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책

 
[유홍준의 시와 함께] 시간의 신경 / 김대호 作

[유홍준의 시와 함께] 시간의 신경 / 김대호 作

먼지가 앉은 창틀이 있다손으로 쓸어보지 않으면그냥 창틀로만 보이는 창틀이다창틀의 친화력이 먼지들을 불러온 걸까저 낱낱의 먼지가먼지라는 육체를 가진 것은 언제부터일까이목구비가 없는 먼지내장이 없는 먼지그러나 어느새 창틀의 신경이 된 먼지저 창틀의 먼지는 이제 흩날리지 않는다저 먼지의 연대는 폐가의 역사가 되었다사랑스러운 무엇이 되었다사랑이란 이런 절차를 거치기도 하는구나유리창에 금이 가는 것도 먼지의 압력 때문이구나나는 그가 올 때까지시간을 때우기 위해먼지가 창틀로 오는 여정을 지켜본다내 두 눈에서 나온 먼지가 꽃잎처럼 흩날리다가창틀에 내려앉는다시각은 금방 물질로 변했다시간이 하는 것을 흉내 내면서시각은 창틀에 사랑스럽게 포개졌다 창틀엔 왜 늘 먼지가 내려앉을까? '이목구비가 없는 먼지/ 내장이 없는 먼지'가……. '손으로 쓸어보지 않으면' 닦아도 표가 안 나고 안 닦아도 표가 안 나는 먼지가 지나간 날에 대한 기억이고 추억이고 아쉬움일까.아직도 나는 왜 '그가 올 때까지/ 시간을 때우기 위해' 멍하니 창을 내다보고만 있는 것일까? 오래오래 창밖을 바라본 자만이 이 먼지들의 육체를 발견하는 것일까? 장롱 밑에 앉은 먼지도 아니고 선반 위에 쌓인 먼지도 아니고 시인이 주목한 것은 창틀에 내려앉은 먼지!세상엔 늘 벽이 존재하지만 사랑하는 연인들은 그곳에 뚝딱 창 하나를 만든다. 세월이 흘러 이별이 찾아와도 마찬가지다. 살아 있는 한 그 둘 사이엔 여전히 창문이 존재한다. 우리는 그 창문을 아쉬움이라 부르고 그리움이라 부른다.. 시인 유홍준:1998년 『시와반시』로 등단. 시집 『喪家에 모인 구두들』 『나는, 웃는다』 『저녁의 슬하』 『북천-까마귀』 『너의 이름을 모른다는 건 축복』이 있다. 시작문학상 이형기문학상 소월시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2020-12-23 14:12:40

제30회 대구시인협회상에 송진환 시인

제30회 대구시인협회상에 송진환 시인

대구시인협회(회장 윤일현)는 22일 제30회 대구시인협회상에 송진환 시인의 '11월의 저녁(학이사)'이 선정됐다고 밝혔다.김욱진 시인의 '수상한 시국', 김호진 시인의 '아흐레는 지나서 와야 했다', 박태진 시인의 '히스테리시스', 변희수 시인의 '거기서부터 사랑을 시작하겠습니다'와 함께 후보에 올랐던 '11월의 저녁'을 제30회 대구시인협회상으로 선정한 데 대해 심사위원들은 "작품성과 문단 이력을 함께 고려하자는 의견이 일치했다"고 전했다.이들은 "문학과 시에 대한 집념을 놓지 않고 40년을 넘게 정진하고 있는 모습은 그가 믿음과 정련을 지향하는 시인임을 알게 한다"고 평했다.송진환 시인은 1948년 고령에서 태어나 영남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1978년 '현대시학'을 통해 등단했으며, 시집으로 '바람의 行方(1982년 作)'을 비롯해 '잡풀의 노래', '조롱당하다', '누드시집', '못갖춘마디', '하류' 등을 내놓은 바 있다.

2020-12-22 21:12:27

[임종대의 우리나라 고사성어]이주기종(理主氣從)

[임종대의 우리나라 고사성어]이주기종(理主氣從)

'이주(理主)'는 이(理)가 주가 되고, '기종(氣從)'은 기(氣)가 따른다는 유교(儒敎)의 '성리학(性理學)'에서 유래했다. 유교는 사서(四書;논어·맹자·중용·대학)와 오경(五經;시경·서경·주역·예기·춘추)을 중심한 공자(孔子BC 551~479)의 교학(敎學)이다. 효제충신(孝悌忠信)을 비롯한 도덕의 완성기준과 인(仁)을 최고의 이념으로,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를 이룩하는 함양의식을 본지로 삼는다.유교가 우리나라에 전래된 것은 고구려 372년(소수림왕2)에 태학을 세우고, 백제는 285년(고이왕52) 때 왕인이 일본에 논어와 천자문을 전하고, 신라는 682년(신문왕2)에 국학을 설립한 데서부터다. 삼국시대 신라의 설총과 최치원, 고려 말 안향(安珦) 등이 성리학(性理學)을 전하고 조선에 정몽주·정도전 등이 배출되었다. 조선의 숭유정책(崇儒政策)이 국시(國是)가 되면서 유학은 치국의 이념이 되었다. 이황(李滉)과 이이(李珥)가 유학사상의 대표가 되면서 동인과 서인의 붕당이 이뤄졌다.이 붕당이 씨앗이 되어 동인에서는 남인과 북인, 남인에서 청남과 탁남, 북인에서는 소북과 대북, 대북에서는 골북·육북·중북·피북, 소북은 청서북과 탁서북, 서인에서는 훈서와 청서, 훈서에서는 신서와 공서, 노론에서는 벽파와 시파, 소론에서는 급소와 완소 등으로 첨예화 되었다. 사람은 상호 교류를 통해 교감하고 의사소통이 이뤄진다. 그런데 이념과 사상이 다르면 평범한 상식이 막혀 이념을 따르게 된다.'성리학'은 주희(朱熹1130~1200)의 무극(無極)에서 태극(太極), 태극에서 음양(陰陽)이기(理氣)가 생하고, 음양에서 오행(五行) 오기(五氣)가 교감(交感)결합하여 만물이 생성되며, 태극은 만물에 내재(內在)한다. 따라서 만물은 기(氣)의 집합체이며 기일원론(氣一元論), 태극은 형이상(形而上)의 이(理)고, 음양오행은 형이하(形而下)의 기(器;氣)로 만물은 기를 받아서 형(形)을 이루고, 이(理)는 만물에 내재(內在)한다. 만물의 근원에 대해서는 이일원론(理一元論), 만물에 대해서는 이기이원론(理氣二元論)이 주자 성리학의 기본설이다. 미묘한 인간의 마음(心)과 성(性)과 정(情)은 사단(四端)과 칠정(七情)에 의해서 해명되며, 인간 본성의 희로애락(喜怒哀樂)은 감성의 발현이다.이황은 이와 기를 엄격히 구별하여 이우위성(理優位性)을 견지하고 사단은 이지발(理之發), 칠정은 기지발(氣之發)이라는 이기호발설(理氣互發說)을 견지했다. 이에 이이는 성리학의 기본명제인 이와 기는 하나이면서 둘이요〔一而二〕, 둘이면서 하나〔二而一〕라는 이기지묘(理氣之妙〕로 절충했다. 이처럼 양립된 이기(理氣)에 대하여 기를 보면 이가 기의 주가 되고, 기로부터 이를 보면 기가 이의 주가 된다. 양설은 동(動)하고 정(靜)하는 것이 원래 떨어질 수 없는 형이상과 형이하로 이주기종(理主氣從)의 묘합(妙合)이다. 인간의 사고는 마음의 움직임에 따라 비어 있음〔虛〕과 차 있음〔滿〕을 가리지 않고, 무한한 시간과 공간을 자유자재로 넘나들 수 있다. 한국의 성리학은 치열한 자기수신으로 중국의 성리학이 미처 도달하지 못한 경지를 개척하여 중국은 물론 일본학계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사)효창원7위선열기념사업회 이사

2020-12-19 06:30:00

[책]음악창의도시 대구

[책]음악창의도시 대구

음악창의도시 대구 / 손태룡 지음 / 영남대 출판부 펴냄 이 책은 저자가 2003년부터 최근까지 대구지역 음악사와 관련해 연구한 결과물을 엮은 것이다. 대구의 전통음악과 서양음악을 함께 다뤄 대구가 지닌 음악적 역량에 대해 새로운 인식을 갖도록 했다. 특히 저자가 오랜 세월동안 어렵게 찾은 귀한 도상학적 자료를 많이 제시해 음악문화사적인 측면에서도 큰 의미가 있는 저서다.이 책은 '제1부 대구음악사 탐구'와 '제2부 대구음악사 이야기' 등 크게 두 부문으로 나눠져 있다. 제1부 대구음악사 탐구에는 10여 편의 연구 논문이 실려 있고, 제2부 대구음악사 이야기에는 논단의 주제가 되는 내용이 수록돼 있다. 대구음악사 탐구는 저자가 연구해 밝힌 내용이고, 대구음악사 이야기는 저자의 음악적 생각을 정리한 것과 인터뷰한 것으로 꾸몄다.제1부 대구음악사 탐구에는 16편의 지역음악 탐구 결과가 실려 있다. 전국에서 최초로 관현악 반주로 4·19혁명을 기리는 창작 음악회 및 음반을 비롯해 지금까지 이야기로만 듣던 동요곡집 '중중쎄쎄중'(윤복진 작사, 박태준 작곡)을 소개한다. 또 작곡가 김진균의 묻혀 있었던 20여 곡의 가곡 작품도 소개한다.특히 '4·19혁명가요'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1960년대 대구의 문학가와 음악가는 매일 중구 향촌동 등 시내에 모여 막걸리잔을 기울였다. 이러한 생활상은 1950년 한국전쟁이 일어나 서울의 문화예술인들이 대구로 피란을 오면서부터 비롯되었다.(중략) 대구의 문학인과 음악인이 힘을 합쳐 문학가는 시를 짓고 음아가는 곳을 붙여 발표하자는데 의견을 모았다.(중략) 대구시인이 시를 짓고 대구음악가가 작곡하고 대구성악가가 노래한 4·19혁명가요는 모두 6곡이다. 신동집 작사 하대응 작곡 신경진 노래 '빛나던 사월', 전상렬 작사 안종배 작곡 남정희 노래 '하늘이 안다', 박훈산 작사 박기환 작곡 백남영 노래 '민주전사', 김장수 작사 백남영 작사 백남영 노래 '아! 4·19', 서정희 작사 이기홍 작곡 신경진 노래 '사월은 진달래', 이민영 작사 안종배 작곡 신경흥 노래 '사월의 꽃'이었다. 한편 '아! 4·19'는 이미 그해 5월 29일자 '대구매일신문' 일간지에 '4·19의 노래'로 보도됐다."(71쪽)이 책에서 저자는 지역의 음악연구 현황과 전망을 살펴보면서 대구음악박물관 건립과 관련해 음악자료의 중요성도 강조한다. 이와 함께 1899년 9월 미국 미시건주래피어에서 출발한 피아노가 부산에 도착해 낙동강을 타고 1900년 3월 대구로 들어온 역사적 사실도 자세하게 조명한다.이 밖에 대구음악협회가 주최하는 대구음악제에 대한 의견과 함께 대구지역에서 펼쳐진 전통음악과 경상감영을 중심으로 한 활동에 대해 고찰한 4편의 연구도 실려 있다. 또 지역 전통가곡과 관련지을 수 있는 '정과정삼기곡'과 '만대엽'의 관계에 대한 모색과 칠곡 출신의 명창 박귀희 선생의 판소리에 대한 토론문도 수록돼 있다.제2부 대구음악사 이야기에서는 30여 편에 이르는 저자의 음악적 견해와 대구음악사와 관련한 인터뷰, 대구오페라 역사 및 대구음악가에 대해 다루고 있다. 저자는 "특히 대구음악사 이야기에 평소 생각하고 있었던 대구음악사에 대한 내용을 모두 들어낼 수 있어 마음이 후련하다"고 했다. 782쪽. 3만5천원 ▷저자 손태룡은음악이론가 손태룡은 '대구의 전통음악과 근대음악'(2018), '박태준 악곡연구'(2013), '한국음악의 이해'(2007), '음악이란 무엇인가'(2006), '사진으로 읽는 음악사'(2006), '한국의 음악가'(2003), '한국의 전통악기'(2003), '한국음악논저'(2002) 등의 저서를 냈다. 현재 학회 활동과 집필, 강연을 하고 있다.

