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책] 동급생 (프레드 울만)

30년이 지나도 정의 앞에서는 영원한 친구

송숙 작 '동급생'. 송숙 작 '동급생'.

동급생/ 프레드 울만 / 열린 책들/ 2017년

누군가를 안다고 할 때 그것이 편협한 시선 안에서 재단된 실수일 때가 있다. 슈바르츠와 콘라딘의 관계도 그랬다. 슈바르츠와 콘라딘의 순수한 우정에 끼어든 역사의 소용돌이는 그들의 아름다운 우정을 무너지게 했다. 결국 부모들의 이념을 따라 각각 그들의 세상으로 간 슈바르츠와 콘라딘의 삶은 모두의 기대와는 달랐다. 어릴 적 상처를 끌어안은 채 평생을 낯선 이국땅에서 살아야 했던 슈바르츠에게 콘라딘은 끊을 수 없는 애증의 실체였다.

저자 프레드 울만은 1901년 독일 슈투트가르트의 유대계 가정에서 태어나 법학을 전공했으나 히틀러가 집권한 후 1933년 프랑스로 망명하여 그림을 그리며 생계를 유지했다. 그 후 스페인과 영국을 전전하며 마지막엔 런던에서 생을 마감했다. 평생 동안 자신이 태어난 낭만적인 고향을 잊지 못하여 그의 작품 『동급생』에 녹여 놓았다. 처음 『동급생』이 영어로 세상에 나왔을 때는 크게 주목을 받지 못했으나 아서 케스틀러의 서문과 함께 1977년 재출간되면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청소년이 꼭 읽어야 할 걸작으로 꼽히고 있다.

슈바르츠의 아버지는 유대계 독일인으로 평범하고도 완벽한 독일인으로 살아왔다. 슈바르츠도 아버지의 안정된 그늘에서 순탄한 소년기를 맞이한다. 전통적인 독일 귀족 백작의 아들인 콘라딘과는 순수한 열정을 가지고 우정을 쌓아갔다. 어느 날 독일 사회에 새로운 세상을 열어 준다는 나치의 등장은 평범한 소시민의 의무를 충실히 하며 살아가던 슈바르츠 부모님의 삶을 송두리째 빼앗아버렸다. 독일인이 되고자 신명을 바쳐 살아온 그동안의 삶이 배신당하자 슈바르츠의 부모님은 결국 목숨을 끊고 슈바르츠는 미국으로 보내진다.

30년이 지난 후, 미국 생활에 성공한 슈바르츠는 우연히 자신을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그렇게 내몰았던 알렉산더 김나지움으로부터 2차 세계대전에서 목숨을 잃은 동창들을 위한 추모비 건립에 기부를 해 달라는 호소문을 받게 된다.

슈바르츠는 그 호소문과 인명부를 쓰레기통에 던져버린다. 자신의 삶에서 잘라내 버리고 싶었던 17년의 흔적들을 마주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슈바르츠는 호소문을 다시 꺼내 읽어 내려갔다. 자기가 알고 지냈던 친구들, 혹은 관심 밖의 친구들 이름이 하나둘 나타나자 두려움에 휩싸인다. 콘라딘, 잊지 못할 그 아이의 이름이 있는 페이지는 차마 확인하고 싶지가 않았다.

'작은 남자지만 그의 말을 듣는 순간 사람들은 그의 확신에서 오는 순수한 힘과 강철 같은 의지, 천재적인 강렬함, 예언자적인 통찰에 휩쓸려 들고 말아. 어머니는 신께서 저분을 우리에게 보내주셨어. 그리고 독일에는 너를 위한 자리가 없을 것."

귀족의 명성만큼이나 푸르렀던 그들의 우정은 역시 아름다웠다. 정의 앞에서 진실되고 명백한 의지를 가진 콘라딘은 슈바르츠의 영원한 친구였던 것이다.

과거의 기억에서 확신하고 있는 사실들이 그것으로 멈추어 있지 않고 마침내 살아서 정의로 기운다는 것을 콘라딘을 통해 보여준다. 슈바르츠를 떠나보낸 후 겪었을 콘라딘의 아픔은 오랫동안 가슴을 아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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