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첩을 가장 먼저 먹은 나라는 중국…『맛있는 과일문화사』

맛있는 과일문화사/ 도현신 지음/ 웃는 돌고래

흔히들, 과일은 먹으면 좋지만 안 먹어도 그만인 먹을거리라 여긴다. 삼시 세끼 밥만 잘 먹어도 감사하던 시절엔 그랬다. 그러나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과일을 먹을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사이의 편차가 더욱 커지게 됐다.

시대가 많이 변했다. 올해 4월부터 9월까지 지방자치단체별로 순차적으로 초등학교 방과 후 돌봄교실을 이용하는 24만여 명의 학생들에게 일주일에 한 번씩 과일 간식을 지급한다고 한다. 그만큼 과일이 이제 보편타당한 먹을거리가 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저자는 '우리가 과일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라는 생각에서 과일과 관련된 흥미진진한 역사를 찾아내 알려준다. 과일이 대륙을 넘고, 국경을 건너는 역사와 함께 읽어 나가다 보면, 맛있는 과일 한 알에 담긴 세계가 참으로 넓고도 크다.

첫 장을 여는 '수박' 얘기부터 재밌다. 수박과 인종차별을 연결시키는 것은 쉽지 않지만, "축하해! 검은 수박씨를 임신한 수박아!"라는 말이 있다. 이는 아프리카에서 끌려온 흑인 노예들이 사랑했던 수박, 잠깐의 휴식 때 타는 갈증을 채워줬던 그 과일에 인종차별의 굴레를 씌운 것은 편견 가득한 백인들이었다. 수박이 무슨 죄겠는가. 거기에 말도 안 되는 상징을 가져다 붙인 사람의 혀가 죄일 뿐이다.

귤에 관한 이야기도 황당하다. 귤나무에서 열린 귤이 채 익기도 전에 숫자를 기록해 그것을 기준으로 귤을 바치게 하면서 차라리 귤나무를 베어 버리는 게 낫다고 판단한 사람들이 생겨났다. 폭풍우에 귤나무가 쓰러지거나 바람에 귤이 떨어지기라도 하면 기록된 숫자보다 줄어든 귤의 수를 채우기 위해 귤나무 주인이 겪어야 했던 고초가 이루 말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케첩에 관한 반전 있는 이야기도 재밌다. 케첩을 가장 먼저 먹기 시작한 나라를 물어보면, 십중팔구 '서양 아니야?'라고 답할 것이다. 하지만 정답은 중국이다. 중국 남부의 광동지역에서 소금에 절인 생선으로 소스를 만들었고, 이걸 '코에 치압'으로 부르다가 17세기에 아시아 지역에 온 탐험가와 선원들에 의해 영어식 발음 '케첩'으로 굳어진 것이다. 유럽과 북미로 건너간 케첩은 버섯, 굴, 홍합 같은 여러 재료가 들어간 소스로 변했고, 토마토가 들어간 케첩이 나오면서 전 세계 소스의 대명사가 됐다.

바나나 플랜테이션에 관한 스토리도 역사적 배경을 깔고 있다. 동남아시아 경제를 쥐락펴락하는 것은 글로벌 바나나 회사의 주가라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지만 바나나 값이 터무니없이 싼 까닭에 대해서는 모르는 사람이 많다. 전 세계에서 재배되는 바나나 품종이 단일해서 병에 취약할 수밖에 없고, 그 병을 이겨내지 못하면 바나나를 식량처럼 먹고 있는 가난한 나라 사람들의 건강에 치명적인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 그래서 바나나를 대량 플랜테이션으로 싸게 생산해내고 있는 것이다.

파인애플은 조선 여인들의 슬픈 사연을 담고 있다. 식민시대, 희망을 찾아 하와이로 건너간 조선의 청년들 이야기다. 파인애플 농장에서 일하던 노동자들과 '사진 결혼'을 한 조선의 여인들, 어렵게 일해 번 돈을 독립자금으로 내놓은 이야기는 읽을수록, 알면 알수록 가슴 아픈 사연들이다.

더 빨갛게, 더 단단하게, 더 오래 상하지 않도록 유전자 조작된 딸기와 토마토에 대한 이야기는 이 과일을 먹고 자란 아이들의 미래에 대해 더 고민하게 만든다. 중국의 고전, 조선왕조 실록, 서양의 고전과 옛 그림들을 종횡무진 누비며, 이어지는 과일이야기는 내 손안에 든 과일 하나의 소중함을 새삼 느끼도록 해 줄 것이다.

한편 저자 도현신은 '전쟁이 요리한 음식의 역사' '원균과 이순신' 등 인문역사 서적을 주로 펴내며, 새로운 관점에서 흥미로운 책을 많이 펴냈다. 180쪽, 1만3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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