2020-12-19 06:30:00

김순동 대구가톨릭대 명예교수 사진집 '플라타너스 2020' 발간

김순동 대구가톨릭대 명예교수 사진집 '플라타너스 2020' 발간

김순동 사진집/디자인시소 펴냄 "연구실에 있을 때 가끔 동물실험에서 얻어진 세포조직을 전자현미경으로 찍었다. 조직을 고정하고 얇게 썬 후 염색해서 만 배, 때로는 십만 배의 배율로 사진을 찍는다. 세포 조직 내에 있는 수많은 기관들 중 보고 싶은 부분만을 보기 위해서다. 나는 이렇게 길들여졌다."(작가노트 중에서)육안으로는 잘 보이지 않는 미시세계를 들여다보면서 터득한 남다른 관찰력은 플라타너스의 표피가 생장하고 벗겨지고 다시 새 표피가 생기는 가운데 새겨진 '자연의 명화와 조각' 작품을 찾게 했다.평생 식품가공학 연구에 매진했던 김순동(75) 대구가톨릭대 식품공학과 명예교수가 사진집 'PLATANUS 2020'를 펴냈다. 사진집은 크게 ▷여인 ▷사랑 ▷인간 군상 등 3부로 나뉘어져 360여장의 근접촬영사진이 실려 있으며, 플라타너스가 그야말로 화가인 동시에 조각가요 환경보호가임을 웅변하고 있다.수많은 사람들이 거리를 스쳐가도 결코 찾지 못했던 아름다운 여인들의 모습, 사랑하는 가족이나 아기를 업은 엄마, 깊은 포옹을 나누는 연인의 형상, 대가의 솜씨를 뛰어넘은 나신 등 플라타너스는 자신의 몸을 캔버스 삼아 마음껏 상상의 나래를 펴고 있었으며, 김 명예교수는 이를 카메라 렌즈에 포착하게 됐던 것이다."2010년 퇴임 후 사진을 취미 삼아 카메라를 들고 자주 자연 풍경을 담곤 했는데 어느 날 집에서 나와 거리를 걷고 있는데 가로수인 플라타너스의 표피에 생긴 묘한 그림들이 제 눈에 확 들어오더라고요."자연과학자로서 늘 미시 세계에 대해 관찰을 해온 그의 습관은 사람들이 무심코 지나쳤던 플라타너스 표피의 흉터가 빚어낸 자연의 페인팅에 시선을 빼앗기고 했다. 이후 김 명예교수는 '이것이다' 싶어 계속 플라타너스 표피를 살피게 됐고 그때마다 찾아낸 형상들을 30~50cm의 근접 촬영방식을 통해 촬영한 것이 지금까지 약 1천여 점이 된다. 사진집은 이 중 360여점을 추려 책으로 엮었다.그렇다면 플라타너스 표피에 그려진 형상들은 어떻게 생기게 된 걸까?대개 나무의 외피 성분은 섬유소가 주류이며 가장 바깥층은 왁스와 코르크로 구성돼 있다. 나무가 성장하면서 나이테를 얻게 되면 먼저 생긴 껍질은 허물을 벗는 데 이때 덜 떨어진 이전 껍질과 새로 생긴 껍질이 중첩되면서 각각의 화학적 성분이 뒤섞이게 된다. 특히 섬유소와 왁스, 코르크는 태양광선에 견디는 힘과 눈비를 맞았을 때 흡수성이 제각각이다. 이 중 코르크는 흡수성이 뛰어나고 왁스는 기름성분으로 물과 섞이지 않고 흘러내리게 된다. 바로 이러한 화학 작용이 빚어낸 흔적이 기괴한(?) 무늬를 만들어 내는 셈이다.이뿐만 아니라 나무껍질이 만든 형상은 육안과 카메라 렌즈를 통해 보면 확연히 차이가 난다. 계절에 따라 달라지고 1, 2년 지나면 그 흔적들이 사라지고 새로운 형상이 드러나기도 한다. 그는 또한 나무가 그린 명작들을 찾기 위해 해당 나무를 오랫동안 관찰하기보다 과학자적인 직관으로 자연의 그림을 찾아낸다.김 명예교수는 비단 플라타너스 외 벚나무, 배롱나무, 모과나무가 그려낸 그림도 추가했다. 특히 배롱나무가 그린 지름 10cm 크기의 명화, 두 연인이 꼭 껴안고 있는 모습과 벗겨진 플라타너스 껍질에 새겨진 여인상은 그가 가장 아끼는 작품이기도 하다.'함께 걷는다/맞댄 어깨에서 따뜻한 열기가 전해온다/가슴 속에 얼굴을 품는다/심장박동을 느낀다/작년 봄에 보이던 모습이/올 봄에는 사라지고 없다'김 명예교수는 플라타너스 껍질이 그린 어여쁜 여인의 모습을 찾아 오늘도 카메라를 매고 길을 나선다. 혹 시간을 타고 사라졌던 그리운 여인이 다른 나무에 다시 재현되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135쪽, 비매품. 문의 010-3527-7462 PLATANUS 2020

2020-12-19 06:30:00

[반갑다 새책]나의 삶, 나의 그림/양성옥 산문집/만인사 펴냄

[반갑다 새책]나의 삶, 나의 그림/양성옥 산문집/만인사 펴냄

"나는 그림을 그릴 때 몸이 부자유스러움도 잊어 버린다. 아프면서 그림을 할 수 있겠나 팽게친 내 자식들, 다시 작업실을 만들고 챙기다 보니 어떤 놈은 곰팡이가 생겼고, 어떤 놈은 찢어졌고, 어떤 놈은 생생하다. 작품도 나를 닮아 파란만장하다."(책머리에)양성옥은 올해 일흔 살의 대구 여류 화가다. 기자는 2019년 전시장 한 퍼포먼스 행사에서 불편한 몸으로 자신의 키만한 빗자루를 들고 기다란 한지 위에 그림을 그려나가던 작가에게 당시 주변의 많은 후배와 동료 작가들이 큰 박수로 화답했던 걸 기억한다.책의 구성은 제1부 삶과 예술의 편린들, 제2부 투병기, 제3부 아픔을 딛고 소통하면서 살아가는 이야기, 제4부 자잘한 일상 속 생의 기쁨을 곰새기고 있다.대학에서 가정학을 전공하던 지은이는 그림에 대한 열정을 버리지 못해 대학생활을 미술학원에서 보냈다. 그러기를 한 3년, 공모전에 작품을 내어 입선을 했고, 46세 때 그림 20여점을 갖고 '나 속의 나'를 주제로 첫 개인전도 열었다. 이윽고 49세 때 미술대학 대학원에 들어가 나이 어린 동기생들과 함께 빡빡한 대학원 일정을 보냈고, 졸업 후 화가의 길을 걷게 됐다.그러던 중 2005년 50대 중반에 찾아온 불청객은 그녀의 삶을 송두리째 앗아 가는 것만 같았다. 뇌졸중이었다. 사흘 만에 깨어난 그녀는 하루에도 열두 번도 죽고 싶은 심정이었다고 고백한다.여행만이 낯선 풍경을 만나는 건 아니다. 고통의 낯선 풍경도 삶의 과정이었던 것이다. 가족의 사랑과 이웃의 친절, 종교의 힘으로 마비 증세와 우울증을 어느 정도 극복한 그녀에게 가장 큰 힘이 됐던 것은 역시 미술이었다. 이후 작가는 설치와 퍼포먼스를 통해 자신이 건재함을 당당히 알리기 시작했다.70 평생 드라마틱했던 자신의 삶과 예술을 짧고 굵게 되돌아 본 양성옥 산문집의 책머리 제목 '지금 나 살아 있소'는 삶의 깊은 수렁에 빠졌다가 다시 일어선 사람만이 느끼는 존재의 환희이자 사랑의 웅변이다. 157쪽, 1만5천원

2020-12-19 06:30:00

[내가 읽은 책] 녹나무의 파수꾼(히가시노 게이고/ 양윤옥 번역/ 소미미디어/ 2020)

[내가 읽은 책] 녹나무의 파수꾼(히가시노 게이고/ 양윤옥 번역/ 소미미디어/ 2020)

