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책

 

[반갑다 새책]그 여자가 울었는지 생각이 안 난다/윤혜란 수필집/에세이스트사 펴냄

"다시 길 위에 서다. 이제 수필의 길 위에 섰다. 또 다른 시작이다. 늘그막 내 인생의 행운이고 축복이다."초등학교 교사로 30년, 목욕탕 접수실에서 20년. 지은이 윤혜란의 이력이다.지은이에게서 수필집의 의미는 문학적 성취 이전에 평범하게 살아온 소시민적 시선을 시종일관 유지하는 데 있다.그런데 지은이의 목소리를 따라가도 보면 결국 만나게 되는 사람들은 나의 언니이며 나의 엄마이고 바로 나 자신이다.찬찬히 수필집을 읽어나가 보노라면 아무것도 아니어서 모두가 될 수 있었던 이 시대의 평균치 주부이며 엄마이며 선생님인 지은이를 만나보는 것만으로도 읽는 이들은 큰 위안을 얻을 수 있다.책을 덮는 순간 독자들은 삶이란 매 순간이 새 출발점이라는 것을 다시 생각할 수 있게 될 것이다.목차를 보면 '남지장사' '사월초파일' '길 위의 점 하나'를 시작으로 '콩메뚜기의 변명' '암 병동에서' '남은 건 사랑뿐이네' '괜찮아 괜찮아' '두 외로움' '여섯 번째 메타세콰이어' 등 55편의 수필은 주로 지은이가 지금껏 살아오면서 겪은 소소한 일상의 에피소드를 담담하게 때로는 애정을 듬뿍 담은 시선으로 풀어내고 있다.그는 초등학교 교실의 작은 창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았고 지금 목욕탕 접수실의 더 작은 창을 통해 여전히 세상을 내다보고 있다. 그 과정에서 암 수술을 받았고 죽음의 목전을 오락가락하면서 자신이 걸어온 생의 더 작은 창을 만나서 이제껏 봤던 세상 풍경이 진짜가 아니었음을 철저하게 깨닫게 되었다.지은이는 대구 교대를 졸업하고 초등학교서 30년을 근무한 후 현재 대구에서 운영 중인 목욕탕을 동네 어르신들과 사랑방으로 쓰고 있으며, 2018년 격월간 '에세이스트'로 등단해 올해 '문제작가 신작 특집'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246쪽, 1만5천원

2019-12-28 06:30:00

북극 석유시추 확장을 규탄하는 그린피스 활동. 그린피스 제공

[책] 어쩌면 가장 위험한 이야기/ 박병상 지음/ 이상북스 펴냄

인간의 힘이 너무 강력해져서 지구 시스템 전체의 기능을 교란할 정도가 되어 급기야 새로운 지질학적 시대인 '인류세'를 초래했다고 한다. 2001년 네덜란드 화학자 크루첸이 처음 제안한 '인류세'는 아직 공식적인 지질시대는 아니지만, 이미 지구는 문명이 번성할 수 있었던 홀로세의 온화한 조건들을 잃어버렸다. 인간이 화석연료를 대규모로 사용하며 배출한 온실가스로 인해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가 시작돼 해마다 기상기록을 경신한다. 여러 이상현상과 불가항력적 사태를 일으켜 인류를 괴롭히며 마치 반격을 가하는 것처럼 보이는 지구에서, 인류는 앞으로도 계속 살아갈 수 있을까?◆식량위기를 부추기는 유전자 조작최초의 유전자 조작 농작물은 1994년 세상에 나온 토마토였다. 소비자는 완숙된 붉은 토마토를 구입하지만 농부는 녹색일 때 딴다. 붉은 상태에서 따면 소비자의 손에 들어갈 즈음 물러터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대부분 토마토가 트럭과 선박으로 운반하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상품성이 잃어가는데 유전자 조작 토마토는 달랐다. 붉은 상태에서 수확을 해도 6개월이나 무르지 않았다. 영하로 떨어지는 겨울에도 몸이 얼지 않는 북극권의 물고기에서 유전자를 찾아 조작해 넣었기 때문이다.유전자 조작에 따른 부작용을 연구한 사례도 있다. 유전자 조작 감자를 먹은 쥐의 장기가 위축되고, 유전자 조작 옥수수를 먹은 나비의 수명이 절반으로 줄었다. 유전자 조작 면화의 잎사귀를 먹은 양이 질산중독으로 죽기도 했다. 독립 연구자들은 농산물에 들어간 이질 유전자가 음식을 통해 사람 몸에 들어와 사람의 유전자 발현을 불안하게 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 유전자 조작 농작물을 독점, 생산, 공급하는 다국적기업은 그 확률을 무시하지만 평생 농산물을 먹어야 하는 소비자로서는 안심할 수 없는 노릇이다. ◆내일의 행복은 발전서 오지 않는다핵 역시 무한하지 않다. 우라늄 매장량의 한계도 분명하고 채굴 과정은 에너지 부정의를 드러낸다. 어느나라도 안전하게 관리할 수 없는 핵폐기물은 후손에게 재앙을 남긴다. 대체로 수명이 30년인 핵발전소에서 나온 중저준위 폐기물은 300년, 적어도 10세대 이후의 후손에게까지 관리책임을 물려주어야 한다. 문제는 플루토늄이 섞인 고준위 핵폐기물, 즉 사용 후 핵연료다. 플루토늄에서 방출되는 방사선량은 수십만 명에게 폐암을 일으킬 정도로 강력하고, 반감기는 우리의 시간 개념을 초월하는 2만4천년에 달한다.유럽의 많은 국가들은 에너지의 절약과 효율성 향상, 재생 가능한 에너지 자원 발굴에 적극적이다. 환경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청구서를 보내지 않는 태양과 바람 같은 자연에너지가 그것이다. 우리나라는 유럽에 비해 재생 가능한 에너지가 많다. 우리에게 시급한 것은 발전소 추가 건설이 아니라 에너지와 발전에 대한 강요된 상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생명체의 진정한 행복은 발전(發電)에서 오지 않기 때문이다. ◆더이상 대안을 찾을 수 없는 석유세계적으로 전기는 대부분 화석연료로 태워 얻는다. 화석연료는 지구온난화를 유발하는 이산화탄소를 대기에 내놓을 뿐 아니라 적지 않은 대기오염물질을 추가로 배출한다. 온실가스를 줄이고 석유를 대체할 수 있는 에너지원으로 바이오연료를 제시하는 사람도 있다. 콩이나 옥수수로 가공한 연료를 사용하면 매연이 거의 없다지만, 연료로 가공하는데 적지 않은 석유가 소비돼야 한다. 가령 자동차 한 대에 한 차례 넣을 연료를 위해 콩이나 옥수수가 200㎏ 필요하다는데, 곡물 200㎏은 한 사람이 1년 먹을 양식에 해당된다. 바이오연료가 늘어날수록 석유 위기와 지구온난화는 심화되고 굶주리는 인구 또한 늘어날 것이다.또 석탄가스화복합발전이라는 기술로 석탄화력발전소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따로 모아 분리한 뒤 처리하는 계획도 허황된 꿈에 가깝다. 이산화탄소를 자동차와 난방연료는 물론 플라스틱으로 가공할 수 있다는 제안도 이론적으로 가능하더라도 결코 적용될 수 없다. 미국의 저널리스트 리처드 하인버그는 2000년대 초에 "파티는 끝났다"고 천명했다. 석유가 이끈 산업사회의 광란의 축제는 머지않아 중단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우주여행은 꿈일 때 아름답다늦어도 2년 안에 민간인의 우주여행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확신하는 여행사가 영국에서 문을 열었다. 이미 450명이 비용을 지불하고 예약까지 마쳤다. 티켓 한 장이 20만 달러로, 수백만 달러가 들었던 러시아의 우주여행보다 저렴하다는 것을 강조했다. 2010년에 나온 기사다. 그런데 우주여행으로 얼마나 많은 쓰레기가 우주에 남을까.미국을 비롯한 많은 국가에서 발사해온 인공위성은 우주에 수십만 개의 쓰레기를 쏟아낸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한다. 1957년 스푸트니크 1호 이후 6천기의 인공위성이 우주에 올라갔다고 하니 수많은 발사체가 대기권 밖에서 폐기됐을 것이다. 우주선 발사가 현재와 같은 추세로 늘어나면 30년 뒤 지구 궤도는 쓰레기로 뒤덮일 것이라고 예상되고 있다. 성층권의 오존층이 뚫리면 생명체에 치명적인 자외선이 쏟아져 피부암이 급증할 것이라 한다. 대기권과 성층권을 돌파하는 인공위성이 파괴하는 오존층도 무시할 수 없다는데, 부자들의 짧은 여행을 위해 오존층을 휘저어도 우린 그저 부러워만 해야 하나. 막대한 비용을 허공에 날리기보다 오염된 지구를 복원하기 위해 노력하는 편이 후손을 위해 훨씬 절박한 일이 아닐까. 288쪽, 1만6천원.

2019-12-28 06:30:00

박종필 저 '고수의 역량평가 대처법'

[책 체크] 고수의 역량평가 대처법/ 박종필 지음/ 옥당북스 펴냄

최근 우리나에서는 공기관이나 사기업을 막론하고 직원 채용, 승진 등 인적자원관리 시스템에 역량평가를 도입하는 추세다.국가공무원을 비롯한 여러 공공분야에서 2006년 고위공무원단(과거 실·국장급) 제도를 도입한 이후 과장급과 기타 중앙부처의 사무관 승진 등으로 역량평가를 확대 적용하고 있다. 예전의 필기시험 또는 근무·경력평정에 의한 승진을 대체, 보완하는 것이다.공무원, 공공기관 채용시험에서도 역량평가를 적극 도입하는 추세다. 예전 공채면접이 '소양 테스트'에 그치던 것에 반해, 지금은 고위공무원용 역량평가 방법을 압축한 소위 '역량면접'이다. "역량평가가 뭔지는 알겠는데, 막상 준비하려니 감이 안 잡힌다"는 목소리도 쏟아진다.책은 '역량발휘법 3단계'를 내놓으며 6가지 평가기법에 따른 구체적 역량발휘법을 제시했다. 고용노동부 20년 최장수 기획재정담당관을 역임하고 현역 국무조정실 고용식품의약정책관으로 있는 저자는 조직 활동에서 생각을 정리하는 능력, 남과 소통하는 능력, 스토리텔링 능력 등을 연습하는 팁을 제시했다. 334쪽, 1만6천원.

2019-12-28 06:30:00

문재인 대통령이 한중일 정상회의를 마치고 24일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청두를 떠나며-한중일 정상회의를 마치고'라는 글을 페이스북에 남겼다. 문재인 대통령 페이스북

