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그립습니다] 말 못하는 장애가 있는 나와 마음을 나누던 친구 제로

사고로 떠난 제로가 성주 강아지 펫헤븐에 안치 돼 있다. 사고로 떠난 제로가 성주 강아지 펫헤븐에 안치 돼 있다.

2020.10.22. 잊을래야 잊을 수 없는 날이다. 나의 반려견인 '제로'가 사고 당한 날. 나는 말을 하지 못하는 장애가 있다. 급하게 친구를 부르고 통역을 해 가며 제로를 보내주어야 한다는 절박한 마음을 전했다. 눈빛으로 마음을 주고받았던 내 유일한 말 못하는 친구 제로!

사람과 동물이 교감한다는 건 묘하고도 신비스럽다. 말 못하는 장애가 있는 나는 누구와도 나누지 못하는 정을 제로와 나누어 왔다. 아무리 배가 고파도 주인의 허락을 기다리는 기특함, 하지 말라고 한번만 말해도 알아듣는 총명함, 찾아오는 친구의 자동차 소리까지 알고 있는 명석한 기억력, 산책을 할 때는 한 번도 코스를 어긋나지 않은 우직함, 주인이 기분이 좋은지 아닌지를 3초안에 파악해 내는 교활함도 제로는 가지고 있다.

인간의 일생에는 참으로 많은 변화와 어려움과 행복이 공존한다. 사람이 혼자서 감당하기 어려운 삶을 나는 반려동물이라고 불리는 제로와 함께 해 왔다. 그런 제로가 끝까지 나와 함께 있어주리라 믿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어쩔 수 없이 반려동물과의 이별을 해야하는 시간이 찾아온다. 동물들은 그들이 타고난 운명의 시간안에서만 주어진 삶을 살다 간다. 우리가 새로운 생명의 탄생을 축복과 사랑 가득한 기쁨으로 받아들이 듯이 죽음은 피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삶을 완성시키는 마지막 퍼즐이라고 생각한다. 제로의 죽음을 그렇게 조금씩 받아들이고 있다.

제로를 보내고 벌써 다섯 달이나 지났다. 가을 만산에 홍엽으로 물들 때 가버린 제로. 추운 겨울을 보내고 봄을 맞이하는데 내 곁에 없는 제로. 너를 보내고 돌아서면서 독백처럼 한 인사가 마지막이었다. 지난 일요일 오랜만에 제로를 만나고 왔다. 친구들이 여럿 더 생겼고 앞뜰에는 꽃망울을 틔운 영산홍이 제법 어우러져 있었다. 만났을 때 인사처럼 헤어질 때의 인사도 안녕이듯이 우리는 처음과 끝이 함께하는 둥근 삶을 살고 있는지 모른다. 오늘따라 유난히 제로가 보고싶다. 제로야 천국에도 봄은 왔겠지? 그 곳도 이곳처럼 꽃도 피고 따뜻하리라 믿는다. 잘 있어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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