녹나무의 파수꾼(히가시노 게이고/ 양윤옥 번역/ 소미미디어/ 2020) 독특한 제목과 저자의 명성에 이끌려 집어든 《녹나무의 파수꾼》 표지에 시선이 붙들리고 말았다. 한 번 읽기 시작하면 끝까지 읽게 되는 소설의 특징 중 하나는 호기심을 자극한다는 것이다. 추리소설은 더더욱 그러하다. 저자인 히가시노 게이고는 스토리 전개의 느닷없음과 예측의 빗나감을 적절히 활용하여 독자를 사로잡는 남다른 능력의 보유자인 듯하다. 글을 읽다보면 자연스레 찾아오는 의구심이 결국 작가의 치밀한 구성력에 의한 덫이라는 걸 아는 순간, 탄성이 절로 나온다. 사람 간의 의사소통은 주로 언어로 이루어진다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다가도 자신의 마음을 언어적 표현으로 전달하는 데 한계가 느껴질 때가 있다. 나의 오롯한 마음을 진정성 있게 전달하려면 비언어적 요소가 때로는 필요한지도 모른다. 저자는 이런 생각을 녹나무라는 신비로운 자연물을 이용해 이야기로 풀어냈다.히가시노 게이고는 책을 잘 읽지 않는 사람들도 한 번쯤 들어봤을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쓴 저자다. 올해로 만 62세인 그는 오사카에서 태어났고 오사카 부립대학 전기공학과를 졸업한 후 엔지니어로 일하며 틈틈이 소설을 쓰기 시작해 마침내 전업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이런 이력이 우리 보통 독자들도 작가가 될 수 있다는 부푼 희망을 준다. 그는 작품을 통해서도 우리에게 또 다른 희망을 준다. 사회문제를 다루는 추리소설을 쓰면서도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잃지 않았기 때문이다.주거침입, 기물파손, 절도미수 혐의로 유치장에 수감된 나오이 레이토, 그 위기상황에서 그가 알지도 못하는 이모님이 보낸 변호사가 찾아와 느닷없는 제안을 한다. 감옥에 가지 않도록 해 줄 테니 그 대신 녹나무 파수꾼을 맡으라는 거였다. 그 나무는 지름이 5미터, 높이도 20미터가 넘고 옆구리에 거대한 구멍이 나있는데, 영험한 능력을 지니고 있다고 다들 믿고 찾아온다. 녹나무 파수꾼을 맡은 첫날 밤에 중년의 사지 도시아키가 기념을 하려고 나타난다. 그를 몰래 뒤밟아 온 딸 유미와 레이토가 마주치고 둘이 의기투합하여 함께 유미 아버지의 비밀을 파헤치기로 한다."지금까지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친척이 갑자기 내 인생에 뛰어들었다."(225쪽) 나무는 대표적인 식물로서 인간을 비롯한 동물처럼 움직이지는 못하지만 그 대신에 한자리를 오래 지키며 세월을 이겨내는 특성이 있다. 몇백 년, 심지어 몇천 년의 세월을 오롯이 견뎌내어 신비감을 자아내기도 한다. 그런 신비감이 인간의 운명을 좌우하는 능력까지도 가지고 있다고 여기게도 했으리라. 오래된 나무에 복을 구하거나 소원을 비는 것이 자연스러운 이유이다. 그런데 《녹나무의 파수꾼》에서는 나무를 찾아오는 사람들의 행동이 이런 상투적인 생각과는 다르다. 녹나무를 찾아오는 사람들은 녹나무에 소원을 비는 게 아니라 기념이라는 특이한 의식을 치른다. 레이토가 유심히 관찰한 결과, 기념은 주로 그믐날과 보름날 밤에 이루어지고 그 둘 간에 어떤 연결고리가 있다는 것이 밝혀진다."인생의 종착점을 의식하고 자식들에게 이것저것 전해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고 해도 이상할 게 없다."(319쪽)소설 속 곳곳에서 스마트폰, L사이즈 카페라테, 내비게이션과 같은 현대를 상징하는 단어와 녹나무 파수꾼, 기념과 같은 과거를 대표하는 단어가 함께 등장하여 과거와 미래 사이에서 헤매는 우리의 현재를 나타내는 듯하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앞선 세대에게는 자신의 모든 것이 드러난다고 하더라도 떳떳하도록 살아가라는, 다음 세대에는 앞선 세대의 지혜에 온 마음을 열고 경청하라는 제안을 한 것으로 여겨진다. 세상을 떠난 후에 일방적으로 전달하기보다는 살아있을 때 서로 소통하여 사랑을 확인하기를 덧붙여 권하고 싶다.배태만 학이사 독서아카데미 회원

2020-12-19 06:30:00

[책]귀를 열고 길을 열다

[책]귀를 열고 길을 열다

귀를 열고 길을 열다조은희 지음/ 비타베아타 「임기를 시작하는 자리에서 엄마 리더십을 선언했다. "앞으로 여러분과 함께 따뜻하고, 깨끗하고, 원칙 있는 구정을 펼쳐나갈 것입니다. 한마디로 엄마 마음 행정이라고 할까요? 엄마는 가족이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척척 챙깁니다. 그리고 가족 간에 소통을 이루고 화합을 이룹니다. 그러면서도 중심을 잃지 않고 원칙을 지킵니다." '엄마 마음 행정'이라는 말에 잔잔한 박수가 터져 나왔다.작은 것 하나 놓치지 않는 섬세함과 뚝심 있게 밀어붙이는 담대함, 나를 '억척이'로 만들었던 실용주의, 네 편 내 편 따지지 않는 포용과 협력을 나는 엄마 리더십이라고 생각한다.」 173쪽조은희는 서울시 최초로 여성부시장을 지냈고, 현 서초구청장이다. 서울 25개 자치구 중 유일한 야당 구청장으로 주목받는 그는, 정파와 이념을 넘어 '주민'을 중심에 둔 일꾼으로 시민의 신뢰를 얻고 있다. 이 책에서는 행정 전문가로서 그가 시민들의 피부에 와 닿는 정책을 만들기 위해 어떤 고민을 했고, 그 고민이 어떻게 대한민국 표준 정책으로 실행되었는지 살펴볼 수 있다.조은희 구청장은 이 책에서 횡단보도 그늘막, 1인가구지원센터, 어르신AI교육 같이 전국에서 벤치마킹하는 정책을 만든 비결에 대해 '귀를 열었기 때문'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작은 목소리 하나 놓치지 않고 귀담아들었다는 것이다. 이는 굵직한 정책성과들로 이어져 야간 교통사고 위험성을 줄인 바닥조명 횡단보도, 독박육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최초의 모자보건소와 공유어린이집 등 혁신적인 생활체감형 정책들이 만들어졌다. 한발 앞서 걷는 그의 꿈은 글로벌 플랫폼 도시 서울, 25개 다핵도시로 발전하는 서울로 향한다. 조은희가 꿈꾸는 서울의 모습은 무엇인지 이 책을 통해 그의 구상을 엿볼 수 있다.저자는 냉철한 눈으로 보았을 때 서울은 굼뜬 도시가 되어 가고 있다고 말한다. 각종 규제와 철 지난 정치 이념이 서울의 도약을 막고 있으며, 한강의 기적을 일궜던 서울이 "더 이상 미래로 흐르지 못한 채 신음하고 있다"며 아쉬움을 토로한다. 600년 전통의 역사 도시 서울, 국가 브랜드 파워 10위인 작지만 강한나라 대한민국이 다시 도약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이 책에서 저자는 "개인의 교체가 아니라 철학의 교체"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이념과 당파를 넘어 누가, 어떤 정치 철학으로, 패러다임을 깨고 서울을 이끌어나갈 것인지 주의 깊게 살펴보아야 한다는 이야기다. 서울시 여성가족정책관으로 일하면서 '여성행복도시'를 만드는 데 온 정성을 기울였으며, 또한 서울시 부시장으로서 시의회·국회·언론 등과 소통하는 등 10년간 서울시 행정 현장에 있었던 그는, 서초구청장이 된 후에도 끊임없이 서울의 미래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구상해왔다. 서울의 25개 도시를 5개 권역(도심, 서북, 서남, 동북, 동남권) 혁신 플랫폼으로 하여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글로벌 플랫폼 도시'가 바로 그것이다. 이 책에는 글로벌 플랫폼 도시의 담대한 구상 외에도, 청년기본소득, 청년내집주택 방안 등 미래 세대를 위한 다양한 정책도 살펴볼 수 있다.저자는 자신을 얼음 바다를 뚫는 '쇄빙선'에 비유한다. 남들이 모두 어렵다고 하는 일도 '되게' 만드는 담대함과 추진력, 도전 정신을 장착했다는 것이다. 새로운 정치, 정책 구상은 과연 서울의 눈부신 미래를 이끌 수 있을까? 엄마의 마음으로 응답하고 소통하는 '엄마 리더십'은 서울의 변화를 이끌 수 있을까? 276쪽. 1만5천원. ▷저자 조은희는1961년 경북 청송에서 태어나 이화여대 영문학과, 서울대(국문학 석사), 단국대 대학원(행정학 박사)을 졸업했다. 경향신문 기자, 우먼타임스 편집국장, 청와대 비서관, 서울시 여성가족정책관,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지냈고, 현재 서초구청장으로 일하고 있다.