삼국지 관우가 청두에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 글 오류?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중국 쓰촨성 청두에서의 8차 한중일 정상회의 1박2일 일정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남긴 페이스북 글이 화제다. '청두를 떠나며-한중일 정상회의를 마치고'라는 제목의 글이다.이번 한중일 정상회의 관련 청와대 브리핑이나 언론 보도와 비교하면, 문재인 대통령이 느낀 소회를 좀 더 진솔하게 전하는 글로 읽혀서다.그런데 사실과 다른 것으로 보이는 부분이 하나 있어 팩트 체크를 해봤다. 바로 이 문단이다.'청두는 유서 깊은 곳입니다. 시성 두보의 발자취가 남아 있고, 삼국지의 제갈공명, 유비, 관우, 장비, 조자룡이 우정을 나누며 대의명분을 실천한 곳입니다.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한· 중· 일 3국의 인문 정신이 3국 협력을 넘어 세계를 변화시키는 동력이 될 것입니다. 3국은 수천 년 이웃입니다. 우리는 더 긴밀히 협력해야 하고 협력 속에서 함께 잘 사는 것이 우리가 걸어가야 할 길입니다.'여기서 삼국지 관련 언급이 눈길을 끈다. '청두는~삼국지의 제갈공명, 유비, 관우, 장비, 조자룡이 우정을 나누며 대의명분을 실천한 곳…'이라는 부분이다.청두는 대한민국 삼국지 독자들에게는 후한의 서쪽 익주의 중심 도시이자 유비가 세운 촉나라의 수도인 '성도'(成都, 즉 청두의 한국식 발음이 성도이다)로 잘 알려져 있는 곳이다. 지금도 쓰촨성(四川省, 한국식 발음은 사천성)의 성도(중국 행정구역 단위인 성의 행정 중심지, 그러니까 중국 쓰촨성은 '성도가 성도다')이다. 아주 오래된 지역 중심지인 것.문재인 대통령은 이곳에서 제갈공명(제갈량), 유비, 관우, 장비, 조자룡(조운)이 우정을 나누며 대의명분을 실천했다고 설명했다.일단 군주였던 유비가 2번째로 언급되고, 제갈공명이 가장 먼저 언급된 점이 눈에 들어오긴 하는데, 물론 이는 어떻게 열거하더라도 자유이다.그런데 해당 문장은 관우가 청두에 있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어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208년 적벽대전을 치른 후 형주를 요충지로 얻은 유비군은 서쪽 익주 공략에 돌입했다. 유비가 먼저 군대를 이끌고 익주로 갔고, 이후 장비·제갈량·조운이 뒤따랐다. 하지만 관우는 유비의 명령으로 계속 형주에 남아 북쪽의 조조군(위나라)과 동쪽의 손권군(오나라)을 견제하는 임무를 맡았다.관우는 결국 손권군과 전투를 벌이다 형주의 작은 성 맥성에서 붙잡혀 아들 관평과 함께 죽임을 당했다. 219년의 일이다.이 같은 역사 기록대로라면, 관우는 살아 생전 청두에 발을 디딘 적이 없다.물론 문재인 대통령이 언급한 청두는 곧 촉나라 전체를 가리키는 표현이었을 수 있다. 수도는 종종 그 나라를 대표하는 명사로 쓰인다. 가령 외신에서 '대한민국 정부와 중국 정부 간 어떤 협상을 했다'는 표현을 '서울과 베이징 간 어떤 협상을 했다'고 표현하는 것처럼. 따라서 한 왕실 부흥이라는 대의명분을 위해 힘을 모은 청두=촉나라 대표 5인을 꼽으라면, 유비, 관우, 장비, 제갈량, 조운이 분명 맞다.아울러 삼국지 정사 등 기존 역사 기록에는 적혀있지 않더라도, 관우가 형주와 수도인 청두를 왕래했을 가능성, 그래서 언젠가 저 5인이 청두 모처에서 한자리에 모여 우정을 나눴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국가 주요 요인들이 회의와 행사 등의 참석을 위해 수도에 모이는 것은 동서고금이 같다.다만 원래 익주를 다스리던 유장이 항복해 유비가 청두에 입성한 것은 214년이고, 관우가 죽은 것은 219년이다. 그 사이 5년 동안 관우는 형주를 지키느라 눈 코 뜰 새 없이 바빴다. 이때 관우가 큰형님 유비를 뵈러 여유롭게 청두를 다녀갔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 유비가 219년 조조로부터 한중을 빼앗은 후 한중왕에 즉위했을 때에도 관우는 축하하러 오지 못했다. 참고로 유비의 한중왕 즉위 시기는 219년 여름, 관우의 사망 시기는 219년 겨울이다.한편, 이번 한중일 정상회의에서는 3국 정상 모두가 삼국지를 한중일이라는 지금의 3국 관계에 빗대어 언급,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만들어 눈길을 끌었다. 그러면서 이번 정상회의 개최지가 유비가 세운 촉나라의 수도인 청두였다는 점도 관심을 모았다.나관중이 쓴 삼국지연의는 한중일 모두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중국 고전문학이다. 삼국지는 분명 중국이 원류인 작품이지만, 한국과 일본에서도 저마다 다른 해석의 책을 비롯해 게임·영화·애니메이션 등으로 끊임없이 각색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조선 중기부터 본격적으로 인기를 끌었다. 조선 왕 선조도 좋아했다고 한다. 민간에 널리 퍼지면서 그만큼 많은 번역 및 필사가 이뤄졌는데, 이게 다채로운 각색으로 연결됐다. 이문열 삼국지, 황석영 삼국지, 고우영 삼국지(만화), 최훈의 삼국전투기(웹툰) 등도 그 연장선에 있었던 셈이다. 제갈공명, 유비, 관우, 장비, 조자룡이 청두에서 우정을 나누며 대의명분을 실천했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표현도 하나의 각색으로 받아들이면 큰 무리는 없다.다음은 문재인 대통령 페이스북 글 전문.- 한중일 정상회의를 마치고청두를 떠나며 돌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생각해 봅니다.우리는 한국인입니다. 한글을 쓰고 김치를 먹으며 자랐습니다. 강대국에 둘러싸여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우리는 정체성과 고유한 문화를 지켰고, 경제적으로 당당한 위상을 갖게 되었습니다. 오늘의 우리는 우리나라를 자랑스러워해도 됩니다.세계 G2 국가인 중국, 세계 3위 경제대국 일본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우리는 유럽, 북미와 함께 세계 3대 경제권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더 시야를 넓혀 보면, 우리는 아시아의 시대를 함께 여는 당당한 일원이 되고 있습니다.한· 중· 일 3국은 불행한 과거 역사로 인해 때때로 불거지는 갈등 요소가 분명히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오랜 역사와 문화를 공유하는 가장 가까운 이웃입니다. 다른 듯한 문화 속에서 서로 통하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또한 서로에게 도움을 주는 분업과 협업 체제 속에서 함께 발전해 왔습니다. 과거의 역사를 직시하면서도 미래 지향적인 협력을 계속 발전시켜 나가야 합니다. 어느 나라든 홀로 잘 살 수 없습니다. 이웃 국가들과 어울려 같이 발전해 나가야 모두 함께 잘 살 수 있습니다.오늘 3국은 끝까지 이견을 조정하여 '향후 10년 한중일 3국 협력 비전'을 채택했고 3국 협력을 획기적으로 도약시키기로 했습니다. 대기오염, 보건, 고령화같이 국민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구체적 협력에서부터 보호 무역주의, 4차 산업 혁명이라는 시대의 도전에도 함께 대응할 것입니다.아베 총리와의 한일 정상회담도 매우 유익한 진전이었다고 믿습니다. 양국 국민들께 희망을 드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 중·일 정상들이 북미 대화 재개의 중요성에 공감하고 한반도 평화를 위해 함께 노력해 주고 계신 것에 대해서도 감사드립니다.청두는 유서 깊은 곳입니다. 시성 두보의 발자취가 남아 있고, 삼국지의 제갈공명, 유비, 관우, 장비, 조자룡이 우정을 나누며 대의명분을 실천한 곳입니다.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한· 중· 일 3국의 인문 정신이 3국 협력을 넘어 세계를 변화시키는 동력이 될 것입니다. 3국은 수천 년 이웃입니다. 우리는 더 긴밀히 협력해야 하고 협력 속에서 함께 잘 사는 것이 우리가 걸어가야 할 길입니다.

2019-12-24 21:45:21

이명선·박상규·박성철 지음 '거래된 정의'

[책] 거래된 정의/ 이명선·박상규·박성철 지음/ 후마니타스 펴냄

권력을 비호하는 사법 세력에 대해 국민들 불신이 크다. 양승태 사법부가 박근혜 정부의 국정 부담을 줄이고자 '상고법원' 도입을 추진하고, 정부에 불리한 재판 일정 또는 판결을 쥐락펴락한 '사법 농단' 사실이 드러나면서다. 책은 그간 공공연히 벌어진 '재판 거래'의 피해자들이 그들 스스로 철썩같이 믿던 법 앞에 얼마나 무참히 무너졌는지를 고발한다.◆국가배상금 줄이려던 양승태 사법부, 애꿎은 피해자들법원의 잘못된 판결로 피해를 입은 국민에게 국가가 배상토록 한 '국가배상 청구'. 이 제도의 청구 시효가 국가의 과실 사례에 따라 고무줄처럼 늘고 줄었다. 2011년 9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인혁당 재건위 사건의 지연이자 기산점을 늦춘 일을 기점으로 법원 내 분위기가 '국가배상금 줄이기'로 바뀐 것이다.취임 전 과거사 피해자들의 눈물을 닦아 주겠다던 박근혜 전 대통령이 취임했으나 정권은 오히려 법원 판결에 불복해 항소하거나 피해자들에게 부당이득 반환 소송을 제기, 배상금 규모를 줄이거나 가져간 배상금을 빼앗아가기까지 했다. 사실이 드러나면서 사법부가 정권의 국정 운영 부담을 줄이고 충성하려 '재판 거래'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이외식과 그 가족은 양승태 사법부의 '재판거래' 피해자 중 하나다.1949년 5월, 이외식은 무고한 남편 정재식이 '대구 10월 항쟁'에 가담한 '빨갱이' 누명을 쓰고 왜관경찰서에 끌려가 학살당한 뒤 그 또한 '빨갱이 아내'로 살았다. 60년 만인 2009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조사로 국가 책임소재가 드러났고, 2012년 이외식과 둘째 아들은 부산지법에 국가 손해배상 소송을 각각 제기, 1심에서 모두 승소했다.그러나 정부가 배상금 약 6억원을 줄 수 없다며 항소했다.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인 2013년 부산고법은 "사망자의 당시 수입을 정확히 산정할 수 없고, 지연이자도 2012년 1심 변론 종결일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며 손해배상금을 대폭 삭감했다.이듬해, 이외식의 최종심을 맡은 대법원 제2부는 2심 판결을 그대로 인정했으나 비슷한 시기 둘째 아들 최종심을 담당한 대법 제3부는 오히려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기간이 훨씬 지났다'는 납득 못할 이유로 한 푼도 줄 수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이후 양승태 사법부의 법원행정처가 2015년 7월 31일 작성한 '정부 운영에 대한 사법부의 협력 사례' 문건에는 "(대법원은) 대통령 국정 운영을 뒷받침하려 최대한 노력했다. 부당하거나 지나친 국가배상을 제한하고 그 요건을 정립했다"고 기록됐음이 드러났다.◆사법농단 폭로 그 후… 한계 지목책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청년 시절부터 최근까지 행한 재판거래 탓에 사회적 약자 71명(이 중 14명 사망)이 보통의 삶을 잃은 채 어떠한 고통을 받았는지 3년 간 취재해 조명한 결과물이다. 동시에 그 모든 사건에 연루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삶은 어떠했는지 대조한다. 피해자 다수가 여전히 투쟁 중이며, 일부는 이미 세상을 등져 친구나 가족이 그를 대신해 싸우고 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20대 이른 나이에 사법권력을 쥐고서 그 최고층까지 승승장구하다 말년에야 구속 수감됐다.책은 '사법 농단'이 드러난 이후, 그에 가담한 당시 대법원장이나 행정처 판사들 개인의 일탈과 그들의 처벌 여부만 주목받는 반쪽 결과에 그쳤다고도 지적한다. 사법부가 지닌 구조적 문제를 개선하고자 법관의 직무 수행에 대한 헌법 차원의 기준이나 선례를 마련했어야 하나 그러지 못했다는 것이다.아울러 책은 사건 폭로 직후 대법관 전원이 두 번에 걸쳐 발표한 입장문에 대해서도 유감을 표했다.저자 박성철은 "2018년 1월 원세훈 전 국정원장 사건 관련해 수십 건의 문건이 나왔다. '재판 거래'가 의혹에만 그칠 상황이 아니었다"면서 "그럼에도 대법관 13명은 '사법부의 독립과 재판의 공정성에 관한 불필요한 의심과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것으로서 깊은 우려와 유감을 표명한다'고만 발표했다"고 지적했다.'진실탐사그룹 셜록' 구성원인 기자, 변호사 출신 저자들은 사법부가 인권 최후의 보루로서 제 역할을 하길 바라는 이들과, 무엇으로도 원상회복할 수 없는 사법 피해자들을 위해 행동하고자 이 책을 썼다. 392쪽, 1만8천원.

2019-12-21 06:30:00

스토리액팅

[책 체크] 스토리 액팅/ 전영범 지음/ 이담북스 펴냄

위대한 사람의 삶의 자취를 따라가다 보면 우리가 본받아야 할 스토리텔링의 포인트가 있다. 하나의 작품이 된 인생에는 흥미 있는 시나리오도 숨어 있다. 이런 시나리오를 우리의 삶에 응용해 스토리액팅(storyacting)을 하면 행복한 삶을 위한 에너지로 삼을 수 있다.이 책은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1부는 누구나 생각하는 행복한 삶과 후회 없는 죽음을 위해 우리가 어떤 인생의 스토리텔링을 준비할 것인가에 관한 내용이고, 2부는 스토리텔링에서 나아가 행동하는 힘, 즉 스토리액팅의 동기를 얻고자 하는 것에 관한 내용이다. 스토리액팅의 방법을 얻기 위해 시간을 소중히 여기는 삶, 꿈을 가지고 도전하는 삶, 관계 속에서 자신을 완성하는 삶을 소주제로 이야기를 풀어낸다.지은이는 고려대 철학과를 졸업한 언론학 박사로 인문학과 사회과학, 나아가 예술을 통한 소통에 관심이 많다. 한국광고홍보학회 및 한국소통학회 이사를 지냈고, 현재는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에서 미디어산업의 발전을 위해 힘쓰고 있다. 458쪽, 1만8천원.

