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책

 

[반갑다 새책] 신조어를 통해 본 현대 중국 사회문화/ 윤창준 지음/ 어문학사 펴냄

이 책은 2000년대 이후 중국에서 생성된 신조어를 대상으로 개별 신조어의 생성 배경과 경로, 의미를 분석함으로써 발생한 사회·문화 현상을 살펴보고 있다. 기존 연구를 통하여 취합된 신조어 함의와 생성 원인, 배경에 대해서 연구하고, 사회·문화적 배경에 대해 분석했다. 1·2장에서는 신조어가 중국에서는 어떠한 역할을 하는지, 신조어의 언어학적 가치에 대해 개괄하고, 3장에서는 신조어가 만들어내는 사회 현상과 문화 현상에 대해 서술했다. 4·5장에서는 중국어의 신조어들을 취합 분석하고 사회·문화적 배경을 함께 살펴보고 있다. 가장 극적인 변화의 시대를 맞았던 2000년대 이후 중국을 언어학적으로 분석함으로써 사회·문화적 변화를 들여다보는 노력의 일환이다. 저자 윤창준은 연세대에서 한자문화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중국 쓰촨(四川)대학에서 박사진수과정을 수료했다. 242쪽, 1만4천원.

2018-05-26 00:05:16

세계일주 여행 직전의 나혜석 부부

[정혜영의 근대문학을 읽다] 대구발 파리행 기차 여행은 가능할까

1927년 6월 19일 나혜석은 남편과 함께 부산역을 출발하여, 한 달 뒤인 7월 19일 최종 목적지 파리에 도착한다. 대륙을 횡단하는 기차 여행이었다. 부산에서 기차를 타고 경성, 중국 안동현, 봉천, 장춘, 하얼빈, 만저우리로 가서 거기서 다시 시베리아 횡단열차로 갈아타고, 모스크바, 바르샤바, 베를린을 거쳐 파리에 도착하는 일정이다. 중간에 열차에서 내려 친지를 만나기 위해 며칠씩 쉰 시간을 빼더라도, 그럭저럭 파리 도착까지 20여 일이 걸린 셈이다. 나혜석은 여행에서 돌아온 지 5년 후 이 여행 기록을 '구미여행기'(1933)라는 제목으로 발표한다. '구미여행기'에서 나혜석은 달리는 기차에서 바라본 바깥 풍경, 혹은 환승하면서 잠시 둘러본 도시 풍경을 스케치하듯 묘사하고 있다. 지역에 따라 다른 역무원 복장, 나무, 건축물과 같은 사소한 풍경 묘사를 읽어가다가 보면 글로벌한 시대의 움직임이 전해져 온다. 팽배하는 일본 제국의 힘, 혁명의 여파에서 아직 채 벗어나지 못한 러시아, 쇠락해가는 중국, 그리고 아시아로 파고들어오는 서구 제국 등 당시 제국주의의 세계사적 움직임이 사소한 풍경 속에서 서로 맞물려 돌아가고 있다. 여기서 다시 나혜석의 일정을 따라가 보자. 조선 분위기와 별반 다르지 않은 안동현, 봉천을 지나면 러시아 건축물과 러시아인들이 빈번하게 보이는 장춘에 도착한다. 다시 장춘을 지나 유럽과 아시아를 연결하는 도시, 하얼빈에 이르면 세계 각국에서 모여든 다양한 직종의 인종이 거리를 채우고 있다. 러시아인과 조선인이 공동경영하는 극장에서는 영국 영화와 인도 연극이 공연되고 있으며, 금색 십자가를 높이 세운 서양식 납골당과 중국식 극락사가 도시 한쪽, 서로 마주 보며 위치해 있다. 이처럼 동서양 문화가 뒤섞인 국제도시 하얼빈을 지나 흰 작약이 흐드러지게 핀 길을 달려 국경 만저우리에 도착하면 거기서부터 러시아 땅이 시작된다. 자작나무 삼림이 이어지는 시베리아를 횡단하여 모스크바에 이르고, 다시 유럽으로 가는 것이다. 조선과 중국, 러시아, 유럽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던 100년 전, 그 시절 조선인들은 어쩌면 지금 이상으로 글로벌한 감각을 지녔던 것이 아닐까. 프랑스 파리로 가는 데 20여 일이 걸리던 때였지만 그 시절 사람들이 러시아나 유럽에 대해 지닌 심리적 거리감은 지금보다 훨씬 가까웠음에 틀림없다. 남북, 북미 정상회담을 거치면서 남북관계가 개선되면 대구에서 파리행 기차표를 끊어서 유럽으로 갈 날이 올 것이다. 하얼빈에 내려 안중근 의사를 추모한 후, 오로라를 보며 시베리아를 횡단하여 유럽으로 가는 꿈처럼 멋진 시대가 곧 열리지 않을까.

2018-05-26 00:05:16

'강아지똥' '엄마까투리' 권정생 작가 북콘서트

아동문학가 고(故) 권정생 작가가 아이들을 생각하며 연필을 들었던 안동시 조탑리 빌뱅이언덕 아래 작은 집이 열린다. 31일 오후 7시 30분 안동문화예술의전당 백조홀에서다. '작가 권정생 선생님과 함께하는 북콘서트'다. 2007년 5월 17일 타개한 그는 생전 가난하고 소외된 것들을 몹시도 아꼈다. 그리고 그의 글에 주인공으로 올렸다. 북콘서트로 관객과 작가를 이어줄 매개는 '강아지똥', '몽실언니', '엄마까투리'다. 진행은 시인 안상학과 MC 정소영이 맡았다. 콘서트는 안상학이 풀어내는 권정생 선생과 작품 이야기, 안동MBC 어린이합창단이 부르는 권정생 선생의 노래, 음악무용극으로 보는 몽실언니, 시노래패 '징검다리'의 포크송과 함께하는 권정생 선생의 작품이야기 순으로 80분간 진행된다. 전석 5천원. 문의 054)840-3600.

2018-05-24 17:19:19

[장하빈의 시와 함께] 멀고 먼 해우소―해인사 백련암에서

윤범모(1951~ ) 가야산 깊은 밤 덩치 큰 짐승의 할 소리에 잠을 깨다 방문을 여니 찬바람 떼로 몰려오고 맞은편 능선 위의 별 수좌 초롱초롱하다 담장 곁의 깡마른 대나무 선승들 머리 조아리며 증도가(證道歌)를 암송한다 아, 깨어 있구나! 모두들 철야 용맹정진하고 있구나 멍청한 잠꾸러기 하나 겨우 오줌보나 채우고 있었는데 한 소식 얻은 만물들 기쁨에 겨워 춤추고 있구나 캄캄한 밤 염치불구하고 박차는 문 멀고 먼 해우소 가는 길에 드디어 터지는 오도송(悟道頌) 아, 오줌 마렵다! ―시집 『멀고 먼 해우소』 (시학, 2011) ---------------------- 가야산 속 한밤중에 짐승의 할, 별 수좌, 대나무 선승들 모두 밤새워 좌선하며 번뇌에서 벗어나는 그 시각에, "멍청한 잠꾸러기 하나/ 겨우 오줌보나 채우고" 있구나. 만유가 깨어 있는 그 시각에 나만 나태한 잠 속에 빠져든 채 욕망이나 채우고 있었다니! 오줌보를 참다못해 바지허리춤 잡고 '멀고 먼 해우소' 가는 길에 시방 터져 나오는 오도송(悟道頌)이여! "아, 오줌 마렵다!"고 거침없이 내뱉는, 이 원초적 욕망의 언어 속에 담긴 깨달음의 실체는 무엇일까? 욕망 해소라는 비움의 철학을 담아낸 걸까? 오줌 바다를 이루는 창조 신화를 반영한 걸까? '해우소'(解憂所)란 근심을 푸는 곳으로, 번뇌, 갈등, 집착, 욕망 등을 내려놓는 방하착(放下着)의 장소다. 또한, 비움이나 낮춤 등의 진리를 깨닫는 나홀로 도량(道場)이다. 그리고 '멀고 먼'이란 말은 진리에 이르는 길이 그만큼 멀고 아득하다는 뜻 아닌가? 허뿔싸! 부처님을 물었는데, 어째서 삼서근[麻三斤]이라 했는고?

2018-05-24 00:05:00

두 개로 열렸던 상화문학제, 내년부터 '하나로' 합쳐진다

이상화기념사업회(회장 최규목)와 수성문화원(원장 윤종현)은 20일 지금까지 각각 개최해왔던 '상화문학제'를 2019년부터 단일화하기로 합의하고, 이를 위해 연내 '상화문학제 조직위원회'를 새롭게 구성하기로 했다. 새로 만들어질 '상화문학제 조직위원회'는 이상화기념사업회와 수성문화원, 대구문인협회, 대구시인협회 등이 추천하는 10명 안팎의 위원으로 구성될 예정이며, 이 조직위원회가 '2019년 단일 상화문학제' 행사 세부 내용을 결정하게 된다. 지금까지 두 단체는 각각 상화문학제를 개최해왔으며, (수성문화원은 2006년부터, 이상화기념사업회는 2009년부터), 이상화 시인 한 사람을 두고 2단체가 2개의 상화문학제를 제각각 개최함으로써 시민들과 문인들로부터 "헷갈린다"거나 "상화 시인 현창 사업이 힘을 얻지 못한다"는 등 비판을 받아왔다. 이에 두 단체는 상화문학제 개최시기와 문학제 명칭을 통일하고, 중복되는 행사를 조정하는 등 형식적 통합을 꾀하기도 했으나 지난해까지도 실제로는 각 단체가 따로 문학제를 개최해왔다. 최규목 이상화기념사업회 회장과 윤종현 수성문화원 원장은 "문학제 단일 개최로 민족저항 시인 이상화의 문학적 업적과 정신을 널리 알리는 데 더욱 탄력을 받을 수 있게 됐다"며 "더 많은 시민들과 문인들이 참여하고, 공감할 수 있는 문학제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두 단체가 펼쳐온 상화문학제는 수성문화원의 문학세미나, 상화백일장, 상화시낭송대회, 상화유적답사를 비롯해 이상화 기념사업회의 이상화시인상 시상, 학술대회, 시낭송 등으로 구성돼 있으며, 내년부터 단일문학제로 통합함에 따라 이 중 일부 행사는 규모가 커지고, 또 일부 행사는 다른 성격으로 바뀔 가능성이 높다. 한편 '2018 상화문학제'는 이상화기념사업회와 수성문화원 주관으로 25일(금)부터 27일(일)까지 상화고택, 청라언덕, 수성못 상화동산 등에서 열린다. 제33회 이상화시인상 시상식은 25일 오후 6시 30분 대구 중구 서성로 이상화고택 앞마당에서 있을 예정이다.

