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역사를 바꾼 전염병, 인류는 항상 이겨냈다

질병이 바꾼 세계의 역사/ 로날트 D.게르슈테 지음/ 강희진 옮김/ 미래의창 펴냄
세계사를 바꾼 전염병 13가지/ 제니퍼 라이트 지음/ 이규원 옮김/ 산처럼 펴냄

19일 오전 대구시 중구 계명대학교 대구동산병원에서 의료진이 교대 근무를 위해 방호복을 입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들이 있는 병동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19일 오전 대구시 중구 계명대학교 대구동산병원에서 의료진이 교대 근무를 위해 방호복을 입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들이 있는 병동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잇따라 출간된 인류 역사 속 전염병을 훑은 책들이 코로나19 사태 한 가운데에 놓인 독자들의 선택을 받으며 저마다 베스트셀러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질병이 바꾼 세계의 역사' '세계사를 바꾼 전염병 13가지'가 그 주인공이다.

페스트, 콜레라 등 전염병이 인류 역사의 주요 무대에 등장해 역사의 흐름을 바꾸었다는 사실을 우리는 이미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가 다시금 전염병을 다루는 신간을 펼쳐 드는 이유는 현재 '팬데믹' 국면에 접어들고 있는 코로나19를 극복하기 위한 지혜를 얻기 위함이며, 전염병 이후 어떤 미래가 펼쳐질 지 전망해보기 위해서다.

그런 우리에게 이 책들이 주는 교훈은 간단하다. 인간사에 지대한 영향을 미쳐온 전염병의 창궐은 반복돼왔고 앞으로도 그럴테지만, 중요한 것은 인류는 매번 이를 극복해왔다는 점이다. 코로나19와의 지난한 전투에 지쳐있는 우리에게 이 메시지는 한 뼘의 위로와 응원을 건넨다.

로날트 D.게르슈테 지음/ 강희진 옮김/ 미래의창 펴냄 로날트 D.게르슈테 지음/ 강희진 옮김/ 미래의창 펴냄

◆질병이 바꾼 세계의 역사

프랭클린 루스벨트가 소아마비에 걸리지 않았다면 역경을 극복해낸 지도자의 이미지로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었을까?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원정 중 사망하지 않았다면 유럽의 역사는 어떻게 바뀌었을까?

역사에 가정과 상상을 덧붙인 이 질문들은 무엇을 시사하고 있을까. 질병은 수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것에 나아가 역사 속 중요 인물들의 건강과 목숨을 좌우하며 역사의 흐름을 뒤집기도 했다는 것이다. 이 책은 페스트, 천연두, 독감 등 한 시대를 주름잡은 질병뿐만 아니라 각종 질병으로 시름한 권력자의 사례를 모두 담고 있다.

이 책을 관통하는 주제는 인류사는 질병과의 싸움으로 점철됐다는 것이다. 페스트와 천연두, 콜레라와 같은 끔찍한 전염병도 결국은 원인을 밝혀내고 치료약이 개발됐지만, 우리는 항상 또 다른 새로운 전염병의 위협 앞에 다시 놓이곤 했다.

전염병 발생과 확산의 전 과정 역시 새로운 전염병이 생겨날 때마다 과거와 닮은 꼴로 진행됐다. 유행병이 퍼질 때마다 각국은 국경을 봉쇄하여 전파를 막으려 하지만 질병은 결국 방역망을 뚫고 들어와 전 인류를 위협하며 백신과 치료약이 개발될 때까지 역사의 운전대를 제맘대로 조정했다. 현재 코로나19도 마찬가지다. 이와 같이 데자뷔처럼 반복되는 전염병은 현 인류가 직면한 전염병에 대한 과제는 결국 과거와 동일하다는 점을 말해준다.

전염병이라는 비극 끝에 예상치 못한 새로운 국면을 맞기도 한다. "흑사병은 분명 엄청난 인명피해를 불러왔지만, 살아남은 자들은 사회적, 경제적 상황이 호전되는 이점을 누렸다. 수많은 사람들이 사망하여 모든 분야에서 노동력이 부족해졌던 것이다. 이에 따라 살아남은 수공업자나 농부들은 그 이전이라면 상상도 하지 못할 만큼 유리한 위치에서 거래처나 지주들과 협상할 수 있게 되었다."(p.53) 368쪽. 1만7천원.

18일 오후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제 코호트 연구를 위한 회의에 WHO의 임상팀·코비드19 자문위원인 윌리엄 피셔와 토머스 플래쳐가 참석하고 있다. 이번 연구는 국립보건연구원과 국내 의료진이 주도하며, 국내 코로나19 환자의 임상역학적, 면역학적 특성을 파악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다. 오른쪽은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부본부장(국립보건연구원장). 연합뉴스 18일 오후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제 코호트 연구를 위한 회의에 WHO의 임상팀·코비드19 자문위원인 윌리엄 피셔와 토머스 플래쳐가 참석하고 있다. 이번 연구는 국립보건연구원과 국내 의료진이 주도하며, 국내 코로나19 환자의 임상역학적, 면역학적 특성을 파악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다. 오른쪽은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부본부장(국립보건연구원장). 연합뉴스
제니퍼 라이트 지음/ 이규원 옮김/ 산처럼 펴냄 제니퍼 라이트 지음/ 이규원 옮김/ 산처럼 펴냄

◆세계사를 바꾼 전염병 13가지

이 책은 과거 인류를 공격한 13가지 전염병이 악명을 떨쳤던 당시의 상황과 함께 인류, 특히 지도자가 어떻게 그 전염병들을 극복해왔는지를 살펴보고 있다.

고대 로마에서 창궐했던 안토니누스역병을 비롯해 가래톳페스트(흑사병), 두창(천연두), 매독, 결핵, 콜레라, 나병, 장티푸스, 스페인독감, 소아마비, 에이즈 등 익숙한 역병뿐 아니라 무도광이나 기면성뇌염, 전두엽절제술 등 낯선 질병이나 수술 기법까지 다룬다.

저자는 치료법이나 백신보다는 전염병의 발병과 이로 인해 고통받고 죽어가는 사람들을 묘사하고, 그 속에서 어떻게 위기를 헤쳐 나가며 어떤 희생들을 치러 고귀한 성취를 이루어냈는지를 그려낸다. 이를 통해 지도자의 리더십, 정부의 대처, 언론의 역할에 더불어 평범한 시민의 의식과 행동력이 전염병과의 전쟁을 이겨낼 원동력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이는 한달 간의 코로나19와의 사투를 이어가며 지역 감염의 확산세를 막아낸 대구 시민의 모습에서도 증명된다.

미지의 전염병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었던 과거와 달리 의학이 발달한 현대에는 상당수의 전염병이 치료제와 백신을 통해 정복됐다. 그러나 현대에는 폭발적인 인구 증가와 항공 산업의 발달로 전염병 확산의 위험성은 더욱 증대됐으며 무분별한 개발에 따른 미지 병원체의 접촉 위험 또한 높아진 상황이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천명했듯 바야흐로 '전염병의 시대'다.

그럴수록 이 책은 무엇보다 과거로부터 배워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저자는 우리가 전염병을 겪은 선조들을 그저 역사 속 인물로 치부하기보다는 기꺼이 조언을 구할 수 있는 친구로 바라보길 희망하고 있다. 저자는 서문에서 "내가 질병 연구에 시간을 쏟는 이유는 과거에 질병과 어떻게 싸웠는지 알면 미래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자신있게 말한다. 384쪽. 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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