2019-12-21 06:30:00

엄마들은 성자다

[책 체크] 엄마들은 성자다/ 배순정 지음/ 작가마을 펴냄

'발갛게 달아오른 하늘이/ 벌거숭이 가지 위에 앉아/ 다정스레 석양을 물들인다// 나목은/ 초승달을 목에 걸고/ 처연하게 서 있다// 앙상한 가지를 뻗어/ 별들을 헤집다가/ 은하에서 오작교를 찾아본다// 허공에 손짓한다.' -시 '나목'26년간 보험설계사로 일하는 배순정 시인이 펴낸 첫 시집이다. 1부 뿌리, 2부 자연, 3부 귀의, 4부 밥그릇, 5부 해원으로 구분해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모든 여성들의 아픔을 대변하는 시 150여 편이 담겨 있다.시인은 경남 남해에서 태어나 중학교 3학년부터는 부산에서 살았다. 청소년기를 보낸 영도는 부산에서도 가장 낙후된 지역 중 하나인데 언제나 이웃인 서민들의 애환을 목도하면서 국가의 역량이 국민의 안녕을 지켜준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하지만 세상은 언제나 일그러져 있어 날선 비판의식을 가지게 되고, 보험설계사로서의 발품은 세상의 민모습을 더욱 적나라하게 체험하게 됐다고 한다. 그래서 시인은 이런 사회적 모순을 변혁하기 위해 한권의 시로 토해냈다고 한다. 206쪽, 1만5천원.

2019-12-21 06:30:00

지구는 플라스틱 쓰레기로 뒤덮이고 있다. 나이지리아의 한 쓰레기 더미를 소년이 걸어가고 있다.

[책] 이러다 지구에 플라스틱만 남겠어/ 강신호 지음/ 북센스 펴냄

애니메이션 '월E'에서 지구는 쓰레기와 미세먼지, 유독가스로 가득 차 말 그대로 더 이상 살 수 었는 곳으로 묘사된다. 영화 '인터스텔라'에서도 지구는 바이러스와 질소 부족, 사막화에 따른 먼지 폭풍으로 인해 살 수 없는 곳이다. 이러한 이야기들은 첨단기술이 아무리 발달한 미래에도 지구를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이다. 말 그대로 플라스틱 쓰레기만 남아 온 지구를 점령하기 전에 우리는 지금 여기서 멈춰야 하고 방법을 찾아야 한다.이 책은 플라스틱이라는 물질의 A부터 Z까지 완전히 해부하는 동시에 플라스틱 사회를 유지시키는 시스템까지 신랄하게 분석한다. 탄탄한 정보와 이해를 바탕으로 지금 우리 생활에서 꼭 필요하고 실현 가능한 재활용 대책도 제시하고 있다.◆어떤 플라스틱이 문제일까우리가 뉴스를 통해 태평양 거대쓰레기 지대나 배 속에 플라스틱이 가득한 해양 동물 사체를 접할 때 딱 한번 쓰고 버린 플라스틱이 해양 생태계 파괴의 주범이라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바다에 떠다니는 플라스틱 오염물질의 80%가 도시에서 배출된 쓰레기들이 떠내려와 모인 것이다. 대부분 포장재와 식품용기, 일회용품, 비닐봉지들이다. 여기에 더해 최근 미세플라스틱에 의한 오염이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미세플라스틱의 주범은 합성섬유이다. 현대인이 입고 있는 대부분의 옷감은 대략 3분의 2가 합성섬유이거나 혼합직물이다. 세계자연기금과 호주 뉴캐슬대학이 공동 진행한 '플라스틱의 인체 섭취 평가 연구' 결과 우리가 매주 섭취하는 미세플라스틱이 거의 신용카드 한장 무게라고 밝혀져 충격을 주었다. 미세플라스틱은 수산물 섭취뿐 아니라 합성섬유로 만들어진 대부분 의류를 세탁할 때도 나온다. 이와 함께 여러 재질의 부품들을 모아서 하나의 제품으로 완성한 복합 플라스틱도 재활용을 어렵게 만든다. 대표적인 예가 생활용품과 어린이용 플라스틱 장난감이다. 일일이 분해하기도 힘들고 해서 그냥 재활용 불가 쓰레기로 분류되고 있다. ◆플라스틱은 왜 등장했을까우리가 역사적으로 많이 사용해왔던 소재는 나무다. 그런데 물보다 가벼운 나무는 결이 있어서 방향에 따라 강도가 달라지는 약점을 갖고 있다. 이를 대체해 사용한 소재가 철강이다. 철강은 무게가 물보다 8배나 많이 나가면서 강도는 높다. 하지만 너무 무거워서 조금만 덩치가 커도 혼자 옮기기가 버겁다. 그러다보니 가벼우면서도 강한 재질을 찾게 됐다. 이때 개발된 것이 플라스틱이다. 플라스틱은 비강도성, 즉 가벼우면서도 튼튼하다는 것이다. 생활용 플라스틱은 물과 비슷하거나 낮은 무게를 가지면서 강도는 나무보다 크다. 실제 1950년 이후 본격적인 제품의 소재로 생산되기 시작한 플라스틱은 1980년대 말에 철강 제품 생산량을 앞지르기 시작했다. 플라스틱은 산이나 액체 등에 부식되지 않는 내식성이 좋을 뿐 아니라 어떤 용도나 디자인이라도 대체하여 만들 수 있다. 또 플라스틱은 제조 공정이 매우 신속하고 저렴해 틀에 넣고 눌러서 만드는 제품이든 강제로 주입해서 만드든 단 몇초 만에 수십 개를 완성할 수 있다. 이런 여러 이점이 플라스틱이 대량생산에 적합한 소재란 것을 알게 해주었다.◆플라스틱 속에 감춰진 독성물질플라스틱의 원료나 첨가제 속에는 인공적으로 합성해 넣은 화학물질들이 있다. 이런 탓에 지구상에 있는 소재 중 가장 많은 혼합체가 플라스틱일 것이다. 그런데 이 합성물질 중에는 환경과 생태계로 유출될 때 치명적인 부작용을 남기는 물질들이 많다. 플라스틱을 태우면 여러 독성물질이 배출된다. PVC는 가장 고약한 플라스틱이다. 주성분인 염화비닐은 독성이 크고 가연성이며 발암물질이다. 한때는 음식물 포장재로 쓰이는 랩으로 많이 쓰였으나 금지되었다. 다음은 폴리스틸렌(PS)으로 가열되었을 때 스티렌 성분이 나온다. 이는 신경계 독성물질이며 잠재적 발암물질이다. 스티로폼은 발포PS인데 컵, 쟁반, 과일용기 등 일회용품이나 음식물 용기로 많이 쓰인다. 또 가소제 중 내분비계 교란 물질로 알려진 프탈레이트는 일부 장난감 플라스틱에 첨가되다가 1999년부터 EU 등 많은 국가에서 금지하거나 제한하고 있다. PET에는 프탈레이트가 들어가 있지 않다. 가장 안심하고 음식을 담을 수 있는 플라스틱으로 알려져 있으나 열에 노출될 경우 제조 과정 중 포함된 안티몬이 용출될 수 있다.◆적극적 재활용 어떻게 할 것인가적극적 재활용은 플라스틱 제품의 디자인-제조-사용-재순환의 모든 단계에서 재활용을 염두에 두고 접근해야 한다. 우선 생산자는 여러 재종을 섞는 복합 플라스틱 제품을 디자인하지 않고 한두 개 재종으로 단순화해야 한다. 재활용이 쉬운 PE, PP, PET류 위주로 원료를 선택하고, 포장재 비닐의 경우 한 제품을 포장하기 위해 서너 가지 종류를 섞지 않도록 한다. 또 사용된 플라스틱의 재활용 마크를 보기 쉬운 곳에 분명히 표시하고 색소를 첨가하거나 특수한 이물질을 넣어 강도를 높이려는 것을 지양한다. 플라스틱을 리필용기로 쓰는 상품의 경우 대체재로 활용하여 회수 및 리필 판매를 가능케 하고, 중대형 마트에 포장재 비닐류 회수를 위한 수거함을 설치한다. 반면 소비자는 장바구니 등을 챙겨 새롭게 생활 속으로 유입되는 플라스틱 제품이나 포장재를 최대한 억제한다. 또 세분화된 분리배출을 위해 PET병 경우 몸체(PET), 뚜껑(HDPE), 라벨(PP)을 모두 분리해서 배출 봉투에 담는다. 재활용품을 모으는 배출거점은 마을 단위로, 또는 상가와 빌딩 단위로, 공동체 단위로 만든다. 260쪽, 1만6천원.

2019-12-21 06:30:00

[반갑다 새책]브라보 마이 라이프/ 류순희 외 지음/달서문화재단 펴냄

'브라보 마이 라이프'는 2019 청춘수필집 네 번째 이야기를 모은 책이다. 지은이는 자기성찰과 치유 과정을 이야기와 글로 담아내는 (재)달서문화재단 글쓰기 프로그램인 '청춘수필집' 참가자들로 지도강사 류순희씨를 비롯해 김경애, 김명희, 김미애, 김은미, 김종태, 배진경, 손옥주, 신효정, 이윤순, 이태석, 장경덕, 조성태, 허은연, 김태희씨 등이다. 여러 인생선배들 덕분에 삶의 한 자락을 배웠다는 멤버부터 한편의 글이라도 완성해서 새롭게 시작하는 도전에 힘을 보내고 싶다는 멤버까지, 매주 스토리텔러가 되어 자신만의 필체로 진솔하게 써온 이야기를 이 한 권에 담았다.'청춘수필집'은 올 9월초부터 강의가 시작돼 모두 13번의 만남이 이어졌고 글쓰기의 개요, 단락 구성법 등의 강의를 통해 수강생들이 더 전문성 있는 글을 쓸 수 있게 됐다. 강의는 더 나은 글쓰기를 위해 사진, 시, 노래 등을 적절하게 활용하기도 했다.시간이 지나면서 멤버들은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집중했으며 매 수업마다 막 던져지는 글감에도 '10분 마구쓰기'를 멋지게 해냈다. 이들은 또한 13번의 만남을 통해 서로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공감하며 격려했다.팝송 '병 속에 담아 두고 싶은 시간'을 듣고 실제 병 속에 담아두고 싶은 내 생에서 잊지 못할 기억에 대한 수필을 쓰기도 하고, 정호승 시인의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란 시를 함께 감상한 후 나의 가족에 대한 글쓰기를 진행하기도 했다.웃는얼굴센터에서 올해 청춘수필집 강의를 진행한 류순희 강사는 "이번 수강생들은 대부분 글 스는 것을 처음 배우는 사람들로 자신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수필로 풀어내 진정성 있는 우리만의 수필집을 만들 수 있었다"고 전제 한 후 "비록 수업을 끝났지만 자신의 이야기 속에서 시작한 글이 생활 속에서 더 다양한 글감으로 폭넓게 이어지기를 바란다"고 밝혔다.138쪽. 문의 053)854-9711

2019-12-21 04:30:00

이종문 계명대 한문교육과 교수

[이종문의 한시산책] 매화가 될까 몰라 - 사방득(謝枋得)

집으로 돌아갈 꿈 10년 동안 안 꾼 채로 / 十年無夢得還家(십년무몽득환가) 푸른 산에 홀로 서서 물가를 바라보네 / 獨立靑峰野水涯(독립청봉야수애) 산 비 뚝, 그치고 나니 온 천지가 적막한데 / 天地寂寥山雨歇(천지적요산우헐) 몇 생애를 더 닦아야 매화가 될까 몰라 / 幾生修得到梅花(기생수득도매화) * 원제 : 무이산에서 (武夷山中, 무이산중)사방득(謝枋得, 1226~1289)은 옛날 우리나라 선비들이 '고문진보(古文眞寶)' 다음으로 많이 읽었던 산문집 '문장궤범(文章軌範)'을 편찬한 중국 남송(南宋) 시대 저명 문인이다. 원(元)나라의 침략으로 남송이 마지막 숨을 헐떡거릴 때, 끝의 끝까지 저항을 했던 만고의 충신으로 더욱더 유명하다. 결국 나라가 멸망하자, 그는 무이산에 숨어살면서 망한 나라의 신하로서의 지조를 끝까지 지키고자 했다.그러나 원나라는 사방득이 산속에서 조용히 숨어사는 것조차도 허락하지 않았다. 여러 번 불러도 나오지 않자, 마침내 강제로 수도에 끌고 가 그의 마음을 바꾸려고 했다. 하지만 사방득은 끝까지 원나라에 굴복하지 않고 음식을 딱, 끊고 굶어 죽어버렸다. 경술국치를 맞아 밥을 먹을 자격이 없다면서, 24일 간의 단식 끝에 목숨을 끊어버린 한말의 의병장 향산(響山) 이만도(李晩燾)의 삶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인용한 작품은 사방득이 의병을 일으켜 원나라에 대항하다 실패한 뒤에, 10여 년 동안 무이산에 숨어살 때 지은 시다. 보다시피 그는 지난 10년 동안 집으로 돌아가기는커녕, 집으로 돌아가는 꿈조차도 꾼 적이 없었다. 나라가 멸망하고 아내와 아들마저 적의 포로로 잡혀간 상황에서 돌아갈 집이 어디 있으랴. 적막한 천지간 산봉우리 위에 혼자 우뚝 서서 망연자실하며 세월을 보내고 있을 뿐이다.마지막 구절에서 그는 "몇 생애를 더 닦아야 매화가 될" 수 있겠느냐고 나직이 탄식하고 있다. 매화와 같이 그윽한 향기와 고매한 품격을 가진 사람이 되려면 아직도 멀었다는 뜻이 되겠다. 하지만 그의 삶에서는 이미 혹독한 겨울철 펄펄 휘날리는 눈보라 속에서 환하게 꽃망울을 터뜨리는 매화 향기가 훅, 풍긴다.그런데 나는? 도대체 나는 몇 생애를 더 닦아야 매화가 될까? 닦고 또 닦으면 언젠가 매화가 되기는 될까? 그런데 우리나라 정치인들은? 도대체 몇 생애를 더 닦아야 철이 들까? 언젠가 철이 들 날이 오기는 올까?이종문 계명대 한문교육과 교수

