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책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 연합뉴스

100세 맞은 김형석 교수 쓴 책 '백년을 살아보니' 리커버 한정판 출간돼

연세대 김형석 명예 교수의 회고록 '백년을 살아보니'의 리커버 한정판이 올해 김 교수의 나이 100세를 맞아 출간됐다.저자는 이 책에서 먼저 100세 인생을 산 지혜를 담아 미래가 막막한 인생 후배들에게 들려준다. 왜 사는가, 무엇을 위해 사는가, 어떻게 살 것인가, 무엇이 행복인가 등 어떤 인생관과 가치관으로 살아야 할지 막막할 때 '백년을 살아보니'는 가정 문제, 사회 문제, 결코 외면할 수 없는 인생과 죽음까지 일상에서 부딪히는 문제들을 판단하고 처리하는 데 필요한 삶의 지혜를 제시한다. 돌이켜 보면 힘들었지만 사랑이 있는 고생이 행복이었다고 말하는 한 철학자의 고백은 쓸쓸하되 아름다운 울림을 선사한다. 김형석 교수는 현재도 저술과 강연으로 활동하고 있다. 귀가 잘 들리지 않는 것만 빼면 건강에 달리 문제도 없다고 한다. 사람은 성장하는 동안 늙지 않는다고 말하는 김형석 교수, 그가 쓴 '백년을 살아보니'는 지금도 스테디셀러로 읽히고 있다.

2019-02-22 13:36:41

[책] 바벨탑 공화국/강준만 지음/인물과사상사 펴냄

"피라미드 밑바닥에 있으면 짓눌리는 거고, 정상에 있으면 누리는 거야". 최근 종영한 드라마 'SKY 캐슬'에서 로스쿨 교수 차민혁은 자신의 아이들에게 끊임없이 '피라미드 꼭대기에 서라'고 소리친다. 피라미드 모형까지 두고 경쟁에서 반드시 이기라고 말한다. 심지어 같은 반 친구가 살인범으로 몰리자 '경쟁자가 사라진 것'이라는 섬뜩한 말도 서슴치 않는다.강준만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신간 '바벨탑 공화국'에서 한국사회를 '바벨탑'에 빗대어 설명한다. 지은이는 같은 인간들 사이에서 더 높은 서열을 차지하기 위해 각자도생형 투쟁이 결국 사회를 망가뜨린다고 꼬집는다. 그리고 이런 행태를 바벨탑에 빗대 탐욕스럽게 질주하는 '서열사회'의 심성과 행태, 서열이 소통을 대체한 불통사회를 가리키는 은유이자 상징이라고 표현한다.◆초집중화와 서열화로 빚어진 문제들지은이는 우리 사회의 모든 것이 서열화돼있다고 말한다. 주거지에서부터 대학 입시, 취업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회에 서열은 있지만 우리 사회는 서열 격차가 심각하다는 것을 지적한다. 일본만 해도 중소기업의 연봉은 대기업의 80퍼센트를 넘지만, 한국은 겨우 절반 수준이다. 300인 이상 대기업에서 일하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근로자 간의 임금은 최대 4.2배 차이가 난다. 이같은 서열 격차로 우리 사회는 누구에겐 천국이지만 누구에겐 지옥이 됐다.우리 사회에서는 집도 서열화돼있다. 아파트 이름이 사회적 지위를 대변해주고, 고급아파트 주문들은 바로 옆 임대아파트에 사는 아이들이 넘어 올 수 없게 담을 만든다. 서울 거주 20~34세 1인 가구 중 일명 '지옥고'(지하방, 옥탑방, 고시원)으로 불리는 곳에 사는 주거 빈곤 가구 비율은 2005년 34%에서 2015년 37.2%로 늘어나고 있다. 그런데 고시원의 3.3㎡ 당 월세는 13만6천으로 최고급 아파트인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11만6천원)보다 더 비싸다.고시원이 타워팰리스보다 비싼 건 '초(超)집중화(hyper-centralization)'의 문제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초집중화란 정치적 권력뿐만이 아니라 사회의 모든 영역에서 자원들이 지리적·공간적으로 서울이라고 하는 단일 공간 내로 집중됨을 의미한다. 이런 중앙 집중은 집중에서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중첩되면서 집적되는 형태까지 만들어내고 있다. 2013년 억대 연봉자 70%는 수도권에 거주하고 있으며, 2015년 취업 포털사이트에 등록된 기업들의 신규 채용공고의 73.3%가 수도권 지역에 몰려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갑질' 속에도 초집중화가 있다. '개천에서 용난다'라는 말은 계층 이동의 가능성을 의미한다. 대한민국이라는 나라 자체가 국제 사회에서는 개천에서 난 용이었고, 주변에도 개천에서 용난 케이스를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하지만 고성장 시대가 끝나면서 달라졌다. 게다가 개천에서 용이 나는 경우는 누군가의 희생이 전제돼야한다. 세계 무대의 선두에서 맹활약하는 재벌 기업들은 국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으며, 지금도 중소기업을 희생으로 한 각종 특혜를 누리고 있다. 좋은 직장에 다니는 보통 사람들의 고연봉도 다른 사람들의 저임금이라는 희생 위에서 가능한 것이다.◆수평지향적 삶을 통해 바벨탑 무너뜨릴 수 있다 초집중화로 인한 서열격차는 한국을 누군가에겐 '천국'이지만 누군가에겐 '지옥'으로 만들어버렸다.한국은 음식 배달의 지상천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입장을 조금만 바꿔 생각해보면 '천국'은 순식간에 '지옥'으로 변하고 만다. 2011~2016년 23곳의 병원 응급실에서 집계한 교통사고는 총 26만 여 건인데, 이 중 배달 오토바이 사고 건수가 4천500건에 이르며 15~19세 사고자가 15퍼센트에 달한다. 또 싼 전기료의 뒤엔 최소한의 안전 대책도 없이 화력발전소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숨진 하청 노동자가 있었다. 이 밖에도 우리가 세계적으로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모든 것이 그 이면을 살펴보면 예외 없이 누군가의 희생 또는 시장논리에 의한 사실상의 '수탈'이 숨어 있다. 우리는 한류에 대해 자랑스러워하지만, 이름 없는 영상 스태프 노동자들은 노동 착취를 당하고 있다. 한국은 비정규직 노동자와 감정 노동자 등 사회적 약자에게 가혹한 사회다.지은이는 상생을 거부하는 '탐욕'을 건전한 상식으로 만든 사회, 그 상식을 지키지 않는 게 오히려 문제가 되는 사회를 대한민국의 민낯이라 말한다. 바벨탑 공화국의 시민들은 자신의 서열과 그에 따른 이익을 지키려는 데는 악착같고 집요하다. 부자가 아닌 사람들마저 각자도생의 방식으로 작은 바벨탑을 세우려고 하기 때문에 그것을 동력 삼아 바벨탑 공화국이 건재한 동시에 더욱 기승을 부리는 게 된다. 책에서는 '왜 고시원은 타워팰리스보다 비싼가', '왜 아파트와 서울은 성역이 되었나', '왜 조물주 위에 건물주가 있다고 하는가', '불로소득 부자를 양산한 약탈 체제', '미친 아파트값의 비밀', '강남에 집중되는 공공 인프라 건설사업', '왜 지방민은 지방의 이익에 반하는 투표를 하는가', '왜 한국은 야비하고 잔인한 갑질 공화국이 되었나' 등 우리 사회의 병폐로 지적되는 현안들을 사례를 통해 들여다본다. 그리고 이같은 문제들은 바벨탑같은 수직지향적 삶을 수평지향적 삶으로 바꾸면 해결될 수 있다고 말한다. '사회'는 없고 오직 '나와 내 가족'만 생각하는 '바벨탑 멘털리티'에 근본 문제가 있으며, 오직 경쟁 일변도로 모든 문제를 해결해보려는 기존의 발상에 '협력'과 '공존'이라는 가치를 주입시켜야 한다고 제언한다. 284쪽. 1만5천원.

2019-02-21 11:53:10

조남주의 '봄날아빠를 아세요?' 밀리의 서재 제공

'82년생 김지영' 조남주 작가, 차기작 '밀리의 서재'에서 공개

'82년생 김지영'으로 화제를 일으킨 작가 조남주의 새 소설작품이 독서앱 '밀리의 서재'를 통해 공개된다.독서앱 밀리의 서재는 '밀리 오리지널' 서비스의 첫 작품으로 조남주 작가의 '봄날아빠를 아세요?'를 공개했다.밀리 오리지널은 밀리의 서재에서 직접 기획 ·제작 ·서비스하는 독점 콘텐츠로 매주 다른 작가들의 작품을 7주 동안 한 편씩 밀리의 서재에서 공개하는 것이 특징이다.밀리 오리지널 콘텐츠의 첫 작품으로 선정된 조남주의 '봄날아빠를 아세요?'는 현대 자본주의의 민낯을 드러내는 사회 고발 소설로 2월 11부터 밀리의 서재에서 서비스 중이다.밀리 오리지널 시즌1은 조남주 작가와 더불어 한국 문학을 이끄는 대표 소설가 7인이 참여했다. 2월 18일에는 정용준 작가의 『스노우』가 공개됐다. 앞으로 ▲이주란 작가의 『별일은 없고요?』(2월 25일 공개) ▲조수경 작가의 『오후 5시, 한강은 불꽃놀이 중』(3월 4일 공개) ▲김초엽 작가의 『캐빈의 방정식』(3월 11일 공개) ▲임현 작가의 『광화문 교보문고』(3월 18일 공개) ▲정지돈 작가의 『무한의 섬』(3월 25일 공개) 등이 진행된다.이번 밀리 오리지널 시즌1 작품들은 도시의 랜드마크를 주제로 한 것이 공통점이다. 밀리 오리지널은 각 시즌마다 특별한 테마를 다룰 예정이다. 이번 시즌 연재된 작품들은 한겨레출판과 함께 오는 5월과 6월 중으로 종이책으로 출간된다.밀리의 서재 콘텐츠전략팀 김태형 팀장은 "밀리 오리지널은 밀리의 서재 회원들에게 보다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고, 책 읽는 즐거움을 주기 위해 기획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출판사와 지속적인 협업을 통해 다양한 오리지널 콘텐츠를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2019-02-21 09:35:52

추필숙 작 '나만의 서재 '

[내가 읽은 책]나만의 속도 /혼자 책 읽는 시간 /니나 상코비치 지음/김병화 옮김/웅진지식하우스  

한때 '나만의 방'에 연연했던 적이 있었다. 지금은 '나만의 시간'에 대해 전전긍긍한다. 최근에 이런 고민을 날려버릴 책을 찾았다. 혼자 책 읽는 시간을, 소소한 행복을 머금은 사소한 일로 여겼었는데, 이 시간이야말로 대단하고 단단하게 우리를 우주만 한 행복의 상태로 이끈다는 것을 알려주는 책이다. 삶의 시공간을 끝없이 확대하는 저자의 안목과 열정을 깊이 지지한다.저자인 니나 상코비치는 하버드 로스쿨을 졸업하고 천연자원수호위원회 담당 변호사로 활동하며 블로그와 매체에 북 리뷰를 쓰고 있다. 이 책은 언니를 잃고 3년이 지나도 슬픔과 죄책감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던 저자가, 언니와 공유한 것들 중에서 웃음, 말, 책을 떠올리고 책에 풍덩 빠졌다가 다시 온전해져서 나타나려고 '마법 같은 독서의 한 해'를 선언하고 기록한 독서기이다.프롤로그가 있고, 본문은 총 21장으로 나누어져 있다. 2008년 46번째 생일에 『고슴도치의 우아함』으로 시작한 독서는 매일 한 권씩 읽고 다음날 서평을 블로그에 올리는 것으로 일 년 동안 이어졌다고 할 뿐, 블로그의 내용은 책에 소개되어 있지 않다. 대신 혼자 책 읽는 시간이 준 위로와 치유에 관한 내용이 꼼꼼히 담겨 있다. 읽는 것도 일이라는 것과 선물 받은 책의 딜레마를 논하면서 읽기의 어려움을 말하고, 읽기의 난이도와는 상관없이 서평을 쓰는 일의 난감함을 호소하기도 한다. 읽은 책의 순서와도 무관하다. 예를 들면, 11장 '남의 사랑이야기로 복습하는 옛사랑'이라는 소제목 아래에는 어니스트 J. 게인스의 '죽음 앞의 교훈'에서 발췌한 문구를 소개해 두고, 저자는 독자라는 옷으로 갈아입고 주인공의 사랑과 자신의 옛사랑을 함께 들려준다. 부록으로 도서목록이 실려 있다.우선 하루 한 권이라는 양이 놀라웠다. 무모한 도전이라는 말이 떠올랐고, 이렇게 강박적으로 읽은 책이 나중에 기억이나 날까 싶다가도, 무언가 미련 없이 실컷 해볼 수 있다는 것에 외경심을 느끼게 하고 가치를 부여하게 한다. 더불어 우리에게도 도전을 부추긴다. 읽을수록 책을 체화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해 준다. 저자는 책 속에 몸을 푹 담그고, 삶의 변화와 전환을 다루는 새로운 방식들을 목격하고, 유머와 감정이입과 연결의 도구를 발견했다고 밝힌다. 그것은 읽고 삼키고 소화하고 생각했으며, 그것을 기록했다는 말이다. 이러한 독법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또한 누군가는 이 독서릴레이에 기꺼이 동참할지도 모른다.저자는 등장인물들의 생사를 들여다봄으로써 언니의 죽음 대신 삶을 기억하고, 슬픔은 떼어내는 것이 아니라 기억을 통해 흡수하는 것임을 알게 되며, 죄책감은 『우연히』의 볼소버를 통해 치유하고 있음을 알린다. 나쁜 일이 오더라도 그것이 부담은 될 수 있지만 올가미는 아니라는 것을 독서를 통해 알게 되었고, 『열린 문』을 읽을 땐 울슨이 점점 더 좋아졌고, 거듭 밑줄을 쳤다고 했다. "책 한 권을 끝내기 싫어 가슴이 찢어진 적이 있는가? 마지막 페이지가 덮이고 한참 뒤까지도 계속 당신의 귀에서 속삭이고 있는 그런 작가가 있었는가?(143p)" 저자가 밑줄 쳤다는 부분이다. 이어서 저자는 웃음기 가득한 문학소녀로서의 어투를 빌려 "있어, 있다고!(143p)"라고 답해놓았다. 여기에서 나는 잠시 책을 덮었다. 검색해보니, 아직 한글판이 없다. 많이 아쉽다. 더불어 『큉컹커스』도 하루빨리 번역되길 바래본다.독서의 한 해가, 마음의 벗이었던 큰언니를 떠나보내고,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파악하는데 필요한 여백이었다고 말하면서도, 저자는 다시는 매일 한 권씩 일 년간 책을 읽지는 않겠다고 한다. 하지만, "아직 읽어야 할 책이 너무나 많고 찾아야 할 행복이 너무나 많으며, 드러내야 할 경이가 너무나 많다(281p)"는 말로 책을 끝내고 있다. 매화가 피었다. 꽃도 책도 '나만의 속도'에 맞추면 될 일이다.