2020-12-19 06:30:00

[책CHECK] 생활 속의 일본어를 활용한 분위기 업

[책CHECK] 생활 속의 일본어를 활용한 분위기 업

건배사의 달인', '웃음치료사', '언어의 마술사'로 불리는 윤선달(본명 윤복현)이 모임의 분위기를 흥겹게 돋구는 책, 'Pun&Joke 알까기 다마네기 1탄'을 발간했다.대화 중에 자주 쓰는, 한글날에 즈음해 남용 사례로 자주 끌려나오는 일본어들이 대거 실렸다. 사시미(생선회), 이자까야(선술집), 오사께(술), 야끼니꾸(불고기) 등 일식집에서나 들어봄직한 단어는 물론이고 아다마(머리), 구루마(차), 고도리(새 다섯 마리), 오까네(돈), 기모노(옷) 등 여전히 국내에서 통용되는 일본어를 정리해뒀다.이와 별개로 건배사를 담아 아재들의 코드를 파고든다. 1980년대 참새시리즈나 최불암시리즈의 레트로인가 싶기도 한 이 책의 지은이 윤선달은 삼성그룹 일본지역전문가 출신으로 '미치면(狂) 미친다(到)'를 생활신조로 긍정적인 삶을 지향한다. 이미 그는 알까기 시리즈 6권으로 16만 부를 발행한 바 있다. 159쪽, 8천800원

2020-12-19 06:30:00

[책CHECK] 유쾌한 유머와 따뜻한 배려·소통의 언어

[책CHECK] 유쾌한 유머와 따뜻한 배려·소통의 언어

"시시때때로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미안합니다' 하세요. 하고 싶어도 할 수 없을 때가 있어요."대한민국 행복충전사 1호 강사 이상국이 네 번째 힐링토크집을 내놨다. '리더의 말모이'다. 제목처럼 리더를 위한 공감화법, 센스건배사 등으로 구성된 책이다. 책은 크게 훈, 민, 정, 음 4개 장으로 나눠놨다. 훈訓=가르치다, 민民=사람과 삶, 정情=배려와 이해와 소통, 음飮=리더의 건배사까지다."대중 앞에 서면 잘 알고 있던 이야기도 머리가 하얗게 되면서 생각이 나지 않는다. 가장 좋은 방법은 '적어라'. 적자생존이지 않는가? 적는 자만이 살아남는다"와 같은 짧지만 본질에 다가서는 이야기들이다. 말의 씨앗을 모아 전한다는 취지다.작가는 특히 코로나19로 모든 일정이 취소되고 앞날이 불투명하지만 희망을 잃지 않고 자신을 위로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한다. 그러면서 조그마한 생각의 전환으로 삶을 보다 윤택하게 할 수 있다고 설파한다. 말에도 온도가 있고 말투에는 열정이 숨어 있다는 것이다. 256쪽, 1만2천900원

2020-12-19 06:30:00

[광장] 책이 백신이다

[광장] 책이 백신이다

지난 주말 책 이사를 했다. 대구시내 범어동에 위치한 내 개인연구소인 '문화분권연구소'의 책을 의성 단촌 시골집으로 옮겼다. 연구소는 지하에 마흔 평 정도의 크기인데, 이곳에서 나는 문화의 중앙집중을 타개할 '문화분권' 이론을 고민하기도 하고, 가끔은 사람들과 함께 책을 읽고 토론을 하고 차를 마시기도 하던 다용도 공간이었다. 굳이 말하자면 그 가운데 가장 큰 기능은 내 개인 장서를 보관하는 책 창고 역할이었다. 거주하고 있는 아파트가 넓지 않아서 책을 두기에 마땅치가 않았다.이삿짐센터를 찾았더니, 책 이사라고 업체들이 회피하는 바람에 예상보다 많은 비용을 지출했다. 나는 이번에 이사하면서 난생처음으로 책을 버렸다. 주로 시기가 지난 과월호 잡지와 오래된 낡은 책을 버렸는데도 아까워서 손에서 책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렇게 버린 게 1천여 권 가까이 됐다. 내가 본격적으로 책을 모으기 시작한 것은 대학에 입학하던 1970년대 말경부터였다. 점심을 굶고 라면값을 아껴 가면서 악착같이 책을 사 모았다. 물론 장서 수집가들처럼 희귀본이나 고서적을 산 것은 아니다. 그냥 그때그때 독서인들의 읽을거리로 출판되던 문·사·철 중심의 양서와 잡지 종류였다.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재수를 겸해 시골집에서 빈둥거릴 때 당시 아래채 내 방에 붙여 놓았던 금언 비슷한 글귀가 '무릎이 썩는 독서'였다. 아마 '열하일기'로 유명한 연암 박지원의 어느 문장에 나오는 구절로 생각되는데 어린 마음에 크게 감동을 받았던가 보다. 그 후 다산 정약용의 '과골삼천'(踝骨三穿)이란 구절도 알게 됐다. 다산이 꿇어앉아 하도 책을 많이 읽어 복사뼈에 구멍이 세 번이나 났다는 말이다. 예전에는 이렇게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이 있었는가 보다. 하기야 그랬으니 연암도 있고, 다산도 있는 것이겠지만.우리나라 독자들에게도 잘 알려진 독일 작가 헤르만 헤세(1877~1962)가 자신의 재산목록 1호인 수천 권의 책을 이사하기 위해 짐을 꾸릴 때 무겁고 두꺼운 책을 들고 무상무념에 젖어 들다가 책의 먼지를 털고 좀이 슬까 봐 노심초사하는 모습을 자기 자식들이나 다른 젊은이들이 봐야 할 텐데라며 탄식하는 1931년도에 쓴 글이 기억난다. 책 읽기를 바라는 아버지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져 오는 뭉클한 장면이다. 시대가 많이 바뀌어 종이책보다 영상·문자가 더 유력한 세월이 되었다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종이책 독서가 무용한 것은 아닐 것이다.코로나19 팬데믹으로 2020년 올 한 해는 전 세계가 재앙 상태에 빠져들었다. 국내에서는 연일 확진자가 1천 명을 오르내리면서 사회 전체가 좌불안석 얼어붙고 있다. 조만간 백신 개발을 통해 이 상태에서 벗어난다고 해도 인류는 물질적, 정신적 후유증에서 회복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코로나19를 기준으로 인류사가 나뉘어질 것이라고 예단하는 학자도 있다.그러나 세상만사가 다 그렇듯이 어두운 면이 있으면 밝은 면도 있다. 질병 확산을 막기 위한 집합금지와 사회적 거리두기와 같은 규제로 사람들이 외출하거나 집단으로 모여서 하는 행사 대신에 집 안에 머물면서 자신의 내면을 성찰하고, 욕망의 자제와 같은 가치가 갖는 미덕을 생각하는 시간이 늘어났다고 한다. 물론 독서하는 사람도 늘어났다. 한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에 비해 올해 7~9월 3개월간 책 판매량이 49%나 늘어났다고 한다. 외출 대신 방안에서 책 읽는 인구가 늘어난 것이라 볼 수 있다.여행사 로고가 새겨진 깃발을 앞세우고 추리닝을 입고 목에 호각을 걸고 미친 듯이 단체로 전 세계를 순례하던 금세기 여행 문화가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의 세계적 대확산에 기여했다는 것을 의심할 필요가 없는 것처럼, 책과 독서가 코로나19와 인간들의 가치 있는 삶에 대한 백신이라는 사실도 의심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2020-12-19 05:00:00

[베스트셀러] '공정하다는 착각' 2위로 올라

◇12월 둘째 주 베스트셀러 순위1. 트렌드 코리아 2021 (김난도·미래의창)2. 공정하다는 착각 (마이클 샌델·와이즈베리)2. 달러구트 꿈 백화점 (이미예·팩토리나인)4. 일인칭 단수 (무라카미 하루키·문학동네)5. 어떻게 말해줘야 할까 (오은영·김영사)6. 뉴욕주민의 진짜 미국식 주식투자 (뉴욕주민·비즈니스북스)7. 셀트리오니즘 (전예진·스마트북스)8. 위기의 시대, 돈의 미래 (짐 로저스·리더스북)9. 돈의 속성 (김승호·스노우폭스북스)10. 마음챙김의 시 (류시화·수오서재)

2020-12-18 15:17:55

[손경찬의 장터 풍경] 동지 팥죽

[손경찬의 장터 풍경] <46>동지 팥죽

해마다 한 해 끝 무렵동짓날이 가까이 오면시장 음식점에서팥죽이 인기가 있지.사철 음식은 아니지만추운 날 언 손을 불면서먹는 팥죽은 정말 맛이 있지. 시장통 가게에서늘 팥죽만 팔 수 없지만동짓날 무렵에는 늘팥죽만 만들어 판다는 할매는장사해서 돈 버는 것보다옛 음식을 그리며 찾아드는손님들을 위해 솜씨를 보인다지.손경찬 (대구예술총연합회 정책기획단장)

2020-12-18 14:35:00

박화진 전 경북경찰청장, 숙모와 함께 시집 출간 눈길

박화진 전 경북경찰청장, 숙모와 함께 시집 출간 눈길

박화진(57) 전 경북경찰청장이 팔순을 바라보는 숙모와 함께 쓴 시집을 발간해 눈길을 끈다.'초록이 흐르는 계절 바람이 분다'는 제목의 이 시집은 백세 시대, 노인의 삶에 대한 의미를 되새기고 함께 시집을 만들며 가족 공동체의 울림을 체험하고 은퇴의 갈림길에서 새로운 기운을 찾게 해주는 시집이다.평범한 전업주부로 살아온 숙모 전화자(78) 씨는 남편과 자녀를 뒷바라지하며 평생을 살았다. 그럼에도 여고 시절 문학소녀의 꿈을 70을 넘긴 나이가 되도록 손마디 한쪽에 두고 놓지 않았다.경북경찰청장, 경찰청 국장 등을 지내고 공직을 떠난 박 전 청장이 은퇴 후 인생 2막을 맞아 허둥대는 모습을 안타가운 시선으로 바라보기도 했다.그러던 중 박 전 청장이 숙모의 낡은 노트 한 자락에 적힌 시를 훔쳐보다 "숙모님! 같이 시집 한번 내실래요?"라고 툭 뱉은 말이 합동 시집 출간으로 이어졌다. 박 전 청장은 "시를 쓰는 숙모의 모습을 보고 삶은 죽는 날까지 터벅걸음이라도 걸어가는 것이라는 점을 몸소 깨달았다"고 했다.박 전 청장은 그간 몇 권의 수필집과 시집을 내며 인세를 기아로 고통받는 아프리카를 돕기 위해 유니세프에 기증해왔다. 이번 시집도 인세 전액을 유니세프에 기증하기로 했다. 숙모 전 씨는 "적은 액수지만 뜻깊게 쓸 수 있다는 데 감사하다"고 했다.