2019-12-21 03:30:00

2020매일신춘문예 예심이 12일 매일신문사 회의실에서 열렸다. 김영진 기자 kyjmaeilm@imaeil.com

[2020 매일신춘문예] 4천652편 응모, 단편소설 역대 최다 313편 기록도

'2020 매일신춘문예'가 7개 부문에서 응모작 4천652편을 접수하며 지난해만큼 뜨거운 열기를 보였다. 특히 올해 단편소설 부문 응모작이 300편을 넘겨 역대 최다 응모작 기록을 달성했다.부문별로는 단편소설 314편, 시 2천56편, 시조 410편, 동시 1천171편, 동화 159편, 수필 450편, 희곡·시나리오 92편으로 각각 집계됐다. 지난해보다는 다소 줄었으나, 출판 및 문학도서 시장 악화가 급격한 점을 고려하면 여전히 많은 수치였다.특히 단편소설 부문은 지난해 298편보다 16편(5.36%) 늘어 해당 부문 역대 최다 응모작 기록을 세웠다. 지난해 신설한 희곡·시나리오 부문도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높은 인기를 끌었다.올해도 전국 각지는 물론 미국 뉴저지와 미시건, 호주 뉴사우스웨일즈, 일본 등 외국에서도 응모가 이어졌다. "여행 중 작품 마감일까지 귀국할 수 없어 부득이 외국에서 우편으로 작품을 보낸다"는 응모자도 있었다.한 응모자가 단편소설을 5편 응모해 방대한 집필량을 자랑하거나, 희곡·시나리오를 제외한 6개 분야에 동시 응모한 사례도 눈에 띄었다. 시와 수필, 단편소설 등 3개 분야에 응모한 사례도 있었고 이미 등단한 기성 문인이 장르를 달리해 응모한 사례도 많았다.올해는 특히 원고 봉투와, 원고 묶음 방법, 표지 등에 정성을 기울여 눈길을 끌고자 한 이들이 많았다. 원고 크기에 알맞고 색상이 예쁘면서 깔끔한 봉투에 원고를 담아 보낸 이들이 종종 보였고, 표지 디자인을 꾸미거나 원고 위·옆에 돋보이는 색상의 테이프 등을 붙여 묶은 이들도 많았다.매일신문은 12일 신춘문예 예심을 열고 본심 진출작을 선정했다. 예심 심사위원들은 "작품 수준이 상향평준화했다. 동시와 단편소설은 각각 동심을 잘 이해하거나 색다른 구성을 도입한 작품이 많고, 시조에서도 참신한 소재나 표현을 도입한 사례가 많았다"고 말했다.60대 이상 노인층 응모도 두드러지게 늘었다. 한 심사위원은 "매일시니어문학상 등장 이후 두 분야에 모두 응모하는 이들이 꾸준히 증가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2020매일신춘문예 당선작은 2020년 1월 2일자 본지 지면과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한다. 시상식은 내년 1월 15일(수) 오후 3시 본사 8층 강당에서 열릴 예정이다.

2019-12-16 11:28:39

로빈손무인절도표류기 삽화('소년', 1909. 2.)

[정혜영의 근대문학을 읽다] 조선의 로빈슨 크루소

서구 문물이 몰려들던 개화기. 중국과 일본 이외, 새로운 세계가 있다는 것을 당시 사람들에게 가르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때, 조선어로 서툴게 번역된 서양소설은 큰 도움이 됐다. 줄거리 중심의 어린이용으로 번역된 서양 소설을 읽으면서 사람들은 이름조차 낯선 새로운 나라와 그 나라의 문화를 배워갔다.소설 주인공과 함께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 영국, 프랑스, 독일, 아프리카, 브라질을 방문하기도 하고, 바다 밑을 여행하기도 했다. 신분에 관계없이 모든 사람을 평등하게 대하는 새로운 법체계를 접하기도 하고, 상인이 힘을 지닌 놀라운 세상을 경험하기도 했다.딱딱한 지리책이나 역사책과 달리, 소설은 세계지리와 역사에 관한 다양한 지식을 쉽고 재밌게 사람들에게 전달해주었다. '로빈슨 크루소'(1791)를 번역한 최남선의 '로빈손무인절도표류기'(無人絶島漂流記, 1909)도 그 중 하나였다. 28년에 걸친 한 남자의 무인도 표류기를 다룬 이 소설에는 조선 사람들이 처음 접하는 새로운 세계의 모습이 듬뿍 담겨 있었다. 주인공 로빈슨 크루소는 선원이자 타고난 장사꾼으로 새로운 세계의 모습을 반영하고 있는 인물이다. 그는 유럽에서 만든 공산품을 아프리카에 팔고, 대신에 아프리카의 상아, 곡물을 유럽에 가져다 팔아 큰 이윤을 남긴다.배를 타고 영국과 아프리카, 브라질을 넘나드는 해상무역업자 로빈슨 크루소의 행보를 읽으면서 조선 독자들은 세계 지리와 문화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익혀갔다. 그렇다고 최남선이 지식 전파에만 목적을 두고 번역을 진행한 것만은 아니었다. 조선어로 번역된 '로빈손무인절도표류기'가 발표된 것은 한일병합조약을 1년 앞둔 1909년. 조선의 운명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달해 있던 때였다. 최남선은 조선의 젊은이들이 해상무역을 통해 '재화를 축적하고 그 재화로 세계를 제패'한 대영제국의 힘을 배우기를 바랐다. 그 힘은 전통적으로 조선이 천시하고 간과해 온 것이었다.아울러 최남선은 조선의 젊은이들이 '로빈손무인절도표류기'를 읽으면서 그 힘을 배우고 키워 자주적이며 강력한 새로운 조선을 만들어가기를 바랐다. 사농공상의 신분적 위계질서가 깊이 뿌리 내리고 있던 조선에서 상인의 가치와 해상 무역의 중요성을 사람들에게 가르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 강건한 뿌리를 흔드는 역할을 개화기 조선에서 '로빈손무인절도표류기'를 비롯한 번역 소설이 담당해내고 있었다.'걸리버 여행기', '해저 이만리', '엉클 톰스 캐빈', '레미제라블' 등등, 최남선을 비롯한 젊은 선각자들은 '소년'들에게 새로운 지식을 전해주고자 서구 소설 번역에 힘썼다. 비록 일본어 번역된 것을 다시 조선어로 번역하는 데 불과했지만 그들은 열심히 조선 소년들에게 유용한 지식을 전해줄 수 있는 서구 소설을 번역하고, 또 번역했다. 이미 조선은 식민지상태로 전락해가고 있었고 미래는 보이지 않았지만 그들은 그래도 희망을 포기하지 않았다. 개화기 조선에서 서구 번역소설은 그런 그들의 희망을 담고 있었다.

2019-12-14 06:30:00

엄상준 저 '음악, 좋아하세요?'

[책] 음악, 좋아하세요?/ 엄상준 지음/ 호밀밭 펴냄

"우리는 모두 호모 무지쿠스(Homo musicus, 음악적 인간)다."세상에는 셀 수 없이 많은 아름다운 음악이 존재하고, 그만큼 사람들의 살아가는 모습도 다양하다. 음악은 삶의 '양념'처럼 인생 뒤편에 배경으로 존재하는 듯 보이지만 실상은 우리 몸과 마음을 지배하다시피 하는 강력한 영향력을 미친다.이 책은 '책과 음악'을 '인류 공동체로 들어가는 유일한 문'이라 얘기한다. 이 두 가지야말로 시공간을 넘어 우리를 보편성에 가 닿도록 돕는 것들이라는 이유다.◆스타워즈 클라이맥스에 베토벤 '운명' 4악장을21세기 들어 미국 양대 코믹스 기업 중 한 곳인 '마블'이 '아이언맨', '어벤져스' 시리즈 등으로 영화판을 흔들어 놨다. 이보다 앞선 20세기 최고의 SF 장르 영화를 꼽는다면 단연 '스타워즈'가 높은 선호를 받을 것이다.특유의 테마 음악과 함께 "아주 먼 옛날 은하계 저편…"으로 시작하는 '스타워즈'는 조지 루카스 감독과 존 윌리엄스 음악 감독의 협업으로 서사와 시각 효과, 음악이 모두 찰떡 궁합을 이뤄낸 '스페이스 오페라' 장르 영화다. 저자는 "감독 조지 루카스의 실력을 인정하지만 한 장면에 대해서만큼은 탐탁치 않다"고 지적한다.'스타워즈 4편'(1977년 나온 시리즈 첫 번째 영화) 중 마지막 공중전에서, 주인공 루크가 탄 X-윙 전투기 계기판이 고장나자 삼라만상의 힘 '포스'에 의지해 임무를 완성하고 전투를 승리로 이끈다. 제국의 심장에 한방을 먹이는 이 장면에 (아주 작게 들릴 지도 모르지만) 음악이 없다.저자는 "내가 존 윌리엄스 급의 음악 감독이었다면 (조지 루카스) 감독하고 싸워서라도 베토벤의 '교향곡 5번 C단조 OP.67' 4악장을 넣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클래식 곡이지만 도입부를 제외하면 아는 사람이 많지 않은 곡 '운명' 말이다.'운명'은 베토벤의 교향곡 9번 '합창'처럼 고난에서 환희로 이어지는 내러티브를 표현해, 베토벤의 트레이드 마크라 할 수 있는 승리의 서사가 이 곡 4악장에서도 등장한다. 이처럼 끝에 한방을 숨겨 놓은 교향곡을 '피날레 교향곡'이라 하는데, 스타워즈의 해당 장면에 이런 팡파르 정도는 울려 줘야 한다는 것이다.저자는 1959년 프리츠 라이너와 시카고 심포니가 연주한 '운명'을 자주 듣는다고 밝힌다. 프리츠 라이너는 1950년대 시카고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맡아 이를 미국 오케스트라 '빅5'에 올려 놓은, 타협을 모르는 독재자였다.이 연주 3악장에서 금관과 더블베이스, 모든 저음역 악기들이 묵직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이어지는 4악장의 강력한 한방을 위해 잠시 머뭇거리는 '경과부'가 나온다. 마침내 4악장. 승리를 기원하는 금관의 황금빛 비행이 하강하는 현악기들과 함께 '시원하게 쏟아붓는다'. 마치 이렇게 말하듯. "포스가 함께 하길(May the Force be with you)."◆삶에 대한 긍정적 시각, 음악·책과 사회 현상 엮어 보여줘방송국 PD인 저자는 20대 시절 달세를 내는 여관방을 전전하며 살았다. 매일 아침 여관방 침대 위에 던져 놓은 책과 CD를 보며 출근했다. '책과 음악'이 있어 지루하거나 외롭지 않았다.자신이 듣고 읽는 바흐와 셰익스피어를 슈바이처와 체 게바라, 스티브 잡스도 듣고 읽었으리라 생각하며 추운 겨울밤을 보냈다. 조선 시인 윤선도가 전남 해안에서 물·바위를 벗 삼아 '오우가'를 노래하고, 영화 '중경삼림'과 '캐스트 어웨이' 주인공이 각각 비누와 배구공 윌슨을 말동무 삼았듯.머리가 희끗해진 지금도 저자는 스스로 '인류가 만들어 놓은 숨은 마을을 찾아다니는 여행객'이라 소개하며 좋은 책과 음악을 부지런히 찾아다니고 있다. 책은 지난 3년가량 중앙일보 일요판 '중앙선데이'에 연재한 칼럼 중 40여 편을 골라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에 어울리는 12곡 씩을 각각의 섹션으로 묶고, 지면에서 채 하지 못한 이야기를 더해 새로이 다듬어 엮은 것이다.클래식, 국악, 대중가요 등 다양한 명곡을 소개하면서 그와 관련한 책 또는 문학, 일상의 단상, 세상의 이슈를 연관짓는다. 베토벤으로 시작해 모차르트, 바흐, 드보르작, 슈베르트, 쇼스타코비치, 황병기, 강도근, 윤종신, 이문세, 사이먼 앤 가펑클, 레드 제플린 등 장르를 가리지 않는다.소개하는 곡들의 스펙트럼만큼이나, 각 곡의 특징이나 작곡 배경, 가사 등을 소재삼아 세상과 현상을 바라보는 저자의 시각도 넓고 깊다. 이런 이유로 책은 각 음악을 이해하는 길잡이 역할을 하면서 동시에 세상을 바라보는 식견을 조금 더 넓혀 준다. 그 시야는 비판적인 듯하면서도 세상과 삶에 대한 긍정적 믿음을 품고 있다."모차르트의 짧은 도약을 들으며 세상의 누군가가, 내가 모르는 공간에서, 또 다른 도약을 꿈꾸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마음이 짜릿하고 든든하다. 현실은 언제나 우리를 무겁게 만들지만 우리가 도약의 소망마저 빼앗긴다면 우리에겐 무엇이 남겠는가." 저자의 말이다. 424쪽, 2만2천원. ※ 엄상준은사랑스러운 두 아들의 아빠이며 방송PD다. 생의 절반을 서울 및 인근에서, 나머지 절반은 바다가 보이는 도시 부산에서 살고 있다. 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기자로 첫 직장생활을 시작했으나 일찍 그만두고 좋아하던 음악을 직업 삼고 싶어 라디오 PD가 되기로 결심, 1997년 여름 부산으로 내려왔다. 라디오에서 5년 간 일한 이후 TV 영화·쇼 프로그램 등을 제작해 왔다.

