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책

 
'미중전쟁의 승자' 책표지

[서평]미중전쟁의 승자, 누가 세계를 지배할 것인가?/최병일 지음/ 책들의정원 펴냄

인구 14억의 세계 최대 무역대국이자 제2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중국이 미국 IT기업 못지 않은 화웨이, 알리바바, 바이두, 텐센트 등을 정면에 내세우며 기술굴기의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렇듯 턱 밑까지 따라온 중국에 대한 미국의 견제는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는 무역을 넘어 기술까지 넘보는 중국을 막기 위해 미중 무역전쟁을 선포했다. 대화와 타협으로 조기에 끝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장지전으로 치닫고 있는 미중 무역전쟁은 '세계 1위 대국'이라는 자리를 두고 벌어지는 패권전쟁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지은이 최병일 교수는 미중 관계가 이제는 '경쟁력 협력'에서 '대립적 경쟁'으로 바뀌었다면서 미국과 소련 사이에 벌어졌던 냉전시대 중 미국이 삼각외교를 통해 중국과 손을 잡았던 그때가 미중전쟁의 전초였다고 밝힌다. 더불어 2001년 미국 대통령 빌 클린턴이 중국의 WTO 가입을 적극 후원하면서 제 발등을 찍게 되었다는 지적도 하고 있다.◆미국 왜 중국과 무역전쟁 시작했나"중국은 우리에게 5천40억 달러 규모의 무역수지 적자를 안겨주고 있다. 누구는 3천750억 달러라고도 한다. 무역수지를 바라보는 다양한 방법이 있겠지만 어떻게 보더라도 세계 역사에서 이런 대규모 무역수지 적자는 유례가 없다. 이건 정말 말도 안 되는 것이다. 지식재산권 도둑질은 계속되고 있고 그 피해액은 수천억 달러가 될 것이다."-2018년 8월 백악관 발표미국은 1979년에서 2016년까지 제조업체의 일자리가 1천900만 개에서 1천200만 개로 줄었다. 제조업 일자리는 2000년 경 1천800만 개 정도에 머물고 있었는데 2001년부터 급감하기 시작했다. 2000년부터 2010년까지 56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는데 미국 제조업 고용 역사상 가장 큰 감소다. 이는 중국산 수입품이 급증하면서 2001년 미국 제조업 고용이 급감했다. 정치권 활동가들은 중국과의 무역을 이면의 원인으로 지목했다.◆미중 통상갈등 주요 쟁점은 뭔가우선 미국의 대중국 무역불균형이다. 미국의 무역 적자는 1990년 100억 달러에서 2015년 3천670억 달러로 크게 증가했다. 이러한 수치는 '개방된 미국 시장, 폐쇄된 중국 시장'이라는 증거로 제시돼 중국 시장의 개방을 압박해왔다.둘째는 중국의 해외투자 중 미국 투자 비중이다. 중국은 미국에서 주로 M&A에 집중하고 있으며 주요 타깃은 기술 분야다. 미국은 국가안보의 위협 가능성에 우려를 하고 있다.셋째는 미국은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보고 있다. 위안화 환율을 중국 정부가 결정하고 중국 수출품의 가격경쟁력을 위해 위안화 환율을 시장 가치보다 낮게 저평가한다는 것이다.넷째는 미국은 중국에 진출한 미국 기업이 기술 이전을 강요받고 있다는 것이다. 2011년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국기업의 기술 이전은 중국 정부의 강요가 20%, 중국 기업의 요구에 의한 경우가 80%로 나타났다. 마지막으로 사이버 보안도 심각한 갈등 요소다. 중국 정부가 민간 전산망에 침투해 입찰 정보, 영업 기밀 등을 해킹한 후 중국 기업에 전달하고 있다고 주장한다.◆미중 무역전쟁 격화, 기술전쟁 계속트럼프는 작년 12월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시진핑을 만나 중국의 굴복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무역수지 등 쟁점에는 합의에 근접했지만 미국이 지속해서 제기해온 중국의 구조 변화 문제에 대해서는 해결을 보지 못했다. 미국은 빅딜을 추구하고 중국은 스몰딜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중국은 정부의 보조금이 기술굴기 수단이므로 스몰딜을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화웨이가 G5 통신망 장비에서 선두그룹에 있다는 사실도 미국을 고심하게 만든다. 미국 하원 정보위원회는 화웨이가 중국 정부와 당의 지시를 따르며 산업기밀을 훔치고 지식재산권을 침해하며 적성국과 수상한 거래를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지은이는 "미중 무역전쟁은 중국의 기술굴기가 미국의 협조 없이는 불가능함을 보여주지만 역설적으로 중국 정부에게 기술굴기의 치명적 중요성을 일깨워주고도 있다"며 "중국의 기술굴기의 의지가 강해질수록 이를 차단하려는 미국의 노력 또한 강해질 것"이리고 전망했다. 280쪽 1만6천원.

2019-05-15 17:36:48

물망/강호원 지음/들녘 펴냄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다. 조선 전기 무신 이징옥은 세종 때 북방 6진 개척에 공을 세운 용장으로 김종서의 뒤를 이어 함길도 도절제사를 지냈다. 조선조 세종과 문종, 단종 3대에 걸쳐 북방을 지키던 이징옥은 역사서에 역적으로 기록돼있다. 수양대군이 권력을 잡기 위해 김종서 등을 죽인 계유정난 이후 군사를 일으켜 수양대군에 맞서려 했던 이징옥은 역적으로 남았다. 그의 거병은 '이징옥의 난'으로 기록됐다.조선왕조실록 등 정사에 따르면 단종 때인 1453년 수양대군이 계유정난으로 사실상 왕권을 잡고 이징옥을 불러올리자, 서울로 오던 그가 정변을 눈치채고 돌아가 자신의 자리에 임명된 박호문을 죽였다. 그리고 자신을 대금황제(大金皇帝)라 칭하며 도읍을 오국성(五國城)에 정하려 하니 야인(野人)들이 복종했다고 한다.계유정난 당시 혼란한 틈을 타 북방의 여진족 세력을 등에 업고 대금황제를 칭하며 군사를 일으켜 역모를 도모했다는 것인데, 소설 '물망'은 '이징옥의 난'이 사실은 '충신의 거병'이었음을 주장하는 역사소설이다.◆역적으로 남은 이징옥을 재조명하다단종의 복위를 위해 목숨을 바친 성삼문, 박팽년 등 선비들은 시간이 흐른 뒤 '사육신'(死六臣)으로 존경받지만, 이징옥의 단종에 대한 충심은 반란이라는 틀에 갇힌 채 재평가 받지 못했다.소설은 이징옥의 거병이 역심으로 군대를 일으킨 것이 아니라, 종신들을 피살하고 단종을 사실상 구금 상태에 두며 왕위 찬탈에 대한 야욕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수양대군의 계유정난에 반기를 들고 종사를 정상화하기 위해 의거한 것이라는 시점에서 시작된다.지은이는 증거 중 하나로 '세종실록'을 든다. 세종실록에는 이징옥을 애민 정치를 펼쳤던 참 수령이자, 왕의 두터운 신임을 입었던 충신이라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수양대군이 세조로 역사의 승자가 됐고, 패자인 이징옥은 역적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이 소설은 조선왕조실록을 기반으로 한 철저한 역사적 고증을 통해 사필귀정(事必歸正), 파사현정(破邪顯正)의 기치를 들고 수양대군과 그 도당의 패도에 맞서 일어서는 이징옥과 그를 따르는 북방의 무장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충신들을 재평가하고, 패자로 남아 사라진 역사를 드러내고자 하는 문학적 시도가 담겨있다.◆이징옥과 북방 역사를 회복해야언론사에서 편집국장과 논설실장을 역임한 지은이 강호원은 이징옥과 함께 여진족에 대한 평가도 왜곡돼있다고 봤다.수양대군은 이징옥의 거병 이후 보복 차원에서 친(親) 이징옥 성향의 '올량합 여진족'을 가차 없이 숙청한다. 이로 인해 태조 이성계의 조선 건국 당시부터 줄곧 우호적 관계를 맺어왔던 여진족과의 관계는 극도로 악화된다. 또 '오랑캐'라는 비하 표현도 당시 올량합의 독읍을 변형한데서 유래돼 아직까지 쓰이고 있다.지은이는 여진족과 관련된 역사를 부정하고 적대시하는 태도에서 발해 역사를 삭제했던 '삼국사기'의 편협한 사고와 같은 역사 인식이 되살아났다고 탄식한다. 세조대에 이르러 이징옥에 대한 역사를 지우는 과정에서 여진족과 관련된 우리 북방 역사도 상당 부분 누락됐다는 것이다.소설은 이징옥을 재조명하고, 여진족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고쳐나가는 등 북방 역사를 회복하는 길만이 식민사관을 바로잡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한다.▷지은이 강호원은 우신고를 나와 경희대 사학과를 졸업했다. 대학원에서 동양 역사를 공부했지만 공부를 마치지 못했다. 세계일보에 입사해 북경특파원, 경제부장, 논설위원, 편집국장, 논설실장으로 일하면서 역사 공부를 이어갔고, 옛 조선(고조선)과 부여, 고구려, 발해로 이어지는 북방 역사를 함께 일군 여진인을 오랑캐라 부르며 적대시하는 편협한 역사 인식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을 가지고 있다. '물망'은 그런 안타까움을 품고 쓴 소설이다. 저서로 '중국에서 대박난 한국 상인들', '베이징 특파원 중국경제를 말하다'(공저)가 있다.

2019-05-15 14:22:27

일러스터 전숙경(아트그룬)

[시니어문학상 논픽션 당선작 '늦깎이 인생'](6회)

놀란 직원들의 도움으로 이웃에 있는 대학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이틀간 입원하면서 뇌 MRI는 물론 각종 검사를 다했었다. 진단 결과는 과로로 인한 뇌허혈성 장애였다. 퇴원 직전에는 위내시경 검사와 조직검사도 하고 왔다. 4월 말일 유난히도 비바람이 거세던 날 그야말로 잔인한 소식이 나에게 전해졌다. 위암이라 당장 수술을 해야 하니 지금 바로 입원하라는 것이었다. 진료실 창밖을 내다보니 바람은 더 거세졌고 빗줄기도 더 강해져 있었다. 믿기지 않는 소식이라 재차 전화로 대학병원에 확인하였으나 당장 입원하라는 말 뿐이었다. 전이여부는 수술을 해봐야 알겠다는 전언도 함께. 한참을 생각하다 내일 입원하겠다는 연락을 하고는 직원들에게 사정을 이야기하고 아내한테 전화를 하였다.출타 중이던 아내는 황망한 표정을 하고 내 진료실에 들어섰다. 이틀 뒤 내 14번째 수술은 위암 수술이 되었고 위의 사분의 삼을 절제했다고 들었다. 다행히 특별한 전이는 없었고 2주 만에 퇴원을 했다. 단 한 달만 이라도 쉬지를 못한 것이 지금도 후회되지만 퇴원 후 이틀 만에 다시 진료를 개시했다.죽으로 끼니를 때우고 종일 상담실을 지키는 동안 체중은 자꾸만 자꾸만 줄어들었다. 하체의 힘은 빠지고 기운도 없었지만 나의 가장 무서운 적은 바로 나 자신이라고 버티다보니 차차 호전되고 환자도 무리 없이 보게 되었다.◆열다섯번째 수술이제는 병마와 영원한 이별을 했을 것이라고 안심하고 진료실을 지키던 2010년 어느 날 밤 갑자기 배가 풍선처럼 불어나면서 복통은 참을 수가 없을 정도였고 이러다가 배가 풍선 터지듯이 터져버리지나 않을까 걱정이 되어 다시 대학병원 응급실을 거쳐 입원을 하였다.이틀을 꼬박 통증과 싸우면서 수술하지 않고 완화시켜보려 노력했지만 결국 내 생애 열다섯 번째로 또 수술실을 구경하게 되었다. 소장협착증으로 인해 이번에는 소장을 잘라냈다. 퇴원 후 역시 불편해하는 환우들을 외면할 수 없어 이틀 만에 다시 진료실에 나갈수 밖에 없었다. 울산 동구의 유일한 정신과의원이라 내가 자리를 비우면 환우들은 시내까지 가야하는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에.체중 감소는 오히려 위암 수술 때 보다 더 심하게 왔다.키 158센티미터에 체중이 16키로가 빠졌으니 기운이 더 없어지고 하체의 힘은 더 빠져 한동안 앉아있는 것조차 힘들었다.그러나 의사라는 직업은 함부로 제 마음대로 아플 수도 없다.누가 대신 해 줄 수 없는 일이기에.◆늦깎이 시인 등단17년간 연속해서 울산에서 서울로 수시로 오르내리며 정열을 쏟았던 의사회 임원 일을 그만두고 진료에 전념하게 되면서 건강도 어느 정도 찾아가고 진료실도 안정되어 가고 있어 마음의 여유도 생겨 그동안 접어 두었던 글쓰기에 취미를 갖게 되었다.틈틈이 의사회 회지에 시를 발표하기는 했지만 내 시를 밖에 드러내기는 너무 미흡하다고 생각할 즈음 아내의 권유로 영남문학예술인협회 신인문학상 공모전에 응모했다.2015년 겨울호에 시 ''가는 봄 오는 봄'' 외 2편이 당선되어 신인상을 수상함으로서 본의 아니게 시인으로 등단하게 되었다. 이를 기점으로 본격적인 문학공부를 하게 되었고 수시로 시상이 떠올라 잠을 설치기가 다반사였다.올해 오월에는 '문학시선작가회'와 서울신문이 공동주최한 윤동주시인 탄생 백주년 특별문학상 공모전에서 '' 내 몸에 담은 동주형의 꿈''(김정곤의 자화상)이 대상수상작으로 선정되는 영광을 안았다.2년 후 봄이 오면 내 뒤를 이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되는 아들에게 내 진료실을물려주고 은퇴를 할 생각이다. 은퇴 후 일 년간은 의대 졸업식 날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하면서 신과 약속한 의료봉사를 하면서 좀 더 문학공부에 심혈을 기울이고 싶은 소망을 가져본다. 남은 시간 최선을 다해 좋은 글 은은한 향기가 나는 글을 쓰고 싶다.한 명에게만 읽히는 백편의 시 보다도 만 명에게 읽히는 시 한편이라도 남기고 싶다. 나에게 남아있는 시간이 얼마나 될지는 알 수 없지만.◆아버지와 어머니의 재회아버지가 총각시절 첫 애인이었던 어머니와의 결혼은 할머니의 강력한 반대로 이루어지지 못했고 이에 반발한 아버지는 세 번씩이나 가출을 하여 북간도로 도망을 다녔다. 결국 아버지는 내 생모와 결혼을 하였고 어머니는 충격을 완화하고자 일본으로 건너가 양재학원을 다니다 결혼하였는데 딸이 태어나고 그 이듬해 갑작스러운 사별을 하고 청상과부로 살다가 내 엄마가 돌아가시고 몇 년 후 아버지와 재혼을 하셨다. 콩쥐팥쥐 이야기만 듣고 자란 사춘기 소년은 계모라는 선입견으로 얼마간은 경계를 했었는데 친척 어른들께서 아버지의 첫 연인이었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어머니라고 불렀다. 끼니도 걱정해야 할 궁핍한 가정에 그것도 5남매나 되는 자식들을 돌보겠다고 딸 한명을 데리고 자진해서 우리 집으로 오신 것에 대해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선뜻 새어머니에게 가까이 다가갔다.청춘을 다 바쳐 삯바느질로 6남매의 뒷바라지를 하셨고 아버지께는 절대순종을 하셨다.호강 한번 못하시고 97세에 돌아가신 어머니에 대한 죄송함과 존경심은 영원할 것이다.◆어머니 전 상서하늘나라에서 천사가 한 명 부족하셨나보다. 97세가 되신 어머님을 부르셨다. 내가 열네 살 때 엄마가 돌아가신지 일 년이 조금 지났을 무렵 아버님께서 나를 데리고 어디를 가자고 하셨다. 어떤 예쁜 여인과의 첫 만남이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분이 우리 집으로 오셨고 내 어머니가 되셨다. 어린 나이에도 아무것도 볼 것 없는 집안에 그것도 자식이 5남매나 되는 지지리도 궁상맞은 집에 청상으로 왜 오셨을까 궁금했었다. 어머님이 고생 고생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하늘나라 천사를 직접 본 적은 없지만 바로 저 분이 천사이시구나 생각했었다.한참이 지난 후 큰어머님을 통해 아버지와는 첫 연인이셨고 어찌어찌한 사정으로 두 분은 헤어지게 되었고 아버지는 두 번이나 만주까지 가출을 하셨지만 결국 할아버지의 뜻대로 장가를 갈 수 밖에 없었다고 하셨다.어머니는 아버지가 결혼하시자 일본으로 가셨고 양재학원에서 공부하시던 중 결혼하셨고 딸 한 명을 낳고 얼마 지나지 않아 청상이 되셨다고 한다.사춘기 예민한 시기의 올망졸망 6남매를 잘 건사하셨고 작은누나와 우리 5남매와의 갈등도 아주 짧은 시간 안에 해결해 주셨다. 어떤 계모 이야기나 콩쥐팥쥐 이야기는 우리에게는 동화나 소설에 불과했을 뿐이다.(5월21일 자 시니어문학상 면에는 논픽션 당선작 '늦깎이 인생' 7회가 게재됩니다)

