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립습니다] 이용직 씨 부친 故 이길호 씨

식구 위해 묵묵히 일하시던 모습 떠올라 아직도 눈시울 붉어집니다
생전에 다니시던 이발소와 식당에서 머리를 깎고 밥도 먹어 봅니다

 

10년 전 고향집에서 손자를 안고 계신 아버지 故 이길호 씨 생전모습. 가족제공. 10년 전 고향집에서 손자를 안고 계신 아버지 故 이길호 씨 생전모습. 가족제공.

그리운 아버지! 사랑하는 아버지!
아버지를 잃어버리고 이제야 아들이 되었습니다. 살아생전 항상 우리 식구들을 위해서 묵묵히 일하시던 아버지를 생각하면 아직도 눈시울이 붉어집니다. 조용하시고 항상 남을 배려해 주시던 아버지께서 갑자기 돌아가셔서 주위 분들이 많이 안타까워하시며 "너희 아버지 참 호인이셨다."라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아버지께서 돌아가신 지 2년이 흘렀네요. 아버지가 그리워 아버지 생전에 다니시던 이발소에 가서 머리를 깎고 아버지께서 다니시던 식당에서 밥을 먹습니다.

2002년도 군대를 제대하고 쭉 아버지와 함께 일했었지요? 함께 일하는 동안 힘든 일 좋은 일 나누며 가끔은 친구처럼 가끔은 스승님처럼 저를 대해주신 아버지. 그렇게 아버지는 항상 제 옆에만 계실 줄 알았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버지와 함께 일하는 시간이 정말 행복했었던 것 같습니다. 군대를 제대하고 남아 있는 대학교 복학 기간만 일하려고 했던 것이 지금은 이렇게 눌러앉아 이렇게 가족들의 가장이 되었네요. 제가 복학도 포기하고 아버지와 함께 일하기로 했던 건 그만큼 아버지는 저에게 매력적인 분이었습니다.

3년 전 이맘때 간암 3기 판정을 받으셨을 때 걱정하는 가족들에게 오히려 잘 될 거라고 저희를 위로해 주신 아버지. 간암 수술을 하시고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회사에 나오셔서 일하시던 아버지. 돌아가시기 전 울고 있는 자식들에게 위로의 말씀을 해 주신 아버지. 제 삶의 시작부터 당신 삶의 끝까지 가족들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신 사랑하는 나의 아버지. 그런 아버지의 삶에서 저는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회사를 떠맡았을 때 정말 힘이 들었습니다. 정말 신기하게도 아버지께서 꿈에 나타나셔서 '흔들림 없이 일해라'고 엄하게 말씀하시고는 사라지셨습니다. 그 말씀을 항상 간직하고 살고 있습니다.

지금은 아버지가 안 계신 사무실에서 아버지를 그리워합니다. 첫 손자인 준영이가 태어났을 때 하루도 빠짐없이 손자를 보러 신생아실에 찾아오시던 아버지. 간호사분들이 당신의 아버지 참 대단하시다, 손자를 너무 사랑하시는 것 같다고 말해주었습니다.

부쩍 자란 준영이의 뒷모습에서 가끔 아버지의 모습을 봅니다. 아버지께서 사랑하시는 손자, 최선을 다해 사랑으로 키우겠습니다.

제가 어릴 때 아버지의 사무실에 가서 아버지께 과자 사 먹게 100원만 달라고 조르던 때가 기억납니다. 그리고 그때 아버지 사무실에서 먹던 자장면이 얼마나 맛있었던지요. 지금은 우리 아이들이 사무실에 와서 재잘대고 놀고 있습니다. 가끔 자장면 시켜달라고 해서 사주면 어릴 때 저처럼 맛있게 먹는데 아이들을 바라보는 제 모습에서 아버지를 봅니다. 이제야 그 사랑을 알 것 같습니다.

10년 전 꽃나무 앞에서 아버지 故 이길호 씨가 딸, 손자와 함께 웃고 있는 모습. 가족제공. 10년 전 꽃나무 앞에서 아버지 故 이길호 씨가 딸, 손자와 함께 웃고 있는 모습. 가족제공.

평생 일만 하셔서 해외여행 한 번 못 가신 아버지와 함께 처음으로 우리 가족이 다 같이 일본으로 떠났을 때 행복해하시던 아버지의 모습이 아직도 눈앞에 아른거리네요. 좀 더 자주 다니지 못했던 것이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일을 하다 힘든 결정을 내릴 때면 아버지 책상에서 아버지께 여쭈어봅니다. 사랑하는 아버지를 잃어버리고서 이제야 진정한 아들이 된 것 같아 송구합니다. 다음에 만날 때까지 사랑하는 우리 가족을 또 제가 책임져야 할 모든 것들을 아버지께서 가르쳐 주신대로 잘 마무리하겠습니다. 아버지! 저도 이제 이렇게 나이를 먹어가네요. 아버지의 소중한 발자국을 따라서 한발 한발 멋있게 나아가겠습니다. 오늘도 아버지 책상에 앉아서 아버지와 함께 하루를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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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신문이 유명을 달리하신 지역 사회의 가족들을 위한 추모관 [그립습니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가족들의 귀중한 사연을 전하실 분들은 아래 링크를 통해 신청서를 작성하시거나 연락처로 담당 기자에게 연락주시면 됩니다.

▷추모관 연재물 페이지 : http://naver.me/5Hvc7n3P

▷이메일: tong@imaeil.com

▷사연 신청 주소: http://a.imaeil.com/ev3/Thememory/longletter.html

▷전화: 053-251-15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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