2019-12-14 06:30:00

압독국 유물 탐험대

[책 체크] 압독국 유물 탐험대/ 이초아 지음/ 학이사어린이 펴냄

"지금 내가 밟고 있는 이 땅이 천오백 년 전 '압독국'이라는 이름을 가진 고대국가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지금의 경북 경산 지역과 대구시 수성구 시지 인근은 압독국이라는 나라였다. 그 당시 압독국은 사로국(신라)이 견제할 만큼 큰 세력으로 확장되고 있었다. 이를 견제한 사로국(신라)의 간섭으로 신라 초기에 속국이 되었다."지은이는 교과서에도 나오지 않는 작은 나라인 압독국을 알게 된 계기는 안타깝게도 유물 밀수출 사건 때문이었다. 그 당시 지배계층의 무덤이었던 고분군이 허술하게 관리되어, 고분 안에 있던 순금 왕관과 귀걸이, 반지 등의 유물들을 훔쳐가는 도굴꾼들이 있었다. 무수히 많은 유물들이 일본으로 밀수출되고 있었음에도 사라진 사실조차 모르고 있다가, 도굴꾼이 붙잡히면서 세상에 알려졌다.지은이는 "동화작가로서 소명 의식을 갖고 자라는 아이들에게 유명한 문화재가 아니더라도 우리가 발 딛고 서 있는 이 땅이 과거에는 누군가가 지키고자 했던 소중한 나라였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어 책을 펴냈다"고 했다. 136쪽, 1만1천원.

2019-12-14 06:30:00

[반갑다 새책1]안동 가톨릭 사학/안동교회사 연구소 지음/안동교회사 연구소 펴냄

2019년 5월 29일은 천주교안동교구가 설립된 지 꼭 50주년이 되는 날이다. 동시에 안동교회사 연구소가 설립된 지 10년째 되는 날이기도 하다. 그동안 '연구소 자료집'으로만 발간해오던 것을 교구설정 50주년을 맞아 '안동 가톨릭 사학'이라는 제목을 부쳐 '창간호'로 발간했다.이번 창간호에는 무엇보다도 우선적으로 안동교구의 시작이 공소형태의 교우촌으로부터 시작하였으므로 책의 출발은 안동교구장 주교의 '공소 교회'라는 논문부터 출발하고 있다.이어 번역 '회장본분'과 특집 '전교회장 신상철 아우구스티누스의 담론 채록' '전교회장 박인기 바오로의 담론 채록' '강연 미래 교회를 생각한다'와 부록으로 교구설정 이전 안동교구 관내 외국인 및 방인 활동사제, 역대 안동교구 평신도협의회 회장 등을 실고 있다.365쪽, 비매품.

2019-12-14 06:30:00

암! 이렇게 극복했다

[책 체크] 암! 이렇게 극복했다/ 한길수 지음/ 한비CO 펴냄

"암을 치료하는데 어렵다고 생각하지 말고 단순하게 생각하라. 모든 질병은 세포의 기능장애이고 원인은 독소와 산소결핍에서 온다. 자신의 몸에 독소를 제거하면 피도 맑아지고 모든 질병이 치유 가능하다."지은이는 세 번의 암수술 후 6개월 시한부 췌장암 판정을 받았으나 암에 굴복하지 않고,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병을 극복했다. 또 이런 경험을 문학으로 승화 시켜 한비문학 수필 부문 신인상, 대한민국 현대 대표 서정 수필 문학상, 디딤문학상 수필 부문 대상을 수상한 바 있다.이 책에는 자신의 투병생활을 비롯해 암발병 원인, 암예방법, 암치료방법, 그리고 약초의 효능 등에 대해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지은이는 암치료방법으로 우선 일반 식단에서 유기농 식단으로 바꾸고 4대 암 발생물질인 가공된 기름, 설탕, 유제품, 흰 밀가루 등을 금하라고 한다. 또 건강에 대한 나쁜 생활습관을 바꾸고 건강보조식품을 섭취하고 따뜻한 물을 마시고 사우나를 자주하고 송림욕을 하고 열정적 사랑을 하라고 말한다. 228쪽, 1만5천원.

2019-12-14 06:30:00

가상화폐

[책] 21세기 화폐전쟁/ 노르베르트 헤링 지음/ 박병화 옮김/ 율리시즈 펴냄

전 세계는 지금 현금과의 전쟁이 한창이다. 현금결제를 어렵게 만들고 전체주의적 세계통화의 길을 닦아주는 시스템을 향해 가고 있다. 점차 현실이 되어가는 '가상화폐 통제사회'는 우리의 자유를 한정하고 완전한 감시체계를 완성한다. 마스터카드,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아마존 등은 첨단기술 전자결제 사업모델을 내세워 '현금이라는 적'과 싸우고 있다. 핀테크 사업 등에서 노리는 최종목적은 지문이나 안면 생체인식을 통해 '21세기 글로벌 가상화폐'를 완성하는 것이다. 기술이 인간을 지배하는 전체주의 사회, 그것을 향한 전제조건인 '현금 철폐' 작전이 곧 '21세기 화폐전쟁'이다.◆현금의 무력화는 시작됐다현금은 많은 장점을 지닌 지불수단이다. 익명성이 보장되고, 지불을 위한 사전 준비과정이 필요 없으며, 지출의 통제가 용이하다. 은행이 파산해도 위협받지 않고, 마이너스 금리 및 기타 문제에 영향을 받지 않으며, 지불에 별다른 추가비용도 들지 않는다. 그러나 이 모든 장점이 은행, IT 기업, 국가, 일부 상인들에게는 단점으로 작용한다. 현금폐지론자들은 현금의 익명성이 범죄에 악용된다는 근거로 현금 폐지를 주장한다. 마치 현금을 퇴출시키면 범죄, 탈세, 테러를 막을 수 있는 것처럼 말하지만, 거액의 불법자금 조성과 자금세탁은 대부분 디지털 화폐로 이뤄진다.비자와 마스터카드는 현금 사용이 얼마나 시대착오적인지, 자동 지불수단이 얼마나 편리하고 현대적인지를 역설하는 캠페인을 시작했다. 정부 또한 현금과 멀어지도록 환경을 조성하고, 은행은 현금인출기를 줄이고 인출 수수료를 책정하는 등 그 흐름에 가담한다. 전세계적으로 비슷한 움직임이 감지되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말라위, 나이지리아, 필리핀, 멕시코 등은 심지어 현금 없는 세상이 오기를 바란다고 선포했다. 이 모든 것은 금융포용(financial inclusion)과 디지털 아이덴티티(digital identity)라고 불리는 글로벌캠페인 일환으로 진행되고 있다. 현금 사용은 점점 불편하도록, 그래서 정부와 금융회사들이 점점 더 많은 정보를 가져갈 수 있도록 구조가 개편되고 있는 것이다. ◆전체주의 향한 디지털결제 확대맥킨지의 연구에 따르면 금융산업은 결제가 완전히 디지털화될 경우, 매년 4천억 달러라는 천문학적인 직접비용을 절감하고, 적극적인 고객층은 연간 4조2천억 달러의 소득증대를 올릴 수 있다. 게다가 디지털로 금전거래가 이뤄지면 우리가 얼마나 돈을 갖고 있는지, 정확히 어디에 지출하는지에 대한 엄청난 가치 있는 데이터가 발생한다. 거대자본이 디지털화폐를 선점하려 혈안이 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케냐에서는 불과 몇년 사이에 '엠페사'라는 통화체계가 구축됐다. 당시 주민 10만 명당 은행지점은 1.5개, 현금인출기는 단 하나뿐이던 케냐는 통신사 '사파리컴'을 통해 모바일계좌를 개설하는 것으로 시작해 2018년 현재 사파리컴은 케냐 전체 전화 통신과 문자서비스 수입의 약 90%, 그리고 2천800만명에 이르는 모바일 이체서비스 이용자의 80%를 차지했다. 필리핀 정부는 디지털결제의 20배 확장을 위한 이페소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정부와 유관기관은 차후 디지털결제만 가능하고, 시민과 기업 결제를 무현금으로 전환하는 사업을 진행했다.대형은행의 합법화된 카르텔에 의해 움직이는 북유럽 국가들도 현금인출기를 대폭 줄이고 있다. 핀란드는 인구 10만명당 2007년 38대의 현금인출기에서 2016년 26대로 줄었고, 2016년 34대 뿐이던 스웨덴은 이제 대다수 은행 지점이 현금을 받지도, 내주지도 않는다.◆생체인식 데이터베이스 구축금융포용은 현금폐지의 또 다른 이름인 동시에, 사람들의 생체정보를 중앙 또는 네트워크로 연결된 데이터베이스에 저장하게 하는 캠페인 구호이기도 하다. 일단 생체정보가 중앙정보장치에 저장되면 통신기기를 사용한 활동에서 어느 누구도 익명성을 보장받을 수 없다.미국은 이미 2008년 25개국과 생체인식 데이터 교류를 위한 쌍방 합의를 이루었다. 국무부는 외국의 정치 지도자가 워싱턴에 올 때마다 그런 협정에 서명하도록 했다. 2015년, 빌 게이츠는 워싱턴의 '금융포용포럼'에서 인도와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아프리카에 광범위한 ID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세계은행은 '개발을 위한 ID'라는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이를 통해 빈국을 대상으로 생체인식 기반의 ID와 중앙데이터베이스를 전 세계로 확산시키려는 생각이다. 2018년 2월에는 요르단과 시리아 인접국에서 시리아 난민 230만 명이 생체인식 방식으로 등록됐다. 여기서 선택된 수단은 홍채인식 스캐너였다.나이지리아 정부는 게이츠 재단과 세계은행의 지원을 받아 성인 전체 인구 1억2천만 명에게 정부의 생체인식 데이터베이스에 가입하라고 강요하고 있다. 그리고 2018년 2월, 생체인식 기반의 '국민 ID 번호'만이 모든 은행 거래를 위한 유일한 신원확인 수단임을 선언했다. 304쪽, 1만7천원. ※지은이 노르베르트 헤링=경제학 박사로 독일의 유력 경제일간지 '한델스블라트'의 금융 저널리스트로 활동하며 블로그 '화폐와 그 너머'를 운영한다. 베스트셀러 '경제 2.0'으로 2007년 세계 최대 전자도서관 '겟앱스트랙트'에서 수여하는 경제도서상을 수상했고, 2014년 케인스협회 경제저널리즘상을 수상했다.