2018-05-21 00:05:04

이순신 장군 동상. 매일신문DB

[내가 읽은 책] 김훈, '칼의 노래', 생각의 나무, 2001년

김훈, '칼의 노래', 생각의 나무, 2001년 이 책은 충무공 이순신의 『난중일기』에 작가 김훈의 상상력이 뿌리내려 이루어진 소설이다. 표지에 '이순신, 그 한없는 단순성과 순결한 칼에 대하여'라고 작가는 소개한다. 순신이 백의종군에서 풀려나 다시 삼도수군통제사가 된 직후부터 노량해전에서 장렬히 전사하기까지의 인간적인 아픔과 절망을 시종 1인칭 화법을 구사하여 서술하는 형식이다. 작가는 구국의 영웅이기도 한 장군의 면모보다는 인간 이순신에 초점을 맞춘다. 의주로 몽진을 떠난 선조. 아군보다 열 배 아니, 스무 배나 더 강한 적들. 사기 저하는 말할 것도 없고 그저 도망치기에 바쁜 부하들. 무능한 군주와 신하 된 입장에서의 순신의 답답한 마음, 천군이라 불리는 명군과 자신의 작전과 신념 사이에서의 괴리와 갈등 등, 당시의 총체적 고뇌는 고스란히 순신의 몫이다. 작가 김훈은 대학생 시절 우연히 도서관에서 앞뒤가 다 떨어진 '난중일기'를 감명 깊게 읽는다. 청년 김훈은 언젠가 순신에 빙의해서 침략과 야만의 역사 안에 자신의 뜻을 설파해 보리라는 꿈을 가슴 한쪽에 지니게 된다. 신문기자 출신이었던 김훈은 마침내 그것을 실행에 옮긴다. 스스로 유배형을 선고하고 원고지에 연필로 썼다고 한다. 2개월이 걸렸다. 집필 도중 치아가 무려 일곱 개나 고통도 없이 빠졌다. 충무공이 전사했던 나이와 비슷한 연령대에서 그는 이 작품으로 2001년 동인문학상을 받게 된다. 그해 심사위원들의 평이다. "오랫동안 반복의 늪 속을 부유하고 있는 한국 문학에 벼락처럼 쏟아진 축복이다." 받은 상금 중 거의 반액이 임플란트 비용으로 들어갔다고 한다. 과연 작가 김훈의 문장은 짧으면서도 뜻이 깊고 아름다웠다. 우리 언어를 구사하는 작가의 고품격에 탄성이 절로 나왔다. 칼의 서늘함과 단호함이 상징적으로 엿보이는 작가의 단단한 결기가 순신의 입을 통해 단순하게 빛났다. 단순함이란 오랜 수련을 거쳐야 도달하게 되는 열매이다. 독자는 마치 자신이 충무공과 생사고락을 함께하는 듯한 감정과 동선으로 독서에 몰입하는 것을 선물로 얻는다. 읽는 즐거움으로 행복지수가 높아짐을 독자는 느낄 것이다. 작품 전체에 골고루 배어 있는 작가 정신이 바닷바람을 타고 격조 높게 휘날린다. 응집력 있는 문장으로 언어를 허비하지 않는다. 책이 세상에 나온 지 십수 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독서 인구에게 사랑받고 있는 책이다. 새로운 고전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충무공 이순신을 주인공으로 한 이야기는 『칼의 노래』가 아니어도 많기만 하다. 구국의 성웅이다. 김훈은 전투적인 영웅담도 있지만 어느 시대나 보통 남자들에게서 느끼는 부성애나 가족애로 마음 쓰는 순신을 경험할 수 있도록 묘사했다. 작품 속의 순신은 계속 죽음의 장소를 물색하고 있었다. 노량해전은 충무공의 몸과 마음을 자연사로 받아들이기에 맞춤한 곳이었다. 몇 년 전에 재미있게 봤던 책을 다시 여유롭게 읽었다. 마음이 답답하거나 혹은 울적할 때, 어딘가로 훌쩍 떠나고 싶지만 삶의 여건이 자유롭지 못할 때 한 권의 책으로 자유의 에너지와 건강한 위로를 함께 얻는다. 한 번 읽었던 책은 오래된 친구 같다. 저비용 고효율이다.

2018-05-19 00:05:00

[책과 사람] '조선시대 감로탱화' 펴낸 김남희 박사

조선시대 감로탱화/ 김남희 지음/ 계명대 출판부 펴냄 조선시대에 등장한 불교 그림 감로탱화(甘露幀畵)를 여러 각도에서 들여다보는 책이다. 감로탱화에는 어떤 그림이 있으며, 조선 사람들이 왜 감로탱을 그렸는지, 그림은 어떤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는지,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는지, 감로탱이 현대에 어떤 의미를 주는지 살펴보고 있다. ◆기도한다는 것은 겸손을 안다는 것 지은이 김남희 박사(계명대 회화과)는 불자들은 조상의 영혼을 좋은 곳으로 모시기 위해 천도재(薦度齋)를 지낸다. 직계 조상이 아닌, 알지 못하는 고혼(孤魂)을 위해 수륙재(水陸齋)를 지내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살아가는 동안 현실적 무탈을 기원하는 재도 올린다. 기도하는 행위야말로 인간이 동물과 다른 점일 것이라고 말한다. 기도한다는 것은 제힘으로 무엇이든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말이며, 사람이 가진 드물게 겸손한 태도다. 이는 조선시대 감로탱이 첨단과학의 시대에 전하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어린 시절 아버지를 따라 경주 오봉산의 작은 암자에 자주 다녔다. 아버지는 높고 험한 곳에 자리한 암자에 한 철씩 살면서 전각을 하나씩 세웠다. 날마다 건축에 쓸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산을 오르내리며 절을 증축했다. 아버지는 절 짓는 일을 묵묵히 수행하며 당신의 삶을 감당하셨다. 자라면서 나는 불교적 세계관에 바탕을 둔 그림을 그렸고, 불교회화 공부로 지금까지 살아왔다. 이 책을 출간하기까지 꼬박 10년이 걸렸다. 이토록 매달린 건 아버지 때문이었을 것이다." ◆유교 윤리는 사람의 슬픔을 달래지 못했다 감로탱화가 언제부터 우리나라에서 제작되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현존하는 감로탱화 가운데 제작 연대가 가장 앞선 것은 현재 일본 나라(奈良) 국립박물관에 있는 약센지(藥仙寺) 감로탱화로 1589년에 제작된 것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우리나라 감로탱화는 66점이다. 지은이는 "조선 중·후기에 감로탱화가 많이 나타난 것은 시대상과 관련이 있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으로 인한 참상은 이루 표현할 수 없을 지경이었다. '시체는 쌓여 가득하고 매장된 것은 얼마 없었다. 아비가 자식을 팔고 남편이 아내를 팔았으며, 계미년(1593) 봄에 이르러서는 사람들끼리 서로 잡아먹고 시체를 쪼개 앞다퉈 물어뜯으며, 골육끼리도 또한 서로 죽이는 자도 있었으니…, 이경순 '기억으로서의 임진왜란과 불교'라고 할 정도로 비참했다. 그 지경이었지만 당시 지배 이념이었던 유교 윤리는 무병장수와 사후명복을 바라는 사람의 갈망을 채워 줄 수 없었다. 죽어서 길바닥에 버려진 영혼을 위로하고 극락으로 이끈 것은 불교였고, 그 방법이 천도재였다. 그 천도재를 행하는 모습을 담은 그림, 천도재에 필요한 의례용 그림이 감로탱화였다"고 설명한다. ◆당시대인의 고통과 바람을 담은 풍속화 서양의 그림은 '신(神)들의 이야기'를 많이 담고 있다. 그러나 조선시대 불교 그림인 감로탱화는 '사람의 이야기, 그것도 서민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구원을 갈망하는 인간의 마음, 수행공덕을 행하는 비구, 아귀나 지옥고(地獄苦), 축생의 고통뿐만 아니라 감로비를 내려주는 번개신 등이 그려져 있다. 감로탱화에서 가장 시선을 끄는 존재는 화면 중앙을 차지하고 있는 아귀(餓鬼)다. 아귀는 추하고 말랐으며, 입에서 불을 뿜고 목은 바늘처럼 가늘어 음식을 삼키지 못한다. 머리카락은 흐트러지고 손톱과 어금니가 길어 그 모습이 무섭다. 아귀는 우리 자신이며, 조상이고, 구원 받아야 할 대상이다. 아귀는 생명수인 감로를 마심으로써 윤회의 고리를 끊을 수 있다. 감로탱화의 하단부에 나타나는 장면은 인생의 고통, 재난, 인생무상 등 일상이며, 이는 사람들로 하여금 불교에 귀의하도록 하려는 의도를 담은 것이었지만, 이런 장면들 덕분에 후세를 사는 우리는 당시 사회 현실을 짐작할 수 있다. 지은이는 그런 점에서 "감로탱화는 시대 현실과 사람들의 의식 세계를 진하게 담고 있는 당대의 회화 백과사전이다"고 말한다. ◆시대화이자 내 작품 세계를 확장하는 공부 지은이 김남희 박사는 신실한 불교 신자다. 이 책을 펴낸 것은 조선시대 감로탱화를 독자들에게 쉽게 설명하기 위한 것인 동시에 화가인 자신의 '작품세계 근간'을 확장하기 위한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감로탱화는 한 편의 거대한 인생 지침서이자 조선시대 역사와 회화를 기록한 역사화(歷史畵)다. 내게는 감로탱화를 공부하는 과정이 우리 역사를 배우는 일인 동시에 신산한 인간사를 음미하는 일이며, 내 작품 세계를 기름지게 하는 과정이다"고 말한다. 책은 총 3장과 '보론'으로 구성돼 있다. 1장은 조선시대 감로탱화의 의미와 출현 배경, 2장은 감로탱화에 나타난 시간성과 공간성, 3장은 조형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감로탱화의 전개 과정이다. '보론'에서는 감로탱화에 나타난 풍속화와 민화의 예술적 의의를 살펴본다. ▶감로탱화란… 감로탱화는 영혼을 천도하는 불교 의식에 사용된 조선시대 불화다. 이 불화는 수륙재와 연관이 깊은데, 수륙재는 물과 육지에서 헤매는 외로운 영혼과 아귀를 달래고 위로하기 위해 불법을 강설하고 음식을 베푸는 불교 의식이다. 중국 양나라 때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감로'는 하늘의 영액(靈液)으로 '달콤한 이슬'을 뜻하며, 일반적으로 천도재에서 굶주린 고혼의 배고픔과 갈증을 해소해주고 극락세계로 가도록 해주는 생명수를 말한다. '탱화'란 천이나 종이에 불화를 그려 족자나 액자로 만들어 걸 수 있게 한 그림을 말한다. 감로탱화의 서사 구조는 불교의 우주관을 삼계(三界)로 집약한 상·중·하 삼단의 공간과 과거(전세), 현재(현세), 미래(내세)라는 삼세의 시간으로 구성돼 있다. 상단은 불·보살의 세계, 중단은 재단과 법회 장면, 하단은 윤회를 거듭해야 하는 중생의 세계와 고혼이 된 망령의 생전 모습, 지옥 등을 보여준다. 368쪽, 1만8천원.

2018-05-19 00:05:00

[책 CHECK] 차갑게 식힌 햇살

차갑게 식힌 햇살/강현국 엮음/시와반시 펴냄 철 따라 바뀌는 마음의 풍경을 귓속말로 들려주는 시와 이야기를 담은 현대시 해설집이다. '분홍에 홀리다' '생의 도움닫기' '내 몸 어딘가에 숨은 악기 하나' '땅거미 내릴 무렵' 등 4부로 구성돼 있는 이 책에는 봄, 여름, 가을, 겨울 각 25편씩 한국 대표시인의 작품 100편과 해설이 실려 있다. 지은이는 박이화의 시 '흐드러지다'에 대해 "흐드러지다는 만개한 꽃의 모습이지만, 한 겹만 벗겨보면 그것은 농염한 여인의 몸 상태이다. 시인의 흐느적거리는 리비도는 아득하게 감추어져 편안하다"는 해설을 달았다. 문무학의 시 '반 뼘의 가을'에 대해서는 "짧은 가을날의 허망함, 그 가위눌린 마음을 '누가/ 훔쳐간 듯한/ 지갑 속의 용돈'에 비유하는 시인의 위트는 놀랍다. 이 위트는 우스개가 아니라 숨막히는 트릭이다. 귀뚜라미 소리에 가슴 다친 당신은 그것을 안다"고 썼다. 최창균의 작품 '죽은 나무'를 두고는 "적막과 고요는 같지 않다. 적막은 액체이고, 고요는 기체이다. 적막은 무겁고, 고요는 가볍다. 적막은 검고, 고요는 희다. 적막은 육체에 붙어 있고, 고요는 영혼에 닿아 있다"는 해설을 붙였다. 지은이는 책머리에 "가능하면 아주 짧은 귓속말로 철 따라 바뀌는 마음의 풍경을 읽어주고 싶었다. 오래 미루어 두었던 숙제를 끝낸 것 같아 마음이 여간 개운하지 않다. 독자들 마음도 그랬으면 좋겠다"고 썼다. 상주 출신인 저자는 1976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했다. 대구교육대 교수, 총장을 역임했으며 1992년부터 시 전문 계간문예지 '시와반시' 발행인 및 주간으로 있다. 시론집 '내 손발의 품삯이 얼마나 송구스럽던지'와 시집 '달은 새벽 두 시의 감나무를 데리고', 산문집 '고요의 남쪽' 등의 저서가 있다. 204쪽, 1만2천원.

