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수의 술과 인문학]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고, 술이 고프면 폭탄을 타라!

 

 

폭탄주 문화는 양주와 맥주를 혼합한 '양폭'으로 시작하여 '소폭(소맥)'으로 이어지면서 맥주 대신 에너지 음료를 섞은 '에너지폭탄', 탄산수를 섞은 '페리에주', 막걸리에 소주를 조심스럽게 따라 잔 위로 맑게 층이 지게 해서 마시는 '혼돈주', 깻잎과 레몬 슬라이스를 장식한 '깻잎모히토', 바카디 151를 사용한 '횃불도미노주' 등 다양한 음주 문화를 만들어 내고 있다.

정호승 시인의 시를 인용한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고, 술이 고프면 폭탄을 타라'라는 건배사가 떠오른다. 사람들은 왜 끊임없이 폭탄주를 만들어 마실까? 폭탄주를 마시는 이유도 가지각색이다. 술자리를 빨리 끝낼 수 있어 경제적이고, 알코올 도수를 낮춰 건강용이며, 한 사람에게 몰리는 잔을 모두가 돌려 마심으로써 공평한 주법이고, 폭탄주 제조에 참석자의 신경을 집중시켜 단합에 좋고, 조직 간의 화합을 유도해 주며, 기 싸움을 벌이는 데 유리하고, 만드는 것 자체가 볼거리를 제공해 주며, 사교감과 친밀감을 높여 주는 분위기 메이커가 바로 폭탄주라는 것이다.

폭탄주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러시아 시베리아에서 나무를 자르던 벌목공들이 추위를 이기려고 보드카와 맥주를 섞은 '요르시'라는 폭탄주를 마신다. 순식간에 취기가 오르고 기억력이 갑자기 떨어지기 때문에 '영혼을 빼 가는 술'이라는 악명을 지니고 있다. 북유럽에서 '잠수함'을 뜻하는 서브머린(Submarine)과 동남아에서 뎁스차지(Depth Charge)란 폭탄주를 마신다.

미국인들도 가끔 위스키와 맥주를 함께 마시는 보일러메이커(Boilermaker)라는 칵테일을 마시기도 한다.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A River Runs Through It)'에서도 폭탄주가 등장하는 장면이 있다. 교수와 신문기자인 목사 아들 형제는 동네 술집에 들어간다. 형 노먼과 폴이 '위스키 믹스'를 주문하면 바텐더가 맥주와 위스키가 담긴 잔을 따로 내놓고 우리 눈에 익숙한 방법으로 맥주잔에 위스키 잔을 퐁당 떨어뜨려 단숨에 쭉 들이킨다.

 

서양인들이 혼자서 술을 잘 마시는 반면 한국인들은 둘 이상 주고받는 대작을 기조로 한 수작 문화이다. 병권을 잡은 사람이 폭탄주를 만들어 첫 잔을 마시곤 그 잔으로 마음에 잔이라며 동석한 사람들에게 돌아가며 한잔 씩 돌리는 경우가 있다. 술 분위기의 고조엔 찬성할 수 있겠지만 분명 절제가 필요하고, 술자리라 즐겁게 마시되 상대에게 부담을 주고 과음을 해선 절대 안 되겠다.

우리는 술이 갖는 융합 기능으로 술을 마셔온 한국인이기에 술을 혼자서 마시기보단 여럿이 함께하는 것을 좋아하고 '잘 놀 줄 아는 직장인이 일도 잘한다'는 말처럼 술도 즐겁게 마시기 위해서 수십 가지의 폭탄주 종류를 만들어 내면서까지 자연스럽게 폭탄주 문화에 친숙해져 있다. 선진국의 경영컨설턴트들은 정보화 사회에서 성공하고자 하는 사람은 우선 엔터테이너(Entertainer)가 되라고 충고한다.

잘 놀면 직장생활에서 유리한 점으로 스트레스를 시원하게 해소할 수 있으며, 많은 사람과 어울리면서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고 친화력이 높아져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으며, 유연성이 증대되고 창의력도 향상된다는 것이다. 폭탄주를 마시되 우리의 생활에 유익 되게 즐겁게 마셔야 한다. 정신이 흐트러지지 않고 해가 되지 않을 만큼 반드시 절제가 있어야 하고, 올바른 음주문화를 위해 상대를 배려하고 자신의 건강을 지키는 현명한 판단이 필요하다.

 

이희수 대한칵테일조주협회 회장(대구한의대 글로벌관광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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