2019-12-14 05:30:00

[반갑다 새책2]人師를 躬行한 雲禔 선생/도서출판 신문사 펴냄

"학교 교육은 단순한 지식의 전달이나 지도가 아니라 스승으로서 솔선수범과 남을 위한 희생정신, 봉사정신에서 우러나는 부단한 실천임을 절감합니다. 이번 제32회 대구교육상 수상자를 결정함에 있어서 이러한 민주정신의 가치가 반영되었음을 후배의 한 사람으로서 무척 자랑스럽게 받아들이고자 합니다."책은 평생을 교단에 헌신한 안인욱 전 대구시교육청 교육국장의 제32회 대구교육상 수상을 계기로 지인, 후배, 동료 등 평소 그를 아는 뭇 인사들의 헌사와 안인욱 전 교육국장의 발자취 및 대구교육상 수상 내역의 자료 등을 한데 묶어 놓은 것이다.안인욱 전 교육국장은 학교 퇴임 후 2'28민주운동기념사업회 의장을 맡아 기념사업회의 역사적 평가에 기여하는 등 참스승으로서의 역할에 온 힘을 기울였다. 책의 부록에는 훈포장 공적과 각종 기고문 등을 싣고 있다. 문의 053)474-9000

2019-12-11 06:30:00

9일 대구 시내 한 서점에 진열된 분야별 베스트셀러 서적들을 손님들이 살펴보고 있다. 올 한해 출판계에서는 유튜브 채널에 소개된 책들과 여행 에세이, 한일 경제전쟁, 아이돌, 페미니즘 관련 책들이 사람들의 관심을 많이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유튜브에 소개되면 뜬다…출판계 '유튜버셀러' 열풍

올해 출판계에도 유튜브 열풍이 불었다.'유튜버셀러(유튜버+베스트셀러)', '여행 에세이', '한일 경제전쟁', 그리고 '아이돌'.교보문고와 예스24, 인터파크 등 온·오프라인 서점이 최근 발표한 올 한해 출판계 흐름에 공통으로 나타난 키워드다.우선 책 내용을 쉽고 간략하게 설명해주는 '유튜버의 소개'가 베스트셀러에 큰 영향을 미쳤다.이처럼 유튜브 방송을 통해 소개된 책이 독자들의 흥미를 불러일으키며 베스트셀러 순위를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북드라마', '라이프해커자청', '신박사TV', '겨울서점', '책읽찌라' 등 책 소개 전문 개인 방송 채널에 소개된 책들이 베스트셀러 순위에 오르는 경우가 많았다.'내가 확실히 아는 것들', '포노 사피엔스', '직장이 없는 시대가 온다', '한단어의 힘' 등이 대표적인 유튜버셀러다.또 작가들의 여행 단상을 담아낸 책이 인기를 끌었다.김영하의 '여행의 이유'를 비롯해 유시민의 여행기 '유럽 도시 기행', 이병률의 '혼자가 혼자에게' 등 여행 에세이가 베스트셀러 상위를 휩쓸었다. 하반기 이후 지속되고 있는 한일 갈등을 조명한 책도 두드러졌다. 일본과의 관계에 대한 상반된 시각을 보여준 '일본회의의 정체', '반일 종족주의' 같은 책에 독자들의 관심이 이어졌다.그밖에 방탄소년단 인기와 더불어 아이돌이 미디어, SNS를 통해 언급한 책들도 '아이돌셀러'라는 신조어를 만들 정도로 올 한해 인기를 끌었다.

2019-12-09 17:34:26

권용섭 대구미래포럼 이사장, 월간 '문학세계' 신인상 수상

권용섭 대구미래포럼 이사장(매일정치아카데미 1기 전 원우회장)이 월간 종합문예지 '문학세계' 12월호에 수필 부문에서 신인상을 수상했다.시상식은 8일 오후 서울 성동구청 대강당에서 열렸다.40년 넘게 지역에서 생활폐기물 수집'운반업에 종사해온 권 이사장은 틈틈이 로타리클럽과 민주평통 등은 물론 지역의 각종 복지시설과 새터민 보호시설 등 불우이웃돕기 기관 등에서 봉사활동도 함께 벌여왔다.그는 특히 자신이 향우회장을 맡은 안동 지역과 사업체가 있는 달성과 성서지역에서 주로 활동해 오다 이번에 갈고 닦은 글솜씨를 발휘해 수필가로 등단을 하게 됐다.그는 "살아가는 동안 종종 문학에 대한 갈증을 느꼈다"며 "이해타산에 따라 웃음의 크기가 달라지는 세상에서 오롯이 사람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있어 중요한 것이 이성이지만 머리보다는 가슴과 감성이라는 이야기도 하고 싶었다"고 당선소감을 밝혔다.

2019-12-08 16:49:31

이종문 계명대 한문교육과 교수

[이종문의 한시산책] 허허 그것 참, 이거야 나 원. 정약용(丁若鏞)

곡식이 많은 집엔 그걸 먹을 사람 없고 / 有粟無人食(유속무인식)자식이 많은 집엔 꼭 배고파 걱정일세 / 多男必患飢(다남필환기)높은 벼슬하는 놈은 어리석은 놈들이고 / 達官必憃愚(달관필준우)재주 있는 사람들은 통 등용이 안 된다네 / 才者無所施(재자무소시)온갖 복 다 갖춘 집 찾아봐도 거의 없고 / 家室少完福(가실소완복)지극한 도가 항상 쇠퇴하기 마련일세 / 至道常陵遲(지도상능지)아비가 아껴본들 자식들이 펑펑 쓰고 / 翁嗇子每蕩(옹색자매탕)아내가 지혜로우면 남편은 꼭 바보라네 / 婦慧郞必癡(부혜랑필치)달이 둥글고 나면 구름이 자주 덮고 / 月滿頻値雲(월만빈치운)꽃이 피었다 하면 바람이 떨궈놓네 / 花開風誤之(화개풍오지)이 세상 만물들이 모두 다 이 꼴이라 / 物物盡如此(물물진여차)나 혼자 웃는 마음 아는 사람 없을 거야 / 獨笑無人知(독소무인지)* 원제 : 혼자 웃어봄(독소, 獨笑) 허허 그것 참, 이거야 나 원. 먹을 것 많은 집엔 그걸 먹을 사람 없고, 식구가 많은 집엔 배고파서 죽을 지경. 허허 그것 참, 이거야 나 원. 높은 벼슬하는 놈은 바보 천치 등신이고, 재주 있는 사람들은 다 내버려지고 있네. 허허 그것 참, 이거야 나 원. 청복 홍복 다 갖춘 집 '못 찾겠다 꾀꼬리'고, 지극한 도가 항상 쇠퇴하고 마는구나.허허 그것 참, 이거야 나 원. 아비가 아껴본들 자식들이 펑펑 쓰고, 아내가 똑똑하면 남편은 얼간이라. 허허 그것 참, 이거야 나 원. 달이 둥글고 나면 구름이 냅다 덮고, 꽃이 피었다 하면 세찬 바람 불어오네. 허허 그것 참, 이거야 나 원. 이 세상 만물들이 모두 다 이 꼴이라, 나 혼자 웃는 마음 아는 사람 없을 거야. 허허 그것 참, 이거야 나 원.허허 그것 참 이거야 나 원. 여당은 야당 보길 무슨 벌레 보듯 하고, 야당은 반대 외엔 하는 일이 전혀 없네. 허허 그것 참, 이거야 나 원. 여야가 서로서로 실수하기 시합하며, 그 실수 꼬리 잡고 내동댕이치려 하네. 허허 그것 참, 이거야 나 원. 아파트 값 잡는다고 정책을 쏟아내도, 강남의 아파트값 하늘 끝을 모른다네. 허허 그것 참, 이거야 나 원. 다 같이 잘 살자고 그렇게 외쳐대도, 빈부간 그 격차는 점점 더 벌어지네.허허 그것 참, 이거야 나 원. 개혁의 나팔수가 이미 엉망진창이라, 적폐청산 외치면서 적폐를 쌓아가네. 허허 그것 참, 이거야 나 원. 이게 나라냐며 촛불 든 사람들께, 이게 나라냐며 다시 촛불 들고 싶네, 허허 그것 참, 이거야 나 원. 이 세상 온갖 일들 모두 다 이 꼴이라, 나 혼자 웃어보네, 아는 사람 없을 거야. 허허 그것 참 이거야 나 원. 허허 그것 참 이거야 나 원.시조시인, 계명대 한문교육과 교수

2019-12-07 06:30:00

신경아 지음 '세상의 끝에서 만난 음악'

[책] 세상의 끝에서 만난 음악/ 신경아 지음/ 문학동네 펴냄

"이상한 일이다.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곳들이,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이들이 못내 그립다. 저자의 눈과 귀와 마음을 입고 국경과 언어와 인종을 넘어 시원을 품은 오래된 선율들을 누리고 있다 보면, 나도 모르게 인간은 본디 인간이기 때문에 존엄하다는 확신이 가슴 가득 차오른다." (소설가 황여정)음악은 어디에나 있다. 여행은 때로 누구도 가 보지 않은 곳에서 더 큰 감동을 준다. 지구에는 이른바 제3세계라 불리는 국가가 있고, 이런 곳에서도 음악과 노래가 존재한다.저자는 대한민국에서 출발해 아프리카 대륙의 말리와 세네갈, 모리타니부터 유럽의 알바니아와 루마니아, 불가리아, 서남아시아와 유럽 접경의 터키와 쿠르디스탄을 다니며 각국의 전통음악을 찾아 여행하고서 일종의 음악 기행문을 펴냈다.◆'즐기려고 좋아서 하는 음악' 가치 따르는 이들아프리카 대륙의 말리에는 즉흥 음악 '세걀라레'(segalare)가 있다. 프랑스어도, 밤바라어도 아닌 이 단어는 정확하진 않지만 '즐기려고 좋아서 하는'에 가까운 의미를 지니고 있다. 좋아서 즐기며 하는 것이어야 한다는 음악 본연의 모습에 가까운 뜻이다.문득 누군가가 주도해 악기를 들고 마을 한 곳에 모이면, 그날부터 며칠이고 밤이면 밤마다 연주 대결을 펼친다. 그 중 하나가 새롭고 특별한 선율이나 기교를 선보이면 다른 참가자들이 미친듯 환호하며 각자의 악기로 이를 편곡하고 연습한다. 마지막에 합을 맞춰 보면서 신곡을 창작하는 식이다.통상 우리가 아는 악보가 있거나 기승전결이 있는 음악이 아니다. 시작도 끝도 없고, 아무데서나 시작하고 맺을 수 있다. 해당 음악을 이끄는 리더가 그날 기분이나 상황에 따라 즉흥 연주하면 멤버들 또한 즉흥으로 맞춘다. 음반을 녹음해야 할 때가 와도 그들은 완성본을 어떻게 연주했는지 알지 못한 채 녹음 당시의 즉흥에 따라 다시 연주한다. "우리 음악은 세걀라레로 해야 해. 세걀라레가 아닌 것은 음악이 아니지."'축구를 잘 하는 나라'로 우리에게 익숙한 세네갈은 사실 대중음악으로도 세계적으로 이름을 떨치는 나라다. 2002년 한일 월드컵 개막전을 앞두고 세네갈 국가를 부른 바바 마알(Baaba Maal), 1998 프랑스 월드컵 공식 주제가를 부른 유수 은두르(Youssou N'dour)가 유명하다. 스포츠에 대해선 세네갈에 대해 상당수준 이해하는 한국이 그 나라 음악에 대해선 잘 알지 못하는 게 아이러니하다.세네갈 대중음악인은 말리 음악인들처럼 서양 음악을 무작정 따라하지 않는다. 서양 악기와 세계 주류 음악 장르를 받아들인 뒤 자신들의 전통 리듬과 창법을 바탕으로 한 댄스음악 음발락스(mbalax)를 만들었다.음악을 그다지 장려하지 않는 이슬람교를 믿으면서도 일종의 염불인 지르크(아랍어로 '기억'을 뜻함)에 선율이나 반주를 붙여 노래하듯 기도한다. 영혼의 깨달음을 얻고 신과 합일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지르크를 암송하는 것이라 믿어, 따로 모임을 하면서까지 지르크를 부른다. 사원 내에서만 이를 부르는 게 아니라 시장, 호텔, 택시 곳곳에서 음원을 재생하고 사람들끼리 모이는 족족 이를 부른다.이곳에서 지르크는 고전적 방식의 아카펠라로, 타악기 반주에 맞춘 춤곡으로, 대중가요풍으로, 서양관현악 반주를 입혀서 등등 수많은 장르로 재창작되고 있다. 성직자가 직접 창작하거나, 일반인 작곡가가 곡을 써 성직자에게 헌정하기도 한다. 기독교 문화에서 전통적 가스펠과 CCM이 공존하듯, 세네갈의 이슬람엔 다양한 형태로 지르크를 향유하는 것이다.◆세계 음악 획일화 속, 태어난 곳에서 들은 음악저자는 프랑스인 회사 동료의 차에서 우연히 들은 아프리카 말리의 음악을 계기로, 우리가 알지 못하던 다른 나라의 전통 음악을 찾아 여행길에 올랐다. 한국 민속음악을 찾아다니던 PD 남편이 은퇴하자 그도 함께 직장을 조기 은퇴했고, 리듬과 선율을 따라 세네갈과 모로코, 모리타니 등지의 현지인들과 어울려 스며들었다. 불안한 국제 정세 탓에 전쟁과 침공이 이어지는 가운데도 그들이 직접 들려준 음악은, 어디서도 듣지 못할 낯설고 아름다운 음악이었다.전통음악은 그것이 태어난 땅에서 들을 때 그 감동이 배가된다. 그래서 저자의 여행은 사람을 찾아가는 여행이기도 했다. 평범한 사람들을 찾아가 노래와 연주를 청하면, 그들은 놀랍게도 프로 못지않게 훌륭한 솜씨를 보여주었다. 신세타령이나 사랑노래 같은 것들에도 나름의 깊이가 있었다. 그들은 음악을 통해 낯선 이를 편안하게 맞이했고, 때때로 맛있는 음식까지 후하게 대접했다.어떤 곳들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인터넷을 통해 유입된 힙합과 팝이 전통음악을 대체하고 있었다. 저자는 "문명이 문화를 파괴하지 않는지, 기술이 인간을 파괴하지 않는지 지켜보는 것은 오늘날 인류의 의무다"라는 빌헬름 몸젠의 말을 인용한다. 이 책은 잊혀서는 안 될 아름다움에 관한 기록이다. 유튜브 채널 '세상의 끝에서 만난 음악'에서도 저자가 만난 이들의 음악을 들어볼 수 있다. 445쪽, 2만1천원. ※ 신경아는대학에서 전공한 프랑스어로 꽤 긴 세월 밥벌이를 했다. 역마살을 누르며 월급쟁이로 일하다가 남편의 은퇴를 계기로 직장을 조기 은퇴하고, 일삼아 민속음악을 찾아 다니는 남편과 함께 오랫동안 꿈꾸던 세계음악 여행을 하고 있다. 여행 틈틈이 음악축제 모더레이터로 일하며 여행지에서 만난 음악가를 국내 초청해 무대에도 올리고 있다.

