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책

 

휴가지에서 읽기 좋은 책 BEST 3

휴가지에서 읽기 좋은 책 3권 ▷글쓰기 좋은 질문 642 ▷언어의 온도 ▷호텔 선인장 이 카드뉴스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매일신문 디지털 시민기자 이미나 제작

2018-07-10 09:41:12

일러스트 전숙경

[2018년 제4회 시니어 문학상 대상-논픽션]뒤로의 여행②

첫 번째 산 고개를 넘는데 사방이 온통 까맣게 물들고 있었다. 밤마다 돌을 던진다는 늑대들이 이쪽저쪽 숲속에서 나와 앞을 가로막을 것 같았다. 고무신은 어디로 갔는지 맨발에 돌부리가 밟힐 때마다 휘청거렸다. 두 번째 산 고개에 도착하자 까맣게 덧칠을 한 나무들은 기기묘묘한 형상으로 나를 위협하고 있었다. 길 양쪽에 빽빽이 늘어선 소나무들은 열병식을 치르는 군인들로 변해있었다. 거총을 한 군인들 사이를 빨리 벗어나고 싶었지만, 다리가 움직여 주지 않았다. 울음소리도 목 안에서 맴돌았다. 몽당 빗자루 귀신이 나온다는 뫼 등을 지나다 오금이 저려 결국, 주저 않고 말았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꿈을 꾸는 것처럼 호롱불이 다가왔다. 엄마였다. 빤짝이는 별이 보였다. 뒤이은 영상은 고난에 맞선 엄마와 나의 전학증에 관한 이야기였다. 오학년 여름방학 때였다. 자식들 잘 먹이고 공부시켜 보겠다는 일념으로 비탈밭을 팔아 부산 달동네 판잣집 방 한 칸을 얻어, 출발을 며칠 앞둔 날이었다. 뒷산에서 뻐꾸기 울음소리가 한낮을 알리자 엄마는 밭고랑 끝에서 흙을 툭툭 털며 오라는 손짓을 했다. 나는 막냇동생을 업고 커다란 소나무가 있는 오대조 할아버지 뫼 등으로 따라갔다. 엄마는 머리에 두른 누런 무명 수건으로 이마의 땀을 닦고, 바가지에 싸 온 보리밥을 따로 덜어주며 말했다. "큰아버지 큰어머니 말 잘 듣고 공부 열심히 해라." 보리밥 한 숟가락을 입에 넣으며 난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학교 졸업 때까지 큰아버지 집에서 지내기로 했지만 동작이 느리고 눈치가 없어 가끔 큰아버지로부터 꾸중을 들어야 했다. 그때마다 엄마가 보고 싶었다. 빨리 부산으로 가고 싶었다. 우는 날이 많았다. 기회 있을 때마다 기별했다. 데려가 달라고,…… 드디어 육학년 1학기를 마치고 전학을 가게 되었다. 부산으로 떠나던 날 큰어머니는 책 몇 권을 싼 검정 보자기 매듭 끝에 박 바가지 세 개를 달아 주시며 일렀다. 도회지에선 물바가지가 귀하니 바가지가 깨어지지 않도록 꼭 옆에 붙어있으라고. 담임선생님은 반 친구들을 데리고 여객선 부두까지 나와 교가도 불러주고 잘 가라는 작별인사로 반 친구 한 사람 한 사람 손도 잡도록 해주셨다. 몇몇 친구들은 낯선 곳으로 가는 걱정스러운 내 마음과는 달리 도청 소재지인 부산으로 전학 가는 걸 부러워했다. 선생님과 반 친구들이 돌아가자 통영에서 부산 집까지 데려다주기로 한 오촌 당숙은 보따리를 잘 지키라는 말을 남기고 길 건너 술집으로 가셨다. 나는 보따리에 앉아 있는 것이 지루했다. 여객선 부두는 사람도 많고 구경거리도 많았다. 주위 구경에 한걸음 한 걸음 빠져있을 즈음 호루라기 소리가 요란했다. 승선 차례 줄을 서려는 사람들이 한곳으로 몰려 갑자기 부두는 소란스러워졌다. 오촌 당숙이 큰 소리로 나를 불렀다. 얼굴에 술기운이 완연한 당숙이 물었다. "보따리 어쨌어?," 보따리가 없었다. 누군가가 가져간 것이 분명했다. 승선표 검사는 시작되고 오촌 당숙은 주위를 살피다 혀를 껄껄 차며 나의 손을 끌고 여객선에 올랐다. 나중에야 알았다. 그 보따리 속에는 나의 전학 증명서가 들어 있었다는 걸, 통신시설이 열악한 당시엔 전학증을 잃어버리면 다시 전학증을 발급받아 와야 했다. 하지만 엄마는 엉덩이도 다 얹지 못하는 난전 계단에 올망졸망 채소를 담은 함지박을 놓고 오르내리는 발길에 애원의 눈길을 주며 종일 앉아있었지만 우린 끼니를 거르는 일이 많았다. 엄마는 쉬는 날이 없었다. 감기몸살로 몸을 가누기 힘들 때도 쉬면 자리를 빼앗긴다며 그곳을 지켰다. 가끔 엄마는 늦은 저녁 밥상 앞에서 한숨 섞인 넋두리로 나를 학교에 보내지 못하는 것을 안타까워하면서도 달리 방도가 없었다. 나는 이침이면 판자로 얼기설기 엮은 대문 안에서 산동네 아이들이 왁자지껄 등교하는 모습을 문틈으로 내다보고 있어야 했다. 삼 개월이 훌쩍 지나고 나뭇잎이 물들기 시작하자 엄마는 비가 세차게 내리는 날 난전 계단에 놓아야 할 함지박을 부뚜막에 놓아두고 아침 일찍 여객선을 타고 통영 충렬초등학교로 가셨다. 엄마는 전학증을 발급받아 우리가 잠든 늦은 밤에 돌아오셨다. 나는 부산 남부민 초등학교에서 졸업할 수 있었다. 다음 영상실 앞에서 난 한참 동안 주춤거렸다. 내 운명의 갈림길 이야기였다. 열네 살 때였다. 초등학교 졸업 후 중학교에 진학을 못 한 나는 아침 일찍 난전에 장사 가신 엄마 대신 동생들을 돌보고 있을 때였다. 머릿속에 돌덩이가 짓누르는 것 같아 힘겹게 눈을 떴다. 병원이었다. 내가 왜 여기에 누워 있는지 의아했다. 간호사가 이마를 짚으며 안타까운 표정으로 말했다. 어제 적산가옥 지붕에서 떨어진 기왓장에 머리를 맞아 아스팔트 길에 쓰러져 있는 나를 지나던 군인이 업고 병원으로 왔다는 것이었다. 천천히 기억을 더듬었다. 강한 바람이 부는 날이었다. 그날따라 막내가 낮잠을 길게 자고 있었다. 갑자기 적산가옥 일 층에 있는 만화방 가게 유리문에 붙은 만화 그림이 보고 싶었다. 그 적산가옥은 삼층으로 다가구가 거주하고 있는 낡은 건물이었다. 비가 올 것 같아 빨리 만화 그림을 구경하고 돌아올 욕심에 나는 신작로를 뛰었다. 숨을 몰아쉬며 만화방 유리문 앞에 서서 그림 두 장을 본 것까지가 기억의 끝이었다. 그런데 묘했다. 가만히 눈을 감자 꿈속 같은 기억 한 점이 가물가물 거렸다. 움직일 수도, 말할 수도, 볼 수도 없었지만 웅성거림 속에서 한마디 말이 아침 호수에서 피어오르는 물안개처럼 귀에 닿아다 멀어지길 반복했다. "역시 군인이 최고네," 일주일이 지났다. 머리 상처도 나아지고 어지럼증도 회복되었으나 왼쪽 다리가 움직이지 않았다. 의사 선생님은 며칠 지나면 서서히 나아질 거라며 퇴원을 허락했다. 집에 온 나는 열흘이 지나도록 앉은뱅이였다. 바깥출입이 불가능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난전 계단 귀퉁이를 지켜야 하는 엄마에게 내 다리마저 무거운 짐을 지우고 있었다. 엄마는 어느 비 오는 날 나를 업고 수소문해둔 부평동에 있는 침술원을 찾아갔다. 집에서 침술원까지 약 한 시간이 걸렸다. 낡은 우산을 내가 받쳐 들었지만, 엄마와 나는 머리 부분만 빼고 비에 흠뻑 젖었다. 침술원 미닫이문을 밀 던 엄마는 멈칫 안으로 들어서지를 못했다. 꽤 넓은 다다미방엔 배에 대침을 꽂고 누워 있는 환자가 빽빽했다. 그들이 숨을 쉴 때마다 긴 침 머리가 나룻배의 노처럼 끄떡끄떡 거렸다. 두 번째 방의 미닫이문을 밀었다. 그 방에는 더 놀라운 광경에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손에 침을 꽂은 사람, 발에 꽂은 사람, 무릎에 꽂은 사람, 머리에 꽂은 사람, 등등이 저마다 편한 자세를 취하기 위해 들고, 뻗고, 엎드리고, 기대고, 있었다. 나는 겁이 나 도망치고 싶었다. 엄마는 완력으로 나를 잡아끌며 진료실이 있는 방으로 건너갔다. 몇 사람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침술사는 나의 눈에도 혈색이 좋고 풍채가 뛰어난 할머니였다. 할머니는 내 앞 남자환자의 코에 한 뼘이 넘는 긴 침을 밀어 넣곤 침 머리를 비볐다. 남자의 코에서 검붉은 피가 줄줄 흘러내렸다. '죽은피'라는 할머니 말대로 피 색깔이 검은색이었다.

