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이브스루(X) 승차진료(O)? "국립국어원이 또?"

대구 한 코로나19 '드라이브 스루' 검사소.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대구 한 코로나19 '드라이브 스루' 검사소.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최근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관련 획기적 진료 방식으로 떠오른, 지난 2월 한국에서 세계 최초로 시작해 국내는 물론 미국에도 퍼진, '드라이브 스루(drive-through 또는 drive-thru, 줄여서 DT) 진료'에 대해, 지난 15일 국립국어원(원장 소강춘)이 대체할 우리말을 제시했다.

바로 '승차 진료'이다.

국립국어원은 "국민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어려운 외국어를 쉬운 우리말로 권장한다"고 밝혔다.

▶그런데 드라이브 스루는 앞서 2015년 국립국어원이 '승차 구매'로 쓰자고 발표한 바 있다. 당시 드라이브 스루는 패스트푸드 업소, 커피 전문점, 주유소 등에서 차를 타고 통과하며 물건이나 서비스를 구입하는 방식으로 대중에 널리 알려져 있었는데, 이에 대해 국립국어원이 대체할 우리말을 만들어 제시한 것이다.

이런 국립국어원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5년 뒤 국내 코로나19 선별진료소 곳곳에서는 '승차 어쩌고'라는 표현 대신 여전히 '드라이브 스루'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그러자 국립국어원이 재차 대체 단어를 내놓은 것이다.

▶그러면서 국립국어원이 대체어를 제시하는 이유 자체에 대한 의구심도 나오고 있다.

우선 드라이브 스루가 '어려운 외국어'가 아니라는 점이 거론된다. 1가족 1대를 넘어 1인 1차에 가까운 시대로 접어든 2000년대 들어 드라이브 스루는 다양한 업종에 접목됐고, 이후 현재까지 20년에 걸쳐 정착한 단어가 바로 드라이브 스루이다.

'운전하다'라는 뜻의 드라이브와 '~을 통해'라는 뜻의 스루를 합친 드라이브 스루는, 비슷한 의미인 '드라이브 인'(drive-in)과도 경쟁해 승리한 단어이다.

이 단어를 여기 저기 남녀 노소 너도 나도 쓰다 보니, 결코 어렵지 않은, 되려 쉽고 편리한 외국어가 됐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영어를 모르는 사람도 사용하는 외국어라는 것이다. D, R, I, V, E, T, H, R, O, U, G, H를 적고 읽을 줄 아는 사람들만의 단어가 아니라, 대다수 한국 사람이 ㄷ, ㅡ, ㄹ, ㅏ, ㅇ, ㅣ, ㅂ, ㅡ, ㅅ(또는 ㅆ), ㅡ, ㄹ, ㅜ라는 자음과 모음을 조합해 적고 읽을 수 있다는 것.

그럼에도 국립국어원은 어려운 외국어라면서 쉬운 우리말이 있다며 다소 생경스러운 단어를 조합해 내놓는 상황이다.

국내 한 드라이브 스루 선별 진료소 입구. 매일신문DB 국내 한 드라이브 스루 선별 진료소 입구. 매일신문DB

▶외국에서 들어온 낯선 개념이 익숙해진 후, 국립국어원이 그걸 대체할 우리말을 '뒷북'으로 제시한 사례는 또 있다. 바로 'Well-being'(웰빙)이다.

우리나라에는 없다시피 한 개념인 웰빙이 서양에서 들어온 후 국립국어원은 '참살이'라는 대체어를 제안했다. 당시 웰빙이라는 한글 표기는 드라이브 스루처럼 미디어와 관련 업계에 자주 노출돼 국민들이 퍽 익숙해져 있었다.

결국 웰빙도 국립국어원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웰빙으로 정착했다. 드라이브 스루처럼 말이다. 오히려 참살이라고 쓰면 "그게 뭐야?"라는 반응이 나오고 이에 "아 그거, 웰빙"이라고 설명해줘야 하는 상황이다.

이처럼 어려운 외국어가 시간이 흘러 쉬운 외국어, 그러니까 '외래어'(외국으로부터 들어와 한국어에 동화되어 한국어처럼 사용되는 단어)로 자리 잡는 경우가 참 많아졌다. 세계화 시대가 됐고, 인터넷도 보급돼서다. 이런 경우 세종대왕은 가령 Drive Through를 드라이브 스루로 능히 적고 또 읽으라고 후대를 위해 훈민정음을 창제한 게 아닐까. 한글이 1446년에 반포된 걸 감안하면, 참 멀리 내다보신, 한국 역사상 '베스트 오브 혜안'인 셈이다.

▶드라이브 스루가 뭔지 잘 모르는 사람도 분명 있을 것이다. 이들에겐 드라이브 스루 뒤에 괄호 치고 '승차 진료'라고 병기해주면 될 일이다. 한자 4자가 알멩이인 승차 진료(乘車 診療)도 어렵다면 '차를 탄 채 진료를 받는 것' 식으로 설명을 달아주면 될 일이다. 이 부분이 국립국어원이 할 일이다. 드라이브 스루는 그르다 승차 진료만 옳다 할 게 아니라.

물론 국립국어원이 하는 일 중 각종 인권을 짓밟는 단어의 개선, 일제어 잔재 문제 해결, 정말 소통에 어려움을 주는 행정용어의 합리적 교체 등은 필요하고 의미가 있다. 국민 세금 들여 할 일이다. 그러나 그런 게 아니라면, 대부분 단어는 쓰던 대로 쓰는 게 소통에 가장 좋다. 드라이브 스루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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