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책

 
[책] 열아홉 의빈이 달을 짓다/ 정의빈 지음/ 멀티애드 펴냄

[책] 열아홉 의빈이 달을 짓다/ 정의빈 지음/ 멀티애드 펴냄

경북 경산시 와촌면에 살고 있는 열아홉살 소년이 책을 냈다. 뇌종양을 딛고 일어나 패션모델로 새 삶을 워킹하는 정의빈 군의 자전적 성장 이야기다.작가는 갈수록 살아가기 힘들어지는 이 세상을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위로와 공감을 전하고, 누군가는 이렇게 살아가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해 글을 썼다고 밝혔다.작가는 3살 때부터 할아버지와 할머니 손에 자랐으며, 왕따, 뇌종양, 자퇴 등 열아홉살 소년이 겪기에는 힘든 삶을 살았다. 작가는 쉽지 않은 삶의 터널을 지나왔고 그 과정 속에서 느끼는 우울, 행복, 공허함, 사랑 등의 감정을 글로 표현했다.책은 크게 '울어도 괜찮아', '너에게 닿기를' 두 단락으로 나뉜다. 첫 번째 이야기는 아파도 아프다고 말할 데가 없었던 유년시절에 대한 자전적인 에세이다. 후반부는 살아오면서 느낀 감정의 에세이, 같은 아픔을 겪는 또다른 또래들에게 전달하는 메시지다.작가는 열여덟살에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현재 프리랜서 모델로 활동하고 있다. 모델아카데미를 다니면서 온라인 패션몰 브랜드 피팅모델, SNS협찬 모델 등으로 일한다. 개인 맞춤정장 브랜드숍에서 일하면서 패션 스타일링, 디자인, 마케팅, 모델 등 종합적인 현장공부도 하고 있다.모델 데뷔 전에는 글을 쓰고 작가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고 한다. 울음 대신 글을 쓰면서 아픔을 이겨냈다. 모델 활동을 하면서 새로운 꿈이 생겼다. 최근 고등학교 검정고시를 우수한 성적으로 통과한 뒤 모델관련 학과가 있는 대학 진학을 준비하고 있다.작가는 마음이 아플 때마다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사진을 찍으며, 인스타그램으로 소통을 시작했다. 사춘기 시절 왕따를 경험했고 일탈도 했다고 한다. 중3 때는 거식증, 고1 때는 뇌종양까지 겪었다. 이 모든 것을 극복하며 지금은 꾸준한 건강관리로 대학입시 준비와 글쓰기, 모델 활동을 꾸준히 하고 있다.작가는 '내 주변에 아무도 없다'고 느끼는 또 다른 '의빈이들', 사춘기이거나 혹은 남들이 갖고 있지 않은 혼자만의 비밀을 갖고 힘겹게 살아가는 이 세상 모든 '의빈이들'에게 "너만 그런게 아니다. 나도 그렇다. 남들도 다 그렇다"고 말해주고 싶어서 그동안 쓴 글들을 모아 책으로 엮었다.작가는 "해보다는 달이 되고 싶다"고 했다. 해는 그 누구보다 더 밝게 빛나지만, 달은 캄캄해서 앞이 보이지 않는 이들에게 등불이 되어주고 누군가의 간절한 기도를 들어준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작가는 스스로가 수많은 달들에게 의지하고 많은 도움을 받으며 자랐기 때문에 이제 누군가의 달이 되고 싶다고 했다.세 살때부터 엄마·아빠였고, 후원자였으며, 삶이 어두울 때마다 달이 되어줬던 할아버지·할머니가 이 책의 출간을 도왔다.작가는 "저의 글이 무언가 때문에 아픈 10대들에게 '달'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아이의 마음을 보지 못하고 성적표만 보는 10대들의 부모들이 읽는다면 훌륭한 백신이 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174쪽, 1만1천원.

2020-09-25 14:30:00

[내가 읽은 책] 묘산문답(묘산문답/ 문상오/ 밥북/ 2020)

[내가 읽은 책] 묘산문답(묘산문답/ 문상오/ 밥북/ 2020)

책을 덮는다. 나는 아니야! 그런 인간이 아니라고 조금 억울해했다. 인간에 대해 증오와 복수심을 갖는 동물들에게 가닿지 않는 변명을 하고 싶기도. 하지만 당치 않은 일. 나도 인간이기 때문에 동물의 입장이 되어 생각한다고 해도 그뿐이다. 그들의 육을 먹고 살고 있다. 약육강식?! 동물에게 얼마의 타협할 바늘구멍 하나 없는 무논리의 인간논리.책을 다시 편다. 묘산문답을 읽는다. '읽었다'라는 과거형이 아니라 현재형을 가져온 이유는 한두 번 읽은 것으로 감정을 추스려내기 어려워 다시 읽어야 할 것 같은 부채감 때문이다. 이 책은 이라는 소개대로 인간에게 핍박받은 동물들의 이야기이다.저자는 "생명과 존재의 본질을 사유하고 탐구하여 이를 작품으로 해소해 온" 문상오 작가로 〈묘산문답〉에서도 인간 잔혹사를 고발하고 생명존중 문제제기를 위해 동물들을 앞에 내세운다. 고양이 '방울'은 주인의 손에 새끼를 잃었다. 함석지붕 아래에서 진돗개 '새복'과 수고양이 '삭'을 인연이 엮어준 가족으로 여기며 살아가고 있었다.어느 날 늙은 쥐 황종을 만나고, 고라니 가족의 억울한 죽음을 듣는 순간 다시금 인간에 대한 적의가 끓어오르게 된다. 방울은 늙은 쥐 황종에게 자신이 지켜줄 테니, 인간에게 분풀이라도 하자며 설득한다. 그렇게 한 지붕 아래 인간에게 핍박받은 동물들이 가족으로 묶인다.주인의 손에 개장수에 팔려갔다가 도망친 진돗개 새복, 어린 새끼들이 기름가마에 던져진 것을 본 고양이 방울, 인간의 총에 부모를 잃은 고라니 은돌 형제, 동물들의 죽음을 애도하는 늙은 쥐 황종과 형제들. 이들은 인간의 잔혹함에 치를 떨며 복수를 꿈꾼다. 그리하여 천문지리에 능한 구렁이 묘산을 찾아가 방울이 질문한다."인간은 짐승에게 그 어떤 만행을 저질러도 되고, 짐승은 그런 인간에게 잠자코 있어야만 한다? 그게 대지의 뜻이라면 자기모순 아닐는지요. 대지가 소산한 산물이 어리석을 순 있어도, 대지가 어리석을 순 없지 않겠습니까?" 이때 묘산이 방울에게 내린 답은 '섭리'였다. "대지의 뜻은 무얼 받은 만큼 되돌려 준다든지, 돌려준 만큼 무얼 기대한다든지 하는 그런 게 아니네. 섭리에 따라 굴러가는 거지. 거기 어디에도 작위해서 된 것, 될 것도 없다네. 인간이 짐승이 짐승에 대한 해악이 극한에 다다르면 그게 짐승이 인간에게 할 수 있는 최상의 보복인 게야."방울이 무리는 인간에게 보복을 하는 일이 자신들을 파멸로 몰고 가는 일이라는 것임을 이해한다. 그러나 누룩뱀 칠점이 묘산의 신물을 훔쳐내 "자신이 호신으로 있는 인간들을 돕자고" 동물들에게 해를 끼치게 되자, 동물들은 새복을 우두머리로 뽑아 누룩뱀을 응징하기로 한다. 하지만 이야기의 흐름은 방울과 삭의 살인행동, 새복과 황종의 구조행동으로 방향이 갈린다.다시 책을 덮는다. '브레멘의 음악대'가 떠올랐다. 묘산문답이 조금 더 적극적으로 인간에게 따져 묻는 형식으로 고전문학 우화소설에 가깝다. 독자는 새끼를 잃은 방울에게 연민을 느껴 따라다니다가 새복과 황종의 덕과 지혜를 만나게 될 것이다. 지극히 개인적인 평은 여기까지이다.서미지 학이사독서아카데미 회원

2020-09-25 14:30:00

[책] 반도체·IT벤처·K팝의 공통점은?…끝없는 혁신의 산물

[책] 반도체·IT벤처·K팝의 공통점은?…끝없는 혁신의 산물

K팝과 관련된 간단한 문제를 풀어보자. 첫번째 문제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빌보드 2위를 한 이래, 빌보드 1위를 기록한 K팝 아이돌은 BTS가 유일하다'. 두번째 문제 'K팝의 1호 아이돌은 '서태지와 아이들'이다'. 두 문제의 답은 모두 '아니오'다. 1번의 경우 BTS뿐만 아니라 2019년 슈퍼엠의 데뷔 앨범이 빌보드 1위를 기록한 바 있다. 2번의 정답은 1996년 SM엔터테인먼트에서 데뷔한 'H.O.T.'다.세번째 문제 '기술 혁신 측면에서 K팝은 반도체나 휴대폰과 전혀 다르다'에 대해 여러분은 어떤 답을 내리겠는가? 정답은 이장우 경북대 교수의 신간 'K-POP 이노베이션'에서 찾을 수 있다.◆K팝은 혁신이다K팝의 영향력에 대해 설명할 때 우리는 보통 '방탄소년단(BTS)의 앨범이 빌보드200 1위에 오르고, 슈퍼엠(SuperM)은 데뷔 앨범으로 1위를 차지한 최초의 K팝 그룹이 되었다'는 점을 떠올린다. 이밖에도 전세계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재생되는 음악 중 한국어 음악은 영어, 스페인어에 이어 세계 3위를 차지하며, 문화 콘텐츠가 한국 수출 품목 중 13위를 차지한다는 점 역시 K팝의 영향력을 증명하는 지표다.이러한 K팝의 세계적 도약은 천재 예술가의 독보적인 성취나 정부 정책이 이뤄낸 성과가 아니라 끝없는 혁신의 결과물이다. 30년간 국내 기업의 혁신을 연구해온 이장우 교수는 혁신 경영 이론 관점에서 K팝의 성공 전략을 분석해 'K-POP 이노베이션'을 출간했다. 이 책은 K팝 성장의 역사를 훑어보면서, K팝의 5대 혁신 성과, K팝 성공 요인, K팝 혁신을 촉진한 모멘텀, K팝이 마주한 과제 등을 체계적으로 설명한다.국내 음반 시장은 2000년대를 맞이하며 MP3와 인터넷 보급으로 구조적으로 흔들리기 시작했다. 소비자들이 CD를 구매하는 대신 MP3 파일을 다운로드하는 데 익숙해지며 음반 시장은 쪼그라들 수밖에 없었고, 설상가상 온라인 음원 유출과 불법 복제 현상까지 나타나며 위기에 직면했다. 그러나 K팝 혁신가들은 국내 음악 시장에 몰아친 위기를 정면으로 돌파했다. 유통 경로가 필요 없는 온라인 음원의 장점을 살리고 소셜미디어를 적극 활용해 지속 가능한 산업 생태계를 구축한 것이다.◆혁신 기업가와 그들의 전략K팝을 둘러싼 환경 변화의 고비마다 혁신을 주도해온 기업가들이 있었기에 K팝은 지금의 위치까지 올라왔다. 이수만(SM엔터테인먼트), 이호연(DSP엔터테인먼트), 박진영(JYP엔터테인먼트), 양현석(YG엔터테인먼트), 방시혁(빅히트엔터테인먼트)이라는 5인의 프로듀서는 비전 제시와 끊임없는 도전을 통해 1996년 첫 아이돌인 H.O.T. 이후 최근까지 20여년 동안 세계 음악 시장에서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어낸 셈이다.프로듀서들이 위기를 기회로 바꾼 과정에서 사용한 전략은 '아이돌화' '수익원 다변화' '세계화'다. 음악이 아닌 아이돌을 전략적 상품으로 정의해 '보는 음악'이라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하고, 이들이 가수 활동뿐 아니라 드라마·영화·TV 예능 등 다양한 분야에 진출하며 수익을 극대화했다. 더불어 일본과 중국을 시작으로 해외 현지화와 표준화를 시의적절하게 병행함으로써 해외 시장을 개척하고,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해 세계 시장에서의 팬덤 구축에 성공했다.특히 이 책은 K팝의 퍼스트 무버로서 SM엔터테인먼트를 심도 있게 다룬다. SM의 성장 과정과 성공 요인을 분석하고, 캐스팅, 트레이닝, 프로듀싱 등 분업 시스템과 토털 매니지먼트 전략이 어떻게 유기적으로 연결되는지 살펴본다.◆코로나19 이후 K팝은?이 책이 K팝을 분석하는 차별화된 시선은 K팝을 혁신 산업의 한 분야로서 바라보며 반도체 산업, IT 벤처 산업과 비교하며 공통점을 분석한다는 점이다. 세 분야는 본질과 산업 규모 측면에서 전혀 공통점이 없어 보이지만, 혁신 측면에서는 ▷생산 시스템의 혁신 ▷수직적 통합 전략 ▷비즈니스 모델의 재정의 ▷승자 독식의 시장 구조 ▷기술 학습의 조건이라는 공통점을 지닌다.코로나19라는 세계 공연 시장의 새로운 위기 속에서 K팝 산업의 혁신가들은 이 상황을 어떻게 반전시킬까. SM엔터테인먼트는 '비욘드 라이브'라는 온라인 유료 콘서트를 세계 최초로 시도해 전세계 109개 국에서 7만5천 명의 관객을 모았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BTS의 유료 온라인 라이브 공연인 '방방콘 더 라이브'를 개최해 75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시접속하게 만들었다. 이는 K팝과 첨단 IT기술을 융합한 새로운 프로젝트로 첨단 기술과 콘텐츠를 융합하려는 끊임없는 노력 끝에 이뤄진 결실이다.혁신은 뜻과 의지를 가진 혁신가가 시행착오를 반복하며, 마침내 결실을 맺기까지 포기하지 않고 추진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진다. 특정 분야의 퍼스트 무버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에게 K팝의 혁신기는 훌륭한 교과서가 될 것이다. 368쪽, 2만4천원.

