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뒷담(後談)] 비디오→DVD→그 다음은?

동네서점·음반가게…세월 흐를수록 존재감 줄고
여가시간 보낸 DVD방도 카페문화에 설자리 잃어

비디오방 간판. 황희진 기자 비디오방 간판. 황희진 기자

골목엔 다양한 기록 매체의 역사가 기록돼 있습니다. 기록 매체를 다뤄온 가게들의 간판을 통해 엿볼 수 있습니다.

서점에서는 옛날이나 지금이나 책을 팔고 있습니다. 근대화 시기에 요즘 같은 서점이 처음 등장(1897년 문을 연 서울 회동서관 또는 1907년 개업한 서울 종로서적(당시 이름은 예수교서회)을 시초로 꼽습니다)한 이래로 100년 넘게 변함 없이 종이책을 팔고 있습니다. 전자책이 나왔다지만 손에 잡히지 않는 것이라 서점에 비치할 수 없는 것이고, 최근 들어 전자책 시장 규모는 오히려 작아지고 있는 등 쉽사리 종이책을 대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대구 한 가게의 취급 품목. 테이프, CD, VCD, DVD. 황희진 기자 대구 한 가게의 취급 품목. 테이프, CD, VCD, DVD. 황희진 기자

음반점은 레코드판(LP)만 팔던 것이 테이프도 같이 팔다가, 레코드판이 사라지는 즈음 CD가 자리를 꿰찼고, 이내 테이프도 퇴출돼 이제는 CD가 주인공입니다. 다만 최근 레트로(복고) 붐 덕분에 최신 음악을 담은 LP와 테이프가 입고돼 CD 곁에 자리하기도 합니다. 3세대가 늘어선 풍경을 볼 수 있습니다.

음반점은 종이책이 전자책을 이기는 서점과 반대로 음반이 음원에 압도적으로 밀리고 있어 가게의 존재감도 점점 작아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실은 서점 역시 오프라인 서점이 온라인 서점에 제압 당하고 있어 음반점처럼 가게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비디오 대여점 간판. 황희진 기자 비디오 대여점 간판. 황희진 기자
비디오 대여점 간판. 황희진 기자 비디오 대여점 간판. 황희진 기자
비디오 대여점 간판. 황희진 기자 비디오 대여점 간판. 황희진 기자

영상 기록 매체는 책·음반과 비교해 더욱 굴곡 있는 역사를 써 왔습니다.

우선 1976년 개발된 VHS, 즉 비디오테이프가 2000년대까지 군림한, 빛나는 전성기가 있습니다.

1980년대 초반부터 비디오대여점이 급증, 동네마다 비디오대여점이 개업하기 시작했습니다. 1985년 기준 전국 비디오대여점 수는 4천개가 넘었습니다. 이때 삼성, 대우, 금성(현 LG)같은 대기업들이 비디오테이프 생산은 물론, 이걸 재생하는 가정용 VTR 생산 및 비디오테이프에 담을 콘텐츠 제작 등 비디오산업에 전방위로 나섰습니다. 1990년대부터는 비디오대여점이 책대여점을 겸하는 트렌드도 나타났습니다.

비디오 대여점 간판. 1990년대부터 책대여점을 겸하기도 했다. 황희진 기자 비디오 대여점 간판. 1990년대부터 책대여점을 겸하기도 했다. 황희진 기자
비디오 대여점 간판. 1990년대부터 책대여점을 겸하기도 했다. 황희진 기자 비디오 대여점 간판. 1990년대부터 책대여점을 겸하기도 했다. 황희진 기자

1990년대 초반부턴 비디오방도 확산했습니다. 특히 1993년에 비디오방 체인점 모집 광고를 신문에서 자주 접할 수 있었습니다. 비디오방은 만화방(일본식으로 '대본소'라 불리기도 했습니다)보다는 후배, 노래방과는 동기쯤, PC방보다는 선배인 셈입니다.

비디오 대여점 간판. 황희진 기자 비디오 대여점 간판. 황희진 기자

이렇게 잘 나가던 비디오테이프는 2000년대 들어 DVD에게 자리를 내줬는데, DVD는 비디오테이프만큼 폭발적인 인기를 얻지 못했습니다. 서점과 음반점처럼 영상 기록 매체를 다루는 가게도 온라인에 제압당하는 흐름이 이때부터 만들어졌습니다. '대여'라는 개념은 '스트리밍' 및 '다운로드'가 대체하기 시작했습니다.

비디오방 역시 DVD방으로 이름 및 설비를 바꾸긴했는데, 여가를 위한 이런저런 방의 종류가 워낙 많아지고 또한 방보단 카페 문화가 득세하면서, 선배(비디오방)만큼 각광을 받지 못했습니다.

DVD방 간판. 황희진 기자 DVD방 간판. 황희진 기자

영상 기록 매체의 역사를 따져보면, 비디오테이프와 DVD 다음은 블루레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블루레이대여점이, 블루레이방이 생길 조짐은 보이지 않습니다.

참 빠른 기술 발전과 유행 변화에 사라진 곳도 있고 굳건히 영업 중인 곳도 있습니다. 사진으로 모았습니다.

※이 게시물은 골목폰트연구소(www.facebook.com/golmokfont)의 도움을 얻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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