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팀/마이카 젠코 지음/강성실 옮김/스핑크스 펴냄

2001년 미국에서 발생한 9.11테러 이전에 미연방 항공국 산하 레드팀은 이미 1996년에 민간 항공사의 보안상 결함을 발견하고 수차례 개선점을 건의했으나 연방항공국 관료들은 이를 묵살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2천996명이 사망하는 대참사가 있었다 2001년 미국에서 발생한 9.11테러 이전에 미연방 항공국 산하 레드팀은 이미 1996년에 민간 항공사의 보안상 결함을 발견하고 수차례 개선점을 건의했으나 연방항공국 관료들은 이를 묵살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2천996명이 사망하는 대참사가 있었다

 

'성공하기를 원한다면 적의 입장에서 생각하라.'

손자병법에 나오는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의 말과 일맥상통한다. 그러나 탁월한 전략가적 기질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상대방의 입장에서 현재 나의 상황을 누구보다 냉철하게 분석해 나의 약점이 무엇인가를 콕 집어내기란 말처럼 쉽지 않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경쟁구도 속에서 국가, 기업, 조직은 살아남을 뿐 아니라 더 나아지기위해서는 이쪽의 쇄신만이 아닌 저쪽의 입장도 함께 고려해야만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예측하고 행동할 것인가?

국제 안보 전문가인 저자 마이카 젠코는 이에 대한 해답으로 '레드팀'(Red Team) 활동을 심층적으로 다룬다. 즉 레드팀을 어떻게 활용하는지의 여부는 기업들에 경쟁에서의 우위를 가져다주며, 중요한 정보 판단의 허점을 찾아주고, 위험한 군사작전에서 그것을 실행하기 이전에 문제점을 찾아준다. 덧붙여 레드팀을 조직하고 그 권한을 부여하는 방법과 그들이 찾아낸 정보를 활용하는 방법까지 보여주고 있다.

◆레드팀이란 무엇인가

레드팀의 역사적 연원은 13세기 로마교황청에 가 닿는다. 로마가톨릭교회 초창기 1천여 년 간은 성인 추대에 다소 무계획적이었다. 그 결과 지역마다 성인의 수가 넘쳐났다. 이에 교황 그레고리오 9세는 성인추대의 신성화와 정통성 확보를 위해 시성과정에 개입, 성인 후보자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권한이 있는 조직이 필요했다. 일명 '악마의 변호인'(Devil's Advocate)이라고 불리는 이들의 임무는 성인으로 추대된 후보자들의 덕행과 '기적을 행했다'는 평가에 대해 반대의견을 제시하는 것이다.

이런 악마의 변호인 개념을 이어받아 냉전시기에 미국 군조직에서 자생적으로 활용되기 시작한 것이 레드팀이다. 레드팀은 1960년대 초 워게임 이론에 적용되는 접근법과 랜드(RAND)연구소에서 개발한 것으로 미 국방부가 전략적 결정을 평가하기 위해 활용한 시뮬레이션에서 점점 구체화됐다.

◆레드팀의 활동 사례

2001년 미국에서 9'11테러로 2천996명이 사망하는 대참사가 있었다. 이 테러 이전에 미 연방항공국 산하에서 활동했던 레드팀은 민간 항공사에서 보안상 결함을 발견하고 수차례 개선점을 건의했다. 그 전에 레드팀은 1996년 '마르코 폴로 작전'으로 불린 취약점 평가를 실시한 바 있다. 이 작전은 프랑크푸르트 국제공항에서 미국행 항공기에 폭탄을 밀반입하는 가상실험으로 모두 44건의 폭탄 밀반입 시도 중 단 한 건도 걸리지 않았다.

또 톱니 모양 칼날의 사냥용 칼을 바지에 넣고 뉴올리언스 국제공항 3곳의 보안검색대를 통과하는 등 약 1년간에 걸쳐 주요 공항 보안구역에 접근하는데 95%의 성공률을 보이기도 했지만 미 연방항공국 관료들은 이 정보들을 묵살하고 말았다. 그 결과 9'11테러범들을 미국 내 항공사들과 공항들의 전반적인 보안체계를 자신들에게 이롭게 이용, 대참사를 일으켰다.

2002년 미군 역사상 최대 규모로 기획된 가상합동훈련인 '밀레니엄 챌린지 2002'. 육군 중장 벨이 지휘하는 350명의 미국 블루팀(아군)과 퇴역 해병대 중장 폴 밴 라이퍼가 지휘한 적국을 모델로 한 90명의 레드팀과의 한판 전투에서 레드팀은 상상도 못할 다소 기만적인 기습작전으로 10분 만에 블루팀을 초토화시켰다.

미사일 공격을 추적해 요격해야 할 항공모함전투단의 이지스 레이더망은 마비돼 제 기능을 못했고 항공모함과 여러 척의 순양함, 5척의 양륙함정을 포함한 19척의 미 함선들을 침몰했다.

결국 가상 적군의 놀라운 위력에 밀레니엄 챌린지 2002 참가자들은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저자는 이외에도 15건의 사례를 더 분석해 다양한 레드팀의 활동을 보여준다.

◆레드팀은 만능키인가

제아무리 뛰어난 전략과 무기체계, 용병술일지라도 이를 운용하고 결정하는 리더가 얼마만큼 그 유용성을 취사선택하느냐에 따라 성과는 달라질 수 있다는 게 고금의 교훈이다.

마찬가지로 레드팀도 조직의 이익, 목적, 능력을 시뮬레이션, 취약점 조사, 대체 분석 등의 기법을 통해 더 잘 이해하고자 하는 체계화된 과정일 뿐이다. 그것이 외국 군대든 경쟁업체나 악의적 해커든 각각의 결정을 내리는 데 고려해야 할 변수는 너무나 많다.

자기만족, 집단적 사고의 오류, 타성, 편협한 시각은 정치와 정부, 전쟁, 비즈니스에서 큰 실패가 발생했을 때 가장 흔히 진단되는 문제점들이다.

따라서 저자는 책의 마지막 장 '레드팀에 대한 오해와 전망'에서 레드팀의 잘못된 활용, 즉 ▷임시 변통적 접근방식 ▷레드팀 조사결과를 정책으로 오인하기 ▷프리랜스 레드팀의 잘못된 활동 ▷나쁜 소식을 전한 사람에게 화풀이하기 ▷무엇인가를 밝혀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레드팀을 잘 이용하기 등에 대해 경고하고 있으며 레드팀 활동을 보다 의미 있게 하기 위해서 의사결정권자들은 영리하면서 정교하고 통찰력 있는 선택이 요구된다고 했다. 392쪽 1만7천원.

 

▷지은이 마이카 젠코

미국외교협회 선임 연구원으로 레드팀 전문가로 활동. 브랜다이스 대학교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고 하버드 대학교 국제문제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일했다. 현재 뉴욕에 거주. 다른 저서로 '위협과 전쟁 사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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