2018-07-10 05:00:00

더 나은 논쟁을 할 권리

[책 체크] 더 나은 논쟁을 할 권리

이 책이 다루는 주제는 성폭력 폭로 이후 피해자가 겪는 문제, 여성의 입대를 둘러싼 논쟁, 성매매 여성의 소비, 10대 가출 여성의 자기 보호, 걸 그룹을 바라보는 대중의 심리, 10대 여성의 디지털 노동, 저출산 담론의 접근 방식, 이주 여성의 이름 등 다양하다. 글들은 모두 한국 사회의 젠더 정치에 대한 기존 사유 방식과 문제화의 틀 변화를 요구한다. 1장 '성폭력 폭로 이후의 새로운 문제, 피해자화를 넘어'에서 권김현영은 우리 사회에서 성폭력 피해자가 어떻게 인식되었는지 분석한다. 저자는 성폭력 피해자에게 피해자다움을 강요하고, 오직 피해자의 고통에만 초점을 맞추는 현실을 비판한다. 그리고 피해자의 고통이 만들어진 상황과 조건을 개선하자고 제안한다. 정희진은 2장 '여성이 군대 가면 평등해질까:신자유주의 시대의 병역과 젠더'에서 성 평등을 병역과 연결하는 남성 중심적 사고를 버려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이 밖에 저출산 문제를 인구 위기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정책의 맹점을 드러내는 서정애의 '저출산 담론과 젠더: 여성주의 비판과 재해석' 등 이 책에는 한국의 로컬 페미니즘 연구자만이 들려줄 수 있는 생생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236쪽, 1만4천원.

2018-07-04 16:09:29

나도 내 감정과 친해지고 싶다

[ 책 체크] 나도 내 감정과 친해지고 싶다

감정이 없는 사람은 없지만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은 우리 주변에 많다. 또 감정을 제대로 조절하고 표현하는 사람도 의외로 드물다. 사람은 슬플 수도 있고, 화가 날 수도 있고, 창피할 수도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런데 정작 누군가로부터 "화가 나도 괜찮아"라는 말을 직접 들은 적은 없다. 그래서 사람이 화가 날 수도 있다는 것은 알지만 정작 나 자신이 화나고 슬프고 우울해도 괜찮은지 헷갈린다. 이 책은 총 7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에서는 우리에게 감정은 왜 중요한지, 내 감정은 지금까지 어디에 숨어있었는지 들여다본다. 2~6장에서는 우리를 힘들게 하는 일상적 감정들인 화·공허함·부끄러움·불안·우울에 대해 들여다본다. 우리에겐 여러 감정들이 있지만 이 책에서 특별히 화·공허·부끄러움·불안·우울로 추린 것은 다른 감정들보다 이 감정들이 더 문제시되기 때문이다. 분명 화가 났는데, 외로운데, 공허한데, 수치스러운데, 죄책감이 느껴지는데, 불안한데, 우울한데 어디다 떳떳하게 말하기는 어려운 감정들이다. 그런 감정들에 대해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이야기한다. 마지막으로 7장에서는 사랑이라는 치유법을 제시한다. 296쪽, 1만5천원.

2018-07-04 16:09:15

4차 산업혁명과 인간의 미래

[책 체크]4차 산업혁명과 인간의 미래

많은 부모들은 아이의 진로에 대해 고민한다. 이제는 '진학'이 아닌 '진로'의 시대가 되었기에 단순히 '어떤 학교, 무슨 학과'가 아니라 자녀가 '어떤 사람으로 세상을 살아갈 것인지', 그리고 '어떻게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며 세상에 필요한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걱정한다. 그러한 고민의 중심에, '4차 산업혁명'이 있다. 이 책은 미래 인재에게 필요한 덕목과 역량에 대해 구체적으로 소개한다. 저자가 다보스 포럼을 통해 발표한 21세기 학생에게 필요한 스킬 16가지를 제시하고, 그 세부적인 직업군까지 이야기한다. 저자는 학생들이 이 16가지 스킬을 모두 갖춘 인재가 될 것이 아니라 한 분야에서 남보다 탁월한 인재가 돼야 한다고 말한다. 더불어 미래 인재는 모든 것을 다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다른 전문가와 소통하고 협력할 줄 아는 능력과 학문의 경계를 뛰어넘어 다양한 시각으로 현상을 이해하는 능력을 갖춘 사람이 환영받는다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서울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파리7대에서 정치사회학 석사학위, 마른 라 발레대 대학원에서 국제관계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국과학창의재단 연구위원으로 재직하고 있다. 204쪽, 1만3천원.

2018-06-27 21:13:18

역사의 역사

[ 책 체크] 역사의 역사/ 유시민 지음 / 돌베개 펴냄

이 책은 역사에 남은 역사서와 역사가, 그 역사가들이 살았던 시대와 그들이 서술한 역사적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추적한 유시민의 역사 르포르타주다. 저자 역시 서문에서 "독자들이 이 책을 '역사 르포르타주'(reportage·르포)로 받아들여 주기를 바란다"면서 "르포는 저널리즘(사실 보도), 역사 서술(과거 사건에 대한 이야기), 문예 창작(예술적 감정 표현)을 넘나드는 문학 장르"라고 썼다. 이 책에는 저자가 탐사한 동서양의 역사가 16인과 그들이 쓴 역사서 18권이 담겨 있다. 사마천의 '사기', 이슬람 문명의 발생사를 연구하는 학자들에게 귀한 길잡이가 되어준 '역사서설' 등의 역사서를 고대부터 현재까지 시대 순으로 9장으로 나뉘어 구성했고, 각 장에서 때로는 한 명의 역사가와 한 권의 책을, 때론 복수의 역사가와 여러 권을 함께 살펴본다. 저자는 역사가들의 이야기를 전하고 그 속에 스민 메시지와 감정에 공감하는 데 집중한다. 사람들이 어떻게 삶을 해석하고 생각하고 감정을 느끼며 살아왔는지 살펴보며, 위대한 역사가들이 우리에게 전하려고 했던 생각과 감정을 듣고 느껴봄으로써 역사가 무엇인지 밝히는 데 도움이 될 실마리를 제공한다. 336쪽, 1만6천원.

2018-06-27 21:12:48

김규련 수필문학상 제3회 시상식

김규련수필문학상 운영위원회(회장 정혜옥)는 25일 한국수필문학관(관장 홍억선)에서 제3회 시상식을 개최했다. 정성화 수필가가 수상한 이날 시상식에는 박방희 대구문인협회장, 장호병 전 문협 회장, 허창옥·김상립·손숙희·박기옥·이숙희 수필가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2018-06-26 10:26:32

19세기 귀스타프 도레의 일러스트레이션 작품 중 하나인 '푸른 수염'

[내가 읽은 책] '푸른 수염의 첫 번째 아내' 하성란, 창비, 2002.