2019-02-20 13:49:33

일러스트 전숙경(아트그룬)

[2018년 제4회 시니어 문학상 논픽션 부문 당선작]⑤열망

나도 얼른 밖으로 나가 고양이세수를 한 다음 식당을 향했다. 식당이라고 해봤자 역시 좁은 공간에 나무로 된 밥상이 길게 놓여있는 정도였지만. 그러나 여공들의 표정은 한결 밝아보였다. 새로운 하루의 시작이 그녀들에게 또 다른 꿈을 안겨주며 희망의 터널 속으로 몰아넣었는지도 정녕 알 수 없다.그리고 모두들 바쁘게 식사를 마친다. 늘 그렇듯 머리카락이 섞인 밥그릇을 비우며 그녀들은 단 한마디 말이 없었다. 어젯밤 꿈 얘기, 오늘의 일 얘기, 아님 가정사 등등 하고 싶은 얘기도 많을 법한데 그녀들은 오로지 침묵으로 일관했다. 나는 안타까운 눈으로 그녀들을 바라보며 가슴한편이 또다시 먹먹해왔다 누군가의 말대로 시절을 잘못 만났는지도 모르는 일이겠고 부모 복이 없는 건지도 알 수 없는 문제겠지만 다만 분명한 것은 자신의 운명, 태어남 그 자체가 모순이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나는 밥 대신 물 한 사발을 마시고 일어서 그곳을 빠져나왔다. 마음속이 여전히 찝찝했다.가발공장에는 야학교를 다니는 몇몇 학생들이 있었다. 가정형편이 어려워 정규대학에 입학하지 못한 불우한 환경의 학생들이었다. 그들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했다. 밤잠을 설쳐야만 하는 야간작업도 전혀 싫은 기색 없이 한달 내내 하는 학생도 있었고 조금이라도 수당을 더 받기위해 잔업도 마다하지 않았다. 학비를 벌기 위해서라면 물불가리지 않겠다는 그들의 의지는 내가 본 견지에서는 마치 불타오르는 듯했다. 가끔 정규대학에 다니는 친구들이 찾아오곤 했는데 그들은 중 고등학교를 함께 다닌 동창들인 거 같았다. 비록 생활여건이 달라 어쩔 수 없이 다른 길을 가고 있지만 수시로 나누는 대화를 들어보면 아마도 꿈은 같은 걸로 여겨졌다. 어느 때는 사회문제 또 그 어느 날은 불만이 가득한 목소리로 각자 가정에 대한 얘기 그리고 언제나 매듭은 풀리지 않는 숙제로 남기도 하는 모양이었는데 결론은 너무 불공평한 빈부의 격차, 학업을 계속하고 싶어도 경제적인 문제 때문에 그럴 수 없는 자신의 처지들을 비관하고 속상해하는 정도였다. 누가 나무랄까. 배우고 싶다는데 더 많이 알고 지식을 쌓아 보다 나은 내일을 꿈꾸고 싶다는데. 사회를 원망하면 무슨 소용이며 가진 거 없는 부모를 탓하면 그렇다고 되돌릴 수 있는 문제겠는가. 그러므로 그들은 주어진 여건 속에서 열심히 노력하고 배움의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 무던히도 애쓰는 듯 보였다. 그 중에서도 특히 서강우라는 야학생은 늘 배움을 강조하며 공원들을 향해 목소리를 높이곤 했다."여러분, 배워야합니다. 배우지 않고는 아무것도 알 수 없습니다. 제 아무리 어려운 여건 환경이라지만 틈을 내십시오. 그것만이 살길이라 여기고 용기와 힘을 내셔야합니다. 비록 가진 거 없어 정규학교엔 다닐 수 없지만 야학이 있잖습니까. 그곳은 언제나 문을 활짝 열어두고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제가 친구들과 함께 힘껏 돕겠습니다."힘주어 말하는 서강우의 의지에 공원들은 술렁이기 시작했다."손해 볼 거 없잖아? 공장일 끝나고 자유 시간에 다니는 건데.""울 엄마 알면 혼쭐날 텐데......""왜? 돈 드는 것도 아닌데. 그럼 얘기하지 마.""그럼 되겠다, 비밀."근심과 걱정이 앞섰던 공원들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꼴값들 하고 자빠졌네."그러나 걸림돌이 생겼다. 이 사실을 알게 된 감독이 한껏 비아냥거리며 반대하고 나섰다. 문제는 야학에서 밤새 공부를 하면 다음날 피곤이 겹쳐 일에 지장이 생긴다는 거였다. 물론 시간은 자유였다. 일을 마치고 잔업이 없는 날은 저녁 8시 퇴근했기에 집으로 가는 공원들을 제외하고는 모두 씻은 다음 공장을 벗어나 신선한 공기도 마시고 길을 거닐며 잡담을 나누기도 했다. 하지만 일주일에 무려 4일 정도는 잔업이 있는 관계로 피곤이 누적될까 모든 걸 포기하고 자리에 눕기 일쑤였다. 다음날 새벽 거뜬한 정신과 육체을 지탱하려면 오직 그 방법밖엔 도리가 없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일부 학업에 뜻을 두고 늘 가슴한편에 소망으로 여겼던 공원들은 어려운 여건과 감독의 들볶임에도 불구하고 당당히 야학에 다니기 시작했다. 그러므로 감독의 매서운 눈초리와 사사건건 트집을 잡고 못살게 구는 역할은 날이 갈수록 극심해졌다."졸다 또 실수한 거잖아!"멀쩡한 가발을 내던지기 부지기수였고 날카로운 음성으로 어느 때는 머리를 쿡쿡 쥐어박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공원들의 의식수준은 높아졌고 이젠 좀 더 당당히 자신의 의사를 표출할 수도 있게 됐다. 서강우는 그것이 교육의 힘이라고 더욱 목소리를 높였다. 공원들의 세상이 열리고 있다. 억울해도 참아야했고 분해도 알지 못해 따지고 덤빌 수 없었던 그들의 삶, 배움은 그만큼 소중한 그 무엇이었으며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는 힘이기도 했던 것이다.나는 열심히 야학교에 드나들었다. 하루 종일 일에 시달려 몸이 천근만근 버거웠지만 배움의 시간만큼은 놓치지 않으려 두 눈을 말똥말똥 뜨고 교단에서 심혈을 기울여 가르치는 대학생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나보다 먼저 배운 사람이 다음 사람을 가르치는 릴레이식 교육방법, 나도 언젠가 저 교단에서 목청을 돋우는 날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가슴에 품고 나는 자꾸만 감기는 눈꺼풀을 머리를 세차게 흔들어 제자리에 돌려놓곤 했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 라는 말을 나는 머릿속에 다시 한 번 새기며 이를 몇 번이고 앙다물었다. 그리고 세월이 흘렀다. 눈보라가 휘날리고 봄꽃이 피고 가을엔 사방이 곱게 물든 단풍으로 세상을 뒤덮을 즈음 나는 드디어 검정고시에 합격했다. 기쁨이 나를 휘감고 덩실덩실 춤이라도 추고 싶었다. 가난하기에 할 수 없었던 공부, 돈이 없기에 남의 집 식모로 팔려가야만 했던 서글픈 지난날, 나는 합격자 발표 날 가슴을 터놓고 엄청 울었다. 야학교의 선생님들이 내 등을 다독이며 격려해줬다. 공원들도 다 함께 축하해 줬고 나도 스스로를 자축하며 들뜬 마음으로 더욱 열심히 공부에 몰두했다.5. 비정한 사랑공원 일명 공돌이 안재민이 공장 내 변소에서 목매달아 죽은 것은 큰 충격이었다. 평소 사랑하던 여대생 지화영의 결혼소식에 좌절한 나머지 그는 단 하나뿐인 목숨을 거침없이 버린 것이다. 처음 지화영은 가난한 집 딸로 국민학교를 졸업한 뒤 가발공장에 취직했으나 공장장이었던 안재민은 무려 10살이라는 나이 차이를 극복하고 그녀를 알뜰살뜰 보살폈다. 그리고 학교를 보내 학업을 계속하도록 도와줬던 것이다. 안재민역시 가진 거라곤 불알 두 쪽밖에 없는 형편이었지만 매달 월급을 그녀의 학비에 보탰고 중 고등학교를 마치자 공장부근에 방을 얻어 동거에 들어갔다.(2월26일 자 시니어문학상 면에는 논픽션 당선작인 '열망' 6회가 게재됩니다)

2019-02-18 19:30:00

나는 여성이고, 독립운동가입니다/심옥주 지음/우리학교 펴냄

우리나라의 '여성독립운동가'하면 누가 떠오르는가. 가장 먼저는 '유관순', 영화 '암살'의 전지현이 연기한 안옥윤의 모델이 된 '남자현' 정도일 것이다. 2019년 1월 기준, 국가로부터 서훈을 받은 여성독립운동가는 357명이다. 이들 외에도 서훈을 받지 못한 2천여 명을 포함한다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여성독립운동가들이 있었다.독립운동은 남녀노소 구분 없이 모두가 하나의 마음으로 함께 했지만, 우리는 유관순을 비롯한 몇몇의 여성들 말고는 여성독립운동가에 관해 거의 모르고 지내 왔다. 그래서 독립운동은 남성들이 주로 이끌고 활동했던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많을 것이다.남녀가 평등하다는 의식이 없었고 여성들이 제대로 된 교육의 기회조차 갖지 못하던 시기에, 곧은 신념과 의지로 대한 독립을 위해 온몸을 바친 여성들이 있었다. '나는 여성이고, 독립운동가입니다'는 그들의 활동과 업적을 조명한다.◆진취적으로 독립운동에 참여한 여성들지은이 심옥주는 여성독립운동연구소 소장이자 대통령 직속 3 ·1운동 및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 위원이다. 그 누구보다 열성적이고 진취적으로 독립운동에 관련한 연구 활동을 하며 잊힌 여성독립운동가들 각자의 이름을 되찾아 주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가 이 분야에 뛰어든 계기는 한말 최초 여성의병장 윤희순에 대한 연구를 시작하면서였다고 한다. 지은이는 한국여성의 역사를 통해, 여성독립운동사를 통해 잊힌 것들을 되새기고 새로운 의미를 찾아내는 일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힘주어 말한다. 이에 대한 관심은 곧 한국 역사를 바로 세우는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독립운동은 남성들만의 것이 아니었다. 여성이 남성 활동가의 '뒷바라지'만을 하면서 보조적인 역할에 머문 것도 아니었다. 함께 조국을 지켜 내고 버텨 냈던 시기였기에 그들 모두가 독립운동의 중심이고 대한민국 광복을 이끈 주역임을, 지은이는 강조한다. 기록에서 사라지고 기억에서 잊혔던 여성독립운동가들의 못다 한 이야기를 통해, 한국여성의 현주소가 어디쯤인지, 앞으로 우리가 나아가야 할 삶의 방향이 무엇인지 짐작할 수 있다.궁극적으로 이 책은 '역사란 무엇인가', '교육이란 무엇인가', '여성이란 무엇인가'에 관한 근본적 성찰과 깨달음으로 나아가면서 지금 우리 시대의 '여성, 교육, 역사'를 하나의 통합적 키워드로 이끌어 낸다책은 독립운동의 활동 범위와 역할에 따라 7가지 카테고리로 구분하고, 40개 꼭지를 통해 여성독립운동가들을 소개한다. 책에 소개되는 역사 속 인물들은 고증 자료를 바탕으로 장경혜 화가가 섬세한 손길로 하나하나 그려 냈다. 여성들이 흐릿한 역사 기록과 사진에만 갇히지 않고, 살아 숨 쉬는 역사의 한 장면으로 기록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담아낸 그림들은 독자들에게 아련하고도 따스한 정서를 전한다.◆독립운동에 가담한 여학생, 선생님, 어머니1부는 역사적으로 여성독립운동가가 가지는 의미와 함께 3.1운동 전반의 과정을 살펴본다. 지은이는 일제강점기 여성들이 극렬히 저항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진취적인 의식 변화에 있었을 거라고 말한다.독립운동의 전개 과정에서 지은이가 특히 주목한 부분은 전국 각지에서 활약한 여학생들의 활동이다. 이에 관해 2부 '전국 곳곳의 여학생 비밀 결사대'에서 자세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비밀 결사대는 독립운동의 결의를 다지며 비밀리에 조직된 단체인데, 대표적인 여학생 비밀 결사대에는 '호수돈여학교 비밀 결사대'와 '숭의여학교 송죽결사대'가 있다. 이외에도 광주여자고등보통학교의 비밀 결사대 '소녀회', 서울 이화학당의 '이문회', 부산의 '일신여학교'와 공주의 '영명여학교' 등 일제의 부당함에 저항했던 강인한 여학생들을 만나볼 수 있다. 3부와 4부에서는 학교라는 제도와 교육이라는 가치를 통해 여성독립운동의 범위를 확장한 여성들을 살펴본다. 유관순을 비롯해 그의 스승 김란사를 소개하고, 신사참배에 맞선 교사 김두석, 독립운동을 위해 자신의 생을 과감히 바친 수피아여학교 교사 박애순, 조국의 독립과 성장에 대해 끝없이 고민한 황에스더, 제주 최초의 여학교에서 공부한 뒤 독립운동 활동에 적극적으로 임했던 최정숙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5부에서는 누군가의 엄마이자 아내로 오래도록 불려 왔으나 실은 그 누구 못지않은 강인한 독립운동가였던 여성들을 소개한다. 14세에 김순영과 결혼해 아들 김구를 낳은 곽낙원. 신분 차별과 가난 속에 삶이 힘들고 고통을 받았지만, 곽낙원은 아들 김구 옆에 늘 동행했고 나라 사랑을 몸소 실천했던 여성독립운동가였다. 안창호의 부인으로 알려져 있지만, 국내외를 아우르는 독립활동을 실천한 여성독립운동가 이혜련도 마찬가지다. 안창호의 다양한 활동을 지원하며 미주지역 부인의 참여를 도모하는 것을 자처했던 인물이 바로 이혜련이다. 6부와 7부에서는 국내뿐 아니라 세계 곳곳으로 확산된 항일운동의 여러 모습을 들여다보면서 일제강점기 민족독립을 위해 싸웠던 여성독립운동가들의 행적을 찾아 나간다. 우리나라 최남단에 위치해 일제의 잦은 약탈과 억압을 받았던 제주에서 저 멀리 하와이, 가깝게는 가로 15미터, 세로 10미터 크기의 서대문형무소 공간에 갇혀 있으면서도 현실에 굴복하지 않고 구국운동을 펼친 여성독립운동가들을 재조명한다. 224쪽, 1만3천500원.

