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없어서 창의적이다/권업 지음/쌤앤파커스 펴냄

인기 TV 프로그램 '냉장고를 부탁해'를 보면 셰프들이 15분이라는 주어진 시간 안에 냉장고에 있는 재료만으로 냉장고 주인이 원하는 목적에 부합하는 가장 창의적인 요리를 만들어낸다. 세상을 뒤흔들 만한 변화를 이끌었던 괴짜 기업이나 비지니스맨의 성공 스토리도 이와 비슷하다. 단돈 36만 원으로 중고 우주선을 만들어낸 소년부터 온갖 고물로 수제 자동차를 만들어 미국 최고 혁신상을 받은 인도의 타타그룹까지. '빈손'에 가까운 열악한 상황에서 기지를 발휘하여 '진짜'를 만들어낸 사람들이 바로 그들이다.

 

'없어서 창의적이다'는 바로 이들, 무일푼의 상황에서 누구보다 빠르고 창의적으로 '진짜'를 만들어낸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성공의 핵심은 창의성 아닌 근성

기술은 정교해지고, 단순노동은 로봇으로 대체된다. 시제품 개발은 더 빨라지고, 완제품은 모든 산업 분야로 융합된다. 수많은 시간과 자본을 투자해 연구 개발하는 것은 더이상 경쟁력이 아니다. 경쟁사의 기술력이 뛰어나다고, 상황이 열악하다고 탓하는 것도 의미 없다. 생존 여부는 변덕스럽고, 변화무쌍한 고객의 욕망을 향해 새로이 섞고, 뒤집어 내일 아침이라도 당장 '신상'을 내놓을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는가에 달려 있다.

권업 대구테크노파크 원장 권업 대구테크노파크 원장

'열정 없는 창의 없다'고 강조하는 권업 대구 테크노파크 원장은 이 책에서 오늘날 혁신기업들에게 필요한 것은 창의성보다 그것을 실현시킬 수 있는 '근성'이라 말한다. 우리가 '완벽한 아이디어', '결점 없는 상품'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의 대부분이 실제로는 완벽한 설계도로 준비된 것들이 아닌 반복된 열의와 근성에서 탄생한 과실이라는 것이다.

빈손으로 진짜를 만들어낸 사람들은 뛰어난 천재이거나 가진 것이 많아서 성공한 게 아니다. 방대한 정보 안에서 유용한 것을 선별해내는 '통찰력', 이를 재조합하는 '창의성', 열악한 조건 속에서도 결과물을 만들어내고야 말겠다는 '근성'과 발 빠른 '실행력'으로 시장을 사로잡았다는 것이 지은이의 생각이다.

지은이는 완벽한 아이디어, 거대한 자본, 정교한 설계를 모두 갖추려는 생각을 버리라고 말한다. 기존의 제품이나 서비스의 쓰임을 다르게 보는 엉뚱함, 잦은 실패에 굴하지 않고 끝까지 해내겠다는 근성만 있으면 진짜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정교한 설계도는 아예 생략한다. 목적에 부합하는 재료를 구하는 것이 아니라 당장 자신이 활용할 수 있는 재료만 가지고 어떻게 목적에 맞는 결과물을 만들어낼 것인지 골몰한다. 각 재료의 쓰임을 다르게 생각하고, 그것들을 끼워 맞추고 해체하고 다시 조립하는 과정을 통해 엉성했던 결과물을 더 정교하게 다듬는다. 이것이 반복될 때 실행력이 빨라지고 주저함은 사라지며 실패에 대한 두려움에도 면역력이 생겨나는 것이다.

◆부족하더라도 일단 시작하라

지은이는 스타트업이 생존하고 성장하는 방식은 불확실한 미래와 싸워 결과를 만들어내는 과정의 연속이라 말한다. 그는 "그 과정 안에서 성공하기 위한 핵심은 빠른 변화에 대한 적응력과 속도에 달려 있다. 실제 세계적으로 성공을 거둔 위대한 창업가들이 이런 방식으로 살아남았다. 그들은 가진 것이 없음을 부끄러워하거나 두려운 것이라 여기지 않았다. 필요한 뭔가가 없다고 슬퍼하거나 변명하거나 상황을 탓하는 대신 살아남기 위하여 그 없음을 채울 창의적인 대안을 마련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고 전한다.

결핍도 단순히 부정적인 요소가 아니다. 오히려 창의성과 도전을 촉발시킨다. 은박지에라도 그림을 그렸던 이중섭이었지만, 그의 은지화는 최고 수준의 예술로 평가받는다. 벤처 기업가는 허름한 트레일러나 차고 안에서 혁신적 제품을 개발해낸다. 애플이 그렇게 탄생했다. 폐기된 비행기 부품으로 가구를 만드는 모토 아트의 책상은 3천만 원에 팔려나가고 있으며, 찢어진 방수 천으로 명품 핸드백을 만드는 프라이탁은 젊은 층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전 세계 350여 개가 넘는 매장을 냈다.

스티브잡스, 마윈도 빈손으로 시작했다. 그렇기 때문에 완벽한 아이디어, 충분한 자본, 잘 다듬어진 설계도를 모두 갖추려는 생각을 버리라는 것이 이 책이 전하는 메시지다. 지은이는 책을 통해 빈손으로 무작정 시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이들처럼 일단 시작할 것을 권한다.

▷지은이 권업은 고려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조지아주립대에서 경영학 석사를, 앨라배마대학교 맨더슨 경영대학원에서 우수 박사 학위 논문상을 받고 경영학 박사를 취득했다. 현재 대구테크노파크 원장으로 있다. 저서로 '스캣: 빠르게 판단하고 결정하라'가 있다. 256쪽, 1만6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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