'푸른 수염의 첫 번째 아내' 는 탁월한 묘사로 '정밀 묘사의 여왕'이란 별명을 가진 작가, 하성란(河成蘭)의 세 번째 작품집의 표제작이다. 11편의 단편이 실린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은 작품으로 꼽은 「푸른 수염의 첫번째 아내」는 샤를 페로의 동화 《푸른 수염》을 기반으로 한다. 많은 이본이 있음에도 밝혀지지 않은 "푸른 수염의 첫 번째 아내가 왜 살해당했는지에 대한 상상을 현대적으로 채워 넣은" 것이 이채롭다. 동화 '푸른 수염'은 '빨간 모자, 신데렐라, 잠자는 숲속의 공주'로 유명한 샤를 페로가 설화를 바탕으로 지어 1697년에 발표하였다. 프랑스의 한 지역에 사는 잘 생기고 부유한 군주 푸른 수염은 여러 번 결혼했지만 이상하게 아내들이 모두 죽는다. 새로 결혼한 아내에게 모든 방문을 열어도 되지만 지하의 작은 방은 열지 말 것을 경고하며 열쇠 꾸러미를 준다. 원작에서는 궁금함을 이기지 못한 아내가 작은 방을 열어 본 것을 안 푸른 수염이 그녀를 죽이려는 순간 오빠들이 달려와 구해 주는 것으로 끝이 난다. 반면 '푸른 수염의 첫번째 아내'에서 나는 22살 때 약혼을 파혼하고, 10년 만에 결혼을 하는 32세의 약사이다. 평생 초등학교 교사로 살아오신 아버지가 첫딸 시집 갈 때 오동나무 장롱을 해주려 심은 수령 32년 오동나무를 베어 열두 자짜리 장롱을 만든다. 3개월 알았지만 연애는 1개월도 되지 않은 스물아홉의 제이슨과 19개월 동안의 결혼 생활은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처럼 아슬아슬하다. 구식 면도칼로 매일 수염을 깎아 턱이 푸르스름한 제이슨은 뉴질랜드에서 학교에 노란 스포츠카를 타고 다닌다. 그는 학비와 생활비 같은 돈을 벌어본 적 없다. 몸집은 왜소하지만 성격이 좋은, 학교 후배 챙과는 매일 무슨 연구랍시고 복도 맨 끝 방에서 살다시피 한다. 제이슨은 내게 다 내 맘대로 해도 좋지만, 단 하나 자신의 방에는 오지 말라고 주의를 주었다. 굳이 궁금해 하지 않다가, 어느 날 새벽 두 시 제이슨의 방문을 열고 만다. "방문을 열어보지 않았다면 우린 아무 일 없었을 거야. 안 그래? 이게 다 네가 자초한 거야. 알아?" 판도라의 상자와 아담과 이브, 그리스 신화의 큐피드와 프시케를 연상케 하는 장면이다. 나는 제이슨에 의해 오동나무 장롱 안에 갇힌다. 요지부동의 오동나무 장롱 안에서 살려 달라 죽는 힘을 다해 소리치지만 오동나무 장은 역시 튼튼했다. 제이슨이 방심한 틈에 탈출한 뒤 우여곡절 끝에 한국으로 돌아온다. 열 두 자짜리가 제일이라고 생각했던 내가 이혼 후 여덟 자짜리가 더 좋았다는 아쉬움 가득한 회한을 남기며 이야기는 끝맺는다. "나는 곰곰이 생각해 본다. 도대체 무슨 잘못을 했을까." 작가는 오동나무 장롱을 결혼의 실패와 연관시킨다. 제이슨의 조건만 보고 선택한 결혼이 오동나무 관이 되어버린 것이다. 오동나무처럼 단단한 결혼이 되길 바랐던 아버지의 사랑이 잘못된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 단지 잘못된 선택의 결과를 마주한 순간 바로잡을 기회가 없었느냐는 물음이 남는 것이다. 제이슨은 계속 결혼 할 것이다. 반복될 비극의 예고편 '푸른 수염의 첫번째 아내'가 영화로 만들어지면 좋겠다는 푸른 기대를 조심스레 품어 본다. 서미지 학이사 독서아카데미 회원

2018-06-23 05:00:00

교보문고 주간 종합 베스트셀러 순위

1. 곰돌이 푸, 행복한 일은 매일 있어(곰돌이 푸(원작)·알에이치코리아)2. 모든 순간이 너였다(하태완·위즈덤하우스)3. 3층 서기실의 암호(태영호·기파랑) 4. 곰돌이 푸, 서두르지 않아도 괜찮아(곰돌이 푸(원작)·알에이치코리아)5. 고양이 1(베르나르 베르베르·열린책들)6.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정문정·가나출판사)7. 어디서 살 것인가(유현준·을유문화사)8.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김수현·마음의숲)9. 82년생 김지영(조남주·민음사) 10. 좀비고등학교 코믹스 7(배아이·겜툰)

2018-06-22 11:38:07

바닷가 오월

[책 체크 ] 바닷가 오월 정하해 지음/ 서정시학 펴냄

정하해 시인의 새 시집이다. 시집은 제1부 '근간에 동백', 제2부 '어플리케이션', 제3부 '15요일의 터널', 제4부 '줄임말' 등으로 구성돼 있으며, 총 56편의 시가 수록돼 있다. '해안을 잡아 맨 흉터가 여기저기 나있다/ 누가 아프게 치대었던가 보다/ 파도는 살 다발로 그곳 가리려 애쓰고/ 해안은 멀리 떠나려고 애쓰고 (중략)' -'바닷가 오월' 중에서 시집에서 정 시인은 '그리움'을 노래한다. 그러나 그 그리움은 벗어남을 수반한다. 도달해야 할 어떤 것으로서의 그리움이 존재하고 있다기보다는 지금 이곳의 현실에서 벗어나는 것에 대한 그리움이다. 황정산(시인) 문학평론가는 "정 시인의 시는 그리움을 말하면서도 슬프다. 왜냐하면 그 그리움이 결국은 채워지지 않고 더 큰 결핍을 만들어 낼 것이라는 것을 시인은 너무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정 시인의 시는 우리로 하여금 잊고 지낸 그리움을 다시 불러내게 하여 우리가 겪고 있는 슬품의 근원을 돌아보게 한다"고 설명했다. 저자는 포항출신으로 2003년 '시안'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살꽃이 피다' '깜빡' '젖은 잎들을 내다버리는 시간' 등이 있다. 108쪽, 1만1천원.

2018-06-20 18:02:56

볼 수 없는 풍경

[책 체크] 볼 수 없는 풍경 전수분 지음 / 만인사 펴냄

'氷자 쓰인 얼음집 / 굴뚝청소 소리 지르는 사람 / 새끼줄에 연탄 한 장 들고 가는 것 / 지금은 볼 수 없다 (중략) 마당 가득히 마른 풀향기 / 보리짚 타닥타닥 타는 소리/ 사금파리로 소꿉놀이하는 아이 / 지금은 볼 수 없다 (중략)' -'볼 수 없는 풍경' 중에서 70여 편이 실린 시집에서 시인은 세월이 지나 지금은 볼 수 없는 어릴적 풍경과 추억을 끄집어낸다. 꿈속에서나 그려볼 수 있는 그리운 기억들이다. 시 구절구절마다 그때 그시절에 대한 '그리움'이 잔뜩 묻어 있다. 시인은 시집 자서(自序)에서 "시의 연결고리인 삶의 매듭이 이어지는 시 앞에서 또 무슨 말이 필요할까요. 시가 대신 말하는 것이겠지요. 연두가 진초록으로 물드는 봄을 앓으면서도 그저 행복합니다"라고 썼다. 김기연 시인은 "시인은 묻어둔 기억의 테이프를 돌려 조근조근 들려주거나 의미적 뉘앙스로 재구성해 건네주고 있다"며 "그의 독특한 화법과 인상적인 감각을 따라가노라면 잠시나마 삶의 숙제가 여유롭게 풀려나는 맛을 느낀다"고 평했다. 저자는 2015년, 2017년 매일신문 시니어문학상 특선, 2016년 대구문학 신인상으로 등단했으며, '시의 숲'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104쪽, 9천원.

2018-06-20 18:02:11

대구문인협회 곽흥렬 수필가 초청 세미나

대구문인협회(회장 박방희)는 최근 대구문학관에서 곽흥렬 수필가를 초청해 '향기로운 삶 수필에서 찾다'를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이날 세미나에는 김숙이 부회장, 천영애 사무국장, 이재순한규찬방종현 이사 등 60여 명이 함께했다.

2018-06-17 07:22:21

대구수필가협회 수필문학세미나

대구수필가협회(회장 손숙희)는 15일 대구교육대학에서 여세주 평론가를 초청해 '수필 쓰기에서 형상화'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이날 세미나에는 박방희 대구 문인협회장, 장호병이원우허창옥 전임 회장, 제행명김상립 고문 등 80여 명이 함께했다.

2018-06-17 07:01:36

[반갑다 새책] 세계사톡/ 무적핑크, 핑크잼 지음/ 위즈덤하우스 펴냄

재미는 물론 역사 공부까지 잡아 역사만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은 위즈덤하우스의 '조선왕조실톡' 시리즈에 이은 두 번째 저술이다. 동시대에 살았던 인물들이 메신저로 대화를 주고받는다는 콘셉트로, 인물들의 대화를 따라가다 보면 세계사가 한 눈에 조망되고, 동일 시기의 동서양, 한국 역사 흐름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공부하듯 억지로 외우지 않아도 옛날 그때 그 시절 살았던 사람들의 생생한 대화들을 듣다 보면 저절로 내용이 기억되고 역사 실체에 접근 할 수 있게 된다. 전체 5부로 나누어져 있고, 각 부 첫 페이지는 그 시대를 대표하는 주인공들의 단톡방 대화로 꾸며 그 시대의 특징을 짐작할 수 있도록 했다. 36개의 만화 에피소드와 41개의 '세계사 돋보기', 10개의 지도가 등장해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다. 431쪽, 1만4천800원.