2019-05-13 17:30:00

긱 워커로 사는 법/토머스 오퐁 지음/미래의창 펴냄

필요에 따라 단기 계약을 맺고 일회성의 일을 하는 긱 경제시대(Gig Economy)가 열렸다. 평생직장의 개념은 사라지고 전통적 노동문화의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일자리 시장에서는 새로운 선택지가 급부상하고 있다. 독립형 단기 계약 근로자를 통칭하는 '긱 워커'(Gig worker)다.'긱 워커로 사는 법'은 새로운 시대의 노동형태로 떠오르지만 다소 불안감을 가질 수 있는 긱 워커들에게 효율적으로 개인의 재무를 관리하는 법에서부터 클라이언트 관리법, 무리한 요청을 현명하게 거절하는 법, 업무 일정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법에 이르기까지 긱 경제를 제대로 활용하는 방법을 소개한다.◆새로운 경제 패러다임, 긱 경제와 긱 워커중소기업을 위한 정보 사이트 올톱스타트업의 창시자이자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바꾸는 행동에 관한 최고의 글을 모아 무료로 제공하는 주간 뉴스레터 포스탠리 위클리 발간자인 '토머스 오퐁'은 빠르게 변화하는 긱 경제에서 어떻게 살아남아 스스로 선택한 일을 성공적으로 해나갈 수 있을지에 대한 필수 지침을 이 책에 담았다.1920년대 초 미국의 재즈 공연장에서는 밴드 연주자가 오지 못할 경우 즉석에서 연주자를 섭외해 공연을 벌였는데 이런 상황을 긱(Gig), 연주자들을 긱 워커라고 불렀다. 여기에서 유례한 긱 워커는 프리랜서나 자기고용 근로자, 독립 계약자를 모두 포괄하는 말로, 긱 경제를 활용해 수입을 내는 사람을 지칭한다.'긱 경제'는 금융 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초에 탄생했다. 당시 실직자들이 일자리를 가리지 않고 자신을 받아주는 곳이라면 어디든 되는대로 일했던 현상을 빗대어 쓰면서 널리 쓰이게 됐다. 긱워커는 우연히 일을 하게 된 연주자에서 정규직 취업이 어려워 어쩔 수 없이 단기직으로 일하게 된 근로자를 의미했었지만, 현재는 추가 수입이 필요해 시간제 긱 워커로 일하는 사람, 능력이 뛰어나 자발적으로 정규직을 포기한 근로자들을 뜻하게 됐다.전 세계 많은 사람과 수천 개의 기업이 긱 경제라는 새로운 형태의 경제 방식으로 혜택을 보고 있다. 긱 경제에서 기업은 필요할 때마다 스마트폰 같은 중개 플랫폼을 통해 일을 맡기고, 노동자는 새로운 플랫폼을 통해 단기 계약을 맺고 기업이 원하는 일을 한다. 모든 사람이 자신의 시간과 업무 일정을 직접 관리할 수 있으며, 전통적인 형태의 장기 고용 계약에 얽매이지 않고도 수입을 얻는다. 긱 경제의 근로자들은 기술 발전을 바탕으로 유연한 근무 시간과 여유로운 일정을 즐기며 그 누구도 아닌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의미 있는 커리어를 쌓아나가고 있다. 필요에 따라 계약을 맺고 일회성의 일을 진행하는 긱 경제가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는 것은 이 시대에 속한 많은 이들의 필요와 바람 때문이다.긱 경제는 개인과 기업 모두 각광받고 있는데, 대표적인 긱 워커인 우버 운전기사의 경우 런던에만 4만명이 넘는다. 맥킨지 연구소에 따르면 영국 전체 근로자 3천200만명 중 15.6%인 500만명가량이 긱 경제 형태로 일하고 있다. ◆원하는 일을 선택할 수 있는 긱 워커그렇다면 긱 워커의 생활이 맞는 사람은 누구일까. 또 긱 워커로 일하려면 무엇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책은 이 같은 궁금증에 대한 실용적 조언을담고 있다. 또 긱 워커의 길을 먼저 걸어가 성공의 궤도에 오른 이들의 인터뷰를 통해 분야마다 마주할 수 있는 현실적인 상황과 팁도 전한다. 조언을 따라 자신의 비즈니스 아이디어를 확인하고, 경력을 새롭게 쌓아 올리고, 자기만의 브랜드를 구축하여 좋은 업무 파트너를 만나는 모든 과정을 거치면 꿈꿔오던 생활을 어느새 안정적으로 누리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저자가 인터뷰한 디자이너이자 작가 폴 자비스는 글쓰기, 디자인, 코딩 등의 업무를 20년가량 하고 있다. 그는 다양한 업무를 매일 다른 일정으로 수행하며 어떻게 해야 타인에게 도움이 되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지 고민한다. 카피라이터 조 멀리치는 여러 유명 기업 및 광고 회사와 함께 일했다. 6년 정도의 직장 생활을 거친 후 유연 근무가 가능한 긱 워커 생활을 선택했다. 일러스트레이터 에멀린 피젠은 다른 프리랜서들과의 관계를 그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긱 워커다. 그는 그래픽 노블을 직접 집필하며 책, 광고, 만화, 동영상 등의 일러스트레이션 작업을 하고 있다. 서비스형 소프트웨어 마케팅 컨설턴트 시드 바라스는 여러 회사에서 개발자 혹은 컨설턴트로 근무하며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많은 기업의 사업 확장에 도움을 주고 있다. 그는 커피를 마시고 책을 읽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클라이언트에 따라 매일 달라지는 업무들을 자유롭게 수행한다.세상에는 이보다 더 다양한 삶의 유형이 존재한다. 각기 다른 목표와 꿈을 품은 많은 사람이 하나의 방식이 아닌 자기에게 맞는 형태로 경제 활동을 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지은이는 세계화의 흐름에서 '유연성'이 그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에 망설이던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도전해볼 수도, 일정한 시간 동안 한 장소에 얽매여 있을 수 없던 사람이 현실과 타협하지 않고 일을 시작해볼 수도 있다고 말한다. 그는 스스로 원하는 바에 알맞게 나의 일을 선택할 때라고 이 책을 통해 독자들에게 권한다. 271쪽, 1만5천원.

2019-05-09 11:33:55

[반갑다 새책]현대미술의 결정적 순간들/전영백 지음/한길사 펴냄

책의 부제 '전시가 이즘(ism)을 만든다'처럼 20세기 현대미술의 결정적 순간을 품은 전시들의 역사와 맥락을 짚어낸 지은이(홍익대 교수)의 역작이다. 현대미술의 중요한 분기마다 결정적 역할을 한 전시들을 소개하면서 단순히 이런 일이 있었다고 소개하는 수준을 넘어 그 사건의 주인공들이 빠져든 고뇌, 맞닥뜨린 사건, 성공과 실패, 전후 맥락과 미술사적 영향력을 고루 다루고 있다.기존의 미술책이 사조나 인물 등을 중심으로 다루는 데 그쳤다면 이 책은 전시사(展示史), 즉 전시를 중심으로 그 배후에서 미술사를 움직인 작가, 비평가, 아트딜러 등의 이야기를 풀어낸다.'야수주의의 경우 1905년 제3회 '살롱 도톤'에서 그들의 작품을 처음 본 평론가들이 '야수들'이라고 평가한데서 야수주의라는 사조 자체의 이름을 얻었다. 마티스, 블라맹크, 드랭 등의 회화는 정말 야수처럼 강렬하고 공격적인 색채와 파격적인 표현을 거침없이 드러냈다. 특히 마티스의 '모자를 쓴 여인'이 큰 화제가 되었다.''다리파는 키르히너, 놀데 등이 활동했다. 이들은 '아웃사이더' 성격이 강해 스스로 전시장소를 모색했다. 대규모 전시가 아니다보니 아담한 공간에 단순한 액자에 넣은 그림을 가깝게 볼 수 있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부르주아 관람객을 대상으로 점차 알려지게 됐다.'또 '개념미술은 포스트모더니즘의 대표적 미술경향으로 이전까지 미술의 핵심이었던 시각성에 반대하며 시각적 환영을 거부한다. 이는 미니멀리즘의 대상조차 버리고 아이디어와 의미를 강조하며 미술의 본질에 대해 탐색한다.'책은 이처럼 하나의 사조가 탄생하기까지의 미술사적 스토리들을 상세하게 기술함으로써 읽는 재미와 함께 현대미술의 흐름을 일목요연하게 파악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야수주의부터 개념미술까지 현대미술의 여러 전시와 사조, 작가를 소개한 지은이는 책의 끝부분에서 "오늘날 미술에서는 더 이상 새로운 '이즘'은 없다"라고 의미심장한 명제로 자신의 주장을 선언하고 있다. 560쪽, 3만2천원

2019-05-08 15:12:40

일러스트 전숙경(아트그룬)

[시니어문학상 논픽션 당선작 '늦깎이 인생'](5회)

이차 면접에서 예상했던 문제가 터졌다.제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데 이론수업은 그렇다 치고 어떻게 그 어려운 해부실습 수술실실습 등을 무사히 마칠 수 있겠는가를 두고 면접관 교수님들의 의견이 분분했다.충남대학교에 의과대학이 신설 된 지 5년 밖에 안 되었으니 이런 경우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아직 없을 수도 있겠다 생각하면서도 불합격되면 어쩌나 노심 처사 끝에최종 합격이라는 반가운 소식을 받았다.나중에 안 일이지만 수석 합격생이 나와 비슷한 수준의 지체장애인이라나도 덩달아 합격이 된 것이었다.이것이 단순한 행운이 아니라는 사실을 살아가면서 절실히 느끼게 된다. ▶의과대학 졸업 입학했다는 기쁨과 뿌듯한 마음으로 즐겁게 예과 2년을 마치고 본과로 진학하자마자 해부학 실습이라는 고약한 놈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격한 포르말린 냄새야 병원 생활을 오래 한 나였기에 별문제가 없었지만 어려운 의학용어 그리고 나이 어린 의대 선배들의 군기 잡기가 결코 녹록지 않았다.툭하면 이런저런 핑계로 매타작이 다반사라 아예 내복을 두툼히 입고 학교에 다녔다. 그렇지만 의사가 되어야 신부도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이를 악물고 버티고 버텼다.임상에 들어와서는 정신과라는 학문에 매료되면서 그리고 연애를 하면서 반드시신부가 되지 않아도 정신과 의사가 된다면 내 꿈의 절반은 이루어질 것이라 자신을 합리화하면서 신부에의 꿈을 접고 의과대학을 졸업했다.어렵고 고단하다는 인턴 생활도 여러 동기생들의 도움으로 무사히 마치고 정신과를 지원하려 했으나 모교에는 자리가 없었다.그러나 이 또한 운명이었을까? 인연이었을까?지금은 고인이 되신 정신과 주임교수님의 소개로 서울 강북삼성병원에 가서 이시형 박사님의 제자가 되었다.▶정신과 전공의 시절서울에서의 정신과 전공의 시절은 나의 황금기였다.이런저런 어려움을 극복하고 난 후라 그런지 건강에도 어느 정도는 자신이 있었고정신과 공부와 진료 역시 내 적성에 맞아 즐겁게 수련을 받았다.그런데 문제는 잠이었다.몇 날 며칠을 연속해서 당직하고 하룻밤에도 몇 번씩 응급실을 오르내리며 환자를보니 다시 건강에 문제가 생기는 것 같았다.도저히 참기가 어려워 하루는 회진이 끝나자마자 이시형 박사님께'' 저 잠 좀 재워주세요.'' 라고 하소연을 드렸다.그런데 대답이 걸작이셨다.''닥터 김은 밥을 앉아서 먹나 서서 먹나? 예일대학에서는 전공의들은 식당에 아예 들어가지도 못해. 전공의들은 식사도 서서 그것도 햄버거로 끼니를 때우면서 일해.'''그렇구나! 전공의는 상머슴이니 당연한 고생이구나. 그래도 인턴 시절보다는 낫구나!'라고 스스로에게 위안을 하며 정신과 전공의를 무사히 수료하고 전문의 시험도 합격했다. ▶전문의 시험 끝나는 날 일차 필기시험에 합격하고 며칠 후 실기시험을 끝내고 나오자, 나는 마치 바람이 가득 든 풍선을 그냥 놓아버린 것처럼 허탈하고 어디로 가야 할지 방향감각마저도 잃어버린 채 순간 멍하니 서 있다가 청주에 계신 아버지께 우선 인사부터 드려야겠다고생각하고 청주행 고속버스를 탔다.버스가 출발하자마자 생전에 안 하던 멀미를 하는 것이었다.이상하다 생각하던 차에 아랫배가 아파왔다.간신히 집에 도착하여 아버지께 큰절을 드리고 앉자마자 맹장염에 걸린 것 같다고말씀드렸더니 맹장이 터지면 죽을 수도 있으니 당장 병원에 가자고 하신다.하루만 지켜보자고 말씀드리고 방에 들어가 누우니 교과서대로 순차적으로 맹장염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다음 날 아침 날이 밝자마자 대학 선배가 근무 중인 종합병원에 가서 수술을 받았다. 맹장이 터지기 직전이었다고 선배가 말했다.이것이 열세 번째 수술이니 이제 제발 수술은 그만 받으라고.천운이었다.만일에 하루만 일찍 맹장염이 발병했더라면 그렇지 않아도 늦은 내 인생 열차를 또일 년 더 늦출 수밖에 없었을 터. ▶대학교수의 꿈을 접다 정신과 전문의가 되고 대학 전임강사로 발령받고 고향 부산으로금의환향한 나는 대학교수로서의 꿈을 키운다는 희망에 잔뜩 부풀어 있었다.나를 살려주시고 오늘이 있게 해주신 조성옥 박사님과 김의진 박사님의 격려도 엄청 힘이 되었고 함께 근무하시는 선배 교수님들의 배려와 의국 전공의들의 도움으로아주 행복한 대학병원 스태프 생활을 하게 되었다.조교수로 진급한 지 얼마 안 되어 전혀 예상 못 한 일이 터졌다.공무원이던 형을 불러내 함께 시작한 아버지의 사업이 실패로 끝나고 부도 수표 위반으로 아버지나 형이 실형을 살아야 할 위기에 처하게 된 것이다.아버지도 형도 감옥에 보낼 수는 없어서 빚을 내가 떠안았다.그런데 많지 않은 월급으로 빚을 갚다 보니 부부간의 불화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해져 가고 있었다.결국 영남지방에서 가장 월급을 많이 주는 병원의 신경정신과 과장으로 자리를 옮겼다.이렇게 대학교수의 꿈은 조교수로 끝났다.대신에 내 가정의 평화를 지키면서 아버지의 빚도 다 갚았다.▶의사의 꽃종합병원 신경정신과 과장 5년을 끝으로 봉직의 생활을 마감하고 1992년 2월에의사의 꽃이라는 개업을 하게 되었다.대출을 받아 개원하면서 우려했던 것은 기우였고 개원 첫 날부터 밀려드는 환자들로 정신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던 중 2000년 5월부터 의약분업이 시작된다는 의료계의 위기가 찾아왔다.정신과는 의약분업과는 직접 관련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선배의사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나는 의사회 일에 뛰어들게 되었다.울산광역시의사회 부회장이자 대한의사협회 중앙위원으로 울산과 서울을 밥 먹듯 오가면서 무려 44일간이나 병원 문을 닫고 의사 권리 쟁취와 의약분업 반대 운동을 하게 되었다.그 사이 내 병원은 반 토막이 나고 내 건강 또한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다시 찾아온 병마 의사회 일과 개원의로서의 적지 않은 환자를 보느라고 불철주야 바쁜 생활을 보내던 중 2003년 사월 하순에 진료를 하다 갑자기 어지럼증이 오면서 잠시 의식을 잃어버리고 바지에 오줌을 싸는 일까지 생겼다.(5월 14일 자 시니어문학상 면에는 논픽션 당선작 '늦깎이 인생' 6회가 게재됩니다)