2019-02-14 10:24:52

[책 CHECK]촛불집회와 다중운동/장우영 외 지음/한국학술정보 펴냄

우리나라 현대사에서 촛불집회가 남긴 족적과 멈추지 않는 반향은 학계에도 지적인 목마름과 묵직한 소명의식을 안겨주었다. 이 책은 이 같은 촛불집회가 던지고 있는 시대적 화두를 '새로운 유형의 사회운동'이라는 시각아래 각계 연구자들이 최소 공통분모에 입각해서 시각의 차이를 인정하고 좁혀가며 자신의 주제를 탐문한 결과물이다.연구자들의 가치관에 따라 문제에 접근하는 시각과 그것을 다루는 방식도 엇갈리기 마련이지만 책에서는 '다중'이라는 분석개념은 집필의 준거점이자 독자들과 잇는 다리역할을 하는 장치로서 그 개념을 '세계화 정보화 환경에서 개변된 시민 덕성과 사회적 연결망을 갖춘 탈근대적 운동 주체'로 정의하고 있다.이에 따라 촛불집회 참가자 현장설문과 국민 설문조사, 온라인 트래픽 조사와 사례의 비교연구 등 정량적, 정성적 분석전략을 다각적으로 동원한 논문 9편을 실었다.348쪽, 1만5천원

2019-02-13 18:04:49

[반갑다 새책]자치통감/장궈강 지음/오수현 옮김/권중달 해제/추수밭 펴냄

세종대왕, 정약용, 김옥균이 손에서 떼지 않았고 마오쩌뚱이 평생 17번이나 독파한 역사책이 있다. '춘추' '사기'와 더불어 중국 3대 역사서로 꼽히는 '자치통감'이 그것이다.안팎으로 어지러운 상황에 둘러싸인 북송 황제 영종은 역사에서 답을 찾고자 사마광에게 '읽을 수 있는 역사책'을 쓰도록 명했고 그로부터 19년 후 294권으로 이뤄진 이 책은 영종의 아들인 신종에게 바쳐졌다. 바로 전국시대부터 오대 말까지 1362년간의 역사를 300여만자 편년체로 쓰인 역사서 '자치통감'의 완성이었다.이 때문에 자치통감은 그 탄생부터 한 국가의 최고 지도자의 특별한 관심을 받았고 국정운영에 참고하고자 하는 선명한 목적에 의해 편찬됐으며 이로 인해 동아시아 대표적인 '제왕학의 교과서'로 불리며 군주뿐 아니라 신료와 사대부들까지 반드시 읽어야 할 책 가운데 하나로 자리매김했다.지은이 장궈강(張國剛)은 현재 역사의 대중화에 힘쓰고 있는 중국 청화대학교 역사학과 교수로 이 책을 '천년의 이치를 담아낸 제왕의 책'으로 규정하고 그 특성을 3가지 기준에 맞춰 한 권으로 요약했다고 말하고 있다.첫 번째는 통(通)이다. 주나라부터 진과 한, 위진남북조, 수와 당, 오대십국에 이르는 흥망성쇠의 흐름을 하나로 꿰뚫었다. 두 번째는 정(正)이다. 떠돌아다니는 야사를 철저히 배제하고 사관 개인의 의견을 수록하되 사건 자체는 분리시킴으로써 철저하게 객관적 사실만을 우선적으로 다루고 있다. 세 번째는 치(治)이다. 엄밀하게 쓰인 역사책이되 그 편찬 목적은 한 조직의 지도자가 흥망성쇠의 경험들을 일목요연하게 살피며 다스림의 이치를 궁리하기 위한 자료로 삼은 데 있다는 것이다.지은이가 이 책에서 도출한 핵심은 다음과 같다. '천 년의 역사에서 이야기하는 다스림이란 결국 인간의 가능성을 알아보고 포섭하고, 그 능력을 제대로 활용하는 힘을 갖추는 데 있다.'772쪽, 3만5천원

2019-02-13 17:43:24

영양군청 공무원 장유식 씨가 30여 년의 공직생활 마감을 앞두고 최근 시집을 펴냈다. 엄재진 기자

30년 공직 마감 앞둔 장유식, 담담히 써 내려간 글 시집으로 펴내 '눈길'

"나는 어떤 성향의 사람이며, 이 세계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에 대한 물음을 오랫동안 했습니다."30여년의 공직을 떠나야 할 시간이 채 1년도 남지 않은 영양군청 공무원 장유식(59·부동산관리담당) 씨. 그동안 끊임없이 성찰하고, 스스로 물음을 던지면서 긁적거렸던 보석들을 모아 '공터의 꽃'이라는 시집을 내놓았다.지금껏 어느 문학잡지에 그럴듯한 시 한 편 싣지 않았고, 누구라도 욕심낼 만한 '등단'의 꿈도 꾸지 않았다. 그저 보이고, 듣고, 느끼고, 부대끼는 자연과 사람들, 자신을 둘러싼 세상의 일들을 그때그때 긁적여 보관해온 게 전부다.하지만 주위에서는 그가 '영혼이 맑은 시인'이라는 사실을 부정하는 이는 없다. 심지어 '문학의 암흑기'라는 작금의 현실 속에서 숱한 시인들이 좌절을 겪고 있어도, 뜨거운 감성으로 내면의 진실한 언어를 아름답게 토해내 영혼이 풍요로워지는 느낌을 준다는 평가를 받는 '시인'이다.한 동료는 "모든 것이 경제적 잣대와 계산 위에 움직이는 약아빠진 세상에서 중년의 남성이 따뜻한 감성과 자기성찰의 진지한 언어를 간직하고 표현하는 것 자체가 신기한 일"이라 말했다.시집의 제목이 된 '공터의 꽃'은 어느 겨울 태백산 산행에서 보았던 무속인들의 천제단 봉제사에서 영감을 얻었다. 그들은 아무도 알아주지 않은 차디찬 눈보라 속에서 '국태민안'( 國泰民安)을 위해 기도했다.장 시인은 "나라의 안녕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세상 사람들이 좀 더 이웃을 돌아보는 분위기가 되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고 했다.'삽짝거리 공터에 꽃을 심는 아주머니에게서 구원이 온다.(중략) 삽짝거리 공터에 꽃을 피우는 것은 슬픈 세계에 유심(留心)한 여지를 남기는 일이다.'시에서 표현한 '삽짝거리'는 집 울타리 밖을 의미한다. 그야말로 주인없는 공공의 공간이다. 아무도 신경쓰지 않아 내버려도, 신경쓰지 않아도 될 공터다. 하지만 아주머니는 꽃을 심는다. 모두의 주인이 될 공터를 스스로 공동의 이익을 위해 꽃을 심는다.장 시인은 올해를 끝으로 공직 생활을 마감한다. 1960년 영양에서 태어나, 학교를 졸업하고 1985년 4년 동안 수도원에서 머물기도 했다. 그가 1990년 다소 늦은 나이에 영양군 지방공무원으로 공직생활을 시작했다.그는 2006년 이후 시간이 날 때마다 영양지역 경계의 백두대간과 낙동정맥을 산행하면서 90여 편의 시를 썼다. 생애 전환기를 앞두고 펴낸 시집을 아내에게 헌정했다.시집 머리에 '살아간다는 것은 서로 맑아지는 것임을 알게 해준 아내 상숙에게 이 시집을 드린다'가 적혀있다. 그의 감성이 이 한 줄의 글로 충분히 전해진다.

2019-02-13 10:57:56

일러스트 전숙경(아트그룬)

[2018년 제4회 시니어 문학상 논픽션 부문 당선작]④김영숙

안타까운 표정을 지어 보이며 역무실 직원은 나를 겁 반 설득 반 그리고 타이름 반 등을 몇 번이고 했다. 나는 절대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막무가내 떼를 썼다. 역무실 직원은 나를 마치 말릴 수 없는 문제아로 보는 듯했다. 비웃음 섞인 어투로 계속 비아냥거리며 콧노래마저 부르고 있었다. 나는 답답한 마음에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 엉엉 소리 내 울었다. 도무지 내 진심이 통하지 않는다. 어떤 말을 해도 믿어주지도 않는다. 그것은 내가 맨 처음 자의로 인해 부닥친 세상의 커다란 벽이었다.얼마의 시간이 흘렀지만 도저히 그곳을 빠져나올 구멍이 보이지 않았다. 마음이 심란하고 두려움이 쌓여갔다. 만약 이대로 돌려보내진다면 나는 아마도 당숙모의 손에 맞아죽거나 반병신이 될지도 모른다. 아님 병신한테 시집을 가야 할지도 모르는 일이고. 이렇게 생각하자 나는 일순 정신이 아득해왔다. 하행 기차시간을 알아본다며 잠시 역무실 직원이 자리를 비운 사이 나는 망설임 없이 몸을 움직여 그곳을 도망쳐 나왔다. 그것만이 살길이라고 생각됐다. 나는 정신없이 넓은 거리를 지나 골목으로 숨어들었다. 하늘이 노랗다. 불과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그토록 맑고 아름다워 보이던 하늘빛이 갑자기 엉뚱한 색깔로 변해있었다. 나는 심호흡을 한 뒤 무작정 어딘가를 향해 발길을 옮겼다.내가 처음 접한 세상엔 좋은 사람만 있는 것도 나쁜 사람만 있는 것도 아니었다. 무섭고 두렵기 한량없는 세상이긴 했지만 그런 대로 어우러져 돌아가는 양이 한번쯤 용기를 안고 살아볼 만하다고 생각됐다. 어디쯤일까. 누군가 내 곁으로 다가온다. 중년의 남자였다. 나는 움찔 몸을 사렸다. 곧바로 남자의 목소리가 내 두 귀로 흘러들었다."학생이니?"나는 대답 대신 남자를 빤히 바라봤다. 남자의 표정이 자못 진지해 보였다."갈 곳은 있어?"또다시 묻는 남자를 향해 나는 웬 간섭이냐는 투로"그건 왜 물어요!"하고 짜증 섞인 대꾸를 했다. 남자가 내 말 끝에 호탕하게 웃어 젖혔다. 나는 잠시 황당해졌다. 큰소리는 쳤지만 사실 갈 곳이 없었다. 누군가에게 기대고 도움받고 싶은 마음 간절했지만 그렇다고 아무에게나 손 내밀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큰 숨을 뱉어내는 내 손목을 덥석 잡아 쥔 남자가 이내"따라와."하고 나를 어디론가 데려갔다. 점점 날은 어두워지고 갈 곳은 없고 어쩔 수 없이 나는 생전 처음 보는 남자의 손에 끌려 자포하는 심정으로 발길을 뗐다. 다행히 좋은 사람이었다. 그는 내 어려운 처지를 자세히 들어주고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이해해주는 듯싶었다."듣고 보니 참 딱하구나. 얼마나 어려웠으면 야밤에 도망을 쳤을까. 이제 아무 걱정 말아라. 내가 내일 날이 밝으면 네 취직 자리를 알아봐줄 테니.""감사합니다, 아저씨."나는 너무도 감격한 나머지 거푸 고개를 수그려 보이며 눈물을 글썽였다. 함께 마주 앉은 초라한 식당 한곳에서 퉁퉁 불어있는 국수를 목구멍으로 넘기며 나는 가슴속에 새로운 삶에 대한 꿈을 야무지게 꾸고 있었다.중년 남자 덕분에 나는 그 며칠 후 가발공장에 취직을 했다. 하지만 세상엔 공짜가 없었다. 그는 계속 월급 때만 되면 찾아와 내 월급의 절반 이상을 갈취해갔다."그것도 주기 싫은 거야? 은혜를 알아야지. 창녀촌에 팔아넘기지 않은 것만도 다행으로 알아. 똥 누러 갈 때와 누고 난 다음이 다르다더니 아까운 모양이지. 쳇!"선뜻 주지 않고 우물쭈물하는 나를 못마땅해하며 그는 항상 상을 찌푸리고 돈을 받아 쥔 다음 등을 돌리곤 했다. 나는 아까운 생각에 한숨이 저절로 쏟아져 나왔으나 어쩔 수가 없었다. 한 달 내내 밤잠을 설치며 일해 번 돈이다. 하지만 나는 당연하다고 여기고 매월 그에게 월급의 상당 부분을 상납하곤 했다. 처음 그토록 온화하고 따뜻해 보이던 그가 어느 순간 돌변해 이중인격을 드러내 보일 때 나는 황당한 생각에 할 말을 잃었다. 물질 앞에서는 인간성도 도덕도 있을 수 없다는 점을 깨닫게 된 나는 그때부터 마음 안에 사람에 대한 묘한 불신이 자리하게 됐던 거 같다. 누구도 선뜻 믿지 않고 먼저 다가가지 않는 내 행동을 동료들은 뒤에서 수근덕대며 흉보곤 했지만 나는 조금도 개의치 않고 그저 묵묵히 내 갈 길을 갈 따름이었다. 때로는 삶이 뭔지 괴롭고 힘든 시간도 많았지만 그래도 내 가슴 안엔 아직도 식지 않은 평생 소원인 배움의 열망이 꿈틀거리고 있었기에 결코 쉽게 포기하고 좌절할 수만은 없었던 까닭이다.4. 희망의 터널공장의 밤은 깊어갔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아직 어린 일명 공순이들은 가슴속에 각 자의 꿈을 품고 희망을 노래하며 깊은 잠에 빠져있었다. 일부 집이 가까운 여공들은 출퇴근을 했지만 지방에서 올라온 여공들은 거의 모두 비좁은 공간의 기숙사에서 몸을 사리고 잠들기 일쑤였다. 어쨌든 여공들은 이처럼 제대로 된 처우조차 받지 못한 채 그래도 어떻게든 견뎌보려 노력하는 듯 보였다. 나도 한 귀퉁이에 자리를 잡고 피곤한 몸을 눕혔다. 물이 줄줄 샌 벽지가 온통 곰팡이로 뒤덮여 까맣다. 금방이라도 벽 사이사이에서 벌레가 기어 나올 듯싶은 불안함 때문에 눈은 감았지만 나는 쉽게 잠들 수 없었다. 잠자리도 눅눅하다. 더욱이 한여름인 탓에 시큼 한 땀 냄새가 유독 풍겨왔고 몸을 잔뜩 웅크리고 깊은 잠에 빠져있는 공순이들의 얼굴은 부석부석 고달픈 기색이 역력해보였다. 1평 남짓한 협소한 공간, 그곳에 10명도 넘는 여공들은 몸을 사리고 꿈의 세계를 떠돌며 과연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내일에 대한 희망, 오늘보다 나은 생활여건과 자신의 미래, 아마도 이런 소망들을 가졌기에 가끔은 평온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단잠의 나라에 가있는지도 모른다. 숨소리가 쌔근쌔근 들려온다. 작은 창문이라도 있다면 고운 달빛이나마 새어들어 아직 어린 여공들의 몸 위에 흩뿌리련만 그것조차 여의치 않은 여건이었기에 높은 천정에 매달려있는 희미한 백열등에 모든 걸 내맡긴 채 그렇게 밤은 어둠을 뚫고 새벽으로 치닫고 있었다.이른 새벽, 기지개를 켰지만 영 몸이 개운하지 않다. 아직 잠이 덜 깬 어느 여공은 하품을 간간이 하며 방을 빠져나갔고 그 뒤를 이어 줄줄이 각자의 소지품에서 수건 하나씩을 꺼내든 채 내 시야에서 모습을 감춰갔다.(2월19일 자 시니어문학상 면에는 논픽션 당선작인 '열망' 5회가 게재됩니다)