2018-05-19 00:05:00

[책 CHECK] 무엇이 강자를 만드는가

무엇이 강자를 만드는가/정회석 지음 / KMAC 펴냄 지구에는1천300만 종에서 1천400만 종의 생물이 살고 있다. 때로는 경쟁하고 협력하며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 자연의 생태계는 모두가 쫓고 쫓기며 죽을 힘을 다해 뛰는 세계이다. 열심히 뛰어도 앞으로 쉽게 나아가지 못하는 것은 주변의 모든 것이 함께 뛰기 때문이다. 찰스 다윈은 '살아남는 자는 가장 강한 자도, 가장 현명한 자도 아닌 변화하는 자'라고 말했다. 예측할 수 없는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전략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대이다. 이 책은 자연을 46억년을 유지해 온 최고의 전략 교과서로 소개하며, 인류는 생존의 방식을 자연에서 배워야 한다고 강조한 다. 247쪽, 1만4천800원.

2018-05-19 00:05:00

법정 스님은 틀에 매이지 않는 행보로 종교, 사상의 벽을 허문 지도자였다. 사진은 1998년 김수환 추기경이 스님에게 보낸 육필 편지. 김영사 제공

"내가 살아온 것이 그것이니라" 법정 스님 미지막 말…『간다, 봐라』

간다, 봐라/ 법정 스님, 리경 엮음/ 김영사 펴냄 법정 스님 입적 8년을 맞아 스님의 생전 사유노트와 미발표 원고를 담은 책이 발간됐다. 사색 메모, 육필 원고부터 지인들과의 일화와 주고받은 편지, 그림들이 담겨 있다. 특히 임종 직전에 남기는 말인 '임종게'(臨終偈)가 처음으로 공개돼 죽음을 앞둔 스님의 생사관을 엿볼 수 있다. 유언(임종게)을 남기라는 상좌의 요청에 스님은 "분별하지 말라. 내가 살아온 것이 그것이니라. 간다, 봐라"라고 답하고 있다. 번뇌에서 벗어나는 마지막 순간에도 얽매이지 않는 본연 그대로의 삶과 진정한 자유를 향한 의지를 잊지 않았다. 스님이 생애 마지막 시기를 보낸 강원도 산골에서 남긴 노트, 메모, 편지, 그림들이 요행히 훼손되지 않고 이렇게 깜짝 등장해 추모 열기가 다시 일어나게 된 것은 스님의 족적과 향기가 그만큼 크다는 방증이 아닐까 한다. ◆미발표 시, 에세이, 육필 일기 새로 공개 법정 스님은 생애의 마지막 시기를 강원도 오대산 자락에서 보냈다. 화전민이 살던 집을 둥지 삼아 틈틈이 세상을 향해 글과 그림을 남겼다. 이 책에 소개된 글들은 많은 이들에게 깊은 감동과 가르침을 주었던 육필 메모와 노트를 여덟 가지 주제로 엮은 것이다. 산중 수행자의 생활을 진솔하게 담은 원고들은 산거(山居) 일기를 비롯 자연과 생명, 침묵과 말, 명상, 무소유, 사랑과 섬김이라는 주제로 다시 모였다. 글과 메모들은 마치 처음부터 하나의 원고였던 것처럼 새로운 생명을 얻어 되살아났다. 스님이 아껴둔 미발표 시와 에세이, 퇴고(推敲)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원고, 책에서 귀한 구절만을 뽑아서 정리한 내용들, 그리고 여기에 스님의 치열한 공부와 빛나는 감성이 덧붙여지면서 여운이 깊은 색다른 잠언집이 만들어졌다. 김수환 추기경, 장익 주교, 함석헌 선생, 향봉 스님, 구산 스님 등으로부터 받은 편지와 지인들이 간직했던 스님과의 주요한 일화들도 같이 모아 부록으로 엮었다. ◆'간다, 봐라' 간명한 화두로 생사관 설파 무소유를 설파하며 시대의 스승으로 불려 온 법정 스님이 세상을 떠나기 직전 남긴 마지막 말은 간명했다. '간다, 봐라'. 스님은 죽음의 필연성과 생사 업멸의 순환성을 단 네 글자로 녹여냈다. 삶의 가치를 일깨우는 명징한 글만큼이나 깊은 울림을 주는 여러 작품들은 스님과 인연이 있었던 한 보살 부부 덕분에 처음 빛을 보게 됐다. 이 부부는 신분 공개를 원치 않는 까닭에 필명 '리경'으로 책을 엮어냈다. 리경 부부는 미국 생활을 마치고 귀국해서 스님의 수양에 적합한 장소를 물색하다가 화전민이 살던 오두막을 마련했다. 몇 년 후 부부와 함께 움막을 구경하러 왔던 스님은 "이 오두막은 부처님께서 내 말년을 위해 감추어 놓은 회향처"라며 기뻐했다고 한다. 부부는 그 자리에서 스님에게 오두막을 시주했고, 이곳이 바로 스님이 1992년부터 기거하며 정진한 오대산의 '수류산방'이다. 부부는 이를 계기로 스님이 입적하는 순간까지 곁을 지키며 각별한 인연을 유지했다. 이 책이 출판되게 된 사연도 여기서 출발한다. 산방에서 스님은 원고들을 수시로 아궁이에 불쏘시개로 썼는데 부부가 이 원고들을 간직하기를 원하자 스님께서 원고뭉치들을 보내오면서 이 책의 행간과 단락을 메우게 됐다. ◆유신 독재 항거했던 '참여시' 최초 공개 8개 테마로 나눠진 책의 분류 중 눈길을 끄는 파트가 있다. 8장의 '길을 가르킨 손가락'이다. '쿨룩 쿨룩' '1974년의 인사말' '어떤 몰지각자의 노래' 세 편으로 구성된 장(章)에는 스님의 최초 저항시가 수록돼 있다. 혈기 방장했던 시절 일찍이 학생운동에 참여했던 스님은 수행만 하는 출가자가 아니었다. 박정희 정권 시절 유신 체제에 반대하는 지식인, 종교인을 구금하고 탄압할 때 세상을 향해 '큰소리'를 서슴지 않았다. 스님은 함석헌, 장준하 등과 함께 민주수호국민협의회를 결성하다가 체포, 수감돼 계엄법정에서 15년 형을 선고 받기도 했다. 스님의 이런 이력은 그동안 많이 알려져 있었지만 그 흔적인 참여시가 이번에 최초로 발견됐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입 가지고 말도 좀 나누면서 살자고/ 우리 모두/ 허리 펴고 사람답게 살아야겠다고/ 역사의 기록에서 길을 가리킨 그 손가락이 죄란 말인가'- '어떤 몰지각자의 노래' 라고 외치며 정권에 맞섰다. 스님은 또 파격적인 행보로 종교계 벽을 허문 지도자였다. 1997년 길상사를 개원할 때 천주교신자에게 관음보살상 조각을 부탁했고, 1998년 김수환 추기경을 방문해 명동성당에서 특별강론을 하기도 했다. 이 책 부록엔 당시 특강에 감사하는 김 추기경의 감사편지(사진)가 수록돼 있다. 그동안 유품 속에 흩어져 있다가 리경 부부가 찾아내 처음으로 공개한 것이다. 스님은 산중의 냉철한 수행자이면서도 세상과의 뜨거운 대화를 놓치지 않았고, 누구보다 철저했지만 늘 따뜻한 유머를 잃지 않았다. 스님의 소중한 산거(山居) 일기와 침묵, 말, 자연, 생명의 편린들을 따라가다 보면 8년 세월을 뛰어넘어 깊은 울림과 마주하게 된다. 277쪽, 1만4천500원.

2018-05-19 00:05:00

[반갑다 새책] 이상국 MC의 '행복하시집'

행복하시집/ 이상국 지음/ 책과 나무 펴냄 대한민국 행복충전사 1호로 방송(KBS 여유만만 2회 출연)과 강의(한국능률협회, 공무원연수원 등)로 대구뿐 아니라 전국을 누비며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이상국(49) MC가 가벼운 시집을 펴냈다. 건배사 관련 2권을 펴낸 데 이어 이번이 세 번째 출판물이다. 이 MC는 이 책에서 행복메시지, 희망과 세상, 남자와 여자, 자화상과 유머 등에 관한 120편의 시를 짤막하고 재치 있게 표현하고 있다. 때로는 뭉클한 시들이 던지는 잔잔한 울림에 어느새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지게 되는 그런 짧은 경구가 많다. 저자는 2편의 시를 강력하게 추천했다. 1부 어느 날에 꽃처럼 중 첫시 '초대'( 팔만육천사백 개의 초를 밝히고/ 천사백사십분이 오롯이 나만을 기다리는/ 하루라는 파티에 초대받은 나), 5부 덧셈공식 중 15번째 시 '노총각의 선택' (돈, 여자, 결혼/ 돈 여자와 결혼했다) 등 이렇듯 120편의 시 모두 작은 감동과 반전미학 그리고 우리 생활 주변의 생각할 거리를 살짝 던져준다. 148쪽, 1만원.

2018-05-19 00:05:00

[반갑다 새책] 밸런스토피아

밸런스토피아/ 최문갑 지음/ 좋은땅 출판사 최근 대형 이슈로 등장한 미투와 그 이전의 세월호, 촛불 사태 등을 관통하는 키 워드는 무엇일까. 대형 이슈의 원인은 복합적이지만 이 책은 핵심 키 워드를 '균형(밸런스) 상실'로 진단하고 있다. 언론사 특파원을 거친 저자는 미투나 현재 대형 이슈의 경우, 가해자들의 추락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이성과 감정, 육체와 정신의 균형 상실이 갈등의 근원이라고 보았다. 문제는 우리의 이념 갈등, 남남 갈등, 세대 갈등 등이 아직도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는 점. 저자는 이 쓰나미를 헤쳐 나갈 방법으로 '밸런스토피아'를 제시한다. 밸런스와 유토피아의 합성어인 밸런스토피아를 통해 균형의 가치를 성찰, 구현한다면 한국사회는 평화롭고, 모두가 동경하는 유토피아 같은 터전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400쪽 1만8천원.

