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의 세계사/윌리엄 번스타인 지음/라이팅하우스 펴냄

'무역의 세계사'는 긴 무역의 역사를 방대한 데이터를 통해 풀어낸다. 사진은 지난 2월 무역전쟁 중인 미국과 중국의 고위급 무역협상. 연합뉴스 '무역의 세계사'는 긴 무역의 역사를 방대한 데이터를 통해 풀어낸다. 사진은 지난 2월 무역전쟁 중인 미국과 중국의 고위급 무역협상. 연합뉴스

세계를 호령했던 로마제국과 네덜란드 동인도회사, 대영제국등의 공통분모는 '무역'이다. 세계 패권을 이야기하는데 있어 무역은 핵심 키워드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미중 무역전쟁과 브렉시트 등의 세계적 이슈도 결국 무역이 그 중심에 있다. 세계적 경제사학자 이자 금융이론가로 이름 높은 윌리엄 번스타인은 무역이 세계사를 만들어왔고, 앞으로 세계를 번영으로 이끌어갈 것이라 말한다.

윌리엄 번스타인의 '무역의 세계사'는 기원전 3천년 메소포타미아의 초기 교역부터 오늘날 세계화를 둘러싼 거센 갈등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세계무역의 역사를 폭넓게 다룬다.

◆긴 무역의 역사를 한권에

2008년 '파이낸셜타임스'와 '이코노미스트'의 '올해의 책'에 동시 선정되면서 경제사 분야의 고전으로 자리 잡은 이 책은 2018년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되면서 10년 만에 베스트셀러에 재진입했고, 최근 국내 최초로 완역 출간됐다. '포브스' 지는 2018년 여름 필독서로 이 책을 추천하면서 "자유무역이 오늘날의 정치 지형에서 심각한 공격을 받고 있는 이때, 무역의 역사를 추적하는 번스타인의 책은 세계사 강의에서는 절대 들을 수 없는 이야기들로 당신의 시야를 넓혀줄 것"이라고 소개했다.

책은 무역의 역사를 방대한 데이터를 통해 설명하고 있다. 번스타인은 '무역은 인간이 거부할 수 없는 본능'이라는 점과 '무역에 대한 욕구가 인류 역사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큰 축으로 세우고 무역의 역사를 풀어낸다. 또 전 세계가 다른 나라와 직접 경쟁에 노출되는 '세계화' 역시 인터넷 발명으로 20세기에 갑자기 이뤄진 현상이 아니라 무역을 통해 오래 전부터 점진적으로 이뤄졌다고 말한다.

무역뿐 아니라 경제, 지리 등의 역사도 한눈에 볼 수 있다. 에드 타워 듀크대 경제학과 교수는 추천사를 통해 "번스타인은 유쾌하고 활력 넘치는 이야기꾼으로, 석기시대 이후 국제무역과 경제사가 어떻게 전개되었는지에 대한 풍부한 이야기를 독자에게 들려준다. 이 책은 역사, 지리, 경제를 한 권의 책 안에서 익힐 수 있도록 환상적인 방법으로 집필됐다"고 말했다.

 

◆인류 역사에 대한 낙관

로마와 한나라 사이의 고대 교역은 수많은 중개인을 거치며 실크로드 전역에서 활발하게 이루어졌고, '무역의 종교' 이슬람이 발흥하자 안달루시아에서 필리핀까지 범이슬람 상권이 형성됐다. 이 교역 체계에서 각 국은 '무역할 것인가', '침략할 것인가' 혹은 '보호할 것인가'의 선택에 직면했다. 어떻게 선택하느냐에 따라 다른 교역 환경이 만들어졌고, 나라의 운명이 결정되기도 했다.

포르투갈이 희망봉을 돌아가는 데 성공하면서 오늘날처럼 서양이 상업을 지배하는 시대가 열렸다. 네덜란드가 한 세기 뒤에는 교역 선봉에 섰고, 다시 영국 동인도회사가 네덜란드를 밀어냈다. 무역 경쟁에서 밀려난 나라는 비참한 결말을 맞았다. 책은 '아편전쟁'을 예로 들며 중국이 어떻게 서구 열강에 철저히 유린당했는지, 그리고 그것이 오늘날 미중 무역 갈등의 뿌리가 되고 있음을 짚어본다. 과거의 영광을 되찾으려는 중국과 세계 패권을 지키려는 미국의 갈등은 무역의 역사에서는 낯선 모습이 아닌 것이다.

무역으로 인한 세계화는 부작용을 낳기도 했다. 유럽은 신대륙에서 값싸고 질 좋은 물건이 들어오면서 전통적인 농민과 노동자들이 타격을 입었고, 이같은 형태의 부작용은 현재도 선진국에서 나타났고 있다.

그럼에도 번스타인은 인류 역사에 대한 낙관적인 자세를 견지한다. 그는 "인류는 점차 덜 폭력적으로 변해가고 있는데, 무역을 통해 이웃이 죽기보다는 살 때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라며 무역이 인류 역사를 번영으로 이끌 것이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들려준다. 692쪽, 3만5천원.

 

▷지은이 윌리엄 번스타인(William Bernstein)은 금융이론가이자 경제사학자로, '투자의 네 기둥', '부의 탄생' 등 경제 고전으로 자리잡은 책들을 써왔다. 월스트리트의 투자회사들이 아니라 풀뿌리 개인투자자들을 대변하는 '가장 정직하고 사려 깊은' 투자이론가로도 유명하다. 화학박사와 의학박사 학위를 가지고 있으며, 투자 이론가와 경제사학자로 활동하기 전까지는 신경과 전문의로도 일해 다양한 분야의 방대한 지식을 자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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