게 '봉숭아 씨앗'을 통해 행복은 비밀의 문이 아니라 마음만 열면 언제나 열려있는 문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다.행복은 추억에도 있지 않고, 미래에도 있지 않고, 현재에 있다고 생각하는가?행복을 찾는 사람이 아닌 행복을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은가?그렇다면 김현숙 시인의 '아기 새를 품었으니'가 파랑새를 만나고 그 품에 안기는 길로 인도할 것이다.최중녀 학이사독서아카데미 회원

2020-10-30 14:30:00

[책] 권좌의 끝에서 비극 맞는 대한민국 대통령…불행의 고리를 끊으려면

[책] 권좌의 끝에서 비극 맞는 대한민국 대통령…불행의 고리를 끊으려면

"왜 대한민국 대통령의 불행은 반복될까?"우리 국민이라면 한 번쯤 생각해봤을 질문이다. 대한민국 대통령은 불행한 말로를 맞는 경우가 많다. 신간 '한국의 불행한 대통령들' 역시 바로 이 질문에서부터 시작됐다. 학자이면서 정치나 행정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6인의 저자가 '아름다운 전직 대통령'의 탄생을 바라며 이 책을 썼다.◆성공한 나라의 불행한 대통령'한강의 기적'을 이루고 자유민주주의 국가로 성장한 대한민국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독립한 신생국가 중 상당히 성공한 나라로 손꼽힌다. 대한민국 대통령은 이런 대한민국의 국정을 운영하는 최고 책임자일 뿐 아니라, 정치인이 다다를 수 있는 가장 높은 자리다. 대통령이 되기 위해 사전 검증과 공개 경선이라는 험난한 과정을 통과한 후, 국민 다수의 선택까지 받아야 한다. 그런데 이런 역경을 뚫고 전 국민에게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여 한 나라의 최고 책임자 자리에 오른 대통령의 끝은 끊임없이 불행했다.이 책은 각 분야 최고의 전문가들이 역대 대통령들이 불행한 말로를 겪게 된 원인들을 정치, 외교, 언론, 리더십 등의 측면에서 분석해보고, 이러한 불행을 더 이상 되풀이하지 않기 위한 처방과 대안을 제시한다. 특히 이 책은 '역대 대통령의 연이은 불행'이라는 현상을 한국식 민주정치의 구조적 특성을 가늠할 수 있는 척도로 삼고 있다.대통령 중심제인 우리나라의 정치 문화는 그에 맞추어 '대권'이란 이름으로 전근대적으로 형성됐다. 대권을 잡기 위해 한 인물을 내세운 세력이 모인다. 그 세력들은 대권 창출 후 대통령의 측근으로서 대통령의 국정수행을 위해 노력하지만, 일부는 사익과 관련된 일로 대통령을 위기에 처하게 하거나 국정 운영에 차질을 빚게 하기도 한다. 이 책은 '대권'의 이면에 대통령의 불행한 말로에 대한 시사점이 담겨있다고 말한다.