2019-12-07 06:30:00

[반갑다 새책]장작처럼 타지 못한 세월/여환탁 시집/매일피앤아이 펴냄

"이룬 것 없는 중년 어느 날, 가을 길가에 떨어진 낙엽이 괜히 까끌해서 시작한 시짓기가 제법 몸짓을 키웠길래 환갑에 즈음해 책으로 내고픈 욕심이 생겨 염치불구하고 일을 저질렀습니다."한의사인 지은이가 시집 앞머리에 시집을 발간하게 된 연유와 부끄러움을 솔직담백하게 적고 있다. 중년을 넘기 나이에 무슨 일을 저질러기가 쉽지 않다는 건 누구나 공감하는 이야기이다. 그렇지만 일을 저질러는 게 가만히 있는 것 보다 낫다는 건 공감의 마음 안쪽 깊숙이 내재한 또 다른 마음일 것이다.시는 그리 거창한 것보다 일상생활에서 소소히 느낄 수 있는 감성을 시적 언어로 담담히 적고 있다. 1장에 시 224수와 2장에 시조 94편을 실고 있다.지은이는 못내 책 발간의 부끄러움을 "재미로 봐주시면 약간이나마 마음의 짐을 덜 수 있겠습니다"는 고백으로 대신하고 있다. 318쪽, 010-8597-5727

2019-12-07 06:30:00

무간을 건너다

[책 체크] 무간을 건너다/ 천영애 지음/ 천년의시작 펴냄

'자귀 향 길 잃은 안개 깊은 날엔/ 물건리 방풍림조차 말씀의 궤를 열지 못한다/ 늙은 여인의 반복되는 말들은/ 삼백년 팽나무에 이파리나 더할 뿐// 하늘을 열지 못하는 안개의 묵시록/ 누구는 말씀의 서체라 하고/ 누구는 부처의 경전이라 하고/ 누구는 시간을 버린 묵시록이라 하는데/ 안개는 바다에 넓은 적멸보궁 한 채 지었을 뿐.'- '짓다'시인은 2010년 대구문학상 수상, 2019년 대구문화재단 '개인예술가창작지원' 사업에 선정되었으며 저서로 '나는 너무 늦게야 왔다'와 '나무는 기다린다'가 있다.이번 시집은 1부, 2부, 3부로 나눠 60여 편의 시가 담겨 있다. 신(神), 가족, 아우, 괘나의 선율, 운명, 삶, 도화경, 시(詩), 연민, 뼈, 슬픔, 주름 등의 이미지들이 산재되어 있다. 삶에 대한 고민과 번뇌가 성찰의 과정을 거쳐 시적 이미지와 사유로 나아가는 과정을 잘 보여 준다. 시인은 신과 인간의 관계에 천착한 시적 사유를 중심으로 부조리한 현실을 이야기한다. 96쪽, 1만원.

2019-12-07 06:30:00

개항 당시 1890년대 인천 항구 모습. 출처: 문화재청

[책] 100년 전 영국 언론은 조선을 어떻게 봤을까?/ 최성락 지음/ 페이퍼로드 펴냄

"역사를 모르는 자에게 미래는 없다"라고 한다. "과거를 아는 것은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서다"라고도 한다. 역사를 배우는 목적에는 우리 자신에 대한 자긍심을 불러일으키려는 면도 있다. 그런데 우리는 조선의 근대를 우리의 시각에서 배운다. 스스로가 정리하고 평가한 역사는 완벽하게 객관적이라 말하기는 힘들다.이 책은 100년 전 제국주의의 대표 국가인 영국에서 발행된 '이코노미스트'의 기사를 통해 우리의 슬픈 속살을 보여주며, 당시 서구는 조선의 근대 역사를 어떻게 바라봤는지 살펴본다. 지은이는 서구의 시각을 통해 우리의 미래의 길을 열어가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고자 책을 엮었다고 한다.◆조선을 사랑한 범죄자 오페르트"20여년 전 조선을 방문했던 독일인 모험가 오페르트는 조선이 다른 어느 아시아 국가보다 광물자원이 풍부하다고 주장했다."1868년 5월, 두 척의 서양 배가 서해안에 정박한다. 서양인과 중국인으로 구성된 140여 명의 무리가 몰래 상륙한다. 이들의 목적은 흥선대원군 이하응의 아버지며 고종의 할아버지인 남연군의 묘를 파헤치는 것이다. 묘를 파헤쳐 병인박해 때 죽은 프랑스 신부들에 대한 보복을 하고 값진 보물도 챙기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석관은 예상보다 단단해 도굴 시도는 실패로 돌아간다. 남연군 묘지 도굴사건의 최고 책임자가 바로 독일인 모험가 오페르트다. 오페르트는 조선이 개항하기 전에도 몇 번 조선을 방문했고 내륙 깊숙한 곳까지 탐험했다.오페르트는 남연군 묘지 도굴사건 책임자이지만 1880년 '금단의 나라 조선'을 써서 서구인이 원하는 조선의 정보를 서양에 처음 알린 사람이다. 조선의 지리와 풍습은 물론 조선과의 통상을 고민하는 서양인에게 조선의 자원 보유 상태 등 최신 정보를 제공했다. ◆조선의 세관 책임자는 외국인"브라운의 유능한 지도 덕에 한국의 재정 상태는 비교적 번영한 상태가 됐다. 브라운은 다시 세관 업무를 맡게 됐다. 국가 재정 전망의 개선이 기대된다."1890년대 말부터 1900년대 초반, 조선 세관 책임자는 영국의 맥리비 브라운으로 기록돼 있다. 조선은 세계에 문호를 개방하면서 국제 업무를 새로이 시작했다. 국제 외교, 세관 등 그동안 조선이 경험해본 적이 없는 업무는 외국인 고문을 고용해 해결했다. 브라운은 조선의 예산, 재정 부문에 도움을 주는 임무로 탁지부 고문과 더불어 세관도 담당했다. 조선에서 세관 업무가 중요한 것은 정부 세금에서 관세 비율이 10%를 차지할만큼 컸기 때문이다.조선 말기는 부정부패의 시대였다. 매관매직이 일상적으로 이뤄졌고 정부 고관에 부탁해 예외를 인정받는 것이 능력으로 통했다. 그런데 조선의 모든 곳에서 통하던 뇌물이 세관 업무와 관련해서는 그렇지 않았다. 서양인들은 "브라운의 세관 업무에는 부정부패가 없다. 원칙대로 세관 업무를 충실히 하고 있다"고 칭찬했다. 또 브라운을 가리켜 조선이 망하지 않고 나라를 유지하는데 혁혁한 공을 세운 이로 표현하는 사람도 있다. ◆서구가 청일전쟁에 보인 관심은"일본인은 친우들의 기대 이상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가까운 거리에서 일본군을 목격한 사람들은 장비와 조직의 정밀함을 언급했으며, 함대의 상태도 최상인 점에 주목했다. 이들은 일본군이 중국을 전장에서 압도할 거라고 장담하며, 두 나라가 맞붙는다면 승리는 일본에 돌아갈 거라고 예견했다."청일전쟁은 조선에서 시작됐고 또 조선에서 주도권을 위해 벌어진 전쟁이다. 서구는 청일전쟁과 관련해 가장 먼저 관심을 보인 것은 자국무역에 끼칠 영향이었다. 단기적으로는 청일전쟁이 영국의 이익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 판단했다. 당시 영국 무역은 대부분 유럽국가들, 그리고 영국의 식민지 지역과 이뤄졌다. 영국이 동아시아에서 수입하는 전체 수입량은 10%를 조금 넘을 뿐이다.장기적으로는 청일전쟁은 영국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중국은 철도시설이 없는 탓에 청일전쟁 때 물자 수송, 병력 이동 등 큰 어려움을 격었다. 중국은 사회기반 시설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서구 기술을 적극 도입할 것이다. 그러면 영국 기업들은 중국에 진출할 수 있다. ◆서양은 일본의 조선 지배 어떻게 볼까"조선의 국정은 희망이 없는 혼란 상태다. 정부는 부패했고, 국민들은 노력을 하고자 하는 자극이 전혀 없다. 조선의 화폐시스템에서는 정직한 거래가 불가능하다."1910년 조선은 일본에 병합된다. 4000년 넘게 자주국의 위치를 지켜온 조선이 멸망하고 일본의 식민지가 됐다. 한반도 역사에서 외국의 직접적인 지배를 받은 것은 한일병합 이후가 처음이다. 이 당시 대부분 서양은 일본의 조선 지배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조선의 보통 사람들한테는 좋은 일이 될 것으로 보았다. '일본이 조선을 완전히 지배하면 조선의 왕이 권력을 남용해 국민들을 착취하지는 못할 것이다. 또한 조선의 양반들도 더 이상 행패를 부리지 못하게 될 것이다. 조선이라는 국가는 없어지지만 조선 국민은 일본의 지배하에서 정치적 자유와 현대 행정시스템을 경험하면서 보다 더 잘 살 수 있을 것'으로 보았다.하지만 일본은 정치적 자유를 갖춘 근대 행정 체제로 조선을 다스리지 않고 군사적 통치 체제를 도입했다. 조선통치령을 만들어 헌병, 군인을 통해서 지배했다. 이 무단통치는 3·1운동을 일으키게 한 가장 큰 이유였다. 216쪽, 1만5천800원.

2019-12-07 06:30:00

가지 않은 길

[책 체크] 가지 않은 길/ 이상식 지음/ 학이사 펴냄

"저에게는 저 스스로의 자부심이 있습니다. 경찰청장을 할 때는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킨다는 직업적 자부심이었습니다. 지금은 시대적, 역사적 자부심입니다. 누군가는 가야 하지만 아무나 갈 수는 없는 길을 가고 있기에 저의 내면은 자부심으로 충만해 있습니다."이상식 전 대구지방경찰청장이 자전적 에세이를 펴냈다. 이 책에는 경주에서 태어나 고등학교 때 꿈을 품고 대구 촌놈이 된 사연과 경찰대학 졸업 후 대구에서 청춘을 바쳤던 경찰 생활 등 이야기가 솔직 담백하게 담겨 있다. 또 대구의 정신으로 현대사에서 굵직한 획을 그은 국채보상운동이나 2·28민주화운동, 임진왜란에 의병으로 나섰던 선인들의 삶에서까지 자신을 비춰본다. 그리고 부산지방경창청장을 끝으로 정치에 입문하게 된 계기 등도 담고 있다.이 전 청장은 "많은 사람들은 흔한 길을 갈 것을 권하고 있지만 자신은 기꺼이 적게 다닌 길을 선택하고자 한다"며 "그 길은 분명 험로이기는 하나 의미가 있는 길이기 때문에 간다"고 말했다. 192쪽, 1만3천원.

