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갑다 새책]그리고 나는 걸었다/조성순 지음/행복한책읽기 펴냄

'한 걸음/두 걸음/마음 낮추고/야고보께 나아갑니다(중략)고요하던 항아리에/물결이 소용돌이칩니다/흙탕물이 끓어오릅니다(중략)한 걸음/두 걸음/하루/또 하루/정화되기를 기원합니다'

책은 시인 조성순의 산티아고 순례에 따른 세 번째 시집으로 2016년 직장을 그만두고 배낭을 메고 지구촌의 여러 오지와 고산을 다녀온 지은이의 경험이 녹아 있다. 프랑스에서 출발해 스페인 산티아고를 거쳐 대서양 북단 묵시아까지 920km남짓 걸었던 지은이의 경험은 길이 시인의 가슴으로 흘러 들어와 시가 되고, 힘들게 옮겼던 걸음걸음들이 시가 되는 밑거름이 됐다.

그렇게 산티아고 순례 길을 걸으며 만났던 사람들, 자연과 생각이 이 시집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시집에는 시뿐 아니라 시인이 직접 찍은 산티아고 순례 길의 풍경과 사람들의 모습, 지은이의 시작노트도 함께 있어 볼거리와 생각할 거리들을 풍성하게 해준다.

사실 길 위에서, 길을 걷다가 자신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는 것은 엄청난 행운이 아닐 수 없다. 그 행운이 행복과 직결될 수 있다는 믿음을 발견할 수 있다면 그것은 곧 은총인 셈이다. 그래서일까? 서서히, 점진적으로 구도자를 닮은 모습으로 변모해 간다.

'저나 나나/알고 보면/집 나온 달팽이인데/뿔 내리고 조심조심/야고보께 나아가야했는데/뿔 두 개로 뻗대느라/마음의 문지방을 넘지 못했다'

구도자는 결코 타자의 도움조차 거부하는 그런 고집불통의 냉혈인간이 아니다. '작은 샘물'에도 만족하고 감사 드릴 줄 아는, 그리하여 타자를 만나면 그 타자가 곧 지인이 되고 은인이 되는 것을, 그래서 지은이는 지친 순례 길에서도 결코 외롭지도 쓸쓸하지도 더더욱 고통스럽지 않았을 것이다. 135쪽, 1만2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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