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여행] 경남 통영 만지도·연대도

주민 30여명 사는 만지도, 개발되지 않은 원시적 경관
발길 뜸해 만지봉 오르는 길 끄트머리에 잡초가 우거져
이웃섬 연대도는 길이 98m 출렁다리로 오갈 수 있어

만지도를 가면 이웃 섬 연대도를 함께 관광할 수 있다.통영 만지도와 연대도를 잇는 출렁다리로 인해 '명품섬 10'으로 선정됐다. 만지도를 가면 이웃 섬 연대도를 함께 관광할 수 있다.통영 만지도와 연대도를 잇는 출렁다리로 인해 '명품섬 10'으로 선정됐다.

 

태풍 바비와 마이삭,하이선등 연이은 태풍으로 다사다난했던 올여름은 이름값도 못하고 9월을 맞으니 마음한 편으로 허전하다. 코로나19도 재확산이후 마음을 짓누르던 코로나 블루로 잠시나마 마음을 추스러기 위해 경남 통영 만지도를 떠나기 위해 통영 연명항으로 향했다. 그간 기세등등하던 '코로나19'가 한풀 꺾인 탓인지 배 안에는 여행객들이 제법 눈에 들어온다.

◆만지도·연대도를 가다.

만지도(晩地島)는 면적 0.233k㎡, 해안선 길이 2km로 통영시에서 남서쪽으로 15km, 산양읍 달아항에서 3.8km 떨어진 해상에 위치한 섬이다. 만지도란 지명은 주변의 다른 섬보다 늦게 주민이 정착하였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섬주민은 약 20여 가구로 30여명이 살고 있다. 동쪽에는 연대도와 자란목도라는 암초로 연결되고, 북동쪽에는 곤리도(昆里島), 서쪽에는 추도, 남쪽에는 내외부지도 등이 있다. 풍수지리설에 의하면 바로 앞에 있는 저도는 닭, 연대도는 솔개, 만지도는 지네에 비유되어 서로 먹이사슬로 돼 있기에 함께 번성할 길지로 전해진다.

만지도에서 바라 본 연대도.섬 정상에 봉화대를 설치하고 봉화를 올렸다 하여 연대도라 불린다. 만지도에서 바라 본 연대도.섬 정상에 봉화대를 설치하고 봉화를 올렸다 하여 연대도라 불린다.

 

만지도를 가면 이웃 섬 연대도를 함께 관광할 수 있다. 이는 만지도와 연대도를 연결하는 출렁다리 덕분이다. 이 다리는 2010년 연대도가 전국적으로 '명품섬 10'에 선정되면서 건설계획이 확정됐다. 실시설계를 마친 후 2013년 10월에 착공하여 14개월 만인 2015년 1월에 완공된다. 출렁다리는 길이 98.1m, 폭 2m 규모로 사람만 다닐 수 있다.

30여 명의 주민들이 살고 있는 만지도는 전혀 개발되지 않는 원시적인 섬으로 자연미가 두드러진다. 다리 수십 미터 아래의 짙푸른 바다는 현기증이 날 정도로 아찔하고 잔잔한 감동과 전율마저 느끼게 한다. 주민들 대부분이 어업에 종사하며 마을 앞바다에는 가두리 양식장이 있으며 멸치와 참돔, 갈치 등이 많이 잡히고, 굴양식이 활발하다.

이웃한 연대도(烟臺島)는 통영항에서 남쪽으로 18km 지점에 있는 섬으로 면적 0.773k㎡, 해안선 길이 4.5km, 섬 주봉의 정상부 연대봉은 해발 220.3m이다. 섬의 경사가 급하고, 남쪽 해안에는 높이 10미터가량의 해식애가 발달하였다. 북서 해안에는 평지가 있어 연대마을이 들어서 있다. 조선시대 삼도수군통제영에서 왜적의 상황을 알리기 위해 섬 정상에 봉화대를 설치하고 봉화를 올렸다 하여 연대도라 불린다. 연대도 언덕배기에는 태양광발전소가 있다. 중앙의 산정을 중심으로 원추형을 이루고 있으며, 북서쪽의 완경사면을 제외하고는 전체적으로 가파른 편이다.

