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정희의 추억의 요리산책] 조개의 황제, 바다의 산삼 ‘전복’

 

전복숙 전복숙

 

노정희 요리연구가 노정희 요리연구가

수년 전에 제주도 나들이를 다녀왔다. 친정 피붙이들은 어머니와 이모를 모시고 다녀오자는데 만장일치였다. 여행코스와 맛집을 검색하여 일정을 짰다.

바닷가 전복요릿집에 순서표를 받아 한참 기다려서 들어갔다. 해녀들이 막 따가지고 온 전복으로 만든 요리는 그야말로 입에 착착 감겼다. 역시 맛집다웠다. 가끔 전복을 식탁에 올리지만, 그 맛을 따라잡지 못한다.

조개의 황제라고 불리는 전복은 임금과 부자들이나 맛볼 수 있는 해산물이었다. 선조 임금은 밤늦게까지 세자에게 공부를 가르치는 유몽인에게 야참으로 전복 한 접시를 하사했다. 유몽인은 옥잔의 술과 삶은 전복 한 접시를 보며 '하늘나라의 진수성찬을 내어주신 임금님 총애가 감격스러워 눈물이 갓끈을 적신다'는 글을 남겼다.

옛 중국에서는 천하의 맛있는 음식으로 남방의 굴, 북방의 곰 발바닥, 동방의 전복, 서역의 말젖을 꼽았다. 전복은 진시황제가 불로장생을 위해 먹었다고 전해지고, '삼국지'의 조조도 좋아하는 식재료였다. 조조의 아들 조비가 오나라 손권에게 선물을 보냈는데 전복 1000개가 포함돼 있었다.

중국의 한서 '왕망전'에 '전복은 걱정 근심에 빠져서 식욕을 잃은 사람의 입맛마저 당기게 만드는 진미의 상징'으로 기록되어있다. 소동파도 전복 맛에 반했다. 그는 발해만에서 잡히는 전복을 으뜸으로 쳤다. 바로 우리나라 서해를 지칭한 것이다. 17세기 조선의 시인 이응희도 '어패류 수만 종류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최고는 우리 동방의 전복'이라고 했다.

전복은 바다의 산삼으로 불리며 타우린, 아르기닌, 메티오닌, 시스테인 등의 아미노산이 들어있어 영양학적으로 완전식품에 가깝다. 전복의 본초명은 복어(鰒魚)이고, 보음, 윤조 효능을 가지고 있다. 맛은 달고 짜며, 성질은 평하다. 고단백, 저지방 식품으로 체내에서 잘 흡수되어 회복기의 환자나 노약자를 위한 건강식으로 선호한다.

18세기 우리 음식문화 사료의 중요한 서적인 '시의전서'에 '전복숙'이 소개되었다. '좋고 큰 전복을 삶되 처음 삶은 물은 버린다. 쇠고기, 해삼, 문어, 홍합 등을 넣고 무르게 고아 건진다. 전복을 저미거나 열십자로 잘라 다시 잘게 자르고 파와 마늘을 다져서 넣는다. 전복 삶은 물에 후춧가루, 기름, 깨소금, 굴을 넣고 졸여야 좋으며 간장을 넣으면 맛이 좋지 않다. 그릇에 푼 다음 잣가루를 많이 넣고 위에도 잣가루를 많이 뿌린다. 쇠고기는 건져내고 문어와 해삼은 잘라 넣되 홍합은 고는 동안 다 녹는다'

식재료에 간장과 양념을 넣어 윤기 있게 볶은 음식을 '초(炒)'라고 한다. 고조리서 '시의전서'에 나오는 '전복숙'은 바로 '전복초'를 말함이다.

전복숙을 차렸다. 옛 방식을 염두에 두고, 현대적으로 조리했다. 어렵게 만들 필요는 없다. 전복에 칼집을 넣어 끓는 양념장에 졸이면 완성이다. 전복숙은 밥반찬보다는 술안주로 어울리는 요리이다.

Tip: 전복은 깨끗이 씻어서 살짝 삶은 후에 껍데기와 살을 분리하면 간편하다. 전복죽을 끓일 때는 해초 성분이 들어있는 내장을 넣어야 색깔이 우러나고 맛도 좋다. 9~11월에는 산란기라 내장에 독성이 있으므로 반드시 익혀서 먹는다.

노정희 요리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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