2019-02-11 19:30:00

[책] 오늘도 아이에게 화를 내고야 말았습니다/이시다 가쓰노리 지음/프리즘 펴냄

"신이 우리에게 자식을 준 이유가 뭔지 아십니까? '네 마음대로 안 되는 게 있다는 걸 느껴봐라'". 최근 돌풍급 이슈를 일으키며 종영한 드라마 'SKY 캐슬'. 학업 스트레스로 편지만 남기고 가출한 아들을 찾아 나선 엄마 진진희에게, 동네주민 황치영 교수가 건넨 이 말은 유독 많은 부모들의 공감을 이끌어낸 대사였다. 대한민국 상위 0.1%가 모여 산다는 SKY 캐슬 안에서 잘 살고 많이 배운 부모 아래서 부족함 없이 자란 아이도 가출을 한다. 대사처럼 자식은 부모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는 것이다.'오늘도 아이에게 화를 내고야 말았습니다'는 많은 부모가 당면하는 문제의 원인을 올바르게 바라보고 그에 따른 해결책을 스스로 모색하기를 바라는 일본의 교육전문가 '이시다 가쓰노리'의 조언이 담겨있다. 그동안 해 온 부모들의 교육 방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이유를 설명함과 동시에 차갑게 등 돌린 아이와 부모가 다시 교감할 수 있는 방법을 전달한다.◆6천만뷰를 달성한 부모들을 위한 칼럼'오늘도 아이에게 화를 내고야 말았습니다'는 일본에서 하루 만에 150만, 지금까지 무려 6천500만이 넘는 페이지 뷰를 기록하며 부모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은 칼럼, '아이를 계속 야단치는 사람은 모르는 세 가지 원칙'을 단행본으로 옮긴 책이다.책은 칼럼에서 언급한 세 가지 원칙에 두 가지 원칙을 덧붙여 총 다섯 가지 원칙으로 구성하고, 각 원칙에 적합한 사례 15가지를 제시하면서 많은 부모가 보다 쉽고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지은이는 부모 15명의 사례를 조목조목 짚어준다. 아이를 혼내고 난 뒤 '마음은 그런데 아닌데', '진심은 그런 게 아닌데'라는 자책감에 사로잡혀 있는 여느 부모들처럼 책에 등장하는 15명의 부모도 마찬가지다. 그들이 아이를 야단치고 아이에게 화를 낸 이유는 단 하나다. 아이가 올바른 방향으로 갔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하지만 부모의 이 마음은 대체로 아이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 오히려 아이는 반항적인 모습으로 부모에게 으르렁대기 바쁘다.지금까지 당장 눈앞에 보이는 아이의 나쁜 모습을 바로잡겠다며 잘못된 방법으로 아이를 대했다면 지금이라도 수정하면 될 일이다. 오른쪽 길이 틀렸다면 다시 왼쪽 길로 가면 되고, 이도 아니라면 똑바로 직진하면 된다. 그리고 때로는 멈추거나 뒤돌아 가면 된다. 완벽한 사람은 없듯이 완벽한 부모도 없다.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만 있다면 분명 해피엔딩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러니 자신감을 가지시길!◆화내는 부모는 모르는 5가지 원칙이 책은 이런 상황에 놓인 부모들이 더 이상 가슴을 부여잡고 자책하지 않게 하기 위해 다섯 가지 원칙에 근거해서 해결책을 제시한다. 그 다섯 가지 원칙은 ▷제1원칙 – 가치관이 똑같은 사람은 없다 ▷제2원칙 – 강요하는 일은 하지 않는다 ▷제3원칙 – 누구나 최소한 3가지 장점을 가지고 있다 ▷제4원칙 – 부모는 성장이 멈췄지만 아이는 계속 성장한다 ▷제5원칙 – 타이름이 우선, 야단이나 화는 비상시에만 등이다.집집마다 문화가 다르다. 가족을 구성하는 개개인도 제각기 다른 개성을 지니고 있다. 이처럼 가족의 모습은 각양각색이라 이웃집에서 통한 방법이 우리 집에서 통하리라는 법은 없다. 그럼에도 어느 정도 통용되는 부분은 있다. 그것이 바로 이 다섯 가지 원칙이다.지은이는 문제의 원인을 눈에 보이는 현상에서만 찾지 않고 위에서 언급한 다섯 가지 원칙에 근거해서 찾고 해결책을 모색해 보기를 권한다. 책에는 다섯 원칙에 맞는 부모의 사례가 총 15가지 담겨 있다. 저자는 이 15가지 부모의 사례들을 조목조목 짚어 나간다. 이 과정을 따라오다 보면 왜 그동안 해 온 교육 방식이 통하지 않았는지를 독자 스스로 깨달을 수 있다. 이 깨달음은 앞으로 아이와 어떻게 하면 잘 지낼 수 있는지에 대한 방향성도 제시해 준다. 즉 등 돌린 내 아이와 다시 교감할 수 있는 방법을 저자는 독자에게 맡기면서, 가르치기보다는 독자 스스로 깨닫게 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아이를 꾸짖던 부모에서 아이를 칭찬하는 부모로 변모하는 과정이다.책은 출간과 동시에 일본 아마존 육아 분야 1위에 당당히 올랐고, 종합 15위라는 놀라운 성적을 기록했다. 이 외에도 일본의 주요 언론사에서 집중적으로 다뤄졌으며 각종 라디오, 드라마에도 소개됐다. 현재 중국, 베트남, 인도, 대만 등 6개국과 판권 계약도 마친 상태다. 204쪽, 1만3천원.▷지은이 이시다 가쓰노리30년 동안 무려 5만 명의 학생을 지도했다. 도쿄 사립학교 상무이사와 요코하마 시 교육위원회를 맡으며 교육개혁에 공헌하고 있다. 현재 사단법인 교육디자인라보의 대표이사이며 쓰루문과대학 특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공부하지 않는 아이에게는 한 권의 수첩을 주자!', '부쩍 성장하는 아이는 무엇이 다른가' 등의 그의 저서는 아마존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2019-02-07 11:43:10

지난해 합천문협 회원들은 문학기행으로 대구문학관을 방문했다.

문학의 즐거움을 지역민과 나누는 합천문협

"문학의 소재는 거창한 데서 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손톱깎이, 싱크대 수세미, 여름 반바지에 어울리는 운동화, 목욕탕 거울에 낀 얼룩 등 우리 생활 속 사소한 것에서 나오는 것입니다."한국문인협회 합천지부장인 송영화 시인은 지역문학 동인지인 '합천문학'을 내보이며 자신이 꿈꾸는 문학을 이야기했다.1992년 창립된 합천문학회는 원로작가들과 젊은 작가들이 한 달에 한 번씩 정기적인 모임을 갖는다. 전통과 현대의 소통 속에서 질서와 파괴를 넘나드는 새로운 문장이 이곳에서 빚어지고 있다.26명의 신·구 작가들과 문학 습작생들로 이뤄진 합천문협은 문학의 즐거움을 지역민과 함께 누리기 위해 다양한 행사들을 준비하며 분주한 2018년을 보냈다.벚꽃 잎 땅에 물든 5월에는 유명 작가를 초빙, 합천 내 중·고등학생들과 함께 '문학콘서트'를 개최할 예정이다. 여름이 오면 지역대표행사인 합천예술제를 통해 '공원시화전'을 열고, 작가와 함께하는 '명사초청 시낭송회'를 마련해 설레는 한여름 밤을 보낸다.황동규, 이문열, 김용택, 안도현, 신달자, 문정희 같은 한국문단의 거장들도 이런 합천문협의 부름에는 먼길 마다하지 않고 달려와 호흡을 같이해 주었다.불볕더위가 한걸음 물러갔다 싶으면 황강이 내려다보이는 공원에서 초·중·고 학생을 대상으로 '황강백일장'을 개최한다. 또 매년 50만 관광객이 찾는 합천영상테마파크에서 시화전도 연다.회원들의 작품을 모으고 편집하는 문학지 발간 준비도 이때부터 시작된다. 추석이 지나고 겨울이 오기 전 문학지를 출판해 갓 나온 따끈한 책을 들고 '문학의 밤'을 치르면 합천문협의 한해가 마무리된다.올해도 연간 문학동인지 '합천문학 26호'를 안고 새해를 맞았다. 다시 한해의 사업계획을 준비하기 위해 총회를 앞두고 있는 합천문협 정유미 사무국장에게 2019년 계획을 물었다."합천문협 회원 26명 중 절반이 최근 회원활동을 시작한 젊은 친구들입니다. 시골 문학 단체로는 놀라운 인적 구성이죠. 젊은이들이 문학을 외면한다는데 천만의 말씀입니다. 합천문협은 늘 오월이고 아침입니다. 이를 지역민들과 더불어 향유하겠습니다."

2019-02-06 14:34:07

이길자 시인의 동시집 '나무 그늘을 파는 새'. 신현일 기자

팔십 앞둔 이길자 시인, 외손자 위한 동시집 '나무 그늘을 파는 새' 발간

햇빛 쨍쨍한 여름 오후/ 걸어서 길을 가니 너무 더웠다/ 마침 큰 나무가 있었다/ 좀 쉬었다 가야지/ 그늘에 들어가려는데/ 나뭇가지에 앉은 새/ 누구세요?/ 그늘에 들어 오려면/ 돈을 내야 해요/ 깜짝 놀란 나는/ 돈이 없는데 어떡해요?/ 생각 끝에/ 먹던 과자를 던져 주고는 땀을 닦고 쉬었다/ 그늘은 해가 만든 건데/ 잠깐 새에게 속아 넘어갔다/ (동시 '나무 그늘을 파는 새')팔십을 앞둔 시인이 최근 외손자를 위한 동시집 '나무 그늘을 파는 새'를 냈다.주인공은 올해 79세를 맞은 이길자 시인. 그는 지난 2012년 매곡초등학교 1학년에 재학중이던 외손자 이석우 군이 매일신문 '지상백일장'에서 동시 '동굴'로 장원(매일신문 2012년 9월 21일 자)을 차지한 것을 보고 동시집을 내기로 결심했다.이 시인은 "딸네집에서 외손자가 쓴 동시를 보고 '나도 동시를 써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말했다.지난 1월 25일 발간된 '나무 그늘을 파는 새'(북랜드)에는 모두 72편의 동시가 수록됐다. 이 시인을 문학의 길로 이끈 권숙월 시인이 감수를 했다.이 시인은 "내 나이가 칠십대 후반인데 동시를 쓸 수 있을지, 살아 있는 소녀의 감성이 우러나올지 걱정이 됐지만, '아이가 되어 써 보는 거다'란 마음으로 동시를 썼다"고 했다.1940년 부산에서 태어난 이 시인은 1969년부터 김천시 평화동에서 남편과 함께 서울식품을 경영하고 있다. 지난 2011년 '한국시'에 신인상 당선으로 등단한 이 시인은 2010년 첫 시집 '홍매화 입술'을 발간한 후 2012년 '햇살화장', 2015년 '봄꽃은 수다쟁이'를 발간 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2019-02-06 14:33:52

아리스토텔레스 정치학/김재홍 지음/쌤앤파커스 펴냄

삶이 팍팍할수록 국민들이 기댈 곳이라곤 '좋은 정치'뿐이다. 과연 오늘날 우리는 좋은 정치가 펼쳐지는 공동체 속에 살고 있는 것일까? 그리고 어떤 정치가 좋은 정치일까? 인류가 공동 집단을 이루고 살면서부터 '좋은 정치'는 늘 삶의 화두가 되어왔다.아리스토텔레스의 수많은 저작 중 정치경제학의 효시라 불리는 '정치학'은 도덕성에 기반을 둔 윤리적 정치체계, 최고의 좋음인 '행복'에 이르는 정치공동체의 모습을 치밀하게 사유한 서양 고대 철학의 정수라 할 수 있다.'정치학'은 전체 8권으로 구성돼 있으며 어지간해서는 읽을 엄두가 나지 않는 책이다. 지은이는 그러나 이 책을 통해 아리스토텔레스가 규정한 '최선의 공동체'의 모습을 깊고 풍부한 해설로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고 있다."시민은 지배하고 지배를 받는다. 시민은 민회에 참석하고 재판의 배심원으로서 자신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시민의 역할은 개인적인 리더십에 한정되지 않는다."(59~60쪽)이 책은 윤리적 이론에 기반을 둔 정치 이론가로서 아리스토텔레스가 정치적 이상에 직면하는 이론적 모델을 탐구한 것을 요약하고 있다. 특히 이상적 정치체제란 무엇이며 그것이 어떻게 개개인과 공동체의 행복의 성취로 이어질 수 있는 지를 집중 조명하고 있다."최선의 정치체제의 목적은 행복하고 축복받은 삶이다. 이 삶은 개인과 공동체에 공통하는 삶이어야 한다. 그렇다면 개인에게 가장 바람직한 삶은 무엇인가? 개인에게 가장 바람직한 삶은 덕을 동반한 삶이다."(130쪽)아리스토텔레스는 "자연은 그 어느 것도 아무런 목적 없이 만들지 않았다"며 그의 목적론적 철학을 표현했다. 한 사물에 내재하는 본성이 그 사물의 목적을 반드시 완성시킨다는 말이다.그에 따르면 개인 속에 내재된 덕을 발현하면 그러한 개인의 집합인 공동체도 덕을 발현하고 이에 따라 집단 내 모두가 행복한 삶이 이뤄진다는 말이다. 정치체제는 이러한 개인의 덕이 잘 발휘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렇다면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정치체제는 '행복'한 삶을 위한 개인의 덕을 잘 발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 걸까? 188쪽, 1만3천원.