2020-12-18 12:09:44

[유홍준의 시와 함께] 희방사역/ 손석호作

[유홍준의 시와 함께] 희방사역/ 손석호作

연화봉 너머 얼어 있던 별들은 다 녹았을까터널을 빠져나오자 하얗게 날아오르는 사과꽃지난겨울에 올라간 나는 하산 않고 군데군데 하얗게 남았는데곧 기차는 도착하고 백 년 후 네가 뛰어오고 허물어지는 언덕묘지 방향으로 기차가 떠나고 홀로 남은 역 입 꽉 다문 대합실나무의자 옹이에 오래된 사과 냄새가 났다 오래도록 머릿속에 남아 사라지지 않는 곳이 있다. 희방사역이 그런 곳이다. 청량리에서 밤 기차를 타고 내려올 때, 성에 낀 차창에 젊은 내 얼굴을 비춰보며 얼마나 많이 나는 쓸쓸했던가. 있는 힘을 다해 밤 기차가 죽령을 넘을 때 어떤 아득한 곳으로 내 인생도 가버렸으면 했다.지난 12일은 희방사역이 역사 속으로 사라진 날이다. 지나치기만 했을 뿐, 한 번도 내려보지 못한 역. 주섬주섬 풍기읍 사람들이 선반 위의 짐을 내리던……. 희방사역은 이제 기억 속 그리움의 대상으로만 존재할 것이다.연화봉 위의 별들은 이제부터 제대로 얼어 더 빛날 것이다. '터널을 빠져나오자 하얗게 날아오르는 사과꽃'과 '입 꽉 다문 대합실//나무의자 옹이에/오래된 사과 냄새'. 소백산 천문대야. 잃어버린 내 청춘의 별들아. 새봄이 오면 내 죽령 옛길을 다시 한번 가보리라.시인 유홍준:1998년 『시와반시』로 등단. 시집 『喪家에 모인 구두들』 『나는, 웃는다』 『저녁의 슬하』 『북천-까마귀』 『너의 이름을 모른다는 건 축복』이 있다. 시작문학상 이형기문학상 소월시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2020-12-16 14:30:00

[책]조선 왕은 과연 무엇을 공부했을까

[책]조선 왕은 과연 무엇을 공부했을까

왕의 공부/ 김준태 지음/ 위즈덤하우스 펴냄 지고무상(至高無上), 지극히 높고 존귀하여 만인의 윗자리에 선 존재가 바로 '왕'이다. 왕에게는 존엄한 권위와 함께 나라의 인력과 자원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힘이 주어진다. 왕이 가장 큰 힘을 갖는 이유는 나라를 경영하고 백성을 다스릴 뿐 아니라 이들을 바른길로 이끌어야 할 책무가 있기 때문이다. 조선 왕은 매일 공부했다. 나랏일을 보느라 바쁜 와중에도 유학 경전과 역사서, 실용서를 공부하고 쉴 새 없이 국정을 배우면서 끊임없이 배움의 수준을 시험받고 능력을 검증받았다. 이 책은 조선 왕이 왜, 무엇을, 어떻게 공부했는지 자세하게 들여다본다.◆왕은 평생 공부해야만 하는 운명왕은 하늘을 대신해 세상을 통치하고 사람들을 바른길로 이끌어야 하는 이다. 이 일을 완수하려면 성현의 학문을 배우고 성현의 마음가짐을 본받아야 했다. 당장 처리해야 할 업무와 난제가 산적해 있어도, 왕은 정밀한 공부와 한결 같은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았다.저자는 조선 왕이 왜 공부를 했는지, 좋은 왕이 되기 위한 조건이 무엇인지를 '마음 수양'의 관점에서 살펴본다. 어느 한쪽으로 마음이 치우치거나 과잉되면 중심을 잃고 냉정하게 판단하기 어려우므로 왕은 감정을 제어할 줄 알아야 했다. 또한 아무리 탁월한 왕이어도 혼자 힘으로 나라를 운영할 수 없기 때문에 적절한 인재를 등용할 줄도 알아야 했다. 또 하루에도 수많은 결정을 내려야 했기에 정확하고 객관적인 판단능력을 갖춰야 하고, 최선의 선택을 내릴 수 있는 가치 기준과 지혜도 필요했다. 따라서 임금은 이와 같은 역량을 키우기 위해 다양한 학문과 지식을 공부해야만 했다.◆사서삼경부터 풍수지리까지이 책에서는 왕이 공부했던 학문과 지식이 무엇인지 상세하게 설명한다. 왕에게 '사서', '삼경'은 사사로운 욕망을 가라앉히고 인간의 본성을 회복해 도덕을 구현하고 마음을 맑게 해주는 필수 경전이었다. 이 밖에도 '국조보감', '자치통감', '춘추', '치평요람' 등의 역사서는 왕이 어떤 자세로 정치에 임하고, 왕에게 필요한 통치 기술이 무엇인지 알려줄 수 있는 기출문제집이었다. 그뿐 아니라 병법, 어학, 글쓰기, 의학, 음악, 풍수지리 등 다양한 실용 학문까지 공부하며 세상의 모든 지식을 섭렵했다. 결국 자신을 지키고, 더 나아가 나라를 지키기 위한 모든 지식을 다 공부한 셈이다.왕들은 경전이나 역사적인 논거도 일일이 직접 확인했다. 훈민정음을 창제하기 위해 세종이 치열하게 음운학을 공부했던 것처럼, 신하들에게 맡기고 전문가에게 임무를 준 다음 확인만 할 수 있는 일도 직접 관여했다.◆최고의 공부는 자기반성과 경청조선에는 '경연'이라는 제도가 있었다. 왕과 삼정승을 비롯한 의정부의 재상들, 대제학, 홍문관의 신진 관리들, 대간, 명망 높은 학자들이 모여 유학 경서와 역사서를 강론하고, 그와 관련된 정치 문제, 정책 현안을 논의한 자리다. 이 시간에는 정식 회의보다 훨씬 자유롭고 진솔한 의견이 오고 갔다. 경연을 통해 왕은 자신을 반성하고 신하의 의견을 경청하는 자세를 배우려 했다. 실록에 세종은 "경연에 임어했다"는 표현이 2천 건 이상 기록되어 있을 정도로 수시로 경연을 진행했으며, 정조는 신하들의 수준이 마뜩잖아 경연과 소대의 횟수를 줄이고 오히려 신하들을 직접 가르치기도 했다. 이처럼 자발적이고 능동적으로 경연에 참석했던 왕들이 곧 조선의 전성기를 이끌었다.왕은 존귀한 자리다. 쉽게 권력에 취해 욕심을 통제하지 못하고 오만해질 수 있으며, 자신의 말 한마디에 복종하니 대단한 사람이라고 착각할 수 있다. 이를 경계하며 세종은 "임금은 포용을 도량으로 삼아야 한다. 보잘 것 없어 보이는 사람이 하는 말이라도 반드시 경청하여 그 말이 옳으면 채택하여 받아들이고, 비록 맞지 않더라도 죄 주지 말아야 한다. 이는 임금이 백성의 사정을 알고 자신의 총명을 넓히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고 했다.왕은 또 경청에 힘써 자신이 공부한 내용을 검증받고 발전시켜 새로운 것을 이끌고, 만물을 교화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일신'(日新)의 경지에 이르러야 한다. 공부하면서 제대로 수양하고, 실천하고, 고쳤는지를 살필 때 자신도 새롭게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완벽한 인간이 되기 위해 노력했던 조선 왕의 공부에서 지금의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교훈이 무엇인지 이 책에서 확인할 수 있다. 232쪽, 1만5천원.

2020-12-12 06:30:00

[책CHECK] 시간의 황야를 찾아서

[책CHECK] 시간의 황야를 찾아서

시간의 황야를 찾아서/ 천영애 지음/ 학이사 펴냄 대구경북을 배경으로 쓴 문학 작품의 공간을 찾아서 기록한 책이다. 조지훈의 시 '석문'의 배경인 영양 일월산의 '황씨부인당'을 비롯해 문인수 시인의 시집 '홰 치는 산'의 배경인 성주의 방올음산, 김시습의 '금오신화' 배경지 경주 용장사 등 문학 배경지 15곳을 소개한다.저자는 "전부 안다고 생각했던 문학작품과 작가와 그들이 살았던 공간은 알고 보니 전혀 모르는 곳들이었다. 수없이 가봤던 곳들은 처음 가보는 곳처럼 낯설었다. 문학 공간 현장을 찾으니 내가 읽었던 책의 문장들이 거짓말처럼 흘러나왔다"며 현장 답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저자는 경북대 철학대학원에서 예술철학 및 현상학, 해석학 등에 관심을 갖고 공부했다. 시집 '무간을 건너다', '나무는 기다린다', '나는 너무 늦게야 왔다'와 산문집 '사물의 무늬' 등을 냈다. 현재 미학 관련 글을 쓰고 있다. 248쪽, 1만5천500원.

2020-12-12 06:30:00

[책CHECK] 한 권으로 톺아보는 우리 괘불탱화(掛佛幁畵)

[책CHECK] 한 권으로 톺아보는 우리 괘불탱화(掛佛幁畵)

일반인에게 생소한 괘불탱화를 유형과 특징, 의식과정과 역사적인 흐름, 예술사적인 의의까지 종합적으로 소개하는 책 '야단법석 괘불탱화'가 나왔다.17세기부터 20세기까지 괘불탱화를 조감해볼 수 있는 가이드북이다. 현존하는 괘불탱화 120여 점 중에서 80점의 도판을, 작품이 조성된 순서대로 수록했다. 도록(圖錄) 역할도 겸한다. '법당 밖으로 나투신 부처'를 한 권으로 비교 감상할 수 있게 했다.책은 여섯 개 장으로 나뉜다. 1장에서 괘불탱화의 제작 배경과 시기, 명칭, 의미, 도상 구성 및 의식 경전을 다루고 2장에서 불교의례와 의식, 괘불재의 한 형식으로 영산재를 소개한다. 3장에서는 괘불탱화의 변천 과정 등을 살피고 4장에서는 지역별 괘불탱화 양식과 특징을 자세히 조명한다. 5장에서는 괘불탱화의 조형적 요소에 주목하고 현대미술과 연관성에 대해 간략히 짚어본다.끝으로 맺음말에는 현재 도판으로만 남아 있는 김천 '청암사 괘불탱화'에 관해 자세히 언급한다. 294쪽, 1만6천원.

