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집 크기가 결정하는 동물의 습성…『코끼리의 시간, 쥐의 시간』

코끼리의 시간, 쥐의 시간/ 모토카와 다쓰오 지음/ 이상대 옮김/ 김영사 펴냄.

'동물의 몸 크기는 생존 전략이다.'

일본의 동물생리학자 모토카와 다쓰오 교수가 동물들의 생존 전략과 행동방식을 '몸 크기'를 통해 읽어내는 책이다. 가령 몸무게 3t의 코끼리와 30g의 쥐는 체중 차이가 10만 배다.

동물의 몸 크기가 다르면 수명이 다르고, 민첩성이 다르고, 개체가 느끼는 시간속도가 다르다. 행동권도, 생식 방법도 달라진다. 지은이는 동물의 몸집 크기와 앞에 서술한 여러 관계를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이를 생명의 특성으로 설명한다. 이를 통해 쥐나 코끼리가 어떤 식으로 세계를 이해하고 살아가는지 우리가 상상하도록 돕는다.

◆심장 박동수 일정의 법칙이란?

코끼리와 생쥐는 대략 10만 배 몸무게 차이가 있지만, 일생 동안 두 동물의 심장 박동 수는 약 20억 번으로 동일하다. 모든 포유동물은 숨을 한 번 들이마시고 내쉴 때마다 심장이 4번 고동친다. 몸의 크기와 상관없다.

동물의 수명을 그 동물의 심장이 한 번 박동하는 데 걸리는 시간으로 나누면 포유동물의 심장은 평생 20억 번 박동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호흡을 한 번 할 때 심장이 4번 고동치므로 평생 5억 번 숨을 들이마시고 내쉰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리적 시간으로 따지면 코끼리가 생쥐보다 훨씬 오래 산다. 쥐는 몇 년 밖에 못 살지만, 코끼리는 100년 가까이 산다. 그러나 심장 박동 횟수를 척도로 보면 코끼리나 쥐나 비슷한 길이만큼 살다가 죽는다고 할 수 있다.

생물의 생명시간은 '반복 활동'의 시간이다. 즉 심장 박동이 반복이듯, 숨쉬기, 창자 꿈틀거리기, 혈액 속으로 들어온 이물질을 밖으로 내보내기 역시 반복 활동이다. 몸집이 작은 동물이 민첩하게 움직이고(자주 반복 활동하고), 몸집이 큰 동물이 느릿느릿 움직인다는 점을 고려할 때, 코끼리와 생쥐는 물리적 수명이 다르지만, 육체적으로 또 심리적으로는 같은 길이의 삶을 사는 것인지도 모른다.

◆몸집 크기가 거의 모든 것을 결정

책은 "사람의 사고방식이나 행동양식도 사람이라는 동물의 크기를 빼고는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한다. 자연 속에서 인간의 크기를 제대로 아는 것이 인류가 성공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비결이듯 각 개인으로서 사람 역시 자신의 크기를 아는 것이 기본이라는 것이다.

작은 쪽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패자는 아니다.

"작고 잽싸다는 것과 안정감이 있다는 것은 상반되는 성질이지만, 어느 쪽이든 나름대로 살아갈 수 있다. 지구 환경은 변화가 전혀 없지도 않았지만, 그렇다고 천재지변의 연속도 아니었다. 현재 지구상에는 큰 것이나 작은 것이나 모두 함께 살고 있다."

책은 '몸집이 작은 것이 동물 계통의 조상이 되기 쉬운데, 작은 것일수록 변이가 일어나기 쉽기 때문이다. 작은 것은 한 세대의 길이가 짧고, 자손의 개체 수가 많기 때문에 단기간에 새로운 돌연변이가 출연할 확률이 높다'고 말한다.

물론 작은 동물은 환경 변화에 대한 적응력이 약하기 때문에 소수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도태될 가능성도 높다. 변화와 도태 가능성이 높다는 말은 새로운 계통의 조상이 되기 쉽다는 말과 같은 말이다.

같은 계통에서 동물은 몸집이 큰 쪽으로 진화했다. 몸이 클수록 부피에 비해 표면적이 작아지므로 외부 환경 변화에 강하고, 천적이 줄어들고, 먹잇감을 얻기 쉬워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몸집이 크면 개체 수가 적고 한 세대의 수명도 길기 때문에 극복할 수 없는 환경 변화를 마주하면 변이종을 만들어 내지 못하고 멸종하기 쉽다.

◆현대인은 제 몸 크기에 맞게 살고 있나.

생물의 세계에서 몸의 크기와 시간, 구조, 에너지 소비량 등은 그 생명체가 환경에 적응하며 살아가는 데 최적화되어 있다. 인간도 동물의 한 종이며 자연의 일부다. 현대인은 과연 전체 생태계에 비추어 보았을 때 제 크기에 맞는 에너지를 소비하고 있을까?

지은이 모토카와 다쓰오 교수는 "일본인의 평균 기초 대사량을 2천200w(와트)라고 볼 때, 그 기초 대사량을 동물에 대입하면 체중 4.3t, 즉 코끼리처럼 거대한 동물에 해당한다. 서식 밀도와 행동권에서 보자면 도시에 사는 현대인은 쥐와 같은 밀도로 살면서 코끼리 수준의 거리를 이동하는 생활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한국인과 일본인의 생활양식은 비슷하다. 두 국민 모두 분명히 자연의 일부이지만 '몸집 크기를 바탕으로 하는 자연법칙'에서 상당히 벗어난, 어쩌면 '본 모습'을 잃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를 일이다.

책은 총14장으로 구성돼 있다.

▷동물의 크기와 시간 ▷크기와 진화 ▷크기와 에너지 소비량 ▷식사량, 서식 밀도, 행동권 ▷달리기, 날기, 헤엄치기 ▷왜 바퀴 달린 동물은 없는 걸까? ▷작은 수영 선수들 ▷호흡계와 순환계는 왜 필요한가 ▷기관의 크기 ▷시간과 공간 ▷세포의 크기와 생물의 건축법 ▷곤충-작은 크기의 달인 ▷움직이지 않는 동물들 ▷극피동물-조금만 움직이는 동물. 280쪽, 1만4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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