2018-05-19 00:05:00

매일 아침 꿈 일기, 나를 찾는 흥미로운 여행…『꿈이 보내온 편지』

꿈이 보내온 편지/ 박지영 지음/ 푸른사상 펴냄 의성 출생의 지은이가 섬세하고 단아한 언어로 '꿈'을 기록한 산문집을 펴냈다. 1992년 '심상'으로 등단했으며, 시를 깊이 연구하고 싶어 계명대 대학원 문예창작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한 이후 꾸준히 시집과 평론집을 내왔다. 이번 책은 '자신의 잃어버린 꿈'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래서 책 뒷면 표지에 다소 긴 글을 소개하고 있다. "나는 꿈을 많이 꾼다. 내가 미처 꾸지 못한 꿈들이 걱정되기도 한다. 말이 되지 못하고 그냥 스러져버릴 꿈들에 대해서 말이다. 예전에는 꿈을 무심히 넘겨버렸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꿈은 나에게 보내오는 신호 같기도 하고, 신이 전하는 계시 같아서 기록하게 됐다. 꿈은 나의 소중한 자산이다. 꿈은 들여다볼수록 경이롭다. 꿈이 없었다면 우리는 정상인으로 살아가기 어려웠을지도 모른다. 내 안에 어떤 힘이 나를 끌고 가는 것 같다. 난 그걸 풀어내기 위해 쓰고 또 쓴다." 저자는 이 책의 출판을 위해 그동안 신문에 연재한 칼럼과 노트 필기, 메모에서 원고를 추렸다. 심오한 철학이나 이론은 아니지만 꿈에 대한 작은 단상들을 모아서 잃어버렸거나 아직도 찾고 있는 자신의 꿈을 따라 여행한다. 이 책은 뚜렷한 답이 없는 꿈을 찾아 떠난다. 사람은 잠을 자고, 잠을 잘 때 꿈을 꾼다. 꿈을 안 꾼다는 것도 자신이 기억을 못해서이고, 꿈을 억압하기 때문이다. 꿈이 없는 잠은 건강하지 못하다. 우리는 꿈이 비현실적이라는 것을 안다. 그래서 꿈에 윤리도덕의 잣대를 들이댈 수도 없다. 어떤 꿈은 현실에서 그대로 재현되는 경우도 있고, 어떤 꿈은 황당해서 피식 웃고 말 때도 있다. 가끔은 오랜 시간이 지난 다음에 그 꿈이 재해석되기도 한다. 정신분석학자 프로이트는 '꿈은 소원 충족 메시지가 담겨 있다'고 말했다. 즉, 내 욕망이 꿈 속에 드러난다는 뜻이다. 낮에 일어났던 일들이 꿈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해결하지 못한 일의 실마리를 가져다주기도 한다. 지은이는 책을 펴낸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사실 꿈의 의미는 꿈꾼 사람이 가장 잘 안다. 역으로 꿈의 해석을 통해 내가 이루고 싶었던 소원을 추적해낼 수도 있다. 나는 꿈 일기를 쓰고 있으며, 주변 사람들에게도 꿈 일기를 권하고 있다. 전날 꾼 꿈을 생각나는 대로 쓰면 된다. 그런데 아침에 일어나서 물 한 컵 마시고, 오줌 한 번 누고 나면 꿈은 사라지고 만다. 그러니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꿈 내용을 다 적으려고 하지 말고, 중요한 단어 서너 가지만 메모했다가, 떠오르는 생각들을 사소한 것 하나라도 빼놓지 않고 꿈 일기를 쓴다." 이 책의 목차는 제1부 입에 붙어서(꿈과 시, 꿈이 보내온 편지, 꿈 일기 등), 제2부 시여 내게로 오라(깊은 달우물, 항아리 두껑 속의 물알, 말의 향기 등), 제3부 자화상(머리카락, 산과 인간관계, 스승의 자세 등), 제4부 숨구멍(여름 가다, 생명줄, 느림의 미학 등) 순으로 되어 있다. 지은이는 26년간 문인으로 활동하면서, 시집 '서랍 속의 여자' '귀갑문 유리컵' '검은 맛'을 비롯해 평론집 '욕망의 꼬리는 길다'를 펴냈으며, 남편과 공저로 사진시집 '눈빛'을 출간했다. 대구문학상과 금복문화상(문학 부문)을 수상한 바 있다. 215쪽, 1만4천800원.

2018-05-19 00:05:00

[이종문의 한시 산책] 접시꽃(蜀葵花) 최치원

접시꽃(蜀葵花) 최치원 적막도 적막할사, 묵정밭 가에 寂寞荒田側(적막황전측) 흐드러진 꽃에 눌린 가지 휘우듬 繁花壓柔枝(번화압유지) 장마가 그칠 무렵 향기 가볍고 香輕梅雨歇(향경매우헐) 보리누름 바람에 모습 기우네 影帶麥風欹(영대맥풍의) 수레 타고 말 탄 이 누가 봐줄까 車馬誰見賞(거마수견상) 벌 나비만 부질없이 엿볼 뿐일세 蜂蝶徒相窺(봉접도상규) 천한 곳에 태어남이 부끄러워서 自慙生地賤(자참생지천) 버림받은 그 한을 참고 견디네 堪恨人棄遺(감한인기유) 다 알다시피 이 시의 작자 고운(孤雲) 최치원(崔致遠· 857∼?)은 신라 말기의 지성을 대표하는 상징적 존재다. 그를 금의환향(錦衣還鄕)의 대명사처럼 알고 있는 사람도 더러 있다. 하지만 고운은 실상 실의와 좌절의 대명사에 더욱더 가깝다. 우선 그는 신라 말기의 엄격한 골품제 사회에서 육두품이라는 신분적 한계 때문에 자신의 포부를 이룰 수가 없었다. 고운이 12세의 어린 나이에 당나라로 건너간 것도 바로 그 신분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것이었다. 당나라로 건너간 그는 각고의 노력 끝에 단 한 번 만에 과거에 합격했고, 당시 민중 봉기의 우두머리였던 황소(黃巢)를 토벌하자는 격문(檄文)을 써서 이름을 온 천하에 떨치기도 했다. 하지만 고운은 변방 출신의 외국인이 겪는 소외 의식으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가 없었다. 게다가 그의 문집인 '계원필경'(桂苑筆耕)에 수록되어 있는 작품들의 대부분이 상관인 고변(高騈)을 대신하여 지은 것이었기 때문에, 작품을 쓸 때마다 한 작가로서의 모멸감을 견디기가 어려웠을 터다. 우여곡절 끝에 귀국하여 자신의 포부를 펼쳐보려 했지만, 신라 땅에서 한번 육두품은 영원한 육두품일 뿐이었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접시꽃은 아주 탐스럽고 향기로운 꽃이다. 그러나 이 꽃은 적막하기 짝이 없는 묵정밭의 한쪽 구석에 피어 있기 때문에, 그 아름다움을 알아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그러니까 이 꽃의 비극은 아름답지 않다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출신 성분이 비천하다는 사실에 있다. 바로 이 신분적 비애야말로 넘으려고 해도 도저히 넘을 수 없는 이 꽃의 비극적 운명의 모태다. 이렇게 볼 때 작품 속의 접시꽃은 당대의 역사적 조건과 사회적 상황 속에서 고뇌에 찬 삶을 살았던 최치원의 모습을 꼭 빼 닮았다. 작품 속의 접시꽃을 작자의 소외받은 삶이 총체적으로 응축된 자화상으로 읽게 되는 이유다.

2018-05-19 00:05:00

[책 CHECK] 인문명리정치열전

인문명리정치열전/류동학 지음 / 신서원 펴냄 정치인의 행보를 인문명리학적으로 분석하고 역사적 관점에서 풀이한 책이다. 명리학적인 관점으로 접근해 가문과 과거의 행적 및 현재 상황을 설명하고 미래의 전망과 예측을 내놓으며 지도자적 역량을 파악할 단서를 제공하고 있다. 총 4부로 구성된 이 책은 1부에서는 인문명리학과 주요 용어들에 대해 설명했으며, 2부 '대통령의 운명'에서는 문재인 대통령, 박근혜·이명박·노무현·김대중·전두환 전 대통령 등에 관한 내용을 실었다. 3부 '정치인의 운명 -주요 대선 후보'에서는 1987년 대선에 출마한 영원한 2인자 김종필 신민주공화당 후보, 1992년 대선에 출마한 정주영 통일국민당 후보, 2017년 대선 및 후보 경선 출마자 홍준표, 안철수, 유승민, 심상정, 손학규 등을 소개했다. 4부 '지역을 가꾸는 정치인의 운명 -필자의 관심 정치 지도자'에서는 김두관 국회의원, 이재명 전 성남시장, 최문순 강원도지사, 김관용 경상북도지사, 이철우 국회의원, 조원진 국회의원, 박노욱 경북 봉화군수, 백선기 경북 칠곡군수 등 12명을 실었다. 저자는 "명리학과 역사학의 지식으로 풀이하는 인물평가가 유권자들의 지혜로운 지도자 선택의 동기를 제공할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451쪽, 1만9천원.

2018-05-12 00:05:10

[책 CHECK] The 큰 바보 경주 최부자

The 큰 바보 경주 최부자 Ⅰ. 숨겨져 있던 놀라운 이야기들/박근영 지음/두두리 펴냄 12대 400년간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경주 최부자 가문을 조명한 책이다. 경주 최부자 종손인 최염 씨가 어린 시절부터 보고 듣고 경험한 최부자 집의 내밀한 이야기가 담담하게 실려 있으며 이런 이야기들이 어떻게 그 시대 주변인들 또는 백성들과 소통하는 도구가 되었는지 실감 나게 들려준다. 책은 크게 다섯 마당으로 돼 있다. 도입부가 개괄적으로 최부자 집을 소개하는 순서고 다음으로 나눔과 상생의 정신을 실천해 가는 과정에서 최부자 집의 다양한 소재들이 등장한다. 최부자가 어떻게 부자가 되었고 실제로 얼마만큼 부자고 의식주의 행태는 어떠했는지 육훈이나 육연 외에 실제로 집안에서 전하는 가르침은 무엇인지 등 읽을거리가 넘친다. 세 번째 마당에서는 최부자 집을 스쳐간 무수한 과객들 이야기가 펼쳐진다. 특히 최부자 집에서 손님맞이를 어떻게 했는지를 상객 중객 하객의 분류로 나눈 것이 흥미롭다. 네 번째 마당은 최부자 집의 가보 이야기, 마지막 장은 갑질과 미투로 얼룩진 현 세태에 대해 조용한 일침을 가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최부자 집이 '을'들인 주변인들과 어떻게 공생했는지를 보여줌으로써 갑다운 갑이 어떤 것인지를 알려준다. 320쪽, 1만9천원.