2019-05-06 18:00:00

최장순 수필가 초청 수필 콘서트

대구 수성구립용학도서관(관장 김상진)은 3일 최장순 수필가를 초청, '생각을 바꾸면 글이 보인다'는 주제로 수필 콘서트를 가졌다. 신현식 도서관 상주작가와 신노우 대구수필가협회 회장, 수필사랑문학회(회장 박경대) 회원 등 100여 명이 함께했다.

2019-05-03 10:24:33

[반갑다 새책]지방자치 철학자들 그리고 한국의 지방자치/김석태 지음/한국학술정보 펴냄

지방자치는 국가발전을 위한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독자적인 가치를 가진 제도라는 관점에서 지금까지 아리스토탈레스 이후 여러 지방자치 철학자의 주장을 일괄적으로 요약하면서 지방자치의 규범적 이론을 모색하고자 했다. 이런 의미에서 그동안 지방자치 사상을 정리한 서적을 찾기 힘든 시기에 이 책의 등장은 의미가 크다.지은이 김석태 경북대 명예교수가 쓴 이 책은 '지방자치 사상' 분야를 거의 새로 개척하고 있다. 지은이는 지난 2천400여년 인류의 예지를 대표했던 철학자들을 선택, 섭렵하면서 지방자치라는 공통분모로 엮어낸다. 아리스토탈레스의 '정치학'을 지방자치의 역사적 근원으로 관찰하며, 루소의 이상적 정치체계가 현대 지방자치에서 실현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아울러 미국 민주주의 발전원인을 지방자치라 판단한, 미국인보다 더 미국사회를 예리하게 관찰한 토크빌도 새롭게 조명한다.지은이는 또 일부 익숙한 지방자치의 개념과 모형을 확장해 소개하기도 한다. 예컨대 홈룰 모형과 자치권 관련, 한국의 문헌에도 딜런 룰 등이 소개되어 있지만 지은이는 이를 넘어 쿨리 독트린, 홈룰의 임페리오 모형, 포담의 입법모형까지 유연하게 폭을 넓히고 있다.물론 제한된 숫자의 철학자들을 뽑아 각각의 대표 저서에 대해 지방자치를 키워드 삼아 서술하다보니 한정된 논의에 그칠 수밖에 없는 한계도 없지 않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은 지방자치철학이 빈곤한 우리 학계에 첫 이정표를 세우는 저서로서, 뿌듯한 지적 경험과 아울러 읽는 재미도 함께 갖춤으로써 학자, 학생, 지방정치인, 일반 시민 모두에게 권할 만하다고 여겨진다. 435쪽, 4만5천원

2019-04-30 17:54:00

지난해 대구문학관에서 열린 낭독공연 '술권하는 사회'. 대구문화재단 제공

대구문학관, '낭독공연, 근대소설 연극을 만나다' 6개 작품 공연

대구문학관은 5월 11일(토)부터 '낭독공연, 근대소설 연극을 만나다'를 통해 6개 작품 낭독공연을 개최한다.대구문학관을 수탁운영하고 있는 대구문화재단은 올해 낭독공연사업을 공모로 진행했다. 지난 2월 28일까지 근대소설을 각색한 공연계획서를 접수 받아 실연심사를 통해 6개 작품을 선정했다. 이번 공연은 다음달 부터 월 1회 대구문학관 3층 명예의 전당에서 열린다.5월 11일(토) 극단 함께하는 세상이 꾸미는 김동리의 '황토기'를 시작으로, 6월 현진건의 'B사감과 러브레터'(극단 나무의자), 7월 이동하의 '장난감도시'(극단 구리거울), 9월 하근찬의 '흰종이 수염'(극단 구리거울), 10월 현진건의 '새빨간 웃음'(극단 연인무대), 11월 백신애의 '적빈'(극단 나무의자) 등이 뒤를 잇는다. 작품이 선정된 극단은 본 공연날까지 극을 각색·보완해 완성도 높은 공연을 선보이기 위해서 박차를 가하고 있다.올해는 영상, 장구, 꽹과리 등 다양한 요소가 어우러져 관객들의 시청각을 사로잡는 낭독공연으로 꾸며진다. 또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지지 않은 작품도 포함돼있어 시민들에게 다양한 지역 문학작품을 소개하는 장이 될 것이다. 정기공연 이후에는 요청에 따라 순회공연으로도 운영될 예정이다.박영석 대구문화재단 대표는 "우리 지역에서 걸출한 문인을 많이 배출한 만큼 그들에 대한 관심을 이끌어내는 것 또한 우리의 과제였는데 낭독공연을 많은 시민들이 좋아해주시니 그 바람에 한발 다가간 것 같다. 시민들의 기대에 부응하고 발맞춰 나갈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을 고민하여 낭독공연을 구성하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이하석 대구문학관장은 "대구경북의 근현대 문학작품들을 문학관을 매개로 지역 극단에서 각색하고 공연하여 더욱 확산시킬 수 있다는 것이 상당한 의의가 있다고 본다. 심사를 하는 내내 극단들의 열의를 느낄 수 있었으며 각 배우의 몰입도 높은 연기력이 더해져 본 공연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다"고 전했다.공연 일정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대구문학관 홈페이지(www.modl.or.kr)를 통해 확인 할 수 있다.

2019-04-25 11:17:31

'소상' 문재인

[서평] 동물관상으로 사람의 운명을 본다/ 백재권 지음/ 도서출판 답게 펴냄

'동물관상'은 사람을 특정 동물에 대입해 성격, 특징, 직업, 잠재력, 미래가치 등을 분석한다. 사람의 성품을 꿰뚫는 동물관상은 동양인과 서양인을 가리지 않고 적용할 수 있다. 또 대륙을 넘고 인종도 가리지 않고 문화와 계층을 관통한다. 거의 모든 인간을 분석할 수 있어 접근성이 탁월하다. 동물관상을 제대로 보려면 관상 이론을 뛰어 넘는 안목과 지혜가 반드시 필요하다. 지은이는 어릴적 부터 자연의 이치를 깨우치고자 명상과 기(氣) 수련에 매진했다. 풍수지리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경북대, 대구한의대 평생교육원 관상학 강사 등을 지냈다. ◆돈이 잘 들어오는 관상이건희 삼성회장은 '두꺼비상'이다. 우화나 설화에 두꺼비는 영물로 등장한다. 두꺼비상을 지닌 사람은 세상의 보호를 받고 사는데 천우신조가 따라다닌다. 두꺼비상은 사업을 시작하면 도와주는 사람이 많이 생긴다. 성격도 모나지 않고 화평하다. 유리구슬 같은 눈동자를 지니고 태어나는가 하면 참을성이 대단하고 감각이 발달해 있다.알리바바 그룹을 창업한 마윈은 '손오공 관상'이다. 손오공은 원숭이를 말하는데 근두운을 타고 도술을 부리면 손오공이 된다. 손오공상은 예지력도 있고 전략적 두뇌가 비상하고 정치에 입문하면 쉽게 당선된다. 축구 국가대표 손흥민은 '원숭이 관상'이다. 명석한 두뇌, 기획력, 재주 등이 뛰어나다. 축구는 공으로 재주를 부리는 분야로 묘기가 필요한 운동이기에 원숭이 관상이 유리하다.◆성공하고 출세하는 관상문재인(文在寅) 대통령의 관상은 '소상'인데 이름은 호랑이다. 자기 천적을 이름에 달고 다니는 특이한 경우다. 본성과 미래의 기운이 충돌하니 삶이 울렁거린다. 뭐든 한 번에 성사되지 못하고 장애가 꾸준히 따른다. 소상은 착하고 우직하다. 그러나 순박하고 세상물정을 모르기에 정치와는 어울리지 않는다.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은 '악어 관상'이다. 악어 관상은 본능에 충실하고 주어진 사명에 따라 매뉴얼대로 판단하고 행동한다. 타협은 없고 먹이로 보이면 달려들어 물고 뜯는다. 이낙연 총리는 '너구리 관상'이다. 다소 둔해보이는 외모로 미련한 동물로 인식되지만 실상은 영리하다. 두뇌가 명석하고 성격은 조용하다.박근혜 전 대통령은 '호랑이 관상'이다. 호랑이는 동물 중에 천적이 없으니 사람이 천적이다. 호랑이 관상을 지닌 사람은 사람 볼 줄 모르는 경우가 많다.◆국가 지도자와 참모들 관상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복어 관상'과 '사자 관상'을 동시에 지닌 인물이다. 낮에는 복어처럼 독으로 측근과 세계를 위협하고 밤에는 사자처럼 군림하며 공포정치로 체제를 유지한다. 독을 지닌 동물은 대부분 오만하고 자만에 빠져 산다. 자신을 무시하거나 험담을 하면 용서치 않는다.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는 '쥐상'이다. 쥐상은 뭐든 안 가리고 잘 먹고 민감한 감각, 발달한 후각도 지니고 태어난다. 쥐상은 생긴 것과 달리 대부분 출세한다. 상황에 맞게 처신하는 재주꾼으로 숨을 때라고 판단하면 꼬리가 안 보이게 숨고, 힘이 강한 자를 만나면 납작 엎드려 복종한다.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표범상'이다. 표범상은 호랑이처럼 독재 기질이 강한 반면 아니다 싶으면 쿨하게 포기를 빠르게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사나운 '개상'이다. 개상은 재주가 많아 다재다능하다. 전투에 뛰어나 경쟁이 시작되면 앞뒤 안가리고 공격해 몰아붙이는 성격을 가졌다.◆사랑 받는 관상아주대학교병원 중증외상센터장인 이국종 교수는 '황조롱이 관상'이다. 황조롱이 관상은 국가나 사회로부터 보호를 받는 묘한 기운이 따른다. 황조롱이는 크기는 작지만 맹금이라 사나운 포식자다. 이 교수도 환자를 위해서는 앞뒤 안가리고 뛰어드는 경향이 있다. 황조롱이처럼 헬기를 타고 하늘을 나는 것은 그에게 길한 운으로 작용한다.요리 연구가 백종원은 복 많은 '돼지 관상'이다. 돼지 중에서도 귀한 꽃돼지상이다. 백종원은 합리적이고 이타적인 사고를 지닌 관상이다. 돈을 벌고 싶은 욕심은 강하지만 지킬 원칙은 확실히 엄수하는 철학을 지녔다.'빌보드 200' 1위를 차지했던 방탄소년단 멤버 7명도 성상(聲相)을 갖고 있다. 리더 RM은 카리스마 넘치는 '표범상'이다. 진은 착하고 순한 '꽃사슴상', 슈가는 오감이 발달한 '고양이상', 제이홉은 재주 많은 '다람쥐상', 지민은 근성 있고 매력적인 '매상', 뷔는 자태가 멋지고 충성스런 '시베리안 허스키상', 정국은 얌전하고 순수한 '양상'이다.◆특별한 조명을 받는 귀한 관상김정은 위원장 부인 이설주는 '애완고양이상'이다. 개상처럼 명석하고 눈치가 빠르고 임기응변에 뛰어나다. 착하고 순종적이다. 고양이상의 여자가 관능적인 매력을 발상하면 남자들은 쉽게 도취된다. 시진핑 부인 펑리위안은 '공작상'이다. 공작은 화려한 깃털을 지닌 새다. 공작상은 대중으로부터 인기를 누리는 운이 강해 출세하고 성공하는 관상이다.문재인 부인 김정숙 여사는 어린 '사자상'이다. 야성은 약하나 기백과 배짱은 백수의 왕 후손답다. 어린 나이에 혼인하는 조선시대였다면 이미 왕비로 간택됐을 관상이다. 홍준표 부인 이순삼 씨는 '개구리상'이다. 입도 크고 눈도 크고 통도 크다. 안철수 부인 김미경 씨는 '산양상'이다. 평생 자세와 행동이 변하지 않고 가정과 집안에 헌신하는 현모양처다. 유승민 부인 오선혜 씨는 '토끼상'이다. 토끼상은 순하고 착하고 큰소리 치는 경우가 없고 차분하고 조용한 성격이다. 312쪽 2만원.

2019-04-25 11:12:15

시시콜콜

[책 체크]시시콜콜/ 허허당 스님 지음/ 서해문집 펴냄

'사막, 벌판, 황무지는 내 영혼의 텃밭이다. 사막에 서면 온 세상을 껴안는 힘이 생기고, 벌판에 서면 온갖 생명을 사랑하는 힘이 생긴다. 그리고 황무지에 서면 무한한 자비심이 샘솟는다. 겨울산 겨울나무는 슬프게도 아름답다. 빈 나뭇가지가 바람에 흔들리면 내 안의 모든 것이 눈물이 된다.지은이 허허당 스님은 1974년 해인사로 출가해 선(禪) 수행을 쌓았다. 1978년 붓을 잡기 시작해 지리산 벽송사 방장선원에서 선화작업을 했다. 현재 포항 비학산 자락에서 작업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당신이 좋아요 있는 그대로' '그대 속눈썹에 걸린 세상' '왼발은 뜨고 오른발은 닿네' 등이 있다.'깨어 있는 삶은 오늘을 사는 것이다. 무엇이 되기 위해 오늘을 사는 것은 오늘이 아니다. 오늘은 오늘을 사는 사람만이 오늘이다. 깨어 있는 사람은 늘 오늘을 산다.'이 책은 허허당 스님이 몸과 마음의 통증에서 길어올린 짜릿한 삶의 아포리즘 131편과 선화 그림 67점이 책갈피 속에 숨쉬고 있다.