2020-12-12 06:30:00

[책] "안녕하세요… Are you in peace?"… 한국어 교본이 아니다, 소설이다

[책] "안녕하세요… Are you in peace?"… 한국어 교본이 아니다, 소설이다

SF 장르문학 작가로 이름을 알린 문지혁이 신작을 냈다. 파스텔톤 하드커버다. 출판사가 황금가지, 가 아니라 민음사다. 제목도 '초급 한국어'다. 번역자이기도 한 문지혁의 이력을 미뤄 짐작해, 공교롭게도 최근 미국 작가 재닛 버로웨이의 '라이팅픽션'을 번역한 게 출간됐으니,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 교본으로 유추할 법하지만 아니다. 민음사는 그를 서른 번째 '오늘의 젊은 작가'로 엄선했고 소설 '초급 한국어'를 내놨다. ◆"안녕하세요, Are you in peace?"근래 들어 읽어주는 소설이 유행이다. 작가가 직접 낭독해준다. '초급 한국어'도 10월 한 달 동안 네이버 오디오클립에서 먼저 공개됐다. 김연수의 '일곱 해의 마지막'이, 김금희의 '복자에게'가 그랬고, '초급 한국어'도 트렌드를 따랐다.짧은 건 3분, 긴 건 11분. 보통 5분 안팎이다. 노래 한 곡 길이다. 문지혁 작가의 전달력 강한 차분한 목소리 못지않게 흡입력 강한 글도 부담없긴 마찬가지다. 오디오클립에서 사촌 누나 남편의 직업이 엔지니어였던 것이 책에선 치과의사로 바뀌는 등 일부가 수정되긴 했지만 대세에 지장은 없다.대개 소설은 작가의 경험에서 비롯된다지만, 수정된 자서전이라지만 대뜸 작가의 본명을 가진 주인공 Ji Hyuck이 등장한다. 어리둥절해하며 실화냐고 되물으면 곤란하다.Ji Hyuck은 미국 뉴욕과 뉴저지 사이를 활동 무대로 삼은 '이민 작가', 영어로 글을 쓰는 작가가 되겠다는 야무진 꿈을 가진 한국어 강사다. 여기까지는 실제 문지혁 작가의 경험을 바탕으로 했다. 예능에서 다큐각이 나오면 낭패이듯 소설은 소설로 가둬야 한다.그러나 Ji Hyuck은 의욕과 달리 미국 사회를 겉도는 주변인에 머문다. 자칫하면 미등록 외국인노동자가 될 처지다. 그럼에도 욕망은 쉽사리 꺾이지 않는다. 행여나 영주권을 받을 수 있을까. 이런 조언, 저런 참견에 귀가 솔깃하다. 우리가 모두 알고 있는 행운 호출 표현, '복권 긁는 심정'이 얹히자 어머니의 건강 악화에도 귀국을 결심하지 못한다.그래서였는지 Ji Hyuck은 자신의 수업 내용이기도 한 '안녕'을 그토록 찾는다. 그는 수업에서 학생들에게 '안녕하세요?'를 'Are you in peace?'로 번역해 설명한다. '편안할 안(安)', '편안할 녕(寧)'을 직역하면 지극히 평화로운 상태이니 'peace'를 쓰는 게 적확하겠지만 "Are you in peace? (평안하냐?)" 라고 안부를 묻는 미국인은 없다. 'Go in peace' (안녕히 가세요)로도 쓰지 않는다.학생들은 웅성웅성 동요한다. "'Are you in peace?' 그런 말을 일상에서 한다고요? '스타워즈'에서 요다가 할 것 같은 말인데, '평안하냐?'" ◆독서실에서 써내려간 초급 한국어저마다의 케렌시아가 있고, 편안함을 느끼는 작업장이 있을 테지만 문지혁은 독서실에서 '초급 한국어'를 썼다. 작업실이 없고, 집에서는 쓰기 어려웠다는 게 이유였다. 3개월 동안 썼는데 한 달 간 구상을 했고, 한 달 간은 허리가 아파 누워 있었으며 나머지 한 달 동안 작품의 대부분을 완성했다고 한다. 하루 6시간, 총 11일 출석해 200자 원고지 500매짜리 초고를 뚝딱 내버렸다.하루 6시간, 총 11일이라니. 작가로서 타고난 재능을 가진 듯한 문지혁이지만 소설 속 Ji Hyuck은 자신이 왜 작가가 되었는지 통탄하는 문장을 써내려간다. 매년 12월 말이면 전국의 문청(文靑)들이 소위 '문밍아웃'을 하는 시기에 타이밍도 기가 막히다.소설 속 Ji Hyuck은 이렇게 썼다. '스무 살 즈음, 처음 작가가 되겠다고 말했을 때 아버지는 흔쾌히 그러라고 했다. 그리고 물었다. "그래, 그럼 직업은 뭘 가질 거냐?"'하나 더, Ji Hyuck은 자신의 후회를 합리화하는 데 7년 사귄 여자친구 은혜와 헤어진 순간을 인용한다. 글로 썼는데 대구사투리 어조가 음성 지원된다.'우리 집 부모는 은혜를 좋아했지만 은혜네 집 어머니는 나를 탐탁지 않게 생각했다. 소설을 쓰고 싶어 한다꼬? 작가가 뭐하는 긴데? 대구에서 중소 규모의 무역 회사를 경영하는 은혜 아버지는 아예 나의 존재를 몰랐다.'심지어 '왜 아무도 말리지 않았을까, 자기들은 다 알고 있었으면서'라며 옛 학과 교수를 원망하기까지 한다. 이쯤 되면 현직 소설가가 진지하게 제안하는 '님아, 그 길을 가지마오' 정도의 적극적 만류다.그렇기에 '초급 한국어'는 작가가 됐다는, 되려 했다는 이유로 고초를 겪은 한 작가의 시련기로 읽을 수도 있다. 시련기와 성장소설은 동의어로 통하니 잘만 읽으면 문청들에게 힘이 될 수도 있다. '초급 한국어'는 98개의 짤막한 에피소드로 구성돼 집중력이 낮은 이들에게도 권할 만하다. 구술시험을 대화체로 구현한 대목이나 '어디 있어요?'라는 구문을 설명하는 데 썼다는 두 가지 그림, 강원도 화천의 '얼음나라 화천 산천어 축제'와 '윌리를 찾아라'의 미국판 '월도는 어디에?(Where's Waldo?)'를 사진으로 실은 친절에도 눈길이 간다.한편 민음사 측은 2021년에도 현재진행형인 '오늘의 젊은 작가' 시리즈로 끈적한 호러 판타지 '뉴서울파크 젤리장수 대학살' 등으로 이름을 알린 장르소설의 신성 조예은, '라면의 황제'로 독자의 검색 능력을 키워준 김희선, 영화감독이자 소설가인 정대건 등을 예고했다. '초급 한국어'는 190쪽. 1만3천원.

2020-12-12 06:00:00

[장병관의 광장] 코로나바이러스 시기와 옥상정원

[장병관의 광장] 코로나바이러스 시기와 옥상정원

대구시는 도심의 녹지공간을 확충하고 도심 열섬현상 등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2020년 푸른 옥상 가꾸기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대구시는 대구도시철도 3호선이 개통되는 시점 주변 옥상 경관을 생활 밀착형 공간인 하늘정원으로 조성할 계획이었다. 아마도 현재 추진하는 사업은 하늘정원 조성의 연장선상에서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 같다. 세종특별시 정부종합청사 옥상정원은 건물 15개 동 전체를 하나로 연결한 총길이 3.5㎞ 정원이며, 세계 최대의 옥상정원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됐다. 이 옥상정원은 녹지 면적이 약 5만9천500㎡(1만8천 평)이며, 나무와 풀 등 130만여 그루가 자라고 있다.우리의 일상생활은 코로나바이러스 이전과 이후로 생각해 볼 때 크게 대면 사회와 비대면 사회로 구분된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누구와의 만남에서 하루가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는 공공 공간에서 사람과의 관계를 통해서 정보와 지식을 얻는가 하면 함께하는 식사 속에서 친근감을 쌓아 가며 자연스럽게 하루를 살아간다. 하지만 코로나 시대인 지금 우리는 비대면으로 지낼 수 있는 방법만 찾아서 생활하고 있다. 즉 재택근무로 일을 보고, 생활필수품은 택배로 받고 타인과의 사교는 소셜네트워킹서비스로 하면서 지내고 있다.인간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자연과의 접촉이다. 우리가 외출을 하지 않고 유일하게 자연과 만날 수 있는 곳은 정원뿐이다. 최근 미국의 건축가들은 당분간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해결책이 별로 없다는 인식 아래 코로나바이러스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건축공간을 만드는 데 노력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뉴욕의 경우, 고밀도 공동 주거단지의 경우, 앞으로는 주민 모두가 이용할 수 있는 공공 공간을 더 많이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자면 최적의 거리 간격을 유지하면서 이동식 의자를 비치하는 등, 대규모 지역 주민을 위한 옥상정원과 같은 여러 야외 장소를 기획하고자 하는 것이다.또한 지속 가능한 도시를 추구하는 유럽 도시의 공동주택 경우 최상층에만 옥상정원이 있는 것이 아니다. 5층마다 한 층 전부를 식물 공간으로 활용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사람만 사는 공간이 아닌 식물과 인간이 공존하는 공간으로 할애하는 멋진 생각을 보여주는 것 같다.전염병이 대유행하는 지금과 같은 시기, 정원은 그 어느 때보다 도시 건강에 중요한 공간이다. 학교, 기업, 교회, 도서관 및 기타 상업 시설 등이 문을 닫았을 때 사람들이 사회적 거리를 두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 바로 정원이다. 실내 및 실외의 정원은 사람들이 코로나로 인한 우울증을 극복하는 데 도움을 준다. 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의 위협으로 인해 우리 대부분은 이제 도시를 돌아다니는 대신 집에 머무르도록 강요받고 있다. 그러나 얼마나 오래 실내에 머물 수 있을까? 코로나 우울증이라는 말이 하나의 유행어로 등장한 것을 보면 지속적 실내 생활의 부작용 역시 만만치 않은 것이다.이처럼 우울한 시기 자연 속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정원은 최고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우리는 정원에서 꽃과 채소와 과일을 가꾸면서 감상하고 수확의 즐거움을 함께할 때 그동안의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고 이웃과 사교를 할 수 있다. 문제는 아파트가 일반화된 시대여서 대다수 사람들이 개인의 정원을 가질 수 없다는 점이다. 현재 최선의 방책은 아파트 옥상을 개방하여 정원으로 조성하는 것이다. 그리고 장차 아파트는 유럽 도시와 같이 식물과 공존하는 건물 층도 함께 구성할 것을 제안한다. 그래서 사람들이 집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자연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개방된 곳에서 밤하늘을 바라보며 자연을 즐길 때 우리 모두의 건강은 잘 지켜질 수 있을 것이다.