2018-06-14 10:16:58

암스테르담행 완행열차

[책 체크]] 암스테르담행 완행열차/ 박찬순 지음 / 도서출판 강 펴냄

박찬순의 세 번째 소설집이다. 저자는 앞서 낸 두 권의 소설집에서 다문화적인 코드와 더불어 혹독한 삶을 견뎌내는 이들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그 생이 쥐고 있는 희망을 담은 소설로 주목을 받았다. 이번 소설집에서도 각자 자기 몫의 슬픔을 안고 살아가는 주인공들을 통해 그 안에서 희미하게 존재하는 생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한다. 이번 소설집에는 총 11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2040년의 낯선 시공간을 배경으로 최첨단 디지털 기기에 몸을 내맡긴 인간의 운명('달팽이가 되려 한 사나이')을 펼쳐내기도 하고, 문학이 죽어가는 시대, 다른 언어권에서 한국문학은 무엇으로 소통되는지('테헤란 신드롬') 성찰하기도 한다. 이웃나라에서 느끼는 멀미('레몬을 놓을 자리')의 정체나, 장소에 숨겨진 존재의 운명('성북동 230번지')에 대해 탐구하기도 하고, 애도에 대해('재의 축제', '아홉번째 파도') 이야기하기도 한다. 오직 한 문장으로 이루어진 소설('신천을 허리에 꿰차는 법―소설가 구보 씨의 일일')로 구술 소설의 가능성을 시도한 작품도 눈에 띈다. 표제작 '암스테르담행 완행열차'는 클래식 공연 기획 회사의 중간 간부인 '나'가 자신이 기획한 악단의 부산 공연에 참석하기 위해 기차역에 가지만 KTX 파업 소식을 접하고는 무궁화호 완행열차로 발길을 돌리는 것으로 시작된다. '북남시집 오케스트라'는 포격 사건이 있었던 연평도에서 평화와 화합을 위한 클래식 공연을 진행하는 에피소드를 담아내고 있는 단편이다. '신천을 허리에 꿰차는 법―소설가 구보 씨의 일일'은 소설가인 주인공이 대구 신천에 내려가 천변을 거닐다 선배 작가인 구보 박태원의 혼령을 만나 문학과 인생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자신의 과거와 화해한다는 내용이다. 저자는 작가의 말에서 이렇게 썼다. "결국 내가 믿을 수 있는 것은 아주 소소하고 작은 것들, 덧없는 존재들이 생의 가장 막막한 순간에 뿜어내는 지순한 숨결이었다. 그 고단하고 선량한 숨결에서 어느 찰나 언뜻언뜻 비치던 알 수 없는 아름다움과 생명의 기미. 그것이 우리를 계속 살아가게 하는 그 무엇이 아니었을지." 경북 영주 출신인 저자는 연세대 영문과와 서울대 신문대학원을 졸업했다. 2006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가리봉 양꼬치'가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발해풍의 정원', '무당벌레는 꼭대기에서 난다'가 있다. 2014년 한국소설가협회 작가상을 수상했다. 344쪽, 1만4천원.

2018-06-13 16:21:07

소설집 '우리는 사람이다' 표지

소설가 심우 박하식 작가 '우리는 사람이다' 등 소설집 출간

소설가 심우 박하식(80) 씨가 최근 소설집 '우리는 사람이다'와 '그리운 편지 한 장'을 출간했다. 이번에 출간된 '우리는 사람이다' 소설은 한마디로 사랑의 꿈이다. 불타의 연기 즉, 인연의 업보와 시대를 초월한 사랑의 영원성을 희구한 작품이다. '그리운 편지 한 장'은 서신집을 모은 편지글이다. 의남매를 맺은 누이동생들과 문우, 친구들 등과 평생동안 주고받은 편지글을 모아 놓은 모음집이다. 매일신문 출신인 박 소설가는 1987년 '이승의 옷'이란 소설 단행본 발간을 시작으로 1993년 축산신문 현상공모에 증편 '토종'을 응모, 당선돼 문단에 등단했다. 작품집으로는 '소백산 밑에 빛을 남긴 사람들', '상락향', '무수촌', '고향의 숨결', '마음의 한 번 핀 꽃', '잃어 버린 땅', '소백산 자락길', '영주에 살면서', '단군의 눈물', '그 누이의 사랑' 등이 있다. 그는 매일신문 퇴직 후 소설가로 활동하면서 영주시민대상과 제11회 금복문화상, 경상북도 문화상·문학상, 한국예술문화 공로상 등을 수상했다. 박 소설가는 11일 오후 2시 성균관영주청년유도회 사무실(전 가흥1동사무소 2층)에서 경북도와 영주·봉화한국문협지부의 후원으로 출판기념회를 연다. 문의 010-4533-0033.

2018-06-10 15:39:55

죽을 때까지 책읽기

[책 체크]죽을 때까지 책읽기/ 니와 우이치로 지음/ 이영미 옮김 / 소소의책 펴냄

책을 왜 읽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스물한 살 남자 대학생이 쓴 글을 인용하면서 시작하는 이 책은 오늘날의 세태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책을 읽지 않아도 살아가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고, 학습서가 아니라면 시험을 볼 때도 크게 도움이 되지 않으며, 책이 아니라도 즐길 거리가 너무 많다. 또한 책은 당장 써먹을 수 있는 것이 아닌, 아날로그적인 산물이라는 인식까지 널리 퍼져 있다. 이런 현실에서 그저 책을 열심히 읽어야 한다는 제언은 설득력을 잃은 지 오래다. 책을 읽을지, 읽지 않을지는 개인의 자유다. 그럼에도 저자는 책을 읽는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즐거움과, 책에서 얻을 수 있는 것들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많다고 말한다. 책을 대하는 선입관과 편견의 벽을 무너뜨리고, 책을 읽고 싶지만 무슨 책부터 어떤 식으로 읽어야 할지 막막한 이들에게 더없이 유용한 지침을 제공한다. 일상생활이나 회사 업무에 필요한 정보를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으로 주고받을 수 있는 세상이지만,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결코 책을 대신할 수는 없다. 특히 이 책은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인 '무지의 지(知)'를 아는 것과 모든 일을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태도, 그리고 자신의 감정을 다스리는 방법, 주위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진정한 마음의 자유를 얻는 길은 책읽기를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역설한다. 232쪽, 1만3천800원.

2018-06-06 17:57:07

의사의 말 한마디

[책 체크]의사의 말 한마디 임재양 글·이시형 그림 / 특별한서재 펴냄

골목 안에 한옥 병원을 짓고 뒷마당에 꽃밭도 가꾸고 주방을 만들어 요리를 시작한 의사가 있다. 그는 나이가 들어 은퇴하자 집에서 구박받은 남성들이 늘어나는 것을 보고, 아내로부터의 진정한 독립 방법은 스스로의 밥을 해결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요리에 입문했는데, 그것이 확장되어 이제는 건강한 요리의 전문가가 되어가고 있다. 병원 뒤뜰에 '한입 별당'이라는 주방을 만들고, 그곳에서 통밀로 된 건강한 빵을 구워서 병원을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고, 때로는 한 끼 식사도 직접 만들어 대접한다. 한옥 병원에서 유방암 검진을 하고 '한입 별당'에서 건강한 먹거리에 대해 교육도 하고 이야기도 나누고 차를 마시며 세상이 건강해지도록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은 것이 그의 꿈이고 현재의 일상이다. 이 책에는 작은 행복도 스스로 만들고 감사할 줄 아는 의사 임재양 의사의 솔직한 고백들이 실렸다. 위트 있고 마음이 건강한 그가 이시형 박사의 세로토닌문화 소식지에 오랫동안 연재한 글이다. TV에서 만나는 스타 의사가 아니라 평범한 생활인인 의사의 소박한 정서가 이시형 박사의 문인화와 친근하게 어우러졌다. 죽이 잘 맞는 후배 의사를 위해 그림을 그린 이시형 박사의 일러스트는 젊은 감각을 한층 더 돋보이게 한다. 180쪽, 1만3천원.