2019-04-25 10:23:23

나는 정신병에 걸린 뇌 과학자 입니다/바버라 립스카·일레인 맥아들 지음/심심 펴냄

30년 가까이 뇌와 정실질환을 연구해온 신경과학자가 어느 날 '정신이 이상하고 무시무시하게 변하는' 경험을 한다. 30년간 살던 익숙한 동네에서 길을 잃고, 3분 전에 무엇을 했는지도 까먹는다. 아침에 출근했더니 갑자기 오른손이 보이지 않고, 가족이나 동료에게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화를 낸다. 신경과학자는 자신이 겪은 정신적 붕괴가 무서웠지만, 값을 매길 수 없이 소중한 선물이라 말한다. 오랫동안 뇌를 공부하고 정신질환을 연구해왔지만 실제로 정신을 잃는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생새하게 경험하게 됐다는 것이다.'나는 정신병에 걸린 뇌 과학자입니다'는 정신질환이 어떤 것인지, 병의 내부에서 들여다 본 이야기다. 정신질환을 연구하는 과학자가 어떻게 정신질환자가 되었는지, 그리고 얼마나 놀랍게 회복했는지를 통해 정신질환자와 그 가족들에게도 과학적인 위로를 건넨다.◆정신질환 전문가가 내부에서 들여다본 정신질환바버라 립스카는 30년간 동물과 인간의 뇌를 해부하고 정신질환의 원인을 연구한 신경과학자다. 특히 '조현병' 연구의 세계적 전문가로 조현병이 발생하는 뇌의 핵심 부위가 어디인지를 밝혀낸 인물이다. 그런 그가 자신이 평생을 바쳐 연구한 정신질환의 특징을 직접 경험하면서, 어떻게 뇌가 그 기이하고 당혹스러운 증상을 만들어내는지 비로소 제대로 이해하게 된다.과학자, 특히 정신질환과 뇌를 연구하는 과학자가 자기 전공 내용을 몸소 경험하는 일은 흔치 않다. 립스카 박사는 2016년 '뉴욕타임스'에 자신의 이야기를 '정신병에 걸린 신경과학자'(The Neuroscientist Who Lost Her Mind)라는 제목으로 기고했다. 정신질환자, 의사, 환자 가족들에게서 수많은 격려가 쏟아졌고, '정신질환이 뇌의 질병이라는 것을 상기시켜주고 희망을 줬다'는 평가를 받아 책으로 출간됐다.2015년 1월 23일 목요일 아침, 미국 국립정신보건원 뇌은행원장 바버라 립스카 박사는 사무실 컴퓨터를 켜려는 순간, 마치 손목에서 잘라낸 것처럼 손이 시야에서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병원으로 달려간 그는 3년 전 이겨냈다고 믿었던 흑생종이 뇌에 전이됐다는 진단을 받는다. 뇌종양과 싸우기 시작한 그는 투병 중에도 뇌 연구자, 아내, 엄마인 자신의 일상을 변함없이 이어가려고 애쓴다. 하지만 자신도 모르는 사이 걷잡을 수 없는 정신질환의 소용돌이에 빠져들고 만다.립스카 박사는 방사선 치료와 면역 치료로 뇌 세포가 뇌에 염증을 만들어 전두엽이 심각하게 손상됐다. 그러면서 여러 정신병적인 증상을 겪었다. 자제력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고 자기 행동이 어떤 결과를 낳는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거나 무관심해졌다.◆정신질환은 마음이 아닌 생리학적 문제정신을 잃었다가 되찾은 뒤로 립스카 박사는 자신을 점검하는 일에 집착하게 됐다. 그는 책을 통해 "30년 이상 정신질환에 관해 연구해오는 동안, 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그리고 정신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를 내게 진정으로 가르쳐준 것은 바로 나 자신이 겪은 고통이다. 도저히 의미가 파악되지 않는 세계. 과거는 순식간에 잊히고, 미래는 계획할 수도 예측할 수도 없으며, 어떤 논리도 없는 세계에서 사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 나는 몸소 경험했다. 그 결과 나는 내 정신을 점검하는 일에 집착하게 되었다. 내 정신이 또다시 오류를 저지르지 않는지 끊임없이 스스로를 시험한다. 수학 문제를 풀고, 날짜를 기억하려 애쓰고, 깜빡 잊고 제대로 마무리하지 못한 것은 없는지 점검한다. 마라톤 출전을 준비하며 훈련을 하듯 내 정신을 운동시킨다. 혹시 겪었을지 모를 모든 상실을 벌충하기 위해 나는 더욱 호기심 왕성하고 탐구적이고 예리하고 논리적인 사람이 되려고 노력한다. 정신이상이 다시 돌아올지도 모른다는 공포를 매순간 느끼며 살고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또 자신이 다른 사람의 감정과 곤경에 더 세심하게 주파수를 맞추게 되었고, 어머니로서, 아내로서, 친구로서 그리고 과학자로서 더 이해심 깊은 사람이 되었다고 고백한다. 상당수 사람들은 언젠가 자기 자신이나 부모, 배우자에게서 기억상실, 성격변화 등 립스카 박사가 겪었던 당황스러운 정신의 변화와 마주할 수 있다. 그의 내밀하고도 생생한 이야기는 정신질환이 마음의 문제가 아니라 생리학적 문제라는 점, 암이 환자의 잘못이 아닌 것처럼 정신질환 역시 환자의 잘못이 아니라는 점을 환기시킨다. 그리고 정신질환을 대한 가장 적절한 태도는 정신질환에 대한 깊은 이해와 공감이라는 점을 알린다. 372쪽. 1만6천800원.

2019-04-25 10:21:50

[반갑다 새책]당신도 행복을 공부하면 행복해질 수 있다/정동기 지음/도서출판 국보 펴냄

지은이 정동기는 대구에서 약사로 일하고 있으며 이 책은 그가 쓴 첫 번째 수필집이다. 특히 지은이는 '취미생활 예찬론자'로 일 못지않게 취미생활을 중요시 여긴다."행복의 핵심은 다른 사람의 칭송과 칭찬을 받으며 사는 사람이 아니라 일상에서 자기 나름으로 긍정적 정서 즉 기쁨, 즐거움, 만족, 감사, 사랑, 희망, 열정 등을 자주 경험하고 실천하며 사는 사람이다. 사람은 사는 곳 못지않게 살아가면서 갖는 마음자세가 행복에 많은 영향을 준다. 낙천적이고 긍정적이며 매사에 만족하고 감사하며 희망을 잃지 않고 열정적으로 사는 사람은 어디에 살던 항상 행복하다."(본문 중)그렇다. 깊이 공감 가는 말이다. 그런데도 삶은 언제나 팍팍한 듯 힘든 듯 쉽게 행복의 곁을 내주지 않는 것 같은 것이 많은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이다. 왜 그럴까. 같은 조건이나 환경에서 누구는 행복한데 누구는 전혀 행복함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그런 점에서 이 책은 '행복한 생활을 위한 지침서'에 가깝다. 지은이에 따르면 행복을 절로 오는 것이 결코 아니다. 행보도 배우고 찾아야 비로소 우리 곁에 찾아든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삶이란 무엇인가?' '행복이란 무엇인가?' 등의 문제도 가만히 있으면 누가 집어다 주는 것이 아니다, 삶 속에서 치열하게 사고하고 끊임없이 탐색해야만 비로소 행복한 삶이 우리의 손에 쥐어지는 것이 아니겠는가?이런 점에서 이 책은 행복에 대한 실례를 인용하고 많은 독서와 생활 체험을 바탕으로 한 인생독본으로서 가치가 있다.현재 지은이는 경남 창녕에서 태어나 대구에서 유학하고 성균관대 약대를 졸업했다. 대학 강의와 약사회 간부 등을 하다 몇 년 전부터 수필가로 등단해 문학회 활동을 열심히 하고 있다. 175쪽, 1만2천원

2019-04-24 11:30:30

소설가 전경린 씨가 22일 매일 탑 리더스 아카데미를 찾아 괴테의 '파우스트'를 통해 인간 실존의 문제를 논했다. 사진 임경희 매일 탑리더스 미디어전문위원

소설가 전경린, "현실의 근심과 괴로움을 사랑하면서 살아가야"

"'멈추어라, 너 정말 아름답구나라고 말한다면 너는 나를 꽁꽁 묶어가도 좋다. 그러면 나는 기꺼이 죽으리라.' 파우스트 박사가 악마에게 영혼을 파는 계약을 할 때 나오는 대사입니다. 자유도 생명도 싸워서 얻어야 누릴 자격이 있는 겁니다."대표작 '내 생에 꼭 하루뿐인 특별한 날' 등으로 유명한 소설가 전경린 씨가 매일 탑리더스 아카데미를 찾았다. 전 작가는 이날 괴테의 작품 '파우스트'를 소개하며 우리 삶의 실존 문제를 논했다.전 작가는 "젊었을 때 파우스트를 접했으나 신과 악마, 지옥과 천국이 나오는 뻔한 내용이라 여겨져 책을 덮었다가 재작년에 우연히 다시 읽게 됐는데 경험이 쌓이고 나니 이번에는 책에 빠져들게 됐다"며 파우스트의 줄거리를 자신의 시선으로 소개하며 그 속의 의미를 공유했다.그는 파우스트가 사랑과 관능에 빠지기도 하고, 권력을 탐하기도 하다 결국은 모든 것이 일장춘몽, 인생무상이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는 것을 소개하며, "파우스트는 삶 속에서 '멈추어라, 너 정말 아름답구나'라고 외치지 않고 그냥 흘려보냈다"며 안타까워했다.그는 "자유도, 생명도 날마다 싸워서 얻는 자만이 그것을 누릴 자격이 있다는 것이 교훈"이라며 "현실의 근심과 괴로움을 사랑하면서 조금 더 나은 내일로 나아가기를 바라게 됐다"고 말했다.소설에 대한 정신분석학적 접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대해선 "문학 작품 속 인물에 대해 광인이냐 정상이냐 판단을 하는 것은 매우 한정적인 시각일 뿐"이라며 "문학의 가치는 어떤 특이한 인간, 소외된 인간이라도 그를 중심으로 재구성하면서 그 존재를 정당화하는 데 있고 그것이 문학의 가치이자 아름다움"이라고 평가했다.그는 "제 소설을 정신분석학자가 분석한다면 '이 사람은 소설을 통해서 자신을 구해왔다'고 얘기할 것 같다"며 "소설을 쓰지 않았다면 매우 어려웠을 것이고, 다른 소설가를 통해서 존재로서 살아갈 수 있는 힘을 계속 얻는 것 같다. 내 소설을 읽는 독자들도 그것을 얻길 바란다"며 강연을 마쳤다.전 작가는 199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중편소설 '사막의 달'로 등단한 뒤 2004년 단편소설 '여름휴가'로 대한민국소설문학상 대상, 2007년 단편소설 '천사는 여기 머문다'로 제31회 이상문학상 대상을 받았다.

2019-04-23 15:46:01

일러스트 전숙경 (아트그룬)

[시니어문학상 논픽션 당선작 '늦깎이 인생'](4회)

▶그리운 아우에게아우야오늘따라 하늘은 더 푸르고바람은 더 세차게 불어댄다네가 잠든 그 곳은 시방 눈발도 날린다지입춘도 지났건만 창밖의 바람은 고추보다 맵다10분 늦게 나왔지만 엄마 뱃속에서는지가 형이었다고 우기던 아우먼저 태어난 아이가 동생이 되는 나라도 있다고 엄마한테 진짜로 형이 나인지 너인지 물어보자고 우기던 아우10분 늦게 태어난 것이 그렇게도 억울해20년 먼저 떠나버린 거야?오늘따라 유난히 보고 싶은 아우야서로가 서로를 보며 닮았다며 웃던 아우야그리움이 짙디짙으면 바람타고 구름타고돌아오기도 하는가 보다오늘 새벽 거울 안에서 이제 내가 형이다내가 먼저 갔으니까 내가 형님이지라며버티고 서 있을 아우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까진하고 진한 이 그리움을 어찌 전하나한 날 한 시에 태어난 우리 인연의 색깔은 어떤 색이었을까 ▶어린 과외 선생 오리처럼 뒤뚱 걸음이지만 혼자 걷기를 시작하자 이제 중단했던 학업을 계속해야겠다는 당연한 욕심이 발동했다.우선 필요한 것이 등록금 마련이었기에 초등학교 학생들을 모아 과외선생을 했다.우리 집은 장소가 협소해 학생 집에서 수업을 했다.두 군데 과외선생을 하며 독학을 하게 되었는데 4년 만에 들여다본 중학교 교과서는 전혀 딴판이었고 수학에 나오는 집합이라는 것은 그 의미조차 몰라 한글사전을 찾아야 할 정도였다.정작 과외를 받아야할 학생은 그들이 아니라 나였다.그러나 내가 과외를 받는다는 것은 언감생심 꿈도 못 꿀 일이었다.시간을 쪼개고 쪼개 죽기 살기로 공부하던 중 심한 감기몸살로 이틀을과외수업을 못해주게 되었다.사흘째 되는 날 비바람이 세차게 불던 날 나에게 세 명의 꼬마들이 물어물어 우리집으로 찾아왔다.손에 과일이 든 비닐봉지 하나씩을 들고서 울음 섞인 목소리로 '' 선생님! ''하면서 들어서는 아이들은 흠뻑 젖어있었다.그때 깨달았다.선생님이라는 존재가 제자들에게 어떤 존재이며 스승이 제자들에게 어떤 모습을 보여야하는지.새삼 중2 담임 선생님이 그리워지는 순간이었다. ▶때 늦은 고등학교 입학 독학하느라고 코피가 터지고 입술이 터지자 아버지는 ''그렇게 애쓰지 말고 쉽게 입학할 수 있는 농업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닭이나 키우면서 너하고 싶은 문학공부를 하면 어떻겠니?'' 라고 말씀하셨다.그러나 나는 가톨릭 신부가 되고 싶었고 그래서 반드시 인문계 고등학교로 진학해야했다.결국 지방 명문고라는 청주고등학교에 당당히 합격하고 때늦은 학교생활을 시작했다.그러나 이 또한 녹녹치 않았다.동급생보다 나이가 네 살이나 많은데다 순수 경상도 사투리를 쓰니 근처에 오는친구들이 없었다.동급생이 아니라 거의 아저씨 대접을 받았다.4년간의 투병생활로 인해 아주 가까운 친구 몇 명 이외는 나와 교류하는 사람이 거의 없는 외톨이 신세였다.그래서 학교 문학 동아리에 들어가 시를 쓰며 학우들과 어울렸다.시화전도 하고 시낭송회도 하면서 가까이하는 선후배들이 한 명 한 명 늘어갔다.2학년 봄 어느 날 같은 성당에 다니는 동급생 여섯 친구가 집으로 찾아왔다.자기들은 단순히 동급생이 아니고 의형제들인데 나이가 같아 가끔씩 마찰이 있을때는 갈등을 해소해 줄 수 있는 리더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큰형으로 모시고자 왔다는 것이다.이틀간의 고민 끝에 승낙을 하고 '세븐브라더스'의 맏이가 되었다.고등학교 졸업 후 각자 다른 직업을 가졌지만 모두들 성실한 사회인으로살고 있고 다섯은 서울에서 한명은 청주에서 나는 울산에서 살고 있지만오십년이 지난 지금까지 의형제의 연이 이어지고 있고 지금도 매달 한 번씩 저녁모임을 갖고 있다.나는 개원의사라 바쁘다는 핑계로 자주 참석하지 못하지만 전화로 카카오톡으로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친형제 못지않은 정든 탑을 쌓아가고 있다.고2 첫 모임 때 함께 외쳤던 ''포에버 세븐브라더스''가 지금까지 지켜지고 있고이승을 떠날 때 까지는 만남이 이어질 것이다.아니 저승에 가서도 의형제는 계속 만날 것이다.에피소드 하나.3학년 졸업 무렵 대학에 입시원서를제출하러 갔었는데 어떤 사복 입은 학생이 '' 정곤이 형!''하고 나를 불렀다. 내가 그에게 한 대답은 '' ''너는 누구니?'' 였다.한반에서 일 년을 지내고도 그가 같은 반 친구라는 사실을 몰랐다.2년을 거의 매일같이 성당에 드나들면서 학생회 월간 소식지를 직접 먹지에 쓰고등사해서 만들었으니 언제 대학입시준비를 제대로 했겠는가?결국 졸업반이 되어서야 학업에 매달렸으니 같은 반 친구 얼굴도 이름도 모르고졸업한 것이다.아마 그 친구가 함께 의과대학에 다니지 않았다면 지금도 전혀 모르는사람이 되었을 것이다.그렇게 때늦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게 되었다. ▶진로에의 고민 고등학교 졸업반이 되면서 진학문제로 고심하게 되었는데 내 꿈인 가톨릭 신부와아버지의 꿈인 의사가 결국 충돌을 일으키게 되었다.아버지는 결혼도 못하는 신부가 되는 것에 반대하셨다.당시에는 아버지는 신자가 아니었다.독실한 신자인 어머니의 허락과 누나 형의 지원도 있었지만, 아버지는 끝내 반대하셨다.성당 성모상을 탑돌이 하듯이 돌고 돌면서 묵주기도를 드렸다.기도에 대한 답이 왔다.''일단 의사가 되어라. 의사가 되고 나서 신학교로 간다고 하면 그때는 아버지도 지금처럼 강경하게 반대를 하지는 않을 것이다''그렇게 해서 나는 의과대학에 입학원서를 넣었다. ▶의과대학 입학 청주에서 멀지도 않고 국립대학이라 등록금도 비교적 적게 드는 충남대학교 의예과로 원서를 접수하고 나서 보니 신학교를 갈 요령으로 거의 매일 하교하면 성당에서 살다시피 했으니 입시공부는 게을리 할 수밖에.의예과에 합격 하려면 현재 성적으로는 턱없이 부족할 터.또 며칠을 죽기 살기로 책과 씨름을 한 결과 다행히 일차는 합격을 했다.(4월30일 자 시니어문학상 면에는 논픽션 당선작 '늦깎이 인생' 5회가 게재됩니다)

