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인류를 구한 12가지 약 이야기/ 정승규 지음/ 반니 펴냄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의 의약품 생산 모습. 매일신문DB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의 의약품 생산 모습. 매일신문DB

신약 개발의 역사적 흐름을 보면 '병이 있는 곳에 약이 있다'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은 질병의 굴레를 벗어나기 위해 약을 만들었다. 아주 우연히 발견한 약도 있고 정밀조사와 과학적 방법으로 만든 약도 있다. 질병이라는 도전에 인간은 약으로 응전했다. 지금은 약과 개념이 다른 항체의약품, 백신, 줄기 치료제 같은 바이오 신약과 개인 유전자 정보를 활용한 맞춤 의료시대로 나아가고 있다. 인간이 질병과 통증에 대해 예방책을 갖게 된 것은 언제부터일까?

인류를 구한 12가지 약 인류를 구한 12가지 약

지은이는 약에 대한 과학적 사실을 다루면서도 일반 대중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역사 이야기와 함께 풀어썼다. 각 장은 첫 부분에 개괄적 설명으로 시작해 중요한 약이 개발된 순서대로 전개한다. 역사적으로 이슈가 되었던 사항과 마지막으로 우리 의약산업의 최신 경향까지 알차게 다루고 있다.

◆ 푸른곰팡이의 선물 페니실린

영국 미생물학자 알렉산더 플레밍은 1918년 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영국의 성 메리병원에서 미생물 실험을 하며 감염증 치료를 위한 항균물질을 찾는 연구를 했다. 그는 포도상구균을 납작한 접시에 배양하다 날아온 푸른곰팡이 포자가 배양접시에 번식하면서 잘 배양되던 포도상구균의 성장을 방해했다. 푸른곰팡이 주변에는 세균이 자라지 않는 것을 알았다. 플레밍은 푸른곰팡이가 항균물질을 만들었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는 연구를 통해 페니실린을 처음 발견했다. 플레밍은 푸른곰팡이 배양액 속에 있는 항균물질을 분리하지는 못했다. 영국 옥스퍼드대학 병리학 교수인 플로리와 유대인 생화학자 언스트 체인이 실제로 페니실린을 분리해 대량생산에 성공해 약으로 발전시켰다. 페니실린은 20세기 인류의 생명을 가장 많이 구한 기적의 약이 됐다.

◆통증 완화 목적 약물이 환각제로

마약, 환각작용을 유발하는 약인 마약류는 강한 중독성과 탐닉성이 특징이다. 남용되기 쉽고 정신과 육체를 황폐화시키기 때문에 건강에도 해롭고 위험성도 높다. 대표적인 환각제로는 아편, 헤로인, 코카인, LSD, 필로폰, 엑스터시, GHB 등을 들 수 있다. 환각물질은 끔직한 고통을 줄이는 방편으로 개발됐다. 진통 효과가 뛰어나 개발된 당시에는 획기적인 약으로 사용되었지만, 중독자를 양산하는 등 폐해가 커지면서 법으로 규제됐다. 우리나라는 강력한 법규와 대대적인 단속에 힘입어 오랫동안 마약 청정국 지위를 유지해왔으나 이제는 그마저 깨진 상태다. 한동안 흔히 '물뽕'으로 불리는 GHB가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다. 냄새가 없는 흰 가루약으로 알약이나 캡슐 형태로 물이나 술에 타 마실 수 있어서 '물 같은 히로뽕'이라는 뜻으로 물뽕이 됐다.

◆ 면역의 비밀을 벗긴 메치니코프

엘리 메치니코프는 러시아의 동물학자다. 그는 동물 몸속을 돌아다니는 세포에 흥미가 많았다. 1882년 이탈리아 시칠리아섬의 메시나에서 불가사리의 유충을 관찰했다. 불가사리 유충은 투명해서 몸 내부를 볼 수 있다. 그는 장미 가시를 가져와 불가사리 유충의 투명한 몸에 찔러 넣어 보았다. 그러자 가시 주위로 유리세포(식세포)들이 몰려와 덩어리를 만들었다. 그는 "움직이는 유리세포가 몸에 들어온 미생물을 공격해 병을 치료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했다. 이 이론을 바탕으로 면역이론이 나왔다. 인간을 비롯해 살아 있는 모든 생물의 몸 속에서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유리세포가 있어 병균을 잡아먹는다. 이것이 면역의 개념이다. 메치니코프는 식세포작용에 대한 연구를 거듭해 1908년 '식세포에 의한 면역설'로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다.

◆사랑의 묘약 최음제·비아그라

과학이 발달하지 않은 예전에는 발기부전에 최음제를 사용했다. 최음제는 효능이 있는 경우도 있으나 없는 경우도 많았다. 합리적인 근거보다는 심리요인이나 생김새로 최음제를 썼다. 가장 잘 알려진 최음제는 술이다. 그리스의 디오니소스 축제나 로마의 박카스 축제는 술로써 집단적인 흥분을 일으켜 사랑에 빠지게 했다. 아프리카 관목 껍질에서 추출한 요힘비 또한 성적 욕구를 자극하는 효과로 오래도록 사용했다. 요힘비는 말초 조직의 혈관 확장을 촉진해 발기를 유발했다. 백삼을 가공한 홍삼에 들어 있는 Rg3, 지중해 연안에 분포한 맨드레이크 등도 최음제로 애용됐다. 비아그라는 1998년 미국 제약회사 화이자가 개발했다. 실데나필 물질로 협심증 치료 임상실험을 하다 부작용으로 발기가 일어나는 사실을 확인해 비아그라를 만들었다.

◆ 살인가스가 암치료제로 되다

최초로 독가스(일명 겨자가스)를 개발한 사란은 유대인 출신의 독일 화학자 프리츠 하버다. 1943년 이탈리아 남부 바리 항구에 정박한 연합군 선박이 독일군의 공격을 받았다. 미국 수송선 존 하비호에는 100톤 가량의 겨자가스가 실려 있었다. 선박이 공격받아 파괴되면서 가스가 항구를 덮쳐 연합군 장병과 민간인 1천명 이상이 그 자리에서 사망했다. 희생자를 부검한 결과 혈액을 만드는 골수가 손상을 받아 백혈구 숫자가 급격히 떨어진 것이 원인으로 밝혀졌다. 이때 겨자가스를 연구하던 학자 루이스 굿맨과 알프레드 길맨은 황 머스타드보다 질소 머스타드가 백혈구 같이 빨리 분열하는 세포 분열을 막는다는 것을 알아냈다. 그래서 질소 머스타드를 사용해 백혈병뿐만 아니라 림프종과 말기 혈액암 환자도 치료했다. 질소 머스타드를 이용해 개발된 최초의 화학요법제가 메클로에타민(제품명 머스타겐)이다. 292쪽 1만6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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