2018-06-06 17:56:56

교보문고 주간 종합 베스트셀러 순위

1. 3층 서기실의 암호(태영호·기파랑) 2. 곰돌이 푸, 행복한 일은 매일 있어(곰돌이 푸(원작)·알에이치코리아) 3. 곰돌이 푸, 서두르지 않아도 괜찮아(곰돌이 푸(원작)·알에이치코리아) 4. 모든 순간이 너였다(하태완·위즈덤하우스) 5. 82년생 김지영(조남주·민음사) 6.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정문정·가나출판사) 7.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김수현·마음의숲) 8. 만만하게 보이지 않는 대화법(나이토 요시히토·홍익출판사) 9. 문재인의 운명(취임 1주년 기념 한정판)(문재인·북팔) 10. 지금 하지 않으면 언제 하겠는가(팀 페리스·토네이도)

2018-06-01 14:45:40

삼천포에 빠지다

[책 체크]삼천포에 빠지다/ 민송기 지음 / 학이사 펴냄

삼천포에 빠지다/ 민송기 지음 / 학이사 펴냄 우리가 모국어 화자로서 알아야 할 우리말에 대한 지식을 수필처럼 쉽고 재미있게 쓴 책이다. 이 책의 장점은 우리말을 다룬 여타의 책들과 달리 사람들에게 바른말 고운 말을 쓰라고 훈계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사람들이 흔히 쓰는 말에 대해 표준어, 맞춤법 규정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하는 대신 사람들이 왜 그런 표현을 많이 쓰는지, 그런 표현에는 어떤 사고나 문화가 들어 있는지를 분석한다. 저자는 말이라는 것이 사람들의 삶 속에 존재하는 것이기 때문에 절대적으로 옳은 규칙은 없다고 이야기한다. 표준어나 어문 규정에 맞는 말이라고 해서 바른말 고운 말이 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모국어 화자에게 바른말 고운 말은 표준어가 아니라 실제 상황에서 가장 적절한 말이라고 전제한다. 어떤 말이 적절한지는 우리말에 담긴 역사와 문화적 맥락, 우리말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삶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 책은 우리말 지식을 다루는 한편 세상을 보는 방법을 이야기하는 인문학 교양서이다. 생활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소소한 것들에서 의미 있는 것들을 이끌어내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기 때문에 어려운 내용들도 빙긋이 웃으며 빠르게 읽을 수 있다. 우리말 문법을 알고 싶어서 책을 선택한 사람들에게는 '삼천포로 빠진' 책이라고도 할 수 있다. 288쪽, 1만5천원.

2018-05-30 16:03:19

시니어 산업화 글로벌 마케팅

[책 체크]시니어 산업화 글로벌 마케팅/ 정환묵 지음 / 리빙북스 펴냄

현 시대의 가장 큰 화두는 인생 '100세 시대'라는 말을 실감할 정도로 '고령사회'이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고령화가 진전되는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시니어 산업의 중요성을 제대로 깨닫지 못하고 있다. 시니어 인구가 유아 인구 대비 3배 이상 늘어났음에도 시니어에게 필요한 상(용)품이나 인지도 있는 시니어 전문 기업조차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시니어 산업은 시니어에게 필요한 융복합 상품 또는 고령 친화 상품과 관련된 산업일뿐 아니라, 곧 청년 일자리 창출과도 직결된다. 나아가 미래 수출 주력 산업으로까지 발전할 잠재력이 있다. 따라서 시니어 산업의 육성은 한국 경제 발전의 기회이며 도전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한국 사회의 현실에 대해 그 문제점과 방향을 구체적으로 제시해 준다. 저자는 대구가톨릭대 컴퓨터정보통신공학부 교수로 정년 퇴임했으며, 동 대학교 평생교육원장과 산업협력단장, 공과대학장, 부총장 등을 지냈다. 현재 스마트 시니어 산업연구소 소장으로 시니어 산업에 대한 연구를 활발히 하고 있다. 저서로 '인공지능', '임베디드 컴퓨터 시스템', '소프트 컴퓨팅' 등이 있다. 344쪽, 1만7천원.

2018-05-30 16:03:06

[내가 읽은 책]오정희, 『새』 문학과지성사, 2009.

한국 현대 여성소설의 원류이자 '작가들의 작가'로 불린다는 오정희의 장편소설이다. 열두 살 된 소녀가 화자로 이 소설을 이끌어 가는데 어른의 시선으로 보는 어른이 읽어야 하는 책이다. 2003년 독일에서 번역 출간되었고 독일 리베라투르상을 받았는데 해외에서 한국인이 문학상을 받은 첫 사례였다. 심리갈등 묘사에 뛰어나다는 저자가 어느 인터뷰에서 가장 애착이 간다는 작품이 바로 이 소설이다. 불우한 환경에 처한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자원봉사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경험이 동기가 되어 썼다고 밝히고 있다. 열심히 노력했음에도 단단히 봉인된 방 같은 마음이라 문을 열 수 없어 속수무책이었으며 참담함과 무책임하게 버려둔 듯한 부채감을 느낀다고 했다. 부모로부터 버림받은 어린 남매가 겪는 고단한 일상과 같이 세 들어 사는 여러 인물들의 이야기이다. 동성애자 부부, 전신마비 딸을 둔 주인 할머니, 신분을 속이고 숨어 사는 살인자, 새를 키우는 화물기사 등…. 특히 옆방 화물기사 아저씨가 가지고 있는 새와 새장은 매우 상징적으로 소설적 상황과 대응된다. 열 살 된 남동생 우일이는 잘 자라지도 않고 날이 갈수록 마르지만 늘 새처럼 날기를 꿈꾼다. 우일이가 아기였을 때 아버지가 엄마를 때렸고 우일이를 3층에서 던졌는데 나뭇가지에 걸려 살아났다. 엄마의 부재에는 아버지의 폭력이 있었고 아버지는 아이들을 방치하고 돌보지 않는다. 부모나 어른들의 보호와 사랑을 받지 못한 어린 남매는 마음이 더욱 닫히고 어두운 세상에서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 "우리는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다. 소리 내지 않고 웃기. 소리 내지 않고 울기. 어떠한 경우에도 소리 내지 않는 것이 우리를 지키는 한 방편이 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58쪽) 화자가 열두 살 소녀여서 복잡하고 어렵게 쓰진 않았는데 감정이 드러나지 않는 담담한 어조가 오히려 더 객관적으로 느껴지고 머리로 이해하기 전에 가슴으로 아픔이 먼저 와 닿는다. 아이들이 힘들다거나 슬프다는 표현은 없지만 어른들의 대화나 상황 묘사가 섬세하고 뛰어나 고통이나 슬픔이 더 깊게 느껴진다. "그 애는 아마 날기 위해 가벼워지려 하는지도 모른다. 새는 뼛속까지 비어 있기 때문에 날 수 있는 것이다. 그 애가 점점 더 말라서 대나무 피리처럼 소리를 낼 때쯤이면 날 수 있을지 모르겠다."(90쪽) 우일이가 새가 되는 것은 죽음이다. 이 책에서 아이들은 구원받지 못하고 희망도 없지만 저자는 새의 상징을 죽음으로 한정시키고 싶지는 않을 것 같다. 안타까운 건 엄마도 분명 피해자인데 아주 희미하게 그려져 있다. 엄마를 이해하지도 원망하지도 않는다. 마지막 부분. 누군가 부르는 듯한 소리가 엄마임을 느끼게 해준다. "그렇게 부르던 마음은 이제사 내게로 와 들리는가 보다."(165쪽) 문체가 섬세하고 정확하고 아름답다. 그래서 더 깊이 빠져들며 읽었다. 시간이 지나도 잊히지 않을 작품으로 남을 것 같다.