2020-09-25 14:30:00

[책CHECK] 남아 있는 날들은 모두가 내일/ 안상학 지음 / 걷는사람 펴냄

[책CHECK] 남아 있는 날들은 모두가 내일/ 안상학 지음 / 걷는사람 펴냄

'그 사람은 돌아오고 나는 거기 없었네' 이후 6년 만에 펴낸 안상학 시인의 시집이다. 안 시인 특유의 고독과 서정으로 구성된 이번 시집은 환갑을 목전에 둔 시인이 지금껏 살아온 자신의 생을 뒤돌아보며 관조한 세상에 대한 발화이다.최원식 문학평론가는 추천사를 통해 "작위의 틈입을 허락지 않는 야생의 천진 같은 사람이요 꼭 그 사람 같은 시를 쓴다"고 평했다. 작위가 틈입하지 않은 시란 시인의 내밀함으로 쓰인 시라는 뜻이다. 스스로에 대한 성찰은 곧 타인과 사회에 대한 시선으로 이어진다. 전우익 선생과의 일화를 유머러스하게 풀어내는 '간고등어', "가장 낮은 언덕이 그에게는 하늘이었다"고 말하는 '빌뱅이 언덕 권정생', "뇌출혈로 오른쪽을 잃은 친구라고 쓰고 왼쪽을 얻은 친구라고 알아서 읽는다"라 말하는 '좌수左手 박창섭朴昌燮'에서는 주변인에 대한 애정 어린 시선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화산도-4·3, 일흔 번째 봄날'에서는 "세상 모든 슬픔의 출처는 사랑이다/사랑이 형체를 잃어 가는 꼭 그만큼 슬픔이 생겨난다"고 했고, '4월 16일'에서는 4·16 세월호 참사에 대한 추모의 마음을 잊지 않는다.양안다 시인은 발문을 통해 '이번 안상학의 시는 바닥에 관한 이야기'라고 단언했다. 특히 시 '생명선에 서서'를 언급하며 "과거를 더듬어 가며 자신이 남긴 슬픔의 발자취를 추적하고 있다"면서 "과거를 더듬는 이 자세야말로 죽음에 가까워진 인간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성찰"이라 표현했다.안동 출신인 안 시인은 1988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시 '1987年 11月의 新川'이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그대 무사한가', '안동소주', '오래된 엽서', '안상학 시선', 동시집 '지구를 운전하는 엄마', 시화집 '시의 꽃말을 읽다' 등을 냈다. 고산문학대상, 동시마중 작품상 등을 수상했다. 128쪽, 1만원.

2020-09-25 14:30:00

[반갑다 새책]헤라클레이토스의 불/ 에르빈 샤르가프 지음·이원웅 옮김/ 달팽이출판 펴냄

[반갑다 새책]헤라클레이토스의 불/ 에르빈 샤르가프 지음·이원웅 옮김/ 달팽이출판 펴냄

지은이는 1940년대 후반 '샤르가프의 법칙'을 발표해 오늘날 분자생물학의 기초를 세웠고 1953년 왓슨과 크릭이 DNA 이중나선구조를 밝혀내는데 결정적인 실마리를 제공했다.책은 생화학의 확립과 분자생물학의 탄생이라는 극적인 시기를 살아온 샤르가프의 전기적 에세이로, 풍부한 인문교양을 바탕으로 현대과학이 가져온 인간 존엄성의 심각한 훼손에 대한 공포와 분노를 담고 있다.현대과학은 성과를 내기에 급급해 그 과정이 아주 빠른 속도로 진행된다. 그 목적 또한 매우 불순하거나 비인간적인 경우가 많은데 지은이는 그 대표적인 예로 원자폭탄을 만들어낸 '맨해튼 프로젝트'를 꼽는다. 샤르가프는 히로시마와 나가사키라는 두 단어만 들어도 극심한 공포감과 함께 인류 본성의 종말을 보는 듯한 묵시록적 세계관과 다르지 않는 시각을 갖게 됐다고 토로하고 있다.그는 현대 과학이 끊임없이 '죽음의 과학'으로 질주하고 있으며 우리는 인간으로서 차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끔찍한 일들에 직면하고 있음을 지적한다. 책을 읽다보면 그동안 우리가 일반적으로 옳고 정당하다고 여겼던 합리적 사고와 과학적 태도에 대해 되돌아보는 단초를 제공하고 있다."과학에서의 성공이란 무엇일까요? 조명을 받은 어둠은 빛이 아닙니다. 우리는 자신이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동굴 안에 있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손전등으로 비춰보시죠. 그러면 자신이 단지 헛간 같은 곳에 있다는 걸 발견할 수 있습니다. 비록 자신이 무엇을 발견하고 싶어하는지 알고 있다 해도, 저는 그것을 발견하고 싶지 않습니다. 불확실성은 삶의 소금입니다."(본문 186쪽)여기서 샤르가프는 인간적인 얼굴을 한 과학을 뜻하는 '작은 과학', 즉 한 개인이 옹호하거나 지지할 수 있고 여전히 인간적인 목소리가 들리는 과학을 주창하고 있다."인간은 신비 없이는 살 수 없다. 위대한 과학적 기술적 업적이 인간과 현실의 접촉점을 불가역적으로 상실하게 했다고 말한다면 나는 오해를 받을까?"샤르가프의 독백이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면 독자는 그의 주장에 동의하고 있다는 방증이 된다. 386쪽, 1만8천원.

2020-09-25 14:30:00

창세기에서 요한계시록까지 성경을 노래한 클래식을 만나다

창세기에서 요한계시록까지 성경을 노래한 클래식을 만나다

그리스·로마 신화와 함께 서양 예술사에서 양대 축으로 꼽히는 '성경'은 클래식 음악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수많은 작곡가가 성경에서 영감을 얻어 명곡을 탄생시켰다. 하지만 부활절이라든가 크리스마스 같은 특별한 시즌이 아니고는 종교음악은 쉽게 접하기가 어렵고, 클래식 음반가게에 가도 종교음악은 제일 끝자리에 놓여 있을 정도로 대중의 관심에서는 살짝 빗겨나 있다. 일상적으로 접하기 어려운 만큼 종교음악을 '최애곡'으로 꼽는 클래식 애호가도 그리 많지는 않다. 이 책은 이런 괴리나 간극을 좁혀보기 위해 창세기부터 요한계시록까지 성경을 바탕으로 한 클래식 종교음악을 선별해 소개한다.◆넓고 깊은 종교음악의 세계책은 1부 구약성서, 2부 신약성서로 나누어 각각 14개 작품, 6개 작품의 성경에서 출발한 클래식 음악을 소개한다. 성경의 모든 책을 다루지는 않았지만, 창세기부터 요한계시록까지, 성경에서 영감을 얻은 클래식 작품을 망라했다. 종교음악을 가까이 접해보고 또 이를 독자들에게 소개하기 위해 하나하나 찾아보면서, 저자는 종교음악의 폭이 무척 넓다는 것을 발견한다. 시대와 장르를 막론하고 종교와 관련 있는 음악이 고구마 줄기처럼 쏟아져 나온 것이다. 헨델은 그 유명한 합창곡 '할렐루야'가 나오는 '메시아'는 물론이고 '사울', '솔로몬', '여호수아'까지 수많은 종교 곡을 내놓았다. 또한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바흐, 비발디, 멘델스존 등은 물론, 20세기에 활약한 쇤베르크와 스트라빈스키, 메시앙과 번스타인 같은 작곡가들이 작곡한 종교음악도 소개한다.오페라와 교향곡 같은 세속음악이더라도 성경에서 출발한 음악은 책 속에 포함됐다. 작곡가들이 종교음악이라는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세속음악의 형식으로 성경 이야기를 풀어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여기서도 성경이 유럽의 문화 전반을 떠받치는 두 기둥 중 한 축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생상스의 '삼손과 데릴라', 베르디의 '나부코',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살로메' 등 성경에서 모티브를 얻은 오페라와 번스타인의 '예레미야 교향곡', 스트라빈스키의 '시편 교향곡'이 그런 예다.◆작곡가는 삶의 결정적인 순간마다 종교음악 썼다저자는 종교음악을 소개하면서 음악의 바탕이 된 성경 이야기는 물론, 작곡 당시 작곡가가 처한 현실적 상황과 음악 세계에 대한 이야기도 풀어놓는다. 특히 정치적 신념과 종교적 믿음이 충돌할 때, 경제적 궁핍과 예술적 자각 사이에서 방황할 때, 작곡가들이 삶의 결정적인 순간을 맞이할 때마다 종교적인 곡을 썼다는 사실에 눈길이 간다. 일례로 쇤베르크가 출애굽기 속 모세를 주인공으로 삼은 오페라 '모세와 아론'을 작곡한 것은 나치의 반(反)유대주의가 기승을 부리던 암울한 시기의 일이다. 유대인인 쇤베르크는 일찍이 개신교로 개종했고 제1차 세계대전 때 자원해 참전하는 등 스스로 오스트리아인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으나 반유대주의를 직접 경험한 후 마음에 큰 타격을 입었다. 이후 시오니즘에 경도된 쇤베르크는 이집트에서 노예 상태로 있던 유대인을 이끌고 가나안으로 향했던 모세 이야기를 작품으로 옮기기에 이르렀던 것이다.말러처럼 '지휘하는 작곡가'가 되겠다는 야심을 품었던 번스타인이 처음으로 작곡한 교향곡 또한 성경 예레미야 애가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예루살렘 멸망에 고통스러워하는 히브리 민족의 비극을 노래했기에 이 교향곡은 유대인이라는 번스타인의 정체성이 녹아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또한 메시앙이 제2차 세계대전 중 독일군의 포로로 괴를리츠 수용소에 포로로 잡혀 있던 동안 요한계시록에서 영감을 얻어 작곡한 '시간과 종말을 위한 4중주'도 빼놓을 수 없다. 이 작품은 1941년 1월 15일에 함께 수감되어 있던 세 명의 연주자와 메시앙 자신의 피아노 연주로 괴를리츠 수용소에서 초연됐다.이처럼 작곡가들은 그야말로 '종교에 귀의'해, 즉 종교에 돌아가 기댐으로써 힘든 시절을 겪어 낼 힘을 얻는 동시에 수많은 사람에게 종교적 영감을 전해 준 작품까지 내놓았던 것이다.각 글의 말미에는 수많은 레코딩 중에서 저자가 엄선한 음반과 영상이 소개되어 있다. 글을 읽은 후에 추천된 음반이나 영상을 찾아보면 종교음악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다.