2019-04-22 18:00:00

무역의 세계사/윌리엄 번스타인 지음/라이팅하우스 펴냄

세계를 호령했던 로마제국과 네덜란드 동인도회사, 대영제국등의 공통분모는 '무역'이다. 세계 패권을 이야기하는데 있어 무역은 핵심 키워드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미중 무역전쟁과 브렉시트 등의 세계적 이슈도 결국 무역이 그 중심에 있다. 세계적 경제사학자 이자 금융이론가로 이름 높은 윌리엄 번스타인은 무역이 세계사를 만들어왔고, 앞으로 세계를 번영으로 이끌어갈 것이라 말한다.윌리엄 번스타인의 '무역의 세계사'는 기원전 3천년 메소포타미아의 초기 교역부터 오늘날 세계화를 둘러싼 거센 갈등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세계무역의 역사를 폭넓게 다룬다.◆긴 무역의 역사를 한권에2008년 '파이낸셜타임스'와 '이코노미스트'의 '올해의 책'에 동시 선정되면서 경제사 분야의 고전으로 자리 잡은 이 책은 2018년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되면서 10년 만에 베스트셀러에 재진입했고, 최근 국내 최초로 완역 출간됐다. '포브스' 지는 2018년 여름 필독서로 이 책을 추천하면서 "자유무역이 오늘날의 정치 지형에서 심각한 공격을 받고 있는 이때, 무역의 역사를 추적하는 번스타인의 책은 세계사 강의에서는 절대 들을 수 없는 이야기들로 당신의 시야를 넓혀줄 것"이라고 소개했다.책은 무역의 역사를 방대한 데이터를 통해 설명하고 있다. 번스타인은 '무역은 인간이 거부할 수 없는 본능'이라는 점과 '무역에 대한 욕구가 인류 역사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큰 축으로 세우고 무역의 역사를 풀어낸다. 또 전 세계가 다른 나라와 직접 경쟁에 노출되는 '세계화' 역시 인터넷 발명으로 20세기에 갑자기 이뤄진 현상이 아니라 무역을 통해 오래 전부터 점진적으로 이뤄졌다고 말한다.무역뿐 아니라 경제, 지리 등의 역사도 한눈에 볼 수 있다. 에드 타워 듀크대 경제학과 교수는 추천사를 통해 "번스타인은 유쾌하고 활력 넘치는 이야기꾼으로, 석기시대 이후 국제무역과 경제사가 어떻게 전개되었는지에 대한 풍부한 이야기를 독자에게 들려준다. 이 책은 역사, 지리, 경제를 한 권의 책 안에서 익힐 수 있도록 환상적인 방법으로 집필됐다"고 말했다. ◆인류 역사에 대한 낙관로마와 한나라 사이의 고대 교역은 수많은 중개인을 거치며 실크로드 전역에서 활발하게 이루어졌고, '무역의 종교' 이슬람이 발흥하자 안달루시아에서 필리핀까지 범이슬람 상권이 형성됐다. 이 교역 체계에서 각 국은 '무역할 것인가', '침략할 것인가' 혹은 '보호할 것인가'의 선택에 직면했다. 어떻게 선택하느냐에 따라 다른 교역 환경이 만들어졌고, 나라의 운명이 결정되기도 했다.포르투갈이 희망봉을 돌아가는 데 성공하면서 오늘날처럼 서양이 상업을 지배하는 시대가 열렸다. 네덜란드가 한 세기 뒤에는 교역 선봉에 섰고, 다시 영국 동인도회사가 네덜란드를 밀어냈다. 무역 경쟁에서 밀려난 나라는 비참한 결말을 맞았다. 책은 '아편전쟁'을 예로 들며 중국이 어떻게 서구 열강에 철저히 유린당했는지, 그리고 그것이 오늘날 미중 무역 갈등의 뿌리가 되고 있음을 짚어본다. 과거의 영광을 되찾으려는 중국과 세계 패권을 지키려는 미국의 갈등은 무역의 역사에서는 낯선 모습이 아닌 것이다.무역으로 인한 세계화는 부작용을 낳기도 했다. 유럽은 신대륙에서 값싸고 질 좋은 물건이 들어오면서 전통적인 농민과 노동자들이 타격을 입었고, 이같은 형태의 부작용은 현재도 선진국에서 나타났고 있다.그럼에도 번스타인은 인류 역사에 대한 낙관적인 자세를 견지한다. 그는 "인류는 점차 덜 폭력적으로 변해가고 있는데, 무역을 통해 이웃이 죽기보다는 살 때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라며 무역이 인류 역사를 번영으로 이끌 것이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들려준다. 692쪽, 3만5천원. ▷지은이 윌리엄 번스타인(William Bernstein)은 금융이론가이자 경제사학자로, '투자의 네 기둥', '부의 탄생' 등 경제 고전으로 자리잡은 책들을 써왔다. 월스트리트의 투자회사들이 아니라 풀뿌리 개인투자자들을 대변하는 '가장 정직하고 사려 깊은' 투자이론가로도 유명하다. 화학박사와 의학박사 학위를 가지고 있으며, 투자 이론가와 경제사학자로 활동하기 전까지는 신경과 전문의로도 일해 다양한 분야의 방대한 지식을 자랑한다.

2019-04-18 11:45:34

[반갑다 새책]아름다움의 진화/리처드 프럼 지음'양병찬 옮김/동아시아 펴냄

이 책은 '성선택'(Sexual Selection)이 새와 인간을 포함한 다른 동물들의 신체와 행동에 얼마나 강력한 영향을 미쳤는지를 일깨워준다.수컷 마나킨새들은 무리를 지어 일사불란한 단체공연을 펼치지만 암컷과 짝짓기를 할 수 있는 건 딱 한 마리뿐이다. 게다가 책을 읽다보면 '남성과 여성들이 겨드랑이털을 가지게 된 이유' '다른 포유류들을 죄다 음경골을 갖고 있는데 유독 인간 남성만 그걸 상실한 이유' '에덴의 동산에서 일어난 황당한 사건의 전모'도 알게 될 것이다. 이런 까닭에 2017년 뉴욕 타임스 올해의 책에 선정됐으며 2018 퓰리처상 최종 후보작에도 올랐다.침팬지 암컷은 강압적인 우두머리 수컷을 피해 자신이 고른 수컷과 달콤한 밀월여행을 떠나고, 구애행동을 위해 수컷이 무대를 만드는 바우어새의 경우 비상탈출구가 마련되지 않은 무대에는 암컷이 얼씬도 하지 않는다. 이 모두가 강압적으로 일어나는 데이트 폭력을 회피하기 위해서다. 이는 인간만이 아니라 모든 동물이 성적 자기결정권과 자율성을 확보하기 위해 나름의 전장에서 싸우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 현존하는 동물들의 신체에는 그 지난한 싸움의 역사가 '진화'라는 형태로 아로새겨져 있다.이로 인해 지은이 리처드 프럼이 30여년 간 현장 연구에서 우러나오는 깊이 있는 통찰의 결과는 "동물의 진화사는 젠더 투쟁의 역사이다"라고 한다.예일대학교 조류학과 교수로 재직하는 지은이는 현존하는 새들의 생태, 서식지, 구애행동만이 아니라 그들의 조상 이야기까지 다다르며 나아가 유인원과 종래에는 인간 사회의 문화와 섹슈얼리티까지도 두루 섭렵한다. 섬세한 세밀화와 함께 새들이 부르는 세레나데마냥 조곤조곤 이어지는 이야기는 더할 나위 없이 환상적이다. 596쪽, 2만5천원

2019-04-18 11:40:49

일러스트 전숙경(아트그룬)

[시니어문학상 논픽션 당선작 '늦깎이 인생'](3회)

◆가을 운동회 하늘은 청명하고 바람은 잔잔한 어느 가을날 오후일광욕을 하기 위해 휠체어를 타고 병원 동산에 올랐다.그곳에서는 전찻길 건너 맞은편에 내가 다니던 경남중학교가 보인다.마침 그때 그 학교에서는 가을 운동회가 한창이었다.우레 같은 함성과 북소리 장구 소리와 함께 뛰고 달리는 친구들의 모습들이 선연하게다가왔다.육군사관학교에 진학하여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장교가 되겠다는 꿈이 사라진지 오래일 뿐만 아니라 두 발로 제대로 걸을 수나 있을까 하는 두려움과 절망감에 사춘기 소년의 가슴 속은 여지없이 무너지고 있었다.내가 잘못한 것이 대체 무엇이길래 신은 나에게 이렇게 가혹한 벌을 주셨을까?원망하고 또 원망하며 한없이 눈물을 흘리며 하늘을 올려다보는 순간 나는 깨달았다.''신이 인간에게 고통을 줄 때 그가 이겨내지 못할 고통은 주지 않는다.그 고통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면 전화위복의 기회가 될 것이다.위기가 곧 기회가 될 수 있다''이 깨달음이 내 인생을 어떻게 뒤바꾸어 놓을지는 이때는 미처 몰랐다.대소변도 가리지 못하는 온몸 마비로 인한 욕창으로 네 번의 피부이식수술 후21개월 만에 결국 내 다리로 걷지도 못한 채 휠체어를 타고 퇴원할 수밖에 없었다.무료입원에 부산대학병원 최장기간 입원 기록을 뒤로 한 채. ◆21 개월만의 귀가 일 년하고도 9개월 간의 병원 생활을 마감하고 돌아온 집은 말 그대로 썰렁했다.퇴원을 축하하는 팡파르는 고사하고 아버지의 한숨소리만 가득했다.전혀 난방이 되지 않은 방은 시베리아 벌판이 따로 없었다.이불을 깔고 누웠지만, 장기간 침대 생활을 한 나에게는 마치 바위 위에 누운 느낌이었다.그러나 한기도 불편한 이부자리도 잠시였고 우선 배가 고파도 집 어디에도 먹거리가 없다는 사실에 또 한 번의 절망감이 나를 괴롭혔다. ◆성경책과 고구마 방은 온기가 없어 썰렁한데 일어설 수 없다는 자괴감과 절망감은 나를 더욱 힘들게 했다.그러나 그보다 더 힘든 것은 배고픔이었다.집안에는 물 이외에는 먹을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그런데 초등학교를 다니던 막내의 제안에 나는 그만 영혼을 빼앗기고 말았다.앞집에 사는 아이가 성경책이 필요한데 성경책을 주면 고구마를 한 개 주겠다는것이었다.결국, 입원 중에 간호사 누나가 준 그 성경책을 고구마와 바꿔 먹었다.이후 한동안 죄책감에 시달리다가 이듬해 성당에서 세례를 받을 때 신부님께 고해성사하지 않을 수 없었다.그 신부님께서는 "내가 너라도 그렇게 했을 거야"라고 말씀해주셨지만 5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내 몸과 마음속에는 죄로 그리고 빚으로 남아있다.히포크라테스 선서식 때 자신에게 약속한 두 아들 결혼 시킨 후 언제인가 진료실 문을 닫은 후 일 년 간 주님이 허락하는 곳에서 의료봉사를 할 수 있게 되기를 소망한다. ◆가장 무서운 적은 자기 자신이다. 추위와 배고픔도 잠시 어떻게든 일어서야 한다.그리고 내 발로 걸어야 한다는 절박함이 독기를 품게 되고 자신과의 싸움을 하게되었다.지금처럼 재활의학이 발달하지도 않았고 병원에 다닐 형편이 되지 못해 혼자서 죽을 힘을 다해 방 안에서 벽을 짚고 걷는 연습을 계속했다.나의 재활 의지를 한기와 허기도 꺾지는 못했다.광안리 백사장에서 넘어지고 일어나기를 수백 번 아니 수천 번 끝에 나는 비록 목발에 의지 했지만 걷기를 시작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혼자 걸을 수 있게 되었다.그때 알았다.가장 무서운 적은 자기 자신이라는 사실을.퇴원 후 수개월이 지난 어느 날 아침 출근길에 나서시던 아버지께서 두고 가신 담배를 가지러 집으로 다시 오셨다.형도 누나도 학교에 가고 없었고 집에는 나 혼자 있었다.안방에 있던 담배를 들고 넘어질 듯 넘어질 듯 뒤뚱 걸음으로 담배를 들고아버지에게 다가갔다.그 순간 아버지의 눈물과 나의 눈물이 엉켜 강물을 이루고 있었다.그 때 그 순간의 아버지와의 포옹을 잊을 수 가 없다.그 때 그 감격을 어떻게 잊을 수 있겠는가절망이 희망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아버님 전 상서 그립고 그리운 아버지아버지를 향한 그리움이란세월이 가도 바래지 않는짙고 짙은 물감인가 봅니다 때로는 달 빛 타고 오시고때로는 별 빛 타고 오시네요 생전에 지으시던 그 미소보름달 속에서 보이고 생전에 들려주시던 그 말씀달 빛 타고 들려 주시네요보고 싶은 아버지오늘 밤에는 저와 함께가로등 환한꽃길을 함께 걸어요 꿈속에서라도 함께 걸어요우리광안리 해변 광안리 바닷가는 그리움 가득한 마음의 고향 끝이 보이지 않는 수평선 바라보며절망을 삼키며 한숨짓던 고아 소년넘어지고 또 넘어지며 끝내 울음 토하던 그 곳 모든 일을 기도하듯 하라는 깨우침 있어이를 악물고 기듯 걷듯파도소리만 들리는 깜깜한 시각까지모래사장에서 자신과 끝없는 싸움을 하며자살이라는 몹쓸 것을 바다에 던지고목발 짚고 허허로운 웃음으로돌아서던 곳 그리움 가득한 마음의 고향나의 어머니 ◆떡 사세요. 떡! 어느 해 여름방학 때 쌍둥이 동생과 나는 아르바이트 아닌 생존투쟁을 하고 있었다.둘이서 떡 장사를 하는데 까까머리 머슴애 둘이서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떡 사세요! 떡"을 아무리 외쳐도 떡은 팔리지 않고 따가운 햇볕에 떡에서 쉰 냄새가나기 시작하는 것이었다.이것을 어찌해야 하나 고민하기 시작했다.그냥 우리가 먹어버리자는 생각과 그래도 본전은 건져야 한다는 생각 사이에서 번민하는 사이 시간은 자꾸 흘러가고 더는 지체할 수가 없어서 그 떡판을 들고 광안리해수욕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던 누나를 찾아갔다.차비가 아까워서 두 시간을 걸어서 갔다.땀에 흠뻑 젖은 모습으로 떡판을 들고 나타난 쌍둥이 동생을 본 누나는 울면서 우리들의 뺨을 때렸다.이미 떡은 상해서 버려야 하는 지경인데 지체장애인 동생이 그것도 걸어서 거기까지 온 것이 떡이 상한 것보다 누나 속이 더 상했던 것이다." 정 안 팔리면 그냥 먹어버리지 그랬냐! 미련들 하기는."그랬다.정말로 미련했다.그런데 더 큰 문제는 육십하고도 아홉인 지금도 나는 여전히 미련하다는 것이다.하늘나라로 먼저 소풍 가버린 쌍둥이 아우가 너무나 그리워지는 밤이다.하늘나라도 소한인 오늘 밤은 엄청 추울 텐데...아우야!미안하다. 내가 미련해서.(4월23일 자 시니어문학상 면에는 논픽션 당선작 '늦깎이 인생' 4회가 게재됩니다)