2018-05-12 00:05:10

'웰빙 음료' 막걸리의 모든 것…『막걸리를 탐하다』

막걸리를 탐하다/ 이종호 지음/ 북카라반 펴냄 중국 사서 '위지동이전'에 '고구려는 초목이 중국과 비슷하여 장양(藏釀)에 능하다'는 기록이 보인다. '장양'은 전통적인 발효식품이나 젓갈을 의미하지만 주류(酒類)학자들은 '술 담금' 즉 양조(釀造)의 뜻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이처럼 술은 고대부터 우리 민족에게 널리 애용된 음료이자 식품이었다. 우리나라 전통술을 말할 때 막걸리를 빼놓을 수 없다. 막걸리는 1837년경에 저술된 '양주방'(釀酒方)이라는 문헌에 혼돈주(混沌酒)라는 이름으로 처음 등장한다. 쌀과 누룩으로 빚은 희고 탁한 액체는 오랜 세월을 거치며 민족의 술로 자리매김했다. 조상들은 마시고 즐기는 오락의 용도뿐 아니라 제례에 올리는 제물로도 막걸리를 인식했다. 시큼하면서 담백한 한국 막걸리를 다룬 책이 출간돼 눈길을 끈다. 이종호 한국과학저술인협회 회장이 펴낸 '막걸리를 탐하다'에는 한국인이 사랑하는 막걸리에 대한 모든 것이 담겨 있다. ◆건강에도 좋아 '웰빙 음료' 반열에 막걸리의 장점은 많이 알려졌지만 흔히 '5대 미덕'을 지녔다고 알려진다. 허기를 다스려주고, 취기를 심하게 하지 않으며, 추위를 덜어주고, 기분을 북돋우며, 의사소통을 원활하게 해준다는 것이다. 선조들은 오랫동안 막걸리를 마신 경험을 통해 이런 '미덕'을 찾아냈다. 여러 장점이 과학적 검증을 거치며 막걸리는 이른바 '웰빙 음료'의 반열에 올랐다. 과학적으로 밝혀진 막걸리의 효능은 많다. 열량이 낮아 다이어트에 크게 도움이 된다. 막걸리의 평균 알코올 함유량은 6~8도로 웬만큼 마셔도 크게 취하지 않는다. 섬유질, 당류, 유기산 등에서 얻어지는 열량도 낮다. 풍부한 아미노산, 단백질도 막걸리의 장점. 발효 곡물에 들어 있는 단백질의 함량은 우유보다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술 발효 과정에서 효모 균체가 증식해 유산균 함유량이 많다. 이외 유기산, 비타민B가 풍부해 성인병 예방, 항혈전, 항고혈압, 항산화, 피부 미용에도 뛰어난 효과를 보인다. ◆전국 유명 막걸리 양조장 탐방 이 책에는 전국의 유명 양조장 24곳도 소개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막걸리 등을 생산하는 양조장은 850곳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서 생산되는 막걸리도 1천500여 종에 달한다. 저자는 학술서 탐독, 전문가 설문, 고증 등 구체적인 접근을 통해 '막걸리의 현주소'를 잘 보여주고 있다. 또 현지답사를 통해 역사와 전통을 간직한 전국의 양조장들을 소개했다. 저자는 5장에서 한국 막걸리 역사가 그리 순탄치 않았다고 말한다. 즉 일제강점기를 거치는 동안 전통 막걸리 맥이 거의 사라졌고 대신 일본의 누룩이 막걸리 업계를 석권했다는 것. 현존하는 양조장 중 전통누룩을 사용하는 곳은 몇 집 되지 않기 때문에 막걸리 명소를 찾는 일 자체가 쉽지 않았다고 고백한다. ◆막걸리 붐 타고 '국민주'로 부상 막걸리는 시대와 지역에 따라 제조 방식이 달랐다. 목적에 따라 여러 가지 용도로 사용됐으며 가내(家內) 기술 또한 대대로 전승됐다. 일제강점기는 막걸리 제조와 관련해 큰 변화를 맞게 된 시기다. 저자에 따르면 1910년 양조장 수는 15만6천 곳에, 술 제조 면허를 받은 사람도 36만6천700명에 이르렀다. 그러다 조선총독부의 양조장 억제 정책으로 술 제조 면허자 수가 13만1천700명에서 1930년경 4천 명으로 감소했다. 1932년에는 단 1명으로 줄었고, 1934년에는 제조 면허제 자체를 아예 폐지했다. 민간에서 직접 빚은 가양주(家釀酒)들이 대부분 징세에서 제외돼 세수가 줄어들자 일제는 1907년 '주세법'을 제정했던 것이다. 해방 후 막걸리는 다시 국민의 품으로 돌아왔고, 1960년대 이르러 '국민주' 대접을 받으며 술 소비량의 70% 이상을 차지하게 된다. 하지만 곧 복병을 맞게 된다. 정부가 식량난을 이유로 원료를 쌀에서 밀가루로 변경했기 때문이다. 1977년 통일벼 증산이 시작되면서 쌀과 밀가루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었다. 현재 한국의 막걸리 붐은 지난 2005년부터 일본에서 불기 시작한 건강 열기와 무관치 않다. 열풍 이후 사람들이 전통 막걸리를 다시 인식하기 시작했으며 과학계에서도 영양과 효능에 관한 연구를 계속 내놓고 있다. 이 책은 국민주로서의 막걸리를 선입견이나 편견 없이 살펴보자는 취지에서 접근하고 있다. 한국의 막걸리에 대한 백과사전이자 '막걸리 예찬서'라고 해도 무방하다. 책장을 덮을 때쯤 막걸리의 시큼한 향기가 친근하게 다가오고, 술집으로 발걸음을 옮기게 될지도 모른다. 356쪽, 1만6천원.

2018-05-12 00:05:10

변상벽 작 '국정추묘'

[내가 읽은 책] 『제후의 선택』 김태호, 문학동네, 2016

『제후의 선택』 김태호, 문학동네, 2016 작품을 쓴다는 것, 더군다나 동화를 쓴다는 것은 상상력이 최대로 동원되어야 하는 작업이다. 천 가지, 만 가지 생각을 굴렸다, 풀었다, 꼬았다 하며 온종일 고민을 해도 아무것도 쓸 수가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런데 제17회 문학동네 어린이 문학상 대상 수상작인 이 책의 이야기 물꼬는 생각지도 않았던 옛이야기에서 풀어지고 있었다. 이야기는 처음부터 긴박했다. 제후와 고양이의 쫓고 쫓기는 이야기는 도대체 이 아이와 고양이의 관계는 무엇일까에 대한 물음을 준다. 엄마, 아빠의 다툼 속에서 스스로의 존재가 중요함을 증명해야 하는 아이. 모든 일에서 다급해 하는 제후의 심리 상태를 알 수 있다. 제후는 곧 선택을 해야만 하는 묵직한 숙제를 두고 고민을 하고 있다. 엄마와 아빠가 헤어지기로 하면서 시작된 나누는 일에 제후도 포함되어 있었다. 물건 하나하나, 통장의 돈까지도 서로 갖겠다고 싸우는 엄마 아빠도 제후 앞에서는 싸움을 멈춘다. 선뜻 제후를 맡지 않겠다는 엄마 아빠의 행동에서 받았을 제후의 상처가 아팠다. 내 가까이 있다면 기꺼이 제후를 한 번 꼭 안아 주고 싶다. 아린 가슴이 조금이라도 풀어지도록. 아직 어린 제후에게 선택권을 준 엄마 아빠의 행동은 진정 옳은 일일까?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싶은 어른들의 얕은 속내가 보이는 듯하다. "어느 쪽이든 환영받으며 가고 싶었다. 떠맡겨지는 짐처럼 따라가고 싶진 않았지만…." 제후는 선택을 앞두고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어리지만 제후로서 사는 게 쉽지가 않다. 오죽하면 들쥐에게 또 다른 제후를 부탁했을까. 어른들의 이기적인 생각이 또 한 아이를 아프게 하고 있었다. 고양이의 공격으로 사라져 버린 제후와 제후는 또 다른 제후를 만들고 있지는 않을까…. 어른들의 선택으로 어찌할 수 없는 제후의 마음을 우리가 보듬을 수 없을까? 아저씨가 다시 만난 진짜 제후인 듯한 아이의 모습이 아팠다. "아이의 손가락 끝은 모두 빨갛게 멍울이 져 있었다. 손톱을 너무 짧게 잘라서 손톱 밑 살들이 전부 부어올라 있는 것이었다." 제후는 말한다. "한 번 자른 손톱인데 이상하게 아물지 않아요." 영원히 가져갈 제후의 아픔이 안타까웠다. 제후는 어떤 선택도 할 수 없었다. 그저 빨갛게 멍울진 손톱만이 제후의 마음을 말해주는 것 같았다. 이제까지 집중하지 않았던 제후의 멍울진 손톱은 엄마 아빠가 싸우느라 잊었던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한다. 지금도 어딘가에서 빨갛게 멍울진 손톱을 간직한 채 또다시 만들어지고 있는 수많은 제후들. 우리가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들이다. 5월처럼 싱그러운 어린이의 계절에 동화 한편 읽어서 그들이 행복해지기를. "그 녀석은 잘 지내죠?" 그들에게 던질 아픈 물음이다.

2018-05-12 00:05:10

'해가 지지 않는 영국' 비타민C 효과 때문…『세계사를 바꾼 10가지 약』

인간을 공격하는 질병과 병을 치료하는 약을 통해 인류 역사를 살펴보는 책이다. 괴혈병, 말라리아, 매독, 에이즈 같은 무서운 질병이 인류를 위협하면 비타민C, 퀴닌, 살바르산, 항균제 같은 약이 발명돼 방패가 되어 주었다. 책은 인류를 치명적 위기에 빠뜨렸던 10가지 질병과 인류를 구한 10가지 약에 관한 이야기를 펼쳐놓는다. 지은이는 질병으로부터 인류를 구하고 세계사의 물줄기를 바꾼 10가지 약으로 ▷비타민C ▷퀴닌(키니네) ▷모르핀 ▷살바르산(매독 치료제) ▷페니실린 ▷아스피린 ▷마취제 ▷소독약(병원 위생 개선) ▷설파제(항균제) ▷에이즈 치료제를 꼽는다. ◇영국과 청나라 역사를 바꾼 비타민C와 퀴닌 대항해 시대 뱃사람들은 풍랑이나 해적의 습격보다 괴혈병을 더 두려워했다. 긴 항해 동안 수많은 선원들이 괴혈병으로 죽었고, 이 때문에 포르투갈과 스페인은 뛰어난 항해 기술과 훌륭한 선박을 가졌지만 세계를 제패하지 못했다. 괴혈병이 야기하는 비극을 끝낸 사람은 영국 해군 소속 군의관 제임스 린드였다. 18세기 후반 린드는 오렌지, 사과, 레몬 등을 이용해 연구에 연구를 거듭한 끝에 괴혈병 치료법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린드의 괴혈병 치료제란 다량의 비타민C가 함유된 과일과 채소 위주의 식단이었다. 이후 제임스 쿡 선장은 린드가 개발한 '비타민C를 포함한 과일과 채소 위주의 식단'을 활용해 세계 일주에 성공했다. 그의 위대한 항해는 19세기 '해가 지지 않는 나라 영국'의 기틀을 마련하는 출발점이 되었다. 중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군주로 꼽히는 청나라 강희제는 61년간 집권하면서 위대한 업적을 남겼다. 그는 마흔 살에 떠난 원정길에서 말라리아에 걸려 사경을 헤맸다. 그러나 운 좋게도 예수회 선교사가 진상한 퀴닌(키니네) 덕분에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퀴닌이 아니었다면 명군 강희제는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고, 역시 명군으로 인정받는 옹정제, 건륭제 역시 역사 무대에 등장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랬다면 청나라는 물론이고 아시아의 역사 또한 달라졌을 것이다. ◇천사와 악마의 두 얼굴을 지닌 약, 모르핀 아편은 천사와 악마의 얼굴을 동시에 지닌 약이다. 모르핀은 아편의 주성분으로 마약성 진통제이다. 중추신경계에서 통증 자극을 전달하는 신경전달물질의 분비를 억제해 진통효과를 낸다. 모르핀은 중국인들의 고통을 덜어준 약인 동시에 중국인과 중국을 망가뜨린 약이기도 하다. 영국이 중국에 아편을 밀수출하기 시작한 것은 18세기부터이며, 19세기에 이르자 중국에서 아편 소비량은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청나라 황금기였던 강희·옹정·건륭제의 통치기가 끝난 뒤 중국 관료들은 부패했고 늘어난 인구를 부양할 만한 생산성의 향상이나 제도적 대책은 없었다. 중국인들은 현실의 쾌락이나 고통으로부터 도피하기 위해 아편을 피웠다. 영국은 청나라와 사이에 발생한 천문학적 무역적자를 벌충하기 위해 아편을 공급했고, 이는 양국의 아편전쟁으로 이어졌다. 아편전쟁에서 패한 중국은 영국과 불평등조약을 맺었고 이후 미국, 프랑스 등과도 불평등조약을 맺을 수밖에 없었다. 중국 대륙이 서구 열강에 의해 잠식되어가기 시작했던 것이다. ◇소독약이 더 일찍 나왔더라면 석가모니는? 마야 부인은 석가모니 출산 후 이레째 되는 날 세상을 떴다. '산욕열'이 원인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태어나자마자 어머니를 잃은 석가모니는 우울한 청년기를 보냈고 오랜 고행 끝에 큰 깨달음을 얻었다. 산욕열은 태반 박리, 출산으로 생긴 상처 등에 세균이 침입해 발생한다. 하지만 19세기 중반까지 원인이 규명되지 않았다. 1846년부터 연구에 몰두한 빈대학 종합병원 의사 제멜바이스는 의료진에게 손 씻기를 명하고 속옷과 의료기구를 철저히 소독해 12%였던 병원 내 산모 사망률을 0.5%까지 끌어내렸다. 이후 영국 외과의사 리스터가 페놀 소독약을 사용하면서 병원 위생은 획기적으로 개선됐다. 만약 석가모니 시대에 소독약이 있었더라면, 그래서 마야 부인이 일찍 세상을 떠나지 않았더라면 석가모니는 출가하지 않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한편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약은 진통·소염제인 아스피린이다. 지금까지 생산량은 5천㎎ 알약 기준으로 1천억 알 분량이며, 지구에서 달까지 한 번 반 왕복할 수 있는 거리다. ◇"짐승이 인류보다 먼저 약을 이용했다." 인류가 약을 활용하기 전부터 동물들은 약을 이용했다. 남미에 서식하는 꼬리 감는 원숭이(카푸친 원숭이)들은 노래기(지네 비슷하게 생긴 절지동물)를 발견하면 잽싸게 잡아서 자기 몸 여기저기에 문지른다. 노래기가 방출하는 화학물질 벤조퀴논(Benzoquinone)을 몸에 바르면 뱀이나 해충 등이 가까이 다가오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곤충도 약을 쓴다. 불나방 유충은 제 몸속에 둥지를 튼 기생충을 퇴치하기 위해 '약초'를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녀석들은 기생파리가 제 몸에 알을 낳으면, 평소에는 잘 먹지 않는 나도독미나리속의 독당근(Conium) 같은 독성식물을 찾아 먹는다. 독성식물을 뜯어 먹은 불나방 유충은 독초를 먹지 않은 녀석들보다 생존율이 훨씬 높다고 한다. 고대 인류는 어떤 물질들을 약으로 사용했을까? 메소포타미아 사람들은 기원전 4000년경부터 3000년경까지 점토판에 550종이나 되는 의약품 목록을 기록해 놓았는데 놀랍게도 소똥과 말똥, 썩은 고기와 기름, 불에 태운 양털, 돼지 귀지 같은 것들이다. 그들이 '약이 아닌 것'을 '약'으로 썼던 것은 질병을 악마가 몸속에 침투해 생긴 것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약이 아닌 약'이 자취를 감추기 시작한 것은 '의학의 성인' 히포크라테스 시대에 들어서면서부터다. 251쪽, 1만6천원. ▶지은이 사토 겐타로는… 1970년 5월 8일 효고현에서 태어나 도쿄대 이과대학교 이학부 응용화학과를 졸업했으며, 도쿄공업대학교 대학원에서 유기합성화학을 공부했다. 현재 과학 전문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으며 주로 화학 관련 잡지에 칼럼을 연재한다.

