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2020년과 너무 닮은 1968년 미국…그 중심에서 빛나던 로버트 케네디

라스트 캠페인/ 서스턴 클라크 지음/ 박상현 옮김/ 모던아카이브 펴냄

1968년 5월 디트로이트에서 흑인 소녀에게 손을 내미는 로버트 케네디. 이 사진은 신간 '라스트 캠페인'의 표지 사진으로 쓰였다. 모던아카이브 제공 1968년 5월 디트로이트에서 흑인 소녀에게 손을 내미는 로버트 케네디. 이 사진은 신간 '라스트 캠페인'의 표지 사진으로 쓰였다. 모던아카이브 제공
책 '라스트 캠페인' 책 '라스트 캠페인'

'역사에 가정은 없다'고 하지만,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동생이자 1968년 42살의 젊은 나이에 민주당 후보로 대선에 도전했다 암살당한 로버트 케네디가 그해 대선에서 당선됐더라면 미국은 어떻게 됐을까.

신간 '라스트 캠페인'의 저자 서스턴 클라크는 "대통령이 된 로버트 케네디는 얼마 안 가 베트남에서 미군을 철수시켰을 것이고 베트남 전사자 명단도 훨씬 줄었을 것이다. 미군의 캄보디아 폭격과 켄트주립대 총격사건, 워터게이트도 없었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미국의 1968년과 2020년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올해 미국을 강타한 코로나 팬데믹, 흑인 인권 시위 등 여러 사건들을 돌이켜보면 2020년 미국은 여러모로 1968년의 미국과 소름끼치도록 닮았다. 대선이 있던 1968년 미국은 홍콩 독감 팬데믹 사태에 대학가를 중심으로 번진 반전 시위까지 더해져 혼란 그 자체였다. 어디 그뿐인가. 4월 4일 미국 역사상 흑인들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은 지도자인 마틴 루서 킹 목사가 백인의 총격을 받아 사망하면서 여러 도시에서 폭동이 일어났다.

킹 목사가 암살된 당일 인디애나주의 주도 인디애나폴리스의 흑인 거주 지역에서 연설이 예정돼있던 로버트 케네디는 미리 준비한 연설 대신 떨리는 목소리로 추모 연설을 했다.

"미국에 필요한 것은 분열이 아닙니다. 증오가 아닙니다. 서로를 향한 사랑과 지혜와 연민, 그리고 정의감입니다. 흑백을 초월해 미국 내에서 여전히 고통받는 사람들에 대한 정의감 말입니다.…폭력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함께 살기를 원하고 이 땅의 모든 사람이 정의를 누리기를 원합니다."(연설문 중에서)

이 연설 중 로버트 케네디는 형 케네디의 죽음을 언급하고 아이스킬로스의 시를 읊었다. 연설이 끝나자 청중 대부분은 말을 잃고 가만히 서서 울었고 조용히 흩어졌다. 인디애나폴리스는 미국 대도시 중 유일하게 폭력사태가 벌어지지 않은 곳이 됐다. 이 즉흥 연설은 50년이 지난 지금까지 미국 정치사에서 가장 감동적인 연설로 손꼽힌다.

로버트 케네디의 생애를 다룬 넷플릭스 '로버트, 우리가 사랑한 케네디'. 자료사진 넷플릭스 캡처 로버트 케네디의 생애를 다룬 넷플릭스 '로버트, 우리가 사랑한 케네디'. 자료사진 넷플릭스 캡처

◆미국을 바꿀 뻔한 대선

'라스트 캠페인'은 1968년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로버트 케네디의 선거운동을 한 편의 다큐멘터리처럼 풀어낸 책이다. 베트남 전쟁이라는 수렁에 빠진 채 가난과 불평등이라는 현실에 안주한 '상처 입은 국가' 미국에서 로버트 케네디는 42세의 젊은 나이에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로버트 케네디는 명분 없는 전쟁으로 인한 젊은이들의 희생과 도덕적 수치, 빈민층과 소수인종의 고달픈 삶, 그리고 이런 문제에 대한 미국인 개개인의 책임을 말하는 이상주의적인 연설로 군중을 열광시켰다. 그는 당시 정부의 정책에 염증을 느끼던 지식인과 젊은이를 비롯해 흑인과 멕시코계 등 소수인종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마틴 루서 킹 목사가 암살당했을 때 감동적인 연설로 흑인들을 진정시킨 로버트 케네디는 흑인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지만 지지를 받은 만큼 적도 늘어났다. 그럼에도 로버트 케네디는 경호 인력을 최소로 유지한 채 자신을 군중에 최대한 노출했다. 정치 지도자들이 수시로 암살되는 시절이었지만 그는 "지지자들이 나를 볼 수 있게 해야 한다"며 뜻을 굽히지 않았다.

출마를 선언한 지 82일, 킹 목사 암살 두 달 뒤인 6월 5일 로버트 케네디는 캘리포니아주 LA에서 예비선거 승리 연설을 한 후 시르한 시르한이라는 요르단계 이민자에게 총격을 받아 암살을 당했다. 그의 시신을 실은 장례 열차가 뉴욕에서 워싱턴의 묘지로 이동할 때 200만 명에 달하는 미국인이 철길로 몰려들었다. 미국이 그토록 사랑하던 로버트 케네디는 그렇게 떠났다.

◆한편의 다큐멘터리 같은 흡입력

저자 서스턴 클라크는 문헌 자료를 바탕으로 로버트 케네디를 잘 아는 사람들과 수백 번의 인터뷰 끝에 '라스트 캠페인'을 완성했다. 특히 이 책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케네디가의 구성원과 호칭, 미국의 대통령 제도 등에 대해 '책을 읽기 전'이라는 장을 통해 친절히 소개하고 있다.

그 결과 미국을 완전히 바꿀 뻔한 로버트 케네디의 82일간의 선거운동 속으로 독자들을 강력하게 끌어들인다. 가독성이 높아 마치 한편의 다큐멘터리 영화를 보는 듯하다. 로버트 케네디의 대선 운동을 통해 1960년대의 열정적이고 거칠게 요동치는 시대정신까지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책을 옮긴 박상현은 "과거의 일은 끊임없이 오늘을 사는 우리의 눈으로 다시 해석해야 하고 오늘 일어나는 사건은 반드시 역사라는 렌즈를 통해 살펴봐야 한다"며 "1968년의 렌즈를 끼고 본다면 많은 혼란의 안개를 뚫고 미국의 상황을 또렷하게 볼 수 있다. 또 이 책에 등장하는 1968년은 2020년을 사는 우리의 눈으로 볼 때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440쪽, 2만2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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