2019-04-15 17:30:00

수필과지성창작아카데미 문학 기행

대구교육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과 지성 창작아카데미(주강 장호병)는 13일 조태일 시문학기념관과 구례 곡성 일원을 돌아보는 문학기행을 했다. 은종일 시인, 석오균 수필가 등 50여 명이 함께했다.

2019-04-14 11:54:14

[책]소년을 위한 재판/심재광 지음/공명 펴냄

인천 중학생 추락사 사건, 관악산 집단폭행 사건, 인천 여중생 집단강간 사건 등 소년 흉악범죄가 잇따르면서 '소년법 폐지'에 대한 국민들의 여론이 들끓고 있다. 하지만 소년법이 정말 가해소년과 범죄소년에게 유리한 솜방망이 처벌을 위한 법인지에 대해 정확히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소년법 폐지를 논하기 전에 소년법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팩트체크를 할 필요가 있다.'소년을 위한 재판'은 실제 소년재판을 담당하고 있는 현직 소년재판부 판사가 소년법을 알기 쉽게 풀어낸 것이다. 소년법에 대한 오해를 풀고 현행제도의 개선에 대한 고민 등을 각종 사례를 통해 풀어냈다.◆소년법의 본 모습은?지은이는 소년법 폐지 목소리가 커지면서 소년보호재판의 실무 최전선에 일하는 사람으로서 의문을 품었다. '혹시 소년법과 제도의 본 모습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고, 제대로 알려지면 소년법에 대한 국민들의 불편한 마음에 위안이 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실제로 우리는 '소년이라는 이유로 무조건 형벌이 감형되는 것은 부당하다. 지나치게 범죄 소년을 감싸는 것 아닌가', '형사재판과 소년재판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소년재판을 받는 소년들과 보호자들을 위해 필요한 정보는 무엇인지' 등 소년법에 대한 의문을 가지고 있다. 이 책은 요즘 소년들이 어떤 잘못을 저지르며, 소년보호재판은 형사재판과 어떻게 다른지, 소년법은 무엇이 문제이고 어떻게 진화해야 하는지를 한눈에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소년법에 불편함을 느끼는 독자들에게 지은이는 소년법에 대한 개념 설명과 함께 소년법의 필요성을 역설한다.소년법에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들은 잘못을 저지른 소년에게 주어지는 것이 '처벌'이 아니라 '보호처분'이라는 점에서 비판한다. 하지만 지은이는 소년들에게 보호처분이 형사처벌보다 결코 가볍지 않다고 봤다.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보호처분에는 교육이나 봉사만 있는 것이 아니라 6개월 내지 2년 동안 시설에 위탁되거나 소년원에 보내짐으로써 자유를 박탈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소년 범죄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절도, 폭행 등을 성인범죄와 같은 기준으로 판단하게 되면 대부분이 집행유예나 선고유예를 받고 풀려나게 된다. 소년 재판을 진행해온 지은이의 생각으로는 보호처분이야 말로 소년들을 매우 귀찮게(?) 해서 징벌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소년법 적용 나이 낮추고, 피해소년 보호조치 강화 필요현재 소년법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대해 지은이는 소년법 적용 나이를 낮추는 것에 대해서는 동의하고 있다."인터넷이 일상화되고 스마트 기기가 광범위하게 보급되면서 소셜 네트워크 구축과 정보 습득 면에서 지나치게 '영악'해진 소년들의 사회적 성장을 반영하자면, 형법상 책임능력을 13세 정도로 낮추어 만 13세 이상 소년이면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개정하는 것은 충분히 의미 있는 입법논의라고 생각한다."또 현행 소년법과 제도에서 피해소년에 대한 보호조치를 더 강화해야 한다고 말한다."소년보호재판을 통해 가해소년에 대한 보호처분뿐만 아니라 피해소년을 위한 보호처분도 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만드는 것이 어떨까 싶다. '소년보호'라는 개념 속에 가해소년의 건전한 성장뿐만 아니라 피해소년의 건전한 성장도 목표로 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다."책을 읽다보면 소년법과 소년보호제도가 허술하거나 간단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소년들을 위한 각종 필요조치들이 세밀하게 이루어진다는 사실도 알 수 있다. 소년법의 기초적인 개념부터, 소년재판의 절차를 따라가다 보면 소년법이 나와도 연관성이 있는 법임도 깨닫게 된다.지은이는 직접 다룬 사건을 전하면서, 재판을 받는 소년들과 보호자들을 위해 필요한 정보는 무엇인지도 알려준다. 또 흔히 혼동하고, 가장 많이 물어오는 소년법에 관한 질문을 추려 '소년법 Q&A' 코너로 설명하고 있다. 소년법과 소년보호제도를 이해하기 위해 꼭 필요한 개념은 알기 쉬운 만화로 구성해 어렵지 않게 책장을 넘길 수 있다. 344쪽, 1만7천원. ▷지은이 심재광은 2007년 판사로 임관한 이후 12년 동안 민사, 형사, 가사, 회생파산 등 각 분야의 재판을 두루 맡아왔다. 2017년 서울가정법원 가사소년전문법관으로 선발됐고, 2019년 현재까지 소년보호재판을 맡고 있다.

2019-04-11 11:30:57

[반갑다 새책]지리산 화개동/최석기 글'김종길 사진/지앤유 펴냄

팍팍한 현실을 벗어나 심신이 편안한 거주지는 없을까? 이른바 무릉도원이 그러하다.이 책은 지리산 화개동을 유람하고, 은거하고, 수도한 한국인들의 흔적은 찾아 나선다. 지리산 화개동과 사랑에 빠져 이곳에 기거한 것으로 전해 내려오는 서산대사와 최치원 그리고 그들이 자연에 남긴 흔적을 찾아 나선 많은 후대의 문인들, 시간을 넘나들며 이곳을 여행하고 그리워한 기록을 이 책에 담았다.1558년 화개동을 찾은 조식은 "나는 물을 보고 산을 보았으며, 그 산수 속에서 고인을 만났고 그들이 살던 세상을 보았다"고 했다.화개동에는 불교음악의 발원지 칠불사, 최치원이 학을 불러 타고 갔다는 청학동, 고려시대 한유한이 속세에 환멸을 느껴 떠나와 은거한 부춘동천 등 빼어난 아름다움을 자랑한 수많은 화개동의 이야기를 통해 당대의 무릉도원으로 안내해 준다.화개장은 화개동으로 들어가는 동구로서 그 안에 삼신동천, 쌍계동천, 청학동천 등 신선 세계가 펼쳐져 있다. 일찍부터 화개동은 현실 세계와 동떨어져 때 묻지 않고 깨끗한 구역이며, 또 신선이 살고 있는 세계며, 권력의 억압이 미치지 않는 낙토(樂土)였다. 이 때문에 꼭 한 번 가서 흉금을 상쾌하게 하고 세속에 찌든 때를 말끔히 씻고 올 수 있는 최적의 장소였다.이뿐 아니라 화개동은 선인들과 승려들의 수도처이기도 했다. 이들의 수도처로는 지리산 주능선 영신봉 밑에 있던 영신사, 의신마을에 있던 의신사, 범왕리에 있는 신흥사 등 세 사찰이 유명했다.지은이는 은거문화, 무릉도원, 신선 세계의 청정한 이미지, 수도처를 화개동의 4가지 문화원형으로 꼽고 이를 지켜나가고 알려 나갈 것을 주장한다. 390쪽, 1만8천원

2019-04-11 11:29:48

마흔, 처음에는 좀 아찔했지만

[책 체크]마흔, 처음에는 좀 아찔했지만/ 알렉산드라 라인바르트 지음/ 유영미 옮김/ 뜨인돌 펴냄

'나이가 들어갈수록 좋은 점이 하나 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 하고 싶은 것과 하고 싶지 않은 것을 더 잘 알게 된다는 점이다. 또 하나의 멋진 일은, 객관적으로 멋지게 보이는 것과 자신에게 맞는 것을 잘 구분할 수 있게 된다는 점이다.'지은이는 독일의 광고쟁이이자 에세이스트이다. 평범하고 지루한 일상을 유쾌하게 만드는 다양한 실험을 해본 뒤에 그 경험을 책으로 펴내는 독특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이 책은 마흔이 되면 줄어드는 것과 늘어나는 것, 결혼 서약의 의미, 중년의 위기에 대처하는 방법, 아름답게 늙는다는 것, 이별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등 자신을 성찰할 수 있는 내용이 담겨 있다.지은이는 "지금은 어둠 속에 있지만 언젠가는 긴 터널을 지나 밝은 빛에 다다를 것을 아는 데서 나오는 강함이 있다. 가슴 속에 아픔을 지닌 채로도 삶을 충만히 살아낼 수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그 통찰력을 지닐 수 있다면 나이 들어가는 것은 특권이다"고 말한다. 231쪽 1만3천원.

2019-04-11 11:24:16

벌침 교육 전문가 이영기 씨가 벌침과 봉료법에 대한 책자를 냈다. 그는

"대구는 양봉의 메카…양봉박물관 하나 있어야"

"국내에 수많은 종류의 박물관이 있어도 유독 제대로 된 양봉박물관이나 자료관조차 하나 없어요. 우리 나라 양봉의 역사는 삼국시대로부터 이어져 내려올 정도로 역사가 오래됐지만 조상들의 손때 묻은 각종 양봉 서적이나 자료, 도구, 기구 등은 찾아보기 어렵고 또한 소장하고 계신 분도 거의 없는 현실입니다."달성군 가창에 사는 이영기(71) 씨는 20여 년간 벌침 교육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 이런 그가 벌침과 봉료법을 알리고자 2014년에 '벌침과 봉료법으로 무병장수 하는 법' 초판을 발간한데 이어 올해 다양한 자료들을 보충해 개정 증보판을 펴냈다. 개정 증보판에는 한국 근대양봉의 역사 및 전국 각처에서 어렵게 구입한 자료들을 정리했으며 국내 최초로 조사한 귀중한 자료들도 포함돼 있다."대구시와 달성군이 우리나라 양봉과 벌침의 메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거의 전무할 것입니다. 심지어 학계나 역사가, 양봉인들조차 관심을 갖고 있지 않아요. 양봉박물관이나 자료관을 하루 빨리 건립하기 위한 디딤돌을 놓는다는 생각에서 이번 책을 발간하게 됐습니다."우리나라 양봉의 역사는 동양종벌은 삼국시대부터 양봉이 시작된것으로 보고 있다. 고구려와 백제의 유민들이 세운 발해국에서 벌꿀과 밀랍초를 일본에 선물했다는 기록이 있다. 서양종벌은 독일인 구걸근 신부가 1911년 일본에서 서양종벌을 가져와 서울 백동수도원에 양봉을 했다는 기록이 있다. 하지만 필자는 이보다 1년 전 달성군 논공면에서 1910년 일본인 오까모도 씨가 일본 고치에서 24군을 갖고 와 양봉을 했다는 새로운 기록물을 찾아 서양종벌 도입 역사를 재정립했다."몇년 전 일본 기후시에 있는 일본 최초 양봉장인 와타나베양봉장을 방문하게 됐어요. 이곳에서 1920년 11월 발행한 '양봉지우' 138호 특집호에 '조선의 양봉'이 게재된 것을 발견했죠. 이 책에 달성군 논공면에 위치한 백기농장 주인 오까모도 씨가 1910년부터 과수원을 하면서 양봉 종봉 분양과 벌꿀 및 양봉기구를 판매했다는 기록을 접하게 됐죠. 기록상으로 우리나라 최초의 양봉장으로 사료됩니다."그의 연구실에는 양봉에 대한 희귀 자료가 빼곡하다. 양봉, 봉침, 봉산물 관련 책자만 500권이 넘는다. 우리나라 최초 양봉교과서인 1917년 발간 봉파 윤신영 저 '실험양봉', 우리나라 최초 양봉 잡지인 1967년 동아양봉원 발간 '월간양봉계', 1984년 고려양봉원 발행 '한국봉침요법연구회 기관지' 제1호 등을 소장하고 있다. 또 각국 벌 관련 오래된 우표, 엽서, 배지를 수집해 진열해놓은 액자만 50여 개를 갖고 있다. 또 장수말벌 수천마리로 한반도 지도를 만든 진기한 액자도 있다. 그는 현재 장수말벌독에 관한 약리작용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인터넷에 양봉카페도 운영하고 있는 데 회원만 1만5천명이 넘는다."벌은 식물 번식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매개체죠. 벌이 없다면 먹거리가 사라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세계 각국은 벌을 보호하려 노력하고 있어요. 미국 백악관은 물론 일본 아베 총리 관저에도 벌을 키우고 있다고 해요.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그렇지 못하는 게 안타까워요."미국, 호주, 영국 등은 도시양봉이 발달돼 있다. 미국은 벌 보호를 위해 연간 수백억원의 예산을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또 벌을 살리기 위한 캠페인도 대대적으로 벌이고 있다. 어린이 양봉 체험교육도 실시해 벌은 경계의 곤충이 아니라 친숙의 곤충이라는 것을 일찌감치 심어주고 있다. 일본은 장수말벌자료관을 건립해 각국 벌집 1천여개를 수집, 전시하며 벌의 중요성을 홍보하고 있다. 우리 나라는 칠곡 등 전국 3곳 정도 벌 체험관이 있지만 자료는 빈약하다.우리나라는 현재 단위 행사로 벌꿀축제가 없다. 그는 양봉의 메카인 대구에 벌꿀축제 개최를 제안하고 있다. 수성못이나 신천에서 10일 기간으로 벌꿀을 판매하고 벌침을 놓고 자료를 전시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전국에 있는 양봉인이 모여들어 명품 축제로 자리잡을 수 있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사라져가는 벌 관련 자료를 보존하기 위해 대구에 양봉박물관 건립이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그러면 자신이 소장하고 있는 희귀자료들을 기증할 의사를 갖고 있다.증보판 '벌침과 봉료법으로 무병장수 하는 법'에는 한국 양봉의 역사뿐만 아니라 벌꿀, 로얄제리, 프로폴리스, 벌화분, 벌유충, 밀랍, 벌집 성분 및 복용법 등 봉산물요법을 쉽고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또 벌침요법, 증상별 벌침법, 외국의 봉료법 체험사례 등도 담고 있다. 397쪽 4만원.