2018-05-12 00:05:10

한권으로 만나는 전국 맛집 3,245곳…『전국의 맛집 2018』

"이 책 한 권으로 전국의 내공 있는 맛집을 한 번에 만나보자." 맛집 평가 사이트 '블루리본 서베이'가 올해 '전국의 맛집' 2018년판을 선보였다. 음식 관련 전문가와 2만 명이 넘는 식도락가들의 평가를 바탕으로, 서울을 제외한 전국의 수준 있는 맛집을 지역별로 소개하고 있다. 올해 이 책에 수록된 맛집은 3천245곳으로 지난해 3천304곳보다 59곳 줄어들었다. 올해 특이할 만한 것은 리본 3개를 받은 곳이 단 1곳이라는 점이다. 세종시의 프랑스식 레스토랑 '시옷'으로 국내 프렌치 오너셰프 1세대이자 20여 년 동안 정통 프렌치를 선보이는 서승호 셰프의 레스토랑으로, 전년도에 이어 올해도 좋은 평가를 받아 리본 3개를 유지해 전국 최고의 맛집으로 선정됐다. 리본 2개 맛집은 139곳으로, 지난해 137곳보다 2곳이 늘어났으며 리본 1개 맛집은 1천224곳에서 1천186곳으로 38곳이 줄어들었다. '전국의 맛집'은 2015년판부터 중부지역 편과 남부지역 편을 한 권으로 합본해 발행하고 있다. 이 책은 총 3부로 구성돼 있다. 1부는 블루리본 추천 맛집, 2부 전국의 맛집, 3부 찾아보기 순이다. 3부에서는 책에 수록된 전국의 맛집을 음식 종류별, 가나다순으로 나열한 찾아보기를 수록해 원하는 맛집을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했다. 블루리본 서베이는 보다 객관적인 데이터를 토대로 대다수 독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결과를 제공하기 위해, 국내 최초로 다수의 의견을 수렴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2006년 4월부터 자체 웹사이트(www.blueR.co.kr)를 통해서 일반인들이 참여하는 평가가 이뤄지고 있으며, 이러한 평가 결과는 리본의 개수로 표시된다. 이 중에서 리본 2개를 받은 음식점을 대상으로 블루리본 기사단의 최총 평가를 거쳐 리본 3개를 받을 음식점을 선정한다. 대구에서 선정된 맛집은 ▷남구 20곳(그저모이기·금성반점·김천식당·낙산가든·대덕식당·대동강·대해복어·런던플랏·세창만두·청학식당·후포회수산 등) ▷달서구 9곳(가야성·김주연왕족발·남강장어·당인가차이나타운·데일리베이킹스튜디오·버들식당·석봉포차·신신반점·오월의아침·편대장영화식당 죽전점) ▷달성군 8곳(가창칼국수·박곡칼국수·살롱드이안·원조동곡할매손국수·원조현풍박소선할매집 곰탕·유심정·큰나무집·홍빠오) ▷동구 16곳(거창할매집·고향차밭골·구불로식당·꼬꼬하우스·노코루·만나식당·산골기사식당송이순두부집·삼아통닭·성공식당·신성가든·황정승 등) ▷북구 14곳(거창식당·단골식당·련·싱글벙글 막창전문점·왕근이칼국수·인도방랑기·자갈마당 복어·칠성동할매콩국수 등) ▷서구 6곳(똘똘이식당·명성식당·배박사 늑대갈비·복들어온날·제비원식당·최영경할매빈대떡) ▷수성구 49곳(대어초밥·더키친노이·둥굴관·라벨라쿠치니·라우스터프·마루막창·만반·묵돌이·민수사·바우만·산꼼파·분더브래드·뺑드깜빠뉴·신짜오·아리조나막창·일리아나레스토랑·정이품·전라도꽃게장·투베어스마켓·화청궁·허대구대구통닭 등) ▷중구 86곳(8번식당·강산면옥·개정·국일생갈비·교동따로식당·낙영찜갈비·남문납짝만두·노엘블랑·녹양·대동면옥·마산설렁탕전문·로타리식당·만리장성·미성당납작만두·미야꼬·백록식당·복해반점·부산안면옥·부창생갈비·산시로·삼송빵집·상주식당·성주숯불갈비·송학구이·영생덕·왕거미구이·유경식당·중앙떡볶이·진골목식당 등) 이 책에는 대구뿐 아니라 경북에도 한식(일반한식, 가금류, 민물어패류, 어패류, 면류, 육류, 탕·국·찌개), 중식, 일식, 이탈리아식, 디저트, 기타 등 300곳 안팎의 맛집을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632쪽, 1만9천원.

2018-05-12 00:05:10

[반갑다 새책] 나뭇잎 물음표

나뭇잎 물음표/ 백점례 지음/ 고요아침 펴냄 매일신문 신춘문예 출신 백점례 씨가 1년 만에 시조집을 펴냈다. 백 작가는 2011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등단 작 '버선 한 척, 문지방에 닿다'는 시조에서 버선과 문지방을 시어(詩語)로 영혼의 고요를 뛰어나게 형상화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해설을 쓴 정숙자 시인은 백 시인의 시 세계를 '고요한 경청과 발효의 문양'으로 정리하고 누구보다도 속 깊은 경청과 그것의 발효를 단정하게 담아냈다고 평가했다. 현대의 역동성을 추구하기보다 비움으로 간소하고 단아한 시조 세계를 추구했다는 것이다. 이정환 시인도 추천사에서 "백 시인은 언어의 샅바를 부여잡고 씨름하는 일을 오랫동안 잘 견디며 자아와 세계의 속사정을 면밀히 탐구해왔다"며 "그 덕에 자연의 함의(含意)를 표현하거나 현실 문제를 들추어낼 때 명료하다"고 평가했다. 시인은 68편의 작품을 통해 특유의 겸허와 조율한 문양을 시편(詩篇)에 가지런히 담아냈다. 110쪽, 1만원.

2018-05-12 00:05:10

[반갑다 새책]압독국의 맥박1, 2

압독국의 맥박1, 2/ 배석두 지음/ 정문출판사 펴냄 경산의 삼국시대 초기 소국 '압독국'을 주제로 한 소설 '압독국의 맥박 1, 2'가 출간됐다. 1960년대 후반, 고교를 졸업한 19세 청년 영석과 그 친구들이 의문의 토기를 마주치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토기가 압독국 토기라는 사실을 알게 된 영석과 친구들은 2천 년 전 이곳에 존재했던 고대의 흔적을 찾아 나선다. 압독국 실체를 찾아 나서면서 주인공은 압독국의 토기가 맥반석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을 알게 되고, 이 맥반석 토기가 신라시대 유물에도 사용됐다는 사실도 밝혀낸다. 경북대 출신의 저자는 머리말에서 "고분들은 2천 년 전 압독국 선조들의 삶이 묻힌 곳이다. 선인들의 숨결이 깃든 고분 언저리는 우리들의 성지 같은 곳이었다. 소년 때를 벗어나면서 밀어를 나누던 이곳은 그 어떤 곳보다 초월적인 존재가 될 수밖에 없었다"고 적고 있다.

2018-05-12 00:05:10

조선일보 1928년 11월21일 자에 실린 임꺽정 제1회.

[정혜영의 근대문학을 읽다] 홍명희의 '임꺽정'과 경세제민

일제강점기 조선 삼대 천재로 불리는 세 명의 인물이 있다. 이광수, 최남선, 그리고 홍명희이다. 이 세 사람은 함께 일본 유학을 하며 근대를 배웠고, 함께 조선 신문학 건설의 꿈을 지녔으며 함께 조선의 근대와 자립을 향한 열망을 키워나갔다. 그러나 독립이 요원해지자 사람들은 지쳐갔고 이광수와 최남선 역시 꿈을 버리고 친일을 향해 나아갔다. 그 신산한 세월 속에서 홍명희는 마지막까지 친일의 길을 선택하지 않고 버텼다. 경술국치를 한탄하며 소나무 가지에 목을 매어 자결한 부친 홍범식과는 또 다른 방법으로 일제와 타협하지 않았다. 대하 역사소설 '임꺽정'(1928~1940)은 일제라는 폭력적 시대에 대한 홍명희 나름의 저항 기록이었다. '임꺽정'은 연산조에서 명종조에 이르는 어지러운 시대의 상황묘사에 긴 분량을 할애하면서 시작된다. 소설은 세밀한 시대 상황 묘사를 통해서 왜 임꺽정이라는 도적이 조선 중기에 출현했으며, 왜 그가 민중의 지지를 얻을 수밖에 없었는가를 설명해간다. 여기에 이어서 임꺽정이 스승 갖바치와 함께 한라산에서 백두산에 이르는 조선 전국토를 여행하는 과정이 그려진다. 홍명희는 '임꺽정'에서 조선의 역사와 조선 국토에 대한 기억을 하나씩 되살려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 기억이란 일본제국이 조선인들의 머릿속에서 지우려 한 조선인의 정체성에 관한 것이었다. '임꺽정'에서 홍명희가 되살리고 있었던 것은 조선에 대한 기억만이 아니었다. 의적 임꺽정의 반역 모티프를 통해 저항의 정신을 독자들의 마음속에서 불러내고 있었다. 조선조 명문 사대부 집안 후손 홍명희가 백정 임꺽정의 반역 정신을 지지하다니, 도대체 홍명희는 무엇을 말하려 했던 것일까. 홍명희가 어린 시절부터 몸에 익힌 것은 한문 경전이며 한시였다. 그는 수백 년 전 역사 속 인물들이 남긴 한문 경전이나 한시의 문맥을 읽으면서 지식만이 아니라 경세제민(經世濟民) 의식과 정신을 함께 마음에 익히고 있었다. 조선조 명문 사대부 후손인 홍명희가 양반 지배계급의 척결을 외치던 임꺽정의 반역 정신에 눈을 돌린 것은 한문 경전에 내포된 '경세제민'이라는 정신의 틀에 비춰볼 때 당연한 일이었다. 그리고 일제에 타협하지 않은 의지 역시 이 정신의 틀 속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마르크시즘 같은 다양한 서구 학문을 공부하고, 도스토옙스키와 톨스토이 소설을 탐닉했어도 홍명희 정신세계의 핵심은 언제나 한문경전과 맥이 닿아 있었다. 그의 정신은 스물두 살이던 1909년 지은 칠언율시 구절, '우국일심역로'(憂國日深易老·나라 걱정 날로 깊어 마음은 쉬이 늙고)의 세계 속에서 언제나 머물러 있었던 것이다.

