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겐 익숙하지만 외국인에겐 낯선 한국인의 식사법

한국인은 왜 이렇게 먹을까/주영하 지음/ 휴머니스트 펴냄

조선 후기의 상차림. 당시는 소반에 혼자 앉아서 식사하는 것을 예법으로 여겼다. 조선 후기의 상차림. 당시는 소반에 혼자 앉아서 식사하는 것을 예법으로 여겼다.

연간 외국인 입국자 1천700만 명 시대를 맞아 한국의 문화생활 전반은 물론 음식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지고 있다.

최근 K-팝 열풍이 K-푸드로 이어지며 외국인 중에는 한국 음식을 직접 조리해 먹는 사람이 늘고 있다. 구글 같은 검색 엔진에 'Korean food & recipes'를 넣어 검색하면 한국 요리법이 넘쳐난다. 또 외국 인터넷에는 '한식당에서 현지인처럼 식사하는 방법'이라는 웹사이트도 등장했다. 이 책은 외국인의 시선으로 본 한국인의 식사, 문화 방식을 살피고 있다. 한국의 낯선 음식 문화에 대한 기원과 궁금증을 '인류 식사 방식'이라는 배경하에 하나씩 풀어냈다.

◆한국인 식사 과정 13가지 주제로 분류=한 상 가득 음식을 차려 놓고, 불편한 책상다리 자세로 앉아서 다 같이 찌개를 떠먹으며 '술잔은 돌려야 제 맛'이라는 한국인. 우리에게는 익숙하지만 외국인의 눈에는 낯설고 이상하게만 보이는 한국인의 식사 방식이다.

저자는 한국인의 몸에 밴 식사 방식과 습관에 대한 의문들을 사례를 들어 정리했다. 음식인문학자이자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 교수인 저자는 다양한 사료를 섭렵하고 재구성해 식당에 들어가 신발을 벗고 앉는 순간부터 식사를 하고 디저트 커피를 들고 나오기까지 전 과정을 13가지 단계로 나눠 풀어냈다. 식사 방식에 대한 역사는 물론 식습관과 상차림, 글로벌화된 한국인의 맛 이야기를 통해 우리의 음식문화를 쉽고도 재미있게 소개했다.

고대부터 현대까지 주변의 아시아 국가는 물론이고, 유럽인들의 식사 문화를 우리의 식사 방식과 비교하며 비교문화사적 연구 방법을 통해 오늘날 한국인의 식사 방식이 어떤 역사, 문화적 과정을 통해 형성되었는지 살핀다.

◆한국의 식사 기원'변화 과정 추적=우리의 고문헌들이 대부분 왕실이나 관변 사료에 집중돼 있어 한국 식사 문화의 기원을 다룬 책은 찾아보기 힘들다.

저자는 조선왕조실록과 조선의 실기, 문집 등에서 작은 단서들을 찾아내고, 중국과 일본, 유럽 여러 나라의 사료를 비교했으며, 근현대 신문과 잡지에 실린 사회경제적 변화와 일상의 면면을 체크했다. 여기에 상차림이나 좌석 배치, 식기와 식탁 등을 보여주는 그림, 사진까지 활용해 한국인의 식사 방식에 대한 퍼즐을 맞춰 나갔다.

이젠 정식 코스가 돼버린 '식사 후 커피 한잔'에는 우리의 애잔한 한국사가 녹아 있다. 19세기 말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된 커피는 6'25전쟁 이후 본격적으로 뿌리내리기 시작한다. 당시 커피의 확산을 주도한 것은 다방에서 팔던 '믹스 커피'였다. 이 인스턴트 커피에는 깊은맛이나 향, 멋이 없었지만 맛있고 간편하다는 점에서 빠르게 우리의 입맛을 리드해 나갔다.

한국인의 전통 '좌식(坐式) 문화'에 대해서도 관심은 이어진다. 저자는 유럽, 중국과 달리 조선에 식사 공간인 다이닝룸이 없었던 이유를 '꺾음집' 형태와 온돌에서 찾고 있다. 각 방과 마루가 연결되어 있고, 신발을 벗고 실내에서 생활할 수 있었기 때문에 고정된 식탁과 의자 없이도 방 안에서 밥상을 받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식사 방식'습관에 녹아든 문화 코드=우리만의 독특한 식사 문화도 저자의 주된 관심 분야였다. 우리 술자리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술잔 돌리기, 여기엔 어떤 문화 코드가 숨어 있을까. 본래 술잔 돌리기는 고대 중국 주법(酒法)에서 시작된 것으로 조선시대 양반들의 제사와 풍속 교화를 통해 지속되었다. 1960년대 이후 개발독재와 민주화 시대를 거치며 정착된 술잔 돌리기는 '공동체의 연대감'과 '집단주의' 의식이 깊이 깔려 있지만, 본래 의미는 왕과 신하, 웃어른과 아랫사람이, 주인과 손님 간에 공경과 답례의 의미를 담은 주도(酒道)였다.

저자는 한국인의 식사 방식을 크게 변화시킨 원인으로 일제강점기와 6'25전쟁, 급속한 산업화, 도시화를 들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로 식기를 든다. 조선 후기까지 민간에서는 주로 막사기가 유통됐지만 식민지를 거치면서 한반도 도자기 산업이 일본인 손에 넘어갔고, 막사기는 저렴한 질그릇과 오지그릇으로 대체되었다. 이 시기 우리 전통자기도 자취를 감추고 만다. 6'25전쟁을 겪으면서 잠시 양은그릇이 퍼졌고, 1960년대 이후엔 멜라민 수지 그릇과 스테인리스 스틸 그릇이 유행했다.

◆현대적 의미에서 본 한국인의 식사 방식=21세기 초입 한국에서 '혼밥' '혼술'이 유행하면서 '함께 식사' 규칙들이 급격한 변화를 맞고 있다. 대도시 중심의 산업화와 도시화는 가족과의 식사는 물론이고 손님 초대까지도 외식에 의존하게 만들었다. 식사의 개별화 현상은 날로 심화되어 '가족과 함께하는 식사 횟수를 늘리자'는 '국민공통식생활지침'이 정부 차원에서 마련되기도 했다.

이제는 인사말이 되어버린 '언제 밥 한번 같이 먹자'라는 말은 한국인이 가장 자주 사용하는 말이다. 이 말은 '함께 식사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우리말의 '식구'(食口)도 '한솥밥을 함께 먹는 사람들'을 일컫는 표현이다.

저자는 책 후반부에 독자들에게 부탁한다. 한국인은 물론, 외국인 친구가 있다면 그들을 자신 있게 식사에 초대해 보라고. '언제 한번'이라고 하지 말고 '다음 주말'같이 진정성을 가지고 말이다. 집밥, 외식을 떠나 한식(韓食)을 나누며 한국의 식사 방식에 대해 대화를 나눈다면 훨씬 더 식탁이 풍성해질 것이다. 426쪽, 2만2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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