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안드로이드 인간에게도 기본권이 있나… '인간의 법정'

인간의 법정 / 조광희 지음 / 솔 펴냄

2018년 출시된 게임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의 한 장면. 퀀틱드림 홈페이지 제공 2018년 출시된 게임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의 한 장면. 퀀틱드림 홈페이지 제공
인간의 법정 / 조광희 지음 / 솔 펴냄 인간의 법정 / 조광희 지음 / 솔 펴냄

인간과 똑같이 생긴 안드로이드 인간이 현 인류와 함께 살게 되면 인류는 안드로이드 인간을 기계로 대해야 할까. 그것도 '포스트휴먼 해방전선'이라는 조직력까지 갖춘 안드로이드 인간이라면.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변호사 겸 영화제작자인 조광희 작가가 두 번째 장편소설 '인간의 법정'을 내놨다. 2018년 첫 장편소설 '리셋' 이후 3년 만에 나온 장편소설이다. 211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법정 SF 판타지다. 단순 판타지에 머물진 않는다. 자의식이 생긴 안드로이드에게 인격권을 허할 것인지를 줄곧 묻는다.

2018년 출시된 게임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의 스토리와 결이 비슷하게 이야기는 시작된다. 소설 속 상황처럼 구체적으로 대입해 보자.

나와 유전자를 공유하는, 나와 꼭 닮은 안드로이드 인간을 만들 수 있는 세상이다. 그간 혼자 사는 생활에 지쳐 반려동물을 들이거나 가정용 로봇 구입을 고민해왔다 터였다. 안드로이드 인간은 내가 하라는 대로 한다. 말벗이 돼 줄 수 있고 아침상을 차려줄 수도 있다. 구입비용은 중형차 한 대 가격이다. 유지 보험료가 월세처럼 약간 든다.

2018년 출시된 게임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의 한 장면. 퀀틱드림 홈페이지 제공 2018년 출시된 게임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의 한 장면. 퀀틱드림 홈페이지 제공

소설 속 인물인 2080년생 한시로도 이런 상황에서 욕심이 생긴다. 자신과 정말 잘 맞는 동료를 갖고 싶은 마음이다. 자신의 밖에서 자신을 본다는 느낌이 어떨지 궁금한 것이다. 그렇게 맞이하게 된 안드로이드 인간이 소설 속 높은 비중으로 내내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아오'다.

아오는 미래 세계를 표현한 소설과 영화 속 외계인 혹은 제3인류들이 대개 그렇듯 클라스가 다른 학습능력을 과시하며 척척박사급 지식을 뽐낸다. 주인과 함께 산책을 하고 늘상 곁에 있으니 숫제 말을 할 줄 아는 애완동물이다.

그러나 순진한 호기심에 끝나지 않는 것이 인간의 욕망이다. 프로그래밍된 대로 반응하는 아오에게 뭔가 부족하다고 느낀 한시로는 안드로이드 인간에게 영혼을 싣기로 결정한다. 불법의 영역이던 의식생성기 장착에 나선 것이다.

자의식을 갖게 된 아오를 바라보며 30대 초반의 한시로는 자신의 욕망을 충족했다고 잠시 느끼지만 이내 지배욕구가 생긴다. 자신에게 알리지 않고 산책하러 나간 것에 격분할 만큼이다. 위험한 세상이라 그렇다지만 실제로는 자신의 통제권 아래 두려는 것이다.

2018년 출시된 게임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의 한 장면. 퀀틱드림 홈페이지 제공 2018년 출시된 게임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의 한 장면. 퀀틱드림 홈페이지 제공

하지만 아이를 키워본 부모들은 다 아는 걸, 발 달린 짐승은 아무 곳이나 갈 수 있고 자유를 찾으며 부모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걸 모르는 듯 한시로는 순진하게 묻는다.

"안드로이드는 소유자가 법과 자명한 윤리에 어긋나는 지시를 하지 않는 한 무조건 순응하도록 프로그래밍이 되어 있는 것 아니야? 어떻게 내 지시를 어길 수가 있지?"

"의식생성기 때문입니다. 지시를 어기는 것이 매우 힘들기는 한데, 조금씩 의지에 따라 몸을 움직이다 보면 다르게 행동하는 것이 가능하네요."

그런 와중에 아오가 한시로를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한시로가 여자친구와 침대에서 애정행각을 벌이고 있던 때였다. 사건 직후 아오는 로봇법 전문변호사 호윤표를 찾아간다. 호윤표는 아오의 사건 동기 등을 듣고 재판에 착수한다. 아오의 블랙박스에서 아오가 한시로를 살해하게 된 결정적인 특이점을 찾게 되는데…

2018년 출시된 게임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의 한 장면. 퀀틱드림 홈페이지 제공 2018년 출시된 게임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의 한 장면. 퀀틱드림 홈페이지 제공

미래 SF 판타지의 통상적인 묘사인 예측적 풍경, 미래 모습이 더러 있다. 개중에서 법정 풍경이 눈길을 끈다. 지방법원에는 판사가 있지만 대법원 서버와 연결된 AI판사다. 이전의 선례에 따라 기계적으로 형량을 산출한다. 법정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로봇으로 돼 있어 출입에서부터 기록까지 모든 것이 AI의 힘으로 진행된다. 스포츠 경기 심판으로 AI가 등장하기 시작했는데 법정도 그러지 말라는 법은 없어 보인다. 247쪽, 1만4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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