2019-04-11 11:23:07

일러스트 전숙경 아트그룬

[시니어 문학상 논픽션 당선작 "늦깎이 인생"②]김정곤

◆호떡 장수 아저씨 중2 겨울방학을 며칠 앞둔 어느 날 하교 후 나는 갈 곳이 없어서 방황하고 있었다.초승달 뜬 하늘에는 별이 총총하고 삭풍은 허기진 나를 더 허기지게 했다.엄마가 하늘로 가서 별이 되시고 아버지는 돈 벌러 가신다고 집을 나가신 후 소식이 끊긴 터라 4남 1녀는 뿔뿔이 흩어져 이 집 저 집에서 눈칫밥을 먹으며 학교에 다녔다.형과 누나는 고등학생이라 입주 가정교사라도 할 수 있었지만 어린 나를 선뜻 받아주는 곳은 아무 곳에도 없었다.아침에 큰집에서 나올 때 "오늘 오후에 둘째가 제대해서 집에 온다고 하니 학교 끝나면 너의 외갓집으로 가거라"라는 큰어머니 말씀이 있었다.얼마 전에 외갓집에서 나와서 큰집으로 간 터라 다시 외갓집으로 갈 수가 없었다.바람은 차고 배는 고프고 신세가 하도 처량하여 저절로 눈물이 나왔다.밤은 깊어 자정 통금시간이 다 되어가는 시각에 내 눈 속에 반가운 호떡 수레가 들어왔다.무작정 들어간 수레에는 아저씨가 아주머니와 함께 그날 장사를 끝낼 준비를 하고 있었다.나는 다짜고짜로 "아저씨! 그 연탄불 끄지 마세요. 저 오늘 여기서 자야 해요"라고 말했다.아저씨는 교복을 입은 채로 울면서 말하는 나를 보더니 " 너, 부모님께 야단맞고 가출을 했지? 이 녀석아! 부모란 다 제 자식 잘되라고 야단도 치고 매도 들고 그러는 거야. 집에서 걱정하고 계실 테니 어서 집으로 돌아가거라"라고 말씀하시면서 팔다가 남은 호떡을 두어 개 주고는 연탄불에 물을 부어버리는 것이었다.울면서 호떡을 먹는 사이에 연탄불은 꺼지고 아저씨는 빨리 집으로 가라고 재촉을하셨다.고아 아닌 고아 신세가 된 나는 대성통곡을 하고 사연을 들은 아저씨는 혀를 끌끌차시면서 내 손을 잡아주셨다.아저씨 집으로 따라 갔더니 단칸방에 애들이 세 명이나 자고 있었고, 나는 자는 둥 마는 둥 웅크리고 있다가 아침에 아주머니가 끓여 주시는 우거지 죽을 맛있게 먹고 등교 준비를 하는데 내 등을 쓰다듬으며 아주머니가 말씀하셨다." 젊어서 고생은 돈 주고 사서도 한단다. 용기를 잃지 말고 열심히 살아야 해! "이후 본과 3학년 때까지 가정교사 생활을 하며 간신히 의대를 졸업하게 되었다.인턴을 끝내고 다시 찾아간 그곳에는 호떡 수레도 이미 없어졌고 아저씨는 어디로 이사를 하였는지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그러나 그토록 따뜻했던 온기는 여전히 그 자리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내가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자주 언급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투병일지 중2 봄방학을 맞아 중3 진학준비를 하던 중 발끝에서 시작된 마비 증세가 서서히 올라와 며칠 지나지 않아 온몸이 마비되어 목과 양팔 밑으로는 움직일 수도 없고 감각도 없어 대소변 처리도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다행히 가출한 아버지가 집으로 돌아오시기는 했지만 가난한 아버지가 내 병을 위해 하실 수 있는 것은 다 큰 아들의 기저귀를 갈아주는 것 이외에는 특별히 할 것이 없었다.앉을 수만 있으면 창밖 풍경이라도 볼 텐데 누가 슬쩍 건드리기만 해도 사지가 뻣뻣해지면서 팔도 다리도 만세를 불렀다.그러나 누워서 그냥 죽을 수가 없어서 이 병원 저 병원 심지어는 부산 제3 육군병원까지 찾아 갔었다.그러나 진단 결과 답은 한결같았다.''특별한 치료 방법이 없습니다.''사춘기 예민한 감성이 나를 가만히 놔두지를 않았다.몇 번이나 자살을 시도했지만 죽지 않았다. ◆기적을 만나다 유월 중순 엄마 제사를 지낸 다음 날 새벽에 어디선가 까치가 울고 있었다.엄마가 다녀가시면서 보낸 까치였다.그날 오전에 반갑고 반가운 전보를 받았다.부산대학병원에서 연락이 온 것이었다.외국 유학을 다녀오신 유명한 교수님께서 수술을 해보겠다는 것이었다.대학병원에 입원해 정밀진단을 다시 하고 수술을 받게 되었다.임상시험용 수술이라 일체의 치료는 무료로 한다.단 만일에 수술에 실패할 경우에는 대학병원 해부실습용으로 시신을 기증한다는조건을 달았다.그렇게 운명의 신께 아니 조 성옥 교수님께 내 모든 것을 맡기고 수술대에 올랐다.9시간 만에 무사히 수술이 끝나고 회복실을 거쳐서 병실로 돌아왔다.의식이 회복되자마자 이 병으로 수술을 받은 환자가 내가 두 번째고 내 앞서 수술을 받았던 강원도 아주머니는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다.너무나 충격적이었고 나도 과연 살아 퇴원할 수 있을까 아니면 의과대학 해부실습용으로 남겨지는 신세가 되는 것은 아닐까?착잡한 마음에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내가 만난 의사 살아있는 것이라고는 양 팔과 얼굴 뿐, 몸뚱이는 완전 마비라 꼼짝을 못하니 욕창이 생겼다.피부이식 수술을 세 번이나 했었지만 다 실패하고 네 번째 수술을 마치고 나온 며칠 후 간병해주던 누나가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 그만 침대에다 큰 실수를 하고 말았다.내가 내놓은 오물이지만 이것이 다시 상처로 들어가면 수술을 또 한 번 더 해야 하는데 이식에 필요한 피부를 떼어낼 수 있는 곳이 더 이상 없는 절박하고 황당한 상황이 되었다.언제나 어디서나 무슨 일이 생기면 나타나는 홍길동 아닌 김의진 선생님이 " 짜자자잔!" 하고 나타났다.간호사도 부르지 않고 장갑도 낄 겨를도 없이 양 손으로 그 오물들을 신문지에옮기는 것이었다.예민하다는 사춘기에 환자가 된 나는 수시로 김 선생님을 괴롭혔다.시도 때도 없이 마치 내 가족인 것처럼 불러댔다.그러나 단 한 번도 내 앞에서 얼굴 한번 찡그린 적도 없었으며 힘들다고 말한 적도 없었다.참 신기했다.언제나 어디선가 무슨 일이 생기면 병실에 나타나는 저 의사는 도대체 잠은 언제자는지 식사는 어떻게 하는지 어디 있다가 저렇게 총알같이 나타나는지?항상 콧노래를 부르며 다니는 김 선생님의 인기는 말 그대로 최고였다.환자들한테만이 아니라 병동 간호사들에게서도 선망의 대상이었다.아무리 의사라도 맨손으로 오물을 만진다는 것은 쉽지 않을 터인데 거의 본능적이고 반사적으로 하는 김 선생님의 처치 모습을 보면서 나는 나의 은인을 넘어 영웅으로 내 마음 속에 깊이 모시게 되었다.당시 내가 장차 의사가 될 것이라고는 언감생심 꿈도 못 꾸던 그때에 그는 이미 나의 영원한 정신적 지주가 되셨다.(4월16일 자 시니어문학상 면에는 논픽션 당선작 '늦깎이 인생' 3회가 게재됩니다)

2019-04-08 16:30:00

[내가 읽은 책] 시계가 셈을 세면/최춘해 동시집/ 브로콜리숲 2017

진달래꽃 피었다. 진달래로 산이 홍조를 띠면 대지는 술렁인다. 새봄이 궁금하여 씨앗이 눈을 뜨고, 사방으로 꽃불 번진다. 나뭇잎들도 쏟아져 나와 재잘댄다. 모두가 처음이 아니지만 처음인 듯 새롭다. 진달래꽃 역시 어릴 적 고향 마을 앞산과 뒷산에 피던 진달래와 같은 모양과 빛깔이지만 분명 그때의 그 꽃은 아니다. 작년에도 보았던 바로 앞의 진달래도 오늘 처음 조우하는 새 꽃이다. 봄마다 설렘으로 다가오는 꽃처럼 최춘해 선생님의 첫 동시집 '시계가 셈을 세면'도 오래된 새 책이다.이 동시집은 1967년에 세상에 처음 나왔던 모습 그대로 2017년에 새로 나왔다. 최춘해 선생님께 동시를 배운 제자가 보은의 선물로 복고 판으로 펴낸 것이라 의미가 더 아름답다. 동시는 단순히 어린이만을 위한 책이 아니다. 누구도 어린이였던 때가 없지 않았음을 상기하게 한다. 결국 어른들도 호기심과 꿈으로 순수했던 동심의 초석을 딛고 오늘을 산다. 동시는 우리 마음 속 순수를 건드리는 들숨이다.그래서일까 시집은 독자를 타임머신에 태워 친구들과 진달래꽃 따 먹던 시골 마을, 산과 들, 학교 운동장과 교실에서 마냥 신나게 뛰놀던 어린 시절로 데려간다. 매끄럽지 못한 인쇄술, 오탈자, 한글맞춤법의 변화도 경험하게 한다. '새끼 한 가닥으로/ 기차를 만'들어 달리는 아이들이 보이고, '비가 오는데… 그네가 내 차지다'고 책보를 맨 채 그네를 타는 분이도 있다. '몽당연필', '뻐스' 등의 정다운 시어가 미소 짓게 한다.봄의 대지처럼 시가 살아 움직이며 미래를 꿈꾸던 순수하고 아름다운 때를 기억하게 한다. 섬세하고 다정하게 잃어버린 동심의 세계로 이끌며 나를 반성하게도 한다. '새싹이 눈을 감고/ 강아지처럼 젖줄을' 빠는 '이른 봄'. '쪼록 쪼록/ 가지에 물오르는 소리/ 토독 토독 눈트는 소리를' 듣는 '봄비'. '오월 아침' '지구의 맥박 소리.'는 '산마루에 선 나도/ 한 마리 새가' 되게 하고, '시계'가 셈을 세면 '지구가 돌지 않곤/ 배겨나질 못합니다.'시집은 겨울마저도 힘차고 따뜻하게 한다. 평생 교육자의 삶을 산 작가의 인자한 미소도 보인다. '엎치락 뒤치락 / 뛰고 궁굴고.' '눈치를 살피지 않는… 자라는 교실'이 흐뭇하다. 시인은 천성이 봄의 대지(흙)와 같아서인지 시인의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이 어머니와 자라는 아이들로 살아난다. 또, 시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병아리가 자라고,/ 아기가 자라고/ 새싹이 자라는 건/ 정말은 시가 자라는 것,//시를 만들려고/ 지구가 돈다,'고 한다.진달래꽃 깨물면 쌉싸래하고 달짝지근한 향기가 입안 가득히 퍼진다. 봄맛이다. 있는 그대로는 향기도 없는 듯 그저 순한 진달래꽃이 떼어져 화전이나 술 등으로 거듭나면 매혹적인 본래의 향을 발한다. 여운이 감미롭다. 흙의 시인 최춘해 선생님의 첫 마음이 담긴 이 책이 진달래꽃 맛과 닮았다. 참 스승의 모습을 동시로, 삶으로 보여주는 작가와 존경을 표현한 제자의 마음에 필자는 저절로 발그레했다.강여울 학이사 독서아카데미회원