◆대통령의 성공의 장애물'외교 함정'이라고 불릴 정도로 힘겨운 외교 현실은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와 국정 과제 추진 동력을 빼앗는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대의 인구와 2위의 경제력을 가진 중국과 한때 한반도와 동아시아를 점령했고 세계 3위의 경제력을 가진 일본의 틈바구니에 끼여 있다. 패권국인 미국은 우리나라와 일본을 동맹으로 묶어 동아시아 전략의 핵심으로 삼고 있는 데다 남북으로 분단된 한반도의 현실에서 북한에는 주체사상과 핵무기로 무장한 세습 정권이 버티고 있다.정치 제도적인 측면에서 보면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와 '5년 단임제', '승자 독식'의 부작용도 적잖다. 대통령에 대한 지나친 권력 집중은 산업화 시기에는 민주주의를 희생시켰고, 민주화 이후에는 소통과 타협을 부정하는 권위주의의 잔재로 남아 민주적 정치 문화의 정착을 어렵게 만들었다. 장기 독재를 막기 위해 도입한 '5년 단임제'는 국정 운영의 불안정성과 비효율성을 초래했으며, 상대방에 대한 관용과 포용이 설 자리가 없는 '승자 독식'으로 이어졌다.권위주의 사회에서 자라난 역대 대통령들에게는 민주적 리더십도 부족했다. 청와대가 국민과 소통하는 방식은 지극히 일방적이고 단순했으며, 국민에게 그저 통고하는 행위를 국민과의 소통으로 착각하는 경향이 짙었다.대통령의 불행은 언론과도 관련이 깊다. 1970년대 이후 한동안 권위주의 지배 체제가 한창일 때, 국민들은 언론의 자유가 권위주의 독재에 맞서는 데 반드시 필요한 도구라고 인식했다. 하지만 언론이 정치 권력과 협력하기 시작한 이후부터 오히려 언론은 민주주의 발전의 장애 요소가 되기도 한다.◆불행의 고리를 끊으려면이 책은 대통령의 비극의 고리를 끊을 방안에 대해 ▷국정운영의 비선 실세 방지 ▷권력의 사유화 예방 ▷인사에 있어서 전문성과 충성심의 조화 및 탕평인사 ▷협치를 통한 통합적 리더십(통합과 포용의 자세) ▷21세기형 양방향 소통 방식 ▷팩트 체크의 보편화 등 다각도로 제시한다. 그러면서도 앞서 언급한 방안은 기술적인 방안일 뿐, 근본적인 해결책은 대통령 불행을 초래하는 정치적 외연, 즉 '87년 체제'를 개혁해야 한다고 저자들은 말한다.저자들은 "지도자가 된다는 것, 특히 한 국가의 대통령이 된다는 것은 개인에 게 축복이면서도, 더 좋은 후보자들이 국가와 국민을 위해 봉사할 수 있는 정치적 기회를 빼앗은 채무일 수도 있다. 겸허한 마음으로 국민과 소통하고 후진적 정치 문화를 개선해나갈 때 비로소 대통령의 불행을 멈출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272쪽, 1만6천원.