2020-09-25 14:30:00

베스트셀러 순위(9월 넷째 주)

◇ 9월 넷째 주 베스트셀러 순위(교보문고) 1.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 (강양구 등 5명·천년의 상상)2. 돈의 속성 (김승호·스노우폭스북스)3. 아몬드 (손원평·창비)4. 주식투자 무작정 따라하기 (윤재수·길벗)5. 이토록 공부가 재미있어지는 순간(박성혁·다산북스)6. 심판 (베르나르 베르베르·열린책들)7. 공부란 무엇인가 (김영민·어크로스)8. 달러구트 꿈 백화점 (이미예·팩토리나인)9. 마법천자문49 (유대영·아울북)10. 존리의 부자되기 습관 (존리·지식노마드)

2020-09-25 13:57:34

2020 대구수성 한국지역도서전 출판 대상에 ‘대전여지도·3’ 선정

2020 대구수성 한국지역도서전 출판 대상에 ‘대전여지도·3’ 선정

'대전여지도·3'(이용원 지음·토마토 출판사 펴냄)이 한국지역출판연대와 대구 수성구가 공동 주최한 '2020 대구수성 한국지역도서전'에서 천인독자상 대상 도서로 선정됐다. 또 부산 산지니 출판사가 펴낸 '다시 시월 1979'와 광주 심미안이 발간한 '5·18 우리들의 이야기'가 공로상 도서로 선정됐다. 대상에는 상금 300만원, 공로상에는 각각 200만원의 상금이 지급된다.대상 도서로 선정된 '대전여지도 3'은 저자가 대전 유성구의 오래된 마을을 구석구석 찾아다니며, 예전에 있었으나 지금은 없어진 공간과 사람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이다. 개발과 변화, 시간의 경과로 지나온 길, 지나온 삶을 무(無)가 되기 십상이지만 이 책은 우리가 살아온 날들, 지나온 길을 무(無)로 만들지 않고, 생생한 기억으로 남기고 있다.'다시 시월 1979'는 부마민주항쟁의 새로운 증언과 의미를 담았고, '5·18 우리들의 이야기'는 1980년 5월 당시 고등학교 3학년이었던 광주서석고 동창생들이 엮은 책이다.천인독자상은 한국지역출판연대 주관으로 1천 명의 독자가 1만원씩을 모아 지역출판사가 펴낸 책 가운데 지역성과 기획의 우수성, 독창성 등을 주요 심사 기준으로 선정한다.조두진(소설가) 심사위원장은 "수상작 외에도 응모한 모든 출판사의 책이 지역성과 작품성, 독창성을 두루 갖춘 귀한 작품들이었다"며 "지역에 기반한 더 많이 책이 발간돼 지역문화와 역사는 물론 우리나라의 역사와 문화, 예술, 생활을 기록하고 널리 알려 나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2020-09-24 16:31:59

이육사기념사업회대구, ‘강철무지개 문학교실’ 25일 빨간우체통 공부방서 열려

이육사기념사업회대구, ‘강철무지개 문학교실’ 25일 빨간우체통 공부방서 열려

'강철무지개 문학교실'이 25일 오후 7시 빨간우체동 공부방(대구시 남구 대명동)에서 열린다.이육사기념사업회대구가 주관하는 강철무지개 문학교실은 지난 6월부터 매월 개최해오고 있는 강좌로 이번 달에는 전담강사 박상봉 시인의 '시(詩)는 어디서 오는가?'에 대한 주제의 강의와 함께 초대 강사 김경호 시인의 '시창작의 구체적 형상화 방법'이란 제목의 특강이 마련된다.'강철무지개 문학교실'은 민족시인 이육사의 독립정신과 투쟁의 실체를 문학을 통해 밝히고 문학의 이해와 저변을 넓히기 위해 기획됐다. 현재 문학적 감수성과 상상력, 표현력 향상을 위한 시창작 기초과정을 공부하고 있다. 기초반은 시를 전혀 써본 적이 없는 사람도 참여할 수 있다.박상봉 시인은 "기본적인 시창작 이론 과정을 어느 정도 공부한 다음 기성 시인에 대한 작품세계를 살펴보고 자작시를 공개토론 하는 방식으로 강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고경하 이육사기념사업회대구 사무처장은 "많은 사람들이 강철무지개 문학교실을 통해 시를 쉽게 이해하고 문학적 감성을 채울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문의 이육사기념사업회대구 사무처장(010-9961-6637)

2020-09-23 14:23:48

[유홍준의 시와 함께] 법주사 / 안상학(1962~ ) 作

[유홍준의 시와 함께] 법주사 / 안상학(1962~ ) 作

법주사 / 안상학(1962~ ) 作 구월이던가요푸른 그늘을 걸어서 들어가는 길 누군가팔상전 기와 중 유독 푸른빛 기와 하나 있다는데요그 기와 찾으면 극락 간다고 하는데요혼잣말처럼 흘리던 사람은 딴전이고요정작 뒤에 가던 우매한 중생 하나그 말을 날름 주워 들고서는극락에 미련이 있는지 어쩌는지팔상전 기와를 샅샅이 둘러보는데요헛, 그, 참,어디에도 푸른 기와는 없고 해서우두커니 하늘만 올려다보는데요문득 팔상전 꼭대기 위로 펼쳐진 궁륭의 하늘그 푸른 하늘 한 장 걸려 있는 것을 보고아, 글쎄, 무릎을 치며 환호작약하더라니까요허긴, 극락이 거기 있다는 소문은벌써부터 파다한 세상이지만 말이지요 하늘 좋은 가을이 왔다. 조망 좋은 산 위에 올라 저 멀리 하늘을 바라보고 있으면 그냥 마음이 맑아지고 기분이 풀린다. 집착이며 노여움이며 그런 것들마저도 다 부질없이 느껴진다. 부럽다. 안상학 시인이 이 좋은 계절에 누군가와 어울려 법주(法住)의 푸른 그늘을 걸어 들어가 '하늘 기와' 를 발견했다니……. 아쉽게도 나에게는 그런 눈도 없고 동행도 없고 즐거움도 없다. 그런 행복은 두루두루 벗이며 이웃들과 잘 어울리며 살아온 자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일 터.즐거움만 있는 곳 '극락'이란 도대체 어떤 곳일까. 안상학 시인을 두고 '돈오(頓悟)는 있되 점수(漸修)가 부족하다'는 최원식 선생의 말에 백번 동의하지만 점수는 무슨 점수, 시인에게 점수는 필요 없다. 돈오면 충분하다. 사실은 돈오가 오면 돈오마저 뿌리쳐야 하는 것이 시인이다.기와란 흙을 뭉치고 으깨고 다지고 빚어낸 물건. 이 기와로 지붕을 인 팔상전이 아니었다면 도대체 어떻게 이 시가 탄생할 수 있었을까. 상징이며 비유며 그런 문학 용어들을 들먹이는 걸 도무지 마땅치 않아 하는 나이지만 안상학 시인의 이런 시를 대하면 어쩔 수 없이 그런 것들을 들먹이지 않을 수가 없다.가을 절집은 또 얼마나 소슬하고 멋진가. '팔상전 위 그 푸른 기와 찾으면 극락에 간다'는 말 잊지 않겠다. 올가을엔 그 '푸른 궁륭의 하늘'을 자주자주 바라보겠다.시인 유홍준:1998년 『시와반시』로 등단. 시집 『喪家에 모인 구두들』 『나는, 웃는다』 『저녁의 슬하』 『북천-까마귀』 『너의 이름을 모른다는 건 축복』이 있다. 시작문학상 이형기문학상 소월시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시인 유홍준: 1998년 『시와반시』로 등단. 시집 『喪家에 모인 구두들』 『나는, 웃는다』 『저녁의 슬하』 『북천-까마귀』 『너의 이름을 모른다는 건 축복』이 있다. 시작문학상 이형기문학상 소월시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2020-09-23 13:30:00

[책CHECK] '보각국사비명' 따라 일연一然의 생애를 걷다/ 권영시 지음/ 민속원 펴냄

[책CHECK] '보각국사비명' 따라 일연一然의 생애를 걷다/ 권영시 지음/ 민속원 펴냄

경북 군위군 인각사에는 고려 시대 왕희지의 문체를 집자해 각자한 '보각국사비명' 비석이 있다. 이 비명에는 일연스님의 잉태와 출산을 비롯해 가족관계와 성장환경이 나타나며, 그가 승려의 길로 접어들게 되면서 일생동안 거친 사찰과 그 사찰에 주석하게 된 경위 그리고 부여된 승직과 업적 등 생애 행적이 차례로 나타난다.이 책은 '삼국유사'를 편찬한 일연스님의 생애 사찰을 찾아다니며 문화와 역사, 주변 환경을 담았다. '보각국사비명'의 비문을 근거로 비각이 자리한 인각사를 시작으로 그가 탄생한 장산군을 거쳐 생애 사찰을 차례로 찾아간다.권영시 전 대구시앞산공원관리사무소장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서 공모한 '우수출판콘텐츠 제작지원 사업'에 선정돼 이 책을 출간했다.권 전 소장은 "이 도서를 집필하기 위해 돌아다닌 지 여러 해 걸렸다. 하지만 강화도 선월사(禪月社)는 끝내 찾아내지 못했다. 앞으로도 끝까지 드나들 것이다. 대신 선원사(禪源寺)는 선월사와는 한자 표기 사찰명칭과 모일 社자와 절 寺자의 표기가 각각 다르지만 팔만대장경을 봉안했던 사찰이어서 빠뜨리지 않았다. 개경의 광명사는 통일이후에나 가봐야 할 처지여서 문헌자료로 대신한다"고 말했다. 320쪽, 3만2천원.