2019-02-06 13:20:42

대구문학관의 낭독공연 '운수좋은 날' 공연 모습. 대구문학관 제공

대구문학관, 낭독공연 작품 첫 공모

대구문학관은 28일(목)까지 '낭독공연, 근대소설 연극을 만나다'(이하 낭독공연)의 작품을 공모한다.낭독공연은 대구문학관의 기획프로그램으로 근대소설을 각색 및 연출하고 배우들의 생동감있는 연기를 더해 공연하는 프로그램으로 2015년 첫 선을 보였다.지난해까지 전문 연극인과 협업한 현진건의 '술 권하는 사회', 백신애의 '꺼래이' 등 매년 4~6회의 낭독공연을 운영해 매회 120명 이상 관람하는 등 큰 호응을 얻었다. 올해는 첫 공모를 통해 프로그램을 구성한다. 이번 공모에는 대구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극단이나 공연예술단체는 누구나 지원 가능하며 대구지역의 1920~60년대 근대소설이나 문인의 작품을 50분 소요의 공연으로 각색한 낭독공연 계획서를 방문 또는 우편으로 제출하면 된다. 필수 작품 1개와 자유 작품은 최대 2개 작품을 신청할 수 있으며 필수 작품은 이동하 소설가의 연작단편소설 '장난감 도시'이고 자유 작품은 대구문학관 47인과 연관 있는 근대소설이면 된다.낭독공연(실연) 심사를 통해 최종 선정된 6개 작품은 대구문학관과 협업을 통해 2019년 정기공연으로 제작될 예정이다. 053)430-1233

2019-02-06 13:12:57

엄격한 맛집 평가로 유명한 '미슐랭 가이드'는 음식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타이어 회사에서 만든다. 브랜드 전문가 자일스 루리는 브랜드에 대한 뒷이야기를 들려준다.

미쉐린 타이어는 왜 레스토랑에 별점을 매겼을까?/자일스 루리 지음/중앙북스 펴냄

'미식가들의 성서'로 여겨지는 미슐랭 가이드(Guide Michelin). 영어로는 미쉐린 가이드라 읽히는데 유명한 타이어 회사인 미쉐린 타이어의 이름을 딴 것이다. 해마다 가장 뛰어난 레스토랑을 선정해 별점을 부여하는 미쉐린 가이드는 사실 타이어 판촉 방안을 궁리하다 나온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사람들이 여행을 많이 다닐수록 타이어가 빨리 마모돼 새 타이어로 교체할 것이라고 생각해 자동차 운전사들에게 유용한 정보(타이어 교체 방법, 주유소·맛집·숙박시설 위치 등)를 책자로 만들어 배포했고, 이후 별점 제도가 도입되며 오늘날의 미쉐린 가이드가 탄생한 것.영국 브랜드 전략 컨설팅 회사의 대표 자일스 루리의 '미쉐린 타이어는 왜 레스토랑에 별점을 매겼을까?'는 '특별한 마케팅 스토리'를 통해 브랜드를 세계적으로 성장시킨 글로벌 기업들의 사례를 흥미롭게 풀어낸 책이다.◆브랜드 전문가가 전하는 101개 브랜드 스토리지은이 자일스 루리는 저명한 브랜드 전문가이다. 영국의 브랜드 전략 컨설팅 회사인 밸류엔지니어스(The Value Engineers) 대표인 그는 세계적인 다국적 광고회사 DDB와 JWT, 리서치 회사 HPI리서치그룹, CI컨설팅사 스프링포인트(Springpoint)에서 20여 년 동안 근무하며 광고, 리서치, 브랜드 등 마케팅 전 분야를 아우르는 전문가로 활약했다. 유니레버, 칼스버그, 켈로그 등의 생활용품 브랜드부터 보다폰, 소니에릭슨, 비스카이비 등의 정보통신 브랜드까지 다양한 업계의 광고 및 마케팅 전략을 수립해 매출을 이끌었다. 그가 진행한 광고와 프로모션은 IPA 광고효과상을 두 번이나 수상하였으며, 영국 내 리서치 분야 최고상인 AMSO 리서치효과상을 수상하는 등 그의 전략은 대내·외적으로 인정받았다.이 책에는 미쉐린 가이드의 탄생 스토리를 포함해 총 101개의 글로벌 브랜드 마케팅 스토리를 지은이의 예리한 관찰과 통찰로 소개한다. 지은이 특유의 영국식 유머와 뛰어난 통찰력으로 흡입력 있게 풀어냈다. 재미있는 브랜드들의 스토리를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브랜드가 어떻게 성공하고 실패하는지, 성공적인 마케팅 스토리는 어떻게 탄생하는지, 브랜드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하는지 등 마케터들에게 필요한 안목과 번뜩이는 아이디어 또한 얻을 수 있다.◆애플이 제품 수를 70%나 줄인 까닭은?이 책은 베스트셀러 '폭스바겐은 왜 고장난 자동차를 광고했을까?'의 후속작으로, 세계를 정복한 글로벌 기업의 브랜드 마케팅 스토리를 한 권에 모아 소개한다.1장 '브랜딩'에서는 글로벌 기업에서 원하는 이미지에 부합하도록 어떻게 브랜딩을 했는지, 2장 '기원'에서는 브랜드가 탄생하게 된 배경을 어떻게 브랜드에 잘 녹여낼 수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3장 '네이밍과 아이덴티티'에서는 브랜드 이름과 의미의 중요성을, 4장 '마케팅 전략'에서는 세계적인 브랜드로 구축시킬 수 있었던 마케팅 전략을 배울 수 있다. 5장 '커뮤니케이션'에서는 소비자와 소통하는 기업들의 마케팅 기법을, 6장 '혁신'에서는 필요에 의해서, 혹은 우연에 의해서 발생한 혁신적인 마케팅 사례들을 만나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7장 '리포지셔닝과 리부팅'에서는 시대 변화에 따라 완전히 재탄생한 브랜드들의 이야기를 통해 새로운 고객들의 니즈에 어떻게 부응할 수 있는지 그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미쉐린 타이어가 레스토랑에 별점을 매긴 스토리 외에도 애플이 제품 수를 70%나 줄인 스토리도 나온다. 1997년 10억달러가 넘는 손실을 볼 정도로 절박한 상황이었던 애플은 스티브 잡스가 돌아오면서 1년 만에 3억 900만달러의 이익을 달성했다. 그 배경에는 스티브 잡스가 제품 수를 70% 줄이고, 4가지 주력 제품에 초점을 맞춘데 있다. 그는 중구난방으로 생산되는 제품라인을 없애면서 "무엇을 하지 말아야할지 결정하는 것은 무엇을 할지 결정하는 것만큼 중요하다"는 말을 남겼다. 그의 결단 덕분에 애플은 전 세계에서 브랜드 가치가 가장 비싼 기업이 됐다.이 외에도 폭스바겐이 왜 망가진 도로는 샀을까? 네스프레소는 왜 백화점 고객들을 공략했을까? 등의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진 유명 브랜드들의 흥미로운 마케팅 스토리를 만나볼 수 있다. 384쪽, 1만6천500원.

2019-01-31 11:33:30

이종문 계명대 한문교육과 교수

[이종문의 한시산책] 섣달 그믐날 밤[除夜〕 이종학

해마다 섣달그믐엔 으레 밤을 새웠는데 守歲年年事(수세년년사)올해는 내 수건이 눈물로 범벅일세 今年淚滿巾(금년루만건)바야흐로 외로운 성 나그네가 되고 보니 孤城方作客(고성방작객)밤새도록 곱빼기로 어버이가 그립구나 一夜倍思親(일야배사친)오순도순 모여 지낸 지난날을 생각하니 團聚憶前日(단란억전일)뚝 떨어진 이 내 몸이 서글프기 짝이 없네 分離悲此身(분리비차신)벽 가운데 청사등롱 환히 밝은 오늘 밤에 靑燈明半壁(청등명반벽)밤을 새며 기다린다, 새봄아 어서 오라! 不寐待新春(불매대신춘) 1389년 11월, 이성계에 의해 창왕이 폐위되고 공양왕이 왕위에 올랐다. 그와 동시에, 목은(牧隱) 이색(李穡)과 그의 둘째 아들 인재(麟齋) 이종학(李鍾學: 1361-1392)은 각각의 길로 유배를 떠났다. 신돈의 아들(?)인 우왕과 창왕을 추대하는데, 관여를 했다는 게 그 죄목이다. 인재는 그해 12월 8일 형제들과 작별을 하고, 머나먼 유배지 전남 순천으로 길을 잡았다. 전북 남원에서 섣달 그믐날과 맞닥뜨린 그는 그 외딴 곳에서 혼자 밤을 지새우며 이 시를 썼다.옛날 섣달 그믐날 밤에는 집안 곳곳마다 등불을 밝혀놓고 밤을 지새우는 풍습이 있었다. 만약 잠을 자게 되면 부엌을 주관하는 조왕신(竈王神)이 그 틈을 타고 하늘로 올라가서, 가족들이 한 해 동안 지은 죄를 낱낱이 다 고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잠을 자지 않고 딱 버티면서 조왕신의 외출을 막기만 하면, 죄에 대한 벌을 면하게 된다는 어처구니없는 믿음이었다. 잠을 자면 '눈썹이 하얗게 센다'거나, '몸이 굼벵이가 된다'는 등의 새빨간 거짓말들이 세상에 태어나게 된 연유다.기나긴 겨울밤을 지새우기 위해서는 술과 음식, 갖가지 놀이가 필요할 터. 그러므로 섣달 그믐날은 본래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축제의 날로 변하곤 했다. 가족들끼리 모여 맛난 음식을 나누어 먹으면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축제다. 그런데 바로 그 축제의 날에 작중화자는 유배객이 되어 낯선 타향에서 혼자서 밤을 지새우고 있다. 만 가지 감회가 없을 수가 없다.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할까. 위의 한시는 바로 그 만 가지 감회들을 눈물로 뒤범벅 해 차려놓은 두레밥상 같은 작품이다.그러고 보니, 내일 모레가 벌써 섣달그믐날 이다. 죄에 대한 벌을 피하기 위해 가당치도 않은 밤샘을 하던 시대는 지났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섣달 그믐날에는 다들 밤샘을 했으면 한다. 지치고 힘들었던 가족들이 모처럼 오순도순 마주 앉아서 작은 축제를 벌이는 동안, 아아, 새날이여 어서 오라!시조시인·계명대 한문교육과 교수

2019-01-31 10:10:40

낮달이 있는 저녁 표지

[반갑다 새책]낮달이 있는 저녁/이기홍 시집/일송북 펴냄

'나는 그대 안에 집 하나 지어두고/밤이나 낮이나/비가 오나 바람 불 때/내 집이 온전하나 살펴봅니다/그대도/내 안에 집 하나 짓고/봄날 제비처럼/무너진 곳이 없나 삐뚤어진 곳이 없나/드나듭니다/비새는 마음 없나 휘 둘러보고 날아갑니다' '제비집 전문'지은이는 늘 인간의 삶에 대한 근원적 탐구와 자연에 대한 동경이 끊이지 않았다. 태어난 곳이 물 좋고 산 좋은 경북 청도인지라 길을 오가며 고향 산천을 바라보면서 부모와 산수에 대한 그리움은 시를 쓰게 만든 원동력이 됐다.'제비집'에서 보듯 일상적 언어로 쓰인 이 시에 어려운 말을 하나도 없다. 그럼에도 자칫 지치고 다친 현대인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치유하는 능력이 이 시에는 있다.이 시집은 지은이의 처녀 시집이다. 한 장 한 장 시집을 넘기다 보면 허황되고 가식적이고 난삽한 시어는 없다. 그림을 감상하듯 시를 읽어 내려가면 산골짝 샘물이나 공기를 마시듯 청량한 느낌이 든다.본래 시란 하고픈 말은 최소한으로 줄이면서 드러내 보이고 싶은 마음이나 심상은 최대한 펼쳐 보이는 언어의 경제학이다. 수만 언어를 써서 진술한다 해도 마음을 다 못 전할 수 있지만 몇몇 단어의 선명한 배치만으로도 오만가지 심사를 전할 수 있는 게 또한 시의 매력 아닌가?'경자년 섣달 추위로 나를 나으신 어머니/자식이 아프다 우시는 마음은/하늘 끝 어디엔가에 눈물로 얼어/구름 꽃 하얗게 낮달이 서럽구나' '낮달' 전문어미와 자식 사이 간절한 정이 마침내 겨울의 시린 기운에 꽁꽁 얼어 '낮달'로 형상화 됐다. 이 시를 읽은 독자가 이후에 보게 되는 모든 낮달에는 어머니의 얼굴이 오버랩 될 것 같다. 사랑과 그리움의 본질을 포착해 이를 형상화하는 시인의 직관적 서정능력이 예사롭지 않다.'낮달이 있는 저녁'은 소재의 폭도 넓고 주체도 깊이가 있다. 땅에 두 발을 딛고 사는 우리의 일상에서 우러나는 서정성이 잘 묻어나 쉽게 읽히는 게 이 시집의 특장이다. 190쪽, 1만800원.

