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세습 중산층 사회/조귀동 지음/생각의힘 펴냄

90년대생들의 불평등 사회

드라마 '스카이캐슬' 스틸컷. JTBC 제공 드라마 '스카이캐슬' 스틸컷. JTBC 제공
세습 중산층 사회 세습 중산층 사회

오늘날의 90년대생, 즉 20대가 경험하는 불평등은 소위 말해 잘나가는 50대 부모가 교육에 대한 경제적 투자, 인적 네트워크 등을 총동원해 자녀에게 고학력과 소수의 번듯한 일자리를 세습하는 데에 기인한다. 의사인 부모가 자녀를 의사로 만들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 '스카이캐슬' 역시 우리 사회를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신간 '세습 중산층 사회'은 '중산층'을 전통적인 의미의 중산층이 아닌 기득권층으로 정의한다. 이 책은 20대들 가운데 부모로부터 기득권을 세습받은 선택받은 소수와 그렇지 못한 다수 사이의 불평등 문제를 분석하고 진단한다. 저자는 구체적이고 방대한 연구자료를 인용하고 그 속에서 발견한 명확한 분석을 통해 현재의 20대가 마주하는 불평등 사회의 핵심을 파헤친다.

◆586세대가 만들어낸 '세습 중산층'

20대의 불평등 사회를 파헤치기 위해선 부모세대인 60년대생을 먼저 살필 필요가 있다. 흔히 '586세대(60년대에 태어나 80년대 학번으로 대학생활을 보낸 50대)'라 불리는 이들은 명문대 정원 확대, 일자리 황금기 시절의 취업, 수출 대기업의 약진 등 눈부신 경제 성장의 특혜를 누리며 '세습 중산층 1세대'를 이룬다. 이들이 '학번 없는 고졸 60년대생'과의 경제적·사회적 격차를 벌리면서 사회에는 어느 정도 계층 구조가 형성됐다.

기득권 세습은 인간의 본능인걸까. 세습 중산층 1세대들은 자신의 능력과 재력을 활용해 90년대생 자녀 세대에게 동일한 지위를 물려주면서 '세습 중산층 2세대'가 만들어지는데, 이것이 현 20대가 마주하는 불평등 사회의 핵심이라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세습 중산층 1세대를 거쳐 2세대로 내려오면서 계층 구조는 훨씬 더 공고해진다. 이는 부모 세대에 비해 자녀 세대에 양질의 일자리가 줄면서 '성(城·기득권)' 안으로 들어가는 문이 훨씬 좁아졌기 때문이다. 저자는 대기업 정규직 등 초임 월 300만원 이상의 일자리를 '1차 노동시장', 중소기업이나 비정규직 월 300만원 이하 일자리를 '2차 노동시장'으로 구분하는데, 취업 인구 가운데 1차 노동시장에 진입한 이들의 비중이 2010년 이후 10% 수준으로 과거에 비해 크게 감소했다는 사실이 '좁은 문'을 증명한다.

이에 따라 오늘날의 20대는 10%의 성 안에 들어가기 위한 경쟁을 이전 세대보다 더 치열하게 벌여야 하는 처지가 됐다. 이런 현실에서 세습 중산층 1세대는 자녀가 명문고·명문대를 졸업해 10%에 해당하는 번듯한 일자리를 차지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지원하고 결국 그들의 자녀들이 고급 일자리를 독식하는 결과를 낳는다. 쉽게 말해 '기득권 부모가 기득권 자식을 만든다'는 얘기다. 이 과정에서 기득권 부모를 갖지 못한 많은 20대들은 '투명인간' 취급을 받으며 경쟁에서 뒤처지고 만다.

지난해 11월 6일 오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관계자 등이 교육 불평등 해소, 입시 만능경쟁교육 철폐를 위한 고등학교 교사 선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1월 6일 오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관계자 등이 교육 불평등 해소, 입시 만능경쟁교육 철폐를 위한 고등학교 교사 선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대 생애 전반을 지배하는 불평등

출생에서 시작돼 취업으로 이어진 상위 10%와 하위 90%의 격차는 결혼과 주택 구입 등 생애주기 전반에 걸쳐 좁혀지지 않는다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저자는 지적한다. 요즘 20대를 정의하는 말로 N포세대(연애·결혼·취업·출산 등 N가지를 포기한 세대)가 자주 쓰이는데, 저자는 N포세대가 20대 전체를 가리키는 용어가 아닌 부유하고 유능한 부모를 두지 못한 이들을 칭하는 말이라고 강조한다.

남녀가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 기르며, 집을 가질 수 있는지는 본인의 능력이 아니라 부모의 능력에 달린 사회가 되면서 정상가족(4인 단위 핵가족)을 꾸리는 일이 이제는 성 안에 진입한 소수의 특권이 된 것이다.

오늘날 20대는 극도로 계층화된 사회를 살아가고 있으며, 따라서 계층별로 인생 전반에 걸친 경험 또한 현저히 다르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나아가 공평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첫걸음은 '기회의 평등'을 확보하는 길이라고 강조한다. 여기서 말하는 기회의 평등이란 단순히 공정한 입시제도를 확립하는 일이 아니라 하위 90%도 상위 10% 수준의 기회를 갖도록 제도를 바꿔야 함을 말한다. 2020년, 문제는 '세습 중산층'이다. 312쪽. 1만7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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