2018-05-12 00:05:10

초록의 숲

[내가 읽은 책] 나무를 심은 사람/장 지오노/두레/2017

나무를 심은 사람/장 지오노/두레/2017 도토리 한 알. 혼자서는 힘이 없다. 그러나 도토리가 흙을 만나 나무가 되고, 나무가 모여 숲이 되었을 땐 이야기가 다르다. 울창한 초록의 숲은 시냇물 소리, 새들의 노랫소리, 사람들의 웃음소리까지 만들어 낸다. 그것이 도토리 한 알에서 시작되었다고 누가 상상이나 할까. 하지만 더 놀라운 이야기가 있다. 그 울창한 숲이 보잘것없는 한 노인 혼자 일궈낸 것이라면 믿을 수 있을까? 장 지오노(Jean Giono·1895~1970)는 『나무를 심은 사람』의 배경이 되는 프랑스 남부 오트 프로방스의 소도시에서 태어났다. 그는 1차 세계대전에 참전하여 전쟁의 참화를 겪은 뒤 평화주의자가 되었다. 전쟁 반대, 무절제한 도시문명에 대한 비판, 참된 행복의 추구, 자연과의 조화 등이 그의 작품의 주제가 된다. 34세 때 첫 작품 『언덕』을 발표하면서부터 역량 있는 신예작가로 주목을 받았고, 약 30편의 소설과 에세이, 시나리오를 써서 20세기 프랑스의 뛰어난 작가 중 한 사람이 되었다. 장 지오노는 실제로 오트 프로방스를 여행하다가 혼자 사는 양치기를 만났는데, 그는 황폐한 땅에 해마다 끊임없이 나무를 심고 있었다. 작가는 여기에 큰 감명을 받아 이 책의 초고를 썼으며, 그 후 약 20년에 걸쳐 글을 다듬어 작품을 완성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의 이야기가 그토록 생생하게 들리는 것은 자신이 크게 감동한 실제 이야기가 바탕이 되었기 때문이리라. 이야기 속 노인 '엘제아르 부피에'는 30년이란 긴 세월 동안 한 번도 실의에 빠지거나,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의심을 품는 일 없이 꾸준히 나무를 심어왔다. 그가 한 일은 도토리를 땅에 심는 단순한 노동이었지만, 그것이 불러온 변화는 결코 단순하지 않았다. 메마르고 거친 바람 대신에 향긋한 냄새와 함께 물 흐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한때 난폭하고 원시적이었던 사람들도 젊음과 활력으로 넘쳐났다. 고집스럽게 한 가지 일을 꾸준히 해낸 그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래서일까. 작가는 이 노인을 '위대한 혼과 고결한 인격을 지닌 한 사람'(70쪽)이라고 묘사하고 있다. 비록 배운 것 없는 노인이었지만 '그 사람의 행동이 온갖 이기주의에서 벗어나 있고, 그 행동을 이끌어 나가는 생각이 더없이 고결하며, 어떤 보상도 바라지 않고, 그런데도 이 세상에 뚜렷한 흔적을 남겼기에'(9쪽) 그의 인격을 고결하다고 표현하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이러한 노인을 통해 작가는 '스스로를 보잘것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그 어떤 사람도 거룩한 생각을 품고 굽힘 없이 목표를 추구해 나가면 기적 같은 일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ㄱ,ㄴ,ㄷ,ㄹ. 혼자서는 힘이 없다. 그러나 자음이 모음을 만나 단어가 되고, 단어가 모여 글이 되었을 땐 이야기가 다르다. 아니, 다르길 소망해본다. 이 글이 누군가를 『나무를 심은 사람』에게로 이끈다면. 그 책에 감동을 받은 사람 하나하나가 각자의 자리에서 고결한 인격을 발휘한다면. 그러면 언젠가 우리는 몰라보게 달라진 세상을 만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마치 도토리 한 알이 초록의 숲이 되는 것처럼….

2018-05-05 00:05:03

쇼스타코비치 '혁명 선율' 탄생, 러시아 현대사 반추하다…『죽은 자들의 도시를 위한 교향곡』

죽은 자들의 도시를 위한 교향곡/M.T. 앤더슨 지음/장호연 옮김/돌베개 펴냄 러시아 작곡가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1906~1975)의 생애와 '교향곡 7번 레닌그라드'의 탄생에 얽힌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책은 쇼스타코비치의 음악과 생애를 통해 러시아 현대사를 반추하는데, 2차 세계대전 중 가장 길고 잔혹했던 레닌그라드 전투와 제국의 수도 상트페테르부르크가 페트로그라드로, 다시 레닌그라드로 이름이 바뀌는 동안 명멸했던 사건들을 파노라마처럼 보여준다. ◇쇼스타코비치 "내 교향곡은 묘비다" 책의 줄기는 쇼스타코비치의 생애다. 1906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부르주아 가정에서 태어난 소년이 혁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아버지를 여의고 안온한 삶과 작별하는 이야기부터 1975년 세상을 떠나기까지, 약 70년의 세월이 시간순으로 펼쳐진다. 쇼스타코비치가 어떤 인물이었는지 소개하며, 그와 교류했던 인물들과 당대 예술계의 풍경을 넓게 조명한다. 책 초반부이자 쇼스타코비치 청춘기에는 혁명의 기쁨과 내일에 대한 기대로 들끓는 젊은 예술가들의 모습이 생동감 있게 펼쳐진다. 하지만 혁명의 끝은 처참했다. 예술 분야 미래파의 상징적인 인물이었던 마야콥스키는 자신이 건설에 참여했던 세상을 더 이상 견딜 수 없어 권총으로 자살했다. 쇼스타코비치의 동료였던 연극 연출가 메이예르홀트는 갖은 고문을 당한 뒤 처형됐고, 메이예르홀트의 부인이자 배우였던 지나이다 라이흐는 무단 침입한 괴한의 칼에 난자당하고 눈이 도려진 채 죽었다. 음악 애호가였으며 쇼스타코비치의 후견인이었던 붉은 군대 투하쳅스키 원수는 첩자라는 누명을 쓰고 처형당했다. 피와 죽음은 끝없이 이어졌다. 예술가와 지식인, 농민, 노동자, 군인들이 강제수용소로 끌려가고, 처형당했다. 훗날 쇼스타코비치는 이렇게 회고했다. "내 교향곡은 대부분 묘비다." ◇나치 독일의 공격을 견디기 위해 작곡 이 책의 핵심 부분은 '레닌그라드 전투'와 그 참혹한 가운데에서 '교향곡 7번 레닌그라드'가 탄생하는 이야기다. 독일의 2년 반 동안에 걸친 레닌그라드 포위 공격과 굶주림, 추위로 100만 명이 넘는 러시아 시민들이 죽었다. 당시 쇼스타코비치는 나치의 포위 공격과 소비에트 독재라는 이중의 압박을 동시에 받았다. 스탈린 독재는 자유로운 영혼을 짓누르는 유령 같았고, 숙청 위협은 그림자처럼 그의 머리 위에 도사리고 있었다. 1941년 쇼스타코비치는 독일의 포위 공격으로 초토화된 레닌그라드 시민들을 찬양하고 추모하기 위해 '교향곡 7번' 작곡에 들어갔다. 이곡은 쿠이비셰프에서 사무일 사모수트가 지휘하는 볼쇼이 극장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1942년 3월 5일 초연됐다. 소비에트 당국은 이 곡을 반(反)나치 투쟁의 찬가로 치켜세웠다. 하지만 쇼스타코비치가 곡에 담은 정신이 나치에 대한 저항인지, 무고한 시민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독재자 스탈린에 대한 저항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어쨌거나 굶주림과 추위로 죽어가던 레닌그라드 시민들은 이 곡에서 위로와 희망을 얻었고 다시 살아갈 의지를 불태울 수 있었다. 나아가 이 곡을 들은 세계인들은 러시아의 곤경에 뜨겁게 공감했고, 광범위한 원조의 손길을 내밀었다. 러시아가 길고긴 레닌그라드 전투에서 승리를 거두는 데 크게 기여한 것이다. ◇끝내 무릎 꿇지 않은 도시 레닌그라드 이 책은 잔혹한 적들 앞에서 끝내 무릎 꿇지 않은 도시 레닌그라드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도시를 봉쇄하고 지독하게 몰아붙이는 독일군에 죽음으로 저항하는 레닌그라드 시민들의 불굴의 정신이 책 곳곳에 담겨 있다. 비참하기 이를 데 없는 고통 속에서도 당시 러시아인들은 자신들이 음악과 예술과 문학을 아끼고 사랑하는 문명인임을, 가족과 이웃을 사랑하는 따뜻한 인간임을 증명하고 보여주었다. 레닌그라드 시민들은 적을 물리치기 위해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전투에 임했고, 혹독한 추위와 굶주림에서 살아남기 위해 서로를 도왔다. 전투가 이어진 900일 동안 100만 명이 넘는 시민이 죽고, 거리마다 집집마다 매장하지 못한 시체가 뒹굴고, 집에서 기르던 동물을 잡아먹고, 식인 행위까지 은밀히 저질러졌지만, 끝내 그들은 살아남았다. 역설적이게도 문화예술의 도시 레닌그라드를 파괴한 인물은 히틀러가 아니라 스탈린이었다. 자신을 3인칭 '스탈린 동지'로 지칭하기를 즐겼던, 변덕스럽고 포악한 독재자 스탈린은 무모한 5개년 계획과 숙청으로 러시아 전역에 피바람을 일으켰다. 지은이는 "레닌그라드를 파괴한 것은 스탈린이고 히틀러는 그저 마무리했을 뿐이다. 이 책 '죽은 자들의 도시를 위한 교향곡'은 인류의 두 적 스탈린과 히틀러의 범죄를 고발하는 책이다"고 말한다. ◇쇼스타코비치는 어떻게 살아남았나? 스탈린의 압제 아래 쇼스타코비치가 유배되거나 망명을 떠나지 않고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일부에서는 그를 타협과 순응으로 목숨을 부지한 겁쟁이로 몰아세우기도 한다. 실제로 쇼스타코비치는 정부가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대신 쓴 선전 기사에 기꺼이 서명했다. 자신의 친구들을 수없이 죽음으로 몰아넣은 비밀경찰 NKVD의 악단을 위해 활기찬 춤곡을 작곡하기도 했다. 쇼스타코비치는 충성스러운 스탈린주의자였을까, 반체제 인사였을까? 기회주의자였을까, 소신 있는 사람이었을까? 지은이는 이렇게 답한다. "어느 쪽도 아니다. 그는 살아남으려고 애썼다."(481쪽) 쇼스타코비치는 자신의 지위와 영향력을 이용해 친구들을 도우려고 애썼고, 대공포 시대에 감옥에 갇히거나 죽은 무고한 사람들의 누명을 벗기려고 최선을 다했다. 전쟁 후 스탈린이 또 다른 숙청을 준비하는 기미가 보일 때 스탈린과 그 부하들을 은밀히 조롱하는 곡을 작곡하기도 했다. 그렇게라도 살아야 했고, 그렇게라도 조롱해야 했다. 쇼스타코비치는 자신이 목숨을 부지한 방식을 수치스러워했다고 한다. 내키지 않는 선택과 굴종을 강요받았던 쇼스타코비치의 삶을 전혀 다른 시대, 다른 조건에서 살아가는 제3자가 함부로 평가할 일은 아닐 것이다. 546쪽, 2만2천원. ▷지은이 M. T 앤더슨은… 1968년 미국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에서 태어나 보스턴 근교의 작은 마을에서 자랐다. 소설 쓰기, 만화 그리기, 컴퓨터 어드벤처 게임에 빠져 청소년기를 보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영문학과를 졸업했다. 역사소설 '옥타비안 낫싱, 검은 반역자 1: 천연두 파티'로 전미도서상을 받았다.