2019-01-29 13:53:24

밀리의 서재가 이기적인 유전자 40주년 기념판 전자책의 흥행 소식을 알렸다. 밀리의 서재 제공

밀리의 서재, '이기적 유전자' 40주년 기념판 전자책 흥행몰이

월정액 독서앱 밀리의 서재가 '이기적 유전자' 40주년 기념판 전자책이 최근 자사 회원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것에서 나아가 신규 회원 유치에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밀리의 서재는 자사 플랫폼에서 '이기적 유전자' 40주년 기념판 전자책을 이번 달 4일부터 다음 달 3일까지 단독 서비스하고 있다. '전자책'과 더불어 '리딩북'으로도 서비스 중이다. 『이기적 유전자』의 리딩북 리더로는 지난해 11월 폭발적인 인기를 얻은 '사피엔스'의 리더인 배우 이병헌이 참여했다. '리딩북'은 각 분야의 자타공인 독서 고수들이 책 한 권을 30분 내외로 요약한 후 해설과 함께 읽어주는 밀리의 서재만의 독특한 콘텐츠다.'이기적 유전자'는 1995년 국내 출간 이후 40만부 가량 팔린 스테디셀러로써 최근에는 JTBC 드라마 'SKY캐슬'의 독서모임 책으로 화제가 된 바 있다. 지난해 10월에 출시된 '이기적 유전자' 40주년 기념판은 작가 리처드 도킨스의 에필로그가 새롭게 수록된 것이 특징이다.밀리의 서재 브랜드커뮤니케이션팀 이창훈 팀장은 "배우 이병헌씨의 리딩북 출시와 인기 드라마 등장으로 인해 신규 회원 가입자 중 상당수가 '이기적 유전자'를 전자책으로 읽거나 리딩북으로 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이제 서비스 출시 만 2년이 조금 넘은 밀리의 서재가 독서 인구 증가에 기여를 하는 것 같아 뿌듯하다"며 "이에 '이기적 유전자'의 단독 서비스 기간이 끝난 후에도 전자책과 리딩북 서비스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최근 들어 전자책을 읽기 시작했다는 김윤재씨는 "월정액 구독 서비스를 통해 여러 권의 베스트셀러와 스테디셀러를 합리적인 비용으로 읽을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다음 달 밀리의 서재는 아나운서 배성재가 리더로 참여한 '하버드 협상 강의'와 '괴테가 읽어주는 인생'의 리딩북을 공개한다.

2019-01-29 11:15:09

일러스트 전숙경(아트그룬)

[2018년 제4회 시니어 문학상 논픽션 부문 당선작]③열망

똑같은 연세에 성자아버지는 우리아버지와 달리 면사무소에 다니며 펜을 굴리고 있다. 그것하나만 보더라도 배움의 차이는 참으로 클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또 하나 성자아버지는 배움의 중요성을 늘 강조한다. 반면에 우리아버지는 쓸데없는 짓이라고 핀잔만 늘어놓는다. 어머니도 똑같다. 하긴 그 아버지와 함께 사는 부부니 같을 수밖에. 사람은 끼리끼리 사는 법이니까. 나는 이런 생각을 하며 허허로운 웃음을 날렸다. 하지만 진정 내 판단으로는 성자아버지의 생각과 말이 백번 옳다고 여겨졌다. 나는 머리로 살고 싶다는 마음이 더 간절했으므로."숙자야, 공부 열심히 해."어느 날, 당숙모의 딸이 싱글벙글 웃으며 내 곁으로 다가온 다음 느닷없이 내뱉는 말이었다. 나는 두 눈을 휘둥그레 뜨고 당숙모의 딸을 바라봤다. 뜻밖이었다. 아니 생각지도 못했던 말을 당숙모의 딸로부터 듣고 보니 나는 어안이 벙벙해 두렵기까지 했다. 농담이려니 여기며 숨을 거푸 몰아 내쉬는데 당숙모의 딸 목소리가 다시금 들려왔다. "너 곧 다른 곳으로 가거든. 그래서 내가 선심 쓰는 거야."당숙모의 딸이 웃음을 멈추지 않고 또 말을 뱉는다. 나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때야 입을 열고 물었다."무슨 소리야? 내가 가긴 어디로 가?""그런 거 있어. 비밀."당숙모의 딸이 또다시 헤헤거린다."말해봐, 궁금하잖아. 농담이지?" 내가 눈망울을 굴렸다."아냐. 진짜야."도무지 알 수 없는 당숙모 딸의 말, 나는 머리끝이 쭈뼛 가슴속이 떨려왔다. 하지만 당숙모의 딸을 믿지 않았기에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입술을 삐죽한 다음 곧바로 내가 기거하는 방으로 들어갔다. 왠지 어설픈 밤이었다.당숙모 딸의 말을 믿지 않으면서도 내내 마음에 걸리고 찝찔한 기분은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싱숭생숭 마음을 다잡지 못하고 밤새 뒤척이다보니 자주 소변이 마렵다. 뒷간을 들락거렸다. 미적지근한 기분이 영 개운하지 않다. 소변을 몇 번이고 확 쏟아냈지만 꺼림칙한 기분이다. 나는 뒷간에서 나온 뒤 마당가를 서성거렸다. 밤하늘의 별빛이 유독 애처롭게 느껴졌다 유별스럽게 밝은 별 하나가 반짝거리며 어디론가 사라져간다. 나는 숨을 거푸 내쉬고 다시 내 방으로 가기위해 발길을 옮겼다. 그때였다. 어디선가 소곤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나는 귀를 쫑긋하고 가까이 다가가 봤다. 다름 아닌 당숙모의 방이었다. 숨을 죽였다. 당숙모의 목소리와 섞여 새어나오는 웃음소리는 당숙모의 딸이 분명했다. 나는 더욱 발자국을 죽이고 마루 끝에서 신경을 곤두세웠다. 헌데 좀 더 정확하게 들려오는 당숙모와 딸의 목소리가 나를 일순 당황하게 만들었다. 나는 사지를 벌벌 떨며 몸을 바짝 움츠렸다."어머니, 그게 정말이야? 숙자를 그 병신한테 시집보낸 다는 게?""그렇다니까. 내가 숙자를 데려올 때 쌀 두가마를 줬잖아. 그러니 본전은 뽑아야 되지 않겠니. 곱에다 더 보태 다섯 가마를 준다는데 그런 횡재가 어디 있겠니. 빨리 서둘러 보내야지." 이 말을 듣는 순간 나는 두 다리가 후들후들 떨려왔다. 발을 떼 옮기려 해도 도무지 움직여주지 않는다. 세상에, 이런 일이! 나는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입술을 바르르 떨었다. 본전생각에 이중으로 나를 팔아넘기려는 당숙모의 속심, 나는 더 이상 들을 가치를 느끼지 못하고 뒤돌아서 그곳을 빠져나왔다. 심장이 쿵쿵 소리를 내며 뛰고 있었다. 어찌해야 좋을까. 내 머릿속은 그 순간 오로지 이 생각뿐이었다. 당장 갈 곳도 없는데 어디로 갈까. 오만가지 근심걱정이 한데 어우러져 나를 더욱 심란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지체할 수 없다. 머뭇거렸단 내 신세가 어찌될지 모르는 판국에 뭘 망설이고 뒷일을 염려해야한단 말인가. 나는 주섬주섬 옷가지를 챙겼다. 그리고 부리나케 뒷길을 향해 내달렸다. 밤은 더욱 깊어졌고 사방은 어둡기 그지없었다. 그러나 나는 무엇도 두렵지 않았다. 들짐승도 귀신도 멀리서 짖어대는 사나운 개의 소리도 전혀 무섭다는 생각을 가질 수 없었다. 다만 사람을 만날까 그것이 겁나고 조바심쳐질 따름이었다.얼마나 달리고 거듭되는 발걸음을 뗐을까. 저 멀리 희미한 가운데 시내가 보인다. 드디어 목포역에 도착했다. 나는 거침없이 역 안으로 달려 들어가 마침 움직이는 기차를 탔다. 잠시 후, 기차는 머리 부분에서 하얀 연기를 뿜어내며 우렁찬 기적소리와 함께 어딘가를 향해 마구 달려 나갔다. 아직도 가슴속이 두근두근 뛰고 있었다. 스르르 눈을 감았다. 당숙모의 얼굴이 눈앞을 스쳐 지난다. 표독스런 모습이다. 이내 매를 든다. 그리고 사정없이 내 몸을 내리친다. 나는 울음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고통을 안으로 삭이며 감내해야만 했다. 마음속으로 A B C D E F G, H I J K L M N, O P Q R S T U V, W X Y Z,를 외우며.3. 세상의 벽눈을 떴다. 들녘의 푸른색깔이 차창 밖으로 쉴 새 없이 스쳐간다. 얼마나 오랜만에 가슴으로 바라보는 자연의 경관인가. 저 멀리 하늘엔 하얀 구름이 뭉게뭉게 어딘가로 흘러가고 있다. 나는 숨을 훅 뿜었다. 내부에 쌓여있던 고통의 시간들을 전부 내뱉어버리고 싶었다. 당숙모의 집에서 2년을 살았으니 이제 내 나이 16살이다. 세상에 눈뜨기엔 아직 어린나이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보다 강하게 맞서고 싶다. 짧은 삶에서 느꼈던 숱한 사연을 거울삼아 나는 반드시 당당한 모습으로 살아가련다. 나는 다시 한 번 아랫입술을 꽉 깨물고 굳은 의지를 마음에 다졌다. 차창 밖 하늘은 마치 구멍이 뻥 뚫린 것처럼 한껏 청아하고 맑아보였다.무임승차를 한 탓에 나는 승무원에게 끌려 서울역에서 내리자마자 역무실로 직행했다. "너, 가출했지?"대뜸 나를 향해 내뱉는 역무실 직원의 말에 나는 고개를 바짝 수그렸다."집이 어디야? 되돌려 보내줄 테니 말해봐. 이곳이 어딘 줄 알고 무작정 상경을 해. 눈뜨고 코 베어간다는 말 못 들어봤어? 부모님은 또 얼마나 속을 썩을 것이며. 휴!...... 너희 같은 애들 때문에 골치가 아파 죽겠다. 제발 주는 밥 먹고 공부나 열심히 하면 될 걸, 왜 가출은 하는지 모르겠구나.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뛰어들면 누가 밥 주고 재워준대? 하긴 착각은 자유지만. 집 생각, 부모생각 간절하게 될 건데 뭣 땜에 그러는지 모르겠단 말이야. 너무 호강스러워 탈 난 거 아냐? 집보다 더 좋은 곳이 어디 있다고. 쯧쯧."(2월12일 자 시니어문학상 면에는 논픽션 당선작인 '열망' 4회가 게재됩니다)

2019-01-28 18:30:00

'언론에 비친 재난·안전 사고 현장과 안전수칙' 표지

김종욱 보좌관 '언론에 비친 재난·안전 사고현장과 안전수칙' 출간

"제발 소 잃은 후에라도 외양간 고치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습니다"김종욱(51세) 이완영 국회의원 보좌관이 '언론에 비친 재난·안전 사고현장과 안전수칙'이라는 책을 냈다.'언론에 비친 재난·안전 사고현장과 안전수칙'은 지난 70여 년간 국내에서 발생한 주요 재난·안전 사고사례를 언론보도를 중심으로 총 정리한 도서다.대한민국 역사 속에 발생했던 사회재난, 화재참사, 자연재해, 산업재해 등을 연도 별로 주요 개론과 신문기사 및 사진자료를 수록했다.김종욱 보좌관은 이를 위해 지난 5년에 걸쳐 편집 기간에 갖고 사건사고를 조사, 자료를 수집하는 등 심혈을 기울였다.이 책은 지난 70여 년의 각종 재난·안전 사고사례를 언론보도, 보도사진을 통해 정리함으로써 당시의 생생한 현장과 상황을 볼 수 있게 시각화했다.또한 행정안전부에서 제공하는 각종 유형별 안전사고 대처법와 행동요령을 수록하고, 그 외 응급처지 방법도 제공해 국민안전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했다.또한 부록으로는 미국, 일본 등 해외 자연재해 사례와 UN 세계재난위험감소회의 행동원칙 '센다이 재난위험경감 강령'을 실어 지구 자연재난 문제도 다뤘다.저자 김종욱은 "재난이 나는 것을 100% 막을 수는 없지만 그것을 최소화하는 것은 우리의 몫"이라며 "실패를 최소화하는 방법은 과거의 경험에서 배우고 내일을 대비하는 것인 만큼 점점 잊히고 있는 사건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했다.이어 그는 "이 책은 우리에게 뼈아픈 실패의 역사를 기록한 책"이라며, "전국 초중고교 교실 및 병원, 공공기관에 비치되어 이 책으로 말미암아 단 한건이라도 안전 사건·사고가 줄어드는데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했다.

