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수의 술과 인문학]술은 좋은 친구를 위하여, 차(茶)는 조용한 유덕자를 위하여!!

술은 마음을 열고 소통하고, 술을 마실 때 취한 느낌이 좋아서 마시며, 차는 마음을 아름답고 따뜻하게 하고 분위기를 위해 존재한다. 1907년에 발견된 둔황문헌 가운데 진사가 쓴 다주론(茶酒論)에 보면 차와 술이 서로 잘났다고 논쟁을 했으나 결말이 나지 않아 물이 나와서 중재를 한다. 차가 말하기를 나는 귀족과 제왕의 문을 출입하면서 평생 귀한 대접을 받는 신분이라고 말한다. 그러자 술이 말하기를 군신이 화합하는 것은 나의 공로라고 말한다.

차가 다시 말하길 나는 부처님에게 공물로 쓰이지만, 너는 가정을 파괴하고 음욕을 돋우게 하는 악인이다. 술이 다시 말하길 차는 아무리 마셔도 노래가 나오지 않고 춤도 나오지 않는다. 차는 위병의 원인이 된다. 차와 술의 논쟁을 지켜보던 물이 마침내 개입하여 둘을 뜯어말린다. 다(茶)군 내가 없으면 너의 모습도 없다. 주(酒)군 내가 없으면 너의 모습도 없다. 쌀과 누룩만을 먹으면 바로 배가 아파지고, 찻잎을 그대로 먹으면 목을 해친다.

그러니 둘은 사이좋게 지내라. 물이 없으면 술도 없고 차도 없다는 말이다. 술과 차는 사람들과 어울리며 담소를 나눌 때나 또한 식간에 마시는 음료로 대표적인 기호식품이자, 똑같이 인간에게 있어 사랑받는 일상 식품이다. 술은 좋은 친구를 위하여 있고, 차는 조용한 유덕자를 위하여 있다.

차를 마시면 정신이 각성 되는 효과가 있지만, 술은 사람을 취하게 만든다. 동일한 음료이면서 이들의 차이점은 시공간에 따라 하늘과 땅처럼 가까울 수도 멀 수도 있다. 차는 그 본성이 차고, 머리를 맑게 해주고, 사람의 기운을 차분하게 가라앉히는 성질을 지니고 있어 따뜻하게 마시는 것이 좋다. 반대로 술은 양(陽)의 기운을 지니고 있기에 그 본성이 뜨겁고, 머리를 흐트러뜨리고, 사람의 기운을 상승시키게 하는 성질을 지니고 있어 차게 해서 마시는 것이 좋다.

술은 술대로, 차는 차대로 그 성질과 격조가 다르다. 차는 술과 음식의 독을 해독시켜 주고 사람의 정신을 맑게 하며 잠을 쫓아 준다. 술은 바쁜 일상에 쫓기며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스트레스 해소와 피곤을 풀어주며 백약지장의 역할을 한다. 술과 차 모두가 사람들에게 정신적인 긴장을 풀어주는 묘약이 된다. 하지만 둘 다 과하면 사람을 헤친다. 적당히 즐길 줄 알 때 중도의 균형과 조화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적당한 음주는 대인관계와 정신건강에 이롭다. 가끔은 정다운 사람들과 술 한 잔으로 회포를 풀고, 차 한 잔으로 여유로운 시간을 가져보자. 인생은 짧다. 좋은 사람들과 평생을 웃으며 살아도 나중엔 후회되고 아쉬움이 남는다. 좋은 사람들을 많이 둔 사람이 진정한 부자다. 좋은 사람은 자신에게 있어서 큰 자산과도 같으며, 좋은 사람을 곁에 두기 위해서는 자신이 먼저 좋은 모습을 보여야 한다.

좋은 사람은 좋은 사람을 만나고 따뜻한 사람은 따뜻한 사람을 만난다. 인생은 그리 길지가 않다. 평범한 일상의 팍팍한 우리의 삶은 때때로 마음의 휴식이 필요하다. 귀한 삶의 시간들이 그냥 소홀히 지나쳐가지 않도록, 오늘은 누군가와 술 한 잔, 차 한 잔으로 여유로운 휴식의 시간을 가져보자. 여유를 모르는 사람은 배려하는 마음도 그만큼 적다. 남을 배려한다는 것은 참으로 아름다운 일이며, 가끔 여유는 일상의 활력소가 되고 즐겁고 행복한 삶을 가져다준다.

술잔은 내 마음속 거울이며 술잔 속에 진리가 있고, 찻잔 속에 인생의 의미가 담겨있다. 차를 한 모금 조용히 입안에 머금으면 쓰고, 달고, 시고, 짜고, 떫은 다섯 가지 맛이 어우러져 차 맛을 내듯 우리의 인생도 기쁘고, 즐겁고, 괴롭고, 아프고, 슬픈 일이 서로 얽혀 이어진다. 입이 쓰도록 슬퍼 곧 쓰러질듯 하다가도 잊어버리고 다시 시작하는 것이 사람 사는 모습이다. 이런 인생의 고비 고비를 넘겨 가며 사는 파노라마 같은 우리네 삶과 차의 다섯 가지 맛은 인생의 맛과 같다.

이희수 대한칵테일조주협회 회장(대구한의대 글로벌관광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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