만지도와 연대도를 연결한 명품 출렁다리. 만지도와 연대도를 연결한 명품 출렁다리.

 

◆섬과 섬을 연결하는 명품 출렁다리.

오전 11시경 만지도항에 하선을 하자 가장먼저 반기는 것은 꽃과 나비다.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꿀을 찾으려는듯 나비답지 않게 재빠른 동작으로 들락날락거린다. 녀석과의 실랑이도 잠시 만지도 관광을 위해 데크로드를 따라서 만지봉(해발 99.9m)쪽으로 난 해안도로를 걷는다. 길지 않은 거리다. 20여분이면 충분하다.

길 중간쯤 그늘이 있고 만지도수달의 암수모형이 있어 기념사진을 남기는 등 준비한 주전부리로 입을 다시며 이마로 맺힌 땀을 씻는다. 이윽고 길 끄트머리에 다다랐지만 만지봉 오르기는 포기했다. 앞서간 노부부가 돌아나오며 풀이 우거져 길이 없어졌단다. 관광객들의 발길이 뜸하다보니 잡초가 귀신같이 알고는 먼저 자리를 잡은 모양이다. 만지봉까지 500m란 안내판이 눈에 밟히지만 선선히 돌아선다.

곧바로 연지도 관광길에 나선다. 만지도항에서 데크로드를 따라서 모퉁이를 돌자 명품 출렁다리가 한 눈에 들어온다. 이 다리가 없을 땐 섬과 섬 사이를 내왕할려면 배를 이용하는 방법 밖에 없었다. 비록 차량이 다닐 수는 없지만 실로 이로운 다리다. 현수교가 가지는 매력답게 하늘을 떠받치는 두개의 지주가 우뚝하고 그 사이를 가로질러 축축 늘어진 어린아이팔목만한 와이어로프에 의지한 다리난간이 튼실하게 자리하고 있다.

다리중앙에 이르자 양쪽으로 탁 트인 바다에서 불어오는 짭조름한 해풍이 코끝에서 시원하다. 흔들흔들, 출렁출렁, 수목정이풍부지(樹欲靜而風不止:나무는 조용히 있고 싶어도 바람이 멎지 않으니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뜻)처럼 사람에 의해 흔들리고 해풍에 의해 흔들리고 절로 흔들리고 이래저래 흔들린다.

"어머나~ 어지럽다. 멀미가! 속이 메스껍다."지나는 사람마다 한마디씩 하지만 모처럼 만의 호사를 포기할 수 없다는 듯 쉬 떠나질 못하고 기념 샷을 남기기에 열중이다. 그 아래 바다에선 스캔스쿠버(skin scuba)팀이 머리만 물 밖으로 내 놓은 채 둥둥 떠다닌다.

몽돌해수욕장에서 아이들이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몽돌해수욕장에서 아이들이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몽돌해수욕장에서의 물놀이

출렁다리가 끝나는 지점에서 마을로 가는 길 대신 오른쪽 소나무숲길로 방향을 잡았다. 10여분도 채 걸리지 않아 몽돌해수욕장이 눈에 들어오고 색색의 고무튜브를 타고 있는 아이들이 바다 위로 둥둥 떠서 물장구를 치며 재잘거리는 모습이 보인다. 학원도, 공부도 내려놓고 부모님의 성화도 오롯이 내려놓다보니 세상을 다가진 듯 활기가 넘친다.

만지도와 연대도의 해안 거의 대부분이 검고 네모난 바위돌투성인데 반해 이곳은 작지만 전형적인 몽돌로 이루어져 있다.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진 작은 봉우리를 중심으로 왼쪽과 오른쪽으로 나뉘었지만 왼쪽에는 파도에 떠밀려온 나뭇가지 등 검불 등등이 있어서 사람들이 보이질 않고 오른쪽에 해변으로는 서너 가족이 즐거운 시간를 보내고 있다. 그 여유롭고 한갓진 풍경에 매료되다보니 젊은 한때 해수욕을 한답시고 멋모르고 뛰어든 바다에서 등이 홀라당 벗어지는 아픔이 생각나 입가에 희미한 미소 한 자락이 그려진다.