2018-05-26 00:05:16

지은이 윤이조

3代가 함께 만든 집안 5代 가족사…『지나간 것은, 다 그립고 눈물겹다』

지나간 것은, 다 그립고 눈물겹다/윤이조 지음/이현승 그림/아인아이엠씨 펴냄. 85세인 지은이가 76년 전(1942년) 세상을 떠난 할아버지(향산 윤상태 선생)를 떠올리며, 할아버지와 함께 살던 어린 시절 추억, 생활 속에서 경험한 일제강점, 해방과 6·25전쟁, 즐겁고 행복했던 날들, 가슴 졸였던 날들, 엄마로 또 아내로 살았던 날들을 기록한 책이다. 지은이 윤이조 여사가 글을 썼고, 초고(草稿)를 읽은 대학교 4학년 손녀(이현승)가 삽화를 그렸다. 지은이의 며느리가 책을 쓰시라 권하고 전체 기획을 맡았으니, 혈연과 혼인으로 맺어진 집안 5대(代)의 이야기를 3대가 함께 책으로 만든 셈이다. 전체적으로 담백하고 꾸밈이 없으며, 술술 읽을 수 있게 써 내려간 책이다. 자기 인생 이야기를 한 권의 책으로 펴내고 싶지만 책 쓰기에 막막함을 느끼는 사람이라면 참고해도 좋겠다. ◇"글 쓰는 일은 나하고 상관없다 여겨" 지은이는 "주변에서 '남는 것은 글뿐이다. 자서전이든 수필이든 글을 써보시라'고 권하곤 했지만, 글이라고는 SNS로 친구들과 나누는 문자 정도밖에 없어 글쓰기는 나와 무관한 일이라고 여겼다"고 말한다. "지난해 10월 초, 아들의 생일 때 가족들이 함께 식사를 하고, 차를 마시다가 옛날이야기가 나왔다. 그 자리에서 내가 '할아버지를 따라가 혼마치(本町·지금의 대구시 중구 서문로)의 백화점에서 돈가스를 처음 먹어봤는데 그 이후로 그렇게 맛있는 돈가스는 먹어본 적이 없었다'고 말했던 모양이다. 할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은 자연스럽게 당신의 독립운동 이야기로 이어졌고, 옆에 앉아있던 며느리가 그 기억들을 글로 써보시라고 권했다." 이 책은 그렇게 시작됐다. ◇아홉 살 아이가 기억하는 할아버지 책에는 독립운동에 평생을 바친 할아버지 윤상태 어른과 관련한 추억이 많지만, 그렇다고 할아버지의 독립운동사는 아니다. 윤상태 선생의 독립운동에 관한 기록은 '부록'에 연혁과 재판 기록, 논문 발췌 형식으로 따로 정리하고 있다. 할아버지에 대한 기억은 아홉 살 소녀답게 사소하고 단편적이다. 지은이에게 할아버지는 손녀의 초등학교 입학식에 손녀 손을 잡고 참석하시는 자상한 분, 아이들이 방학을 맞이하면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 아이들까지 모두 데리고 백화점에 가서 돈가스를 사 주시는 다정한 사람이다. 할아버지가 일제 경찰에 당한 고초를 아홉 살 손녀는 이렇게 기억한다. "할아버지는 회사를 운영하셨는데, 1942년 어느 날 갑자기 경찰에 잡혀가셨다. 회사를 거점 삼아 독립자금을 중국 상해로 보내는 것을 어떤 사람이 고발했고, 경찰에 잡혀가서 고문을 받았다. 회사를 빼앗기고 온 몸이 축 늘어진 채 풀려나셨다. 그 뒤로 병석에서 일어나지 못했고, 그해 세상을 떠나셨다." ◇창씨개명하지 않아 내 성(姓)은 한 글자 일제강점기를 기억하는 방식 역시 아이답다. 식민지 조선의 현실이나 거창한 독립운동 이야기는 없다. "학교에서 우리말을 쓰면 벌을 받았다. (소학교) 일학년 겨울, 아주 추운 어느 날 손이 시려 뒤에 앉은 친한 친구를 돌아보며 '춥다'고 했는데, 이 친구가 발딱 일어서더니 '선생님 아무개가 조선말을 썼어요'라고 일러 바쳤다. 깜짝 놀라 선생님 얼굴을 쳐다봤더니 선생님은 빙긋 웃으시면서 '그 말을 일본어로 못 하겠더니' 하시고 아무 말씀도 안 하셨다. 그 선생님은 조선인 여선생님이셨다. 그날 이후 (고자질한) 그 친구와 친하게 지내지 않았다." 지은이는 "친구들은 창씨개명을 해서 성(姓)이 두 글자였지만, 우리 집은 창씨개명을 하지 않아 내 성은 한 글자였다. 왜 다른 아이들과 달리 내 성은 한 글자일까 생각했다. 학교에서는 우리말을 쓰는 게 금지됐고, 집에서는 일본말을 쓰지 않았다. 그래서 친구들은 잘 아는 일본 노래도 나는 아는 게 별로 없었다"며 그 시대를 (듣거나 일부러 공부한 내용이 아니라) 자신이 경험한 대로 묘사한다. 그러면서 "창씨개명을 하지 않아 어른들이 어떤 고초를 겪었는지 나는 모른다"고 덧붙인다. ◇피 묻은 군복 빨래…방천이 온통 핏물 이 책은 개인사이자 듬성듬성 쓴 가족사다. 거대 역사가 아니라 개인사를 기록한다는 것이 어떤 가치를 지니는지 보여주는 장면이 있다. 6·25전쟁 당시 여중생이었던(당시 6년제) 지은이에게 닥친 전쟁은 우리가 흔히 연상하는 6·25와 다르다. "서울 수복 후 피란지 부산에서 돌아와 다시 학교에 다녔는데, 그때부터 일선에서 실어오는 군인들의 피 묻은 군복을 방천(지금의 신천)에 가서 빨았다. 빨래를 해본 친구가 몇이나 있었겠는가. 비누도 귀한 시절이라 방망이로 두들겨야 하는데, 방망이가 없어 매끈하고 납작한 돌을 찾아 방망이 대신 돌로 두들겨 빨았다. 방천물이 핏물이 되어 흘렀다. 우리나라 젊은이들, 온 국민들의 핏물이었다. 또 굵은 실로 군인들 입을 스웨터를 매일 밤을 새워 한 벌씩 짜서 내었고, 제일교회(대구시 중구 남성로)에서 필(疋)로 된 베를 찢어 붕대를 만들고 삼각붕대도 만들었다. 드넓은 교회 강당이 베를 찢느라 뿌연 먼지로 앞이 보이지 않을 지경이었다."-58, 59쪽- "중공군 참전으로 1·4후퇴를 하면서 피란민들이 밀려와 집집마다 피란민을 받아야 했다. 우리 집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 사람들이 다른 일을 찾아 자리를 잡아 나갈 때까지 우리는 같이 살았다."-60쪽- ◇"그리운 것은 그리운 것일 뿐이다" 문장은 겉치레가 없고 담백하다. 문장뿐만 아니라 인생을 바라보는 지은이의 시선 역시 고요하다. 그는 "지나간 것은 다 그립고 눈물겹다"면서도 "다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은 없다"고 말한다. "80년을 훌쩍 넘는 세월을 뭘 하고 살았나 싶기도 하고, 긴 세월 잘도 살아왔구나 싶을 때도 있고, 좀 더 보람 있는 일을 하지 못한 것이 아쉬울 때도 있지만, 돌아가고 싶은 생각은 없다. 옛날이 그리운 것은 그냥 그리운 것일 뿐이다. 하지만 그리움이 없다면 삶이 얼마나 삭막할까. 그리움이 우리 영혼을 적셔주는 윤활유라는 생각이 든다. 지나간 것은 다 그립고, 눈물겹고, 소중한 추억이다. 지금은 내 아이들이 잘 살아가기만을 바라고 있다. 이 아파트로 이사 온 지가 30년이 넘었어도 남쪽이 환히 트여 있고 수목이 많은 여기가 나는 좋다. 언젠가는 이 모든 것이 잊혀질 날이 오겠지만…."-88쪽- ▶지은이의 할아버지, 향산(香山) 윤상태(1882~1942)는… 구한말의 관리로 거제군수를 역임했다. 일제의 국권침탈이 거세지자 군수직에서 물러나 독립운동에 뛰어들었으며, 1942년 61세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독립운동에 몸담았다. 일제가 조선을 합병하자 조선국권회복단 중앙총부를 조직해 일제에 맞섰고 마산, 창원 지역의 3·1운동을 이끌었다. 1911년 고령에 일신학교를 설립, 일반 과목 외 군사와 국사 등을 가르치며 국권회복운동을 펼쳤다. 1919년 파리강화회의에 제출할 독립청원서를 작성하고, 영문으로 번역했다. 1921년 달성군 월배면에 사립 덕산학교를 설립하고, 1932년 조선청년 교육을 위해 교남학교(현 대륜고)설립에 참여했다. 1991년 건국훈장 애국장을 추서받았다. 131쪽, 1만5천원. 053)761-3705.

2018-05-26 00:05:16

[책 CHECK] 마흔, 아이와 함께하는 아빠의 책읽기

마흔, 아이와 함께하는 아빠의 책읽기/ 김현민 지음/ 디뷰 펴냄 100세를 살게 된 우리에게 이제 불혹의 나이, 마흔은 이전 세대와는 다른 의미로 다가오고 있다. 정신없이 살았던 20, 30대를 지나 이제서야 '나 자신'과 '내가 하는 일'을 돌아보기 시작하는 나이가 되었다. 게다가 늦어진 결혼과 출산으로 이제 막 학업을 시작하는 자녀의 교육에 대해서도 본격적으로 고민을 시작해야 할 때가 되었다. 하지만, 자녀가 좋은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할아버지의 재산'과 '엄마의 정보력', '아빠의 무관심'이 있어야 한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로 아빠의 역할은 무시되고 있고, 괜히 한소리했다가는 핀잔을 듣기 일쑤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시기에 마흔의 아빠가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이 책은 40대의 딸바보 아빠인 저자가 이러한 생각을 실천해 나간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고 있다. 무작정 책을 읽을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독서법을 찾고 이를 통해 꿈과 인생의 방향을 만들어 나아가고, 자신의 아이도 자연스레 함께할 수 있도록 유도함으로써 자녀 교육의 기틀을 마련하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이야기하고 있다. 262쪽, 1만2천원.

