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정신병에 걸린 뇌 과학자 입니다/바버라 립스카·일레인 맥아들 지음/심심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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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가까이 뇌와 정실질환을 연구해온 신경과학자가 어느 날 '정신이 이상하고 무시무시하게 변하는' 경험을 한다. 30년간 살던 익숙한 동네에서 길을 잃고, 3분 전에 무엇을 했는지도 까먹는다. 아침에 출근했더니 갑자기 오른손이 보이지 않고, 가족이나 동료에게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화를 낸다. 신경과학자는 자신이 겪은 정신적 붕괴가 무서웠지만, 값을 매길 수 없이 소중한 선물이라 말한다. 오랫동안 뇌를 공부하고 정신질환을 연구해왔지만 실제로 정신을 잃는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생새하게 경험하게 됐다는 것이다.

'나는 정신병에 걸린 뇌 과학자입니다'는 정신질환이 어떤 것인지, 병의 내부에서 들여다 본 이야기다. 정신질환을 연구하는 과학자가 어떻게 정신질환자가 되었는지, 그리고 얼마나 놀랍게 회복했는지를 통해 정신질환자와 그 가족들에게도 과학적인 위로를 건넨다.

◆정신질환 전문가가 내부에서 들여다본 정신질환

바버라 립스카는 30년간 동물과 인간의 뇌를 해부하고 정신질환의 원인을 연구한 신경과학자다. 특히 '조현병' 연구의 세계적 전문가로 조현병이 발생하는 뇌의 핵심 부위가 어디인지를 밝혀낸 인물이다. 그런 그가 자신이 평생을 바쳐 연구한 정신질환의 특징을 직접 경험하면서, 어떻게 뇌가 그 기이하고 당혹스러운 증상을 만들어내는지 비로소 제대로 이해하게 된다.

과학자, 특히 정신질환과 뇌를 연구하는 과학자가 자기 전공 내용을 몸소 경험하는 일은 흔치 않다. 립스카 박사는 2016년 '뉴욕타임스'에 자신의 이야기를 '정신병에 걸린 신경과학자'(The Neuroscientist Who Lost Her Mind)라는 제목으로 기고했다. 정신질환자, 의사, 환자 가족들에게서 수많은 격려가 쏟아졌고, '정신질환이 뇌의 질병이라는 것을 상기시켜주고 희망을 줬다'는 평가를 받아 책으로 출간됐다.

2015년 1월 23일 목요일 아침, 미국 국립정신보건원 뇌은행원장 바버라 립스카 박사는 사무실 컴퓨터를 켜려는 순간, 마치 손목에서 잘라낸 것처럼 손이 시야에서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병원으로 달려간 그는 3년 전 이겨냈다고 믿었던 흑생종이 뇌에 전이됐다는 진단을 받는다. 뇌종양과 싸우기 시작한 그는 투병 중에도 뇌 연구자, 아내, 엄마인 자신의 일상을 변함없이 이어가려고 애쓴다. 하지만 자신도 모르는 사이 걷잡을 수 없는 정신질환의 소용돌이에 빠져들고 만다.

립스카 박사는 방사선 치료와 면역 치료로 뇌 세포가 뇌에 염증을 만들어 전두엽이 심각하게 손상됐다. 그러면서 여러 정신병적인 증상을 겪었다. 자제력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고 자기 행동이 어떤 결과를 낳는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거나 무관심해졌다.

◆정신질환은 마음이 아닌 생리학적 문제

정신을 잃었다가 되찾은 뒤로 립스카 박사는 자신을 점검하는 일에 집착하게 됐다. 그는 책을 통해 "30년 이상 정신질환에 관해 연구해오는 동안, 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그리고 정신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를 내게 진정으로 가르쳐준 것은 바로 나 자신이 겪은 고통이다. 도저히 의미가 파악되지 않는 세계. 과거는 순식간에 잊히고, 미래는 계획할 수도 예측할 수도 없으며, 어떤 논리도 없는 세계에서 사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 나는 몸소 경험했다. 그 결과 나는 내 정신을 점검하는 일에 집착하게 되었다. 내 정신이 또다시 오류를 저지르지 않는지 끊임없이 스스로를 시험한다. 수학 문제를 풀고, 날짜를 기억하려 애쓰고, 깜빡 잊고 제대로 마무리하지 못한 것은 없는지 점검한다. 마라톤 출전을 준비하며 훈련을 하듯 내 정신을 운동시킨다. 혹시 겪었을지 모를 모든 상실을 벌충하기 위해 나는 더욱 호기심 왕성하고 탐구적이고 예리하고 논리적인 사람이 되려고 노력한다. 정신이상이 다시 돌아올지도 모른다는 공포를 매순간 느끼며 살고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또 자신이 다른 사람의 감정과 곤경에 더 세심하게 주파수를 맞추게 되었고, 어머니로서, 아내로서, 친구로서 그리고 과학자로서 더 이해심 깊은 사람이 되었다고 고백한다. 상당수 사람들은 언젠가 자기 자신이나 부모, 배우자에게서 기억상실, 성격변화 등 립스카 박사가 겪었던 당황스러운 정신의 변화와 마주할 수 있다. 그의 내밀하고도 생생한 이야기는 정신질환이 마음의 문제가 아니라 생리학적 문제라는 점, 암이 환자의 잘못이 아닌 것처럼 정신질환 역시 환자의 잘못이 아니라는 점을 환기시킨다. 그리고 정신질환을 대한 가장 적절한 태도는 정신질환에 대한 깊은 이해와 공감이라는 점을 알린다. 372쪽. 1만6천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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