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동네책방]<8>환경과 공존, '책빵 고스란히'

삼덕동 신천대로변 '동인삼덕생태문화골목' 초입에 위치
채식주의자 위한 식음료…생태, 환경 등 공존 위한 실천
자전거 타고 오는 이들에게는 식음료 가격 5% 할인 적용

대구 중구 삼덕동 '책빵 고스란히' 내부 모습. 김태진 기자 대구 중구 삼덕동 '책빵 고스란히' 내부 모습. 김태진 기자

'책빵 고스란히'에 가려면 숨겨둔 보물 찾듯 발품 팔 각오가 서야 한다. 동신교와 가까운 대구 중구 삼덕동인데 신천대로변에 접한 '동인삼덕생태문화골목' 초입이다. 버스에서 내려서도 다소 걸어야 한다. 방문객의 체력을 키워주려 작정하고 차린 가게다.

2019년 11월 문을 열었다. 반지하에서 바깥으로 통하는 통유리가 마치 캔버스 같다. 신천대로의 가로수 풍경이 저렇게 예뻤었나. 봄이면 개나리와 봉오리가 터지는 꽃들이 그림이 될 테고, 여름이면 플라타너스 너른 이파리가 청량감이 될 거라 짐작한다. 가을에는 말해 뭐하나. 봉이 김선달은 대동강물을 팔았다는데 이곳은 신천대로 가로수를 계절별로 통유리 액자에 담아낸다.

이승은·지은 자매가 운영한다. 언니는 책방을 원했고, 동생은 빵집을 운영하고 싶어했다. 이름처럼 빵과 책이 함께 있다. 빵 굽는 향기를 맡고 싶으면 일찍 가야한다. 낮 12시에 문을 연다. 문을 열고 1시간 정도는 빵 냄새가 배어 있다. '책빵'이란 이름에 충실하다. '고스란히'의 사전적 의미인 '건드리지 아니하여 축이 나거나 변하지 아니하고 그대로 온전한 상태'로 가게를 운영하고 싶다는 마음을 담았다. 무엇을 판매하는 곳인지 잘 전달하는 것이 필요하다 생각해서 '책빵'을 더했다.

대구 중구 삼덕동 '책빵 고스란히' 내부 모습. 김태진 기자 대구 중구 삼덕동 '책빵 고스란히' 내부 모습. 김태진 기자

'전환의 씨앗'이 콘셉트다. 작은 시작이지만 행동으로 나설 것을 주문한다. 도미노 같은 연쇄적 행동이 불러오는 선한 영향력을 기대한다는 것이다. 생태와 환경을 우선하는 이들이 주로 온다. 공존을 위한 독서모임도 운영한다.

북큐레이션 업데이트도 빠르다. 소설 신간도 제법 많다. 주인장의 취향도 일부 녹아들어 갔지만 이곳에서 모임을 하는 이들이 추천한 책들이다. 최신 문학 트렌드를 읽지 못하면 할 수 없는 북큐레이션이다. 읽는 이들만이 할 수 있는 실력 배치다.

노동, 생태, 환경, 비건. 언뜻 다양한 주제로 보이지만 결국은 지구를 살리고 공존하자는 데 방향이 모인다. 평화 지향성이 가게에 온통 넘쳐난다. 둘러보니 동물성 재료를 사용하지 않은 빵과 비거니즘, 제로웨이스트 등 환경 관련 분야 책들이 많다.

비거니즘을 실천하고 있는 책방지기 이승은 씨는 "각자 정도는 달라도 생태와 환경을 위해 참여할 수 있는 만큼 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탄소발자국을 최소화하고 지구에 더 좋은 방식의 삶을 고민한다는 건 진심이었다. 연예인 디스카운트따위는 없어도 자전거를 타고 오는 이들에게는 식음료의 5% 할인을 적용한다.

이곳에서는 일회용품을 찾을 수 없다. 특히 이곳의 화장실은 케렌시아로 여겨질 만큼 깨끗한 데서 한 번 놀라고, 핸드타올 대신 기부받은 손수건을 잘라 쓰고 있는 데서 두 번 놀란다. 화장지만은 헝겊이 아닌 우유팩을 재활용한 화장지여서 다행스러울 정도였다.

두 자매는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꼭 전해달라 했다. 코로나19 상황임에도 손님들이 일부러 계속 찾아와준다는 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이지은 씨는 "텀블러나 개인용기 챙겨오는 분들이 늘어난 게 고무적이다. 동참하고 있다는 증거들"이라고 말했다.

대구 중구 삼덕동 '책빵 고스란히' 내부 모습. 김태진 기자 대구 중구 삼덕동 '책빵 고스란히' 내부 모습. 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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