2020-09-18 14:30:00

[책CHECK] 통증연가 / 최규목 지음 / 학이사 펴냄

[책CHECK] 통증연가 / 최규목 지음 / 학이사 펴냄

시집은 4부로 구성돼 있다. 1부에서는 고향으로의 회귀 욕구를 다룬 시들로 태어나면서부터 관계를 맺어온 어머니와 누이 등 혈육과 고향땅에서 느낀 정서'를 녹여냈다. 이번 시집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며 중심축을 이루고 있는 2부와 3부에서는 시인이 사랑했던 연인의 비참한 죽음과 관련된 사건들이 비교적 소상하게 표현돼 있다. 4부에서는 죽은 연인과의 재회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담고 있다.최 시인은 "이 시집은 그녀를 만나 사랑하고, 그녀를 떠나보내기까지 내 삶의 한때를 드러낸 시들이다. 삶이란 무엇인가? 자문도 했고, 사랑이란 무엇인가? 회의도 있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을 접어두고라도 어쩌면 운명적으로 만나 사랑을 했고, 슬프게 떠나간 한 여인을 위해 시인으로 살아온 사람으로 그녀를 위무하는 시집 한 권도 남기지 않는다면 이 땅에 사랑하며 살아가는 많은 청춘에게 죄를 짓는 것 같아 시집을 내게 되었다"고 밝혔다.이진엽 문학평론가는 "이번 시집은 고향 회귀 의식과 혈육의 죽음에 대한 정서, 자아성찰과 인간 심리의 심층에 자리 잡은 보편적 그리움, 설화적 배경을 통한 사랑의 고결함 등 다채로운 문양으로 자신의 시세계를 선보이고 있다" 평했다. 144쪽, 1만원.

2020-09-18 14:30:00

[반갑다 새책] 예술의 쓸모/ 강은진 지음/ 다산초당 펴냄

[반갑다 새책] 예술의 쓸모/ 강은진 지음/ 다산초당 펴냄

고흐는 일생 동안 800여 점의 그림을 그렸지만 그의 생전에 팔린 그림은 단 1점뿐이다. 그만큼 당대엔 무명이었다. 그런 그가 사후에 최고의 예술가가 된 이유는 뭘까?그 이유는 그의 천재성이 아니라 동생 테오의 아내 요한나의 탁월한 '캐릭터 마케팅' 덕분이다. 요한나가 고흐의 편지들을 정리해 엮은 책이 엄청난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화가의 예술철학과 내밀한 감정이 고스란히 담긴 이 책을 통해 무명화가 고흐는 '비운의 천재 화가'라는 캐릭터로 대중에게 각인되며 명성을 얻을 수 있었다.흔히들 "예술, 그거 일상생활엔 별로 쓸모가 없잖아요"라는 편견을 갖고 있다. 그러나 예술경영 전문가인 지은이는 "예술이야말로 현실의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는 실용적인 통찰로 가득하다"고 주장한다. 다시 말해 예술가는 고독하고 광기어린 천재가 아니라 시대를 읽고 기회를 창조해내는 탁월한 기획자이자 전략가라는 점이다.프랑스 대혁명이라는 혼란의 시기를 파도 타는 서퍼처럼 능숙하게 살아낸 다비드, 쇠락한 공업도시를 순식간에 최고의 관광도시로 만든 건축가 게리, 과감한 결단과 기획력으로 현대 예술을 만들어낸 후원자 페기 구겐하임 등 예술의 무대를 화려하게 빛낸 이들의 이야기는 재미와 감동을 주고 있다.페르메이르를 스타화가로 만든 정체불명의 진주 귀걸이 소녀 그림에서는 스토리텔링의 힘을, 세상의 비판을 무릅쓰고 끝내 대세가 된 인상파에서는 네트워킹과 연대의 중요성을, 드가와 바토를 통해서는 개인적인 욕망과 고민으로부터 세상을 바꾼 혁신을 엿볼 수 있다.니체도 이런 까닭에 "예술은 삶의 위대한 자극제"라고 했는가 보다. 얼어붙은 삶의 감각을 깨워 좀 더 넓고 새로운 시야를 갖도록 도와주는 게 예술이라는 뜻일게다.책은 모두 40인의 예술가 이야기를 통해 우리의 삶을 더욱 단단하고 창조적으로 만드는 통찰력을 키울 수 있게 돕고 있다. 336쪽, 1만8천원.

2020-09-18 14:30:00

[책] 윤리와 이념 너머로 차별과 폭력, 솔직히 바라보기

[책] 윤리와 이념 너머로 차별과 폭력, 솔직히 바라보기

기본적으로 우리는 차별을 나쁜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사회에 존재하는 차별은 사람들의 나쁜 심성이나 잘못된 사회구조 때문이라고 여긴다. 따라서 인권에 대한 의식이나 감수성 부족, 기득권층의 주도적 지배 등에 원인이 있으므로 사회가 진보적으로 바뀐다면 차별은 사라질 것이라 믿는다. 그러나 저자는 이런 식의 이해가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영역이 넓어지고 있다고 말한다. "지금 사회에서는 팩트들 자체가 폭력성을 띠며, 서로의 권리가 확장되면서 충돌하고 있다. 인권이나 평등 같은 기준으로는 해결난망한 '넓은 의미의 차별'이 늘고 있다"고.◆'넓은 의미의 차별'이란?저자에 따르면, 차별에는 '좁은 의미의 차별'과 '넓은 의미의 차별'이 있다. 전자는 우리에게 익숙한 성차별이나 동성애 차별 같은 것이다. 이것들은 차별금지법 같은 제도로 규제하고 개선해갈 수 있다. 문제는 후자다. 이는 사회에서 여러 이유로 '정당하다'고 인정되거나 묵인되거나 심지어 생산되는 차별이다. 예컨대, 회사가 되도록 우수한 인재를 뽑고 싶어하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그런 일들이 학력 및 능력에 따른 차별을 만들어낸다. 부모들이 되도록 자녀들에게 좋은 교육을 시키려 하는 것도 당연하지만, 그러면서 학력의 격차가 자연스럽게 발생하고 차별로 이어지게 된다. 집을 살 때 가능한 한 주변 환경이 좋고 미래에 가격이 상승하리라 여겨지는 곳의 주택을 사는 것도 누구나에게 권장되는 일이다. 그러나 그런 행위들이 합쳐져 부동산 가격의 격차가 생기고 차별적 갈등도 발생한다.이런 차별들은 권리를 정당하게 행사하는 가운데 발생해 인권에 기대는 식으로 비판하고 해결할 수 없다. 또 도덕적 원칙이나 이념으로도 해결될 수 없다.◆피해자 구제가 또 다른 피해자 만들어내는 모순이러한 차별을 없애는 일의 어려움은 '적극적 우대조치'의 한계에서도 드러난다. 기회의 차원에서 차별을 받는 소수집단에게 가산점을 주거나 또는 따로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 적극적 우대조치다. 이 조치는 차별을 시정하는 좋은 제도로 여겨진다. 그런데 소수에게 더 기회를 준다고 할 때 어떻게 그 소수에게 그 기회를 '공평하게' 배분하느냐는 문제가 존재한다. 예를 들어, 대도시의 학생들이 'SKY대학'에 진학하는 현실을 바꾸기 위해 농어촌을 대상으로 적극적 우대조치를 도입한다고 하자. 이 경우에도 성적을 기준으로 선발하게 될 것이다. 시험 성적에 의한 기존 제도의 폐해를 조정하기 위한 조치를 실행하려고 하는데, 다시 농어촌지역에서도 성적 우수 학생에게만 기회를 주는 셈이 된다. 여성이나 장애인이나 다른 소수집단이 대상인 경우도 마찬가지다. 저자는 "약자와 소수에게 기회를 부여하는 일이 다시 그 가운데에서 능력 있는 사람과 강자를 우대하는 일이 되는 것은 분명히 문제"라고 지적한다.◆사회의 폭력을 마주하는 어려운 길저자는 이 책에서 집요하게 차별의 문제를 좇는다. 혐오 표현, 팩트 폭력, 학력경쟁, 차별금지법, 공정성 논란, 급진 여성주의자에 의한 트랜스젠더 차별, 능력주의 평가 시스템 등의 문제를 철학적·사회학적으로 분석·성찰하며, 그 안에서 차별과 폭력의 문제가 얼마나 복잡하게 꼬여 있는지를 낱낱이 보여준다. 진보적 방향의 정책을 꾸준히 추구한다고 해서, 또 사람들이 정치적 올바름을 갖추고 '의식 있게' 행동한다고 해서 이런 문제들은 사라지지 않는다.그러나 저자는 성급한 대안 제시에는 선을 긋는다. 정상적이고 바람직한 사회 시스템도 차별과 폭력을 만들어낸다는 사실을 직시하는 것만도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섣부른 대안보다는 차별과 폭력의 다양한 양상을 마주하고 또 마주한다. 이런 현실 앞에서 어떤 실천 태도를 가져야 할지는 그 후의 과제이다.저자는 "다양한 형태의 위험하고 폭력적인 사실을 인식하는 일은, 그것이 무참하게 확대되는 광경을 그냥 맥없이 쳐다보는 일과는 다르다. 현재 사회에서 역사적 성과로 인권은 확대됐고, 안전도 점점 중요해졌다. 각자 자신의 행복을 추구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을 객체로 만들면서 또 주체로 만드는 많은 사실들이 알게 모르게 폭력성을 띤다. 사회 시스템들이 그 사실들을 생산한다. 이 사실을 견디거나 그것과 싸우는 일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선, 일단 그 존재를 인정하는 겸손이 필요하다"면서 "우리는 이제 겨우 자신이 폭력에 의해 대상화되면서 주체로서 구성된다는 폭력적인 사실을 직시하기 시작한다. 이제 이 사실 앞에서 우리의 실천하는 태도를 제대로 다듬고 키울 때"라고 강조한다. 400쪽, 2만원.