2019-04-04 14:39:46

파란하늘 빨간지구/조천호 지음/동아시아 펴냄

2018년 다보스 포럼에서 전문가 745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재해성 날씨'가 대량살상 무기 다음으로 인류가 직면할 가장 영향력 큰 위험으로 꼽혔다. 날씨가 위험이라는 사실은 이제 일상이 됐다. 지난해 살인적인 폭염이 한반도를 덮쳤고, 하늘을 뿌옇게 덮은 미세먼지는 외출조차 힘들게 만들고 있다. 이제 기후변화는 다가올 위험이 아니라 눈 앞에 놓인 문제가 됐다. 이 책 '파란하늘 빨간지구'는 기후변화 시대의 본질을 이야기하고, 대중들의 경각심을 일깨워준다. ​◆인류가 맞닥뜨린 기후변화의 위기지은이 조천호는 국립기상과학원 초대 원장이다. 대기과학자인 지은이는 기후변화에 대해 독자들이 알기 쉽게 설명하면서, 기후변화로 인해 찾아오고 있는 위기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책은 우리가 누리고 있는 문명이 특정한 기후 조건에서 가능했던 '우연의 산물'이라 말하며 시작한다. 빙하기에는 너무 추워서 농사를 지을 수 없었기 때문에 한 곳에 정착할 수가 없었고, 따라서 문명도 탄생할 수 없었다. 간빙기가 되어 약 1만 2천년 전 기온이 안정되고, 약 7천년 전 해수면 변동이 끝나고서야 농경 생활이 가능해지고 문명이 탄생할 수 있었다는 것. 현대 문명도 마찬가지로, 해수면 상승이나 생태계 파괴 같은 대규모 환경 재앙이 일어나면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다.기후변화는 과거에도 있었다. 90만 년 전부터는 약 10만 년 단위로 간빙기와 빙하기가 교대로 나타났는데 그때 기온 차이가 4~5℃ 정도였다. 그런데 산업혁명 이후 약 100년 만에 기온이 약 1도 올랐다. 4~5도가 오르내리는 데 10만 년이 걸렸는데 지금은 단 100년 만에 1도가 오른 것이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에서는 이번 세기 내에 기온 상승 제한 목표를 산업혁명 이전과 비교했을 때 1.5도 이내로 잡았다. 산업혁명 이전보다 기온이 1.5도 이상 상승하게 되면, 그 이후에 일어날 일은 걷잡을 수 없을 것이라는 계산에서다.책은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미세먼지의 본질도 언급한다. 현재 미세먼지 문제는, 그 배출원이 어디냐에 과도하게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경향이 있지만, 오염먼지 때문에 생기는 피해는 산업이 발전하면서 나타난 피할 수 없는 부작용이라는 점에 주목한다. 19세기 스웨덴은 영국에서 날아오는 매연 때문에 검은 장막이 씌워진 듯한 하늘을 보고 살아야 했다. 하지만 이제 우리보다 훨씬 청정한 대기 질을 보유하고 있다. 국가와 사회가 나서서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노력했기 때문이다. 미세먼지에 대해 근본적인 차원에서 고민을 해야 할 때라고 말한다. 인공강우나 거대 공기청정기처럼 미세먼지 농도를 줄일 수 있는 다양한 대책이 제시되지만, 땜질식 처방일 뿐이라는 것. 미세먼지 감축을 위한 규제 강화, 대중교통 인프라 개선 등에 힘을 쓰면 미세먼지 발생 자체를 줄일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일들을 추진하면 비용이 많이 들고 이해관계가 충돌하며 논란이 일어나고, 얄팍한 비상 대책으로 대중의 관심을 돌리려는 것이 아닌지 의심한다. 지은이는 미세먼지 해결을 둘러싼 시도들은 우리 사회의 수준과 실력을 가늠할 수 있는 척도가 될 것이라 말한다.​◆기후변화의 시대, 어떻게 살아야 할까​기후변화는 빙하가 녹아 북극곰이 살 수 없다는 식의 생태 문제 만이 아니라 모든 영역에 치명적 영향을 미친다.지은이는 정치, 경제, 외교, 안보 등의 차원에서 기후 변화가 변수가 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우선 탄소배출이 일으킨 기후변화로 인해 전 지구적으로 큰 비용이 발생해 경제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런던정치경제대학교 니콜러스 스턴 교수가 발표한 스턴 보고서에 따르면, 지금 기후변화에 대응을 전혀 하지 않았을 때 이번 세기 중반에 발생하는 비용이 세계 GDP의 5~20%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반면 지금 당장 대응에 나설 경우 기후 비용을 GDP의 1% 정도에서 막을 수 있을 것이라 예측한다.안보 측면에서도 기후변화가 치명적인 결과를 불러온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다르푸르 지역에서 인도양 계절풍의 영향으로 강수량이 40% 이상 감소하자, 유목 생활을 하던 아랍계는 사람들은 아프리카계 사람들이 농사를 짓던 농지를 침범했다. 피부색도 다르고 종교도 다른 두 집단 간의 갈등은, 겉으로 봤을 때는 인종전쟁이나 종교전쟁이지만, 실상은 기후변화로 촉발된 기후전쟁에 가깝다는 것이다.이 책은 기후변화의 현 주소와 그 배경을 분석해 알기 쉽게 설명한다. 또 기후변화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아 주고, 파급효과에 대한 고민을 던진다. 기후변화는 이미 많은 것을 바꿔놓았고, 그 피해는 주로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이 보고 있다. 온대 지역인 우리나라는 아직 큰 변화를 느끼지 못할 수 있지만, 저위도 지방에 사는 사람들은 이미 기후변화로 큰 고통을 겪고 있다. 우리가 살아온 방식이나 사회 시스템이 미래에 어떤 영향을 줄지 알아야 하고,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무엇을 할지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 지은이가 분명하게 전하는 메시지다. 292쪽, 1만6천원.

2019-04-04 11:34:24

[책체크] 미디어 크리에이티브/김혜성 지음/학현사 펴냄

제일기획 광고기획팀장, 맥켄에릭슨 한국대표 등을 거쳐 광고홍보업계에서 현장 경험이 풍부한 지은이가 뉴미디어 시대에 변해가는 광고 시장과 변화에서 살아남는 전략을 책으로 펴냈다. 신문과 TV의 영향력이 점차 줄어들고, 상호작용이 가능한 쌍방향 미디어가 우리 일상을 장악하면서 광고도 변해가고 있다. 직접 가지 않고도 실시간으로 보고, 듣고, 대화할 수 있는 시대에 광고는 과거와 어떻게 달라지고 있고,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은 어떻게 변했으며, 광고 제작자는 이런 변화에 어떻게 적응해야할지에 대해 이야기한다.지은이가 다양한 광고 실무 경험과 함께 오랫동안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친 경험을 바탕으로 펴낸 이 책은 광고학도나 광고 시장 관계자 뿐아니라 급격하게 변하는 뉴미디어 시대에 미디어 소비자들에게도 광고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지은이는 현재 대구가톨릭대학교 언론광고학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291쪽. 2만3천원.

2019-04-03 17:23:11

[반갑다 새책]통도사 사찰약수/이병인'이영경 지음/조계종 출판사 펴냄

'명산명찰명수'(名山名刹名水)라 했다. 명산엔 명찰이 있고 명수도 있다는 말이다. 경상남도 양산시 영축산에는 큰절인 통도사와 17개의 암자가 있고 곳곳에 40여 곳의 약수가 있다.이 책은 '불지종가'(佛之宗家)로서뿐 아니라 '차지종가'(茶之宗家)로서 통도사의 가치를 확인하기 위한 작업이다. 또한 통도사는 사찰의 창건과 중창에 대해 기록한 사적기에 '차샘'(茶泉)과 '다소촌'(茶所村)이라는 말이 기록되어 있는 우리나라 유일무이한 사찰이다.통도사 방장 성파 큰스님은 '국계이음'(掬溪而飮'두 손바닥으로 계곡물을 움켜쥐고 마신다)이 스님들의 일상사였다고 할 만큼 통도사 계곡물이 맑았었다.지은이들은 이에 2014년부터 2017년까지 4년간 150여 곳의 전국 약수를 찾아 수질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 4대 사찰약수로 영축산 통도사, 오대산 월정사, 속리산 법주사, 두륜산 대흥사의 약수를 꼽았다. 그리고 이 약수들의 수질 특성을 표로 정리해 책에 함께 실었다.40여 곳의 통도사 약수 중 특히 비로암 산정약수, 옥련암 장군수, 백련암 백련옥수, 안양암 영천약수, 자장암 자장수, 서운암 늪재 석간수 등이 유명하다. 이 중 백련옥수는 인근 한방병원에서 길어다 약을 달릴 정도이고 장군수는 부산과 울산의 차인들이 받아다가 찻물로 사용하고 있다.'모름지기 통도사를 찾아왔다면 큰절의 부처님 진신사리를 참배하고 잠시 틈을 내어서라도 숨겨져 있는 보물 같은 암자들을 찾아가봐야 한다.(중략)그곳에서 청정 약수를 마시며 어떻게 잘 사느냐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인생을 아름답게 마무리할 것인가를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본문 중에서)미세먼지가 판을 치는 요즘, 맑은 약수 한 잔이 문득 그립다. 256쪽, 1만8천원

2019-04-02 18:48:37

[논픽션 "늦깎이 인생" 당선소감] 김정곤

헐벗고 배고픈 시대를 살아온 시니어세대 모두가 숱한 상처를 안고 있으며 적지 않은 절망감에 좌절도 한두 번 경험하지 않았을 터.막상 전기나 다름없는 제 자신의 이야기를 보내놓고 난 후 스스로 발가벗은 것 같아 후회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굴곡진 삶을 살아온 한 사람의 이야기가 같은 시대를 살아온분들께 동병상련이 되고 다음 세대를 살아가고 있는 젊은이들에 조금이나마 용기를 주는 글이 된다면 제 부끄러움은 감수하기로 했습니다.미흡하고 누추한 글에 당선이라는 영광스러운 옷을 입혀주신 심사위원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65세 시인으로 늦깎이 등단 후 끊임없이 격려해주시고 성원해주신 '영남문학예술인협회' 회원님 '문학과시선' 회원님들께 감사를 드립니다.지체장애인 남편을 40년 넘게 한결같이 웃음으로 내조해준 내 사랑 그리고 내 희망, 내 등불인 두 아들에게도 고맙고 고맙다고 전합니다.이번 당선에 힘입어 더욱 따뜻하고 포근한 글이 나올 수 있도록 배전의 노력을 다 하겠습니다.늘 찡그리고 왔다가 웃으면서 돌아갈 수 있는 진료실이 되도록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로서의 소임도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설령 내일 이승을 떠난다하더라도 후회가 없도록 기도하듯이 일하고 일하듯 기도하는 하루 하루를 살겠습니다.모든 분들께 거듭 감사드립니다. 김정곤

2019-04-01 17:30:00

일러스트 전숙경(아트그룬)

[시니어 문학상 논픽션 당선작 "늦깎이 인생"①]김정곤

◆이 세상 모든 신께 넝쿨 장미와 아카시아향이 온 누리에 은은하고 찬란한 아침 해가 환희의 봄을 노래하는 이 시각 이 세상 모든 신께 기도드립니다.저를 질투하지 마십시오.쌍둥이로 태어나 짝을 잃은 슬픔을 겪었습니다.중학교 3학년 때 척추를 다쳐 2급 지체장애자가 되었습니다.절망에 빠져 여섯 번이나 자살 시도를 했습니다.의사의 권익을 찾는 의권 투쟁을 하다 수배를 당하기도 했습니다.위암으로 위 절제수술을 받고 얼마 후 장 중첩증으로 소장 절제술을 받기도 했습니다.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어버릴 뻔도 했습니다.키 158cm에 체중이 45kg밖에 되지 않는 자그만 체구로 지팡이에 의지하지 않고는몸을 제대로 가누기조차 힘든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그러나 이제는 칠순이 내려다보이는 언덕에서 진정한 행복을 느낍니다.이 늙은이에게 찾아오는 환우들께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로서 찡그리고 왔다가 밝은 얼굴로 돌아갈 수 있게 해 줄 수 있는 지혜와 건강을 주신 신께 감사드립니다.가정에 평화를 주시고 두 아들이 활기차게 사회인으로서 제 몫을 다 할 수 있게 해주셔서 또 감사드립니다.아내와 40년을 웃으며 바라본 것에 감사드립니다.내년 3월 칠순 잔치 대신 미흡하나마 자그마한 시집 한 권으로 지인들께 그 동안의 은혜 갚게 하옵소서.지금 이 순간 제 일생 가장 행복합니다.신이시여!이제는 더 이상 저를 질투하지 마십시오.지는 해가 떠오르는 해보다 더 아름답다 했습니다.하루를 아니 한 평생을 열정적으로 살다지는 해처럼 아름답게 사라질 수 있도록 도와주시옵소서!설령 내일 이승을 떠난다하더라도 밝은 미소와 맑은 눈빛으로 작별하게 하소서!이 세상 모든 신이시여.제발 더 이상 질투만을 하지 말아주시옵소서!◆엄마와의 영원한 이별 신록의 계절 6월을 만끽하고 학교에서 돌아온 나는 집안에 들어서자마자 무엇인가어두운 기운을 단번에 느낄 수 있었다.한참을 침묵하던 누나는 다짜고짜 옷을 갈아입으라고 했다.교복을 벗고 평상복으로 입으려 하자 그때야 울음을 터트리며 새 옷으로 갈아입으라고 했다.엄마가 돌아가셨단다.청천벽력도 유분수지 등교할 때만 해도 건강하시던 엄마가 돌아가셨다니….명문 중학교에 입학하고 신입생대표로 '' 신입생은 말 한다''는 글이 학교신문에 실리기도 하고 초등학교 같은 반에서 함께 진학한 친구도 많아서 그야말로 꽃피는 봄을 마음껏 즐기고 있었다.열세 살 꿈 많은 소년은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용기와 자신감으로 충만해 있었다.그러나 너무나도 갑작스러운 엄마의 죽음은 내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장례식을 치르고 와서도 학교를 다녀와서는 무심코 ''엄마''하고 안방 문을 연 것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따뜻한 양지 볕에서 엄마 무릎에 누워 귓밥을 파주는 사랑의 손을 만지며 어리광 피우던 호사는 이제는 내 것이 아니었다.친구들과 신나게 떠들고 웃는 일도 시들해지고 등교조차하기 싫어진 즈음 엄마와의 영원한 이별보다 더 큰일이 벌어졌다. ◆골목길 고향 집 골목길을 돌고 돈다어디 정겹지 않은 골목길이 있을까마는반백 년 흐른 후에 찾아온 골목길 자국 자국마다켜켜이 쌓여있는 추억의 편린술래잡기하던 친구들 웃음소리 가득하고싸움박질 하던 친구들 고함에새들은 달아나고 열일 곱 어린 나이에엄마 영정 들고 울먹이며 걷던 형 얼굴어리둥절 뒤따르던 동생 얼굴 아직도 떠날 줄 모르고덩달아 나도 엉거주춤 머무는애잔함이 짙게 묻어나는그 골목길 ◆아버지의 무단가출 엄마가 돌아가시고 미처 숨 고르기도 전에 아버지가 ''돈 벌어 올게''라는 지극히 간단한 메모 한 장을 남기고 무단가출을 하셨다.졸지에 고아가 된 오 남매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오남매가 의논한 결과 각자도생을 위해 뿔뿔이 흩어질 수밖에 없었다.누나는 명문 여고를 다녀 가정교사로 입주하고 형도 가정교사를 했지만 나와 쌍둥이 동생 그리고 초등학교 다니던 막냇동생은 그저 막막하기만 했다.그러나 학업의 끈은 놓을 수 없어 등교는 꼬박꼬박했다.아버지가 남기고 가신 몇 푼의 생활비로는 언제까지 견딜 수는 없었다. ◆잊지 못할 선생님 중2가 되자 집안 살림은 더 궁색해지고 등록금을 못 내고 결국에는 등교정지 처분을 받았다.그러나 비록 출석을 불리지는 않았지만, 꼬박꼬박 학교는 갔다.수업도 수업이지만 점심시간에 무료급식으로 나오는 식빵 한 조각과 한 통의 우유를 얻어먹기 위해서.연속해서 몇 번의 등교정지를 당하자 더는 배짱을 부릴 수가 없었다.며칠을 결석 아닌 결석을 하자 담임 선생님이 가정방문을 오셨다.집안 사정을 이해한 선생님이 가시면서 선생님 호주머니에 있던 돈을 몽땅 주고 가셨다.''힘내라. 살아 못할 일은 없다. 네 꿈인 육군사관학교를 가려면 일단 중학을 졸업해야지''라는 격려 말씀과 함께.(4월9일 자 시니어문학상 면에는 논픽션 당선작 '늦깎이 인생' 2회가 게재됩니다)

2019-04-01 17:30:00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

기획 & 시리즈 기사

[매일TV] 협찬해주신 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