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미안 수업/윤광준 지음/지와인 펴냄

심미안수업은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어떻게 느낄 수 있는지를 알려준다. 미술관에서 만나는 작품에서도 아름다움을 찾아내는 방법을 제시한다. 매일신문 DB 심미안수업은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어떻게 느낄 수 있는지를 알려준다. 미술관에서 만나는 작품에서도 아름다움을 찾아내는 방법을 제시한다. 매일신문 DB

1817년 프랑스 작가 스탕달은 피렌체 산타크로체성당에서 귀도 레니의 작품 베아트리체 초상화를 보던 중 갑자기 무릎에 힘이 풀리며 쓰러져 버렸다. 이후 예술품을 감상하며 흥분과 황홀감, 현기증, 마비증상 등을 느끼는 경우를 '스탕달 신드롬'이라 부르게 됐다. 미술관을 찾는 사람들에게 스탕달 신드롬은 부담으로 다가올지도 모른다. 눈 앞의 작품에 흥분과 황홀을 느끼기는 커녕 '이 그림이 뭘 그린거지', '이 작품이 좋은건가' 라는 생각만 떠오른다면 말이다.

 

'심미안 수업'은 미술관에서 뭘 어떻게 즐겨야할지 모르는 사람, 클래식을 어떻게 들어야할지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아름다움'을 즐기는 방법에 대해 알려준다.

책은 '우리는 무엇을 아름답다고 느끼는가'라는 주제에서 시작해 일상에 녹아 든 다양한 장르의 예술에 대한 이야기한다. 전시를 잘 즐기는 방법, 난해한 추상화와 동양화를 해석하는 법, 클래식의 세계에 입문하는 법, 건축물을 감상하는 법 등에 대해 친절한 예시와 곁들여 설명한다.

​◆자연보다 인간의 흔적이 아름답다

사람은 무엇을 보고 아름답다고 느낄까. 자연경관이 주는 아름다움은 누구나 동의한다.

지은이는 아름다움에 대해 경이로움이 느껴지는 대자연도 물론이지만 '인간의 흔적'이 남은 것들을 마주했을 때 감동이 오래간다고 말한다. 낯선 골목에서 마주한 성당, 길에서 듣던 악사의 연주, 책에서만 보던 그림을 실제로 마주했던 미술관같은 것들이 불현듯 생각나고 또 다시 가고 싶다는 것.

인간의 흔적을 남긴 예술을 '감상'하는 것은 단순히 본다는 것을 넘어서 자신이 적극적으로 개입되기 때문에 자연보다 기억이 더 강하게 남는다.

책은 심미안(審美眼)을 '가치를 알아보는 능력'이라 표현한다. 지은이는 갑작스런 시력 장애로 사물이 뿌옇고 찌그러져 보이면서 오히려 이전과 다르게 세상을 보게 되면서 일종의 '마음의 눈'을 뜨게 됐고, 예술을 즐기게 됐다고 말한다. 그는 자신을 '딜레당트'(예술 애호가)로 표현하며 예술을 즐기는 일은 아름다움을 느끼는 감각을 찾아내야한다고 말한다.

"딜레탕트의 어원은 이탈리아어 딜레타레(dilettare)로 '기쁘게 하다'라는 뜻을 갖고 있다. 기쁨은 외부로부터 주어지는 게 아니라, 내가 스스로 찾는 일이다. 예술 애호가로 살면서 느낀 건, 아름다움을 느끼는 감각도 모두 의식적인 활동이라는 것이다. 내가 의미를 둔 것만이 나에게 그 미적인 감흥을 허용한다. 명화도 명곡도, 일상의 작은 연필 하나까지도 그렇다."

 

​◆혼자만의 시간이 있어야 음악이 아름답다

아름다움에 대한 개론을 정리한 다음, 책은 구체적으로 미술과 음악, 건축, 사진, 디자인에서 아름다움을 경험하는 방법에 대해 말한다. 실제로 예술을 경험하며 겪었을 법한 고민이나 어려움을 해결하는 방안도 알려준다.

추상화를 보며 한번쯤 떠올려봤을 '뭘 그렸지'라는 생각은 아름다움을 느끼기 적합하지 않다. 추상화는 무엇을 그렸는지 보다 '왜 그렸지'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고, 공감해야한다고 책은 조언한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추상화에서 형태를 찾아보려는 시도는 포기해야 한다. 작가에 의해 이미 해체된 형태가 보는 이의 눈에만 따로 조립될 일은 없기 때문이다. 추상은 출발 자체가 그릴 수 없는 것을 표현하는 것이기 때문에 어차피 상대의 이해를 구하지 않는다. 이를 아는 것은 중요하다. 입장을 바꿔 생각해보자. 추상화가 전달하려는 것은 공중에 수없이 떠다니는 숱한 주파수와 같은 것이다. 정확하게 잡아내지 않으면 소음에 불과하다. 그러나 작가의 주파수와 나의 주파수가 맞았을 때 느껴지는 쾌감은 대단하다. 내가 작가에게 '동조'하는 것이다."

진정한 음악의 아름다움을 경험하기 위해서는 '혼자만의 시간'을 권한다.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보지 못한 이들은 좋아하는 음악도 없다. 모두가 아는 곡을 자신도 좋아한다고 믿게 된다. 골방에 홀로 틀어박혀 다양한 음악을 들어보자.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훨씬 더 쉽게 알게 된다. 많은 이들이 의외로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몰라 허송세월하는 경우가 많다. 자신과 음이 진지하게 마주하는 경험을 한 이들은 자존감이 강해진다. 자신감이 생긴다. 그러고 나면 클래식 공연을 들을 때 언제 박수를 쳐야 하는지와 같은 종류의 지식은 알고 나면 아무것도 아니다."

288쪽. 1만5천800원.

 

▷지은이 윤광준은 사진에서 미술, 음악, 건축, 디자인에 이르기까지 전방위로 활동하는 일명 '아트 워커'다.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사진학과를 졸업하고, 예술잡지 '마당'과 '객석'의 사진을 담당했다. 이후 웅진출판에서 초대형 프로젝트 '한국의 자연탐험'을 진행하며, 한국의 미를 기록하는 도큐먼트 사진의 시대를 여는 주요 사진가로 활동했다.

오디오 평론가로도 유명하며, 10여 년 넘게 일상의 탁월한 사물들인 '생활명품'을 발굴하고 소개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국악에도 조예가 깊어 사야국악상 심사위원장을 맡고 있다. 최근에는 현대 디자인의 원류인 바우하우스 연구를 위해 독일 전역을 돌고 있다.

현재 이함캠퍼스의 콘텐츠 에디터로 공간과 전시 디자인을 진행하고 있다. 다양한 저술과 강연 활동을 하고 있으며, 지은 책으로 '잘 찍은 사진 한 장', '윤광준의 생활명품' 등이 있다.

19세기 프랑스의 화가이자 조각가인 장 레옹 제롬의 1890년 작 '피그말리온과 갈라테이아' 19세기 프랑스의 화가이자 조각가인 장 레옹 제롬의 1890년 작 '피그말리온과 갈라테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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