2020-09-18 14:30:00

9월 세째 주 베스트셀러 순위

◇ 9월 세째 주 베스트셀러 순위(교보문고)1.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 (강양구 등 5명·천년의 상상)2. 아몬드 (손원평·창비)3. 돈의 속성 (김승호·스노우폭스북스)4. 주식투자 무작정 따라하기 (윤재수·길벗)5. 심판 (베르나르 베르베르·열린책들)6. 살고 싶다는 농담 (허지웅·웅진지식하우스)7. 이토록 공부가 재미있어지는 순간(박성혁·다산북스)8. 상관없는 거 아닌가? (장기하·문학동네)9. 공부란 무엇인가 (김영민·어크로스)10. 매우 예민한 사람들을 위한 책 (전홍진·글항아리)

2020-09-18 13:59:22

행복북구문화재단 구수산도서관  ‘우리동네 인문 교육 자료 개발 사업’ 공모 선정

행복북구문화재단 구수산도서관 ‘우리동네 인문 교육 자료 개발 사업’ 공모 선정

행복북구문화재단(대표 이태현) 구수산도서관이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도서관협회가 주관하는 2020년 '우리동네 인문 교육 자료 개발 사업' 추진기관으로 선정되었다. 우리 동네 인문 교육 자료 개발 사업은 1970년대 이후의 우리 동네 인문 자원을 발굴하여 마을문화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 및 교육 콘텐츠를 개발해 인문 지리서를 발간하는 사업이다. 구수산도서관은 ㈜청림문화연구소(소장 박승규)와 '구수동천과 영남대로에서 팔거·칠곡 찾아보기'라는 주제로 북구 읍내동의 역사와 문화를 활용한 인문 교육 자료를 제작하고, 이를 바탕으로 문화유산 탐방과 옛 이야기 고찰 등 도서관 운영에 활용할 계획이다. 박승규 청림문화연구소장은 "읍내동의 소소한 역사와 문화를 지역주민에게 알리고 이를 통해 유서 깊은 고을에 살고 있다는 자긍심을 갖게 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2020-09-17 19:36:46

[책] 근대 일본 자본주의 형성의 프론티어로 활약한 기업가들의 경영이념

[책] 근대 일본 자본주의 형성의 프론티어로 활약한 기업가들의 경영이념

한국과 일본의 근대화 궤적은 크게 달랐다. 일본은 제국주의로 성장해 서구 열강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세계를 상대로 전쟁을 벌였다. 한국은 오랜 세월 정치적 자유와 경제적 주권을 빼앗겼다. 일본이 서양의 각종 자본주의 제도를 적극적으로 도입해 토착화를 모색하고 식산흥업정책을 통해 부국강병을 이룰 때, 대한제국도 자주적 근대화를 위해 필사적으로 몸부림쳤다.결과적으로 일본은 성공하고 대한제국은 실패했다. 결정적 차이점은 무엇일까? 일본의 근대 기업가들을 조명한 이 책이 물음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한다. 현대 일본경제를 이끌고 있는 기업들의 원형이 메이지기에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이 시기에 미쓰이, 미쓰비시, 스미토모 등 재벌이 등장했고, 오쿠라, 후지타, 후루카와 등 소위 정상(政商)들이 활약했다. 시부사와 에이이치는 일본 자본주의의 코디네이터를 자처했고, 한국의 근대화 과정에서도 수많은 비즈니스 찬스를 포착하고 흔적을 남겼다. 기술의 혼다, '경영의 신' 마쓰시타는 대중소비사회를 이끌었다. 이들은 격동의 시대에 불확실성을 사업으로 성공시킨, 시대를 앞서간 기업가들이다. 기업가로서 이들의 경영수완은 어떻게 형성되었을까? 당대인들은 보지 못하고 그들만이 볼 수 있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그리고 그들의 행동을 규율해 온 '기업가 정신'은 무엇일까? 에도기의 유력 대상가인 미쓰이, 스미토모, 고노이케의 사례를 들어 어떤 상가가 살아남아 근대 기업가와 재벌로 성장할 수 있었고, 반대로 어떤 상가가 막말·메이지기라는 격동기에 적응하지 못하고 몰락했는지를 보여주었다. 미쓰이가의 미노무라 리자에몽(三野村利左衛門)과 스미토모의 히로세 사이헤이(廣瀨宰平)는 전자의 사례였고, 고노이케의 사례는 후자에 속한다.대중들의 일상생활과 연관이 있는 기업가들이 관심을 끈다. 그 선구자에 해당하는 기업가가 고바야시 이치조(小林一三)이다. 그는 1907년 미노오아리마전기궤도를 설립하고 그 연선에 주택지를 개발하고 판매함으로써 도시화와 사철문화를 이끌었다. 주택지 개발과 함께 레저시설을 만들었고, 오늘날에도 유명한 다카라즈카가극단을 조직하여 대중문화를 선도했다. 고바야시는 또한 1929년에 이미 터미널 백화점의 원형인 한큐백화점을 설립하여 이후 출현하게 되는 도큐, 세이부, 도부 등에도 영향을 주었다. 이른바 사철 경영의 원형을 만든 것이다.혼다 소이치로(本田宗一郞)는 전후 영세기업으로 출발했으면서도 모터바이크, 소형 오토바이의 개발, 오토바이 세계시장에서의 브랜드 확립, 경자동차로의 진출, 미국 머스키법을 충족시킨 CVCC엔진의 개발, 젊은 취향의 승용차 시장의 개척 등 차례차례 혁신적인 기업자활동을 전개했다. 이를 통해 혼다는 공업대국 일본의 약진을 상징하는 기업으로 세계에 알려지게 되었다.마쓰시타 고노스케(松下幸之助)는 가전붐의 연출자이면서 독자적인 경영사상과 근로관으로 '경영의 신'으로 불렸고, 오늘날 가장 인기 있는 경영자이기도 하다. 향후 전기사업이 유망할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전기 관련 사업에 뛰어들어 개량 소켓, 어태치먼트 플러그, 자전거나 가정용 램프, 라디오, 텔레비전 등의 개발과 개량에 힘썼다. 네덜란드 필립스사와의 합자는 마쓰시타의 시장 점유율을 키울 수 있는 계기였다. 수돗물과 같이 저렴한 가격으로 무진장 제공해야 한다는 '수도철학'을 주장하면서도 적정이윤을 '사회로의 봉사에 대한 보수'라고 하여 정가판매론을 주장하며 품질 유지를 강조했다. 560쪽, 3만원.

2020-09-17 14:30:00

[유홍준의 시와 함께] 드론/백무산(1955~ )

[유홍준의 시와 함께] 드론/백무산(1955~ )

드론 /백무산(1955~ ) 몸을 떠난 눈 지평선이 사라졌다 키의 시선이 사라졌다 풍경의 과잉 시공은 분리된다 수직으로 꽂히는 지배자의 시선 흙냄새가 사라진 풍경 저 너머가 사라졌다 지구는 다시 평면으로 정의된다 길을 가다 보면 '드론 교육'을 해 준다는 곳을 종종 보게 됩니다. 넓은 강가나 공터에서 또 아버지와 아들이 드론을 날리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보게 되고요. 이제는 저 시골 논밭의 농약 방제도 드론이 한다네요. 텔레비전을 보면 '도시 어부'에서 대어를 낚은 이덕화, 이경규 씨가 감격에 겨워 울부짖으며 올려다보는 것도 하늘(신)이 아니라 드론입니다. 참 외람되이도, '자연인'이 사는 저 심심산골 외딴 풍경을 찍는 것도 드론이고요. 아이고야, 심지어 고속도로의 과속 차량도 이제 '몸을 떠난 눈' 드론이 잡아낼 거라네요. 쇼핑한 물건을 구매자의 집까지 드론이 배달해 줄 거라고 들은 지도 벌써 몇 해가 흘렀으니 하긴 뭐 별 놀랄 일도 아닙니다.그런데 시인은 이 기계가, 이 문명이, 참 싫은가 봅니다. '나는 높은 꼭대기에 올라 트인 풍경을 갈망했으나/ 그때마다 느끼는 답답함의 정체를 알 수 없었다'고 했어요. '새의 비상으로 자유를 설명할 수 있으나 자유를 숨 쉴 수는 없었다'고요. 그래요. 인간을 땅에서 떼어놓을 수는 없어요. 인간은 드론도 새도 아니니 '과잉 풍경'은 필요 없어요. 시인은 멈추라고 말해요. 결국 이대로 가다간 '아이들도 완성된 채 태어'날 거라고요. 멈춰라, '씨앗처럼 정지하라' 이것이 시인의 부탁이고 명령이에요. 시인 유홍준:1998년 『시와반시』로 등단. 시집 『喪家에 모인 구두들』 『나는, 웃는다』 『저녁의 슬하』 『북천-까마귀』 『너의 이름을 모른다는 건 축복』이 있다. 시작문학상 이형기문학상 소월시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2020-09-16 16:30:00

9월 둘째 주 베스트셀러 순위

◇ 9월 둘째 주 베스트셀러 순위(교보문고)1.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 (강양구 등 5명·천년의 상상)2. 돈의 속성 (김승호·스노우폭스북스)3. 아몬드 (손원평·창비)4. 심판 (베르나르 베르베르·열린책들)5. 주식투자 무작정 따라하기 (윤재수·길벗)6. 살고 싶다는 농담 (허지웅·웅진지식하우스)7. 부의 대이동 (오건영·페이지2북스)8. 더 해빙 (이서윤, 홍주연·수오서재).9. 김미경의 리부트 (김미경·웅진지식하우스)10. 매우 예민한 사람들을 위한 책 (전홍진·글항아리)

2020-09-11 14:34:22

삼성전자 전 CEO가 말하는 참된 리더의 자격

삼성전자 전 CEO가 말하는 참된 리더의 자격

"좋은 리더는 도전, 창조, 협력의 정신이 기업 문화에 녹아들도록 조직과 구성원들을 이끌면서 지속 가능한 혁신에 이르는 길을 끊임없이 생각하고 실천에 옮겨야 합니다.…관리자는 자기가 없으면 업무가 안 된다고 생각하는 우물 안 개구리라면, 진정한 경영자는 본인이 없더라도 업무가 돌아가도록 시스템을 구축하고 권한 위임을 과감하게 해야 합니다."지은이는 삼성전자 반도체 연구원으로 입사, 최고 경영자까지 오른 권오현 전 회장이다. 2018년 그의 33년 경영전략을 담은 '초격차'가 출간되자 국내와 해외 리더들은 비상한 관심을 보였다. 그는 올해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회장 임기를 마치고 후속편으로 신간 '초격차-리더의 질문'을 펴냈다.책의 전체적인 화두는 '위기 극복'으로 실제 경영현장에서 나온 32가지 고민과 질문을 '리더' '혁신' '문화' 3개 장으로 나눠 지은이가 직접 대답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혁신을 실패 없이 달성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란 질문에 대해서 그는 "목표를 정할 때는 양보다 질에 집중해야 하며 양적 목표는 시간과 돈이 해결할 수 있으나 질적 목표는 실력이 없으면 성취할 수 없다"면서 "우선순위는 혁신의 성과가 상대적으로 빨리 나타나는 순서로 정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우리 조직에 적합한 인재인지 어떻게 알아볼 수 있습니까?"란 질의에 대해서는 "부하 직원들과 간담회나 점심식사를 하며 그들의 의견을 청취하는 방법을 취한다"고 밝혔다. 기업의 리더들에게 직원들로부터 옥석을 가려내는 일은 조직문화의 소통과 성과에 중요한 기준이기 때문이다. 이어 그는 "대화를 통해 그 사람이 평소 자신의 업무에 어떤 고민과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는지, 어떤 성향을 가진 사람인지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예를 들어 팀장과 팀원을 함께 불렀을 때 팀원이 자신의 의견을 밝히려는 데 팀장이 "그게 아니잖아. 가만 있어봐"라고 한다면 그 팀장은 부하의 언로를 막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추측할 수 있다는 것이다.현명한 리더는 또한 질문도 리더답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올해 매출 목표가 얼마지?" "어제 몇 개나 생산해지?"라고 묻는다면 기억력 좋은 누군가는 대답하겠지만 다른 누군가는 대답하지 못할 수도 있고, 자연히 그는 창피를 당할 수도 있다. 이런 게 되풀이되면 다른 직원들은 다음부터 숫자 외우는데만 몰두하게 된다.반면 좋은 질문이란 대답하는 사람이 자신만의 논리를 갖고 있지 않으면 대답할 수 없는 것들이다. 가령 "앞으로 무엇을 개발해야 시장 점유율을 높일 수 있을까" "내년 시장 동향은 어떻게 변할까" 같은 것처럼 상대방의 생각을 끌어내는 질문이 무엇보다 중요하다.특히 "자연에서 '우연에 의한 변이'는 기업에서 '계획에 의한 혁신'이 되며 자연에서 '유전을 통한 번성'은 기업에서 '문화를 통한 성장이 된다"는 웅변은 책의 전체 내용을 관통하는 핵심 메시지이다. 이는 마치 적자생존의 원칙에 따라 우월한 유전자가 세대에서 세대로 이어져 번성한다는 진화론의 원리와 맞닿아 있다.책의 속살로 들어가면 1장 '리더-혁신과 문화의 선도자'에서는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리더는 생각하는 시간을 확보해서 "모든 판단 기준을 미래에 맞추어 있어야 한다"고 밝히면서 리더의 지식과 능력, 지혜와 그릇에 대한 지은이의 관점은 오늘날 리더가 추구해야 할 방향이 어디인지 정확하게 알려준다.2장 '혁신-성장과 생존의 조건"에서는 리더는 분명 혁신을 이끌어가는 장본인이지만 혼자서 모든 것을 수행할 수는 없으며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제도와 좋은 인재가 필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일례로 이병철, 이건희 회장의 통찰이 빛났던 삼성의 결정적 순간에 관한 에피소드는 혁신의 본질을 깊게 이해하도록 돕는다.3장 '문화-초격차 달성의 기반'에서는 초격차 조직을 이루는 3요소를 적시하고 있다. 첫째 도전하는 문화를 만들려면 구성원이 능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하고, 결과에 대한 정당한 평가가 뒤따라야 한다는 것과 둘째 창조하는 문화를 만들려면 호기심 있는 인재를 선발, 육성해야 하며 명령과 복종이라는 획일적 문화에서 벗어난 다양성을 추구해야 한다.셋째 협력하는 문화를 만들려면 피드백 루프가 잘 이루어지도록 소통 방식을 바꾸고 공통의 목표를 향한 구성원 간 신뢰가 필수적이라고 했다.불확실성의 시대에 위기와 기회는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 위기의 시대일수록 기회를 잡아내는 참된 리더의 출현이 절실하다. 296쪽, 1만8천원.

