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참모로 산다는 것/신병주 지음/매일경제신문사 펴냄

우리는 태블릿PC에서 흘러나온 비선실세의 국정농단 사태를 지켜보며, 대통령을 보좌하는 참모가 얼마나 중요한지 목격했다. 대통령의 참모들이 국정농단에 눈을 감거나 오히려 거들면서 줄줄이 법의 심판대에 오르며 '훌륭한 참모가 있었더라면…'하는 안타까움을 세어나온다.

조선시대에도 왕을 보좌하던 참모, 왕의 남자들이 있었다. 왕들은 참모를 최대한 활용해 국정을 운영했다. 조선시대 전문가로 이름난 지은이 신병주는 이 때문에 조선의 역사를 이해하기 위해 '왕'과 함께 '참모'라는 키워드를 제기했다. '참모로 산다는 것'에는 치열했던 40명의 참모들을 통해 조선을 역사를 들여다 본다.

◆과거 참모들에게 배우는 교훈

역사는 반복된다. 그래서 조선시대 참모들의 삶은 이 시대에도 큰 의미를 던져준다. 실제로 정치가 움직이는 모습은 놀라울 정도로 지금의 정치와 닮아있다. 당쟁이라는 이름의 참모들 간의 갈등도, 임금을 조종해 국정을 농단하는 간신의 모습도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그렇기에 과거는 오늘날에 큰 의미가 있다.

책은 굵직한 사건을 중심으로 당대에 활약했던 참모들을 소개하고 있다.

새 왕조의 기틀을 세운 정도전과 하륜, 황희, 장영실, 성삼문, 신숙주, 갓 마련한 기틀을 다졌던 서거정, 강희맹, 한명회, 김종직, 김일손, 성현 등이 있었다. 이어 연산군 폭정 시대의 주역들인 장녹수,임사홍, 남곤, 조광조, 김인후, 조식 등이 소개되고, 임진왜란 위기에 대처했던 이이, 정철, 조헌, 김충선, 이산해, 류성룡 등이 조명된다.

또 광해군의 참모로 이덕형, 허균, 정인홍, 김개시, 이원익 등이, 인조반정 당시 활약했던 장만, 이귀, 김신국, 조경, 최명길 등을, 당쟁 갈등의 중심에 섰던 허목, 김석주, 송시열, 최석정, 정약용, 이건창 등의 공과도 소개한다.

이들 40명의 참모 중에는 충신도 있었지만, 임금을 망친 간신도 있었다. 능력도 없으면서 그저 아첨하기에 바쁜 참모, 타인을 짓밟고 왕 마저 밀어내려는 참모, 미인계로 보이지 않는 권력을 휘두르는 참모가 있는가 하면 묵묵하게 왕을 보좌하거나, 왕을 위한 쓴 소리로 미움을 산 참모, 왕 대신 죽음까지 맞이한 참모도 있다.

◆조선의 건국과 위기를 함께한 참모들

정도전은 이성계를 도와 조선을 개국한 '천재 참모'였다. '백성은 나라의 근본이며 임금의 하늘'이라는 정도전의 민본사상은 500년이라는 세계사적으로도 흔치 않은 역사를 가진 왕조를 지탱했다. 하지만 '신권(臣權)'을 강조한 소신이 화를 불렀고 결국 이방원 의해 제거됐다.

정도전과 동시대 관료이자 '정적'이었던 하륜은 모사로서의 능력이 뛰어났다. 태종의 '왕자의 난' 당시 정도전과 방석을 해치우는 과정에서 모사 역할을 했다. 태종은 하륜이 있었기에 왕위에 오를 수 있었고, 하륜은 태종을 이용해 라이벌 정도전을 없앨 수 있었다.

하루아침에 나락으로 떨어져, 최악의 형벌인 '부관참시'까지 당한 참모들은 권력의 무서움을 보여준다.

영남 사림파의 영수 김종직은 그 유명한 '조의제문'(숙부 항우에 살해당한 초나라 의제를 조문한 글로 사실은 선왕 세조의 단종 시해를 에둘러 비판하는 내용)을 작성해 사후인 1498년 무오사화의 실마리를 제공했고 결국 부관참시를 당했다.

나라가 위기를 맞았을 때 참모의 역할을 더욱 중요하다.

조선 중기를 대표하는 정치가인 율곡 이이와 서애 유성룡은 각각 다른 방식으로 위기에서 대응했다. 율곡은 임진왜란을 앞두고 '십만 양병설'을 제안한다. 기록에는 율곡이 1583년 경연에서 10만명 병사를 양성하자고 주장하자 서애가 평화의 시기에 양병은 오히려 화를 부른다는 취지로 맞섰다고 돼있다. 임진왜란이 일어난 후 서애는 누구보다 중요한 참모가 된다. 정치적 입지가 약한 이순신을 천거했으며, 영의정으로 전쟁 수행 과정에서 중요한 결정들을 담당했다.

제 역할을 다했던 참모들이 있었는가 하면 간신들도 눈에 띈다. 기생에서 후궁의 반열에 올라 연산군의 마음을 좌지우지했던 장녹수와 광해군 말기에 인사권, 청탁권을 모두 주무른 김개시 같은 상궁도 소개된다.

 

▷지은이 신병주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국사학과 및 대학원을 졸업하고, 서울대 규장각 학예연구사를 거쳐 현재 건국대학교 문과대학 사학과 교수로 있다. KBS '역사저널 그날', KBS라디오 '글로벌 한국사, 그날 세계는', JTBC '차이나는 클라스' 등의 방송 출연을 통해 조선시대 역사와 문화를 쉽게 전달해주고 있다.

현재 한국문화재재단 이사, 문화재청 궁능활용 심의위원, 외교부 의전정책 자문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조선 산책', '왕으로 산다는 것', '조선을 움직인 사건들' 등이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참모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왼쪽부터)과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지난 1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대화하는 모습. 매일신문 DB 문재인 대통령의 참모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왼쪽부터)과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지난 1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대화하는 모습. 매일신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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