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견인 1천만, 화려한 애완견산업의 그늘…『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개의 죽음』

애완견과 견주들이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애완견과 견주들이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개의 죽음/ 하재영 지음/ 창비 펴냄

우리나라 애완견 시장은 2조원을 넘어서고 해마다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20년엔 4조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2000년 200만 명이었던 애완견 인구는 최근 1천만 명을 웃돌고, 애완견 마릿수도 200만 마리를 넘어섰다고 한다. 근래엔 애완산업의 성장세를 빗댄 '펫코노미'(Pet-Economy)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애견산업의 화려한 성장 너머 그늘도 짙다. 유기견의 숫자가 매년 8만 마리나 되고 그로 인한 소음, 도시 위생, 질병 문제 등 사회문제도 대두되고 있다.

이 책은 이처럼 화려한 애견산업의 이면을 들여다보고 있다. '달팽이들' '스캔들'의 작가 하재영은 우리나라 애견 문화의 현상에 대해 짚어보고, 번식장, 경매장, 보호소, 도살장을 취재하며 벌어지는 일들을 르포 형식으로 풀어냈다.

◆반려동물·보신탕, 개를 대하는 이중적 잣대=개가 가축화한 시기는 대략 3만~1만5천 년 전 구석기시대. 99.9% 이상 DNA가 일치하는 늑대와 개를 갈라서게 한 건 가축으로의 '전향' 여부였다. 일찍이 인간의 심리를 파악해 주인의 마음에 드는 법을 깨우친 개들은 인류의 울타리 안으로 들어옴으로써 황야에서의 고달픈 삶을 접을 수 있었다.

시간이 흐르고 종이 다변화하면서 개는 단순한 가축을 넘어 사람과 가장 친근한 반려동물이 됐다. 그러나 한국에서 개의 지위는 독특하다. 인간과 가장 가까운 반려견이라는 지위와 인간에게서 가장 멀고 비참한 식용동물이라는 이중적 지위가 함께 있기 때문이다. 가축이나 반려동물 중에서도 유독 개를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평생 개를 길러본 적도, 기르고 싶다고 생각해본 적도 없는 소설가 하재영 씨는 우연한 기회에 작은 치와와를 입양한다. 개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었던 그는 치와와 '피피'를 키우며 유기견 문제에 관심을 보이게 됐다.

이후 2013년 동물단체 '팅커벨 프로젝트'(유기견 보호, 입양 프로젝트)와 인연을 맺으면서 동물 문제에 본격적으로 눈을 떴다. 한 마리 강아지에서 시작한 여정이 동물권에 대한 윤리, 철학적 고민으로 확장되며 인간과 동물의 관계에 대한 궁극적 물음에까지 접근했던 것이다.

◆보호소·번식장·도살장 현장 취재=펫숍 쇼윈도의 귀여운 강아지들은 어디에서 태어났을까? 이 새끼 강아지들은 '강아지 공장'이라 불리는 번식장에서 태어난다. 번식장의 개들은 배설물 위의 우리에서 일생을 보내며 기계처럼 임신과 출산을 반복하는 것이다.

작가는 지난 수년간 '새끼를 빼는 기계들'이 사는 번식장부터 세상의 어떤 개도 팔릴 수 있다는 경매장, 버려진 개들의 마지막 정거장이라는 보호소, 쓸모없어진 개들의 하수처리장이라는 개농장 등 현장을 답사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만난 동물단체 대표, 번식업자, 육견업자, 캣맘 등의 인터뷰를 통해 책을 구성했다.

펫숍이나 마트에서 쉽게 개를 산 사람들은 개가 번거로워지거나 크기가 커져 더 이상 귀엽지 않으면 쉽게 개를 버린다. 버려진 개들은 아주 일부만이 지방자치단체의 보호소에서 새 주인을 찾고, 상당수는 안락사되거나 식용으로 팔려 나가기까지 한다. 즉, 한국의 '펫산업'은 이렇게 충격적인 방식으로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유기견 양산의 근원은 수요를 초과해 공급을 쏟아내는 불법 번식장이고, 이 기형적인 생산구조가 유지되는 이유는 반려견들이 언제든 식용견으로 전환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유기견 문제는 개 식용과 분리해서는 해법을 찾을 수 없는 것이다.

◆동물이 대접받는 사회라야 사람도 존중=이 책의 부제는 '번식장에서 보호소까지, 버려진 개들에 관한 르포'다. 저자는 2013년 10월부터 약 4년 동안 개 유통과 관련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현장을 찾아다녔다.

'강아지 공장'으로 불리는 번식장은 농림축산식품부 통계로만 1천여 곳, 동물보호단체 추산으론 3천여 곳에 이른다. 하지만 공식 신고된 번식장은 188곳(2016년 기준)에 불과하다. 정부 통계로 약 80%, 동물보호단체 추산으론 약 94%가 불법 번식장인 셈이다.

이런 환경에서 한국에서 개로 산다는 건 고달픔을 넘어 끔찍하고 고통스러워 보인다. 번식업자들은 조금이라도 더 작은 강아지를 만들기 위해서 여러 차례 근친교배를 시킨다. 이렇게 태어난 강아지들은 태어난 지 2주 만에 어미와 분리돼 팔려 나간다. 교배, 출산 과정이 위생적이지 못하기에 온갖 병을 달고 있는 강아지들은 쉽게 파양(罷養)되거나 유기된다. 경매장에서 거래되는 개들은 개소주, 보신탕용으로 헐값에 팔려 나간다.

저자는 "모든 존재가 목적이라는 인식과 모든 생명이 존중받아야 한다는 인식이 사회의 주류가 될 때, 우리는 비로소 목적으로서의 인간으로 대우받을 것"이라고 말한다. 즉, 우리 삶이 동물의 고통으로 이뤄졌다는 점을 인식하고, 생명의 존엄을 위한 의무를 다하려고 애쓰는 것이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일이라는 것이다. 동물이 대접받는 나라는 사람도 함부로 대하지 않기 때문이다. 315쪽, 1만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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