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김시스터즈에서 BTS까지…한류를 꽃피운 대중문화 공화국

한류의 역사/ 강준만 지음/ 인물과사상사 펴냄

'2010~2012 한국방문의 해' 기념 특별이벤트인 '한류드림페스티벌'이 2011년 10월 1~3일 경주시민운동장에서 열린 가운데 축제 마지막 날인 3일 일본인 단체 관광객들이 소녀시대, 2PM, 동방신기 등 K-POP 가수들의 공연을 지켜보며 환호하고 있다. 매일신문 DB '2010~2012 한국방문의 해' 기념 특별이벤트인 '한류드림페스티벌'이 2011년 10월 1~3일 경주시민운동장에서 열린 가운데 축제 마지막 날인 3일 일본인 단체 관광객들이 소녀시대, 2PM, 동방신기 등 K-POP 가수들의 공연을 지켜보며 환호하고 있다. 매일신문 DB

한때 유행하던 "동남아 순회공연을 마치고 돌아온…"이라는 관용구는 시대적 흐름(?)에 발맞춰 바뀔 필요가 있다. 국내 K-POP 아티스트들이 전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시대상을 반영하면 "전세계 순회공연을 마치고 돌아온…"이라는 표현이 적당하다. 이렇듯 K-POP으로 대표되는 한류 열풍은 세계 곳곳으로 뻗어나가고 있다.

세계는 한국을 보며 크게 세 번 놀랐다. '겨울연가'로 대표되는 영상콘텐츠가 아시아에서 인기를 얻으며 한류가 태동했고, 온라인 게임과 아이돌 그룹이 아시아를 넘어 중동, 남미로 진출하며 한류가 확산됐다. 이어 불닭볶음면, 방탄소년단(BTS), 봉준호 등 각 분야의 세계적 히트 콘텐츠(상품)가 등장하며 한류의 세계화를 일궈냈다. 강준만 교수의 신간 '한류의 역사'는 이런 수십년간의 한류의 발자취를 700여 쪽의 방대한 분량으로 총정리했다.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지난 1월 26일(LA 현지시간) 래퍼 릴 나스 엑스 등과의 합동공연을 통해 짧지만 성공적으로 그래미 어워즈 첫 무대를 치렀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지난 1월 26일(LA 현지시간) 래퍼 릴 나스 엑스 등과의 합동공연을 통해 짧지만 성공적으로 그래미 어워즈 첫 무대를 치렀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제공
김시스터즈 앨범. 매일신문 DB 김시스터즈 앨범. 매일신문 DB

◆김시스터즈에서 BTS까지

1953년 결성돼 미국 진출에 성공한 '김시스터즈'는 최초의 한류 아이돌이다. 이들은 당시 미국 최고의 버라이어티쇼에 소개되면서 인기를 끌어 25번이나 출연하는 대기록을 세웠다. 1990년대는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와 '질투'가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는데 '사랑이 뭐길래'는 1997년 중국에 수출되면서 한류의 출발점으로 평가된다.

우리가 한류열풍을 실감한 것은 2003년 '겨울연가'가 일본 전역에 방송되면서 욘사마 열풍을 일으켰을 때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배용준이 한국과 일본 사이에 무려 23억달러의 경제적 효과를 창출했다고 보도했다. 2010년대에는 소녀시대와 카라 등 한국 걸그룹이 성공적으로 일본에 진출했다. 이때만 해도 한류의 진출지는 일본 등 인접국이었다.

한류 콘텐츠가 전세계적 주목을 받은 것은 2012년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빌보드 K-pop 차트 1위에 오르면서다. 특히 중독성 있는 후렴구와 '말춤'으로 불린 쉽고 재밌는 안무 동작은 밈현상을 일으켰고, 뮤직비디오는 조회수 1억 건을 돌파했다.

SNS 활동을 통해 글로벌 팬덤 구축에 성공한 BTS는 2018년 5월 정규 3집 앨범 '러브 유어셀프: 티어'로 한국 가수 최초 미국 '빌보드 200' 차트 1위를 차지하며 한류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그들은 같은 해 9월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연설을 하기도 했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2019년 5월 프랑스 칸에서 열린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올해 1월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한국 영화 최초로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했다. 마침내 올해 2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 등 아카데미 4관왕을 차지하며 한류의 품격을 입증했다.

영화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을 비롯한 출연진 및 제작진이 지난 2월 9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돌비 극장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수상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영화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을 비롯한 출연진 및 제작진이 지난 2월 9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돌비 극장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수상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한류를 꽃피운 대중문화 공화국

'한류의 역사'는 1945년 해방 이후부터 2020년에 이르기까지 '대중문화 공화국'의 토양 위에서 꽃피운 한류의 70년사를 기록했다. K-POP뿐만 아니라 드라마, 영화, 뮤지컬, 게임 등 한류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대중문화의 전 분야를 총망라해 '대중문화의 역사'라고 제목을 붙여도 손색이 없다.

저자에 따르면 한국이 '대중문화 공화국'이 된 데에는 그럴 만한 역사적 배경이 있었다. 문자 그대로 파란만장한 근현대사를 겪으며 "잘 살아보세"라는 구호를 내걸고 치열하게 내달려온 한국인을 사로잡은 삶의 문법은 '대박 드라마' 성공 공식에 그대로 녹아있다. 성공에 대한 열망, 고통의 눈물, 가족을 위한 희생, 권선징악의 메시지가 한데 어우러진 드라마를 어찌 우리가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느냐고 저자는 되묻는다. 그렇게 대중문화는 우리 삶 깊숙히 스며 들었다.

저자는 한류의 역사를 훑으며 한류를 성공시킨 10가지 키워드를 뽑아낸다. ▷뛰어난 혼종화·융합 역량 ▷근대화 중간 단계의 이점과 후발자의 이익 ▷한과 흥의 문화적 역량 ▷감정 발산 기질과 소용돌이 문화 ▷해외 진출 욕구와 위험을 무릅쓰는 문화 ▷IT 강국의 시너지 효과 ▷강한 성취욕과 평등 의식 ▷치열한 경쟁과 코리안 드림 ▷대중문화 인력의 우수성 ▷군사주의적 스파르타 훈련 등이 그것이다.

한류에 드리워진 그림자도 빼놓지 않고 언급한다. 드라마 분야에서 방송사들이 우월적 지위를 차지하면서 하도급 관계에 있는 외주제작사들의 숨통을 쥐고 흔든다. 이에 외주제작사는 간접광고에 더욱 의존하게 되고, 선정적·자극적인 프로그램을 만드는 데 매달릴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영화계에서도 스타·매니지먼트사와 제작사·스태프·영화제작가협회 사이에 스타 파워를 두고 갈등이 발생하는데,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것은 결국 가장 약한 고리인 영화 제작 현장의 스태프라고 저자는 고발한다.

앞으로의 신(新) 한류는 누가, 무엇이 이끌어갈 것인가. '과거는 미래의 거울'이라는 말이 있듯 한류의 장밋빛 미래를 열어가기 위해서는 한류가 걸어온 길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한류에 대한 자부심은 가득 채우되 한류 현상의 곳곳에 뿌리 박힌 못된 관행과 현실적 어려움에 대해서도 고민할 때다. 732쪽, 3만3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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