2018-05-26 00:05:16

[책 CHECK] 뜻은 높게, 생활은 낮게, 마음은 편하게

뜻은 높게, 생활은 낮게, 마음은 편하게/김영헌 지음 / 다운미디어 펴냄 이 책은 경찰공무원으로 정보 분야에 30년간 종사하며 공인으로서의 태도를 지킨 저자(1929년생)의 자술생애사이다. 총 4부로 구성된 이 책은 1부에서는 출생부터 가족, 유소년 시절, 부모에 대한 추억과 회환을 회상했다. 2부에서는 8·15해방과 결혼, 경찰 생활 등을 그렸으며, 3부에서는 종친회와 평통 자문위원 활동 등이 실려 있다. 4부에는 아내와 건강, 여행 등 일상생활이 상세히 나와 있다. 부록에는 집안 행사에 대한 소회, 연설문, 주례사, 아내 1주기 제문, 훈포장 등이 실려 있다. 특히 아내 1주기 제문 중 "청림초등학교 교정은 두 번 찾아 운동장을 돌며 엉엉 울었소, 그때 우리와 함께 돌고 있던 아주머니와 60대 젊은이는 그때와 같이 있는데 당신은 보이지 않았소"란 내용을 읽을 땐 가슴이 뭉클해지기도 한다. 저자는 서문에서 "세상에 한평생 살다간 흔적을 남기고 싶었다. 별로 잘 한 것은 없으나 일생을 열심히 살았다. 격동의 시대를 살면서 주어진 환경과 여건 속에 최선을 다하여 남에게 지탄을 받지 않았다는 자부심은 있다"고 밝혔다. 240쪽, 비매품. 053)661-2331.

2018-05-26 00:05:16

'젠더 이슈'는 왜 한국사회에서 밀리는가?…『지금 여기의 페미니즘×민주주의』

지금 여기의 페미니즘×민주주의/ 정희진 등 7인 지음/ 교유서가 펴냄 '메갈리아 사태' '강남역 여성 살인 사건'에 이어 최근 '미투 운동'까지. 여성 혐오, 성(性)차별, 젠더(Gender) 이슈가 우리 사회를 들썩이고 있다. 이런 사회 분위기에 힘입어 2017년 문재인 후보는 '여성 프렌들리' 후보를 자처하며 대통령에 선출됐고 여성계, 인권단체에서는 새 지도자를 환영했다. 그러나 페미니즘에 대한 대중의 관심과 이해는 넓어지고 있지만 막상 결정적인 순간에 젠더 이슈는 후순위로 밀려나곤 한다. 많은 갈등 요인을 내포하고 있어 정책화에 정부가 부담을 느끼기 때문이다. 젠더 이슈가 왜 현실 정치에서 늘 주변부로 밀리고, 정책 결정 과정에서 소외되고 있는지에 대한 설명이다. 페미니스트가 최고 지도자가 되었는데 왜 우리의 삶에 큰 변화가 없을까. 이 책의 논점은 여기서 출발하고 있다. 성(性) 이슈를 활발히 펼치고 있는 7명의 저자 시선을 따라 한국 사회의 젠더 문제를 들여다보자. ◆한국 사회 젠더 문제 여러 주제로 접근=2017년 대선 당시 방송토론회에서 한 후보는 '동성애 찬반' 문제를 이슈화했다. 한국 사회에서 성소수화 문제가 처음으로 정치 이슈화한 순간이었다. 현재 우리 사회의 정치와 페미니즘을 논하는 이 책은 이명박, 박근혜 정권에서 적폐 청산을 내건 문재인 정권으로 정권이 교체된 이후 페미니즘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한 시점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한국 사회 전반에 깔린 남성 중심 사고, 여성 혐오, 이성애 중심주의가 보수와 진보를 가리지 않는다는 것이 드러났던 시점이며, 보수에 대해 도덕적 우월감을 지닌 진보의 아킬레스건이 결국 젠더라는 것이 드러났던 시점이다. 이는 '미투' 국면이 전개된 2018년 현재 다시 한 번 드러나고 있다. 이 책에서 7명의 저자는 한국 사회 전반의 젠더 문제, 특히 최근 10년 보수 정권이 지나가고 진보 정권이 집권한 현재를 중심으로 여성, 성소수자가 어떻게 소외되며 젠더 문제가 배제되고 있는지를 다루고 있다. ◆진보, 보수 정권 모두 페미니즘에 소극적=진보 정권 출범 이후 저자들은 여성 문제, 성소수자 문제에서 전향적인 접근과 해법을 희망했다. 그러나 막상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그 기대는 바로 실망으로 돌아섰다. 즉 저자들은 진보나 보수나 젠더 이슈에 대해서는 별 차이가 없다는 결론에 이른 것이다. 이런 결과는 저자들의 강의 발표에 그대로 나타난다. 1강에서 여성학자 정희진은 사적인 영역, 사소한 문제로 취급되는 남녀 관계와 젠더 문제야말로 가장 정치적인 문제라는 점을 강조한다. 이어 서민 단국대 교수는 온라인 공간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는 남성들의 여성 혐오 실태를 개괄하고, 손아람 작가는 문화생산자 입장에서 대중문화와 대중매체 속에서의 여성 차별이 어떻게 재현되는지를 찾아냈다. 한채윤(비온뒤무지개재단 이사)은 종교와 정치가 유착되는 정치 현실 속에서 성소수자가 어떻게 배제되고 혐오화되는지 그 과정을 분석하고, 5강에서 권김현영은 한국 사회에서 남성연대가 '좌우 진영'을 넘어 얼마나 강력한지를 입증하고 있다. 페미니스트 비평가 손희정은 현재 한국 사회를 설명하는 강력한 키워드인 음모론과, 역시 좌우 진영을 막론하고 강력한 남성사회, 남성연대가 어떻게 결합해 작동하는지를 '검사'를 다룬 영화를 중심으로 분석했다. ◆젠더, 페미니즘을 주요 국정 의제로=이 책은 '성평등이 민주주의를 완성한다'는 모토에서 출발한다. 지난해 '최순실 게이트'가 본격 시작되고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되기까지 많은 시민은 광장에서 촛불을 들었다. 그러나 그 촛불 시민 가운데 상당수는 문재인 정부의 민주주의에 초대받지 못했다.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되겠다고 공약한 문재인 대통령이 그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정희진은 문재인 정부의 성격을 젠더 관점에서 진단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말한다. 큰 스캔들이 없다면 이 정권이 꽤 오랫동안 지속될 거라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문재인 정부가 여성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간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책은 촛불 시민이 만들어낸 문재인 정부와 한국 사회를 젠더적 관점에서 진단하고, 더 나은 답을 찾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 7인의 저자는 우리 정치권의 보수와 진보가 남성연대, 여성 혐오, 이성애 중심주의, 젠더 감수성 부재에서 과감히 탈피할 것을 호소하고 있다. '좋은 사람이 대통령이 되었는데 우리의 삶은 왜 달라지지 않을까?'라는 정희진의 질문은 이 책을 들여다보는 작은 창(窓)으로 작용한다. 정권 교체, 촛불 정신 실천도 중요하지만 민주주의를 향한 여정에 '젠더'와 '페미니즘'을 중요한 의제로 삼아달라는 저자들의 작은 외침이 이 책을 관통하는 주제다.