2020-12-12 05:00:00

12월 둘째 주 베스트셀러 순위

◇12월 둘째 주 베스트셀러 순위(교보문고) 1. 트렌드 코리아 2021 (김난도·미래의창)2. 달러구트 꿈 백화점 (이미예·팩토리나인)3. 공정하다는 착각 (마이클 샌델·와이즈베리)4. 일인칭 단수 (무라카미 하루키·문학동네)5. 어떻게 말해줘야 할까 (오은영·김영사)6. 셀트리오니즘 (전예진·스마트북스)7. 돈의 속성 (김승호·스노우폭스북스)8. 나의 하루는 4시 30분에 시작된다 (김유진·토네이도)9. 마음챙김의 시 (류시화·수오서재)10. 존리의 금융문맹 탈출 (존리·베가북스)

2020-12-11 15:08:51

[손경찬의 장터 풍경] 솜씨자랑

[손경찬의 장터 풍경] <45>솜씨자랑

김밥에국수말기시장통 분식 가게는 바쁘다.점심 장사를 위해새벽같이 나와서는갖가지 음식을 장만해놓고손님 오기를 기다린다. 너댓 평 남짓 점포지만자리도 몇 안 되지만불편해도 찾아오는손님들이 그저 고마워서국수를 말아 국물을 올리고능숙한 손놀림으로솜씨를 마음껏 뽐낸다. 손경찬 (대구예술총연합회 정책기획단장)

2020-12-11 14:30:00

[책] 은시문학회 18호 발간

[책] 은시문학회 18호 발간

1995년 발족한 '은시(銀詩)문학회'가 열여덟 번째 시집을 냈다.발족 이후 20여 명의 등단 작가들이 꾸준히 활동하고 있는 은시문학회는 이번 시집에 남주희 정해경 이선영 정숙 류호숙 곽도경 김명희 여명기 강시내 김미선 배승태 권정숙 김복순 박숙경 회원의 시가 4~5편씩 실렸다. 장옥관 윤일현 송진환 손진은 김상환 시인의 초대시도 함께 담겼다. 128쪽, 9천원

2020-12-11 13:33:39

'제4회 사랑모아독서대상'에 윤은주 씨 대상

'제4회 사랑모아독서대상'에 윤은주 씨 대상

'제4회 사랑모아독서대상(서평)'에서 '그때에도 희망을 가졌네'(학이사)를 읽고 서평을 쓴 윤은주(경남 창원) 씨의 서평 '대구의 절망, 대구의 희망'이 대상을 받았다.'사랑모아독서대상'은 전국에 있는 지역 출판사에서 발간한 도서만을 대상으로 서평을 공모하는 대회다. 도서출판 학이사에서 운영하는 학이사독서아데미(원장 문무학)와 사랑모아통증의학과(원장 백승희)가 주최하고 매일신문과 한국출판학회, 한국지역출판연대가 후원한다. 올해는 지난 8월 20일부터 11월 15일까지 전국에서 70여 편이 응모됐다.대상인 윤은주(경남 창원) 씨 외에 '나는 지역에서 책 지으며 살기로 했다'(수원 더페이퍼)를 읽고 서평을 쓴 김남이 씨가 최우수상인 한국출판학회장상(상금 50만 원과 상패)을, 소설 '봄의 신부'를 읽고 서평을 쓴 박선아 씨가 우수상인 학이사독서아카데미상(상금 30만 원과 상패)을 받았다.공모전 심사는 문무학 문학평론가, 최낙진 제주대 교수, 조두진 소설가가 맡았다. 이들은 "궁극적으로 좋은 서평은 글을 읽고 그 책이 읽고 싶어진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것"이라며 "독후감이라면 훌륭했을 많은 글이 서평의 형식이라, 수상작에 들지 못해 심사자에게 큰 부담이 되었다"고 평했다. 시상식은 18일 오후 5시 대구출판산업지원센터에서 열린다. 문의=학이사독서아카데미 (053) 554-3432. 1. 강경숙칠판 (대표 강경숙) - 이수진2. 건국철강 (대표 김창제) - 권영희3. 걸리버인쇄 (대표 김대환) -정석원4. 바론마스크 (대표 송주화) -홍민정5. 상산건설 (대표 고민환) - 김준현6. 성원정보기술 (대표 송성호) -김미화7. 조은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 백수범)- 백희진8. 예진디자인 (양현아 대표) -백미자9. 신흥인쇄 (장두경 대표) - 하승미10. 북맨제책 (장상근 대표) -최유정11. 연합출력 (최태문 대표) -이은영12. 아이앤피인쇄 (권영근 대표) - 장한음13. 월드인쇄독서상 (이광석 대표) - 서미지14. 한일서적독서상(박상욱 대표)- 정화섭

2020-12-11 11:11:11

2021 매일신춘문예, 7개 부문 5천346편 접수 '역대 최다'

2021 매일신춘문예, 7개 부문 5천346편 접수 '역대 최다'

'2021 매일신춘문예' 원고 마감 결과 소설과 동화 부문 응모가 역대 최다를 기록하는 등 7개 부문에 5천346편의 작품이 접수됐다. 이는 지난해에 비해 700편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특히 1천만원의 상금으로 국내 신춘문예 최대 상금을 자랑하는 단편소설 부문에서는 458편이 도착했다. 동화 부문도 지난해에 비해 2배 가까운 281편이 접수돼 뜨거운 창작열이 전해졌다.부문별로는 단편소설 458편, 시 2천352편, 시조 452편, 동시 1천115편, 동화 281편, 수필 533편, 희곡·시나리오 155편으로 각각 집계됐다. 응모 원고 수는 지난해보다 동시를 제외한 전 부문에서 늘었다. 2018년 공모를 시작해 올해가 세 번째인 희곡·시나리오 부문에도 150편 넘게 접수돼 영화, 연극의 새로운 자양분이 지속적으로 유입되고 있음을 입증했다.'2021 매일신춘문예'는 전세계 배송서비스의 각축장이기도 했다. 프랑스, 미국, 캐나다, 호주, 일본 등 해외에서 들어온 작품들만 해도 두 손으로 꼽기 어려웠다. 동시와 동화, 시와 동시, 단편소설과 동화 등 한 사람이 둘 이상 부문에 응모한 교차지원자도 적잖았다.무엇보다 식지 않은 문학의 열정을 신춘문예 무대에 녹여낸 70대 이상 응모자가 많았다는 점도 고무적이었다. 동시 부문에서는 84세 나이로 다섯 편의 동시를 출품한 이가 눈길을 끌었다. 14세 최연소 응모자에 경탄의 눈길이 쏠리기도 했다.10일 시작된 '2021 매일신춘문예' 심사는 10여일 동안 진행될 예정이다. 당선작은 2021년 1월 4일 자 본지 지면과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된다. 시상식은 내년 1월 12일(화) 오후 3시 본사 8층 강당에서 열릴 예정이다. 코로나19 확산세에 따라 행사 규모가 조정될 수 있다.심사위원들은 "전반적으로 응모층이 젊어졌고, 수준 높은 작품들이 보인다. 부문별 한 편만 당선작으로 선정하기가 까다로울 것"이라며 "코로나19가 빚어낸 사회적 거리두기 등으로 폐쇄적 생활이 작품 소재로도 더러 쓰였다. 젊고 다양한 작품들이 인간 근원에 대한 사유를 풀어내고 있다"고 평했다.한 심사위원은 "시대의 거울인 작품들 속에서 코로나 블루 등으로 절망하는 젊은 세대의 상실감이 전해져 안타까웠다"고 했다.

2020-12-10 16:54:28

[반갑다 새책]마음이 흐르는 대로/지나영 지음/다산북스 펴냄

[반갑다 새책]마음이 흐르는 대로/지나영 지음/다산북스 펴냄

올해 나이 마흔 넷. 대구에서 봉제공장 일을 하던 부모 슬하 두 번째 딸로 태어난 지은이는 대구가톨릭대 의과대학 졸업 후 의정부 성모병원에서 인턴을 수료했다. 이후 원하던 정신과 레지던트 프로그램에 지원했으나 떨어지면서 미국 의사 면허증을 따오겠다는 마음으로 무작정 미국으로 갔다. 그곳에서 미국 의사국가고시를 최상위 성적으로 통과하고 레지던트와 펠로우 과정을 이수한 후 존스홉킨스와 연계병원인 케네디크리거 인스티튜트 소아정신과 교수진에 합류했다. 그 과정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만성 피로, 오한, 근육통을 동반한 병마가 찾아왔고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원인을 찾은 결과, 자율신경계 장애 중 하나인 '신경매개저혈압'이란 진단을 받는다. 이 병이 그녀의 삶을 180도 변화시켰다.흔히 삶은 역경을 딛고서야 제대로 설 수 있다고들 한다. 책은 '잘 나가던' 의학도가 어느 날 찾아온 희귀병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가족의 사랑, 의사로서의 소명, 환자에 대한 애정이 전적으로 새롭게 정립되어 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마치 한편의 잘 짜인 인생 다큐멘터리처럼 말이다.지은이는 삶의 무게를 덜어내자 비로소 보이는 것들에 대한 '새 세상'을 과거의 경험들에 비추어 반추하면서 적고 있다. '마음이 흐르는 대로'는 글자 그대로 예상치 못한 삶의 굴곡 속에서도 진정으로 자신이 하고자하는 일과 타인에 대한 배려가 살아갈 이유로서 크게 작용할 수 있다는 큰(?) 깨달음을 되뇐다.돈 보다 더 가치 있는 유산이란 뭘까? 누군가를 도울 때 삶이 더 의미 있어 지는 이유, 진심으로 삶에 임한다는 것, 우리는 다 같으면서도 또 다르다는 것, 나의 길을 넘어 초월의 길을 간다는 것 등등.누구나 한 번쯤 사고해보지만 제대로 된 결론에 도달하기 쉽지 않은 질문들에 대해 지은이는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담담하게 써내려 가고 있다.그리고 종내는 삶이 흔들릴 때 우리가 바라봐야 할 단 한 가지 해답이 머무르는 곳, 그곳은 즉 '마음이 흐르는 대로'(Follow Your Heart)이다. 306쪽, 1만6천원

2020-12-10 14:08:50

[내가 읽은 책] 소박한 정원 (오경아/궁리출판/2019)

[내가 읽은 책] 소박한 정원 (오경아/궁리출판/2019)