2019-01-24 18:32:12

[책] 노인은 없다/지은이 마크 아그로닌/한스미디어 펴냄

100세 시대가 눈 앞에 다가왔다. 식생활 개선과 의료기술 발달로 평균 기대수명이 100세를 바라보게 된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7년 기준 100세 이상 고령자는 3천906명으로 7년 전에 비해 2배이상 늘었다.정말 100세까지 산다면 어떨까. 대부분은 100세를 축복이라고 생각하기 보다는 두려움을 느낄 것이다. 생명은 유지하고 있지만, 100세의 신체는 기능이 어딘가 망가져 거동이 불편해질 수 있고, 뇌의 기능도 저하돼 정신 또한 온전치 않을 수 있을 것이란 두려움이다. 노년에 발생할 수 있는 가장 큰 고통, 치매에 대한 두려움도 있다.미국 최고의 노인정신의학 전문의 마크 아그로닌이 쓴 '노인은 없다'는 이처럼 노화에 두려움을 느끼는 사람들을 위한 건강한 노년 안내서다. 우리 몸과 두뇌는 나이가 들면 기능이 쇠퇴하지만, 전체적인 기능은 전과 다름없이 안정적으로 작용하며, 오히려 개선되기도 한다는 노년에 대한 희망적 메시지를 전한다.◆나이 듦은 쇠퇴가 아닌 성장아그로닌 박사는 이 책을 통해 "나이 든다는 것은 쇠퇴하는 것이 아닌 성장한다는 것"이라 주장한다. 때문에 노년을 단순히 쇠락하는 시기로 여겨서는 안 되고, 나이 듦에 아무런 장점이 없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지은이는 나이 듦 자체를 긍정적으로 바라봐야만 노년에 잠재돼있는 '엄청난 능력'을 발견할 수 있다고 말한다. 엄청난 능력으로 '지혜', '회복탄력성', '창의성' 등을 꼽는다.인간의 두뇌가 손상이나 질병, 장애가 발생하더라고 계속해서 기능할 수 있도록 일종의 보험인 '비축분'을 만들어두는데, 신경가소성 과정을 통해 노년의 '지혜'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또 노년에 두뇌의 감정 조절 중추가 두려움을 유발하는 영역보다 우세해지면서 젊은 시절보다 충동적 감정을 잘 다스리고 스트레스에 노련해진다.이전에 없던 통찰력이 생겨 젊은 시절에는 생각하지 못했거나 꺼려했던 방식을 새롭게 탐색하며 '창의성'도 강화된다고 주장한다. 노년의 마티스가 병환으로 침대에 누워 생활하면서 전처럼 붓을 들고 그림을 그리지 못하자 종이를 오려 캔버스에 배치하는 새로운 화풍을 개발했다는 창의성 강화의 사례도 소개된다.◆나이 듦을 긍정할 때 발현되는 능력지은이는 노인정신의학 전문의로 일하면서 그가 주장하는 노년의 강점을 직접 확인했다.그가 진료하는 환자는 평균 80대 중후반에서 90대 초반으로, 대부분 신체와 정신 건강 측면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증 환자들이다. 아그로닌 박사는 그간 노년의 최선과 최악의 모습을 모두 목격하며, 환자와 환자가족들이 어떻게 하면 보다 더 나은 노년을 보낼 수 있을지 연구해왔다.아그로닌 박사가 직접 진료한 환자들의 사례도 소개한다. 노년에 배우자를 잃고 큰 상실감에 빠져 삶의 모든 의욕을 잃은 환자, 쫓겨나듯 은퇴하며 극심한 노인 갱년기를 앓는 환자, 반복되는 수술과 약물 치료로 깊은 우울증에 빠졌던 환자 등 이들이 어떻게 육체적·정신적 어려움을 극복하고 평화로운 노년을 맞을 수 있었는지를 들여다보면 '나이 듦'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있다.모든 사람들에게서 노년의 강점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나이가 든다고 이러한 능력이 저절로 생겨나지 않는다. 노년에 부정적인 태도로 남과 담을 쌓고 지내고 완강하게 변화를 거부하는 노인들에게서는 이러한 지혜가 발현되기 쉽지 않으며, 성장하기보다 퇴보한다는 것. 나이 들어가는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긍정할 때, 그리고 주위 사람들과 깊은 유대감을 맺을 때, 우리의 몸과 두뇌는 젊은 시절 못지않게 성장을 거듭한다. 이때 반드시 필요한 것은 '자기 긍정'과 '깊은 목적의식'이다.나이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에 따라 신체 기능, 건강, 수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실제로 나이 듦을 긍정적으로 인식하는 사람이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사람보다 생존율 중위값이 7.5년 더 길다는 연구결과도 있다.책의 마지막에는 독자 스스로 작성할 수 있는 실천 계획표를 실어 건강한 노년을 설계할 수 있도록 했다. 평생을 살아오며 쌓아온 것은 무엇인지, 가족과 공동체에서 나의 역할은 무엇이며, 또 앞으로 어떠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인지, 그리고 궁극적으로 가족과 세상에 무엇을 남길 것인지 등을 하나씩 적어보는 시간을 통해 '나이 들었기 때문에' 얻을 수 있는 소중한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320쪽. 1만5천800원

2019-01-24 11:16:12

[반갑다 새책]산산수수화화초초'풀잎에 쓴 시/이기철 시집/서정시학'시선사 펴냄

지은이 이기철은 현재 영남대 명예교수로 1972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했고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3권의 시집을 연거푸 냈다. '산산수수화화초초'는 나제여조(羅濟麗朝) 선인들과 천년의 대화를 시집으로 엮은 시집이고, '풀잎에 쓴 시'는 한국출판문화진흥원의 출판콘텐츠 창작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국민체육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아 제작됐다. 나머지 1권은 지은이가 지금까지 발표한 시집에서 '선'(善)한 시 61편을 가려 영문학자 노정용 교수가 영역했다.'산산수수화화초초'는 이 시집을 기점으로 지은이가 우리 서정시의 새로운 현대적 지평을 얻었다고 평가된다. 3년여 적공의 노력을 통해, 고만고만한 서정시에 익숙한 독자들에게 그가 선조들의 율조를 빌려 법고창신의 문체를 선사한 시집이라고 할 수 있다.이 시집에서 지은이는 풍류와 자기비판의 눈길, 득의의 깨달음 3가지 색깔을 기조로 이전 울타리를 타파하고 선인들이 발효시킨 천년 서정의 전통에 새로운 길로 가는 한 켤레의 신발을 놓은 것이다. 지은이는 이 시집의 첫 장 '시인의 말'에서 "지금까지 손에 밴 내 시의 관습을 깨뜨리고 싶었다. 뼈를 바꾸고 태를 벗고 싶었다. 인습을 벗어나 새 삶의 얼굴을 보고자 했다"고 고백하고 있다.시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바치고 싶었다는 '풀잎에 쓴 시'는 '해맑고 희망적이고 새싹 같이 청순하고 봄볕 같이 따뜻한 시'에 대한 열망으로 지은이가 직접 명명한 '소년시' 묶음이다. 지은이가 몇 년 전 충주 호반 청소년 문학캠프에 가서 가슴이 뜨거운 대학생 문청(文靑)들과 눈이 반짝이는 남녀 고교생들에게 지금까지의 시와 달리 꿈과 희망, 쉽고 친절한 시를 쓰고 싶다고 했던 약속의 결과물이다.그간 문학이 발전을 해 온 것도 사실이지만 정작 청소년을 위한 시는 없거나 빈약했음을 부인할 수 없었던 그는 우리 문학에 없는 장르 창출의 제의로 이름 하여 '소년시'를 쓰게 됐다는 것이다.한편 27일(일) 오후 4시부터 6시까지 대구 그랜드호텔 2층 다이너스티홀에서 제자들이 마음을 합친 '출판기념회'가 열릴 예정이다. '산산수수화화초초' 133쪽, 1만2천원. '풀잎에 쓴 시' 95쪽, 6천500원.

2019-01-22 19:12:33

달구벌수필문학회 연간집 출판기념회

달구벌수필문학회(회장 신은순)는 21일 대구 라온제나호텔에서 연간집 14호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이날 이규석 직전 회장, 장호병 한국수필문인협회 이사장, 박방희 대구문인협회장, 신노우 대구수필가협회장 등 회원 50여 명이 함께했다. 제1회 달구벌문학상은 윤영 수필가가 받았다.

2019-01-22 09:42:28

일러스트 전숙경 (아트그룬)

[2018년 제4회 시니어 문학상 논픽션 부문 당선작]②열망

반들반들 윤이나 보이던 모래사장이 그 어느 날부터 온통 글자로 뒤덮였다. 가끔 밀물이 휩쓸고 간 자리에는 흔적도 없이 지워져버렸지만 그러기에 내 공책은 더욱 넓어졌고 맘껏 쓰고 또 써도 돈이 드는 공책 염려는 절대로 없었다."쓸데없는 짓 어지간히 하고 자빠졌네."어머니는 그런 나를 발견할 때면 혀를 차며 못마땅해했지만 나는 개의치 않았다."그럴 시간 있으면 마루나 한 번 더 닦아!"호된 꾸지람에도 나는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았으며 오로지 내 목적 달성을 위해 전진만 할 뿐이었다.2. 남의집살이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나는 13살 어린 나이에 남의 집 식모로 팔려갔다. 생활고에 허덕이던 우리 부모님은 많은 생각 끝에 결정을 내리고 쌀 두 가마를 받고 나를 목포 시내 당숙모네 집으로 가게 했던 것이다. 나는 울며 가지 않겠노라 떼를 썼지만 도저히 가지 않고는 배겨낼 수 없는 여건이 나를 등 떠밀어 가게 했다. 노망이 들어 벽에 똥칠을 하는 할머니와 어린 두 동생들의 배고픔을 지켜보는 나로서는 끝까지 우기며 나 자신만을 위해 고집부릴 수가 없었다. 사립문 밖에 서서 치맛자락으로 눈시울을 닦아내는 어머니의 모습이 떠나는 내 뒷덜미를 무겁게 만들었지만 나는 이를 앙다물고 발걸음을 옮겼다. 물론 그 시간에는 부모님이 원망스럽고 미웠지만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나를 설득하는 부모님을 한편으로는 이해하고 싶었고 지긋지긋한 가난이 싫어 부잣집이라는 당숙모네 집으로 가서 사는 편이 훨씬 나을 거 같다는 얄팍한 내 마음속의 계산도 있었기에 그다지 서럽거나 애달프지는 않았다. 더욱이 그때 내 나이 13살, 세상에 대해 아무것도 알 수 없었던 나로서는 그것이 너무나 당연한 일인 줄만 알고 곧 순응하며 부모님 말씀을 거역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비록 먼 친척인 당숙모네라고는 하지만 남의집살이가 편할 리가 없었다. 낮 동안 고된 일에 지친 나는 밤이 되면 녹초가 돼 이불깃을 적시며 울어댔다. 부모님도 보고 싶고 동생들 그리고 할머니도 그리워 견딜 길이 없었다. 나는 그때 처음으로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가슴으로 절절히 느꼈다. 일도 버거웠다. 하지만 일보다 더 참을 수 없는 것은 보고픈 가족들과 헤어져 산다는 사실이었다.거기다 내 나이와 동갑내기인 당숙모의 딸이 매번 음으로 양으로 괴롭힐 때는 정말이지 죽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더욱이 당숙모는 성격이 급하고 참을성이 없는 터라 조금만 일이 더디다 싶으면 곧잘 매질을 해댔다. 그것도 등허리든 머리든 아니면 종아리든 닥치는 대로 때리곤 했다. 물을 길어오는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든지 때로 힘에 부쳐 엎는 날은 영락없이 호된 꾸지람과 더불어 매질을 당했다. 나는 너무도 당숙모가 무서웠다. 그렇다고 도망도 갈 수 없었고 또 갈 곳도 없었다. 나는 그럴 때마다 책을 펴들고 스스로 마음을 달랬고 더욱 어금니를 꽉 깨물며 후일을 위해 공부를 멈추지 않았다. 어느 때는 그것이 화근이 돼 더 심하게 매를 맞았다. 당숙모는 하얀 이를 드러내며 눈꼬리를 올리고 내 손에 든 책을 빼앗아 아궁이에 집어던진 뒤 작대기로 실컷 두들겨 팼다. 나는 잘못했다고 두 손을 모아 싹싹 빌었지만 당숙모는 조금도 인정을 두지 않았다."뱁새가 황새 걸음 걷다간 가랑이가 찢어진다는 거 몰라? 꼴값을 떨어도 분수가 있지, 어디 남의집살이 하는 년이 공부를 한답시고 책을 끼고 살아! 주제도 모르고."매보다 더 아픈 당숙모의 이런 말들은 어린 내 가슴에 비수가 돼 꽂히곤 했다. 나는 서러움을 우물가로 달려가 씻어냈다. 두레박으로 물을 퍼 올리며 입으로는 A B C D E F G! 하고 크게 소리를 질렀다. 우물은 당숙모네 집과 상당히 먼 곳에 있었기에 들킬 염려는 거의 없었다. 중학교에 다니는 당숙모의 딸은 그런 나를 볼 때마다 입술을 삐죽거리며 시기질투를 하는 듯싶었다. 얼굴도 못생기고 공부도 못하는 입장이었기에 나와 늘 자신을 비교하며 더욱더 못살게 굴었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당장 달려가 당숙모에게 고자질한다."어머니, 숙자 지금 책 보고 있어. 못 믿겠으면 직접 가보셔.""정신 나간 년! 얼마나 맞아야 정신이 들 건감!"숨을 씨근덕거리며 곧바로 내가 있는 곳으로 달려온 당숙모는 내 머리채를 휘어잡고 저만큼 내동댕이쳤다."야, 이년아! 널 얼마 주고 데려온 줄 알아? 밥값도 제대로 못 하면서 속이나 썩이지 말아야지! 네 팔자에 공부는 해서 뭐 하게? 사람은 분수를 알아야 된다고 몇 번을 말했어. 맞아죽기 전에 그만하는 게 좋을 거야. 죽으면 쥐도 새도 모르게 묻어버릴 거니까. 알아들었어!"머리를 쿡쿡 쥐어박으며 당숙모는 두 눈을 부라려보였다. 나는 너무도 무섭고 겁이나 온몸을 벌벌 떨었다. 그러나 내 공부에 대한 열망은 전혀 식을 줄 몰랐고 그러면 그럴수록 내 마음 안에 어떤 오기가 가득 차오르는 것만 같았다.해질 무렵 물을 길어오던 중 먼 곳 하늘을 바라봤다. 붉은 노을이 하늘을 가득 채우고 아름답게 펼쳐져있다. 그리움이 묻어난다. 노을 속 어딘가에 내 가족들이 살고 있는 모습이 내 시야를 얼핏얼핏 지난다. 밥상에 둘러앉아 꽁보리밥을 목구멍으로 삼키던 그때 그 시간, 입안에서 뱅뱅 도는 보리알이 지금 생각해보니 사뭇 그립다. 가을걷이가 끝난 뒤 어머니가 들판을 헤매며 주워온 잔치래기 무를 소금간만 해 담가둔 다음 숭덩숭덩 썰어 밥상에 올려놓으면 유일한 반찬으로 그보다 별미는 없는 듯 여겨졌다. 동생들은 동치미 국물을 조금이나마 더 먹겠다고 아우성이고 그럴 때면 어김없이 어머니의 숟가락 응징이 동생들의 머리 위로 날아다니곤 했다. 어머니는 뜨는 둥 마는 둥 숟가락을 내려놓고 하염없이 눈물지으며 한탄의 목소리를 쏟아냈고 나는 슬며시 일어나 방밖으로 나오는 게 언제나처럼 일상이었다. 방안에서는 아직도 끝나지 않은 가난의 전쟁이 계속되고 있었다. 어머니의 목소리가 방 밖으로 새어나온다. 나는 급히 몸을 움츠리고 가슴을 졸였다."에고, 가난한 집구석에서 뭐 하려고 새끼들만 주렁주렁 낳아 이 고생이람. 더러운 내 팔자."또 팔자타령이다. 나는 그 소리가 너무도 지긋지긋했다. 왜 가난하게 사는가는 깨우치지 못하고 늘 팔자라는 단어에 매달려 신세 한탄만 한다. 가난이 어디서 오는가. 가진 거 없으면 가난한 것이다. 그렇다면 가난에서 벗어나려면 가져야 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가질 수가 없다. 부모 때부터 뼈 빠지게 농사짓고 허덕여보지만 물려받은 재산이 없으면 더욱 고달플 뿐이다. 그러므로 자식에게 물려줄 것도 없고 역시 가난은 대물림될 수밖에 없다.시대가 변해간다. 아무것도 알지 못하면 평생 농사일밖에 매달릴 곳이 없다. 그것은 육체의 고된 노동이다. 그렇다고 대가가 큰 것도 아니고 농사도 머리로 짓지 않으면 더욱 힘든 법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가난은 게으른 데서 오기도 하지만 우리 부모님은 남달리 부지런한데도 가난이라는 틀을 벗어나지 못하는 까닭은 아무리 돌려 생각해봐도 배우지 못한 탓인 것만 같다. [1월29일 자 시니어문학상 면에는 논픽션 당선작인 '열망' 3회가 게재됩니다]