2018-05-05 00:05:03

[책 CHECK] 쓸모없는 세월은 없다

쓸모없는 세월은 없다/이영만 지음 / 페이퍼로드 펴냄 10년, 20년 시간이 쌓일수록 우리는 흘러간 시간에 대해 후회를 하기도 하고, 다시 못 올 순간을 그리워하기도 한다. 때로는 '아무것도 한 게 없다'는 자책감에 괴로워하기도 한다. 이 책은 이처럼 인생을 헛산 것 같은 허무감에 사로잡힌 이들에게 따뜻한 위로가 되고, 쓰라린 가슴에 약이 되는 30여 편의 글을 모은 책이다. 저자는 기자 생활을 40년이나 했다. 기자라는 직업의 특성상 많은 사람을 만나고 그들의 인생을 엿보아 오는 동안 차곡차곡 쌓아온 물음에 답할 수 있는 내면의 지혜를 얻었다. 그리고 그가 내린 결론은 바로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쓸모없는 세월은 없다'는 것. 저자는 서문에서 '지금 살아있는 게 가장 큰일이고 가장 잘한 일'이라고 말한다. 저마다 인생의 과제가 다르고, 당장 손에 쥔 부와 명예도 천차만별이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평탄해 보이는 삶이라 할지라도 군데군데 굴곡이 있으며, 아무것도 한 것이 없다고 해서 정말로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시간의 무게와 파고를 견디면서 그럭저럭 살아온 것만으로도 우리네 인생은 박수를 받을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말한다. 166쪽, 1만1천200원.

2018-05-05 00:05:03

[책 CHECK] 밥 먹여주는 인문학

밥 먹여주는 인문학/ 이호건 지음/ 아템포 펴냄 이 책은 유명한 철학자들의 생각을 통해 오늘날의 현실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인문학 안내서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데 필요한 인생, 감정, 관계, 혁신, 생각 등 5가지의 대주제를 바탕으로 35개의 키워드로 일상에서 마주치는 질문을 던진다. '나의 운명은 정해진 것일까' '정말로 꿈은 이루어질까' '고통은 왜 찾아오는 것일까' '우리는 왜 행복하게 살지 못하는 것일까'라는 인생의 화두부터 '첫사랑이 낯설게 느껴지는 이유는?'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고 싶다면' '약점은 숨겨야 할까, 드러내야 할까' 같은 인간관계에서의 소소한 질문까지 다루고 있다. 저자는 인문학이 결코 멀고 높은 곳에 있는 고상한 사람들의 생각이나 소유물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생각하고 살아가듯 우리의 삶 속에 녹아 있다고 말한다. 따라서 이 책은 인문학이 우리의 삶과 동떨어진 학문이 아니라 일상 깊숙이 뿌리내리고 있고, 현실문제에 대한 깊은 성찰과 함께 올바른 삶의 방향을 모색할 수 있게 해준다. 268쪽, 1만4천500원.

2018-05-05 00:05:03

살 만한 터전을 가꾸는 일, 삶의 철학 '풍수'…『사람의 지리 우리 풍수의 인문학』

사람의 지리 우리 풍수의 인문학/ 최원석 지음/ 한길사 펴냄 우리 민족에게 풍수는 생활 속에 녹아든 삶의 철학이자 생활의 중요한 요소였다. '살 만한 터전'을 가꾸는 일 자체가 풍수였고, 체계화된 지리(地理)는 우리의 전통적 사고구조의 한 축이었다.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이 기후, 풍토 여건에 맞춰 창의적으로 실천해온 삶의 태도이자 방식이기도 했다. 이런 풍수가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일종의 미신처럼 취급되었다. 그러면서도 일제는 전국의 명당에 쇠말뚝을 박는 비문명적이고 이중적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우리 시대의 '산가'(山家)로 불리는 최원석 경상대 교수가 풍수에 관한 연구 성과를 정리한 책을 펴냈다. 저자는 오늘날 왜곡된 인식을 안타까워하며 우리 풍수의 본모습을 밝히려 애쓰고 있다. 각종 사료와 도판, 사진을 활용했다. ◆미신, 실용, 과학 사이 애매한 정체성 오늘날 우리에게 풍수는 미신과 실용, 신비와 경험, 사실과 허구가 섞인 애매한 이미지로 다가온다. 누군가는 TV 프로그램에서 정체가 불분명한 무속인이나 도인을 섭외해 수맥을 찾거나 비현실적인 운명론에 대해 논하는 것을 떠올린다. 저자는 이런 우리 사회의 풍수에 대한 인식과 대우가 합당한가 묻는다. 1천여 년 전부터 우리의 삶과 밀접하게 관계를 맺은 풍수는 단순히 과학으로 극복해야 할 낭설에 불과한가. 이 책은 이처럼 가장 기본적인 물음에서 출발한다. 최 교수는 우리 풍수는 현장에 가서 직접 봐야 그 실체를 알 수 있는 '생활풍수'에 가깝다고 말한다. 문헌에 남아 있는 좌청룡 우백호 같은 이론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대신 마을 고유 풍수설화나 오래 가꿔온 경관에서 한국풍수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즉, 풍수 지식 체계는 한국인의 자연에 대한 태도와 문화경관 입지에 영향을 주고 자연경관을 문화 경관으로 바꾸는 인자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고려, 조선 거치며 민간 생활 속으로 한국풍수의 또 다른 특징은 불교와 결합이다. 불교는 한국에 전파된 최초 종교라는 점에서 두 사상의 결합은 필연적이었다. 이는 한국풍수 시조를 승려인 도선(道詵)으로 보는 것이나 사찰을 지을 때 대부분 풍수적 입지를 고려한 것을 봐도 잘 드러난다. 풍수는 8세기에 중국에서 전해졌지만 고려시대 들어와 불교와 결합하며 한국 풍수 특색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명찰의 입지(立地)에만 풍수가 활용된 것은 아니었다. 처음에는 지배층이 일종의 지배 이데올로기로 풍수를 활용했다. 왕건의 '훈요십조'(訓要十條)나 묘청의 '서경천도론'이 대표적 사례다. 또 왕궁이나 왕릉, 국가 사찰 등을 만들 때 풍수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일반 백성들과 왕실을 차별화하는 수단으로 활용하기도 했다. 이런 계급적, 귀족적 풍수사상은 조선시대가 되면서 민간의 삶에까지 뿌리를 내리게 된다. 조선시대 유교 지식인들은 풍수를 주자학이라는 준거를 가지고 비판적으로 받아들였다. 크게는 국가적 제도에서 작게는 향촌사회의 공간담론과 개인적 주거생활사에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21세기 한국 풍수의 올바른 발전 방향 저자의 관심은 21세기 학자들은 풍수를 어떻게 연구하고 있는가에 미친다. 최 교수는 서양의 연구에서 평가된 풍수의 의의와 비전을 다음과 같이 요약한다. ▷환경문제 해결과 지속가능한 발전 대안 ▷심미적 경관미학 ▷지속가능한 주거지 입지선택과 건축 디자인 적용 ▷환경과 생태적 가치의 증진 등에서 그 가치를 찾고 있다고 분석한다. 특히 문화 다양성 가치가 중시되는 오늘날 풍수가 동아시아적 환경지식체계의 유산으로 평가받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현존하는 풍수경관은 자연과 문화의 통합적 유산으로서 문화적 경관자원이기도 하다. 한국의 왕릉과 하회·양동마을의 풍수적 입지요소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받았던 것도 그러한 맥락에 있는 것이다. 한국 풍수의 역사와 의의 그리고 오늘날 연구 성과까지 집대성한 이 책은 사회, 문화, 정치, 지역적인 접근 방법으로 풍수연구의 새로운 지평과 학문적 체계를 수립하려는 노력을 담아냈다. 21세기 풍수 르네상스를 꿈꾸는 저자는 마지막 5장에서 "최근 풍수에 관한 이론이 양적, 질적으로 해석 수준이 높아졌다"며 "과거 전통적인 관점에서 벗어나 현대적, 과학적 접근도 증가하는 추세"라고 짚었다. 무엇보다 한국과 동아시아를 넘어 서구에서도 풍수에 관심이 커지고, 연구가 급증하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고려와 조선이 풍수사상에 다양한 시류(時流)를 담아냈듯, 현대에서도 한국 풍수가 세계의 담론으로 확장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고 있다. 676쪽, 2만4천원.

2018-05-05 00:05:03

[반갑다 새책] 천문과 지리 전략가 이순신

천문과 지리 전략가 이순신/이봉수 지음/ 시루 펴냄 이순신 장군이 노량해전에서 전사한 지 42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이순신에 대해 열광하고 있다. 그의 업적, 리더십, 인간적인 캐릭터를 분석한 책도 꾸준히 출간되고 있다. 최고 이순신 연구가 중 한 명으로 손꼽히는 저자는 이순신의 전략전술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가 전투를 치렀던 장소를 직접 가봐야 한다는 믿음으로 지난 20년 동안 장군의 발자취를 따라 남해의 구석구석을 누볐다. 이순신이 처음 승리를 거둔 옥포해전지에서 마지막 숨을 거둔 노량해전지까지, 지난 20여 년 동안 저자가 직접 발로 뛰며 새롭게 발견한 모든 내용이 총망라 됐다. 이 책에서 저자는 지금까지 이순신의 리더십이나 인간적인 면에 감춰져 있던 천문과 지리에 대한 그의 놀라운 통찰과 혜안을 철저한 현장 답사를 통해 밝혀냈다. 304쪽, 1만6천원.

2018-05-05 00:05:03

[반갑다 새책] 청년의인당

청년의인당 최태욱 지음/ 책세상 펴냄 비정규직 노동자, 소상공인, 청년이 70∼80%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는데, 국민의 선거로 구성된 우리 국회에 왜 이들을 대표하는 정당이 없을까? 정치제도 개혁을 위해 노력해온 정치학자 최태욱 교수(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가 한국 사회 정치개혁을 화두로 장편소설을 출간했다. 2016년 5월의 광화문 광장은 100만여 명의 청년들로 가득 채워졌다. '차별 없는 세상을 향한 행진'을 선포한 청년들은 국회로 진격해 들어갔고 4천여 명이 국회의사당을 점거해 한 달간 농성에 돌입했다. 청년들의 국회 점거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는 물론 소설 속 이야기다. 그런데 한국 사회에서 '청년 봉기'는 과연 가상의 사건이기만 한 것일까? 픽션으로 치부해버리기에는 청년 문제가 현실에서 너무나 심각하다. 저자는 '청년들의 봉기'를 통해 왜 선거제도를 개혁해야 하는지, 개혁은 누가 어떻게 할 수 있는지, 개혁을 하면 어떤 세상을 만들어갈 수 있는지를 생동감 있게 그려내고 있다. 414쪽, 1만4천800원.

2018-05-05 00: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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