연대도 마을길. 연대도 마을길.

 

아이들은 물만 보면 그저 좋은 모양이다. 그만 놀고 나오라고 손짓을 하고 불러도 못 본 척 외면에 귀를 닫는다. 하얀 포말이 눈을 가리고 파도에 몸을 씻는 몽돌의 노래에 심취되어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른다. 단지 깊은 곳으로만 가지 않으면 대체로 안전하다. 지켜보는 부모들은 "먼 데로 가면 안 된다."연신 주의다.

몽돌은 돌이 오랫동안 개울이나 바닷가를 굴러다니다가 귀퉁이가 다 닳아서 동글동글 해 진 돌이다. 유년시절 일 년에 걸쳐 한두 번, 명절 때마다 하는 목욕에 이 몽돌이 쓰였다. 한손에 쏙 들어올 정도의 자그마한 몽돌은 당시 때밀이 수건을 대신했다. 따뜻한 물에 까마귀가 울고 갈만큼 새까만 손과 발을 담군 뒤 예의 몽돌로 살살 문지르면 "어휴 저 때 바라!"멍석말이를 연상케 하듯 밀린다.

연대도 해변가를 산책할 수있는 데크길. 남해안 바닷가를 감상하며 마음의 안식을 느낄 수 있다. 연대도 해변가를 산책할 수있는 데크길. 남해안 바닷가를 감상하며 마음의 안식을 느낄 수 있다.

 

◆바다향을 품은 물회

몽돌해수욕장을 뒤로하고 연대도의 섬마을로 접어들었다. 알뜰하게 조각난 뙈기밭에는 갖가지 채소와 농작물들이 올망졸망 자리를 차지하고 뙈약볕에 제 나름대로 영글어가고 있다. 어촌이지만 전형적인 시골마을을 연상케 한다. 두어 구비의 골목을 돌자 아련한 유년시절의 한 장면이 펼쳐진다.

주인공인 할머니께서는 어디로 가신 걸까? 깻단 남매들이 나란히 담장에 기대서서 방금 자리를 비운 듯 할머니를 조용히 기다리고 있다. 게다가 담장위로는 바지랑대가 받치는 빨랫줄 가득 빨래가 푸른 하늘아래서 이리저리 몸을 뒤적인다. 덩그렇게 자리한 색이 바래 검붉은 함지박 안으로는 방금 털어낸 참깨들이 소복하고 작대기에 흠씬 두들겨 맞아 억지 속을 겨워낸 깻단 몇몇은 원통하다는 듯 자포자기 누웠다.

여행지에서 갖는 최고의 하이라이트는 아마도 현지의 음식을 맛보는 즐거움일 것이다. 다시 만지도로 돌아온 일행은 인근 횟집을 찾아들어 때늦은 오찬을 즐긴다. 여러 가지 메뉴 중 물회를 주문했다. 연분홍색 얼음슬러시가 한눈에도 시원해 보였고 푸짐한 양이 더 구미가 당긴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고.

아닌 게 아니라 젓가락으로 슬슬 저어 숟가락으로 떠서는 한입 물자 만지도와 연대도의 남해바다가 입안서 출렁거린다. 싱싱한 재료와 시장기가 만들어낸 하모니다. 게다가 만지도 앞바다에서 양식중인 전복을 아낌없이 넣다보니 맛이 없을 수가 없다. 연신 맛있다고 엄지를 추켜세운 그 맛은 아직까지 입안서 짙은 바다 향을 내 뿜는듯하다.

관광을 마치고 떠나는 뱃전에 돌아보는 만지도와 연대도에 아쉬움이 없잖아 있다. 만지봉과 연대봉 그리고 못된 뱀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늘어진 듯 구불구불한 연대봉 둘레 길을 포기한 때문이다. 다음 날의 기약은 날씨가 선선한 때를 택해서 두 섬을 꼼꼼하게 둘러보는 계획을 세워야 할까보다.

 

글·사진 이원선 시니어매일 편집위원 lwonssu@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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