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우리집 고양이가 양돈장 돼지보다 도덕적 지위가 높다고?

어떻게 동물을 헤아릴 것인가/ 셸리 케이건 지음/ 김후 옮김/ 안타레스 펴냄

경북 칠곡군 한 양계농장 주변의 동네 고양이. 매일신문 DB 경북 칠곡군 한 양계농장 주변의 동네 고양이. 매일신문 DB
책 '어떻게 동물을 헤아릴 것인가' 책 '어떻게 동물을 헤아릴 것인가'

"동네 고양이 싫다고 내쫓지 마세요. 지구가 인간 소유라는 오만한 생각을 아직도 하시나요?" (최근 한 SNS에 올라온 글). 쓰레기봉투를 헤집는다거나 시끄럽게 운다는 등 갖은 이유로 동네 고양이를 핍박하는 이들을 향한 서늘한 일갈은 우리를 반성하게 한다.

그럼에도 여전히 이런 의문이 남는다. 존중받아야 할 동물이란 어디까지인가? 인간과 매우 가까이 교감하는 동물만이 존중받을 수 있는가. 모든 생명체는 마땅히 동등하게 존중받아야 하는가. 사람들은 개와 고양이는 감싸고 돌면서도 육류 소비로 도살당하는 닭, 돼지, 소에 대해서는 그다지 관심 가지지 않는다. 이 사례에서 제기될 만한 도덕적 논란을 해결할 방법은 존재할까.

◆동물은 인간과 동등한 도덕적 지위를 가지나?

지구는 인간의 소유가 아니다. 다시 말해 어떤 동물이든 지구에서 저마다의 삶을 영위할 권리가 있고, 그런 권리를 박탈할 자격이 인간에겐 없다. 더 나아가 윤리적 동물인 인간만이 오직 동물을 윤리적 틀안에서 존중받아야 할 존재로 여길 수 있다. 다시 말해 동물을 윤리적으로 대하는 것이야말로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길이다.

베스트셀러 '죽음이란 무엇인가'의 작가 셸리 케이건 교수가 동물 윤리로 인간의 삶의 가치를 조명한 신작 '어떻게 동물을 헤아릴 것인가'를 독자 앞에 내놓았다. 이 책은 사람과 동물이 함께 잘 사는 윤리적 공존을 모색함과 동시에 지구상 가장 월등한 존재로 군림하는 인간이 추구해야 할 참된 가치를 제시한다.

동물 윤리를 둘러싼 논의에서 우리는 어느 단계쯤 와있을까. 저자가 머리글에서 지적했듯, 동물을 헤아리는 중요한 문제에 있어 현재 우리가 얼마나 부족하며, 그와 관련된 도덕 이론을 갖추는 게 얼마나 절실한 지 깨닫는 단계에 와있을 뿐이다.

저자는 동물 윤리에 관해 발전 가능한 논의를 시작하려면 '계층적 관점(계층주의)'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계층적 관점이란 사람의 도덕적 지위는 동물보다 월등히 높으며 동물들끼리도 도덕적 지위가 각각 다르다는 관점을 말한다. 이 관점은 동물 윤리의 주류적 관점이자 사람과 동물이 동등하다는 견해를 따르는 '단일주의'와 정면으로 맞선다.

단일주의는 언뜻 그럴듯해 보이나 현실에서는 납득하기 어려운 괴상한 논리로 발전하거나 오히려 논의를 교착상태에 빠트리고 혹은 분열만 야기한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예컨대 개나 고양이는 '가족'과 같은 헤아림을 받는 반면 소나 돼지는 '고기'로 식탁에 오르는 현실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단일주의 관점에서는 그저 '옳지 못한' 행위일 뿐이며 더 이상 논의할 여지를 제시하지 못한다. 이런 관점에서 인간은 육식을 하는 야만적이고 잔혹한 동물학대자나 채식만을 고집하는 영양불균형자 사이에서 양자택일 할 수밖에 없다.

경북 칠곡군의 한 양계장에서 길러지는 닭. 매일신문DB 경북 칠곡군의 한 양계장에서 길러지는 닭. 매일신문DB

◆무엇이 도덕적 지위에서의 격차를 만드나?

이 책 전반에서 케이건 교수는 단일주의를 논박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단일주의를 거부해야 하는 이유에 관한 논증은 그 자체로 훌륭한 논리 수업이며 무척 설득력있고 흥미진진하게 진행된다.

저자의 주장에 따라 계층주의를 채택한다면 이런 질문이 따라온다. 무엇이 도덕적 지위에서의 격차를 만들까? 저자는 다름 아닌 '정신적 능력'에서의 차이가 도덕적 지위를 결정한다고 설명한다. 정신 능력은 '행동 능력'으로 이어진다. 사람이 동물보다 높은 도덕적 지위를 갖는 것도, 개와 고양이가 물고기나 곤충보다 도덕적 지위가 높은 것도 이 때문이다.

나아가 같은 종의 동물들끼리도 그 능력에 따라 도덕적 지위가 달라진다. 모든 돼지가 아닌, 돼지 개체마다 확보한 능력이 도덕적 지위의 차이를 초래한다는 '개체주의' 시각이다. 저자는 심지어 사람들 사이에서도 도덕적 지위가 다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저자에 따르면 심각한 뇌 손상을 입어 정신적 능력이 결여된 인간은 통상적인 사람들보다 도덕적 지위가 낮다. 이는 자칫 윤리적 논쟁을 불러일으킬 우려가 있지만, 저자는 '잠재적' 지위와 '양식적' 지위라는 대안 개념을 제시하면서 자신의 계층적 관점을 지킨다.

저자는 계층적 관점에 대해 제기될 수 있는 네 가지 우려를 제시하며 하나씩 반박한다. 계층주의가 '엘리트주의'라는 비판, 사람보다 도덕적 지위가 높은 '우월한 존재'가 실재한다면 윤리적으로 어떻게 접근할 것인지의 문제, 심각한 정신 장애를 가진 이른바 '가장자리 상황'에 처한 존재의 도덕적 지위를 설명하는 방식, 일반적인 사람들 사이에서도 능력 차이로 인한 도덕적 지위의 차이가 발생한다는 '정상적 편차' 등 계층주의가 안고 있는 우려를 어떻게 차례로 해결하는지도 이 책의 흥미로운 지점이다.

저자는 이 모든 문제를 하나씩 노련하게 각개격파 해내면서 현대 철학 논리 전개의 정수를 펼쳐보인다. 512쪽, 1만9천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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