2020-09-11 14:30:00

[책] 2020년과 너무 닮은 1968년 미국…그 중심에서 빛나던 로버트 케네디

[책] 2020년과 너무 닮은 1968년 미국…그 중심에서 빛나던 로버트 케네디

'역사에 가정은 없다'고 하지만,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동생이자 1968년 42살의 젊은 나이에 민주당 후보로 대선에 도전했다 암살당한 로버트 케네디가 그해 대선에서 당선됐더라면 미국은 어떻게 됐을까.신간 '라스트 캠페인'의 저자 서스턴 클라크는 "대통령이 된 로버트 케네디는 얼마 안 가 베트남에서 미군을 철수시켰을 것이고 베트남 전사자 명단도 훨씬 줄었을 것이다. 미군의 캄보디아 폭격과 켄트주립대 총격사건, 워터게이트도 없었을 것"이라고 단언했다.◆미국의 1968년과 2020년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올해 미국을 강타한 코로나 팬데믹, 흑인 인권 시위 등 여러 사건들을 돌이켜보면 2020년 미국은 여러모로 1968년의 미국과 소름끼치도록 닮았다. 대선이 있던 1968년 미국은 홍콩 독감 팬데믹 사태에 대학가를 중심으로 번진 반전 시위까지 더해져 혼란 그 자체였다. 어디 그뿐인가. 4월 4일 미국 역사상 흑인들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은 지도자인 마틴 루서 킹 목사가 백인의 총격을 받아 사망하면서 여러 도시에서 폭동이 일어났다.킹 목사가 암살된 당일 인디애나주의 주도 인디애나폴리스의 흑인 거주 지역에서 연설이 예정돼있던 로버트 케네디는 미리 준비한 연설 대신 떨리는 목소리로 추모 연설을 했다."미국에 필요한 것은 분열이 아닙니다. 증오가 아닙니다. 서로를 향한 사랑과 지혜와 연민, 그리고 정의감입니다. 흑백을 초월해 미국 내에서 여전히 고통받는 사람들에 대한 정의감 말입니다.…폭력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함께 살기를 원하고 이 땅의 모든 사람이 정의를 누리기를 원합니다."(연설문 중에서)이 연설 중 로버트 케네디는 형 케네디의 죽음을 언급하고 아이스킬로스의 시를 읊었다. 연설이 끝나자 청중 대부분은 말을 잃고 가만히 서서 울었고 조용히 흩어졌다. 인디애나폴리스는 미국 대도시 중 유일하게 폭력사태가 벌어지지 않은 곳이 됐다. 이 즉흥 연설은 50년이 지난 지금까지 미국 정치사에서 가장 감동적인 연설로 손꼽힌다.◆미국을 바꿀 뻔한 대선'라스트 캠페인'은 1968년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로버트 케네디의 선거운동을 한 편의 다큐멘터리처럼 풀어낸 책이다. 베트남 전쟁이라는 수렁에 빠진 채 가난과 불평등이라는 현실에 안주한 '상처 입은 국가' 미국에서 로버트 케네디는 42세의 젊은 나이에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로버트 케네디는 명분 없는 전쟁으로 인한 젊은이들의 희생과 도덕적 수치, 빈민층과 소수인종의 고달픈 삶, 그리고 이런 문제에 대한 미국인 개개인의 책임을 말하는 이상주의적인 연설로 군중을 열광시켰다. 그는 당시 정부의 정책에 염증을 느끼던 지식인과 젊은이를 비롯해 흑인과 멕시코계 등 소수인종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마틴 루서 킹 목사가 암살당했을 때 감동적인 연설로 흑인들을 진정시킨 로버트 케네디는 흑인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지만 지지를 받은 만큼 적도 늘어났다. 그럼에도 로버트 케네디는 경호 인력을 최소로 유지한 채 자신을 군중에 최대한 노출했다. 정치 지도자들이 수시로 암살되는 시절이었지만 그는 "지지자들이 나를 볼 수 있게 해야 한다"며 뜻을 굽히지 않았다.출마를 선언한 지 82일, 킹 목사 암살 두 달 뒤인 6월 5일 로버트 케네디는 캘리포니아주 LA에서 예비선거 승리 연설을 한 후 시르한 시르한이라는 요르단계 이민자에게 총격을 받아 암살을 당했다. 그의 시신을 실은 장례 열차가 뉴욕에서 워싱턴의 묘지로 이동할 때 200만 명에 달하는 미국인이 철길로 몰려들었다. 미국이 그토록 사랑하던 로버트 케네디는 그렇게 떠났다.◆한편의 다큐멘터리 같은 흡입력저자 서스턴 클라크는 문헌 자료를 바탕으로 로버트 케네디를 잘 아는 사람들과 수백 번의 인터뷰 끝에 '라스트 캠페인'을 완성했다. 특히 이 책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케네디가의 구성원과 호칭, 미국의 대통령 제도 등에 대해 '책을 읽기 전'이라는 장을 통해 친절히 소개하고 있다.그 결과 미국을 완전히 바꿀 뻔한 로버트 케네디의 82일간의 선거운동 속으로 독자들을 강력하게 끌어들인다. 가독성이 높아 마치 한편의 다큐멘터리 영화를 보는 듯하다. 로버트 케네디의 대선 운동을 통해 1960년대의 열정적이고 거칠게 요동치는 시대정신까지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는다.이 책을 옮긴 박상현은 "과거의 일은 끊임없이 오늘을 사는 우리의 눈으로 다시 해석해야 하고 오늘 일어나는 사건은 반드시 역사라는 렌즈를 통해 살펴봐야 한다"며 "1968년의 렌즈를 끼고 본다면 많은 혼란의 안개를 뚫고 미국의 상황을 또렷하게 볼 수 있다. 또 이 책에 등장하는 1968년은 2020년을 사는 우리의 눈으로 볼 때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440쪽, 2만2천원.

2020-09-11 14:30:00

[책CHECK] 먼 길을 돌아왔네/ 서숙희 지음 / 푸른사상 펴냄

[책CHECK] 먼 길을 돌아왔네/ 서숙희 지음 / 푸른사상 펴냄

경북 포항에서 활동하고 있는 서숙희 시인의 시조집이다. 그는 일상적 체험을 중심으로 한 사색의 깊이와 은유적 성취가 탁월하고, 감각적 언어로 진단해가는 자기모색이 남다르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그는 죽었다/무슨 징후나 예고도 없이/제 죽음을 제 몸에 선명히 기록해두고/정확히 세 시 삼십삼 분 이십이 초에 죽었다// 생각해보면 그의 죽음은 타살에 가깝다/오늘을 어제로만, 현재를 과거로만/미래를 만들 수 없는,/그 삶은 가혹했다// 날마다 같은 간격과 분량으로 살아온/심장이 없어 울 수도 없는 그의 이름은/벽시계,/뾰족한 바늘뿐인/금속성의 시시포스' -시조 '어떤 죽음'이처럼 이번 시조집에서 지향하는 주제의식은 '시시포스의 역설'이다. 시시포스가 자신의 운명을 부정하지 않고 바위를 굴려 올리는 형벌을 기꺼이 수행하며 신들에게 맞서듯이, 시인 또한 자신의 운명을 적극적으로 끌어안고 삶의 동반자로 삼고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맹문재 문학평론가는 "시인은 부조리한 상황에서 감당해야 하는 시간도, 아픔도, 슬픔도, 인연도 신에게 의탁하지 않고 자기애로 품는다. 그리하여 작품은 고뇌와 근심의 얼굴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지하의 세계에 갇혀 있다가 메마른 언덕을 넘어오는 봄과 같은 생기를 띠고 있다. 인간 소외가 지배하는 이 부조리의 세계에 굴복하지 않는 자기 실존의 세계를 이루고 있다"고 평했다.경북 포항 출신인 서 시인은 1992년 매일신문 신춘문예에 시조가 당선되고, 1996년 월간문학 신인상에 소설이 당선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조집으로 '아득한 중심', '손이 작은 그 여자', '그대 아니라도 꽃은 피어', 시조선집으로 '물의 이빨' 등이 있다. 백수문학상, 김상옥시조문학상, 이영도시조문학상, 한국시조작품상, 열린시학상, 경상북도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114쪽, 9천원.