2020-10-30 14:30:00

[책] 코로나19로 달라진 트렌드 “조용해진 라이프스타일의 시끌벅적한 뒷이야기”

[책] 코로나19로 달라진 트렌드 “조용해진 라이프스타일의 시끌벅적한 뒷이야기”

2020년,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바이러스로 우리가 지금까지 살아온 삶의 방식이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2021년은 과연 어떤 모습으로 펼쳐질까? 누군가에게는 혼란의 시기가, 누군가에게는 전에 없던 기회를 잡을 수 있는 희망의 시기가 될 수 있는 기로에 서 있다. 어디에 속하느냐는 현재 코로나19로 인한 변화의 흐름을 제대로 읽고 방향을 어떻게 정하고 나아가느냐에 달려 있다. 이 책은 16가지의 키워드를 통해 올해 코로나19로 인해 달라진 소비자들의 생활양식과 그 변화의 추이에 대한 인사이트를 제공한다.◆2021 라이프스타일 트렌드는?이 책은 글로벌 광고마케팅 회사에서 근무하는 9명의 컨설턴트가 치열한 분석 끝에 내놓은 특별한 보고서다. 그저 변화하는 현상의 나열이 아닌 변화의 원인과 그 변화가 궁극적으로 가져올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에서의 시사점과 활용 가치에 주안점을 뒀다. 나아가 코로나19를 겪으며 여러 사회적 원인이 개개인의 라이프스타일을 어떻게 바꿨고, 앞으로의 마케팅 활동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를 다양한 사례와 함께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우리의 삶과 맞닿은 4가지 키워드인 '일상', '놀이', '세상', '마케팅', 그리고 브랜드 인덱스 조사 결과로 도출한 '스페셜 리포트'를 통해 2021년을 그려보면서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는 통찰을 제공한다.첫째 파트 '일상'에서는 디지털화 시대에 자기 관리를 더욱 철저히 해야만 하는 이유를 소개한 '전지적 자기 관리', 귀찮게 느껴질 수 있는 추천 알고리즘을 피하는 방법뿐 아니라 알고리즘을 현명하게 역이용해 소비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비욘드 알고리즘'에 대해 이야기한다. 또 자신만의 뚜렷한 주관을 유지한 채 남을 선택적으로 따라 하며 소비하는 '스마트 카피캣', 호텔에서만 받던 다양한 서비스를 아파트에서도 받을 수 있는 등 집안일의 아웃소싱과 관련된 '홈시어지 서비스'를 다룬다.둘째 파트 '놀이'에서는 시간 여행을 연상시키면서 콘텐츠의 흥행 패러다임을 뒤흔들어놓은 '소환 놀이', 새로운 자아와 세계관이 탄생하는 '부캐의 세계', 유튜브를 필두로 기존 콘텐츠의 지각이 변동하는 '서브 콘텐츠 전성시대', 이동 수단에서 놀이 플랫폼으로 탈바꿈한 '슬기로운 자동차 생활'을 이야기한다.셋째 파트 '세상'에서는 더이상 잠재 고객이 아닌 현재의 소비자로 변모하고 있는 '21세기의 아이들', 쿠팡, 배달의 민족처럼 디지털 플랫폼을 기반으로 점점 입지가 강화되는 '긱 소사이어티', 불안정한 고용 시대에 맞서 재테크와 투자에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현상을 다룬 '동학개미운동'을 살펴본다. 또 기업이 주도하는 온라인 커머스 시장에서 점차 두각을 드러내는 인플루언서 같은 개인들의 무서운 확장세를 짚은 '디지털 보부상'도 소개한다.넷째 파트 '마케팅'에서는 콘텐츠 시청을 방해하는 애물단지 같던 광고가 이제는 각광받는 콘텐츠로 변모한 사연을 담은 '포스트 뒷광고', 마케터가 반드시 알아야 할 소셜 마케팅의 새로운 주류 트렌드로 떠오른 '브랜드 아바타', 코로나19라는 변수 앞에 새로운 행보를 보이며 위기 속에서도 사랑을 받는 '모두의 럭셔리', 상품과 서비스 제공자 역할을 넘어 사회 이슈에 대해 하나의 인격체처럼 목소리를 내는 현상인 '브랜드 액티비즘'을 살핀다.◆주목받을 브랜드에 대해 심층 분석한 '스페셜 리포트'이 책 말미에는 '스페셜 리포트'가 수록돼 있다. 이는 소비자 행동과 브랜드에 대한 태도, 마케팅 환경의 급격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기존 방식으로 분석한 지수들에 의존한다는 비판적 시선에서 나온 결과물로, 앞으로 주목받을 브랜드에 대해 심층적으로 분석한 내용이다. 마케팅 환경의 변화와 브랜드가 가진 고민을 가장 가까이에서 체감하는 광고대행사의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들이 현장에서 겪은 경험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저자는 "어떤 브랜드가 쿨하다는 것은 그 브랜드가 가진 총체적인 매력을 의미한다. 시대적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쿨의 가치를 파악하고 동시대의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매력 요소를 강화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브랜드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경쟁력이 될 것이다"고 말한다. 320쪽, 1만8천원.