2018-05-26 00:05:16

"아이가 자기 인생 개척할 힘 주는 게 엄마 역할"…「엄마 자격증」

엄마 자격증/ 진이주 지음/ 라온 북 펴냄 이 책의 저자 진이주(본명 진현숙)는 경북대 문학치료학 그리고 계명대 교육학 석사 학위를 받고, 교육청 Wee센터, 건강가정지원센터 등에서 청소년, 가족, 부부 전문 상담사로 활동했다. 20여 년 동안 교육과 상담 현장에서 부모와 청소년을 상담하며 알게된 올바른 자녀교육법과 엄마의 역할에 대한 고민을 담아 '엄마 자격증'이라는 책을 펴냈다. '어떻게 하면 내 아이에게 더 나은 엄마가 될 수 있을까'에서 이 책은 출발한다. 저자는 요즘 조기교육을 하고, 학원 시간에 맞춰 아이를 데려다주는 '맘충' '헬리콥터맘'을 비판적인 시각에서 바라본다. 본인의 집안 형편이나 내 아이의 적성과 상관없이 무조건 최고로 해주고자 한다면 오히려 잘못된 가치관과 행동습관을 만들어주는 등 부작용을 초래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20여 년 동안 가족상담 전문가로 활동해 온 저자는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해서는 엄마의 육아 패러다임이 먼저 변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엄마들이 주변에서 좋다는 방법대로 자녀교육을 하려다 보니, 아이의 타고난 자질과 적성에 맞는 맞춤교육이 되지 않는 것이 제일 큰 문제다. 이 책은 육아에 서툰 초보 엄마들을 위해 아이가 가진 기질이나 성품을 파악하는 법, 마음으로 대화를 나누는 법, 더 잘 하도록 격려해주는 칭찬법, 문제 행동에 대한 대처법 등 구체적인 육아지침을 알려준다. 요즘은 자녀를 한두 명 낳아 기르다 보니, 아이들에게 너무 잘해 주려 하고 완벽하게 키우고 싶어하는 엄마들이 많아졌다. 그런 탓에 아이들은 배려심이나 공감능력이 떨어져 사회성이 결여되는 경향이 있다. 저자는 이런 과잉 보호 아이들이 자라면서 나중에 왕따가 되거나 예상치 못한 정신적 결함을 드러내기도 한다고 경고한다. 저자는 육아 초보 엄마들에게 아이에게 너무 잘해 주려고 노력하기보다는 아이 마음에 텃밭 가꾸기, 자아존중감을 키우는 법, 끝말잇기 게임하기 등 다양한 방법을 알려준다. 더불어 내 아이를 자립심 강한 아이로 키우기 위해서는 틀리더라도 스스로 해볼 기회를 자주 주라고 권한다. 이 책의 제목 '엄마 자격증'처럼 저자는 부모가 되는 데도 더 많은 준비와 공부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부모가 되는 데 자격증이 필요하다고 하면 의아해할 수도 있으나, 유대인들은 아이를 낳기 전 부모가 되는 필수 공부를 한다고 한다. 부모로서 올바른 가치관, 부모의 역할이 무엇인지 미리 학습하는 것이다. 이 책은 좋은 엄마가 되는 데 필요한 육아지식과 부모가 가져야 할 올바른 사고를 알려준다. 이 책의 목차는 ▷제1장 엄마와 아이 모두 길을 잃은 대한민국 ▷제2장 요즘 아이들, 단순히 다른 것이 아니다 ▷제3장 아이는 부모의 그림자로 자란다 ▷제4장 부족한 엄마의 반성문 ▷제5장 엄마의 패러다임 바꾸기1: 나 자신 돌아보기 ▷제6장 엄마의 패러다임 바꾸기2: 아이의 자존감 높이기로 구성되어 있다. 저자는 이 책의 마지막 장(p.236)에서 "아이에게 작은 일부터 스스로 할 기회를 제공해, 작은 성취의 기쁨을 맛보게 해야 한다"며 "자녀가 자유롭고 당당하게 자신의 인생을 개척할 수 있는 힘을 북돋워주는 것이 엄마 본연의 역할"이라고 강변했다. 248쪽, 1만3천800원.

2018-05-26 00:05:16

[반갑다 새책] 남부문학

남부문학/ 남부문학회 지음/ 청라출판 펴냄 부산, 대구, 울산, 경주, 포항 지역 문인들이 동인지 '남부문학'을 창간했다. 남부문학(회장 정민호)은 2017년 12월 김석규·이상개·도광의·금병소·김만복·엄계옥 시인, 구활 수필가 등이 울산에서 모여 창립총회를 갖고 회장에 정민호(시인), 주간에 박종해(시인), 운영위원장에 신진기(수필가)를 각각 선임했다. 강경호·권기호·서종택·최금진·강만·변희수·이성복·하청호 시인의 초대 시를 실었다. 회원 작품으로는 강세화·김만복·김석규·김영식·도광의·박종해·이장희·정민호·진용숙·최해암·황명강의 시, 구활·김한성·김형섭·신진기의 수필, 김선학의 평론이 실려 있다. 도광의 동인은 "회원이 분포된 부산, 대구, 울산, 경주, 포항 등 지역은 오랜 역사와 전통을 통해 예술, 문화적 동질성을 가진 곳"이라며 "남부문학 동인들은 지역화 시대에 걸맞은 문학 활동을 펼쳐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177쪽, 1만2천원.

2018-05-26 00:05:16

[반갑다 새책] 신조어를 통해 본 현대 중국 사회문화/ 윤창준 지음/ 어문학사 펴냄

이 책은 2000년대 이후 중국에서 생성된 신조어를 대상으로 개별 신조어의 생성 배경과 경로, 의미를 분석함으로써 발생한 사회·문화 현상을 살펴보고 있다. 기존 연구를 통하여 취합된 신조어 함의와 생성 원인, 배경에 대해서 연구하고, 사회·문화적 배경에 대해 분석했다. 1·2장에서는 신조어가 중국에서는 어떠한 역할을 하는지, 신조어의 언어학적 가치에 대해 개괄하고, 3장에서는 신조어가 만들어내는 사회 현상과 문화 현상에 대해 서술했다. 4·5장에서는 중국어의 신조어들을 취합 분석하고 사회·문화적 배경을 함께 살펴보고 있다. 가장 극적인 변화의 시대를 맞았던 2000년대 이후 중국을 언어학적으로 분석함으로써 사회·문화적 변화를 들여다보는 노력의 일환이다. 저자 윤창준은 연세대에서 한자문화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중국 쓰촨(四川)대학에서 박사진수과정을 수료했다. 242쪽, 1만4천원.

2018-05-26 00:05:16

세계일주 여행 직전의 나혜석 부부

[정혜영의 근대문학을 읽다] 대구발 파리행 기차 여행은 가능할까

1927년 6월 19일 나혜석은 남편과 함께 부산역을 출발하여, 한 달 뒤인 7월 19일 최종 목적지 파리에 도착한다. 대륙을 횡단하는 기차 여행이었다. 부산에서 기차를 타고 경성, 중국 안동현, 봉천, 장춘, 하얼빈, 만저우리로 가서 거기서 다시 시베리아 횡단열차로 갈아타고, 모스크바, 바르샤바, 베를린을 거쳐 파리에 도착하는 일정이다. 중간에 열차에서 내려 친지를 만나기 위해 며칠씩 쉰 시간을 빼더라도, 그럭저럭 파리 도착까지 20여 일이 걸린 셈이다. 나혜석은 여행에서 돌아온 지 5년 후 이 여행 기록을 '구미여행기'(1933)라는 제목으로 발표한다. '구미여행기'에서 나혜석은 달리는 기차에서 바라본 바깥 풍경, 혹은 환승하면서 잠시 둘러본 도시 풍경을 스케치하듯 묘사하고 있다. 지역에 따라 다른 역무원 복장, 나무, 건축물과 같은 사소한 풍경 묘사를 읽어가다가 보면 글로벌한 시대의 움직임이 전해져 온다. 팽배하는 일본 제국의 힘, 혁명의 여파에서 아직 채 벗어나지 못한 러시아, 쇠락해가는 중국, 그리고 아시아로 파고들어오는 서구 제국 등 당시 제국주의의 세계사적 움직임이 사소한 풍경 속에서 서로 맞물려 돌아가고 있다. 여기서 다시 나혜석의 일정을 따라가 보자. 조선 분위기와 별반 다르지 않은 안동현, 봉천을 지나면 러시아 건축물과 러시아인들이 빈번하게 보이는 장춘에 도착한다. 다시 장춘을 지나 유럽과 아시아를 연결하는 도시, 하얼빈에 이르면 세계 각국에서 모여든 다양한 직종의 인종이 거리를 채우고 있다. 러시아인과 조선인이 공동경영하는 극장에서는 영국 영화와 인도 연극이 공연되고 있으며, 금색 십자가를 높이 세운 서양식 납골당과 중국식 극락사가 도시 한쪽, 서로 마주 보며 위치해 있다. 이처럼 동서양 문화가 뒤섞인 국제도시 하얼빈을 지나 흰 작약이 흐드러지게 핀 길을 달려 국경 만저우리에 도착하면 거기서부터 러시아 땅이 시작된다. 자작나무 삼림이 이어지는 시베리아를 횡단하여 모스크바에 이르고, 다시 유럽으로 가는 것이다. 조선과 중국, 러시아, 유럽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던 100년 전, 그 시절 조선인들은 어쩌면 지금 이상으로 글로벌한 감각을 지녔던 것이 아닐까. 프랑스 파리로 가는 데 20여 일이 걸리던 때였지만 그 시절 사람들이 러시아나 유럽에 대해 지닌 심리적 거리감은 지금보다 훨씬 가까웠음에 틀림없다. 남북, 북미 정상회담을 거치면서 남북관계가 개선되면 대구에서 파리행 기차표를 끊어서 유럽으로 갈 날이 올 것이다. 하얼빈에 내려 안중근 의사를 추모한 후, 오로라를 보며 시베리아를 횡단하여 유럽으로 가는 꿈처럼 멋진 시대가 곧 열리지 않을까.

2018-05-26 00: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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