2020-09-11 14:30:00

[책] 4차 산업혁명과 위드 코로나 시대의 교육, 새 시대의 교사론

[책] 4차 산업혁명과 위드 코로나 시대의 교육, 새 시대의 교사론

코로나19로 달라진 시대에 적응하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 과거를 통해 미래를 예측하고, 예측한 미래를 기준 삼아 대비해야 한다. 교육은 이 같은 대비가 무엇보다 필요한 분야다. 새로운 시대에는 이전과 다른 유형의 인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넥스트 티처'는 코로나19라는 위기 앞에서 우리의 미래교육 전략을 제시한 책이다.◆포스트 코로나, 새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교육전략의 필요성저자는 "대한민국이 자원부국이 아니기 때문에 인재부국으로 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리고 이대로라면 우리나라 공교육의 미래는 암울하다고 단언한다. 세계의 교육 선진국들, 특히 독일을 참고해 더 이상 명문 대학과 입시 위주의 교육은 경쟁력이 없다고 선언하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교육전략을 짜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새로운 교육전략'의 근거를 제시하기 위해 교육은 물론 K-방역과 세계 정세까지 다양한 분야를 분석했다.저자는 알베르 카뮈의 소설 '페스트'를 통해 인류의 위기 앞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휴머니즘'임을 밝히고, 페스트의 유행 이후 변화한 유럽 사회의 모습을 통해 포스트 코로나 이후의 사회를 예견한다. 더불어 코로나19라는 세계적인 전염성 유행병 앞에서 지금 미국과 독일, 일본 같은 선진국들이 대대적으로 단행 중인 교육개혁과 우리나라 공교육의 현실을 비교한다. IT 강국이라는 명성에 걸맞지 않게 무선 인터넷조차 제대로 깔리지 않은 공교육 시설을 비판하고, 정부에 거기에 대한 대안을 촉구한다.◆블렌디드 학습이 가능한 시스템 마련"비대면 교육인 온라인 개학, 여건이 좋거나, 정책이 훌륭하거나, 인프라가 마련돼서가 아니라, 전국 교사들의 열정으로 가능했다."저자의 지인인 한 교사가 페이스북 피드에 올린 글이다. 하지만 교사들에게 열정으로 희생을 강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도 않을뿐더러 오래 갈 수도 없다. 더는 코로나19 이전의 상황으로 돌아갈 수 없는 것이 분명한 만큼, 온·오프라인 교육이 결합된 블렌디드(blended) 학습이 가능한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이 책은 지금껏 블렌디드 학습을 한 공교육 선생님에 더해 한국방송통신대나 사이버대 등의 사례를 다양하게 제시한다.◆선진 산업 국가에서 배우는 새 시대의 교육현재 독일과 미국에서는 각각 포스트 코로나에 더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발맞춰 '과학'을 강조하는 교육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또한 프랑스에서는 '에콜42'라는 IT전문교육기관을 통해 새 시대의 주역이 될 코딩전문가를 적극적으로 양성 중이다. 독일과 프랑스에서 이 같은 교육을 주도하는 곳은 대부분 기업 또는 기업가들인데, 독일에서는 오래전부터 아예 '아우스빌둥'(일-학습 병행 프로그램)이라는 제도를 법제화해 기업이 적극적으로 교육에 발 벗고 나서도록 만들었다.저자는 기업이 직접 인재 양성에 나서는 교육방식을 높이 평가하며 우리나라에서도 기업들이 독일처럼 인재 양성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며, 정부는 기업이 그럴 수 있도록 독려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런 분위기가 정착되면 우리나라도 현재의 독일처럼 대학 학벌 같은 것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244쪽, 1만5천원.▷저자 김택환은국가비전 전략가로 특강 강사 및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중앙일보 기자, 한국언론연구원 연구팀장, 광주 세계웹콘텐츠페스티벌 조직위원장을 거쳐 현재 경기대 특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 '넥스트 코리아', '넥스트 월드&코리아-세계 경제패권전쟁과 한반도의 미래' 등이 있다.

2020-09-11 14:30:00

[반갑다 새책]한류 미학1/최경원 지음/더블북 펴냄

[반갑다 새책]한류 미학1/최경원 지음/더블북 펴냄

손잡이 향로에서 말머리장식뿔잔, 무령왕릉금관, 가야의 갑옷과 백제 디자인 예술의 백미인 금동대향로까지 시대를 초월한 한류의 비밀코드인 '메이드 인 코리아'의 기원을 따라 선사시대부터 조선, 근현대에 이르는 역사적 유물의 디자인을 인문학적인 관점에서 조명하고 있다. 책은 시리즈 총 5권 중 1권 '선사시대부터 통일신라시대까지'편으로 우리 조상들의 문화적 축적이 얼마나 대단했는지를 이해할 수 있고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한 지혜를 얻을 수 있다.만듦새의 정교함을 보면 우리 문화는 소박하다. 하지만 통일신라와 고려의 유물들은 제작의 완성도가 동시대 일본이나 중국의 그것과 비교할 때 더 뛰어난 경우가 많다. 나아가 조선시대 문화도 당시 디자인이나 미술의 양식적 경향의 일관성을 놓고 보자면 일제 학자들의 조선 문화 낙후성 운운은 편견에 가깝다.책의 중요한 특징은 지은이가 10여 년 간 전국 박물관과 유적지를 발로 뛰어다니면서 작업한 수천 컷의 그림과 사진을 중심으로 유물을 설명해, 기존 문자 중심의 설명에 비해 훨씬 이해하기 쉽고 재미있게 받아들일 수 있다. 또 유물을 다양한 현대 디자인이나 현대 미술과 비교해 그 속에 들어 있는 가치들을 현대적인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구려 유물로 강서대묘의 백호, 청룡, 주작, 현무의 사신도는 캐릭터성과 양식적 일관성의 측면에서 볼 때 정말 탁월한 걸작이 아닐 수 없다.지은이는 역사적 기록은 왜곡이 있을 수 있지만 당대의 사회상과 생활, 문화가 고스란히 반영된 유물은 결코 거짓말을 할 수 없다고 말한다. 우리 유물이 지닌 당대의 실용성과 사회적 심미성, 유행, 보편적 조형성 등을 재해석하면서 발견되는 '현재성'은 이 시리즈의 가장 큰 수확인 셈이다. 436쪽, 2만5천원.

2020-09-11 14:30:00

[유홍준의 시와 함께] 돌 /손진은(1960~ ) 作

[유홍준의 시와 함께] 돌 /손진은(1960~ ) 作

돌/손진은(1960~ ) 作 노당리 뒷산​홍수 넘쳐 물살 거친 계곡 밑으로​쪼그만 돌들​물길에 휩쓸려 떠내려간다.​노당리의 산과 들​지난 수십 년의 계절과 햇빛 바람 다져넣고도​동으로 혹은 서으로 머릴 누이고​낯익은 백양나무 강아지풀 개구리 울음 뒤로 한 채​이 마을 사람들 대처로 대처로 나가듯​물살의 힘 어쩌지 못하고 떠내려간다.(중략)​만났다가 헤어지고​그냥 안주하기도 하는 돌들의 행려(行旅)여.​몇몇 친숙한 식구가 떠난 뒷산 계곡의 남은 돌들​더 깊은 시름에 잠기고​세찬 여름비의 며칠이 지나고 햇빛 쨍쨍한 날​가슴에 이끼날개 달고​밤 속으로 은빛 공간 열며​별이 되는 꿈을 꾸는​조약돌 몇이 얼핏 보인다.---------------------------------------------------------------------------------------------------​올여름엔 유난히 비가 많습니다. 엊그젠 태풍마저 들이닥쳤지요. 도랑가에 있는 논둑 일부가 무너져서 낑낑 보수를 해야 했습니다. 돌을 골라 무너진 논둑을 쌓는 일, 그것도 재주라면 재주인데 저는 그 일을 제법 잘 합니다.개울에 발을 담그고 논둑을 쌓다 보면 이것저것 생각이 많아집니다. 노동을 하면서 하는 생각은 다 건전하지요. 귀소(歸巢)여. 본능(本能)이여. 머잖아 추석이 다가옵니다. '이 마을 사람들 대처로 대처로 나가듯. 물살의 힘 어쩌지 못하고 떠내려간 돌들의 행려'여. 물살(시대)에 떠밀려 저 큰 강(도시)으로 떠나간 돌(사람)들은 얼마나 고향을 그리워할까요.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귀향도 하지 말라고 합니다.그러나 여전히 우리 몸엔 여전히 농업의 유전자가 흐르니 고향을 잊지는 맙시다. 시인 유홍준:1998년 『시와반시』로 등단. 시집 『喪家에 모인 구두들』 『나는, 웃는다』 『저녁의 슬하』 『북천-까마귀』 『너의 이름을 모른다는 건 축복』이 있다. 시작문학상 이형기문학상 소월시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2020-09-09 16:30:00

[책CHECK] 피보나치의 토끼/ 애덤 하트데이비스 지음/ 임송이 옮김/ 시그마북스 펴냄

[책CHECK] 피보나치의 토끼/ 애덤 하트데이비스 지음/ 임송이 옮김/ 시그마북스 펴냄

신간 '피보나치의 토끼'는 고대 수학에서부터 컴퓨터 시대를 연 튜링, 페르마 등의 현대 수학에 이르기까지 수학 혁명을 일으킨 50개의 위대한 발견을 통해 수학의 진화의 역사를 살펴본다.수학적 발견과 이를 둘러싼 흥미로운 역사를 통해 수학이 우리 주변 세계를 관찰하는 데서 출발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수학이 실생활과 유리되고 어렵기만 한 학문이라는 선입견을 불식시킨다.피보나치가 없었다면 뉴턴과 라이프니츠가 미적분학에 도달하지 못했을 것이고 미적분학이 없었다면 오일러와 가우스, 라그랑주와 파스칼 같은 수학자들의 업적은 불가능했을 것이며 이들이 없었다면 갈루아와 푸앵카레, 튜링, 마르하자니 같은 근대 수학자들의 성취도 없었을 것이다.모든 수학적 발견은 과거의 토대 위에 쌓이고 점점 더 발전해간 것이며 앞으로도 계속 수학은 발전해나갈 것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아울러 우리가 누리고 있는 일상 속에서 수학이 널리 쓰이고 있다는 것을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176쪽, 1만3천800원.

2020-09-04 14:30:00

[책] 김남조 시, 가톨릭과 무교의 관점에서 총체적으로 접근

[책] 김남조 시, 가톨릭과 무교의 관점에서 총체적으로 접근

이 책은 우리 문단의 원로 김남조 시인의 시 세계를 가톨리시즘과 샤머니즘적 관점에서 조명한 학술서이다. 저자는 사랑의 시, 기도시, 신앙시, 생명시, 구원의 시, 영가시 등으로 분류하고 있는 김남조 시를 가톨릭과 무교의 관점에서 총체적으로 접근해 일반인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썼다. 김남조의 시를 연구하게 된 이유와 그 과정에 대해 저자는 "처음에는 신앙시가 무엇인가라는 의문에서 시작했다. 그리고 김남조 시인이 보여준 사랑의 시편의 대상은 누구인가, 또 우리의 토속신앙이 김남조 시인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을까라는 의문들이 연구의 시작이었다"고 말했다.◆ 김남조 시, 그리스도교적 구원관 보여줘제1부 '김남조의 가톨릭 신앙시에 나타난 시 시계'에서는 김남조의 가톨릭 신앙시에 나타난 시 세계를 조명하고 있다. 이는 일반적으로 말하는 신앙시에 대한 이해가 필요했던 작가의 작은 의문에서 시작되었다. 시 작품 속에 절대자의 명칭이 들어 있지 않은데도 신앙시라고 하고, 들어 있어도 신앙시가 아니라고 하는 학계의 평가를 저자가 직접 확인하고 싶었던 것이다.일반적으로 김남조의 시를 사랑의 시로 규정하고 있는데, 그 대상이 누구인가에 대한 탐구 결과, 저자는 하느님, 예수 그리스도, 성령, 가톨릭의 성인 성녀들이 그 대상임을 밝히고 있다. 저자는 이 대상들에 대한 사랑은 숭고하고 형제적이고 아가페적이지만, 시적 표현에 있어서 에로스적 어휘를 쓰고 있을 뿐임을 밝히고 있다. 저자는 또 외연으로는 쉽고 편안한 느낌을 주는 김남조의 시이지만, 심층적으로는 심오하며 고난이나 역경에 처한 인간의 문제를 신의 섭리 안으로 데려가는 그리스도교적 구원관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한다.◆가톨리시즘·샤머니즘 두 사상 체계 조화로움 창조제2부 '김남조 시에 나타난 토속 신앙적 이미지'에서는 김남조 시의 토속 신앙적 관점에 대한 저자의 의문에서 시작된 결과물을 정리했다. 연구는 김남조 시인이 가톨릭 신앙인이지만 한국인의 심성에 자연스럽게 표출되고 있는 토속 신앙이 그의 시 작품 속에 어떻게 녹아 있는지 알고 싶은 저자의 학문적 호기심에서 시작되었다. 저자는 영혼의 문제, 고통의 문제, 사랑의 문제 등을 다루면서, 김남조 시에 나타난 영혼세계의 양상을 샤머니즘 영혼관에 근거하여 전이형, 의인화형, 영육분리형, 타계여행형, 영혼접촉형, 공동체형 등으로 고찰하고 있다.저자가 밝혀낸 김남조 시의 무속적 이미지는 벌거숭이, 굿, 주술, 토속적 기도, 무병, 한국인의 화병 이미지 등으로 분류하고 있다. 이 무속적 이미지는 가톨릭 신앙시에도 담겨 있는데, 그 이미지로 인해 김남조의 신앙시의 의미를 더욱 깊고 풍요하게 그려준다.저자는 김남조 시에 대한 연구 결과 가톨리시즘과 샤머니즘의 독특한 두 사상 체계 안에서 김남조의 시가 절묘한 조화로움을 창조하고 있음을 설파하고 있다. 그것은 사랑, 영혼, 고통, 신앙 무속 등 김남조 시인이 일생을 두고 천착한 모든 개념들이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신실한 가톨릭 신앙을 가진 김남조 시인의 샤머니즘 이미지, 에로스적 이미지가 들어 있는 작품 모두는 시의 개성 있는 표현적 방법이라고 결론짓는다. 230쪽, 2만원.◆저자 이순옥은서울에서 태어난 저자는 1996년 제7회 대구문학 신인상과 2011년 시문학 신인상을 통해 등단했으며, 주로 대구에서 활동하고 있다. 김남조 시를 연구해 석·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대구가톨릭문인회 회장을 역임했다. 시집 '오월의 기도', '사랑의 빛', '님과 함께 걷는 길', '밤에 쓴 편지' 등을 냈다.