2019-12-07 03:30:00

비내리는 고모령 표지

비내리는 고모령/권영재 지음/매일신문사 펴냄

'대구음악야사'라고 해도 좋을 책이다. 대구적십자병원장을 역임한 권영재 선생(신경정신의학박사)이 공식적으로 기록되지 않은 대구음악이야기를 묶어 책으로 펴냈다. 매일신문에 2018년 1월부터 2019년 6월 30일까지 연재한 내용을 간추리고, 보완했다. 길거리 전파사에서 흘러나오는 음악과 관련한 사연부터 오페라하우스까지, 각설이와 약장수에서 대통령의 애창곡까지 경계를 넘나든다.◇ 대구능금과 대구최초의 사과「대구사과의 원조는 1899년 동산병원 초대원장인 미국인 존슨이 미국 미주리에서 '미주리' '스미스사이다' '레드베아밍' 등 3품종 72그루의 사과나무를 들여와 대구시 중구 남산동 병원 사택에 심은 것이다. 대부분 죽고 미주리 품종만 남아 있던 것을 1998년 2월 28일 현재의 동산의료원 자리로 옮겨 심어 놓았다.한편 '대구 능금'은 1905년 무렵 일본인들이 칠성동과 침산동과 그리고 금호강을 따라 반야월에 심은 것이 시작이다. 존슨이 갖고 온 사과는 대구에 본래 있던 산 능금과 비슷하여 크기도 작고 먹을 수도 없는 관상용이었다. 꽃이 곱고 열매가 예뻐 대구 사람들은 흔히들 '꽃사과'라고 불렀다. 어떤 이들은 동산의료원 꽃사과를 개량해서 먹는 과일이 대구 사과가 되었다고 잘못 알고 있는데, 동산병원 사과는 화초의 일종일 뿐 유명한 과일인 대구 능금과는 별 관계가 없다. 을사늑약 무렵 일본인들이 들여온 능금이 크고 먹을 수 있는 과일 대구 능금(소위 대구 사과)의 원조가 되는 것이다. 1949년 농림부에서 추천 장려하여 능금을 주제로 한 물산장려의 건전가 요가 만들어져 토박이 대구인들은 어릴 때 자주 불렀다.」 -135쪽-「능금, 능금 대구 능금 이 나라의 자랑일세너도나도 손을 잡고 힘을 다해 배양하세에에헤 좋고 좋다 에에헤 좋고 좋다능금, 능금 대구 능금 능금 노래를 불러보세」-대구 능금의 노래(작사 이응창, 작곡 권태호)- ◇ 삼국유사를 읽는 듯한 재미권영재 선생은 호기심이 많고 기억력이 비상한 사람임이 틀림없다. 이처럼 생기 넘치는 이야기를 듣거나 보았을테니, 일이 벌어졌던 장소에 갔거나 일을 전해 줄 사람을 만났을 것이고, 그처럼 오래 전 이야기를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으니 말이다.정미숙 제이미주병원 정신건강사회복지사는 "선생님의 글을 읽으면 그때 그 시절의 이야기들이 신기하게 느껴진다. 처음 글을 읽었을 때는 '진짜? 이랬단 말이야?'고 혼잣말을 했다. 지금은 경험할 수 없는 옛 대구 음악 이야기들, 익숙하지 않은 상황들과 지어낸 듯한 스토리에 마냥 신기해서 (선생님의 신문 연재 글을) 읽노라면 삼국유사를 읽는 듯했다. (매일신문연재) 대구음악유사에 등장하는 음악에 관련된 인물들과 그들의 에피소드, 그리고 그 분위기는 웃음을 주기도 했지만, 가슴 뭉클한 애환을 전해줘 가슴이 찡했다."고 말한다. ◇ 이 사람들이 대구 출신이라고?「가요라는 장르의 음악이 우리 땅에 들어온 후 대구경북은 많은 가수들을 배출했다. 대봉동 태생으로 35년에 등장한 장옥조가 최초의 대구경북 출신 가요가수다. 그녀의 대표적 노래는 38년에 녹음한 '신접살이 풍경'이다.성주출신 백년설, 김천출신 나화랑, '전선야곡'으로 유명한 영남고등 출신 신세영, '경상도 사나이' '인생은 나그네'를 부른 경산 출신 방운아를 비롯해, '청포도 사랑' '하이킹의 노래'로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도미, 한국의 후랑크 나가이로 불렸던 저음 천재 남일해, '과거는 흘러갔다'로 유명세를 떨친 여운, 시각 장애인으로 '그 얼굴에 햇살' '줄리아'를 불러 대구의 힘을 널리 알린 이용복도 대구 출신이다.'울려고 내가 왔나' '여고시절' '내 곁에 있어줘' '마음 약해서' '잊게 해주오' '정든 배' 등을 작곡해 많은 가수들을 출세시킨 작곡가 김영광은 포항 출신이다. 작곡가 김희갑은 평양 태생으로 15세에 대구로 대구 대성고등학교를 졸업했다.」 -105, 106쪽 요약-지은이 권영재 선생은 "흔히 대구는 정치의 도시로 알려져 있지만, 대구땅은 문학, 음악, 철학으로 가득 차 있다. 나는 그 중에서 음악으로 대구의 민낯을 보여주고 싶었다. 근세사에서 대구서민들과 애환을 같이 한 가요, 민속음악, 아이돌 음악 등과 관계있는 대구지명이나 사람, 에피소드를 평범한 말로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말한다.233쪽, 1만4천원.

2019-12-07 02:30:00

[반갑다 새책]안중근과 걷다/박영희'최종수 지음/숨쉬는책공장 펴냄

1909년 10월 26일 안중근 의사가 만주 하얼빈 역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했고 2019년 10월로 저격 110주년을 맞았다.역사와 평전으로 만나던 안중근 의사의 길을 따라 가며 두 작가는 거인의 자취를 살폈다. 책은 의사의 활동과 행적을 따라 크라스키노-포시에트-빨치산스크-블라디보스토크-우스리스크-포그라니치니-쑤이펀허-무링-하얼빈-차이자거우-하얼빈-창춘-북간도-뤼순-상하이 순으로 밟아 나간 기행을 담았다.과거 치열했던 안중근 의사의 삶과 그 삶이 지금 우리에게 전하는 현재의 의미도 담고 있다.지은이 박영희는 시인으로서의 감수성과 르뽀 작가로서의 섬세함과 통찰력으로 의사의 삶과 걸어간 길을 따라 나섰고, 최종수 신부는 천주교도로서의 안중근 의사의 자취를 살피고 있다.소중한 역사를 차분히, 그리고 뜨거운 마음으로 여행하듯 살피고, 다가올 우리 역사의 길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고 있다. 268쪽, 1만6천500원

2019-12-07 01:30:00

2일 제3회 한·중시인회의가 경북 청송군 소노벨 청송에서 열렸다. 이날 토론에 앞서 한중 문인과 평론가 등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전종훈 기자

한·중 문학교류, 제3회 한·중시인회의 경북 청송서 열려

한국과 중국의 문학과 문화를 이해하고 전문 작가들이 서로의 작품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문화교류의 장이 마련됐다.'제3회 한·중시인회의'가 지난달 30일부터 오는 4일까지 경북 청송군 소노벨 청송과 청송문화예술회관 등에서 열린다.한·중 동시대를 살아가는 시인들이 서로 만남을 통해 정서적 공감대를 얻는 이번 자리는 (사)장날이 주관했으며 경상북도와 청송군이 후원했다.청송군은 2007년부터 한국과 중국을 대표하는 작가들을 초청해 '한·중 작가회의'를 연 1회 양국을 오가며 진행했다. 2017년 11차 회의를 마지막으로 종결한 뒤 좀 더 깊이 있는 교류를 진행하기 위해 '제1차 한·중 시인회의'를 다시 시작해 매년 특별한 주제로 양국의 작가들이 만남을 갖고 있다.2일 소노벨 청송에서 '고전시가의 전통과 현대시의 발전양상'이란 주제로 열린 한·중 시인회의에서 기조발제를 맡은 홍정선(66) 시인 겸 인하대 명예교수는 "중국에서 시가 발전 한 뒤 한국이 자연스럽게 한시를 배우게 됐다"며 "한국은 시를 통해 협소한 시각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한시를 통해 서로 다른 문화에 대해 접근하기도 했다"고 말했다.그러면서 홍 교수는 "김삿갓과 김영랑, 김억, 김소월, 조지훈, 박목월, 서정주, 신석정 등 한국을 대표하는 많은 시인들의 작품 속에서 한시의 영향을 찾아 볼 수 있다"며 "한시는 우리 고전시가부터 근대 자유시에 이르기까지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이어 열린 시 낭송과 토론에 국내는 김주영과 박세현, 박형준, 이제니, 조은, 김행숙 등의 문인들과 중국은 왕샤오니, 까오웨이, 베이타, 멍위안, 주위, 두뤼뤼(이하 시인), 부원봉, 짱디(이하 평론가) 등이 자리했다. 문인들은 자신의 시를 낭송하고 참석자들은 한시와 관련성에 대해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윤경희 청송군수는 "이번 회의를 통해 한·중 문학은 물론 서로의 문화까지 교류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된 것 같다"며 "중국 문인들의 작품에 머지않아 청송군의 아름다운 자연이 소재가 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2019-12-03 16:03:25

김동인 저 '약한 자의 슬픔'이 게재된 '창조' 1919년 2월호. 국립중앙도서관소장

[정혜영의 근대문학을 읽다] 김동인은 어떻게 새로운 문체를 만들어낸 것일까

김동인은 이광수와 함께 한국근대문학의 새로운 장을 연 작가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막상 김동인의 문학적 업적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받으면 누구건 제대로 답하기가 어렵다. 누군가는 중, 고등학교 때 배운 지식을 되살려 '삼인칭 대명사' 사용과 '과거 시제 성립'이라는 교과서적 내용을 입에 올릴 것이다. 그러나 그 뿐, 삼인칭 대명사 사용과 과거 시제도입이 왜 중요한 것인지를 설명하지 못한다. 아울러 김동인이 그 새로운 생각을 어떻게 해낸 것인지에 대해서는 관심조차 없다.삼인칭 대명사와 과거형 시제가 우리 문학에 처음 사용된 것은 백 년 전, 김동인의 '약한 자의 슬픔'(1919)에서였다. '약한 자의 슬픔'은 강엘리자벹이라는 신여성이 강간과 원치 않은 임신, 유산을 겪으면서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을 다룬 소설이다. 김동인은 이 충격적 과정을 스케치를 하듯 세밀하고 객관적으로 묘사해내고 있다. 여기에는 이전의 문학에서는 사용된 적이 없는 새로운 문체가 큰 역할을 하고 있었다.일단 그는 조선의 전통문학에서는 사용되지 않던 '그' 혹은 '그녀'라는 삼인칭 대명사를 소설에 도입했다. 아울러 전통적 문학의 주된 서술형태였던 '하더라', '하노라' 대신 과거형 서술어 '했다'로 문장을 끝맺었다. 예를 들자면 '홍길동이가 울며 집을 떠나더라'라는 문장이 김동인 소설에 오면 '그가 울며 집을 떠났다'로 된 것이었다. 이 새로운 문체는 큰 변화를 이끌어냈다. 무엇보다 소설의 과거시제와 현실의 현재 시제가 분리되면서 사물에 대한 객관적인 묘사가 가능해졌다.김동인이 천재여서 '하노라'를 '했다'로 바꾸는 등의 혁명적 생각을 어느 순간 갑자기 머리에 떠올린 것은 아니었다. 김동인은 이른 나이에 일본으로 유학을 가서 일본이 흡수한 서양근대문물을 몸소 체득한 사람이었다. 그가 일본에서 경험한 다양한 근대문물 중에는 소설도 들어 있었다. 그 수많은 일본근대소설을 읽으면서 이와 같은 새로운 문학을 어떻게 하면 조선에서도 이루어낼 수 있는지 그는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일본어로 먼저 소설 내용을 구상한 후, 다시 그 내용을 조선어로 쓰는 방법을 통해 일본문학이 서양문학에서 흡수한 새로운 문학 형태를 배워갔다.삼인칭 대명사 사용과 과거시제 활용은 물론,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틀림이 없다'라든가 '-라고 느낀다'라는 표현 역시 이 과정을 통해 얻은 결과물이었다. 이 노력의 결과가 바로 '약한 자의 슬픔'이다. 김동인의 이 노력을 두고 '왜 하필이면 일본!'이라며 불쾌해 할 필요는 없다. 일본 근대문학을 열었던 소설가 후타바테이 시메이(二葉亭四迷) 역시 러시아어로 소설을 쓴 후, 다시 일본어로 옮겨 쓰는 과정을 통해서 새로운 문체와 문학을 만들어갔기 때문이다.우리의 근대문학은 이처럼 치열한 노력을 통해서 이루어진 것이었다. 이 눈물겨운 노력을 생각하면 한국근대문학에 대한 현재 우리의 존중과 관심이 너무 약한 것은 아닐까.

2019-11-30 06:30:00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

기획 & 시리즈 기사

[매일TV] 협찬해주신 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