2019-01-21 09:56:23

밀리의 서재가 이국종 교수의 저서 골든아워를 자사 플랫폼에서 공개했다. 밀리의 서재 제공

베스트셀러 한가득 '밀리의 서재', 이제 『골든아워』까지 본다!

독서 어플리케이션 '밀리의 서재'가 이국종 교수의 저서 『골든아워』를 자사 플랫폼에서 공개했다고 21일 알렸다. 『골든아워』는 '2018년 출판인들이 뽑은 올해의 책' 중 1위를 차지한 바 있다.출판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골든아워』는 20대부터 40대까지 모든 연령층에서 고른 판매량을 보이고 있어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불붙은 월정액 전자책 대여 시장에서 『골든아워』는 가장 주목하던 서적 중 하나라고 밀리의 서재 측은 말했다. 밀리의 서재 브랜드커뮤니케이션팀 이창훈 팀장은 "많은 회원들이 플랫폼 내 게시판 등에서 『골든아워』를 보고 싶어 하는 요청이 많았다"며 『골든아워』의 공개 배경을 말했다.밀리의 서재 콘텐츠전략팀 김태형 팀장은 "『골든아워』에 이어 2018년 베스트셀러인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의 『연애의 행방』을 이번 달 안으로 서비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2월 중에는 『마더 크리스마스』와 『눈보라 체이스』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현재 밀리의 서재에는 『골든아워』를 비롯해 지난 해 6주 연속 베스트셀러를 차지한 유시민의 『역사의 역사』, 2018년 가장 많이 판매된 책인 『곰돌이 푸, 행복한 일은 매일 있어』, 20대 여성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끈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등 다양한 베스트셀러들을 볼 수 있다. 최근 밀리의 서재가 '무제한 정액제' 형태로 대여 서비스하고 있는 전자책은 총 3만 권에 이른다.

2019-01-21 09:17:08

김천도서관,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 '도서대출 두배로' 행사

김천시립도서관이 올해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에 1인 5권으로 한정된 도서 대출을 10권까지 확대하는 '도서대출 두배로' 이벤트를 진행한다.이번 이벤트는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추진하는 '문화가 있는 날' 행사에 시립도서관이 동참하고 김천 시민들의 풍요로운 독서활동을 위해 마련됐다.'도서대출 두배로'는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 김천시립도서관 보관에서는 오전 9시부터 오후 8시까지, 드림밸리 작은도서관 오전 10시부터, 그 외 작은도서관 9개 소는 오후 1시부터 6시까지 이용 가능하다.신동균 시립도서관 관장은 "이번 이벤트가 시민들이 도서관을 찾는 또 하나의 즐거움으로 자리잡기를 바란다"며 "앞으로도 시민 독서생활화를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2019-01-18 06:30:00

시화집 '내친구 이름은 배말남 얼구리 애뻐요' 표지.

칠곡 할매시인들, 시화집 '내친구 이름은 배말남 얼구리 애뻐요' 출간

거침없는 경상도 사투리로 시집(시가 뭐고?)을 내 전국적 유명세를 탔던 칠곡 할매 시인들이 이번에는 시화집 '내친구 이름은 배말남 얼구리 애뻐요'를 출간했다.이 시화집은 할머니들이 마을학당(성인문해교실)에서 쓰고 그린 글과 시화를 엮어낸 것으로, 총 92편이 수록됐다.시화집의 제목은 약목면 교리 향교한글학교 권영화(84) 할머니의 시 '옆자리 친구'에서 따왔다.'내 친구 이름은 배말남 성주댁/가을을 조아해요/얼구리 애뻐요/성주댁 이를 잘해요/친구가 있어 조아요'.맞춤법이 틀린 부분이 구석구석 눈에 띄지만 친구에 대한 애정과 고마움 만은 듬뿍 묻어나 정겹다.북삼읍 숭오1리 태평서당의 이명순(83) 할머니는 '양파'라는 제목의 시를 실었다. 당뇨병 치료에 양파의 효능이 탁월하다는 얘기를 듣고 양파를 많이 먹어 빨리 병이 나았으면 하는 바람에서 쓴 시다.약목면 복성리 배움학교의 안윤선(86) 할머니는 '우서버 죽게따'라는 시에서 '배불러 죽겠고/ 배고파도 죽게따/ 더버 죽겠고/ 추버도 죽겠다/ 조아 죽겠고/ 미버도 죽겠다/ 쓰고보이 우서버 죽겠다'고 썼다.한편 칠곡군은 2006년부터 마을학당을 열어 성인문해교육을 펼쳐왔다. 현재는 27개 마을학당에서 평균 연령 78세의 할매 시인 400여 명이 늦깎이 공부를 하고 있다.이들 할머니는 2015년 할매시집 1권 '시가 뭐고?'를 출간, 경상도 친구 하나는 있어야 이해하는 재미난 시집으로 큰 관심을 받았다. 2016년에는 할매시집 2권 '콩이나 쪼매 심고 놀지머'를 펴냈다.

2019-01-18 06:30:00

[책] 참모로 산다는 것/신병주 지음/매일경제신문사 펴냄

우리는 태블릿PC에서 흘러나온 비선실세의 국정농단 사태를 지켜보며, 대통령을 보좌하는 참모가 얼마나 중요한지 목격했다. 대통령의 참모들이 국정농단에 눈을 감거나 오히려 거들면서 줄줄이 법의 심판대에 오르며 '훌륭한 참모가 있었더라면…'하는 안타까움을 세어나온다.조선시대에도 왕을 보좌하던 참모, 왕의 남자들이 있었다. 왕들은 참모를 최대한 활용해 국정을 운영했다. 조선시대 전문가로 이름난 지은이 신병주는 이 때문에 조선의 역사를 이해하기 위해 '왕'과 함께 '참모'라는 키워드를 제기했다. '참모로 산다는 것'에는 치열했던 40명의 참모들을 통해 조선을 역사를 들여다 본다.◆과거 참모들에게 배우는 교훈역사는 반복된다. 그래서 조선시대 참모들의 삶은 이 시대에도 큰 의미를 던져준다. 실제로 정치가 움직이는 모습은 놀라울 정도로 지금의 정치와 닮아있다. 당쟁이라는 이름의 참모들 간의 갈등도, 임금을 조종해 국정을 농단하는 간신의 모습도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그렇기에 과거는 오늘날에 큰 의미가 있다.책은 굵직한 사건을 중심으로 당대에 활약했던 참모들을 소개하고 있다.새 왕조의 기틀을 세운 정도전과 하륜, 황희, 장영실, 성삼문, 신숙주, 갓 마련한 기틀을 다졌던 서거정, 강희맹, 한명회, 김종직, 김일손, 성현 등이 있었다. 이어 연산군 폭정 시대의 주역들인 장녹수,임사홍, 남곤, 조광조, 김인후, 조식 등이 소개되고, 임진왜란 위기에 대처했던 이이, 정철, 조헌, 김충선, 이산해, 류성룡 등이 조명된다.또 광해군의 참모로 이덕형, 허균, 정인홍, 김개시, 이원익 등이, 인조반정 당시 활약했던 장만, 이귀, 김신국, 조경, 최명길 등을, 당쟁 갈등의 중심에 섰던 허목, 김석주, 송시열, 최석정, 정약용, 이건창 등의 공과도 소개한다.이들 40명의 참모 중에는 충신도 있었지만, 임금을 망친 간신도 있었다. 능력도 없으면서 그저 아첨하기에 바쁜 참모, 타인을 짓밟고 왕 마저 밀어내려는 참모, 미인계로 보이지 않는 권력을 휘두르는 참모가 있는가 하면 묵묵하게 왕을 보좌하거나, 왕을 위한 쓴 소리로 미움을 산 참모, 왕 대신 죽음까지 맞이한 참모도 있다.◆조선의 건국과 위기를 함께한 참모들정도전은 이성계를 도와 조선을 개국한 '천재 참모'였다. '백성은 나라의 근본이며 임금의 하늘'이라는 정도전의 민본사상은 500년이라는 세계사적으로도 흔치 않은 역사를 가진 왕조를 지탱했다. 하지만 '신권(臣權)'을 강조한 소신이 화를 불렀고 결국 이방원 의해 제거됐다.정도전과 동시대 관료이자 '정적'이었던 하륜은 모사로서의 능력이 뛰어났다. 태종의 '왕자의 난' 당시 정도전과 방석을 해치우는 과정에서 모사 역할을 했다. 태종은 하륜이 있었기에 왕위에 오를 수 있었고, 하륜은 태종을 이용해 라이벌 정도전을 없앨 수 있었다.하루아침에 나락으로 떨어져, 최악의 형벌인 '부관참시'까지 당한 참모들은 권력의 무서움을 보여준다.영남 사림파의 영수 김종직은 그 유명한 '조의제문'(숙부 항우에 살해당한 초나라 의제를 조문한 글로 사실은 선왕 세조의 단종 시해를 에둘러 비판하는 내용)을 작성해 사후인 1498년 무오사화의 실마리를 제공했고 결국 부관참시를 당했다.나라가 위기를 맞았을 때 참모의 역할을 더욱 중요하다.조선 중기를 대표하는 정치가인 율곡 이이와 서애 유성룡은 각각 다른 방식으로 위기에서 대응했다. 율곡은 임진왜란을 앞두고 '십만 양병설'을 제안한다. 기록에는 율곡이 1583년 경연에서 10만명 병사를 양성하자고 주장하자 서애가 평화의 시기에 양병은 오히려 화를 부른다는 취지로 맞섰다고 돼있다. 임진왜란이 일어난 후 서애는 누구보다 중요한 참모가 된다. 정치적 입지가 약한 이순신을 천거했으며, 영의정으로 전쟁 수행 과정에서 중요한 결정들을 담당했다.제 역할을 다했던 참모들이 있었는가 하면 간신들도 눈에 띈다. 기생에서 후궁의 반열에 올라 연산군의 마음을 좌지우지했던 장녹수와 광해군 말기에 인사권, 청탁권을 모두 주무른 김개시 같은 상궁도 소개된다. ▷지은이 신병주서울대학교 인문대학 국사학과 및 대학원을 졸업하고, 서울대 규장각 학예연구사를 거쳐 현재 건국대학교 문과대학 사학과 교수로 있다. KBS '역사저널 그날', KBS라디오 '글로벌 한국사, 그날 세계는', JTBC '차이나는 클라스' 등의 방송 출연을 통해 조선시대 역사와 문화를 쉽게 전달해주고 있다.현재 한국문화재재단 이사, 문화재청 궁능활용 심의위원, 외교부 의전정책 자문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조선 산책', '왕으로 산다는 것', '조선을 움직인 사건들' 등이 있다.

2019-01-17 11:17:26

[반갑다 새책]판다와 사자/박방희 지음/유진희 그림/청개구리 펴냄

출판사의 동시집 시리즈 '시 읽는 어린이' 100번째 도서로 펴낸 책으로 지은이의 열 번째 동시집이기도 하다.'퐁, 퐁, 퐁/강을 건너며/넓이를 재나 했는데/퐁당,/밑으로/가라앉는다/깊이가/더 궁금하였나 보다' 많은 시인들이 애용하는 소재인 '물수제비' 전문이다.이 동시를 보노라면 혼자 물가에 서서 조용히 물수제비를 하는 한 아이를 상상해 볼 수 있다. 자신이 던진 돌멩이는 몇 번을 튀기며 나아가더라도 결국은 물밑으로 가라앉는다. 이 광경을 보며 아이는 자신의 돌멩이는 강의 넓이보다는 깊이가 더 궁금했을 거라고 짐작한다. 이때 '넓이'와 '깊이'는 '양과 질'처럼 또 다른 가치를 비유한다고 볼 수 있다.지은이의 작품에 있어서 이 같은 특징은 평범한 사물이나 현상을 뒤집어 새롭게 바라본다는 것이다.'태초 이래/단 한 번도/중단된 적 없는/빛과/어둠의/줄다리기/오늘은/딱 절반에서/새도록 팽팽하다' '반달의 전문이다. 이 또한 우리가 달을 보며 떠올리는 고정관념과 대치된다. 114쪽, 1만500원

2019-01-16 18: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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