2020-09-04 14:30:00

[책] 행복과 성공을 부르는 감정 표현의 기술

[책] 행복과 성공을 부르는 감정 표현의 기술

오늘날 현대인의 정신 건강 상태는 심각한 수준이다. 갈수록 각박해지는 현실과 코로나 19 확산까지 겹쳐 지독한 우울과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불안 장애'나 '분노 조절 장애' 같은 단어가 일상적으로 쓰이며, 이와 관련된 범죄 뉴스가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 '공감 능력 부재'로 사회적 약자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등의 행위가 전 세계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 감정은 인간의 자연스러운 본성객관적 이성의 힘으로 주관적 감성을 억누르고 통제해야 한다는 믿음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감정은 인간의 자연스러운 본성이며 우리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이해하고 조절해야 하는 대상이다. 이런 관점을 토대로 20년 이상 감정과 감성 지능(Emotion Intelligence)을 연구해 온 예일대 감성 지능 센터장 마크 브래킷 교수는 "우리는 지금 거대한 위기에 맞닥뜨렸다. 그리고 그 가장 큰 희생자는 우리 아이들이 될지도 모른다"고 한다.저자는 이 책에서 어린 시절 지독한 괴롭힘과 성적 학대를 당한 경험을 담담하게 고백한다. 그의 '구세주' 마빈 삼촌이 "마크, 기분이 어때?"라는 질문을 던지지 않았다면,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 '공감'과 '경청'의 태도로 들어 주지 않았다면, 자신의 인생은 끔찍해졌을지도 모른다고 이야기한다. 누군가가 그의 솔직한 이야기에 진심으로 귀 기울여 주었기에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표현하고 다스릴 수 있게 되었으며 자기 자신이야말로 '감정 훈련'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 주는 살아 있는 증인이라고 말한다.저자는 지금까지 우리가 감정을 감추고 억누르는 것에만 급급했다며 성공하고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감정을 현명하게 활용해야 한다고 말한다.감정은 인간의 자연스러운 본성이며,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이해하고 조절해야 하는 대상이라는 것이다.또 두려움, 소외감, 분노 같은 부정적 감정을 느끼는 것은 잘못이 아니며 기쁨, 유쾌함, 활발함 같은 긍정적 감정으로만 일상이 가득 차야 한다는 생각이 오히려 착각이라고 주장한다.◆ 성공·행복 위해 감정 현명하게 활용해야저자는 감정을 잘 다스리고 감성지능을 높이는 방법에 관해 설명한다. 저자는 성공하고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감정을 현명하게 활용해야 한다면서 그 구체적인 방법으로 'RULER'을 제시한다.이는 우리가 느끼는 복잡하고 다양한 감정을 있는 그대로 인식(Recognizing)하고, 정확하게 이해(Understanding)하고, 구체적인 이름을 붙이고(Labeling), 정확하게 표현(Expressing)하고, 건전하고 건강한 방식으로 조절(Regulating) 할 수 있어야 서로 바람직한 방향으로 소통하는 관계와 사회를 만들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앞의 3단계, 즉 감정 인식하기, 감정 이해하기, 감정에 이름 붙이기는 감정을 인지하는 데 활용하는 '사고 기술'이다.이 기술을 좀 더 잘 배우고 쓰기 위한 보조 기구로 개발한 무드 미터(Mood Meter)는 활력의 높고 낮음을 한 축으로, 쾌적함의 높고 낮음을 다른 축으로 하여 인간이 경험하는 다채로운 감정을 도식화해 보여준다. 무드 미터는 책 속 삽지로 들어가 있다.그다음인 감정 표현하기와 감정 조절하기의 단계는 실생활에서 우리의 감정을 드러내고 다스리는 데 활용하는 '행동 기술'이다. 저자는 마음 챙김 호흡, 전망하기, 주의 돌리기, 인지 재구조화, 메타 모먼트(Meta-Moment) 등 구체적인 전략을 통해 끊임없이 연습하고 시도하라고 권한다.◆ 타인의 감정에 주목해야저자는 왜 가정과 학교에 감정 기술을 교육하고 훈련하는 과정을 강조할까? 어린이들이 성공을 향해 가는 교육 과정에 '감정을 받아들이고 현명하게 사용하는 능력'과 관련된 내용이 빠져 있기 때문이다. 만약 모든 아이가 감성 능력을 습득하며 성장한다면 그들은 자연스레 더 나은 어른이 될 것이고 스스로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건전한 세상을 만드는 데도 기여할 것이다.현재 미국과 전 세계에 걸쳐 2천여 곳의 학교가 RULER 기법을 도입해 스트레스와 번아웃의 감소, 학교 분위기 호전, 학업 성취도 향상 등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한다.오늘날 많은 직업이 고도의 의사소통 능력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감성 능력이 중요해지고 있다. 온라인으로 연결성이 강화되면서 각종 감정 노동과 완전히 새로운 종류의 고통에 시달리는 것이 현대인의 일상이기도 하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면 더욱더 자신과 타인의 감정에 주목해야 한다. 각자의 나약함을 인정하고 서로 감정을 더 많이 표현하는 것이 회사 분위기를 개선하고 최고의 인재를 끌어들이는 방법이다.이 책은 감정을 어떻게 대하고 다루어야 할지 알려준다. 수개월째 지속되는 코로나 19 확산으로 인한 우울과 고통, 각종 불안 장애와 분노 조절 장애 등 사회적 범죄, 가족간의 갈등 또는 직장 스트레스까지, 끊임없이 감정 문제를 겪고 있는 수많은 사람에게 현명하게 감정에 대처하는 길을 제시한다.감정 문제로 끊임없이 크고 작은 어려움을 겪는 수많은 사람들을 향해 저자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지혜롭고 현명하게 감정 문제에 대처하자고 이야기한다. 코로나 19로 한층 각박해진 현실과 관련해 저자는 "미친 듯이 말도 안 되는 상황이지만 이런 조건을 끌어안고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408쪽, 1만6천800원.

2020-09-04 14:30:00

[책CHECK] 초록 나비/ 김연화 지음 / 천년의 시작 펴냄

[책CHECK] 초록 나비/ 김연화 지음 / 천년의 시작 펴냄

김연화 시인의 첫 시집으로 총 57편의 시가 실려 있다. 시편들은 자연 소재를 차용해 인간 삶의 지혜를 구한 것들이 많다. 여기에 더해 어린 시절에 대한 애틋한 기억과 낭만적 사랑에 대한 그리움 등이 시적 서사에 잘 녹아 있다.허형만 시인은 "김 시인의 시는 신선하게 읽힌다. 한 편 한 편의 시마다 진솔한 삶, 맑고 순수한 눈빛이 가슴에 어린다"면서 "시들은 낯이 익은 듯하면서 낯선 언표들로써 과거의 시간과 기억을 오늘에 되살려 내고 있다"고 평했다. 이재무 시인도 "김 시인의 시는 대체로 인위적 기교 대신 자연발생적인 서정의 흐름을 따르고 있는데, 이는 그가 천부적 감성을 지닌 시인이라는 것을 뜻한다"고 말했다.김연화 시인은 2000년 동서문학상(시 부문)을 수상하였고, 2013년 '시와 사람'으로 등단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현재 숲 해설가, 환경운동연합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96쪽, 9천원.

2020-09-04 14:30:00

[반갑다 새책] 세계사를 바꾼 15번의 무역전쟁/ 자오타오·류후이 지음·박찬철 옮김/ 위즈덤하우스 펴냄

[반갑다 새책] 세계사를 바꾼 15번의 무역전쟁/ 자오타오·류후이 지음·박찬철 옮김/ 위즈덤하우스 펴냄

'무역전쟁'을 정의하면 '실질적인 무역이익을 둘러싸고 국가들이 발전기회와 생존공간을 빼앗기 위해 충돌하는 것'이다. 광의로는 무역마찰부터 쟁탈, 보복과 재보복 등 연이은 과정을 포괄하고 그 형식은 관세장벽, 덤핑, 외환의 평가절하, 경제봉쇄, 경제 제재 등 매우 다양하다.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무역전쟁은 춘추시대 제나라의 관중이 벌인 '화폐전쟁'이고, 서양에서는 12세기부터 지중해를 중심으로 향료를 차지하기 위해 무역전쟁이 광범위하게 전개됐다.따라서 이 책은 기원전 6세기부터 오늘날까지 역사의 향방을 가른 15번의 주요 무역전쟁을 소개하고 있다.일례로 영국은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자 경제작전부를 설치해 독일과 무역전쟁을 적극적으로 수행했다. 전략물자가 독일로 들어가는 걸 막거나 사재기하는 방식을 사용했는데 이에 독일은 영국 파운드의 위조지폐를 대량으로 발행해 신용위기를 일으키는 것으로 대응했다.특히 무역전쟁의 근원을 설명할 때는 하나의 명제를 제시하는 데 '패권국은 힘이 강력할 때는 개방적인 무역환경(자유무역)을, 쇠퇴할 때는 폐쇄적인 무역환경(보호무역)을 추구한다'는 점이다.최근의 무역전쟁은 미국과 중국이 진행 중이다. 특정 상품을 가리지 않는 전면전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로 인해 지구촌은 다시 한 번 역사적 전환점에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보호무역이 새로운 시대의 '뉴노멀'이 될지는 두고 볼 일이다.위기는 언제나 기회를 동반한다. 책의 프롤로그에서 지은이는 헤겔의 말을 인용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인류는 여태껏 역사에서 교훈을 얻은 적이 없다는 게 인류가 역사에서 얻은 교훈"이라고. 이참에 역사적 사실을 통해 가까운 미래에 펼쳐질 세계 무역의 방향을 짐작해 봄도 좋겠다. 224쪽, 1만5천원.

2020-09-04 14: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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