소박한 정원(오경아/ 궁리출판/ 2019)봄부터 시간의 흐름은 구부러져 지나갔다. 여름과 가을이 휘달려 지나고, 겨울이 눈앞이다. 계절이 바뀌었다. 깔깔대며, 매 순간을 기쁘게 맞던 때가 언제였던가! 아득하다. '소박한 정원' 속으로 급한 걸음으로 들어섰다. 정원의 동물과 식물이 내는 소리에 푹 잠기고도 싶다. 봄 그리고 여름, 가을에서 겨울, 겨울에서 봄날마다 정말 행복한 종소리가 들릴까, 귀가 저절로 쫑긋 기대에 부푼다.'소박한 정원'은 정원 설계 회사를 설립, 가든 디자이너로 속초 '오경아의 정원학교'를 통해 다양한 가드닝과 가든 디자인을 전파 중인 저자의 개정판 정원 에세이다. '정원의 발견'과 '영국 정원 산책' 등 정원에 관한 책을 많이 저술한 저자는 영국 에식스 대학에서 조경학을 공부하고, 영국 왕립식물원 큐 가든의 인턴 정원사를 지내기도 했다.무심코 걸어간다. 포플러 나무 앞에 선 정원사와 눈을 맞춘다. 오래 묵어 비에 부러진 버드나무를 손보는 정원사 곁에서 가지를 함께 잡아주었다. 가든 센터에서 정원용 삽을 흔드는 정원사와도 스쳐 지났다가, 문득 무릎 보호 방석이랑 실용적인 예쁜 장갑을 끼고 곁에 쪼그려 앉아보았다. 유채꽃 향기가 바람에 실려와 속삭였다."정원은 단순히 예쁜 꽃을 심어놓고 그걸 보는 재미를 느끼는 공간은 아니다. 무얼 심을까 상상하는 즐거움, 심어놓은 식물이 잘 자라는 것을 지켜보는 시간의 즐거움, 흙을 일구며 땀 흘릴 수 있는 노동의 즐거움, 식물과 자연이 내게로 뭔가를 꾹꾹 넣어주는 충만의 즐거움, 정원은 그 모든 것을 즐기고 누리는 공간이다."(p.87)저자는 '흙과 식물의 타고난 품성과 본성, 그 선량함을 이해하고 그들 스스로 잘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바로 정원사의 일'이라 한다. 식물을 키우고 관리하는 일에 중요한 Garden Tips는 저자의 정원에 뜬 가로등 같기도 하다. 그래서 "지금도 각박한 지구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식물은 부단히 노력하는 중이다. 거저 오는 삶은 없다. 다 힘들고 어렵다."(p.57)고 한다.식물의 질병을 고치려고 며칠을 고민하는 정원사가 지치지 않기를 바라본다. 삼백예순다섯 번째 날을 여러 번 돌아서라도 이겨내기를 마음으로 응원한다. 꼭 함께 이겨나가야 할 고통을 겪어 본 같은 마음들을 모아 응원하자. 소박한 정원이 어느 순간 우렁찬 함성으로 나를 그리고 우리 모두를 불러 준다면, 정원사의 꿈속 사계와 함께 식물들의 소리로 가득 찬 잔치를 축하해 주자. 바람이 라벤더를 훑고 내 곁에 머물러 준다면 내가 만난 인연들에게 서로 인연의 향기를 입히는 노력 정도는 할 수도 있으니."딱 좋다. 삶의 온도도 이 갓 구운 빵의 온도만큼이면 충분하다 싶다. 세상이 아직 새벽의 쌀쌀맞음으로 손발 시리게 해도 딱 이만큼의 온기로 아직은 따뜻하다고 말해주는 무엇이 있다면 충분히 견뎌볼 만하겠다."(p.29)내년이면 코로나19는 일상적인 이름으로 불리게 될 것이다. 그러나 감염병 예방 수칙과 함께하는 많은 것이 이전과는 달라질 것이다. 우리의 선량한 본성이 앞으로의 삶 속에 등불이 되고 갈 길 제대로 가는 길잡이로 서기를 기대한다. 더 이상 마음 급한 정원사가 아니고 싶다. 충분히 스스로 무르익을 때까지 기다려 정원이 전하는 작은 소리를 제대로 들어줄 정원사라 불릴 수 있기를 바란다.서강 학이사 독서아카데미 회원

2020-12-10 14:04:38

구수산·대현·태전도서관  겨울독서교실·도서관학교 운영

구수산·대현·태전도서관 겨울독서교실·도서관학교 운영

행복북구문화재단이 운영하는 3개 공공도서관(구수산·대현·태전도서관)이 15일부터 초등학생 255명을 대상으로 겨울독서교실·도서관학교 16개 강좌를 마련했다. '2021년 겨울독서교실'은 1월 5일부터 8일까지 4일간 열리며 독서 습관 형성을 위한 프로그램 및 지역사를 활용한 다양한 체험 활동으로 진행된다. 구수산도서관은 초등 4학년을 대상으로 '우리 곁의 문화유산', 대현도서관은 초등 3, 4학년으로 '무한상상 과학실험 탐험대', 태전도서관은 초등 3학년 대상으로 '칠곡 어디까지 알고 있니?'라는 주제로 운영한다. 각 도서관의 독서교실 참가자 중 우수 학생에게는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장상을 수여한다. 한편 도서관학교는 초등학생의 사고력 발달에 도움이 되는 학년별 다양한 프로그램들로 진행된다. 구수산도서관은 '영어그림책과 함께하는 연극 놀이' 등 5개, 대현도서관은 '어린이 유튜브 크리에이터' 등 5개, 태전도서관은 '손끝으로 울리는 멜로디' 등 6개 강좌를 진행한다. 도서관 관계자는 "책과 역사·과학을 접목한 프로그램을 통해 아이들이 책에 흥미를 느끼고, 주변 환경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가지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참가 희망자는 15일부터 도서관 홈페이지(http://lib.hbcf.or.kr/bukgs)에서 신청하거나 전화(구수산도서관 053-320-5155, 대현도서관 053-320-5174, 태전도서관 053-320-5182)로 문의하면 된다.

2020-12-10 13:51:28

[유홍준의 시와 함께]  빙어/주병율(1960~ )作

[유홍준의 시와 함께] 빙어/주병율(1960~ )作

달밤이었다. 화톳불이 타고 있었다. 겨울 무덤 주위에선 가랑잎 한 장도 흔들리지 않았다. 나무들이 어둠 속에서 검게 숯이 되고 세상의 모든 시간들이 당나귀처럼 어둔 산맥을 넘어갔다. 얼음이 벤 돌들이 오래도록 강물 속에서 흐느껴 울었다. 어디선가 쩔렁거리며 자꾸만 요령소리가 들렸다. 사람 하나 없이 저문 산맥을 넘어 시간은 모두 어디로 가고 있었다. 아직 한 번도 가닿지 못했던 시간의 뼈 그 냉기의 뼈를 바르며 빙어들이 눈을 뜨고 있었다. 그들은 여름내 건너지 못한 언 강물을 거스르며 자신들의 생애에 대해, 시간에 대해, 죽음에 대해 골똘해져 있었다. 더는 외롭지 않을 방법에 대해 생각하고 한 방울의 눈물로 밤을 지새기도 했다. 세상 어디서나 꽃은 피고 꽃은 졌다. 달밤이었다. 강물 속에선 자꾸만 요령소리가 들렸다. 바람은 아무 데도 보이지 않는데 한 무더기의 억새가 흔들리고 있었다. 발목이 가는 빙어의 옆구리가 물살에 흔들릴 때마다 달빛은 얼음 속에서 하얗게 깊어갔다. 내 친구 병희는 꾀가 많다. 필요하면 무엇이나 거기에 맞게 뚝딱 만들어 낸다. 집 앞에 커다란 저수지 하나가 있는데 겨울이 되면 모기장을 이용해 빙어를 잡는다. 아침 햇살에 모이는 곳에, 그것을 설치해 뒀다가 친구들이 원하면 희고 작고 투명한 빙어를 한 소쿠리 끌어올린다. 빙어는 나에게 슬프고 애처로운 물고기. 이 작고 투명한 물고기는 一時에 잡히고 一擧에 잡힌다.팔뚝이 굵고 허리가 실했던 그 옛날 청년들은 겨울이 되면 해머를 들고 강가로 나갔다. 머리 위로 번쩍 그것을 들어 올렸다가 있는 힘껏 돌덩이를 향해 내리쳤다. 그러면 뇌진탕에 걸리거나 장 파열을 당한 물고기들이 허옇게 배를 까뒤집고 나와 출렁출렁 강물에 떠내려갔다. 그 무식하고 용감한 행위를 아직 뼈가 덜 여문 우리도 본능적으로 답습하려고 들었다.세상의 시간은 늘 우리가 원하지 않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 시인에게도 예외가 아니었던 모양이다. 강물 속 빙어처럼 외로움을 견뎌야 했던 겨울밤, 장작불 타오르는 아궁이 앞에 앉아 '나무들이 어둠 속에서 숯이 되'는 과정을 지켜본 것 같다. '얼음이 벤 돌들이 오래도록 강물 속에서 흐느껴 우'는 소리를 들은 것 같다. '자신의 생애에 대해, 시간에 대해, 죽음에 대해 골똘했'던 것 같다. 시인 유홍준:1998년 『시와반시』로 등단. 시집 『喪家에 모인 구두들』 『나는, 웃는다』 『저녁의 슬하』 『북천-까마귀』 『너의 이름을 모른다는 건 축복』이 있다. 시작문학상 이형기문학상 소월시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2020-12-09 14:00:00

대구문인협회, 겨울문학제로 한 해 결산

대구문인협회, 겨울문학제로 한 해 결산

대구문인협회(회장 박방희)가 12일(토) 대구문화예술회관 비슬홀에서 각종 문학상 수상자를 선정, 시상하는 겨울문학제를 열고 한 해를 마무리하는 자리를 갖는다.올해 38회째를 맞는 영예의 대구문학상에는 시집 '수성못'을 출간한 이해리 시인과 수필집 '아린'을 출간한 은종일 수필가가 선정됐다.제11회 대구의 작가상은 '편백나무 침대'를 출간한 정경화 시조시인이, 제4회 김성도 아동문학상은 '아기 새를 품었으니'를 출간한 김현숙 아동문학가가 받는다.소설, 시, 시조, 아동문학, 수필 등 전 부문으로 확대해 시상하는 올해의 작품상에는 이화정 소설가, 이진엽 시인, 고영환 시조시인, 김상삼 아동문학가, 고윤자 수필가가 선정됐다. 수상자들은 대구문학상 수상자 500만원 등 소정의 상금과 상패를 받는다.박방희 대구문인협회 회장은 "올해는 코로나19로 여러 행사가 취소되거나 축소되어 함께할 기회가 적었음에도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창작하고 발표해 올해도 대구 문단은 풍성했다"고 평가했다.

2020-12-09 11:5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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