2020-10-30 14:30:00

[반갑다 새책] 여행, 인문학에 담다/ 김영필 지음/ 울력 펴냄

[반갑다 새책] 여행, 인문학에 담다/ 김영필 지음/ 울력 펴냄

'여행, 인문학에 담다'는 여느 여행 책과는 구성과 내용이 다르다. 보통 여행지의 명소를 눈으로 둘러보고 사진을 첨부한 것이 아니라 지은이가 방문한 곳의 신화, 역사 등에 명화를 곁들여 설명하고 있다. 이는 지은이가 여행 작가도 전문 여행 가이드도 아니며, 대학에서 철학과 다문화 강의를 했고 지금은 지역 도서관에서 인문학 강의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따라서 여행을 통해 방문지의 인문학적·역사적 지식을 넓히고자 하는 독자들에게 추천할 만한 책이다.지은이는 현상학을 전공한 철학자이다. 대학을 다니던 딸이 학업을 중단하고 홀연히 프랑스로 떠났고 아버지는 그런 딸을 만나기 위해 처음 프랑스 여행을 떠났다. 자신의 학문의 시원인 에드문트 후설을 찾아 체코 프라하도 찾았다. 터키를 3번 갔고, 간 김에 에게해를 넘어 아테네를 1박2일 갔다 온 게 유럽 여행 경험 전부다. 중국은 국제학술대회 참석과 개인 연구를 위해 40여 차례 다녀왔다. 그런 그가 2017년 딸이 있는 파리에 다녀 온 후 여행에 인문학적 상상력을 덧입힌 책을 쓰고 싶었던 차에 이번에 출간하게 됐다.책의 첫 장은 '그리스'편으로 시작한다. 내용은 '그리스'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신화를 중심으로 신과 인간의 원초적 욕망을 풀어내고 있으며, '중국'편에서는 중원천하 곳곳에 녹아 있는 역사적 이야기를 들려준다. '파리·프라하'편에서는 예술사적 이해와 서양철학의 흐름을 귀동냥할 수 있었다. 책의 끝장이자 여행의 종착지인 후설의 고향 프로스테요프를 찾아 기록한 '현상학의 고향에서 상념에 젖다'에서는 지은이 스스로 철학적 수행의 고삐를 바짝 조이는 결기도 보여준다. "모든 것을 내려놓는 것은 모든 것을 얻는 것이다"는 후설의 자기성찰적 메시지를 화두로 삼고 한 줄기 빛으로 도래하는 존재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364쪽, 1만8천원.

2020-10-30 14:30:00

[책체크] 판소리 흥보가/ 남경옥 지음/ 민속원 펴냄

[책체크] 판소리 흥보가/ 남경옥 지음/ 민속원 펴냄

국가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흥보가 보유자 정순임 명창의 제자이자 현직 중학교 음악 교사 남경옥 씨가 정순임 창본 정간보 시리즈로 '국가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흥보가'라는 악보집을 펴냈다.판소리를 악보화하는 작업은 쉽지 않다. 판소리가 갖고 있는 넓고 깊은 소리의 세계를 기록한다는 자체가 음악의 본 모습을 왜곡할 수 있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그럼에도 저자는 "악보집의 발간이 미래 후학에 도움이 될 수 있으며, 소리 향상에도 도움이 되며 작창 능력을 배양하는 데 기초 자료가 될 수 있다"고 발간 취지를 밝혔다.판소리계 거목 장월중선의 소리를 잇고 있는 정순임 명창을 만난 인연으로 국악의 맛과 멋에 빠진 저자는 국악의 교육자이자 향유자, 전승자로서 역할을 다하고 있다. 판소리의 구비전승에 만족하지 않고 판소리가 가진 소리의 세계를 구조화하여 보다 섬세하게 기보화했다.이 책의 구성은 정간보를 중심으로 한다. 부록에서 일부 대목을 가락선보로, 전체 가락을 오선보로 제시했다. 정간보는 장단이 시각적으로 드러나고 사설의 말붙임새를 한눈에 알 수 있다는 특징을 지닌다. 가락선보는 정간보의 장점에 더해 가락의 진행, 시김새 등을 시각적으로 잘 표현해내지만 지면을 많이 차지해 일부만 실었다. 가야금, 거문고 등 여러 악기의 반주를 곁들이거나 여러 쓰임새를 만들 수 있기를 기대하며 오선보도 함께 수록했다.이 악보집은 성악곡의 중요한 핵심요소인 사설과 이야기 전개를 악보화하는 데 잘 반영하고 있으며 판소리 연주자가 갖추어야 할 성음, 목, 소리길, 시김새, 단전의 운용까지 표현하고 있다.추천사를 쓴 변미혜 한국교원대 교수는 "판소리 악보화는 판소리를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보편성을 지니면서도 판소리가 가진 음악의 특징을 지켜내는 계승적 관점에서 고민이 큰데, 이 책은 그런 고민의 해결 방안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판소리에 입문하려는 이들이 좋은 교과서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379쪽, 4만9천500원.

2020-10-30 14: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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