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수영의 자카르타 체류기] 2. 이곳 배달앱선 최소주문액 고민 필요없다

자카르타 도로에는 차보다 오토바이가 더 많다. 황수영 전 매일신문 기자 자카르타 도로에는 차보다 오토바이가 더 많다. 황수영 전 매일신문 기자

자카르타에 사는 사람들이 꼭 다운로드해야 하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이 있다. 바로 고젝(Gojek)이다. 처음엔 차량 공유 서비스인 '우버'와 비슷하다고 생각했는데 그 이상이었다. 고젝은 카카오 택시와 쿠팡, 배달의 민족과 요기요, 마켓컬리, 홈플러스, 이마트 장보기 앱을 한꺼번에 합친 것 같은 엄청난 통합 앱이다. 올해 초, 코로나 19가 인도네시아에 퍼지기 전까지만 해도 집으로 마사지사가 방문하는 배달 서비스까지 있었으니 자카르타에선 배달이 안 되는 것을 찾는 게 더 쉬울 정도였다.

인도네시아 배달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선 유니콘 기업이자 인도네시아 국민 앱인 고젝을 먼저 알아야 한다. 고젝은 2010년 오토바이 택시 기사들과 승객들이 서로를 찾아 헤매지 않고 위치정보 시스템(GPS)을 기반으로 정확한 장소에서 만날 수 있는 플랫폼 사업을 처음 시작했다. 한국으로 치면 카카오 택시와 비슷하다. 이후 차량 호출 서비스인 고카(Go-Car)와 대신 장을 봐 배달하는 고마트(Go-Mart), 청소 서비스 고클린(Go-Clean), 모바일 결제 시스템 고페이(Go-Pay) 등을 출시하며 현재 20 개가 넘는 생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나도 회사 건물로 출근하던 시절엔 자카르타의 극심한 교통체증을 피하려고 고젝으로 오토바이 택시를 부르는 것이 일상이었다. 낯선 사람 등에 매달려 오토바이를 타고 출근하는 내 모습이 처음에는 생소했지만, 며칠 만에 익숙해졌다. 고젝의 성장을 처음부터 지켜본 인도네시아 동료는 "인도네시아의 스마트폰 사용 인구가 증가하고, 전자상거래 시장이 성장할 때 고젝도 폭발적으로 성장했다"고 말했다.

외국인 입장에서 봤을 때 인도네시아 인구 대비 부족한 대중교통 기반도 고젝이 성공할 수 있었던 바탕이 된 것 같다. 1천만 명이 넘게 사는 수도 자카르타에 지난해 초 지하철이 처음 개통했다. 교통지옥에 한 번 휩쓸리면 길에서 2시간이 날아가는 자카르타에서 오토바이 택시를 타고 다니는 것이 시간을 아끼는 지름길이다.

자카르타에서 내 삶을 윤택하게 한 배달 서비스는 고클린과 지금은 코로나19 감염 위험 때문에 사라진 고마사지, 야채와 과일 배달 서비스인 사유르박스(Sayurbox)다. 사유르는 인도네시아어로 야채를 뜻한다. 한국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인도네시아의 인건비 덕분에 한국에 있을 땐 부담스러워 이용하지 못했던 아파트 청소 대행 서비스와 마사지를 이용하는 호사를 누렸다. 한국 돈으로 만 원 정도 내면 청소 요정이 집으로 와 2시간 동안 깨끗하게 청소를 해준다. 배달 마사지도 신세계였다. 퇴근 뒤 밖으로 나갈 힘조차 없을 때 고젝으로 클릭 한 번만 하면 내 침대가 마사지실이 되는 마법이 펼쳐졌다. 사유르박스는 부족한 인도네시아어 때문에 전통시장 쇼핑이 어려운 나에게 대형마트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신선한 과일과 야채를 살 수 있는 기특한 앱이다.

배달 서비스의 편리함에 취해 있던 내가 반성하게 된 사건도 있다. 한국에는 최소 주문 금액이 있지만, 고젝은 4만 루피아(한국 돈 3천100 원)짜리 커피 한 잔 배달도 가능하다. 집 근처 카페에서 아이스 커피를 주문했더니 배달비가 고작 8000 루피아(한국 돈 620 원)가 청구됐다. 커피를 넘겨받으면서도 괜히 미안했다. 내가 누리는 편리함이 저렴한 인건비에도 배달을 마다하지 않는 누군가의 노력 덕분임을 잊고 있었다. 코로나 19 시대에도 일상을 이어갈 수 있도록 힘쓰는 전 세계 모든 배달 기사님께 깊은 감사를 표하며, 앞으로 커피 한 잔 정도는 집에서 만들어 마시기로 했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있는 국제기구에서 홍보 업무를 담당하는 직장인. 우리나라에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도시 자카르타와 이곳에서의 생활을 소개한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있는 국제기구에서 홍보 업무를 담당하는 직장인. 우리나라에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도시 자카르타와 이곳에서의 생활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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